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79화
미남미녀에 대한 관심은 세계 공통이다.
TTS의 모닝 뉴스가 끝나고 대만의 웹 사이트에서 관련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TTS 아침 뉴스에 나왔던 남자 본 사람?]
해당 게시글에는 인터뷰 캡처 화면이 담겨 있었다.
밤중에 홀로 빛나듯이 새하얀 피부.
깊은 눈동자.
눈코입이 완벽한 각을 이루도록 조형된 생김새의 청년이 방긋 웃으며 말을 하는 gif 파일이었다.
댓글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대체 어디 있다가 나온 미모지
-우젠민? 지금부터 전국의 우젠민을 다 뒤진다 기다려
-갑자기 이름도 왠지 예쁘게 보인다. 우젠민
-연예인 되려고 TV에 미리 내보내는 거 아니야?
-한국 배우처럼 생겼다. 한국에서 성형하고 왔나
-저 얼굴이 성형으로 되는 거면 내가 지금 한국행 비행기 표 산다 멍청아
‘우젠민’이라는 정체불명의 미남에 대한 호기심은 웹상에 순식간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TTS 보도국은 아침부터 해당 인물이 누구냐는 문의에 시달렸다.
“우젠민이 누구냐고요? 저희도 인터뷰만 한 거라서 자세한 사항은 몰라요. 네, 가명입니다.”
“죄송합니다. 인터뷰 속 인물에 대한 신상은…….”
하지만 그들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나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인터뷰만 했을 뿐.
아침부터 문의 전화에 시달린 직원들은 수화기를 빼놓은 채 땀을 식혔다.
“보통 난리가 아니네.”
“인터뷰 장면 하나 가지고 원. 연예 기획사에서 일하는 지인한테 자꾸 전화 온다니까. 거기 어디냐고.”
“왜?”
“인터뷰 인물이 또 올지 모른다고. 거기 죽치고 있겠단다.”
쓴웃음이 감도는 가운데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던 보도국 직원 하나가 말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확 떴네. 조금 있으면 신상도 뜨고, 연예기획사에서 다 모셔가려고 할 테니까.”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웹사이트 검색어에 ‘우젠민’이라는 이름이 올라가고 있을 즈음, 해프닝은 너무나 우습게 끝났다.
-쟤 한국 연예인인데?
뉴블랙을 알아본 누군가 댓글을 단 것이다.
처음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무슨 소리야? 한국 연예인이라니.
하지만 증거사진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음악방송 엔딩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장면, 한국 방송에서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는 각종 영상들.
화장이 조금 더 진하기는 하지만 확실히 그 우젠민이었다.
뉴스 장면 하나로 발굴되어 알려지는 무명 일반인의 스토리를 기대한 사람들은 아쉬워했지만, 금세 다른 쪽으로 납득할 수 있었다.
-아하. 한국에서 활동하는 대만인이야?
그런데 그것도 아니란다.
누군가 올린 자료에 따르면 부친이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즈 피아니스트라나.
뉴블랙의 팬이라는 이가 글을 올렸다.
-한국 팬카페에서 쓴 글을 번역기로 돌렸는데, 우주는 이번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는 거래.
지금까지 해외 스케줄은 물론이고, 외국과 그 어떠한 연도 없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사람들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뭐지..? 언어의 천재 그런 건가.
-차라리 대만에서 몇 년 살았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은데.
-누가 언어 공부법 그런 거 꼭 물어봐줬으면 좋겠다. 처음 보는 한국인이 저렇게 말을 잘한다니 간만에 공부 의욕이 생기는 거 같아.
‘우젠민’이라는 정체불명의 대만인이었을 때보다는 화력이 확실히 줄었지만 호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우젠민이 누군지 의문이 해소된 지금.
대만 네티즌들의 관심사는 새로운 것에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만에는 왜 온 거래?
* * *
같은 시각.
대만에 간 뉴블랙의 떡밥을 숨죽이고 기다리던 수플레들은 엉뚱한 떡밥을 받아들었다.
-우주야..? 네가 왜 거기서 나와?
한자가 잔뜩 붙어있는 뉴스 화면에서 우주가 빙긋 웃으며 인터뷰 대답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 얼떨떨한 반응도 잠시.
누군가 대만 웹상에서 벌어졌던 일을 번역해서 알리자 곳곳에서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엌ㅋㅋㅋㅋㅋㅋ우주얔ㅋㅋㅋ
-두 눈을 의심ㅋㅋㅋㅋ
-아이고 내새끼 장하다 해외 첫 스케줄이 뉴스였구나 근데 현지인으로 나왔네? 현지인으로..
-젠민아ㅠㅠㅠㅠ
-대만 네티즌들 얼마나 설렜을까
-상상하니까 더웃김ㅋㅋㅋㅋ
-자기 나라 보석인 줄 알았는데 외국인이었긔..☆
-그저 뿌듯하네여ㅋㅋㅋ우리 애 신기한 거 이제 외국 애들도 알아
-깨알 같은 21셐ㅋㅋㅋㅋ 아니 왜 21세라고 한 건데
이윽고 뜻을 한데 모은 수플레들은 ‘우젠민, 21세’ 짤을 곳곳에 영업 글로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컷 웃음을 터뜨린 후, 수플레들 역시 새로운 호기심에 휩싸였다.
-근데 말을 얼마나 잘했으면 현지인이라고 착각한 걸까요?
-그러게요. 어떻게 한 거지..?
하지만 그 의문은 길지 않았다.
-머 어떻게 했겠져
-저는 우리 애를 이해하길 포기했어요
-(대충 우주가 우주했다는 내용)
-ㅇㅇ 우주가 평소처럼 젠민했을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다들 어서 이 짤을 퍼뜨려서 우주가 수치심에 몸부림치도록 해요
-다 같이 화이팅 꺄르륵
점점 자신의 가수를 닮아가는 팬들이었다.
* * *
TBC 파티시에 코리아 특집 녹화는 새벽부터 진행됐다.
융캉제 거리에 자리 잡은 일일카페 내부는 카메라가 세팅되어 있었고 출연진들은 오픈 준비에 바빴다.
명세진 파티시에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재료를 꼼꼼하게 점검했고, 박재우 셰프가 그 옆에 보조를 맞췄다.
그 외 나머지는 잡일 담당이었다.
“의자는 이리로 내려놓을게요.”
“테이블에 꽃 한 송이씩 올려줄래요?”
“포크! 포크!”
부지런히 움직여서 가게 테이블과 의자를 가지런히 세팅하고, 그 위에 꽃도 한 송이 올려주고.
포크나 숟가락 같은 집기도 가지런히 냅킨 위에 세팅해 두고.
처음에는 다 같이 똑같은 일을 했지만 금세 업무가 나뉘어졌다.
“중현이 형, 그리고 왕지호 이리로 와 봐.”
“넹?”
“왜, 리혁아?”
“왜요? 이 사람들이 정말.”
중현이와 지호가 눈치를 슬금 보는 가운데 리혁이가 포크 세팅을 보면서 불을 뿜었다.
“중현이 형, 누가 포크랑 숟가락을 그렇게 놔요?”
“이거 안 돼?”
“……후우.”
심호흡을 하며 마음의 평화를 찾던 리혁이가 이내 막내를 바라보며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왕지호, 너 냅킨으로 누가 학 접으래.”
“죄송합니다…….”
“둘은 세팅 말고 힘쓰는 거 해요. 손가락으로 뭐 세심하게 해야 하는 건 모두 금지에요. 금지.”
막내가 입술을 비죽였다.
“알았어여. 그치만 그렇게까지 한심해 하는 눈으로 볼 건 없잖아여. 저 상처 받아여.”
“맞아. 상처 받아.”
부당함을 성토하는 모습에 카메라가 렌즈를 돌리자, 나도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
“리혁이가 심했네. 우리 동생들이 얼마나 여린데.”
“맞아. 저 어려요.”
리혁이가 이내 귀가 벌게지더니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아니, 뭐 그렇게까지 상처를 받았다면 조금 미안하지만,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손님을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인테리어를 멋지게 해놔야…….”
“와아. 진지충.”
리혁이의 얼굴에 금이 갔다.
두 바보가 키득거리며 자기들끼리 바라보았다.
“사실 상처 안 받았는데.”
“맞아여. 뻥인뎅.”
그러면서 둘이 짐을 나르는 스탭들에게 다가가 도와주기 시작했다. 홀로 남은 리혁이가 한숨을 쉬었다.
예능인 유창현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까 리혁이 보니까 박력 있네. 원래 저렇게 막 입에서 불꽃 쏘고 그래?”
“말도 못해요.”
내가 웃으며 말했다.
“정리정돈 관련해서 얼마나 깔끔한지 진짜 위생이나 청결 관련해서는 저희 중에 최고예요.”
“맞아요, 저희끼리 농담으로 리혁이가 식당 차리면 거긴 위생 걱정 없을 거라고 얘기해요.”
비주까지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말을 보태자 리혁이가 발끈했다.
“무슨 소리, 난 정상이에요.”
그러면서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창문틀을 슥 문지르고는 끝에 묻은 검댕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유창현이 감탄했다.
“주말에 당직사관 보면 꼭 저러던데. 쟤는 군대 가면 잘하겠다.”
“그렇죠? 일 잘한다고 예쁨 많이 받을 거예요.”
군필자들끼리 쓴웃음을 교환했다.
그만큼 리혁이가 지금 종횡무진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테이블 거기다 놔주세요. 거기다 통로를 놔줘야 좀 보기 좋아요. 네, 거기요.”
얘 손길이 미칠 때마다 곳곳이 마법처럼 변화했다.
새벽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비좁고 먼지가 가득했는데, 지금은 먼지 하나 없이 말끔하게 변신해 있었다.
왠지 모르게 넓게 느껴지는 테이블 배치는 덤이었다.
“과연 홈 닥터…….”
내가 혼잣말로 감탄했다. 주세한에서부터 청소 솜씨가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기는 했….
“뭘 그렇게 중얼거려요. 잘생긴 기둥처럼 서 있지 말고 이거나 버려줘요.”
“네. 알겠읍니다…….”
잡다한 쓰레기를 담은 두 봉투를 받아들고 눈물을 삼켰다. 권위라고는 1도 없는 리더의 삶이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니 비주가 벽에다 귀여운 병아리 전구 꾸러미를 ‘Cafe Sweet’이라는 네온사인 위에 걸었다.
유창현이 물었다.
“그건 또 뭐야?”
“아, 어제 야시장에서 봤는데 카페에 걸면 예쁠 것 같았어요.”
“그러네. 확 분위기가 사네.”
정말로 그랬다.
리혁이가 꼼꼼하게 카페의 먼지를 닦아냈다면, 비주는 그 위에 색을 칠하듯 인테리어를 더해 나갔다.
물론 이런 탈바꿈을 가능하게 한 건 오롯이 그 아래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노동력 덕분이었다.
“형, 그 액자를 조금 더 이쪽으로 걸어주세요.”
“이렇게?”
“각도가 조금 비스듬한 것 같아요. 왼쪽으로 15도 정도하면 똑바르게 보일 것 같은데.”
비주가 방긋방긋 웃으며 나랑 중현이를 부려먹었다.
“어머어머, 언제 이렇게 바뀌었대?”
결과물이 어지간히 근사했던지 박재우 셰프와 명세진 파티시에가 약체 라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머지 셋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당 떨어질 때 먹는 초콜릿을 흡입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더니.”
“그러게여. 전 왕씨인데 왜 돈을 못 받을까여.”
“음? 우리 출연료 받지 않아?”
만든 건 나인데 누구 왕이 만들었다며 칭찬을 받는 걸 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장인의 이름은 없고 그 문화재가 어느 왕 때라고만 나오는 국사 교과서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옷이나 갈아입자.”
서빙 알바답게 우리는 하얀 셔츠와 검은 바지로 갈아입었다.
저마다 복장을 차려입은 출연진과 다 같이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친 후 사뭇 긴장감에 휩싸였다.
명세진 파티시에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많이 올까요?”
영업 시작 시간은 오전 10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이제 남은 건 손님뿐이었다.
은근히 떨린다.
어제 융캉제 거리를 돌면서 사람들에게 판촉물을 건네며 와 달라고 하기는 했는데 과연 많이 올까.
유창현이 너스레를 떨었다.
“제가 책에서 한 구절을 봤습니다.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들어준다고. 우주 씨, 손님이 얼마나 올 것 같아요?”
“……네?”
뭐지. 이 변화구는.
카메라가 내 쪽으로 향했다. 눈을 멀뚱멀뚱 뜨는 내 모습에 다들 키득거리며 웃었다.
유창현이 물었다.
“얼마나 올 것 같아, 오늘?”
나도 곧장 웃으며 말했다.
“아, 이게 일종의 미신이긴 한데요. 오늘 일이 대박날지 아닐지 확인하는 저희만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요?”
“저희 중현 씨가 아이돌계의 펠레거든요. 뭐든지 반대로 예측해요. 예감이 좋다고 그러면 꼭 무슨 사건이 터지고.”
우리 애들도 가세해서 실제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자 다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 그럼 중현 씨, 오늘 손님이 얼마나 올 것 같아.”
“으음, 잘 모르겠어요.”
“보셨죠. 이게 대박의 조짐이에요. 저희가 음방에서 첫 1위를 할 때도 이 친구가 모르겠다고 했거든요.”
그게 무슨 예측이냐며 다들 말도 안 된다며 웃었지만, 우리는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박재우 셰프가 농담했다.
“사실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손님이 없다 싶으면 여기 뉴블랙 친구들을 앞에 세워두면 되니까.”
그러면 사람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올 거라고 하는 말에 우리가 다 같이 웃었다.
“슬슬 시간이 됐네요.”
모두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 ‘Closed’라는 팻말을 ‘Open’으로 바꾸고, 내리고 있었던 블라인드를 위로 올릴 때였다.
유창현이 말했다.
“혹시 손님이 기다리고 있는지 밖에 한 번 보고 올까요?”
그러면서 문을 빼꼼 열고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뒷모습이 빳빳하게 굳어 있다.
“…….”
어딘가 당황한 얼굴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그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사람이.”
“사람이?”
“너무 많아.”
“예?”
“줄을 섰어. 이건 봐야 돼. 다들 한 번 나가 봐. 지금 무슨 우즈 우즈 뭐시기 하면서 난리도 아니야.”
‘우즈 뭐시기’라는 말에 동생들이 나를 돌아보았지만 나 역시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뭐지. 어제 홍보가 효과가 제대로였나?
이내 동생들과 함께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그러곤 키순으로 위부터 아래까지 고개를 다 같이 빼꼼 내밀었다.
“와아아아-!”
아. 깜짝아.
줄을 서 있는 백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비명을 토했다.
처음에는 우리 팬분들인가 싶었는데,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건 오롯이 그 사이에 껴 있는 나였다.
다들 호들갑을 떨며 나를 가리켰다.
「우젠민이다!」
「저기 제일 잘생긴 애가 우젠민이야?」
「실물이 훨씬 나은데?」
……우젠민은 또 누구야?
* * *
손님들이 그야말로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젠민 씨! 4번 테이블에 감귤 케이크 갖다 주세요!”
“젠민 형!”
“젠민아, 여기 손님들 영어가 안 통한다! 얼른 와서 메뉴 설명하는 것 좀 도와주라!”
그리고 나는 개명을 당했다.
젠민아. 젠민아아.
귀에 메아리가 칠 때마다 내가 뺨을 파르르 떨었다.
“자꾸 젠민이라고 부르면 대답 안 할 거예요.”
“우젠민 씨~”
유창현이 깐족거리면서 나를 부르는 말에 부들부들하다가, 나를 부르는 손님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뭘 도와 드릴까요?」
그 업무용 미소로 태세전환하는 내 모습이 웃겼던지 대만 손님들이 막 웃음을 터뜨렸다.
나를 우젠민이라고 소개한 모닝 뉴스에 감사를 해야 할지, 아니면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주 씨 덕에 아주 호황이네.”
박재우 셰프의 이런 칭찬처럼 손님이 많다는 것에는 즐거웠지만, 미래의 일을 생각하니 슬펐다.
방송 나갈 때 자료화면으로 ‘우젠민, 21세’라는 게 나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콩닥거리고 환장스러웠다.
뭐. 다행이라면 이제는 이 정도쯤은 흑역사 축에도 안 든다고 할까.
“우주 형은 스물한 짤이래여~”
“……너 방송 끝나고 보자.”
이어서 ‘난 한 살이라도 어리고 싶어서 나일 속였어~ 내 나이 twenty one’하며 랩을 흥얼거리는 중현이의 모습에 속에서 열불이 터졌다.
그러다 손님이 부르는 곳에 화사하게 웃으며 다가갔다.
그래. 기회야, 이건.
팬서비스를 한다는 생각으로 찾아온 손님들에게 사진도 같이 찍어주고, 사인도 해 주었다.
그때마다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웃었다.
“재료! 우리 재료 부족한데 얼른 더 구해야 돼요!”
“지호야, 지호야! 거기 손님들 케이크 아니야, 빙수야!”
일일 카페는 그야말로 대호황.
우젠민이라는 짤방과 함께 입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사람들이 줄을 서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동생들은 내가 알려준 간단한 중국어 표현을 써먹으면서 주문을 능숙하게 받았고, 파티시에와 셰프는 놀라운 디저트를 선보였다.
우리의 얼굴을 찍으면서 1차로 좋아하던 손님들은 디저트를 맛 보고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며 이마에 성글성글 맺힌 땀을 닦았다.
바쁘고 정신없지만 이대로만 가면 완벽한 영업 성공이었다.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이 카페 잘 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에 흐뭇하게 생각할 때였다.
“……?”
뭐지.
카메라 뒤에 서 있던 피디님이 문자를 보더니 심각한 얼굴로 주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유창현 씨도 무슨 이야기를 전해들었는지 낯빛이 딱딱해졌다.
바쁘게 서빙을 하던 비주가 물었다.
“형, 무슨 일 생겼어요?”
“잠깐만, 내가 보고 올게.”
메뉴판을 옆구리에 낀 채 주방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문을 들어서서 후덥지근한 주방에 들어서자, 당황스러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박재우 셰프가 연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괜찮아?’하고 묻고 있었고, 명세진 파티시에가 눈물이 얼룩진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찍고 있는 카메라맨도 상당히 난처한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내 물음에 박재우 셰프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이 친구가 반죽을 젓다가 손목을 심하게 삐었어요.”
“……네?”
주방에서 대형사고가 터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