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72화
1월 7일.
멤버들을 조 이사의 집에서 픽업하기로 한 날이었다.
서민기와 윤석환 실장이 탑승한 차량이 골목으로 들어섰다.
“와, 집이 진짜 으리으리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평창동에 있는 고급 주택이라고 들었는데, 이쯤 되면 저택이라고 불러야 할 수준이었다.
차에서 내린 윤석환이 벨을 누….
-들어오세요!
…르기도 전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윤석환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뭔가 다급했던 것 같은데…….’
분명 조규환 이사의 목소리였지만 평소와 달리 잔뜩 피곤에 쩔어 있었다.
‘이상하네.’
마당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의문을 품었다.
그가 알기로 조 이사는 최근에 제작하고 있는 앨범이 없었다. 현재 만들고 있는 곡도 없고.
투자자나 외부인 응대는 보통 본부장과 대표가 담당하기에 제작을 전담하는 조 이사가 피로에 지칠 일은 없었다.
거기다 체력이 끝내주게 좋은 사람 아니던가.
3일 연속으로 날밤을 새도 온화한 미소를 짓고 돌아다니는 인물이 조규환 이사였다.
경우의 수가 하나 있다면…….
‘우리 애들은 아니겠지?’
설마 그러겠어, 하면서 하하 웃던 윤석환은 현관문이 열렸을 때 흠칫했다.
“……이사님?”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온 인물이 마중을 나왔다.
상대의 입에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조, 좋은 아침입니다.”
“어, 어쩌다가 이렇게 되셨어요?”
조규환이 대답을 하려고 할 때, 2층에서 시끌시끌한 소리들이 들려왔다.
“석환 형! 왔구나!”
“우와아, 실장님! 우리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 같아여! 기념의 하이파이브 고고?”
“실장님, 저 몸 좋아졌죠?”
……중현아?
“중현이야?”
“네, 저예요.”
아닌 것 같은데?
타들어가는 매니저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중현이가 흐뭇하게 웃었다.
“이사님 집에서 운동을 했는데 효과가 엄청 좋았어요. 프로틴 셰이크도 마셨고요.”
“……일단 너는 일주일 동안 운동 금지야.”
시무룩해진 누군가의 표정과 함께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근황 토크에 그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맞다, 형. 나 다음 앨범 타이틀곡 만들어놨어.”
“뭐…?”
“비주가 거실에서 춤추는 거를 보고 내가 만들었는데, 가사는 리혁이가 쓰기로 했어.”
“뭐… 뭐?”
처음에는 농담인가 싶었는데 정말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담당하는 이들이 뭔가를 또 한 것이 분명했다.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먹구름이 끼어 잔뜩 비가 내리는 조 이사와 달리 멤버들은 꺄르르 웃으며 입가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조 이사가 마른세수를 하며 말했다.
“데려가시죠.”
“그,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이라고 할… 내가 고길, 미안합니다. 말이 꼬이네요.”
혼이 나간 얼굴로 말하는 이를 보며 윤석환은 진심으로 짠한 기분을 느꼈다.
* * *
벌써 가야 할 때가 되었다니.
현관에서 집안을 쭉 둘러보았다. 여기서 보낸 시간을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그러곤 벽을 짚고 서 있는 조 이사님을 바라보았다.
원기가 쇠약해진 사람처럼 공허한 눈동자가 우리에게 향했다.
“이사님.”
왜 흠칫하시는 거지.
“일주일 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배려해 주신 덕분에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여기서 영원히 살고 싶을 정도였어요.”
감동하신 건가?
순간적으로 흔들리는 조 이사님의 동공을 바라보며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저희가 꼭 보답할게요.”
“아냐, 괜찮으니까. 얼른 들어가서 쉬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동생들이 아우성을 쳤다.
“저희가 호강시켜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이사님. 만수무강하세여.”
중현이와 지호의 인사에 상대가 잠시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우리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래, 나도 일주일 동안 재미있었어. 종종 기회 되면 초대할 테니까 놀러오고.”
“진짜여? 저희 또 와도 돼여?”
눈치 없게 끼어드는 막내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이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며 밖으로 나섰다.
조 이사님의 훈훈한 미소를 끝으로 문이 닫혔다.
하지만 캐리어를 끌고 갈 때, 뭔가 잊고 있던 게 떠올랐다.
“아, 맞다.”
“뭐가?”
석환 형에게 내가 대답했다.
“나 거실에 두고 온 게 있어서.”
닫히기 직전의 문손잡이를 잡고 열자,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조 이사님이 흠칫 놀랐다.
상대가 부리나케 현관으로 달려왔다.
“왜, 뭐 왜왜왜.”
내가 신발을 벗고 들어가려고 하자 페널티킥을 막는 골키퍼처럼 내 움직임을 따라 앞을 막았다.
“아, 두고 온 게 하나 있어서요.”
“……그래, 얼른 가져가.”
상대가 체념한 얼굴로 말했다.
* * *
거실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면서 선우주가 주섬주섬 뭔가를 챙기더니 다시 나갔다.
“갈게요, 이사님!”
조 이사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차분한 미소를 짓는 것도 잠시뿐.
선우주가 나가자마자 그는 곧바로 현관에 다가가 문을 잠갔다.
그러곤 문에 기대 서서 심호흡을 했다.
‘드디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드디어 갔다.’
확인을 하기 위해 문구멍을 들여다보았다. 캐리어를 끌고 내려가는 선우주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는 상대가 완전히 계단 아래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후우우…….”
그제야 긴 숨을 토해냈다.
텅 빈 집을 둘러보자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 동안 내가 복에 겨웠구나.’
혼자 집에 있을 때 종종 외로움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얼마나 복에 겨웠던 것인지를 알았다.
“얘들아?”
유령을 확인하는 어린이처럼 그는 1층 거실을 배회했다.
아기공룡 둘리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
고길동이 둘리를 내쫓으려고 박스에 담아 버리고, 냉장고에 담은 채 쇠사슬도 감고.
그런 식으로 온갖 짓을 다해도 둘리는 언제나 고길동의 집에 들어와 ‘길동아.’하곤 했다.
다행히 집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갔구나.”
마침내 혼자가 되자 그는 평온함을 되찾았다.
조규환은 거실 소파에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커피를 홀짝였다.
리모컨 버튼을 누르자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의 4악장을 들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얼마나 행복한 평화로움이던가.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를 들이킬 때였다.
“……?”
테이블 한 귀퉁이에 놓여 있는 봉투가 보였다.
‘두고 간 건가?’
봉투 안에 담긴 엽서를 보자 그만 웃음이 나왔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된 엽서를 열자마자 띠리리~ 하면서 노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그 옆에는 선우주와 멤버들이 감사하다고 쓴 메시지가 쓰여 있었다.
지호의 ‘또 올게용!’ 하는 메시지만 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말들이었다.
아침부터 가슴 한켠이 따스해지는 느낌에 미소를 지으려고 할 때.
위이이잉-
“으악!”
소파 뒤를 무심하게 지나가는 로봇 청소기에 그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 * *
“우와아아!”
매니저가 내려준 곳에서 우리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아파트다!”
“아파트! 아파트!”
이곳 101동의 11층에 있는 1103호가 새로운 숙소였다.
우리는 1층 현관에서부터 눈을 휘둥그레 떴다.
-10층.
버튼을 누르자 나오는 음성에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박이다. 야. 이제 엘리베이터에서 버튼 누르면 목소리도 나와. 이거 그것도 되나?”
“잠시만요.”
비주가 손가락을 뻗었다. 우리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비주가 굳은 얼굴로 10층을 꾹 눌렀다.
-10층, 취소되었습니다.
“우와아아…….”
우리끼리 서로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대박이다, 실수로 눌렀을 때 취소도 된대.”
“우리 진짜 좋은데 왔나 봐요.”
11층까지 한 번에 쭉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저절로 콧노래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숙소에 들어갔을 때도 기쁨의 연속이었다.
널찍한 거실과 볕이 잘 드는 베란다도 베란다지만 일단 방이 3개였다.
“대박.”
“대박이다. 방 세 개 실화냐.”
감동의 폭풍이 몰아닥쳤다.
“진짜, 남들 다 리얼리티에서 ‘우린 룸메즈!’ 그런 거 하고 있을 때 우리 얼마나 슬펐냐.”
“그러니까요. 우린 다 룸메즈였는데.”
“이젠 지난 일이네요.”
비주가 널찍한 부엌을 둘러보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 동안, 선발대로 나선 리혁이가 헐레벌떡 돌아왔다.
“봐, 봤어요?!”
“뭘?”
“화장실이 두 개예요!”
우리 모두 충격에 빠졌다.
“그게 참이더냐, 리혁아?”
“진짜 두 개야?”
“이제 새벽의 화장실 지옥도 끝이네여.”
새벽 스케줄에 나갈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화장실은 하나인데 써야 하는 사람은 다섯이라, 아수라장도 그런 아수라장이 없었다.
우리 모두 하나 된 마음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허공에서 대표님이 반짝반짝거리는 듯했다. 웃으면서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 하하’ 하는 환청이 들린다고 할까.
다들 집 구경에 혼을 쏙 빼놓고 있을 때 석환 형이 물었다.
“방 배치는 정했어?”
“조 이사님 댁에서 지낼 때 정했어. 큰방은 중현이 주기로 하고. 나머지는 나랑 지호, 비주랑 리혁이가 쓰기로 했고.”
“……코골이 때문에 그런 거지?”
“아니야. 그런 거.”
뭘 아니야 하는 시선이 따라붙었지만 외면했다.
사실이긴 했다.
중현이가 제비를 뽑을 때 노랗게 칠해진 끝을 보며 ‘오, 안방 대박!’ 했지만 사실 내 손에 쥐어진 다섯 개의 제비에는 모두 노란색이 칠해져 있었다.
나머지 네 명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마침 중현이가 나를 불렀다.
“형, 이건 어디다 놓을까요?”
짐을 풀기 시작했는지 비주와 리혁이가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망고 차트 신인상과 HBS 가요대상 신인상 트로피, 그리고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며 탔던 트로피들이었다.
“음…….”
거실에 놓인 선반을 보면서 고민했다. 그러곤 선반 위를 가리켰다.
“저기다 한꺼번에 올려놓자.”
“약간 비좁을 수도 있는데 위층이랑 아래층 나눠서 놓는 건 어때요?”
“그 아래는 비워두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또 채울 수 있게.”
동생들이 말없이 웃으며 트로피를 한 칸에 몰아넣었다.
두 매니저들이 미팅 일정 때문에 떠난 후, 원석 씨가 남아 무거운 짐을 끙끙대는 우리를 도와주었다.
마침내 짐 정리가 끝났을 때 거실에 신문지를 깔고 중국 요리를 시켰다.
“매니저님, 이거 드세여. 울 아빠가 그러는데 이 생선살이 누룽지탕에서 제일 맛난 부분이래여.”
“양은 부족하지 않으세요?”
“이것도 드세요. 뜨거우니까 후후 불어요.”
매니저가 들고 있는 접시에 탕수육, 깐풍기, 누룽지탕의 각종 고명이 날아들었다.
상대가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은데.”
“지난번에 삼겹살도 안 드시고 갔잖아요. 이제 저희가 보은할 차례예요.”
“……네. 고마워요.”
원석 씨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우리가 건넨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즐겁게 떠들며 식사를 마친 후, 회사로 돌아가려는 매니저를 배웅할 때였다.
“그럼 가볼게요.”
웃으면서 인사하는 상대의 모습에 동생들이 얼른 얘기하라는 듯 나에게 눈짓을 했다.
내가 곧바로 입술을 뗐다.
“저기, 매니저님. 가시기 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는데요.”
“뭔데요?”
“이번 일,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고개를 꾸벅 숙이자 상대가 눈을 깜빡였다.
“지금 짐 정리한 거요?”
“오늘 말고 다른 날이요. 새해 첫날.”
“아아.”
나를 바라보는 이에게 웃어 보였다.
“그날은 정말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고맙다는 말도 못 드렸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옆에 있던 동생들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여주었다.
원석 씨가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신경 쓰지 말아요. 제가 워낙 오지랖이 넓은 성격이라…….”
하지만 우리는 말없이 웃을 뿐이었다.
오지랖이라고 말하지만, 이렇게 신경을 써주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이에게 우리는 미리 준비한 선물을 하나 건네주었다.
큼지막한 손이 선물상자를 받아들었다.
“이게 뭐예요?”
“전부터 드리려고 사놨던 선물이었거든요. 원래는 작년 31일에 드리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 드리게 됐네요.”
“이런 거 안 줘도 되는…….”
“다른 두 매니저 형들한테도 선물한 거라 부담 안 가지셔도 돼요. 저희 전통 같은 거여서요.”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상대가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잘 받을게요.”
우리에게 고맙다는 미소를 보내던 상대가 상자를 챙겨들고 떠날 때, 내가 그를 불렀다.
“그리고 가시기 전에 하나 더 있는데… 이것도 전부터 계속 말씀 드리고 싶었거든요.”
“……?”
“말 편하게 해주세요. 형.”
“……으음.”
“지금 한 번 해보세여.”
“그…래.”
어색하게 반말을 해 보는 상대에게 우리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연기 전문가가 말했다.
“톤을 좀 낮추셔야 해여.”
“그래.”
“바로 그거예여.”
“그래.”
이내 현관이 떠들썩한 웃음소리로 가득해졌다.
* * *
같은 시각.
서울 양천구의 한 사무실.
“자, 그러면 이제 섭외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테이블 상석에 앉은 성 피디가 입술을 뗐다.
“지난 번 회의 끝날 때, 괜찮은 후보 있으면 추려서 오라고 했던 것 같은데. 다들 준비해 왔어요?”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작가들이 곧바로 연예인들의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무명이었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들도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 키움 프로덕션은 작은 규모의 외주 제작사였다.
지상파 방송국인 H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두어 개 정도를 맡고 있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이었다.
새롭게 런칭하는 이번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시청률이 저조한 편성 시간대와 부족한 예산.
당연히 이름 있는 연예인들을 섭외할 만한 급이 되지 못했다.
“흐음…….”
이런저런 이름이 나왔지만 상석에 앉아 있는 성 피디의 표정은 밝아질 줄을 몰랐다.
‘적당히 예산에 맞춰서 섭외해야 하나.’
나름대로 공을 들인 프로그램인 만큼 기왕이면 방송과 잘 어울릴 만한 인물이었으면 싶었는데.
작가들이 말한 후보군 중에서 한 번 추려봐야겠다고 생각할 때였다.
작가 중 한 명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지 작가. 무슨 의견 있어?”
“제가 적임자를 찾은 것 같아요, 감독님.”
서 작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번 회의에서 우리끼리 그랬잖아요. 우리가 원하는 출연자의 이상적인 조건 두 가지 해서요.”
첫 번째, 역사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있을 것.
두 번째, 어린 연령층에게 호감 가는 외형을 지닐 것.
두 가지 조건을 모두가 다시 떠올리고 있을 때, 그녀가 노트북을 돌려서 보여주었다.
“이거 한 번 봐 보세요.”
두 편의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하나는 다섯 아이돌 멤버가 이상한 옷을 입은 채 영화관에서 우는 아이를 달래주는 영상이었다.
“어, 나 이거 봤는데. 지난번에 SNS에서 꽤 핫했잖아요.”
“근데 얘네가 누구더라…? 얼굴은 알 듯 말 듯한데 분장을 해서 못 알아보겠네.”
곧이어 두 번째 영상이 흘러나왔다.
“아, 뉴블랙이구나.”
HBS MTV ‘아이돌쇼’에서 1회 게스트로 나온 뉴블랙이 미모를 뽐내고 있었다.
작가들이 절로 흐뭇한 미소를 머금을 때였다.
“들어보세요. 여기.”
서 작가가 강조하면서 볼륨을 높였다.
-아까 말했듯이 광해군의 실리…….
-리혁 씨.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몰락했어요. 지금 왕관을 쓴 인조는 바로 저예요.
-병자호란이 인조 때 아니에요?
뉴블랙의 두 멤버가 자유자재로 국사 드립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제작진의 입에서 동시에 ‘오’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 작가가 물었다.
“어때요, 우리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아요?”
“그렇긴 한데…….”
부정적인 의견들이 흘러나왔다.
“근데 내가 가요계 쪽 인맥한테 이것저것 들은 게 있거든. 뉴블랙이라면 지금 한창 뜨고 있는 애들인데… 여기저기서 부르는데 많을걸.”
“맞아요, 출연료를 맞춰도 어려울 걸요.”
“이런 프로그램에는 안 나오려고 할 것 같은데요. 취향이 이상한 애들이 아니라면… 솔직히 뭐가 아쉬워서 여기에 나오겠어요.”
곧바로 긍정적인 의견들이 튀어나왔다.
“일단 찔러 봐서 나쁠 건 없잖아요. 혹시 모르지.”
“자꾸 이런 프로, 이런 프로하는데. 아니, 우리 프로그램이 뭐가 어떻다고 그러는 거예요?”
“맞아요. 맞아. 얼마나 유익한데.”
그 말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친 이들이 말을 삼켰다.
‘우리 프로가 뭐냐니.’
여기 어린이 교양 프로그램이잖아, 이 사람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