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57화
세리와 북북은 눈앞의 미남을 바라보았다.
곰곰이 뭔가를 생각한다.
안 그래도 깊어 보이는 눈이 한층 더 깊어 보이는 와중에 곱디 고운 손가락이 테이블을 리듬감 있게 두드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거의 몇 년 만에 복귀하는 방송이었다.
대망의 1회 게스트인 만큼 그들은 작가진에게 받은 자료와 별도로 뉴블랙에 대해 열심히 조사했다.
가장 먼저 입소문 네트워크의 핵심인 매니저와 스탭들에게 물었다.
-너희 뉴블랙 아니?
곧바로 이런저런 풍문이 들려왔다.
-걔네 엄청 착하대요. 언니. 진짜 다 착하다고 하던데요?
-애들 성격 좋기로 유명하잖아요. 그거 소문 퍼져서 이번에 스탭 충원할 때 장난 아니게 지원자 많았대요.
-실제로 본 적 있는데… 착하기는 한데 애들이 만만한 느낌은 아니더라. 무대 리허설 하는데 자잘한 오류들도 귀신 같이 집어내서 자기네 스탭한테 전달하더라고.
성격이 좋고 프로답다는 호평이 전반적이었는데 그 부분에 관해선 그들도 인정했다.
텐션의 차이는 있지만 카메라 앞이든 뒤든 멤버들이 참 괜찮아 보인다고 할까.
거기다 어떻게든 분량을 뽑아내려고 최선을 다하기도 하고.
존경한다면서 눈을 반짝였던 후배 가수 때문에 콩깍지가 낀 걸 수도 있지만 입소문 네트워크의 평가는 정확했다.
그런데 그중 이상한 소문이 섞여있었다.
‘거기 작곡 천재 같은 애 있다고 하던데.’
무슨 곡을 중국집 면발 뽑는 속도로 뽑아내는 멤버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뭔 이상한 소리야 했지만 곧바로 검색을 하자마자 증거 자료가 쏟아지듯이 나왔다.
회사에서 올린 밤바다 작곡기, 뮤직카페에서 보였던 피아노 실력도 있고, 리얼리티에 나온 특이한 작곡 방식과 루프 스테이션을 이용한 작곡까지.
믿기 힘든 일이었다.
……저 노래들이 다 그렇게 뽑혔다고?
물론 순수하게 노래만 만든다면 그보다 더한 속도로 뽑아내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노래가 빼어난 퀄리티로 뽑히는 케이스는 드물었다.
과연 진짜일까?
두 MC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때, 우주가 생각을 다 정리했다는 듯 입술을 뗐다.
“보통 로고송이라고 하면 기업이나 제품을 알리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돌쇼의 MC인 두 분을 주제로 하려고 해요.”
“어머, 우리를?”
“네. 정확히 말하자면 두 분의 목소리에서 받은 인상으로요. 물론 익숙한 코드를 이용한 진행이겠지만…….”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가운데 우주가 건반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일단, 세리 선배님의 목소리는 낮고 우아하시잖아요.”
“음흠흠…….”
올라가는 광대를 숨기기 위해 그녀가 진행카드로 얼굴을 가렸다.
그 동안 우주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귀에 착 감겨오는 멜로디였다.
미니 건반에서 울리는 단조로운 음의 조합이었지만 희한하게 부드럽게 은은하게 들린다고 할까.
그런데 본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잠시만요. 이게 아닌데…….”
그러면서 손가락을 몇 차례 움직이더니 비슷한 멜로디를 여러 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침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았는지 우주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차이지?’
거기서 거기 같은데 저 예민한 귀에는 다르게 들리는 모양이었다.
“북북 선배님의 목소리는 톡톡 튀듯이 산뜻한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식으로…….”
이번에도 두어 번 반복하더니 원하는 멜로디를 찾아낸 듯 손가락이 가볍게 연주했다.
‘오…….’
북북은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방금 꺼낸 멜로디가 그에게 맞는 옷처럼 어울린다는 것은 분명했다.
“네, 이런 식으로 두 개를 섞으면 돼요.”
오른손만 움직인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양손이 모두 움직였다.
곧바로 두 멜로디가 섞인 연주가 시작됐다.
중간 중간 드럼 소리처럼 우주의 발소리가 툭, 툭하는 소리가 섞이고.
산뜻한 로고송이었다.
마치 처음 오는 이를 어서 오라는 듯 반갑게 맞이하는 짧은 30초짜리 노래.
하지만 두 MC가 감탄한 것은 그 멜로디의 조화였다.
왜 멀쩡한 걸 두고 이것저것 고민하나 했더니 머릿속에서 혼자 그것을 조합해본 모양이었다.
“아…….”
두 MC는 얼떨떨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되네?
이게 되네?
어안이 벙벙했다.
가요계에 들어오면서부터 지금까지 연예계에서 20년을 넘게 활동한 이들이었다.
연기인지 아니면 진짜인지는 슥 보기만 해도 견적이 바로 나왔다.
정말 즉석에서 좋은 노래를 뽑아내는구나.
갓 만들어 낸 로고송은 저기서 조금만 손을 더 보면 완성될 만큼 퀄리티가 좋은 편이었다.
“……어떤가요? 마음에 드시나요?”
“이걸 진짜 지금 만든 거예요? 이거를?”
“네. 원한다면 다른 주제로도 보여드릴 수 있기도 한데…… 혹시 마음에 안 드신다면.”
둘이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들어요. 진짜로.”
“피디님! 얼른 뉴블랙 매니저님이랑 협상해요! 로고송, 이거 너무 좋다. 우리 이걸로 써요!”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 제격인 수준이었다.
이내 세리가 농담하듯 말했다.
“우주 씨, 우리랑 작곡 스튜디오 하나 차리자.”
“그럴까요? 마침 이 배은망덕한 친구들로부터 벗어나려던 참이었어요.”
세리가 내민 손을 우주가 장난스럽게 붙들려고 할 때 누군가 나서서 그 팔을 붙잡아 번쩍 위로 올렸다.
“안 돼요! 저희 사유재산이에요.”
“사유재산? ……비주야?”
어이가 없다는 표정의 당사자를 앞에 두고 평소 리더를 놀리기 바빴던 멤버들이 그 주변을 칭칭 감았다.
지호가 어깨를 붙잡았다.
“가지 마여. 형은 우리 황금 알을 낳는 노비라구여.”
“야.”
“맞아요. 작곡용 도비에요.”
“……중현아.”
개판이 벌어지는 가운데 괴로워하던 리더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리혁이 급하게 왕관을 벗었다.
“어디 가요. 내가 왕관 씌워줄게.”
“……씌워줘. 그러면.”
곧이어 보석 왕관을 쓴 채 좋아하는 리더의 모습에 MC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기기도 했지만 좋은 분량을 건졌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 * *
갑자기 동생들이 잘해 준다.
“리혁이.”
“……네, 혐.”
“방금 혐이라고 했는데?”
“발음이 잠깐 뭉개진 거예요. 혐.”
“그래요. 평소에도 이렇게 형이라고 부르면 얼마나 좋아요? 아저씨가 뭡니까.”
붉은 얼굴이 항변했다.
“일시적인 거니까 너무 좋아하지 마요. 아까 말했듯이 광해군의 실리…….”
“리혁 씨.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몰락했어요. 지금 왕관을 쓴 인조는 바로 저예요.”
“병자호란이 인조 때 아니에요?”
“……다음 순서로 넘어갈까요?”
천연덕스럽게 넘기는 내 모습에 웃었다.
원래는 비주 코너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지호가 입술을 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와, 선배님들한테는 이렇게 주제가도 만들어주고 그러면서. 우리한테 주제 노래 만들어준 적 없었잖아여.”
여기저기서 동의하는 소리가 오가는 동안 나는 머리가 띵했다.
이것들이……?
황당함으로 물들어가는 내 얼굴에 두 MC가 물었다.
“왜 그러세요, 우주 씨?”
“멤버들이 자기들을 주제로 만든 게 없다는 말이 너무 황당해서요.”
“…황당해요?”
“네. 이미 만들었거든요.”
“……?”
내 손가락이 빠르게 건반을 휘저었다.
“들어보세요. 이건 지호 씨고요.”
막내부터 우리 둘째까지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가는 멜로디를 선보이는 동안 동생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고는 이내 ‘앗……’하는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내가 혀를 차며 말했다.
“불꽃놀이잖아요.”
“불꽃놀이면 뉴블랙 타이틀… 맞나요?”
“네. 이미 동생들을 주제로 만든 멜로디가 있는데, 그걸 모르고 저한테 항의를 하네요.”
“어엇…….”
“그리고 마스커레이드.”
분노의 엔터키를 누르듯 내가 특정 파트를 강조해서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려주었다.
“이거 지호 씨잖아요. 지호 씨.”
“어어.”
“…….”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무수한 석고대죄가 이어졌다.
두 MC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평소 노래가 다 이런 식이었던 거군요?”
“네.”
“와… 이거 진짜 신기하네요. 이러다가 방송 나가면 불꽃놀이 차트 올라가고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정말 상상만 해도 좋네요.”
내가 카메라를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웃었다.
“시청자 여러분. 혹시 시간이 나신다면 불꽃놀이 한 번 들어주세요. 저희가 마스커레이드로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지만, 불꽃놀이도 정말 좋은 노래거든요.”
“맞아여. 저희 노래 정말 예뻐여.”
“저희 말 나온 김에 노래도 한 번 불러볼까요? 자 다 같이~”
적당히 화음 맞춰달라고 눈짓을 보내니, 동생들이 찰떡 같이 알아듣고 아카펠라 버전으로 후렴구를 불러줬다.
알아서 척척 내 뒤에서 거대한 하트까지 그리는 동생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와, 진짜 환상의 팀워크네요.”
순식간에 1집 노래까지 홍보하는 모습에 세리가 인간적으로 감탄한다는 표정을 보냈다.
그때, 북북이 물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우주 씨의 즉흥 작곡을 좀 더 들어봐도 될까요? 예를 들어 멤버를 대상으로 즉흥 노래를 만든다든가.”
“한 번 해볼까요?”
당연히 가능했다.
누구를 주제로 삼을까 고민하다가 이내 내 시선이 막내에게 향했다.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두 명도 될까요?”
“네. 가능해요.”
“비주랑 지호, 우리 어린이들 이리로 오세요.”
둘이 고개를 갸웃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바로 짧은 멜로디를 슥슥 뽑아내자 다들 손뼉을 마주치며 웃었다.
“지호다. 지호.”
“지호 씨네요.”
사고를 치려는 강아지가 왔다 갔다 하는 듯한 느낌의 멜로디에 지호가 ‘아닌데, 난 멋있는데’ 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이어서 내가 온화한 멜로디를 깔았다.
“오오. 이건 비주 씨.”
그 멜로디가 번갈아서 나오자 지호가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마치 강아지가 발랄하게 뛰면서 화분을 깨고 다니면, 이어서 주인이 쓰레받기를 들고 등장하는 듯한 멜로디.
내가 씩 웃으며 말했다.
“노래는 비주 씨만 하면 돼요.”
“……제가요?”
“네, 평소 전하고 싶었던 말이 많잖아요.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서 막내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주세요.”
비주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도전 해볼게요.”
“나 이거 형들 뭐하려는지 알 것 같은데……. 아, 저 포기! 지금이라도 포기 할게여!”
“자. 시작할게요.”
곧바로 비주의 입술이 열리면서 미성이 흘러나왔다.
지호야 지호야
형이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불과 한 소절이었지만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학교 갈 때 가방 꼭 닫기
가방은 양쪽 어깨로 매
뉴스에서 그러는데
허리에 안 좋대 성장기잖아
내가 돌림노래처럼 한 번 더 같은 부분을 치자 다 같이 후렴구로 ‘성장기잖아!’하고 불러주었다.
넋이 나간 막내를 보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부스러기 나는 과자는
자리에 앉아서 먹기
밥 먹고 나면 꼭 양치하기
우리 약속해
‘약속해!’ 하면서 다 같이 노래를 외쳤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노래는 끝났다.
듣고 있던 나는 물론이고 비주까지 웃겨서 노래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내… 내 학교 생활은 끝났어…….”
우리 연기자님이 바닥에서 해탈한 얼굴로 널브러지는 가운데 리혁이가 씩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고 있으면 허리에 안 좋은데.”
곧바로 다 같이 ‘성장기잖아!’ 하는 소리에 막내가 으아아 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 * *
작곡 이후로 동생들의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어떤 노래든 맞춰서 어울리는 춤을 출 수 있다는 특기대로 비주는 동요와 판소리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북북이 놀라서 물었다.
“……판소리에 맞춰서 추었던 춤 엄청 어울렸는데. 평소 연습을 했나요?”
“네. 우주 씨가 평소 시간이 남으면 미튜브 보면서 이것저것 배우거든요. 저도 그런 자기계발을 본받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춤을 익혀보고 있어요.”
“정말인가요, 우주 씨?”
“네에… 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뒤에선 식은땀이 나고 있었다.
……뭐야. 얘.
가뜩이나 따라잡는 게 벅차 죽겠는데 그새 또 다양한 춤을 익혀서 비주 2.0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있었다.
무슨 윈도우 업데이트도 아니고.
무슨 오해를 하는지 날 보면서 ‘저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하는 동생에게 뺨을 씰룩여 주었다.
곧바로 다른 특기들도 이어졌다.
“저는 고음을 잘 낼 수 있어요.”
어지간한 여성 가수들과 범접할 만한 고음을 내는 우리 메인보컬의 모습에 감탄이 흘렀다.
“저는 다른 건 잘 까먹는데, 좋아하는 분야는 암기 엄청 잘해여. 특히 대본 같은 거여.”
제작진이 보여주는 대본을 스윽 보고 바로 암송하는 모습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리가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아이돌이 아니라 다들 달인 쇼 나가야될 거 같은데요?”
“장기자랑만 하셔도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모일 것 같네요.”
은근 솔깃했다.
뉴블랙 말고 신흑기예단 그런 거 차렸어야 하나.
허나 이런 특기들에도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한 사람이 있었으니.
“전 빠르게 말하기 정말 자신 있습니다.”
“맞아요.”
우리가 앞 다투어 증언했다.
“우리 애가 기억을 잘 못할 뿐이지 안 틀리고 빨리 말하는 건 세계 최고 수준이거든요.”
“래퍼계의 아나운서에여.”
검증을 위해서 잰말놀이가 제시됐다.
곧바로 중저음의 목소리가 빠른 속도로 ‘간장공장장’ 등을 또박또박 읽었다.
난이도가 점점 높아질 때마다 ‘오오’ 하다가 최종 단계에서는 우리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스위스에서 오셔서 산새들이 속삭이는 산림숲속에서 숫사슴을 샅샅이 수색해 식사하고 산속…….”
스마트폰 화면으로 10문단이 넘어가는 문장을 빠르게 완성하는 모습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1등이 누군지는 투표할 필요도 없을 만큼 확고한 지지도였다.
한편, 장기자랑이 끝나고 우리 모두 행복한 얼굴로 협찬 떡볶이를 흡입했다.
원래대로면 투표로 꼴찌를 가려낼 예정이었는데 녹화 시간이 연장되기도 했고, 온 힘을 다해 방송에 임한 우리가 완전 녹초가 됐기 때문이기도 했다.
해맑은 얼굴이 떡볶이를 쏙 내밀었다.
“형, 아 하세여.”
“아이쿠. 우리 귀여운 막둥이. 성장기인데도 형을 배려했구나?”
“……절대 안 줄 거예여.”
주변에서 입을 가리며 웃는 가운데, 내 입까지 오던 떡볶이가 다시 본인의 입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괜히 화풀이를 하듯 떡볶이를 쿡쿡 이쑤시개로 찌르는 막내를 보며 웃음을 삼켰다.
간만에 재미있는 녹화였다.
* * *
“다들 잘 드셨나요?”
“네!”
떡볶이로 원기를 회복한 우리의 푸근한 미소에 세리와 북북이 웃음을 참았다.
그러고선 진행카드를 읽었다.
“이제 어느덧 방송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데요. 이대로 떠나면 너무 아쉽겠죠? 신곡 홍보도 해야 하는데?”
“네, 맞아요.”
“그런 의미로 제작진 분들이 작은 게임을 하나 준비했대요.”
우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있을 때, 곧바로 제작진 쪽에서 이상한 기계 하나를 내밀었다.
바구니에 다양한 과자가 담겨져 있었는데 대부분 딱딱한 것들이었다.
딱! 소리 나면서 부러지는 그런 과자들.
곧바로 다음 게임이 뭔지 짐작 됐다.
“이게 데시벨을 측정하는 기계인데요.”
“으아아…….”
“종류 상관없이 멤버 전원이 과자를 하나씩 먹으면 성공입니다. 기회는 단 세 번. 70데시벨을 초과하면 실패예요.”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게 낫죠. 한 번 우리 예행연습을 해볼까요?”
돗자리를 깔고 바닥에 둘러앉은 가운데 과자 바구니를 앞에 두고 다 같이 숨을 죽였다.
내가 온 힘을 다해 속삭였다.
‘일다아안- 우리이이- 소리가아아- 더어얼- 나는-’
‘과자르을- 고를까요오-?’
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 시작 안 했대요.”
“…….”
본격적으로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데시벨 측정기가 눈앞에 자리 잡은 가운데 우리가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손을 뻗었다.
부스럭-
과자 봉지를 꺼냈는데도 순식간에 40 넘게 올라가는 모습에 가슴이 벌렁벌렁거린다.
트득트득-
최선을 다해 조심스럽게 손에 잡은 과자 봉지의 플라스틱 접착 부분을 떨어냈다.
60 데시벨.
혼신의 힘을 다해 과자 봉지를 까는 우리의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던 두 MC가 웃음을 참았다.
이제 모두 과자를 든 채 먹방을 하려고 할 때, 우리 모두 결연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때였다.
중현이가 마법 주문처럼 뭔가를 속삭였다.
‘A. S. M. R.’
다 같이 참던 숨을 뿜었다.
“푸흡-!”
“야! 여기서 웃기면 어떡해? 우리 이겨야 하는데.”
“죄송해요. 그 미튜브에서 속삭이는 거 해 보고 싶어서.”
“콜록! 콜록!”
웃다가 사레가 들렀는지 한참 동안 벌건 얼굴로 콜록이는 리혁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은 게임이었는데…….
어째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 게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