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1화
그날의 촬영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조 밖으로 나와 감독님과 모니터에 비친 중현이를 본 순간 ‘아, 이거 됐다’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누가 봐도 근사한 장면이었다.
물속에서 팔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평온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미남의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냈다.
“우와, 돌고래 왕자님 같아여.”
막내의 진심 어린 칭찬에 웃음이 터졌다.
나는 중현이에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중현아, 너 수영은 어떻게 배운 거야?”
“아.”
태평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제가 래퍼 한다고 했을 때 아버지가 좀 싫어했거든요. 중학교 때 맨날 너한테 땅 안 물려줄 거라고. 농사 지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막 그래서.”
“그래서…?”
“래퍼는 꿈으로 하고, 안 되면 어부가 되기로 결정했었든요.”
“어부?”
잠시 눈을 끔뻑거리다가 이내 다 같이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렸다.
어부라니.
전혀 상상 못한 대답이었다.
중현이가 ‘물에 빠질 수도 있잖아요’하며 진지하게 말하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 민기 형으로부터 ‘사람 구해주는 돌고래 같았다’ 같은 드립을 듣고 또 웃기도 했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그렇게 그날의 촬영을 멋지게 마무리한 후.
스토리 필름의 나머지 장면과 함께 비주얼 작업의 후반부 작업을 스피디하게 마쳤다.
뮤직비디오도 금세 완성됐다.
이미 한 달 전부터 틈틈이 찍어왔던 터라 안무 컷만 남아 있어서 할 일이 적은 터였다.
예상과 다른 건 실제 촬영시간이 엄청 길었다는 것 정도?
마법학교 CF의 영상미로 한 차례 네티즌들의 혼을 쏙 빼놓은 바 있던 유건 감독은 아름다운 걸 사랑하는 탐미주의자였는데, 우리 안무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다.
‘어머 이건 찍어야 해’ 같은 느낌.
덕분에 각도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같은 장면을 수십 번 넘게 찍기도 했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에버드림의 CF 때보다 자본과 노력이 몇 배는 더 들어간 뮤직비디오가 과연 어떻게 나올지 너무 기대됐으니까.
얼마 안 가 1차 편집본이 회사에 도착했지만, 훗날의 즐거움을 위해 아껴두었다.
중간 과정을 미리 봐 두면 정작 완성본을 봤을 때 감흥이 덜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 수플레들이 볼 때, 같이 보고 싶었다.
“…라는 건 잘 알겠는데, 얘들아. 그냥 보면 안 돼?”
“안 돼요. 형은 봐야 돼요.”
작업실에 민기 형을 앉혀두고 뮤비 1차 편집본을 재생했다.
그러곤 매니저의 표정을 통해 뮤비 퀄리티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노래가 이어질 때마다 ‘흐음’, ‘호오’, ‘오’ 하는 소리에 우리끼리 바라보며 ‘괜찮은가 봐’ 하며 좋아했다.
“형, 어때요? 정말 좋아요?”
“어. 좋다.”
상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것 같은데? 되게 스타일리시한 느낌이라… 반응이 꽤 좋을 것 같긴 해. 예전에 슈가피쉬 4집 뮤비처럼.”
“오오.”
그런 칭찬에 우리끼리 호들갑을 떨 때.
웃으면서 자리를 뜨던 민기 형은 할 말이 떠올랐다는 듯 새로운 소식을 알렸다.
“참, 너희들. 내일부터 우리 팀에 신입 들어오는 거 알지? 엔터 업계는 처음인 친구니까 잘 대해줘.”
“네!”
“보기보다 여린 구석이 많은 친구야.”
우리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 날 아침.
숙소에서 내려와 차량에 올라탄 우리는 조수석에 앉은 뉴 페이스와 마주했다.
흡사 삼국지의 장비를 떠올리게 하는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도원석이라고 합니다.”
“…네에. 안녕하세요.”
신입 매니저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면서 우리를 보며 씩 웃었는데 어딘가 흉악하게 느껴지는 미소였다.
특히 리혁이는 프로 겁쟁이답게 완전 얼어붙었다.
거대한 덩치와 험상궂은 외모.
까다로운 공개모집을 거쳐 채용했다는 신규 매니저의 첫 인상을 보자, 예전에 직원 분들이 했던 말이 귓가에 울렸다.
-인상 완전 쎈 사람으로요.
-키 제한 190 넣어요.
-대신에 폭력적인 성향 없고 그래야 돼요.
잠시 동안 직원 분들의 복선 회수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
나는 조수석에 앉아서 민기 형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 신입 매니저를 바라보았다.
사실, 첫 만남은 아니었다.
클레이를 공항에서 데려왔을 때 한 차례 봤었는데.
그때는 설마 우리 매니저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
하지만 다행히도 얼마 안 가서 상대가 첫 인상과 다르게 굉장히 상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한테도 매번 ‘지호 씨, 우주 씨.’ 하면서 나름의 사근사근한(?) 어조로 존칭을 쓰기도 했고 핸드폰 바탕화면부터가 고양이 사진이었다.
비주가 단언하듯 말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어요.”
“근데여, 형. 영화 보면 맨날 악당들이 의자에 앉아서 고양이 쓰담쓰담하고 그러지 않아여?”
“음… 그런가? 내가 틀렸을 수도 있어.”
“비주 형, 왕지호 따위한테 설득 당하지 마요.”
그 사이에서 나는 조용히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김덕순 여사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나비의 사진을 보여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어두운 방에서 음흉하게 웃는 할머니가 고양이를 쓰다듬는 사진이었다.
“…….”
어쨌거나 새롭게 만난 로드 매니저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민기 형처럼 이분도 체대를 나오셨나 싶었는데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다 졸업했다나.
무술이나 운동도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하고.
오히려 그런 게 가점이 된 듯했다.
사실 힘을 써서 우리를 지키는 일이야 경호원 분들의 업무지, 매니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힘을 쓰면 안 되는 직업이다.
아무리 이쪽이 당하고 있던 상황이어도 반격 한 번 했다가 사진 찍히고 난리가 나는 곳이 연예계니까.
한편, 실제로는 상냥한 사람이었지만 신입 매니저의 험상궂은 외모는 큰 도움이 됐다.
회사 바깥을 돌아다닐 때 안심이 된다고 해야 하나.
물론 우리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아 했지만 우리에게 심적으로 도움이 됐다.
든든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새롭게 찾아온 좋은 인연이었다.
* * *
새로운 사람이 팀에 합류하고 컴백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안 아이돌 팬덤은 굉장히 시끌시끌했다.
바로 TNT의 컴백 때문이었다.
아시아 4개국을 비롯한 북미와 유럽까지 해외 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TNT의 리패키지 앨범 소식에 연일 가요계가 들썩였다.
-‘컴백’ TNT, 리패키지 앨범 ‘To do, or Not To do’ 발표
-‘우리가 돌아왔다’ TNT, 11월 리패키지 앨범으로 컴백
-TNT 컴백 초읽기.. 멤버별 트레일러 공개
연예란 메인에도 자주 소식이 올라오고, 특히 각종 아이돌 커뮤니티는 TNT 게시판이라고 해도 될 만큼 관심이 쏟아졌다.
티저나 트레일러가 나올 때마다 뉴스 댓글과 미튜브가 폭발했다.
어찌나 관심이 뜨거운지 TNT와 컴백 날짜가 겹치지 않는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수능날 쇼케이스를 열고 금요일의 PBS 뮤직온으로 컴백하는 TNT는 우리보다 딱 일주일 앞선 컴백이었다.
천만다행이었다.
우리의 2집 프로모션은 수능 다음 날부터 시작해서 일주일 동안 잡혀 있었으니까.
어차피 경쟁 상대가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은 게 현재 TNT란 그룹의 위치였다.
태풍 같다고 할까.
“안 겹쳐서 다행이네.”
그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폰을 바라보았다.
밤 11시.
중현이의 코 고는 소리가 가득한 가운데.
나는 2층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기사를 검색하다가 그 사진 속에 있는 익숙한 얼굴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도 얘네도, 둘 다 잘 됐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짹깍- 짹깍-
거실에 있는 시계 소리가 들으며 디지털 시계의 조명 버튼을 눌렀다.
11시 58분.
2분 뒤면 생일이었다.
피곤해서 잠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달을 보고 ‘2집 앨범 잘 되게 해주세요.’ 하는 소원을 빌려고 기다리던 참이었다.
할머니가 생일날 정각에 소원 빌면 좋다고 그래서.
평소였다면 그런 거 미신이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미신이든 뭐든 다 좋으니 잡고 싶은 기분이다.
삐빅-
이내 시계가 [00:00 2014-11-09]를 알리면서 달을 보고 소원을 빌려고 할 때였다.
지인들의 생일 축하 메시지에 폰 화면이 연신 반짝이기 시작했다.
일단 소원부터 빌고 봐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던 때.
“으허…!”
침대 머리맡에서 갑자기 허연 얼굴이 두 개 두둥실 떠올랐다.
그거 같다.
‘그런데!’ 하는 나레이션과 함께 나오는 미스터리 프로에 나오는 귀신들.
허공에서 빛나는 허연 얼굴들에 식겁한 것도 잠시, 이내 핸드폰 불빛을 얼굴 아래에서 비춘 거라는 걸 깨달았다.
“형. 생일 축하해요.”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왼쪽의 단아한 귀신에게서.
“우리 늙은이 축하축하해여. 한 살 더 먹었네여. 흐하핫.”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가 오른쪽의 미남 귀신에게서 흘러나왔다.
내가 웃고 있을 때 둥실둥실 떠오른 왼쪽 얼굴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호야. 우리 조금만 더 조용히 말하자. 리혁이랑 중현이는 자니까.”
“음? 리혁이 형은 안 자는 것 같은데…”
“자는 거 같은데?”
“잠시만여. 서리혁 씨~ 전생에 붉은 귀 거북이었다는 게 진짜인가여?”
중현이의 코골이만 가득했다.
막내가 확신하듯 말했다.
“자고 있네여.”
그러더니 두둥실 떠오른 두 얼굴이 서로를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2층 침대에 있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곧이어 또 다른 화면이 하나 켜졌다.
전광판 앱에 알록달록한 글씨로 [경☆선우주 생일★축]이라고 되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큰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생일 축하 합니다
비주가 노래를 부른 후, 조명을 끄자 얼굴이 사라졌다.
이내 지호가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 합니다
미성에 가까운 두 속삭임이 화음을 넣어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 뒷부분에서 두둥실 떠오른 얼굴이 차례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면서 구절을 주고받곤 했는데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참았다.
내가 미치겠다. 정말.
이내 그런 이벤트를 마친 두 동생이 어둠속으로 돌아갔을 때, 내가 내려가서 둘을 가볍게 포옹해주었다.
“고마워, 얘들아.”
“잘 자요. 형.”
둘이 각자 침대로 돌아간 후에도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진짜.
우리 애들 참 비범하다니까.
웃다가 그만 잠이 확 깼다.
이윽고 폰을 키자 또 웃음이 나왔다.
태현이가 보낸 ‘같이 대박나자’ 하는 것과 함께 ‘뉴블랙 초동 1억장 기원’이란 메시지 때문이었다.
나 [내가 1억장이면 너네는?]
바로 답이 날아왔다.
태현 [1억 1장]
태현 [그 1장은 형이 사도록 해]
나 [초동 1억이면 화성에서도 콘서트 할 수 있겠네]
나 [화성 합동콘 가자]
그런 답장을 보내고 있을 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우리 애들 메시지였다.
리혁이의 톡과 중현이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리혁 [생일 축하해요]
나 [안 자고 있었어?]
리혁 [예약 메시지예요 이거]
나 [그대 전생이 붉은 귀 거북이라면서요]
리혁 [왕지호 죽일 거야 진짜]
리혁 [아오 씨]
안 자고 있었네.
나 [고마워]
나 [너도 내려가서 포옹해줄까?]
리혁 [잠이 부족한가 봐요]
리혁 [헛소리가 나오는 거 보면]
나 [얼른 자야겠다]
나 [이제 꿈에서 붉은귀 거북 나올 듯]
곧바로 돌아오는 욕설 가득한 답장을 무시한 채, 중현이의 문자를 확인했다.
‘생일 축하해요, 형’이라는 짤막한 메시지였는데 끝부분에 ‘예약 전송된 메시지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중현이가 예약 메시지라니.
왠지 모르게 감동이었다.
* * *
일요일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당황스러운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중현이가 근엄한 석상처럼 침실 문앞에 서 있었다.
“……?”
“좋은 아침이에요. 형.”
“뭐하는 거야?”
“죄수… 아. 아니, 형이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이에요.”
바깥에서는 요란한 대화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지호와 리혁이가 또 싸우는 듯했다.
맛있는 요리 냄새도 흘러 들어오고.
침대에 누워 턱을 괸 채 물었다.
“밖에서 뭐해?”
“형 생일이라고 깜짝 아침식사를 준비한대요.”
“…정말 깜짝스럽구나.”
매번 자기들끼리 뭘 소곤거리나 했더니 바로 이거였던 모양이다.
“근데 우리 연습하러 가야 되는데…….”
“생일이잖아요. 형. 오전에 한두 시간 쉬는 것 정도는 괜찮아요.”
“하긴. 한두 시간 늦게 자면 되겠다.”
“…….”
“왜 그래?”
“아니에요. 잠깐 눈물이 나올 뻔했어요.”
“행복해서?”
“아뇨…….”
기다리는 동안 중현이를 놀려먹으며 시간을 때웠다.
한편, 준비가 다 됐다는 말과 함께 거실로 나갔을 때, 나는 거실에 펼친 상 위의 진수성찬을 바라보았다.
“우와….”
비주가 뿌듯하게 웃었다.
다이어트 때문에 뭐 먹어도 되나 싶었는데, 맛난 저칼로리 요리들이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거실에 펼쳐진 상 옆에는.
“…….”
흑백 풍경 사진이 배경처럼 붙은 미니 대야에 러버덕 모형이 둥둥 떠올라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아, 형이 석촌호수에 러버덕 보러 가고 싶다고 했잖아여. 근데 우리가 시간이 없어서 못 보니까.”
그만 웃음이 나왔다.
어쩐지 요새 내가 뭐라고 말을 할 때마다 자기들끼리 기록하고 그러더니, 생일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했던 모양이었다.
“고마워. 다들.”
컴백 준비 때문에 다들 피곤할 텐데, 나한테 뭘 해주겠다고 이런저런 준비를 했을 걸 생각하니 미안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이런 기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늘 생일 아침에 눈을 뜨면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슬프거나 그런 건 아닌데, 7살 때 뉴스 화면으로 나오던 속보가 머릿속에 맴돌면서 가끔 현실감이 없는 듯 몸이 붕 뜨기도 하고.
그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묘해서.
물론, 그런 기분은 할머니가 만들어준 미역국을 먹고 오순도순 같이 놀면서 사르르 녹아내리곤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은 군대에 있기도 했고, 수능날 사건의 여파도 있던 터라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알 수 없이 착잡한 기분이 몇 시간 동안 가곤 했지.
그랬는데.
할머니와 있을 때처럼, 이렇게 빨리 생일 날 아침의 그 기분이 사라진 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주 형.”
“…….”
“우주 형.”
멍하니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조각케이크에 꽂힌 22개의 초가 눈앞에 있었다.
“용케도 꽂았네.”
“조용히 하고 얼른 소원이나 빌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초코케이크님, 저랑 김덕순 여사, 그리고 우리 멤버들과 가족들 늘 건강하게 해주시고요. 2집 앨범 대박 나게 해주세요.”
“와아아-!”
후 불었다.
그러곤 동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말 고마워. 얘들아.”
“아니에요.”
웃고 있는 동생들 사이에서 비주가 대표로 말했다.
“작년에 형 만났을 때부터 고마운 게 한두 개가 아니었거든요. 이번에야 조금이나마 돌려준 것 같아서 제가 더 기뻐요.”
“그래도, 고마워.”
이어서 동생들이 돈을 모아서 샀다는 선물을 받았는데, 깔끔한 디자인의 디지털 시계였다.
리혁이가 내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거 좀 바꿔 끼고 다녀요. 맨날 끈 덜렁거려서 보기 안 좋아.”
“알았어.”
“말 나온 김에 지금 바꿔여. 형.”
군대에서부터 쓴 시계는 벗어두고 동생들이 새로 준 시계를 착용했다.
그 시계를 한참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진심으로 고마웠다.
“이제 밥 먹어여! 밥!”
“그래, 먹자.”
기분 좋게 웃으며 동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식사에 연신 즐거운 대화가 오갔다.
마침 우리가 만난 지 거의 1년이 되었던 터라 그때부터 있었던 일에 대한 시시콜콜한 추억 여행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을 때였다.
지이잉-
핸드폰이 짧게 울리는 소리에 조용한 적막이 감돌았다.
그럴 때가 있다.
가끔 불길한 소식이 찾아올 때 그러하듯, 뭔가 별 것 아니지만 싸한 느낌이 들 때.
“뭐지.”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어서 메시지를 확인해 보았다.
석환 형이 일단 알아두고 있으라며 보내준 기사 링크였다.
그리고 그걸 클릭하자, 큼지막한 헤드라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TNT’ 멤버 건강 문제로 리패키지 앨범 일주일 뒤로… ‘컴백 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