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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2)화 (14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2화

건강 문제라니.

무슨 일인가 싶어서 얼른 기사 링크를 눌렀다.

동생들도 심각해진 내 표정을 보고는 곧장 곁에 붙었다.

리혁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

“TNT 컴백 연기…? 뭔 일이래요?”

“한 번 읽어 보자.”

기사를 천천히 읽어 내렸다.

다행히도 누군가 심하게 다쳤다거나 하는 내용은 아니었다.

독감.

TNT의 막내이자 메인보컬 석지훈이 드라마 촬영과 컴백 준비를 병행하다 A형 독감에 걸렸다는 이야기였다.

TJ 엔터에 따르면 ‘아티스트의 상태를 고려하여 컴백을 일주일 연기할 계획’이라나.

비주의 눈에 동정이 가득했다.

“A형 독감 저거 진짜 아플 텐데…….”

“저 선배님 예전에 봤던 분 아니에여? 태현 선배랑 영상 통화할 때여. 그때 호텔 수영장 있잖아여.”

“맞아. 그때 걔야.”

지훈이도 TJ에서 친하게 지냈던 동생 중 하나였다.

쉬는 날에 같이 놀러 다니기도 하고, 그때 메인보컬이었던 내가 보컬 관련해서 이것저것 가르쳐 주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은 데면데면한 편이었다.

방송국에서 만나면 반갑게 포옹하고 인사를 하지만, 개인적인 연락은 가끔 하는 사이.

호들갑을 떨면서 연락하는 것도 웃기긴 해서 태현이에게 쾌유에 대한 메시지를 하나 남겨 두었다.

한편, 과거의 인연에 대한 생각을 끝내고.

“큰일 났네.”

현실의 문제에 집중했다.

TNT의 컴백 연기란 사태에 대해서.

동생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비주는 연신 머리를 쓸어 넘겼고, 리혁이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렸다.

지호는 내 어깨에 턱을 얹은 채 아랫입술을 죽 내밀더니, 내 폰을 가져가 검색을 시작했다.

‘TNT 지훈이 걸렸다는 A형 독감은 B형 독감과 무슨 차이?’, ‘팬들이 뿔났다…TJ의 무리한 스케줄이 또다시 도마 위로’ 같은 제목들이 어지러이 떠올랐다.

무거운 침묵.

중현이마저도 스마트폰을 보면서 짧은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막내가 침울하게 말했다.

“형.”

“응.”

내 차분한 대답에 막내가 말했다.

“8월 달부터 형이 2집 앨범 작업해 왔잖아여. 그리고 우리 다 같이 엄청 연습하기도 했고.”

“그랬지.”

“이거 어떡하져…?”

평소에 무슨 사건이 터져도 ‘에헤헤’ 하던 막내가 축 늘어진 채 중얼거렸다.

TNT의 컴백이 일주일 뒤로 밀렸다.

그래서 우리와 겹친다.

물론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었다.

만약에 스트릿 보이즈가 우리와 컴백 시기가 또 겹친다고 했다면 상당히 피곤한 일이 됐을 거다.

라이벌 포지션이라 포커스가 경쟁으로 맞춰졌을 거고.

하지만 아직 데뷔 5개월 차인 우리와 5년차인 TNT는 서로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하는 입장이 아니었다.

문제가 되는 건 관심 그 자체였다.

우리는 관심 하나하나가 소중한 신인의 입장이라 티저나 뮤직비디오 등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데, 같은 시기에 대형 그룹이 컴백을 하면 모든 관심을 가져간다.

그게 얼마나 실제로 영향이 있는가와 별개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만큼 시무룩해질 일은 아니긴 했다.

2집 앨범 준비에 공을 많이 들인 만큼 동생들은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어…….”

물론 비주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눈.

내 생일이니 한창 즐거워야 하는데 분위기가 이러니 안절부절못하는 듯했다.

표정만 보면 속상하고, 원통하고, 이게 아닌데 하는 얼굴.

저기서 바늘로 콕 찌르면 진짜 눈물이라도 한 방울 흐를 것만 같아서 내가 더 조마조마했다.

“저기, 얘들아.”

비주가 말했다.

“오늘 우주 형 생일인데….”

“엇.”

“아…….”

인터넷을 보던 다른 동생들도 꿈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눈을 끔뻑거렸다.

그러곤 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 형, 제가 안마해 줄까요…?”

당황해서 앞발을 꼼지락거리는 곰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중현이가 눈을 끔뻑거리는 동안 내가 어깨를 툭 쳤다.

“됐어, 인마.”

“저기. 그.”

리혁이가 뺨을 긁적이면서 말했다.

“생일이라서 오늘만큼은 분위기 안 깨려고 했는데… 미.”

“미안해?”

“미…련하게도 상황이 이렇게… 아, 내가 뭐라는 거야. 아무튼, 생일인데 분위기 이렇게 해서 미.”

“미안해?”

“유감이에요.”

그러면서 양손을 들어 머리를 쓸어 넘겼는데, 누가 봐도 귀를 가리기 위한 거였다.

슬며시 웃음을 참았다.

그때, 우리 막내가 내 어깨에서 얼굴을 떼고 말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전 속상해여.”

“어떤 게?”

“아니… 그러니까여. 이거 주세한 때부터 형이 열심히 꿈도 꾼 거고.”

지호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으며 말했다.

“타이틀곡도 맨날 A&R팀 직원 분들이랑 얘기하면서 밤새우고, 저 표정 연기하는 거 도와주겠다고 맨날 미튜브 보면서 좋은 거 있을 때마다 알려 주러 오고…….”

“그래서 속상해?”

“네. 완전 존재감이 사라지는 거잖아여.”

지호가 덧붙였다.

“막… 이게 TNT 선배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속상한 거 같아여.”

“얘가 말을 엄청 못하기는 했지만 나도 공감하는 바예요.”

“그래.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어.”

동생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들 속상한 모양이었다.

다 같이 앨범 잘되자고 연습했는데, 그리고 거기서 내가 타이틀곡 작곡서부터 노력을 엄청 했는데.

갑자기 대형 그룹과 일정이 완벽하게 겹치는 바람에, 혹시 그간의 노력이 허사가 되는 건 아닐까 속상해하는 얼굴들이었다.

‘그것도 생일에…!’ 라는 외침이 비주의 눈빛에 가득했다.

표정을 보니 타임머신이 있다면, 미래로 가서 만능 백신을 얻어서 TNT의 석지훈에게 건네줄 듯했다.

다들 속상해해서 어째 내가 다독여야 할 듯한 분위기였다.

“아이고.”

내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생들이 형을 이렇게 생각해 주는 줄은 처음 알았네.”

“늘 생각해여. 제가 생각이 짧아서 그렇지.”

“저도요.”

바보 형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음… 뭐, 속상해할 수는 있겠지만, 일희일비하고 그러지는 말자.”

“그래도….”

비주의 말에 내가 손을 저어 보였다.

“우리 썸씽 만들었을 때, 기억 나?”

“썸씽 때요?”

“응, 지금만큼은 아니더라도 그때도 다 같이 엄청 노력했잖아. 그런데 발매일 전날에 식스티 세컨즈 녹취록 터지고…….”

“그때 난리도 아니었죠.”

“그래. 그때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잖아.”

생일 때라 그런가.

내가 품고 다니는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어차피 우리가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어. 앞으로 무슨 활동을 하든 언제나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이렇게 터져 나올 거고.”

그러니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큰일이든, 사소한 일이든 컴백할 때까지 일희일비하지 말고 차분하게 준비하자.”

나를 빤히 바라보는 동생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태까지 우리 잘해 왔잖아. 안 그래?”

“맞아요.”

비주가 고개를 주억거리는 걸 시작으로 다른 녀석들도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만큼은 아니더라도 차분하게 돌아온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다시 식사를 이어 갔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숟가락과 젓가락.

“아, 근데 이 와중에 밥 진짜 맛있네요.”

리혁이의 투덜거림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비주의 뿌듯한 미소 아래, 중현이와 지호가 격하게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한 그릇 더 먹을 거예여.”

“많이들 먹어. 일부러 많이 했어.”

그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중현이가 나한테 불쑥 보라는 듯 화면을 내밀었다.

“맞다. 형. 팬분들이 형 생일이라고 선물 준비했대요.”

“선물?”

“팬카페 보니까 어떤 금손이란 분이 동영상을 하나 만드셨대요.”

‘To You, Our Universe’라는 제목으로 된 동영상이었는데 수플레들이 만든 동영상인 듯했다.

“어어! 잠시, 잠시!”

막내가 손을 들었다.

“잠깐 스톱이여. 이건 찍어야 해여.”

“오. 좋다. 나도 찍을래.”

“비주 형, 그냥 제가 찍을게여.”

“아, 난 소장용이야.”

비주와 막내가 폰을 드는 모습에 웃은 후 동영상이 흘러나오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내가 만든 ‘별빛’의 잔잔한 멜로디가 BGM으로 깔렸다.

직캠이라든가, 방송이라든가, 회사에서 올린 미튜브라든가. 각종 영상으로부터 발췌한 것들이었다.

첫 시작은 당연히 PBS 뮤직온의 1위 영상이었다.

-저희 수플레도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아아!”

내 괴성에 동생들이 박수를 치며 깔깔 웃었고 내가 한탄했다.

“아니, 왜 처음부터 이걸….”

그러곤 내가 실수를 하는 장면과 함께 공연을 하는 장면,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옹기종기 뭉쳐 있는 장면들이 흘러나왔다.

그때가 떠오른다.

우리가 첫 팬 사인회를 하면서 만들었던 VCR.

팬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듯, 우리도 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던 그때.

이 4분짜리 비디오에도 그런 메시지가 느껴졌다.

내가 멋진 모습을 보이든, 아니면 바보같이 실수를 하든, 아니면 그 어떤 모습을 보이든.

그 다양한 모습이 별처럼 점멸되어 가는 동영상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너의 모든 면을 좋아한다고.

‘11.9’라는 날짜와 함께 ‘너는 우리의 우주’라는 자막으로 끝나는 걸 보며 가슴이 찡했다.

턱선을 타고 기분 좋은 떨림이 쭉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뺨이 슬며시 올라가고, 눈물샘 쪽이 따끔따끔한 느낌.

손발을 어찌할 줄 모르겠어서 꼼지락거렸다.

“푸흡….”

고개를 들자, 동생들이 내 반응을 보면서 키득거리고 있었다.

카메라맨처럼 폰을 든 막내가 물었다.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선우주 씨.”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가슴이 먹먹하기도 하고, 이 종합적인 걸 어떻게 담아서 설명을 해야 하나 생각도 좀 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내가 느끼고 있는 기분을 설명했다.

“오늘은 아침부터 정말 행복하네요.”

*   *   *

뉴블랙의 공식 SNS 계정에 올라온 편지.

@The_New_Black_Official

(22개의 초가 케이크 위에서 불타고 있는 사진)

정말 행복한 하루였어요.

여러분이 보내 준 손 편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있는데요.

어느 편지에 쓰인 ‘태어나 줘서 고맙다’는 문구를 보고 저도 같은 말을 해 주려고 왔어요.

있어 줘서 고마워요. 우리 수플레.

컴백 때까지 저희 정말 열심히 해서 다시 만

잠시 후.

@The_New_Black_Official

(러버덕을 머리 위에 올린 채 브이를 한 우주)

나요, 수플레

글자 수에 잘리는 바람에 이어져서 올라온 두 번째 글.

첫 번째에 이어서 올라온 글이었지만, 따로따로 올라온 탓에 SNS 계정을 보던 수플레들은 일시적으로 당황했다.

머리 위에 러버덕을 올린 채 똑같이 근엄한 표정을 짓는 우주의 사진.

‘나요, 수플레’라는 박력 넘치는 인사까지.

이건 또 무슨 신종 컨셉인가 싶어서 당황했던 팬들은 이내 진상을 파악하곤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곤 평소처럼 놀리기 시작했다.

*   *   *

팬카페에서 신종 드립이 하나 유행하는 중이라는 동생들의 말에 접속했다가 후회했다.

[얼른 오빠들 음방 뛰는 거 보고 싶어요! 그래서 얼른 만…]

처음에는 흐뭇한 표정으로 클릭했다.

맞아요.

나도 만나고 싶…….

-나요, 수플레

꽃무늬 추리닝을 입은 내 사진이 첨부된 글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

“형, 뭐 봐여? 푸하하하! 아아…!”

그런 식의 글들이 한 트럭이었다.

보다가 감탄이 나왔다.

괜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괜히 해학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

우리 수플레들이 만들어 낸 파생 드립만 수십 개는 넘었다.

리혁이가 흡족한 얼굴로 말했다.

“안타깝게도, 내가 졌네요.”

“뭘.”

“흑역사 제조 순위요. 이제 당신이 1위예요.”

“리혁아. 이거 봐 봐.”

우리 메인보컬이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글을 하나 클릭해서 보여 줬다.

“…….”

‘나요, 삐라루꾸’, ‘나요, 척척박사’로 변형이 된 글들.

팬카페 다시는 안 들어갈 거라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그러고선 구석에 가더니 열심히 핸드폰 화면 위를 톡톡거렸는데, 팬카페를 눈팅하는 게 분명했다.

“…다시는 안 들어간다며?”

“독서 카페예요!”

“등 뒤 거울에 다 비치는데.”

“엇.”

당황한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네 등 뒤에는 거울이 없지.”

“아, 진짜!”

벌게진 얼굴을 보며 깔깔 웃었다.

요즘 들어 스트레스 관리 차원에서 동생들을 놀려 먹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조되는 스트레스와 달리 생일 이후 흘러간 나날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연습하고, 자고, 연습하고, 자고.

일상의 연속.

물론 연습실 바깥에선 시끌벅적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TNT 컴백 티저 속 의문의 인물은 누구..? 배우 이견우 ‘깜짝 등장’

-TJ 엔터 한솥밥 인맥 끈끈하네, 이견우 뮤비 특별 출연

-‘내가 바로 춤신춤왕이다’…TNT 컴백 앞두고 댄스 챌린지 이벤트 전격 공개!

우리보다 며칠 더 앞서 TJ 엔터는 그야말로 보도 자료를 쏟아 내고 있었다.

안무 따라하기 이벤트, 유명 배우의 뮤비 출연, 건강을 회복한 멤버의 메시지 등등.

최근 스칼렛의 1위 독주를 제외하면 별다른 이슈가 없던 가요계에 다가오는 빅 이슈였다.

한편 연예면에서는 육아 예능과 함께 어느 옥수수 농부가 우주선을 타고 블랙홀을 통과한다는 영화 얘기가 나오고 있었고.

사회면은 역대급 물수능 논란으로 시끌시끌한 가운데, 어느새 겨울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최저 기온이 영하 3도와 1도를 오가는 날씨에 어느덧 옷차림들이 코트나 패딩으로 바뀌었다.

숙소의 이불도 부모님들이 보내 주신 두툼한 솜이불로 바뀌었다.

멤버 가족들 모두 리혁이를 챙기는 바람에 리혁이 혼자 이불이 4개가 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리고…….

“뭐야.”

연습실에서 춤을 추는 녀석 때문에 생각이 끊겼다.

중현이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가운데, 지호가 춤을 추고 있었다.

“쟤 뭐 하는 거야?”

비주가 대답했다.

“고3 수플레들한테 보여 줄 합격 기원의 춤이래요.”

“아니에여.”

우리 막내가 춤을 추면서 양손으로 세모를 그렸다.

그러면서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 말했다.

“ㅅ이잖아여. 수시 합격 기원의 춤이에여.”

“그럼 정시는?”

“잠시만여.”

그러더니 이내 두 팔과 다리를 활짝 펴서 온몸으로 ‘ㅈ’을 만드는 막내의 모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폰카로 그걸 찍고 있던 중현이가 말했다.

“머리 때문에 ㅊ처럼 보여.”

“그럼 이렇게 할게여.”

목을 자라처럼 움츠리는 우리 막내 때문에 다시 한 번 웃음이 터졌다.

진짜.

우리 애들의 인권과 수플레들의 안구 건강을 위해 절대 못 올리게 할 거다.

거북이처럼 움츠린 채 있던 지호가, 이내 리혁이를 보고 ‘아!’ 하면서 양손을 귀에 올려 팔랑팔랑였다.

반짝임을 묘사하는 듯했다.

“그건 또 뭐야…?”

“붉은 귀 거북이에여.”

“야!”

“이건 피라루쿠.”

못생긴 표정을 짓는 막내의 모습에 리혁이가 벌떡 일어났다.

그동안 우리는 배를 잡고 웃었다.

쩌렁쩌렁한 고함과 함께 곧바로 좁은 연습실에서 톰과 제리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얼마 안 가 둘 다 비주에게 혼나서 앉긴 했지만.

“아, 근데 언제 올라오는 걸까여, 이거.”

“6시 정각에 올라온다고 했잖아.”

“이번에도 잘 나왔으면 좋겠다.”

오늘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건 단체 컨셉 포토였다.

금요일의 단체 포토 공개와 다음 주 수요일의 뮤직비디오 공개까지 이어지는 프로모션 일정의 첫 단계였다.

우리 수플레들이 팬카페에서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는 미니 1집에 관한 정보들.

물론 당사자인 우리도 설레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촬영장에서 한 차례 모니터링을 하긴 했지만 스튜디오에서 후보정이 들어간 사진은 원본과는 다른 물건이라고 봐도 무방하거든.

6시 정각의 업로드를 기다리는 동안 인터넷에 뉴블랙을 검색하면서 웹서핑을 했다.

-뉴블랙, 미니 1집 프로모션 일정 공개.. 컴백 예열

-[인터뷰] ‘흑염소가 맺어 준 인연’ 헤이션, 뉴블랙 중현과의 작업기 공개

-[가요계 톡톡!] 아시아를 점령한 최정상 그룹부터 작사작곡 가능한 대세 신인까지..11월 가요계 ‘박 터지네’

1집 때는 보도 자료만 달랑 올라온 기사들로 끝이 났는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제법 달랐다.

TNT가 모든 관심을 빨아들이고 있는 와중에 의외로 선방을 하고 있다고 할까.

우리도 보면서 놀랐다.

연습실에만 있어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우리 앨범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꽤 인원이 됐다.

아마 주세한의 영향 덕분인 듯했다.

솔직히 보면서 좀 민망했다.

기사가 이 정도로 꽤 나올 줄은 전혀 예상도 못했거든.

우리의 달라진 위치를 실감하지 못한 채, 혼자서 ‘우리 같은 초짜 신인은 완전 묻힐 거예여! 엉엉’하고 있었다고 할까.

동생들한테 생일 날 이야기를 하려고 했더니 다들 다이어트용 방울토마토를 내 입에 쑤셔 넣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엄청 많은 기사는 아니었지만, 우리와 같은 주에 컴백하는 둘은 아예 언급도 없었다.

올해 8월에 데뷔한 대형기획사 MOP의 신인 걸그룹 세레니티와 5년차 유명 발라드 가수.

그에 비하면 우리는 굉장히 선방을 하는 중이었다.

이런저런 기사를 살피며 댓글에 좋아요와 싫어요를 눌러 주고 있을 때.

“어, 올라왔다!”

마침내 우리의 단체 컨셉 포토가 올라왔다.

과연 어떻게 나왔을까.

기대를 하며 마우스를 클릭했을 때.

“오오.”

어두운 방.

파란색과 붉은색의 빛이 오묘하게 교차하면서 곳곳에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배경.

옅은 파란색이 사방을 적시고.

중요한 부분마다 붉은색의 빛이 달아오른 쇠와 같이 발간빛을 은은히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저마다 다른 스타일의 정장을 입은 우리가 있었다.

“우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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