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66)화 (16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66화

23장.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곳도 아름답다

2015년 새해.

해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기뻤지만, 우리가 가장 기뻐했던 건 바로 공식적으로 주어진 휴가였다.

1월 7일까지 무려 일주일.

그 엄청난 기간에 환호했다.

“우와아아-!”

“휴가! 휴가!”

“예이, 휴가맨!”

동생들과 차에서 얼싸안고 어찌나 기뻐했던지 멈춰있던 차가 잠시 들썩일 정도였다.

다들 주먹을 쥐어보이며 외쳤다.

“잔다! 오늘은 기필코 많이 잔다!”

“형, 저 24시간 잘 거예여!”

“저도, 저도 여덟 시간 자 볼 거예요.”

숙소에 돌아가자마자 대충 씻고 침대에 몸을 날렸다.

우리 김덕순 여사가 보내 준 포근한 이불 냄새를 솔솔 맡으면서 잠을 음미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오전 11시일 정도였다.

“대박.”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여덟 시간이나 잤어.”

확실히 사람은 잠을 자야 한다.

석 달 가까이 잠을 줄여가며 일하다 보니 몸이 피곤에 절어 있었는데 그게 싹 가신 기분이었다.

묵은 피로가 남아 있긴 해도 그야말로 최상의 컨디션.

행복하다. 정말.

잠에서 깨어났을 때 베란다에 햇볕이 든다는 것도 좋고. 평소와 달리 느긋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이 평온함도…….

쾅쾅!

-언제 나와요. 아저씨. 무슨 화장실 전세 냈어? 거의 한 시간을 씻어요.

“응, 전세 냈다.”

-까불지 마요. 화장실 불 끄고 확 가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불 끄면 네 샴푸랑 칫솔 쓸 거야.”

-…얼른 씻고 나와요.

작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는 흡족한 기분으로 샤워를 마쳤다.

수건으로 머리를 털면서 나오자 앞치마를 맨 비주가 미소로 나를 반겼다.

“형, 일어났어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아이구, 역시 우리 비주밖에 없어. 너도 새해 복 많이 받아.”

“조금만 기다려요. 형. 제가 맛난 브런치 해서 가져올 테니까. 상만 좀 미리 펴 줄래요?”

상을 펴고는 비주가 만드는 브런치를 도우러 갔다.

내가 베이컨과 소시지 등을 꺼내는 동안, 프라이팬에 버터를 두르고 식빵을 굽던 비주가 말했다.

“이제 여기서 지내는 것도 마지막이네요.”

“그러게.”

“이사라니…….”

숙소 이사.

우리는 곧 이 감방에서 벗어나 새로운 숙소로 이사를 할 예정이었다.

새 숙소는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숙소를 옮기는 것은 1집 성공 때부터 확정된 계획이었지만 2집이 대박을 치면서 더 좋은 숙소로 업그레이드 됐다나.

여러모로 좋은 일이었다.

이사 일은 우리의 첫 휴가 마지막 날.

다시 말해 이곳에서 지낼 날도 이제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비주가 거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사 간다니까 좋기는 한데 막상 가면 조금 그리울…….”

“…….”

내 표정을 보던 비주가 물었다.

“안 그리워질까요?”

“그리워질까?”

“그래도 추억이잖아요. 이렇게 좁은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것도.”

“아냐. 몇 가지는 안 그리울 것 같아.”

밤마다 들려오는 중현이의 코골이.

섬광탄을 터뜨리듯 지호가 핸드폰 게임을 할 때마다 번쩍번쩍 빛나는 1층 침대 라인.

악몽 꿀 때마다 리혁이가 꿈속 괴물에게 ‘나! 나한테 다가오지 마! 이 쓰레기!’하는 욕설이나 ‘나가게 해 주세요’하는 호소라든가.

비주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거 괴물 아니고 형 아니었어요?”

“…….”

“그러고 보니 리혁이가 오늘 악몽 얘기해 줬는데. 형이 양손에 빨강이랑 파랑 이어폰 들고 추격했대요. 자동차까지 탔는데 형이 타조로 변신해서 따라잡았다고.”

“별 희한한 꿈이 다 있네.”

내가 말했다.

“리혁이가 운전이라니. 걔 꿈에서도 법 지키고 살잖아.”

“배경이 미국이어서 괜찮았대요.”

“그럼 납득할 수 있지.”

고개를 끄덕이면서 완성된 아침식사를 상으로 날랐다.

곧이어 머리를 말리는 리혁이, 잠이 덜 깨서 자기들끼리 고개를 맞대고 졸고 있는 바보 형제가 상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일어나셨어요?”

“예. 저도 집에 가 봐야죠.”

어제 새벽에 우리를 숙소에 데려다주고는 함께 숙소에서 잠을 잔 매니저 도원석 씨였다.

“식사하고 가세요. 일부러 6인분 했어요.”

민폐라면서 얼른 떠나려고 하길래 중현이를 시켜서 붙잡았다.

그리하여 간장 종지처럼 작은 상에 여섯 남자가 둥글게 모여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간단한 브런치였지만 모두의 얼굴에 행복함이 떠올라 있었다.

잠을 자서 다들 피부도 뽀송뽀송하고.

리혁이가 핸드폰을 보면서 간밤에 있었던 세계의 소식을 전하는 동안, 나도 잠시 핸드폰을 들었다.

“어디 보자. 그럼 난 팬카페에…….”

팬카페에 들어가서 잠시 소식을 보려고 할 때였다. 핸드폰 화면 위로 밀린 메시지들이 보였다.

메신저에 들어가니 대화 방마다 메시지가 가득했다.

한태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원선배 [그짤 나 써도 돼? 너.. 돈 많니? (수줍)]

주세한 C팀 수다방 [에궁.. 새해 첫날부터 너무 웃었당]

서지형 [곱창 먹으러 와요 곱창. 이럴 땐 곱창을 먹어야 해]

세리선배님 [내일 첫방인데 넘 좋다ㅎㅎ 후배님은 시청률의 요정이 가호하나 봐]

이 불길한 예감은 무엇일까.

다급하게 대화창을 하나씩 눌러보면서 그 진상을 확인해 보았다.

이어서는 팬카페에 들어가 1페이지를 보고는 무럭무럭 솟아오르는 탈퇴 욕구를 억눌렀고.

미튜브에 들어가서는 결국 뒷목을 잡았다.

「 TBC 연말가요제 비하인드 #3 - 신인들의 위험한 중고거래 」

「 (비하인드)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가 뭉쳤다! - 아 글쎄, 탐관오리 아니면 다 우리 민초단 좋아하게 되어 있다 이 말이야 」

……내가 소원까지 빌었는데!

*   *   *

아이돌 커뮤니티, 유머사이트를 비롯하여 각종 커뮤니티에는 새해 첫 날부터 짤방이 퍼지고 있었다.

『요즘 아이돌이 중고거래하는 법.swf 』

-ㅋㅋㅋㅋㅋㅋㅋ 뭐야 이거

-이거 뭐임??? 병맛 웹드임?

└우측상단에 tbc 연말가요라고 써있음

└우상단 tbc

-그래서 얜 누구?

-정석ㅅㅂㅋ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

-개뜬금없네 진짴ㅋㅋㅋㅋㅋ

새해 첫날부터 TBC의 연말가요제 비하인드의 캡처 짤이 곳곳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특히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퍼진 사이트가 있었으니.

『[판매] 게임용 마우스 팝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글 내용에 ‘너 돈 많니?’와 ‘어디까지 알아보고 왔는데?’ 하는 짤방이 쓰이고 있었다.

그와 더불어 짤을 저장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핸드폰에 해당 짤방을 저장하고는 곧바로 써먹었다.

-동생 : (너 돈 많니?)

-동생 : 누님.. 이 불초자 용돈이 필요합니다

-누나 : (어디까지 알아보고 왔는데?)

-동생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두 리더의 대화가 전국 방방곳곳의 핸드폰에 저장되고 있을 때.

아이돌 커뮤니티에는 민초단 비하인드가 같이 퍼지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ㅋㅋㅋㅋㅋ새해부터 진짜 개터짐ㅋㅋㅋ

-얼덜떨해하는 게 더웃곀ㅋㅋㅋㅋ 왜 본인들이 웃긴지 모르냐고

-새삼 진지해

-100프로 애드립이라는 자막 때문에 더 웃김ㅋㅋㅋㅋ 저걸 머릿속으로 진지하게 떠올린 거자나

-뒤에 작가랑 카메라맨 웃음소리 때문에 더웃었닼ㅋㅋㅋ

-이거 저장해 놨다가 우울할 때 봐야지ㅎ

-이쯤 되면 본인들 반응도 궁금한데??

물론, 두 리더는 현재 숙소 거실에서 깔깔거리는 동생들의 추격을 회피하며 도망치는 중이었다.

둘 다 벌건 얼굴로 ‘소원 빌었다고! 소원!’, ‘아, 따라흐지 믈르그 감나무!’ 하며 괴로워하는 동안.

두 그룹의 팬은 새해 첫날부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콘크리트에서 원정 나왔습니다. 이 조합 응원해요

-악플 다는 사람 있음 말해 주세요.. 저희가 공구리 쳐 줄게여(수줍)

-영상이 꺼지고 변태처럼 웃고 있는 건 나뿐인가

-저두요

-우리 하와이안 피자는 민초단 우정 응원해

-화와이안은 좀.. 애들은 민초니까 우린 탐관오리해요

-탐관오리요? 팬미팅으로 동학농민운동 하게요?

두 그룹의 팬들이 서로에게 호의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10분짜리 영상이었지만 척 보기에도 굉장한 시너지를 내는 조합이었기 때문이었다.

연습 비하인드를 통해서 민트초코단이 결성된 영상 통화부터 무대가 끝날 때까지의 과정이 올라오면서 두 그룹의 팬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물론 뉴블랙의 팬들은 더 나아가 이상한 포인트에서 행복해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우주야아아아ㅏㅏㅏ

-그래! 어쩐지 이상하다 했지 저 타이밍에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가서 성장한 줄 알았단 말야

-전혀.. 성장하지 않았어..

-완전 서운할 뻔

-사주 프로 한 번 나가자 우주야..☆ 망신살 있다에 누나가 오백 원 걸게

-이쯤 되면 망신살이 아니라 망신의 가호를 받는 거 같은데..?

-우주가 절 세우면 흑역사

-국보급 사찰 1호 흑역사(黒歴寺)

-우주는 그러면 거기 주지스님인가여?

-ㄴㄴ 빡빡이 우주는 안 돼여 주지는 무조건 규호 1픽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팬들의 반응에 화답하듯 팬카페에도 우주의 소감문이 곧 올라왔다.

『사랑해요 여러분♡』

한 마디만 하고 갈 거예요.

다들 흑역사 흑역사 하시는데 저 별로 그렇게 흑역사 만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에요.

진짜예요.

ps. 평소처럼 ♥를 쓰지 않고 안이 텅 빈 ♡를 쓰는 이유는 여러분을 향한 제 마음을 보여주기 위함이에요

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팬들이 신이 나서 자기 가수를 놀리고 있을 때.

비하인드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가장 행복해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었으니, 바로 노트북을 보고 있는 한 남자였다.

-근데 아이돌쇼인가? 거기에 얘네 나온다고 하지 않았어?

-ㅇㅇ 첫회 특집 게스트라는 듯

-ㅋㅋㅋㅋㅋ한 번 봐봐야겠다

-은근 기대 중ㅋㅋㅋ

아이돌쇼의 첫 회가 이런저런 관심을 끌고 있는 댓글창을 보며 남자, 아이돌 쇼의 고 피디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이, 이 친구들은 분명 예능신들이 가호하는 거야!’

망신과 예능신.

벌써 두 명의 신에게 가호를 받게 된 뉴블랙이었다.

*   *   *

결국 우리 매니저로부터 한 소리를 들었다.

-새해 첫날부터 일거리를 만들다니.

나지막하게 말을 꺼낸 석환 형이 이내 행복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우리 우주 최고다! 최고! 벌써부터 광고가 들어온다니까. 진짜 우리 우주는 재물신이 함께 하시나?

“끊을게.”

-우주야, 너 진짜로 문제집 광고할 생각…….

“없어. 없다고.”

-그럼 학습지 어때, 이거 페이가 생각보다 쏠쏠…….

끊었다.

“아으으…….”

동생들도 지긋지긋한데 매니저까지 전화를 해서 ‘흣핫핫!’ 하고 있으니 복장이 뒤집어졌다.

근처 매대에서 우유를 집던 리혁이가 물었다.

“푸흡, 문제집 광고 찍으래요?”

“몰라, 말 시키지 마.”

“형, 이제 선글라스 벗어여. 어차피 아무도 못 알아볼 텐데.”

“그냥 알아보는 게 싫어서 그래.”

중현이가 눈을 깜빡이면서 물었다.

“마트에서 선글라스를 쓰는 게 더 눈에 띄지 않을까요. 형.”

“라식한 줄 알겠지. 뭐.”

추리닝 바지에 패딩 잠바, 그리고 선글라스를 쓴 내 모습에 근처에 있던 동생들이 비웃었다.

사람들도 지나가다가 날 쳐다보았다.

마트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돌아다니는 인간은 대체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고 할까.

우리 애들도 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연예인인가?’ 하는 중얼거림만 벌써 몇 번째 들었다.

“우리 뭐뭐 사야 돼요?”

“삼겹살만 사면 돼.”

이곳은 대형 슈퍼마켓 K마트.

1월 1일이라 주변 슈퍼가 다 쉬었던 탓에 정상 영업을 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우리는 뒤따라오는 인물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매니저님 얼른 들어가서 쉬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 어차피 오늘 일정도 없어서요. 아침밥도 잘 얻어먹었는데 소화도 할 겸 따라 나온 거예요.”

뒷머리를 긁적이는 이를 보며 우리끼리 감동했다.

‘천사다.’

‘이 사람은 천사야.’

우리끼리 마트에 간다고 했는데 원석 씨가 운전을 해서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혼자 가도 된다고 했는데, 애초에 자기가 매니저가 된 이유도 안전 때문이라고.

혹시 우리끼리 다니다가 위험한 일이라도 당하면 자기가 너무 미안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다짐을 하듯 말했다.

“대신 저희가 삼겹살 엄청 맛있게 구워 드릴게요. 손가락 까딱 안 하고 황제처럼 드시게.”

“맞아여. 저랑 같이 앉아서 형들이 구워 주는 거 먹어여.”

상대가 말없이 웃었다.

리혁이가 살 것 리스트를 적고, 비주가 꼼꼼하게 야채에 묻은 흙 등을 살피며 카트에 물건을 넣고.

나머지 두 놈이 시식 코너를 누비다가, 각자 자기가 사고 싶은 간식거리를 카트에 슬쩍 담았다가 부드럽게 웃는 비주의 얼굴에 ‘도, 돌려 놓을게요’ 하고 도망친 후.

마침내 계산대에 무거운 카트를 밀고 갈 때였다.

우리 앞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 어느 부부의 손을 잡고 있는, 앙증맞은 예닐곱 살 꼬마 아가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

딴청을 피웠다.

그런데 내 옆모습을 보던 애기가 ‘아!’ 하면서 자기 엄마의 손을 톡톡 두드렸다.

“엄마! 인터넷 오빠야!”

“인터넷 오빠? 무슨 소리야.”

곧바로 꼬마가 다가와서 ‘인터넷 오빠!’ 이러자, 뒤에 선 동생들이 자기들끼리 배를 잡고 키득거렸다.

바코드를 찍던 직원이 나를 흘끔거렸다.

결국 나는 꼬마를 향해 몸을 굽히고는 선글라스를 벗었다.

“오.”

부부 중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다 뚫어지듯이 쳐다봐서 잠깐 흠칫했지만 금세 적응했다.

이제는 누가 바라봐도 무덤덤했다.

여전히 엄마 손을 잡고 있는 아기에게 꼬마 아기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인터넷 오빠!”

“그, 미안하지만 아기님. 제 이름은 우주에요.”

“나 애기 아닌데.”

뭐가 그리 신기한지 꼬마 애기가 내 얼굴을 계속 바라보았다.

그러곤 엄마 뒤에 숨어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는 유심히 바라보았다. 엄마가 웃으며 물었다.

“연예인이신가 봐요?”

“아, 네. 가수예요. 따님분이 저를 알아보는 것 같아서.”

“그러게요. 우리 수연이 어떻게 알았어?”

“봤어.”

그러면서 품에서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뭐야.

요즘은 애기들도 핸드폰을 써?

어디서 나를 알았을까. 무슨 뮤직비디오라도 봤나 싶어서 생글생글 웃으며 바라볼 때였다.

사실 짐작이 갔지만 그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이윽고 애기가 핸드폰 화면을 수줍게 보여주었다.

‘너 돈 많니’ 하는 짤방.

“푸하하!”

뒤에서 동생들이 뒤집어지고, 내가 입가를 파르르 떨었다. 그러곤 순진한 눈망울을 향해 말했다.

“그 어린이님.”

“……?”

“이런 거 보면 해로워요. 전자파 나와.”

근처에서 듣던 사람들이 막 웃었다.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다들 잠을 푹 자서 얼굴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도 이젠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 흐뭇하게 웃을 때였다.

뭐지.

“……?”

계산대를 나서려는데 중현이가 갑자기 멈칫하더니 주변을 향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왜 그래?”

“……아니에요. 느낌이 좀 이상해서.”

“응?”

“방금, 누가 쳐다본 것만 같았는데…….”

“지금도 다들 우리만 보고 있잖아. 얼른 가자.”

머뭇거리는 중현이의 팔을 붙잡고 마트를 나섰다.

*   *   *

숙소에 도착한 후.

우리는 즐거운 점심 준비에 들어갔다.

“정말 가시게요?”

“네, 저도 집에 가서 좀 쉬려고요.”

“삼겹살 드시고 가시지…….”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우리 다섯이 눈을 빛내며 앉으라고 종용했지만, 결국 매니저는 숙소를 떠났다.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우리끼리 노는데 부담 될까 봐 그런가 봐요.”

어쩜 저리 귀한 분이 누추한 우리에게 찾아왔는지 감격하는 동안, 리혁이가 부엌을 보며 말했다.

“어? 숙소 열쇠 두고 가셨는데요?”

“갖다 드릴까?”

“어차피 며칠 동안 올 일 없으실 텐데 뭐. 집에 가서 얼른 쉬셔야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끼리 준비를 했다.

환기 잘 되게 창문도 살짝 좀 열어두고.

중현이한테 부르스타를…….

“어어, 중현아.”

“왜요?”

“부르스타는 내가 할게.”

쟤한테 부르스타를 맡겼다가 정말 우리가 밤하늘의 스타가 되어버릴 수도 있었다.

리혁이가 신문지를 촘촘하게 격자 모양으로 깔고, 비주가 상추를 씻고, 지호가 가만히 앉아서 기름장을 콕콕 찌른 젓가락을 물고 옴뇸뇸하고 있을 때.

불현듯 한기가 들었다.

바로 어디선가 들린 낯선 소리 때문이었다.

달칵-

이상한 소리라서 우리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문 쪽?

그리고 이내 얼어붙었다.

달그락-

열쇠 잠금쇠가 하나씩 열리고 있었다.

중현이가 물었다.

“매니저님일까요?”

“중현아……. 열쇠를 두고 갔는데 어떻게 저게 매니저님일 수가 있어?”

“그러면…….”

말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모두의 팔에 으스스한 소름이 돋았다.

싸늘한 침묵 속에서 울리는 열쇠 소리.

그 의미는 분명했다.

누군가 우리 숙소에 침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