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6)화 (14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46화

21장. 생애 단 한 번뿐인

처음이다.

이 정도로 빼곡한 스케줄표는.

“흐어, 뭐가 이렇게 많아여? 예능….”

“지호야.”

내가 검지를 들어 보이자 막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칸막이 대기실이라 바로 옆에서 다른 신인들이 나누는 대화까지 다 들리는 곳이었다.

이런 데서 스케줄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건 조심해야지.

곧바로 핸드폰 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떴다.

지호 [와!!]

지호 [와아아아아!!!!]

리혁 [뭐래는 거야]

지호 [소리 지르고 싶은데 톡방에다 소리 지르는 중이에염]

비주 [어 나도 할래 나도]

비주 [와!]

중현 [우아]

지호 [ㅋㅋㅋㅋㅋㅋㅋㅋ]

리혁 [와!]

지호 [1절만 하세요.]

잠시 음소거 상태의 투닥거림이 있은 후, 우리는 스케줄표를 보면서 감탄했다.

빼곡하다.

매일 스케줄이 최소 하나씩은 있었다.

저녁 시간대마다 라디오 출연이 있었고, 케이블과 지상파 예능 목록이 주르륵 떠 있었다.

중간중간 행사가 있었지만 대부분 팬사인회였고, 진짜 행사는 손 꼽을 만큼 적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3월에 썸씽이 한창 핫했을 때는 행사로만 가득했는데, 이제는 방송 스케줄이 가득했다.

그에 담긴 의미에 우리 모두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벌써부터 이렇게 섭외가 확정되었다는 건 방송국 사람들이 드디어 뉴블랙을 ‘성공적으로 데뷔한 신인 그룹’에서 ‘뜨기 시작한 그룹’으로 분류했다는 거니까.

비주 [스케줄표 보니까 오늘부터 체력 관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였다.

흐뭇하지만 한편으로는 겁나게 빡센, 우리 덕순쓰의 말을 인용하면 옴팡지게 빡센 스케줄이었다.

물론 저것만 보면 할 만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저기 생략되어 있는 게 두 가지가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음방 녹화와 이제 곧 있을 연말 무대 연습.

-12.11 망고 차트 어워드 신인상 후보 무대

밤 늦게까지 스케줄을 하다가 돌아온 후, 새벽에 무대 연습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아찔했다.

하지만 흐뭇하게 웃기로 했다.

나 [일단은 웃자]

나 [고생하는 건 미래의 우리 아니냐]

동생들이 반색했다.

중현 [오]

지호 [맞네요]

리혁 [맞긴 뭐가 맞아요 이 사람들아..]

비주 [그럼 기뻐하자 (๑•̀ㅂ•́)و ]

중현 [동의]

이내 우리는 스케줄표를 앞에 둔 채 음소거 상태로 어깨춤을 추기 시작했다.

잠에 빠져든 민기 형의 몽롱한 눈이 우리를 3초 동안 바라보았다가 다시 닫혔다.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   *   *

K-Net에서 컴백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우리는 연예IN의 오소희 기자님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우리한테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시면서 ‘48시간 만에 뮤비 백만 뷰 돌파’라든가. ‘해외 K팝 웹진에 벌써부터 2014 ‘최고의 신인’이란 말이 나왔다’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때마다 표정 관리를 위해 힘 써야 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정말 뉴블랙은 잘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라는 상투적인 얘기를 해주셨는데, 이분은 정말 우리 데뷔 때부터 지켜봐준 분이라 굉장히 감사했다.

기사 타이틀도 몹시 훈훈한 분위기로 나갔다.

-[단독] 뉴블랙, 컴백 후 첫 인터뷰 “아직 얼떨떨.. 더 완벽하고 싶다”

불과 하루 밖에 안 됐지만 벌써부터 ‘너희 곧 뜨겠다’, ‘노래 좀 더 치고 올라가겠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연예계 관계자들이 보기엔 추이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도 이제야 진짜 대박이 났구나 싶었다.

발매일인 어제는 얼떨떨하다가 방송국에 오고 나서야 우리가 얼마나 잘 된 건지 체감했다고 할까.

하지만 인터뷰 때 이야기한대로 우리는 현재 들려오는 그런 이야기에 안주하고 싶진 않았다.

온전히 우리만의 성공이 아니었으니까.

이번 앨범이 잘된 데에는 석 달간 앨범 제작을 위해 매일 밤을 새운 직원, 스탭들과 우리 수플레들의 힘이 컸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열 스푼, 아니 드럼통 수준의 행운까지.

그 모든 복합적인 결과물이었기에 기쁘기도 하지만 더 욕심이 생기는 것 같다.

우리가 더 잘해야지 하는.

잘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더 욕심이 생겼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동생들도.

모처럼 찾아온 기회라서 절대 놓칠 수 없었다.

HBS 목동 사옥.

12층 라디오 센터에 도착한 우리는 한 차례 만났던 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어서 와요.”

지난 7월에 나와 리혁이가 출연해서 ‘밤바다’를 불렀던 HBS 제작진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방송 잘했다며 다음 컴백 때 단독으로 불러주겠다고 메인작가님이 말씀을 하셨는데 정말 약속대로 불러주셨다.

그것도 컴백 당일.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매니저들과 함께 연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컴백 당일에….”

“너무 그러지 마요. 어차피 가수 부르는 코너가 목요일이라서 이렇게 된 거니까.”

웃으며 말하는 메인작가님에게 내가 다시 인사했다.

“저희가 너무 감사해서 앨범이랑 같이 선물도 챙겨 왔어요.”

“어머, 이런 거 안 줘도 되는데.”

“저희 막내가 산 거예요.”

“맞아여. 그러니까 저희 예쁘게 나오게 해주세여.”

내 어깨 위로 쏙 나타나 생글거리는 막내의 모습에 제작진 분들이 귀엽다며 좋아하셨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근데 이거 라디오야, 지호야. 안 보여.”

“네? 지난 번에 리혁이 형이랑 같이 얼굴 나왔잖아여.”

“그건 보이는 라디오고.”

“오늘은 안 보여여?”

“눈을 감아 봐.”

지호가 눈을 감고 말했다.

“감았어여.”

“뭐가 보여?”

“아녀. 형 목소리만 들려여.”

“그래. 바로 그거야.”

“안 돼…….”

세상이 멸망한 것처럼 울적한 표정을 짓는 우리 막내의 모습에 잠시 웃음이 터졌다.

구석으로 가는 녀석을 보며 내가 물었다.

“쟤 왜 저러는 거야?”

비주가 웃으면서 말했다.

“지난 번에 리혁이가 라디오에서 나왔을 때요. 엄청 잘 나왔다고, 자기도 오늘 그것보다 두 배.”

“세 배여.”

“세 배 더 잘 나올 거라고 했거든요.”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지 오늘 사복에 힘을 엄청 줬다 했더니 그거였구나.

새벽부터 일어나서 붕어 눈으로 행거에서 옷을 꺼냈다가 넣었다가를 반복하길래 뭐지 하던 차였다.

막내가 의자에 앉으며 꿍얼거렸다.

“옷 진짜 좋은 거 입었는데.”

“그러게, 마음씨를 곱게 써야지. 넌 나 절대 못 이긴다, 왕지호.”

지호에게 말을 거는 리혁이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한편, 오늘 방송할 대본을 훑기 시작하면서 다들 진지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토록 예능이나 방송 일정이 많은 건 신곡 Masquerade를 홍보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토크는 모르겠지만, 신곡 홍보만큼은 완벽하게 잘해야 했다.

“뉴블랙, 들어갈게요.”

“네!”

9시.

‘원더풀 나잇’ 2부가 끝나고 곧이어 3부의 ‘목요일 밤의 목소리’라는 가수 소개 코너를 진행할 시간.

광고가 흘러나오며 [On Air]의 불이 꺼진 후, 우리는 부스 안으로 들어가 DJ와 인사를 했다.

“어서 와, 우리 뽀시래기들.”

장소원 선배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포옹해 주었다.

그러곤 말했다.

“너희 키 좀 컸구나.”

“와…….”

우리가 진심으로 감탄했다.

“어떻게 아셨어요?”

“너희 인터뷰에서 봤어.”

“아하.”

서로를 마주 보며 한참 동안 웃었다.

근황 토크를 나누는 가운데, 장소원 선배가 곧 있을 합동무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망고랑 연말 무대 있잖아. 썸씽.”

“아, 네.”

“우리 만나서 연습해야 되는데, 너희가 시간이 안 나겠지?”

“음… 그 부분은 매니저 분들끼리 이야기를 나눠야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저희가 높은 확률로 어려울 거라… 아마 안무나 동선 체크 영상 주고 받는 식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너희도 진짜 바쁘겠다. 음방 뛰랴, 홍보하랴.”

“열심히 해야 돼요.”

중현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돈 들어올 때 노 저어야죠.”

선배가 숨이 넘어가라 끅끅거리며 웃었고, 우리도 거기에 동참했다.

중현이만 뭐가 이상했나? 하고 있을 뿐.

방음 유리 너머의 제작진들은 뭐가 그리 웃긴지 궁금해 하는 얼굴이었는데 대화 내용을 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3부 시작곡으로 불꽃놀이가 나가는 동안 장소원 선배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아, 웃겨 진짜. 난 이제 중현이 얼굴만 봐도 웃긴 거 같아.”

“저희도 그래요.”

그러면서 흑염소 등등 중현이에게 궁금한 게 많다면서 이따 방송에서 물어볼 거라고 예고를 했다.

방송에서 폭풍 수다를 떨자는 약속을 한 후.

저마다 대본을 뒤적거리며 준비를 할 때,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뿌듯하다. 진짜. 작년에 만났던 우리 뽀시래기들이 1위 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우리 모두 손사래를 쳤다.

“저희 아직 1위 아니에요. 선배님.”

“아냐. 내가 봤을 땐, 음방이든 차트든 한 번은 꼭 할 것 같아. 음방 1위 후보로는 무조건 올라가게 될 거고.”

“네, 그 후보 얘기는 들었어요.”

그건 회사로부터 듣긴 했다.

음원 성적이랑 차트 추이가 좋아서 다음 주 1위 후보로는 무조건 들어갈 거라고 들었다.

1위 후보라니.

1위라는 말이 아직도 낯설어서 선배한테 이야기할 때도 1위 후보 대신 ‘그 후보’라는 단어를 썼다.

그러다 문득 뭐가 떠올랐는지 선배의 낯빛이 흐려졌다.

“아, 근데 TNT랑 겹치지?”

“네. 맞아요.”

장소원 선배가 뺨을 긁적였다.

“그럼 쪼끔 험난하기는 하겠다. 내가 걸그룹할 때 그때 당시에 가장 잘나가는 애들이랑 겹친 적이 있었거든.”

“…….”

“당분간 인터넷은 안 보는 거 추천이야. 어차피 볼 시간도 없겠지만.”

“네. 그럴게요.”

“진짜, 멘탈 관리 위해서라면 필수야. 필수.”

‘으’ 하면서 학을 뗀다는 표정을 짓는 이의 모습에 뭔가 무서워졌다.

비주가 메모장을 켜서 뭐라고 끄적였다.

아마 할 일 리스트에 새로운 걸 추가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때 피디님의 목소리가 울렸다.

-곧 광고 끝납니다.

다 같이 헤드폰을 썼다.

방송이 시작할 시간이었다.

*   *   *

9시 5분.

흥겨운 BGM과 함께 DJ와 게스트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일주일마다 한 번씩 초대 가수들을 초청해서 한 바탕 신나게 노는 시간. ‘목요일 밤의~

-목소리!’

-네, 오늘 청취자 여러분의 귓가에 꿀 같은 목소리를 들려줄 가수 분들을 모셔 보겠습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부스 안에서 박수를 치며 자기들끼리 환호하며 자기소개를 하는 가운데, 바깥에선 제작진이 이벤트 당첨자를 입력하고 있었다.

-네, 정답은 뉴블랙의 불꽃놀이었고요. 5775님, 9888님, 3057님 축하 드립니다. 영양제 세트 보내 드립니다.

-와아아, 영양제!

DJ가 귀엽다는 듯 뉴블랙 멤버들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와, 반응이 정말 뜨거워요. ‘뉴블랙이라니 대박’, ‘왜 오늘 보이는 라디오 안 해요 엉엉’, ‘노래 좋던데’ 등등. 어우, 눈 아파. 스크롤이 너무 빨리 올라가서 읽지를 못하겠어요.

-저 읽을 수 있어요.

-아, 그래요?

-네. 제가 동체시력이 좋거든요.

멤버 중현이 읽어보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다.

그리고.

-어, 읽었는데요.

-네에.

-까먹었어요.

지켜보던 우주의 황당함 어린 목소리.

-너무 당당한 거 아니에요?

-제가 동체 시력은 장난이 아닌데 기억력이 나빠요.

그때, 리혁이 나서서 물었다.

-질문 있습니다. 중현 씨. 8일 전에 저희가 뭘 먹었죠?

-두부 샐러드랑 닭가슴살 스테이크요.

-…….

이어서 비주가 물었다.

-중현 씨, 그러면 제가 오늘 아침에 한 말은 기억 나나요? 숙소 들어오면 신발장에 꼭 신발….

-음? 아침에 저한테 말을 거셨나요?

말없이 콧김으로 코를 벌렁거리는 비주의 모습에 다들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흐하하! 콧김 소리 들어갔어여.

-오늘 꼭 보이는 라디오로 했어야 했는데. 비주 군의 방금 표정 정말 저희만 보기 아깝네여.

-허… 그럼 저희 다음에 또 불러주세여.

-어떠신가요, 피디님? 뉴블랙 또 나오나요?

부스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던 피디가 웃으며 반쯤 고개를 끄덕이자, 안에서 환호가 들려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인작가가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오늘 반응 어때?”

“완전 좋은데요.”

서브작가가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댓글 반응이 완전 좋아요. 느낌상 팬들이 달아주는 댓글 같기는 한데, 그거 감안해도 웃기다면서 반응이 좋은 편이에요.”

“팬?”

“네, 채팅창 인원 봐요. 지난 주보다 한참 더 많잖아요.”

모니터에 표기된 숫자를 바라본 엔지니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 그렇게 불어났대?”

“주세한 때문에 붙었나 보죠, 뭐.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뭐가 많았던가.”

“참 이 바닥도 하루하루가 다이내믹하네. 몇 달 전에 봤을 때만 해도 나만 아는 가수 느낌이었는데.”

밤바다의 최초 공연을 지켜봤던 이들에게는 낯선 광경이었다.

“얘네도 참 빨리 크네요.”

“쟤, 리혁이 봐요. 7월 달에만 해도 말도 잘 못하고 당황했는데, 이젠 잘하잖아.”

“어? 그때 못했어요?”

“아니었어?”

“전 그냥 목소리가 너무 좋다고 생각해서….”

“못했지. 리더 혼자 거의 다 했잖아.”

“하긴. 우주 표정이 확 피긴 했네요.”

그들의 시선이 DJ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우주에게 향했다.

이전에 출연했을 때와 달리 한결 편해지고 여유로웠다.

아마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고 빠지는 멤버들 때문인 듯했다.

-참, 앨범 타이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죠?

-네. 저의 흑역사인데요.

돼지 꿈에서 나온 멜로디.

그리고 새벽에 회사 이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채팅창에 웃음이 터졌다.

-그래서 이사님과 돈까스는 먹은 건가요?

-네…. 맛집이라고 하셨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처음엔 자존심 때문에 조금만 먹으려고 했는데 1인분을 더 시켰어요.

-저도 꼭 알려주세요. 그곳.

그런 말과 함께 장소원이 화제를 돌렸다.

-참, 예전에도 느꼈지만 우주 군의 꿈은 항상 중요한 때에 큰 도움이 되네요.

-맞아여. 그래서 비주 형씨, 아니 씨가.

-깜짝이야. 발음에 유의해주세요.

-죄송해여. 제가 성장기라.

-그렇네요. 한창 혀가 커 가는 시기죠?

-넹, 암튼 비주 씨가 앞으로 우주 님의 꿈을 해석하겠다면서 꿈 해몽 책도 하나 샀어여.

앨범 작곡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덧 3부를 마무리 해야 할 시간이 됐다.

-자, 그러면 이쯤에서 3부 마치고, 4부 ‘내 맘대로 노래방’ 코너로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채널~ 고정해 주세요!

그와 함께 Masquerade가 3부 마무리 곡으로 흘러 나왔다.

부스 안에서 다시 수다가 오가는 동안, 바깥에서 노래를 감상하는 이들은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노래 진짜 좋다.”

“약간, 외국 노래 중에 사람들이 좋아해서 차트에 오르는 거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그러게, 외국 노래 같네.”

노래를 듣던 피디가 물었다.

“이거 몇 위래, 지금?”

“오늘 아침에 검색해 봤는데 12위인가 그랬을 걸요.”

그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뉴블랙의 노래는 방송국의 전파를 타고 전국 곳곳으로 퍼지고 있었다.

버스, 독서실, 지하철 등.

노래를 조용히 감상하던 모두가 머릿속으로만 같은 생각을 할 때, 피디가 입술을 뗐다.

“더 오르겠네. 이거.”

*   *   *

컴백 후 첫 라디오 출연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메인 화면에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어젯밤의 방송 내용에 관한 기사가 꽤 올라오기도 했다.

-뉴블랙 멤버가 꿈해몽 책까지 산 이유는…?

-‘마스커레이드’, 작곡한 우주 ‘꿈에서 음악을 느꼈다’

-‘원더풀나잇’ 출연한 뉴블랙 발언에 컴백곡 작곡기 화제

그 초점이 이상한 것들도 있고.

-뉴블랙 우주, ‘원더풀 나잇’에서 올드 감성 자랑? ‘애창곡이 모두 70년대 노래’

-뉴블랙, 막내의 과감한 폭로 ‘우리 리더, 옷이랑 이불도 할머니 취향이다. 전부 꽃무늬’

-[어젯밤 라디오] 뉴블랙 우주, ‘너도 할머니랑 살아봐라’ 발언에 청취자 큰 웃음

오늘은 팬카페에 절대 안 들어갈 거다. 절대.

“어우, 찌푸둥….”

“크흡.”

“조용히 해. 이것들아.”

금요일 새벽.

피곤함에도 아랑곳 없이 나를 놀리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는 못되먹은 민낯 요괴들을 무시하면서 차량에 올라탔다.

오늘의 음악방송 스케줄은 PBS의 뮤직온.

지난 2월 이후로 다시 한 번 오랜 인연들과 재회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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