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3화
청색과 적색의 네온 조명이 대비를 이루는 비현실적인 느낌의 공간.
그 속에 있는 우리는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평소보다 더 하얀 피부에 살짝 짙은 눈화장, 붉게 칠한 입술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와…….”
노트북 모니터에 사진을 띄워두고 정신없이 감상했다.
공개된 컨셉 포토는 두 장.
배경은 같았다.
적색과 청색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색 조명이 비추는 고풍스러운 방.
둥그런 원목 테이블에 우리가 둘러 앉아 있었다.
각자 자리에는 저마다 조금씩 다른 무도회 가면을 놓아둔 채, 우리 다섯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리를 꼬거나, 의자 등받이에 팔을 걸치거나, 아니면 느긋하게 쳐다보거나.
저마다 자세는 달랐지만 표정은 같았다.
겉보기로는 강렬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어딘가 생기가 없거나 슬프게 느껴지는 표정이 포인트.
이번 미니 1집의 컨셉인 ‘가면’을 살린 표정연기였다.
“야, 진짜 잘 나왔다.”
내가 진심으로 감탄하자,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잘 나와야죠. 그날 기억나요? 마음에 드는 컷이 나올 때까지 수백 장 찍었잖아요.”
“엄청 찍긴 했지.”
예전보다 더 친절해지긴 했지만, 사진작가 황태선의 완벽주의는 더 심해졌다.
개인 컷과 달리 단체 컷의 경우 정말 오래 찍었지.
고생도 많이 했다.
에어컨이 나오긴 했지만 조명 때문에 수트 안에서는 연신 땀이 흘러나왔다.
나중에 옷을 갈아입을 때, 와이셔츠 안에서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왔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눈이 너무 부셨다.
나중에 가서는 네온 조명 때문에 눈에 잔상이 돌아다녔다.
거의 30분 동안 검은 반점들이 돌아다녔지.
지호가 ‘저 이러다 눈이 안 보이면 어떡하져?’ 하면서 달라붙어 귀찮게 하기도 했고, 그날 빨간 휴지와 파란 휴지가 꿈에 나와 자기를 휴지꾼으로 채용해달라고 했을 정도였다.
다음 날, 밥을 먹으며 동생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보았지만 휴지꾼이 대체 뭘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고생을 한 만큼 사진의 퀄리티는 몹시 좋았다.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많이 찍어서 이렇게 결과물이 좋은 것 같아요. 특히….”
비주가 손가락으로 사진 어딘가를 가리켰다.
하지만 굳이 누구라도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이번 촬영의 MVP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사진 정가운데.
카메라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등을 돌린 의자에 앉아 있는 빨간 머리의 인물.
등받이에 팔을 걸친 채 뒤를 돌아보고 있는데, 어딘가 외로운 느낌을 주는 무표정이었다.
그게 왼편의 청록색처럼 된 파란 조명이 비추는 표정이었고.
오른편에서 붉은 조명이 비추는 얼굴은 같은 표정이지만 묘하게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각기 다른 조명 때문인지 마치 가면을 쓴 듯한 얼굴.
우리 막둥이가 아니라 어딘가에 있는 평행 세계의 귀공자 같은 인상이었다.
“…….”
어딘가 혼자서 숨을 크게 쉬는 소리에 우리 모두 눈동자만 굴렸다.
지호가 코를 벌렁대고 있었다.
뺨은 씰룩씰룩 올라가 있고.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이었는데, 사진을 다시 보고는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볼 때면 표정이 싹 바뀌었다.
좋으면 대놓고 티를 내면 되는데, 형들이 볼 때마다 ‘뭐, 이런 건 일상이지’ 하는 표정으로 근엄한 척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연신 우리를 한 번씩 곁눈질하고 있었는데, 아마 쏟아지는 폭풍 칭찬을 기대하는 듯했다.
“흠흠흠.”
우리가 아무 말이 없자 지호가 헛기침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겼다.
“…….”
“흠흠흠!”
리혁이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비웃음을 머금은 입꼬리가 슥 올라가는 게 보였다.
“…….”
“아, 사진이 이게 잘 나온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네여. 이게… 잘 나온 게 맞겠져?”
비주는 입술을 꾹 오므리면서 먼 곳을 바라보았고, 중현이는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나도 웃음을 참을 때 두리번거리던 막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이내 상황을 눈치 챈 녀석이 소리 쳤다.
“아, 진짜! 나빴다, 다들!”
서운함 가득한 폭풍 칭얼거림이 날아들었다.
거대한 빨간 병아리가 칭얼대는 것 같았다.
“아니, 제가 사진이 이렇게 잘 나와서 뿌듯뿌듯하고 있는데. 형들이 돼서 칭찬 한 번 안 해주고…. 제가 저거 연습하려고 우주 형이랑 며칠 밤도 새고, 그래서 저 날 아침밥도 못 먹고 찍은 건데…….”
‘울 아빠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댔는데’하는 녀석을 보며 우리끼리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내 서운함 가득한 표정의 막내를 나와 비주가 사이에 끼고 달랬다.
“아이고, 장난 한 번 한 거지.”
“맞아. 장난이지.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형들이 장난 좀 치고 싶었어.”
“…잘 나왔어여?”
“당연하지. 엄청 예쁘다.”
비주가 어화둥둥 우리 막내를 하는 동안, 나는 리혁이를 불렀다.
“어이, 목소리 좋은 서 영감. 우리 막내 칭찬 좀 해줘.”
“뭐래.”
리혁이가 째려봤다.
“왜 나 보고 하래요?”
“얼마 전에 너 책도 하나 샀잖아. 그거 택배 내가 받았는데. ‘여심을 사로잡는 필살 포…’”
“이 사진의 주인공은 말이죠.”
볼펜을 든 리혁이가 문화재를 해설하듯 말했다.
“구도상으로 아주 완벽한 중심을 차지하고 있어요. 등받이에 손을 올린 이 포즈는 귀족다운 우아함을 보여주고 있고…….”
내 무르팍에 드러누운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여. 뭔 말인진 모르겠지만 전 귀티가 나고, 귀족스럽고, 귀엽져.”
“삼귀인가.”
중현이의 개드립에 모두가 물개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그 동안 비주가 ‘책 그거죠? 필살 포즈?’라고 속삭여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저 그거 몰래 봤어요.”
그 속삭임에 웃음이 나왔다. 사실 나도 그 책 몰래 봤거든. 나도 봤다고 했더니 비주가 몹시 좋아했다.
한편, 지호에게 계속해서 과장된 칭찬을 던졌다.
“이야, 근데 우리 막내 진짜 잘 나오긴 했다. 어떻게 이렇게 잘 나왔지? 진짜 이 턱선 하며.”
“그져. 저도 그렇게 생각해여.”
“…….”
“더 해주세여.”
“어우, 속이 울렁거려서 더 못하겠다.”
끝을 모르고 기고만장해지는 막내의 모습에 리혁이가 혀를 찼다.
“진짜 양심 없다. 왕지호. 나 같으면 그런 칭찬 들으면.”
“기쁘져?”
“그래, 기쁘…지 않거든? 난 그런 칭찬에 감정이 좌우되지 않는다고.”
내가 웃음을 터뜨렸다.
“리혁아. 무슨 로보트야?”
“아. 잠깐만요.”
로보트란 말에 리혁이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화제 바꿔서 미안한데. 로봇 청소기는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왕지호? 그거 오긴 하는 거야?”
“오는 중이래여.”
“야, 그냥 조립해. 그게 더 빠르겠다.”
막내가 깔깔거리면서 하이파이브를 청했고, 리혁이가 우리 둘을 보며 극혐하는 표정을 지었다.
비주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그래도 우리 다 같이 정말 잘 나온 것 같아요. 내일 공개되는 개인 컷도 이렇게 잘 나오겠죠?”
“그러게. 잘 나왔으면 좋겠다.”
연습실 구석에서 개인 컨셉포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슬슬 올 때가 된 것을 찾았다.
“이제 팬분들 반응 좀 확인하자.”
중현이가 스크롤을 내리며 말했다.
“음… 반응 좋아요. 다들 울고 있어요.”
“울고 있어?”
“중현이 형이 유유 말하는 거예여. ‘울 지호 미쵸따 너무 예뻐 유유’ 이런 거여.”
전반적으로 다들 울고 계셨다.
아마 우리 공식 SNS 댓글이라 팬분들만 있어서 그런 거겠지.
다른 아이돌 팬들이나 일반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좋았다.
우리 수플레들이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아! 말 나온 김에 우리 라이브 방송 키는 건 어때여? 켜서 이 기쁜 소감을 나누는 거예여.”
“오. 좋다. 팬분들이랑 얘기도 하고.”
“나도 찬성.”
“그럼 정해졌네요. 뭐. 얼른 홍보팀에 허락을 맡아서… 뭐야, 아저씨. 왜 부정적인 표정이에요?”
“그게 말이야. 지금 우리….”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동생들의 모습에 내가 애매하게 웃을 때였다.
팅-
전원이 부족한 노트북이 절전모드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암전된 화면 위로 우리 다섯의 모습이 비쳤다.
노 메이크업, 잔뜩 땀에 젖어서 미역처럼 변한 머리, 변색된 티셔츠와 트레이닝 바지.
카메라엔 담기지 않겠지만 불현듯 느껴지는 퀴퀴한 땀 냄새까지.
화보 속의 요정은 사라지고 요괴들만 남았다.
“와, 진짜 못났네요. 우리.”
리혁이가 진심을 담아 한 말에 우리 모두 깔깔거리며 웃었다.
중현이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이대로 방송하면 그거대로 재미있긴 하겠네요.”
“기사화까지 된다에 오백 원 걸 수 있어여. ‘충격! 뉴블랙 민낯 공개’ 이런 식으로 해서.”
“기사 내용에 ‘네티즌 ‘보는 내가 더 민망’’이 들어간다에 오천 원 건다. 비주 형은요?”
“나도 오백 원 걸게.”
“뭘로요?”
“그냥 걸게.”
“…아저씨는요?”
“글쎄다. 오천 원 그런 건 모르겠고, 팬카페에서 오천 명이 빠져나가기는 하겠지.”
내 말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 들어 우리가 좀 이상하다.
하도 연습실에서만 갇혀 있어서 그런지 옷깃만 스쳐도 서로 바라보며 깔깔거리곤 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다시 연습할까?”
그 말에 모두 말없이 일어났다.
잔뜩 꼬질꼬질해진 모습에 인간의 존엄성은 보이지 않았지만, 거울에 비치는 얼굴들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대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앨범을 홍보하는 프로모션.
그 첫 번째 단계인 단체 컨셉 포토부터 ‘아, 이건 잘 된다.’하는 느낌이 물씬 풍겨나올 만큼 퀄리티가 좋았다.
재킷 사진 촬영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자본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랬기에 예감이 좋았다.
이번 앨범이 잘 될 것 같다고.
* * *
수능이 끝나고 일주일 동안, 뉴블랙의 미니 1집 ‘Five Colors : The Red’의 프로모션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금요일에는 단체사진이, 토요일에는 멤버별 개인 컨셉 포토가 공식 SNS 계정에 업로드 됐다.
회색빛 도시를 배경으로 한 흑백사진으로 붉은색 물체에만 색이 표시되어 있었다.
다들 어딘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흐트러진 와이셔츠 차림이었다.
벽돌로 된 벽에 기대서서 카메라를 내려다보는 선우주.
골목길에서 한쪽 무릎을 굽힌 채 쪼그려 앉아서 뒤를 두리번거리는 김비주.
문 앞에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김중현.
어두운 방에서 조심스럽게 창문 밖을 내다보는 서리혁.
그리고 어딘가의 무도회장 같은 곳.
홀로 정장을 갖춰 입은 왕지호가 가면 무도회의 인파 속에서 뒤를 돌아보는 사진까지.
공식 SNS에 컨셉 포토가 공개되자마자, 수플레들은 기뻐서 방방 뛰기 시작했다.
-얘들아ㅠㅠㅠㅠㅠ 전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죽으면 안돼요ㅠㅠㅠ
-와.. 와.. 미쳤다 사진 퀄
-근데 단체샷 때부터 느꼈는데, 어떤 스토리가 있는 것 같지 않나여?
-ㅇㅇ 그런 것 같아요. 사과라든가, 빨간 우산이라든가.. 뭔가 암시하는 게 잔뜩 많은 듯요
사진 속 멤버들의 외모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컨셉 포토에서 느껴지는 일종의 실마리에 수플레들은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곧바로 앨범 발매를 기다리는 동안,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추측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편, 뉴블랙의 컨셉포토는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중이었다.
[이번에 팬들 반응 좋은 뉴블랙 컨셉포토 (스압)]
-와.. 내가 살면서 레몬이 사진 잘 뽑는 걸 보게 될줄이야
-성장했구나.. 규호쟝..
-ㄹㅇ 잘나왔네ㅋㅋㅋㅋ
-저기 빨간머리 오빠 존함 좀
-막내 지호야ㅇㅇ 오빠는 아닐걸. 쟤 열일곱임
-ㄴㄴ 내가 오빠라 부르면 그가 다가와서 오빠가 되는 것임
-와. . 근데 컨포 진짜 잘 뽑긴 했다. 대박수준 아니야? 이 정도면?
-이번에 돈 들인 거 보니까 뮤비도 대박일 것 같은데.. 솔직히 여기서 노래만 좋으면 잘 터질듯
-야 얘네 진짜 뜨겠다
시기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컴백을 연기하게 되면서 이미 떡밥을 상당히 소진한 TNT가 똑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리는 동안, 그 공백을 신인들의 차기 앨범 소식이 메우고 있었다.
MOP의 신인 걸그룹 세레니티가 선보이는 제복 컨셉, 레몬의 신인 보이그룹 뉴블랙의 특이한 가면 컨셉.
둘 중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뉴블랙이었다.
‘리얼리티의 영향이 컸구나.’
아이돌 커뮤니티의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홍보팀의 홍서영 대리는 스크롤을 쭉쭉 내렸다.
어느 글을 클릭하든 뉴블랙에 관한 호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주세한의 추석 특집으로 확 시선을 끌어모으기도 했지만, 아이돌 팬덤에게 이런 호감을 얻은 이유는 바로 리얼리티 때문이었다.
김치통 폭발 씬을 비롯한 각종 시트콤스러운 장면들이 움짤과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호감을 지니는 이들이 꽤 늘어난 듯했다.
-와.. 대길이 친구 진짜 수트핏 미쳤다
-also 스투핏
-ㅋㅋㅋㅋㅋㅋ스투핏 뭐냐고
-우주 쟤는 어떻게 저렇게 생겼냐
-비주?? 맞지 너 어디 사니
-왜 김치 보내주게?
-얘네 진짜 갭 오진다..ㅋㅋㅋ 최근에 움짤로 봤던 걔네들인가 싶음
신인인데도 아이돌 팬들이 멤버 개인의 이름을 꽤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을 안다거나, 호감을 가진 정도로 이만큼 반응이 오진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이렇게 호의적인 반응과 함께 관련 글들이 올라온다는 것은 그만큼 컨셉 포토의 퀄리티가 좋다는 증거일 터였다.
“뭐 봐?”
옆자리 남 대리가 물음에 그녀가 대답했다.
“우리 애들 사진 모니터링.”
“흐음… 오, 반응 진짜 괜찮은데…? 최근에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신인 가지고 이런 적이 있었나?”
“없었지.”
그랬기에 당황스러웠다.
앨범을 홍보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그 징조라고 할까.
전조 증상이 굉장히 좋았다.
불안할 만큼 길조였다.
불꽃놀이 때는 카나리아 한 마리가 지저귀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까치 수백 마리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댄스 브레이크를 하는 수준이었다.
홍 대리는 조심스럽게 머릿속으로 통계를 냈다.
뉴블랙과 다른 그룹의 언급량 비교.
하지만, 그 비교대상은 같은 1년차 신인인 세레니티가 아니었다.
‘언론 기사는 비교도 안 될 만큼 TNT와 차이가 나지만… 커뮤니티 언급량은 그보다 격차가 적어.’
지금으로선 정확하게 예측할 만한 지표가 없긴 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홍수에 휩쓸리듯 TNT의 컴백에 떠내려간 세레니티와는 달리, 뉴블랙은 그 안에서 불씨를 활활 태우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조짐이 생각보다 더 좋다는 것.
그녀는 침을 삼켰다.
관계자로서 이미 앨범의 트랙이라든가, 그 내부적인 퀄리티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현재 공개된 컨셉 포토는 그 중의 일부일 뿐.
그랬기에 가슴이 묘하게 두근거렸다.
‘이거 잘하면…….’
머릿속으로 어떤 생각 하나가 스쳤지만, 혹여 부정이라도 탈까 싶어 입밖으로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다.
그저 앨범이 발매할 때까지 묵묵히 본인의 할 일을 할 뿐이었다.
* * *
늘 느끼는 사실이지만 연습에는 끝이 없다.
이쯤 돼서 완벽하겠지, 싶으면 또 부족한 게 눈에 보이고. 그걸 보완하고 나면 또 다른 게 나타나고.
마치 두더지잡기 같다.
‘히히, 나 잡아봥!’해서 콩! 찍으면 ‘다음은 나지롱!’하면서 뛰쳐나온다고 할까.
그래서 D-Day를 앞둔 요즘의 심경은 최고점수를 눈앞에 둔 두더지잡기를 하는 것 같다.
며칠만 더 있었으면….
안무 시작할 때 손동작 더 예쁘게 할 수 있는데, 카메라에 표정 좀 더 근사하게 담을 수 있을 자신 있는데.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100%로 완성할 수 있는데 하는 느낌.
한편으론 또 시간이 빨리 가서 얼른 우리 수플레들이랑 같이 놀아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들리는 소식이 심상치가 않았다.
“형, 이거 봤어요? 우리 기사 또 떴어요.”
밥 먹을 때마다 동생들과 함께 열심히 ‘뉴블랙’을 검색하거나 우리 미튜브 채널에 들어가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렸다.
“어… 뭐야, 왜 이렇게 많이들 봤지?”
일요일에 공개된 우리의 뮤비 티저 영상이 벌써 조회수만 수십만에 근접하고 있었다.
뮤비가 아니라 티저가.
열두 시간 만에 이백만 뷰를 기록한 TNT의 컴백곡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신인 보이그룹으로서 이례적인 수치였다.
매니저들과 홍보팀 직원들은 우리가 동요할까봐 일부러 말을 안 해주고 있는 듯했지만, 지나갈 때마다 표정을 짐짓 감추는데 다들 굉장히 동요하고 있었다.
얼떨떨하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느낌.
-대세 신인 뉴블랙, 컴백 티저 속 ‘치명적인 매력’ 발산
-뉴블랙 ‘Masquerade’ MV 티저 공개 ‘카리스마+섹시’
-벌써 뜨겁다.. 뉴블랙 MV 티저 조회수 ‘관심 폭발?’
올라오는 기사 숫자의 단위가 1집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컴백 때까지 인터넷 반응은 살피지 않기로 했기에 인터넷 커뮤니티나 팬카페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공기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
어떤 큰 것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듯, 그런 긴장감 속에서 우리는 차분하게 시간을 보냈다.
D-3
신곡 뮤직비디오 티저가 공개되고.
D-2
앨범 수록곡들의 하이라이트를 담은 프리뷰 영상이 공개되고.
D-1
자정에 스토리 필름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되는, 마침내 기자 쇼케이스를 하루 앞둔 11월 17일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