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64)화 (16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64화

“푸하하하하!”

“꺄아! 꺄! 끄으으…….”

“흐핫핫!”

기괴한 광경이었다.

복도에서 열두 명의 아이돌이 벽을 부여잡거나 서로를 붙잡고 꺼이꺼이 울면서 웃고 있었다.

카메라맨과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어찌나 웃어 대는지 나도 전염되어 중간에 같이 피식할 지경이었다.

한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왜들 이러는 걸까요?”

“그러니까요. 이 정도까지 웃긴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 다리를 붙잡고 엉엉 울다시피 웃는 비주에게 물었다.

“비주야. 뭐가 그렇게 웃겼…….”

“꺄하하.”

“……비주야? 괜찮아? 형이랑 손잡고 병원 갈까?”

“끄어, 끄어.”

비주가 우는 얼굴로 고개를 저을 때, 리혁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수, 수학… 푸흐흡!”

“으하하하!”

지호와 리혁이가 서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다시 숨넘어갈 듯 웃음을 터뜨렸다.

스트릿 보이즈도 마찬가지였다.

한조가 진지하게 말했다.

“얼마 전에 미튜브 영상에서 본 게 있는데요. 어느 나라였지. 어디서 웃음이 퍼졌는데 몇 달 동안 못 참고 웃었대요.”

“진짜요?”

“네. 미튜브에서 진짜라고 했어요.”

“큰일이네요.”

다행히 웃음은 5분 정도 나오다가 그쳤다.

“아, 미치겠다.”

작가님이 수첩을 부채 삼아 얼굴을 식혔다. 그녀가 반쯤 웃으면서 우리를 타박했다.

“아무 말이나 하란다고 해서 정말 아무 말을 하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대본을 안 써 준 내가 나빴네. 잠깐만 기다려 봐요. 그럴싸한 대사 한 줄씩 줄 테니까.”

작가님이 괜찮은 대사를 생각해내는 동안 여기저기서 비난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아니, 분위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잡은 다음에 막 웃기고 그러면 어떡해요. 사람 환장하는 줄 알았네.”

“진짜 마음속으로 슬픈 생각 계속 했다.”

“좀 정상적인 대화를 해 봐요.”

억울했다. 그냥 아무 말이나 하라고 해서 아무 말을 한 건데.

아니.

애초에 불량스러운 말을 해 봤어야 알지.

자기들도 안 해 봤으면서 못 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동생들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분했다.

그래서 ‘너희가 해 봐라!’ 하고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보다 못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아서 훈훈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자, 대사 완성되었어요.”

작가님이 수정된 멘트를 건네주었다.

‘자신 있어?’ ‘한 번 해 봐.’ 이런 멘트였다.

다들 열을 식힌 후 진행한 두 번째 VCR 녹화는 다시 찍을 필요도 없이 한 큐에 끝났다.

“고생하셨습니다!”

나와 한조를 바라보며 피식 웃던 카메라맨이 떠나고, 작가님도 떠날 때 나와 한조가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저, 작가님. 방금 찍었던 거 말인데요.”

“네?”

‘그거는 안 나가는 거죠?’하고 물으려는데, 작가님이 ‘아아!’ 하고는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방금 그 녹화분이요?”

“네! 그거요.”

“그것 때문에 걱정 됐구나. 걱정하지 말아요.”

나와 한조가 환하게 웃을 때 작가님이 명랑하게 말했다.

“꼭 비하인드로 올려 줄게요.”

“네?”

“너무 재미있는 거 찍혔는데, 묻혀서 아까워서 그런 거잖아요?”

“아니, 저희는…….”

“꼭 올려줄게요. 비하인드로!”

“아니, 저기. 작가니이임!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가 주셔야지…….”

이미 머나먼 길을 떠난 작가님의 뒷모습에 우리가 나라 잃은 얼굴로 털썩 쭈그려 앉았다.

“망했다…….”

“망했네요.”

뒤에서는 동생들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   *   *

일산 TBC 방송국.

늦은 시각, 녹화를 진행할 스튜디오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친 발걸음으로 비적비적 들어왔다.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이었다.

“아, 딜레이 오진다. 진짜.”

“4시간 실화냐…….”

“진짜 사람을 완전 무료 관람객 취급이네. 방송국 놈들.”

서로 좋아하는 가수는 달랐지만 팬들의 얼굴에는 놀랍도록 똑같은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피곤함과 기대감.

피곤함은 오늘 하루 종일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라 이 그룹, 저 그룹 녹화에 동원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녹화마다 기본 2시간씩은 딜레이가 되면서 대기를 타다가 생긴 피로함이었다.

다들 뻐근한 목과 어깨를 주무르거나 저릿저릿한 다리를 번갈아가면서 들어 올렸다가 내리기를 반복했다.

한편, 기대감도 떠올라 있었다.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가 합동무대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예고되어 있던 터였다.

하지만 정보가 적었다.

알려진 것이라고는 민트 초코단이라는 괴상한 비공식 이름뿐.

스트릿 보이즈의 상징색과 뉴블랙의 블랙을 합친 결과물이라나.

그 때문에 팬덤 일부에서는 이에 대응해서 임시 팬덤명으로 ‘하와이안 피자’가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금세 몰매를 맞고 사라졌지만, 여전히 잔존 세력이 SNS 등에서 강렬하게 하와이안 피자를 부르짖고 있는 중이었다.

어쨌거나 모두가 그만큼 기대감을 품고 있던 무대였다.

오늘 하루 종일 고생을 하며 기다리기도 했고.

“어, 나온다!”

리허설을 바로 앞두고, 열네 명의 아이돌이 무대 위로 올라오면서 양쪽 팬덤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팬들의 눈이 회등잔 만하게 커졌다.

‘교복이다. 신이시여…….’

‘교복 미쳤다.’

청색 재킷에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걸친 두 그룹 멤버들의 비주얼은 보기에도 그럴싸했다.

학원물 웹툰에서 바로 튀어나온 인물 같다고 할까.

그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교복 핏을 자랑하는 이가 대표로 마이크를 잡았다.

가까이서 올려다보던 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허’ 할 만큼 기다란 속눈썹을 자랑하는 멤버였다.

뉴블랙의 리더가 반짝이는 미소를 지으며 선창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합동 그룹 민트 초코단입니다!”

스탭들이 리허설 준비를 하는 동안 가수들이 팬들을 향해 재치 있는 멘트를 날렸다.

“저는 민트초코단의 1, 3, 5, 7, 9대 단장 우주고요.”

“네, 2, 4, 6대 단장이자 부단장 한조입니다.”

“역대 최단 기간 임기를 자랑하는 8대 단장 LB예요. 지금은 조무래기 2를 맡고 있어요.”

이어서 다른 이들도 자기소개를 했다.

“민트초코단에서 조무래기 1을 맡고 있는 중현입니다.”

“저는 하수인이에여.”

“전 총무를 맡고 있어요.”

그때마다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왔다.

서로 개그를 주고받는 솜씨를 보아하니 무대 합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주와 한조가 대표로 생글거리는 미소를 띠었다.

“저희가 열심히 준비한 무대인 만큼 오늘 녹화 잘 부탁드릴게요. 자, 민트?”

“초코!”

이번에는 한조가 물었다.

“민트?”

“초코!”

“좋아요.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무대를 보여드릴 테니.”

“수플레만큼 포근한 함성 부탁드릴게요.”

호흡이 척척 맞아서 멘트를 주고받는 가운데, 마침내 스탭이 사전녹화의 시작을 알렸다.

양쪽 그룹이 서로서로 떨어졌다.

거리를 벌리고 저마다 무대 대형을 갖추었을 때, 무대 조명이 암전되면서 카메라 리허설이 시작됐다.

‘무슨 무대일까?’

모두가 가슴을 콩닥거리며 이어질 무대를 기다렸다.

이내 스테디캠을 든 카메라맨과 보조요원이 스트릿 보이즈 앞에 섰다.

그들이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면서 풀샷을 잡는 동안 곧바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오오…….’

시작은 초반부터 강한 랩을 때려 박듯이 구사하는 스트릿 보이즈였다.

중앙에 선 리더가 랩의 포문을 열면서 뉴블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 한 번 나와 보라는 듯 당당하고 여유 넘치는 걸음이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LB가 리듬을 가지고 놀듯이 여유롭게 랩을 흘리면서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였다.

넌 할 수 없어

어울리지 않아

시도 때도 없이 들리는 말들

그들이 부르고 있는 것은 과거 90년대의 힙합곡인 ‘패’였다.

오래된 노래였지만 마치 맞춤옷을 입은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어딘가 최신 곡처럼 느껴지는 편곡이 그것을 뒷받침해 주기 때문이었다.

감탄이 나올 만큼 좋은 편곡이었다.

거기다 전달력 좋은 퍼포먼스가 합쳐지니 엄청난 시너지를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트릿 보이즈의 팬들은 조금은 다른 감정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내 길을 가겠다는 것이 바로 ‘패’의 중심 가사였다.

그 내용은 스트릿 보이즈와 놀랍도록 잘 어울리고 있었다.

모두가 과거 리얼리티 등을 통해 들었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학원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넌 비주얼이 부족해서 아이돌은 무리니까 댄서나 다른 분야를 노려보라고.

-저희가 아이돌이 되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실력이 있으면 뭐하냐고, 비주얼이 딸리는데. 그런 얘기 들릴 때마다 조금… 기분이 싱숭생숭하긴 했어요.

하지만 연습생 시절의 이야기를 하면서 어딘가 주눅이 들어 보였던 이들은 더 이상 없었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들이 전혀 상관없다는 듯 실력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한 표정들이 무대 위에 가득했다.

왠지 모르게 뭉클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그들이 무대 중앙으로 향하자, 이번에는 뉴블랙이 중앙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스트릿 보이즈가 묵직했다면 그들은 가볍고 부드러웠다.

리드보컬인 우주의 목소리가 나긋나긋하게 울려 퍼지면서 공연장을 휘감았다.

방금 전 랩이 거대한 북을 두드리듯 사방으로 그 파장을 퍼뜨렸다면 지금의 노래는 객석에 있는 이들을 부드럽게 감았다.

마치 형체가 있는 멜로디에 몸이 착 감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꿈을 꾼다고 생각했어

이 밤이 지나고 지나면

산산이 부서지게 될 꿈 말야

중간중간 메인보컬이 가사에 화음을 넣어 주고 있었지만, 리더가 중심이 되어 노래를 불렀다.

마찬가지로 트렌드의 노래인 ‘햇살’이었다.

‘패’가 데뷔 초기에 ‘우리 이런 역경을 뚫고 꿈을 성취했다!’ 하는 주제로 나온 노래라면, ‘햇살’은 트렌드가 큰 성공을 거둔 뒤에 나온 노래였다.

‘패’와 달리 ‘햇살’이 주제로 삼는 건 그들이 성공을 거두기까지 겪었던 고난이나 역경이 아니었다.

바로 기회였다.

연예계에 데뷔를 하고 나서 성공할 때까지, 그 성공을 하기 위한 기회를 잡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토록 쉽게도 따스하게 찾아오는 것이, 왜 그늘 속의 내게는 닿지 않는지 햇살에 비유한 것이 노래의 주제였다.

물론 현재 우주가 부르고 있는 가사는 원곡과 똑같지만 그 의미가 조금 달랐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던 트렌드와 달리 뉴블랙은 지금 한창 떠오르는 샛별 정도의 위치였으니까.

하지만 그 의미는 비슷했다.

‘이 무대에 정말 서고 싶었어요.’

마치 뉴블랙을 대표해서 우주가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어딘가 눈도 활꼴로 부드럽게 휘어진 것이 노래를 부르면서 어떠한 감정에 휩싸여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본인이 아니고서는 알 수가 없지만 기쁨에 가깝다는 것은 이 자리의 모든 수플레들이 알고 있었다.

데뷔 전 뉴블랙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어요. 우주 형이 들어오고 5인조가 되기까지 참 길었던 것 같아요.

모종의 이유로 데뷔 직전 무산되어버리고 2년 동안 회색빛 하루를 보냈던 네 명의 연습생.

-누구나 원하는 걸 이룰 수는 없는 거잖아요. 우리 멤버들과 만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서기 위해 6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가, 아예 꿈을 포기하고 있었던 뉴블랙의 리더.

그가 대표로 나서서 기회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노래를 부르니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뉴블랙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대 중앙에 있는 스트릿 보이즈와 바로 마주했다.

그리고.

‘……어?’

그때부터 노래의 미묘한 변주가 시작되었다.

노래를 부르는 방식은 변함이 없었다.

스트릿 보이즈가 두 소절을 부르면, 뉴블랙이 두 소절을 부르고.

하지만 저마다 부르고 있는 가사의 텀이 짧아지고 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서로 한 소절씩 주고받는 것처럼 됐다. 

‘패’와 ‘햇살’이 마치 하나의 곡처럼 녹아들고 있었지만 무대를 바라보는 이들은 그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 다른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던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가 시간이 지날수록 섞여들고 있었다.

어느새 멤버들의 동선이 그룹에 상관없이 하나로 되어 있었다.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주고받듯이 두 곡의 서로 다른 가사가 오가고 있었지만, 그것이 절묘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맞아떨어졌다.

한조가 한 소절을 부르면 우주가 이어 받고.

기원이 부르면 리혁이 이어서 화음을 넣고.

두 그룹의 메인댄서가 양쪽 축의 중심에 서서 퍼포먼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다.

환상적인 호흡이었다.

그러는 동안 짧은 퍼포먼스의 메시지는 후반부에 두 그룹이 어우러지면서 분명해지고 있었다.

‘고마워요.’

자신들이 지녔던 부족함에도 상관없이 응원과 성원을 보내 준 이들에게.

겨우 기회를 잡고 올라온 자신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보내준 모든 사람들에게.

두 그룹 모두 자신들이 여기까지 도착할 때까지, 버팀목이 되었던 이들에게 전하는 고마움의 메시지였다.

원곡인 ‘패’와 ‘햇살’ 역시 서로가 서로의 멤버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 중심 내용인 만큼,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잘 어울렸다.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각자 다른 노래의 후렴구를 교차하면서 불렀다.

이리 와 손을 잡아

내 햇살은 언제나 너였어

이리 와 나를 봐

이젠 내가 따스하게 감싸줄게

하지만 객석에 있는 이들에게는 노래의 의미가 어찌 되었건 더 이상 상관없게 느껴졌다.

듣기 좋았으니까.

‘우와…….’

서로 후렴구를 부르며 웃는 동안 90년대 풍의 노래가 현대적으로 부드럽게 편곡되어 귓가에 흘러들어왔다.

‘편곡 진짜 잘했다.’

노래가 부드럽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점점 고조된 노래가 하이라이트 파트에 올라가서 양쪽의 메인보컬이 높은 고음을 소화했을 때.

두 메인댄서가 양쪽 축에서 부드럽게 손짓을 하며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양쪽의 리더가 중앙에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뻗으면서 무대가 마침내 종료되었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2분짜리 무대였다.

“…….”

잠시간의 정적.

그 뒤를 메운 건 양쪽 팬들의 깊숙한 곳에서 터져 나온 함성이었다.

현장 감독이 리허설 종료를 알리는 동안, 양쪽 멤버들은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다른 그룹이었고, 다른 팬들이었지만 저마다 얼굴에 떠오른 눈빛과 표정은 놀랍도록 똑같았다.

*   *   *

리허설이 끝나고 같은 무대를 네 번이나 반복해서 찍은 후에야 마침내 사전녹화는 끝이 났다.

“고생하셨어요!”

양쪽 스탭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우와아아아!”

“끝났뜨아아아!”

거의 2주일 가까이 준비했던 무대가 드디어 끝나서 그런지 시끌벅적한 웃음이 오갔다.

서로 다른 회사만 아니었다면 당장 회식이라도 하러 갈 분위기였다.

즐거워하는 동생들을 바라보는 나와 한조도 웃었다.

“고생 많았어요.”

“아니에요. 우주 씨야 말로 고생했죠. 이 거지… 거짓말처럼 귀여운 저희 동생들도 돌봐 주시고.”

“아니에요. 저희도 오히려 이번에 도움 많이 받았는걸요.”

보컬이나 댄스 쪽은 우리가 더 우위가 있어도 힙합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저쪽이 한수 위였으니까.

여러모로 서로 선진문물을 체험하는 계기였다.

리더끼리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는 동안, 동생들도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으쌰으쌰하고 있었다.

“노잼!”

“노잼!”

……오늘 해체돼서 다행이었다.

“으어어, 정말 고생했어여!”

“아니에요. 뉴블랙 여러분이 더 고생했어요. 다들 너무 잘생겼고, 착하고 친절하고.”

“전혀 아니에여. 스트릿 보이즈 분들이 더 멋있었어여. 막 후광도 나고 그랬어여. 아까 LB 님 랩할 때 진짜 눈부셨는데.”

“그거 백라이트 조명이예요.”

“푸하하!”

서로 네가 잘났네, 아니네 네가 더 잘났네 하고 있는 동안 중현이가 나와 한조에게 손짓했다.

“형, 이리 와요. 저희 단체 사진 찍어요.”

“응, 갈게.”

곧이어 열네 명이 모였다.

우리 매니저인 원석 씨가 내 핸드폰을 들어 단체 사진을 찍어주었다.

두 그룹의 스탭들이 떠나는 채비를 마치는 가운데, 사복으로 갈아입은 우리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희도요.”

“보고 싶을 거예요.”

“저희도…….”

상대측에서 누군가 물었다.

“저희 폰 생기면 연락해도 돼요?”

“당연하져. 민초단은 오늘로서 해체지만 우리 노잼 패밀리는 여전히 남아있는 거잖아여.”

“그럼 저희 번호 좀 주세요.”

“여기 있어요.”

“기대해요, 폰 생기면 꼭 연락할 테니까.”

자기네 매니저들한테는 안 들리게 속삭이는 모습에 웃었다.

곧이어 매니저들에게 붙들린 두 그룹이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보고 싶을 거예요!”

무대의 감흥이 남아서 그런지, 발그레한 얼굴로 서로를 향해 열심히 손을 흔들면서 헤어졌다.

누가 보면 생이별하는 사람인 줄 알 만큼 애절한 광경이었다.

우리끼리 남아서 주차장을 향해서 갈 때, 비주가 웃으며 말했다.

“형, 저 되게 기분 좋아요.”

“그래?”

“네, 친구 생긴 거 같아서 좋아요.”

“나도 그래.”

오랜만에 잘 맞는 또래 친구를 만났다는 생각에 나도 미소를 지었다.

*   *   *

다음 날.

“…….”

“…….”

상암동 야외 특설무대에서 마주친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가 어색한 얼굴로 시선을 회피했다.

‘망했다.’

‘창피하다, 창피해.’

다음 날 또 만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두 그룹이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