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70)화 (17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70화

진짜 당장이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인터넷에서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나 미친다 진짜

-얘네 원래 이런 미친 텐션으로 방송해?? 답해 주라 숯불들아

-ㅋㅋㅋㅋㅋ미친 나 오늘 몇 번 웃는 거야

-머글이 봐도 웃기겠다 이건ㅋㅋㅋㅋ

화면 속에서 나는 눈을 감은 채 손을 뻗고 있었고, 동생들이 근처에서 나를 농락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저기서 나오는 부끄러운 순간은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그 뒤였으니까.

“아으으…….”

내가 두 눈을 가리는 가운데 동생들은 축구 경기를 보는 사람들처럼 주먹을 꼭 쥐며 외쳤다.

“제발, 얼른 우주 형 편지 나오게 해 주세여!”

“거기 화면 테두리에 금칠까지 해서 현란하게 자막 들어갔으면 좋겠다. ‘덕순 이즈 마인.’ 해서.”

“팝콘 없어요? 갑자기 팝콘 땡기는데.”

내가 절규하듯이 외쳤다.

“너희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응? 사람이야?”

“그럼 고양이 할까여? 야옹.”

“야! 왕지호 너 이리로 와! 내가 저 노트북 줄을 뽑아 버릴 테야!”

내가 괴로워할수록 동생들은 더욱 신이 나서 깔깔거렸다. 그나마 비주가 아무 말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팝콘을 들고 왔구나. 비주야.

파르르 떨리는 뺨을 꾹 누르며 TV를 시청했다.

제발 편집해 달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지만, 하늘이 무색하게도 내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거 고양이에게 영상 편지 한 번 남겨 볼까요?

-고양이한테요?

내가 화면을 보며 외쳤다.

“안 돼, 하지 마!”

“푸하하하!”

결국 천사 소녀가 경고장 남길 때 쓰는 으스스한 BGM과 함께 내가 음산하게 입술을 열었다.

고양이에게 사료 좀 적당히 먹으라는 말이 나오면서, 실시간으로 보던 우리 팬들이 즐거워했다.

-신인 아이돌 S모씨 ‘고양이한테 질투한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진지

-우주야ㅠㅠㅠㅠㅠ 너무 좋다

-ㅋㅋㅋㅋㅋㅋㅋㅋ떡밥이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떡밥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저 결심했읍니다 동사무소로 가서 김덕순 개명합니다

이제는 아예 아무런 반응도 안 보기로 결정했다.

반쯤 체념하고 있을 때 화면 속 내가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진지한 표정연기.

마치 범인을 취조하는 검사처럼 차가운 낯을 한 인물이 정면을 바라보며 입술을 뗐다.

-꼭 기. 억. 해. 김덕순은 내 거야.

-리멤버. 덕순 is mine.

클로즈업과 함께 황금색으로 색칠된 자막이 번쩍번쩍 요란하게 빛났다.

“푸흡! 푸하하하!”

소파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자기들끼리 쿠션으로 팡팡 치며 포복절도하는 모습들에 체념했다.

천장이 뿌예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어우, 진짜 너무 웃었다.”

“저 진짜 게임하느라 생긴 피로가 싹 날아갔아여. 어, 지금 스트릿 보이즈 형들이 게임 챗방으로 얘기해 준 건데여. 거기서도 지금 TV로 보면서 막 웃고 있대여.”

내가 고개를 홱 돌렸다.

“거긴 시간이 남아돈대? 대체 이런 걸 왜…….”

“자기들도 다음 주에 녹화 들어간다고 미리 모니터링 중이래여. 아, 한조 형이 제일 크게 웃고 있다고.”

“……그래, 웃으라고 해.”

이제는 거의 체념한 상태로 미소를 지었다.

나올 만한 부분도 다 나왔으니 더 이상 수치스러울 게 있을까.

그때 핸드폰이 부르르 떨렸다.

‘김덕순’이라는 대화명에 몸이 흠칫 떨렸다.

그제야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대화창을 누르자 고양이와 할머니가 오손도손 찍은 셀카 37장과 함께 메시지가 첨부되어 있었다.

김덕순 [나도 니 이름 3행시해보께]

김덕순 [선자놈아]

김덕순 [우째 고양이를 질투하고 앉앗냐]

김덕순 [주둥이 비쭉 내밀지 말고 마음 좀 넓게 써]

핸드폰을 소파에 내던지고 쿠션에 머리를 파묻었다.

“아으으으!”

울화통이 확 치밀었다.

*   *   *

아이돌 쇼의 1화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43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신나게 달렸던 아이돌 쇼는 내가 로고송을 만들어내기 직전에 끝을 맺었다.

[다음주!] 하는 예고편도 나왔는데 하이라이트는 단연 중현이었다.

전설의 장수풍뎅이가 나올 때, 커다란 스티커로 중현이의 몸체를 가려서 안 보였다.

대신 세리와 북북은 물론이고 다 같이 뒤집어지면서 손뼉을 치며 웃는 장면만 흘러 나왔다.

-뭐야?? 뭐야?? 대길이 친구 또 뭐함?ㅋㅋㅋㅋㅋ

-뭔진 모르겠는데 벌써부터 웃김ㅋㅋㅋㅋㅋ

-야씨 얘네 왤케 웃긴 건뎈ㅋㅋㅋ

-이런 얼굴로 예능감이 있을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한 1인

-뉴블랙 애들도 얼른 희극인실 회비 내쟈

-오늘 얘네 말하는 거 처음 보는데 진짜 내적친밀감 오진다ㅋㅋㅋ 동네 꼬꼬마들 같아서 귀여워

아이돌 커뮤니티의 반응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경찰서라는 이상한 배경.

고사상으로 시작한 전설적인 병맛 오프닝부터 시작해서 쇼 전반에 가득한 화려한 병맛 자막과 연출.

그 외에 내용적으로도 세리북북 대 비주의 신조어 대결, 내가 남긴 ‘덕순 이즈 마인’이 담긴 고양이 영상 편지, 절묘한 타이밍에 고장 나서 절규하는 리혁이의 모습.

마지막으로는 내가 즉석으로 작곡을 하는 모습까지.

조용한 새해 첫 금요일에 던져진 난데없는 웃긴 프로그램에 아이돌 팬들이 웃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인터넷에는 벌써 기사도 올라와 있었다.

-아이돌쇼 첫방, 뉴블랙 ‘대세 아이돌’다운 예능감 선보여

-‘아이돌쇼’… 뉴블랙 우주, 할머니댁 고양이에게 영상편지?

-뉴블랙 리혁의 대성통곡에 ‘아이돌쇼’ MC들 웃음보 터져…

이런 화제성을 증명하듯 우리 실장님도 기사 url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악마 [아이돌쇼 피디님이 언제 시간 또 되냐고 묻더라]

악마 [시청자 반응 엄청 좋다고 고맙다고 전해달래]

악마 [고생했다 ^^ㅎ]

모두가 웃고 있었다.

우리 수플레들이나 아이돌쇼를 본 시청자들은 짤을 양산하며 배꼽을 잡고 웃고 있었고.

매니저와 홍보팀은 화제성을 챙겼다며 좋아했고.

주변 사람들도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벌써부터 온갖 사람들한테 날아오는 ‘ㅋㅋㅋㅋ’에 압사당하는 느낌이었다.

자꾸 그러면 차단할 거라고 경고했지만, 내 말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상황에서 슬프게 웃고 있는 사람은 셋 밖에 없었다.

“흐흐흑…….”

“흐흐흣, 흐흑.”

고양이에게 영상 편지를 쓴 자.

수치스럽게 진실을 고백한 자.

다음 주에 ‘성장기잖아!’ 하는 노래가 공개될 예정이라 슬프기 그지없는 막내까지.

“왜들 그렇게 슬프게 먹어?”

조 이사님이 종이 접시에 삽겹살을 얹어주면서 웃었다.

금요일 저녁.

테라스에 모인 우리는 그릴 위에서 익어가는 삼겹살을 먹으며 눈물을 머금었다.

“저 우는 거 아니에요, 이사님. 맛있어서 그래요.”

“그거 재미있더라.”

훅 들어오시네.

“어이구, 너희도 스칼렛 애들처럼 이제 다 컸네. 째려볼 줄도 알고.”

“연기 때문에 눈이 가늘어진 거예요.”

내 대답에 조 이사님이 웃었다.

그러면서 고생했다는 듯 큼지막한 삼겹살을 잘라 올려주었다.

“고생했어. 조금 민망해도 이게 어디니. 이번 일로 새해 초부터 인지도를 더 올린 건데.”

“맞아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

“좋게 생각해. 뭐, 고양이 사료 업체에서 광고가 들어올 수도 있고.”

“……이사님, 아 하세요. 아.”

“듣기 싫구나?”

티벳 여우처럼 웃는 눈매를 향해 내가 방금 큼지막한 고기로 만들어낸 쌈을 먹여주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생들끼리 왁자지껄 웃으며 고기를 먹는 지금이 일 이야기를 하기에 적합한 타이밍이었다.

조규환 이사가 먼저 물었다.

“작업 진척은 어떻게 되가?”

“확실히 장비 빨이라는 게 있긴 한가 봐요. 워낙 장비도 좋고 해서 작업이 수월하더라고요.”

“얼굴은 수월한 표정이 아닌걸.”

“조금, 난관에 부딪히기는 했어요.”

“……흐음, 한 번 얘기해 봐.”

중현이가 대신 집게를 받아 고기를 굽는 동안 사이다 캔을 든 그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그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   *

3시간 전.

“흐으음…….”

“으으음…….”

비주와 나는 노트북 모니터를 보면서 말없이 턱을 문질렀다.

비주가 마우스를 딸깍이자 멜로디가 재생됐다.

딩동동 동딩딩 하면서 귓가를 간질이는 음을 들으며, 내가 재차 물었다.

“지금 네가 만들어낸 이 멜로디가, 정확히 네가 원하는 멜로디는 아니라는 거지?”

“네. 이거랑 비슷한 느낌이기는 한데…… 좀 더 서정적으로.”

“잠깐만. 그럼 이거는?”

방금 멜로디를 곧바로 변주해서 건반으로 들려주었다.

“어때, 네가 생각한 거랑 좀 비슷해?”

“으음…….”

“아닐 때는 아니라고 말해도 돼.”

“아니에요.”

49번째 ‘아니오’였다.

비주와의 작업은 내게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난관이었다.

이름을 붙이자면 ‘소통의 시련’ 정도라고 할까.

-만약에 제 노래를 만든다면 어떤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미리 생각한 게 있어서요.

미리 머릿속으로 떠올린 게 있다는 말을 들으며 처음에는 좋아했다.

작업이 수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근데 이걸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분명 본인이 원하는 느낌의 멜로디가 있는데 그걸 제대로 표현을 해내질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더듬더듬 음을 조합해서 맞추고 있기는 한데 이걸 들려줘도 아니라고 하고, 저걸 들려줘도 아니라고 하고.

난처하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비주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내 눈치를 살폈다.

“죄송해요. 형. 제가 너무 까다롭죠?”

“아니야, 이건 의사소통의 문제라서. 네가 생각하는 방향이 있다면 거기 맞추는 게 맞지.”

“제가 좀 더 노력해 볼게요. 형.”

몇 번의 시도를 더 하면서 그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일종의 ‘코끼리 설명하기’와 같았다.

예컨대 아프리카 대륙을 탐험했던 옛날 사람이 자기네 고향에 가서 코끼리를 설명해줘야 하는 상황과 같은 거다.

열심히 모래바닥에 나뭇가지로 코끼리를 그려가며 손짓발짓을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가 보았던 코끼리가 그 원형으로 제대로 전달될 가능성은 몹시 낮았다.

마찬가지로 비주의 머릿속에는 얘가 원하는 노래의 느낌이 들어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걸 내가 모른다는 거고.

몇 시간 가까이 여기에 막혀서 끙끙대자 비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형, 제 느낌은 무시하고 가는 건 어떨까요? 처음부터 타이틀곡으로 거창하게 하려던 것도 아니고… 여기 매달렸다가 오히려 결과물이 안 나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아니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계속 시도해 보자. 내가 봤을 때는 여기에 뭔가 있어.”

*   *   *

“그래?”

조규환 이사가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뭐가 느껴졌어?”

“그냥 감이었어요. 왠지 비주가 원하는 방향에 맞추면 되게 좋은 노래가 나올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음… 그럴 때가 있긴 하지.”

프로 작곡가가 공감한다는 듯 말했다.

“예전에 찬혁이 타이틀 만들어 줄 때 그랬어. 노래 부르는 것만 신경 쓰지, 생전 작곡에는 관심도 없던 애가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거기에 맞췄더니…….”

“그거인가요? 이별의 정석.”

“맞아.”

“윤찬혁 선배님이랑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해 연간차트 1위를 했던, 윤찬혁의 노래 중에서 가장 대박을 친 이별의 정석은 기사를 통해 그 비하인드를 알고 있었다.

조 이사가 말했다.

“찬혁이만 그런 게 아냐. 스칼렛도 그랬어. 걔네는 너희처럼 노래는 못 만들지만 멤버들끼리 회의를 하거든. 다음 컨셉으로 뭘 하고 싶은지 그림까지 그려서 가져다 줘.”

“그럼 이사님이 제작을 하시는 건가요?”

“맞아. 보통은 아라나 나윤이가 주도하는데, 가끔 말이 없는 다른 멤버들도 의견을 피력할 때가 있거든. 봄이나 리나가 뭘 해 보고 싶다고 할 때.”

그가 말했다.

“그 의견에 맞춰서 컨셉을 정하면… 노래가 꼭 잘 되더라고. 옷도 본인이 고른 옷이 잘 어울리듯이 말이야.”

“맞아요. 저도 그런 느낌이어서 포기를 못하겠어요.”

“그럼 얼른 해결을 해야겠네.”

그 말을 하며 스리슬쩍 웃는 조 이사의 모습에 내가 물었다.

“이사님은 무슨 방법이라도 알고 계시나요?”

“몇 가지는 알고 있지. 작업이 막힐 때 써 먹을 수 있는 쏠쏠한 요령이라든가.”

“오, 그러면.”

“하지만 알려주는 것보다는 본인이 알아내는 게 더 도움이 될 거야. 그 방법은 네가 고민해 봐야지.”

조규환 이사가 교대를 하기 위해 중현이에게 집게를 받아들었다.

삼겹살을 먹으면서 어두컴컴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슨 방법이 없으려나.

이게 무슨 텔레파시가 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말해요 하듯이 무슨 게임을 할 수도 없고.

“무슨 생각해요, 형?”

내 옆에 앉은 비주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음 주 방송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기억 못하는 흑역사는 없는지.”

“음, 괜찮았던 것 같아요.”

“그건 모르는 거야. 비주야. 내가 겪어 봐서 아는데 흑역사는 정말 바퀴벌레 같은 거거든. 어디서든 튀어나와.”

“역시, 유경험자의 말이라서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요.”

“야.”

내가 눈을 흘기자 비주가 시선을 회피하며 웃었다.

“그래도 넌 좋겠다. 이번 방송에 흑역사가 하나도 없어서.”

“아니에요. 저도 오늘 신조어 때문에 창피했어요. 민준이가 저 보고 바보 같다고 톡 보낸 거 있죠.”

그러면서 보여주는데 [형아 진짜 몰라??], [바보야???] 하는 민준이의 메시지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프사를 가리키며 웃었다.

“머리 많이 길었네. 민준이.”

“네, 이제 학교 간다고 콧대가 하늘을 찔러요.”

잠시 화기애애하게 웃으며 수다를 떨던 우리는 얼마 안 가 아까의 화제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도 일주일이란 시간이 있잖아.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한 번 작업을 해보자.”

“알았어요. 형.”

“조금 갑갑하기는 하다만…….”

“그러니까요, 이걸 어떻게 몸으로 막 표현할 수도 없고.”

비주의 팔이 부드럽게 위아래로 출렁이면서 웨이브를 탔다.

그리고 그걸 본 순간.

머릿속에 퍼뜩 뭔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바로 다음 주 방송에서 나오게 될 비주의 장기자랑이 가장 먼저 머릿속을 스쳐갔다.

-저는 어떤 노래든 맞춰서 춤을 출 수 있어요.

그때 정말로 아리랑이나 판소리에도 굴하지 않고 춤을 췄지. 그리고 노래와 엄청 잘 어울렸고 말이야.

그렇다는 건 그 반대도 적용 가능하다는 거였다.

거기다가.

-걔네는 너희처럼 노래를 만들지는 못하지만 멤버들끼리 회의를 하거든. 다음 컨셉으로 뭘 하고 싶은지 그림까지 그려서 가져다 줘.

방금 조 이사의 말대로 굳이 노래를 만드는 데 있어서 그 원재료가 꼭 작곡일 필요는 없었다.

지금까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비주면, 비주에 맞게 접근방식을 달리 했어야 하는데.

“……형?”

“비주야, 내가 방금 떠오른 게 있는데 말이야.”

“네?”

“작곡에 대한 건 싹 다 잊어버리고. 노래를 만들기 전에 안무부터 한 번 만든다고 생각해 보자.”

영문을 모르겠다는 이에게 내가 말했다.

“그러니까 네가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느낌을 안무로 만들어 봐. 노래는 내가 거기에 맞게 만들 테니까.”

“아아…! 그러면 되겠네요?”

비주와 내가 환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실마리를 제대로 잡은 것 같았다.

*   *   *

밤 9시.

2층 서재에서 책을 읽고 있던 조규환은 거실에서 들리는 부산스러운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뭐지?’

2층 복도 난간에 서자 거실 풍경이 눈에 훤히 들어왔다.

조명을 희미하게 킨 거실에 선우주와 김비주 둘이 서 있었다. 김비주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조 이사님 책 읽으시는 것 같던데, 시끄럽진 않겠죠?”

“괜찮아. 네가 여기서 스카이 콩콩을 뛰어도, 중현이 숨 쉬는 소리보다는 훨씬 작을 거야.”

조규환은 웃음을 삼켰다.

저렇게 얘기하는 게 오히려 더 크게 들리는 걸 알고는 있으려나.

“자, 준비 됐어?”

“네. 됐어요.”

김비주가 진지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뭘 하려는 거지?’

그는 호기심을 잔뜩 머금은 채 거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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