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80화
일 났네, 이거.
오늘의 메인은 명세진 파티시에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우승자인 그녀가 해외에서 각종 디저트를 선보이는 특집.
가장 활약해야 할 사람이 손목 부상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
주방에 싸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제작진은 말없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눈알만 굴리고, 박재우 셰프는 다친 이의 손목을 붙잡고 걱정스럽게 살폈다.
“세진아, 괜찮아?”
“네, 저 괜찮아요. 살짝 삔 거라서 이대로 반죽을… 윽!”
명세진이 다시 반죽을 하려고 손을 뻗다가 이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내가 물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주문이 계속 밀려들어오니까 마음이 다급해졌어요. 준비된 재고도 떨어지려고 그러고.”
급한 마음에 힘을 세게 주었다가 그만 손목을 삔 모양이었다.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그녀가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죄송해요.”
“…….”
“제가 망쳤어요. 다들 이렇게 준비…….”
그녀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동시에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모두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나와 비주도 저 마음에 공감한 터라 잠시 마음이 미어졌다.
우리로 따지면 해외 쇼케이스 당일 리허설을 하다가 발목을 삔 것과 같은 경우였다.
당장 관객들이 들어오는데 안무 동선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꼬이고 막막한 상황.
“……죄송합니다.”
울컥하는 목소리였다.
카메라에게 보이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돌려 눈물을 훔친 그녀가 결심했다는 듯 말했다.
“제가 어떻게든 최대한 해 볼.”
“안 돼.”
피디가 말했다.
“세진 씨 생각은 알겠는데 그런 식으론 안 돼. 여기서 괜히 무리했다가 더 탈나면 어쩌려고.”
“하지만 지금 방송…….”
“방송에 이런 모습 나온다고 시청자들이 좋아할 것 같아? 오히려 혹사 논란만 나오지.”
분위기를 살피던 유창현이 나섰다.
“일단 이러지 말고 해결책부터 얘기합시다. 지금 주문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어요.”
“메인 메뉴는 내가 계속 맡을게요.”
박재우 셰프가 말했다.
“내가 세진이만큼은 아니지만 이 메뉴를 만드는데 참여한 만큼 어느 정도 비슷한 퀄리티로 만들 수 있으니까. 문제는 나머지 잡다한 메뉴들인데…….”
사람들의 시선이 이미 만들어진 완제품을 바라보았다.
팥이나 슈크림이 들어간 한국식 찹쌀 도너츠, 인절미 가루 등이 올라가는 빙수, 디저트용으로 개량된 앙증맞은 미니 붕어빵이나 마카롱 등.
명세진이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음료나 빙수 같은 종류는 만들기 쉽지만, 나머지 빵 종류가 문제예요. 셰프님은 메인 메뉴 만드셔야 해서 시간이 없고. 이 상태로면 남은 재고도 30분 안에 다 소진될 텐데…….”
침묵이 흘렀다.
사람들은 아기자기한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파티시에가 올망졸망한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강한 근력이 요구되는 직종이다.
아무나 하기 힘든 일.
거기다 반죽이나 빵의 형태를 빠르게 잡는 일에는 숙련된 스킬도 필요하다.
피디가 물었다.
“혹시 제빵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 없어요? 일단 세진 씨가 옆에서 디렉션을 주면 되니까.”
저마다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해 봐야 망치기만 할 거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때 나와 비주는 시선을 교환했다.
‘형, 제가 말해 볼까요?’
‘같이 말하자.’
눈빛으로 대강 합의를 마친 내가 입술을 뗐다.
“저기.”
카메라를 든 제작진과 피디, 출연진의 시선이 동시에 내게 향했다.
담당 피디가 반색한 얼굴로 물었다.
“우주야, 너 할 줄 알아?”
“저랑 비주가 시도해 봐도 될까요? 일단 비주는 취미가 요리여서 가끔 제빵 같은 것도 하거든요.”
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자신 있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열심히 해 보겠다는 표정이었다.
박재우 셰프도 납득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요리를 해 본 손이었지. 비주.”
“그리고… 실례가 안 된다면 저도 한 손 거들어도 될까요?”
“우주? 네가?”
의문 가득한 시선들이었다.
마치 ‘네가 손에 물 묻히고 살아본 얼굴은 아닌데?’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았다.
……이걸 어떻게 설명을 한다.
오늘 방송에 출연하기 전에 조 이사님 댁에서 ‘파티시에 코리아’의 재방송을 정주행한 터였다.
거기다 조금 아는 척이라도 해보려고, 미튜브로 해외 유명 파티시에들의 영상을 보기도 했고.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내가 여태까지 눈으로 보았던 솜씨들은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었다.
몸으로 느껴졌다.
신경망을 타고 느껴지는 찌릿한 전기 신호 같다고 할까.
빵 반죽에 있어서도 손끝을 어떤 식으로 움직여야 할지 내 뇌에 매뉴얼이 새겨져 있었다.
허나 여기다가 수줍게 ‘제가 초능력이 있어염’ 할 수도 없는 노릇.
0.5초 동안 빠르게 판단을 끝냈다.
“할머니가 백반집을 하시는데 제가 어릴 때부터 많이 도왔거든요. 주방 기구에 굉장히 익숙한 편이에요.”
이건 진짜였다.
여기에 명분 한 스푼 더하고.
“근력도 필요한 작업인데 비주 혼자 하기에는 버거울 것 같아서요.”
“우주 형…….”
비주가 감동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팀의 에이스가 퇴장 당한 상황이라 찬물 더운물 가릴 상황이 아니라는 게 가장 컸다.
“그렇게 하죠.”
피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서빙은 유창현과 우리 멤버들 4인 체제로 가고, 나와 비주가 주방에 보조 인력으로 들어갔다.
“비주야.”
“형.”
“우리 잘해 보자.”
분위기상 작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우리는 셔츠 양팔을 걷어 올리고 주방 테이블로 다가갔다.
“뭐부터 하면 될까요?”
* * *
명세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다가 상황이 이렇게 돼서…….’
방송국에서 큰 비용을 들여 이렇게 해외 로케이션까지 진행을 했는데 가장 중요한 촬영을 앞두고 부상을 입었다.
‘프로로서 실격이야.’
속상하고 부끄럽고, 미안하고.
도무지 고개를 들 수가 없을 만큼 참담한 심정이었다.
모두가 속으로 자신을 손가락질 하는 듯한 기분.
“미안해요.”
눈앞에 서 있는 두 아이돌 멤버에게 사과를 했다.
서빙을 하느라 정신없었을 텐데, 그녀 때문에 지금 팔자에도 없는 제빵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럴 책임이 없는데도 괜히 잘못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맛이 없다며 타박을 들을 수도 있고.
그녀가 사과를 하자, 상대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파티시에님이 왜요?”
“네?”
“부상이란 게 본인이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뉴블랙의 리더가 웃었다.
옆에서 장갑을 끼던 비주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예전에 어떤 사람이 그랬는데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났다고, 지나간 일에 신경 쓰는 건 해롭대요.”
“잠깐만.”
우주가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소곤거리듯 물었다.
“그거 내가 한 말 아니야?”
“맞아요.”
“위인전처럼 인용하지 마. 창피하잖아.”
움츠러든 그녀를 위로하듯 자기들끼리 너스레를 떠는 모습에 명세진은 고마움을 느꼈다.
우주가 씩 웃으며 말했다.
“명만 내려 주세요. 파티시에님. 저희가 누렁이처럼 일해 볼게요.”
“그럼…….”
명세진이 해야 할 일을 말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눈앞에 있는 둘이 걱정스러웠다.
‘이게 보기보다 힘들 텐데…….’
물리적으로 힘도 들지만 자잘한 스킬에 있어서 터치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았다.
사소하지만 쫄깃한 식감이라든가, 맛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초보자들에게 어떻게 조언을 해야 할지 고민할 때 비주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어?’
확실히 요리가 취미라는 말답게 순식간에 계량이 척척 진행됐다.
거기에 신속하고 정확한 거품기 젓기까지.
몇 가지가 미흡하지만 흠 잡을 데 없는 솜씨였다.
“반죽은 내가 할게.”
이번에는 우주의 차례였다.
비주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 레시피대로 빙수를 제조하는 동안 명세진은 우주를 바라보았다.
“반죽을 할 때는 빨래를 한다는 느낌으로 밀었다가 접…으시네요.”
우주가 반박자 더 빨랐다.
처음에는 약간 어설픈 듯싶었지만, 한두 번 하고 나니 굉장히 능숙한 솜씨로 섞기 시작했다.
“좌우로 손 바꿔 가…시고 있네요.”
이번에도 그녀가 말하기에 앞서 우주가 손을 움직였다.
긴장한 탓에 그의 구레나룻에 식은땀이 맺혔지만 긴장감이 이해되지 않을 만큼 능수능란했다.
“……?”
명세진이 입술을 뗐다.
“작업대에 살짝 패대…….”
탁. 조물조물.
우주의 손끝이 익숙하게 반죽을 조형했다.
“……뭐야?”
의아함 가득한 목소리가 명세진의 뒤에서 튀어나왔다.
박재우 셰프가 메인 메뉴를 오븐에 넣는 동안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구경을 나온 모양이었다.
그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우주 씨, 평소에 제빵 좀 해 봤어?”
“아뇨.”
우주가 성글성글한 땀을 훔치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러곤 5년차 파티시에처럼 반죽을 주물렀다.
동작과 표정이 영 매치가 안 되는 상황이라 파티시에와 셰프는 멀뚱멀뚱 바라볼 뿐이었다.
촬영 중이던 카메라맨도 마찬가지로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고요한 주방을 울렸다.
“제가 방송 나오기 전에 파티시에 코리아를 좀 봤거든요. 참가자 분들이 하는 걸 유심히 봤어요.”
“……그걸로 돼?”
“음, 저도 될지 안 될지 긴가민가하긴 했어요.”
우주가 반죽을 잡아당겨 부드럽게 늘어뜨리다가 놀랐다.
“어, 된다.”
“…….”
“이게 되네요?”
신기해하는 이를 보며 그들이 눈을 깜빡였다.
‘왜 네가 놀라는 건데…?’
한편, 그들은 반죽을 보며 감탄했다.
피자 광고에 나오는 치즈처럼 쫀득하게 늘어나는 모습이 아직 빵이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그 식감이 전달되어 왔다.
명세진이 중얼거렸다.
“세상에, 저 반죽 잘된 거 봐.”
“나 원 참, 별일이 다 있네.”
혀를 내두르던 박재우 셰프는 다시 메뉴를 손 보기 위해 구석으로 갔고 이번에는 비주가 돌아왔다.
명세진이 그를 돌아보았다.
‘같은 그룹이니까 잘 알고 있겠지?’
그에게 우주에 관한 질문을 해 보려던 찰나.
“……어, 뭐지.”
비주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우주 형이 저렇게 잘할 리가 없는데.”
“…….”
“그렇다면 결론은…….”
비주가 이내 납득한 얼굴로 환하게 웃었다.
“역시 우주 형은 다 잘하는구나.”
납득 포인트가 어딘가 이상했다.
반죽 단계가 끝나고 명세진이 다른 부분에 관해 조언을 하려고 할 때였다.
“단팥 도너츠 안에 팥소를 넣을 때는, 왼손으로 들고 팥소를 올린 상태로 한 바퀴…….”
이미 하고 있었다.
초심자라면 팥소를 반죽에 욱여넣은 채 그걸 만두 빚듯이 꾹꾹 한참을 누를 텐데.
우주는 그녀가 하듯이 손을 휙 돌리면서 동글동글한 모양을 단번에 만들어냈다.
그것도 여덟 개의 손이 달린 거미처럼 빠른 속도로.
‘전생에 쇠똥구리였나.’
더 이상 코칭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반죽해 주세요.’, ‘이거 넣어 주시고.’, ‘설탕에 골고루 묻혀 주세요.’ 같은 간단한 지시만을 내렸다.
그야말로 환상의 호흡이었다.
그녀가 지시를 내리면 선우주가 힘이 필요한 단계를 능숙하게 해내고, 비주가 섬세한 손놀림으로 장식하고 예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정말 처음 해 보는 거 맞아요?”
도전자들이 만들어 낸 결과물은 손님들에게 내놓기에 손색이 없었다.
한 차례 맛을 본 카메라맨, 박재우 셰프, 명세진은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며 감탄했다.
“……이대로 내놔도 되겠는데?”
“맛있어요.”
그들의 반응에 두 초보 파티시에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들끼리 하이파이브를 했다.
“형, 맛있대요!”
“비주야, 우리가 성공했다.”
맛있는 빵을 우물거리던 명세진의 허탈한 표정을 보면서 박재우 셰프가 키득거렸다.
“자괴감 들지?”
“네…. 저는 처음 했을 때 완전 엉망진창이었는데, 어떻게 첫 번째 하는 빵이 이렇게 돼죠?”
“우리야 좋지, 뭐.”
“그건 그래요. 결과물이 너무 좋아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겠죠? 정말 천만다행이에요.”
고마움 가득한 눈으로 뉴블랙 멤버들을 바라보던 명세진의 시선이 한 군데에 이르렀다.
그녀가 소곤거렸다.
“우주, 쟤는 정체가 뭘까요?”
“그러니까. 현지인으로 오해 받는 것도 그렇고, 제빵할 때 풍기는 분위기도 무슨 30년차 장인인 줄 알았어. 유럽 유학 갔을 때 장인들이 저런 표정으로 디저트 만들더라.”
“허, 맞아요. 그 쿠키 굽는 할아버지 표정 그거……!”
그제야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났다.
우주가 반죽을 할 때마다 표정이 조금씩 달라졌는데 어딘가 낯익은 표정들이었다.
경륜이 오래된 해외 명인들이 보이는 고집스러운 입매라든가.
“저기.”
그때 우주가 물었다.
“그럼 이대로 내놔도 되는 건가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던 주방의 분위기가 다시 훈훈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 살았다.”
뉴블랙을 바라보는 피디의 눈이 은인을 보듯 감동으로 물들고 있었다.
* * *
“빵 가지러 왔습니다……!”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주방에 들어선 유창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주방 분위기가 너무나 훈훈했다.
담당 피디도 연신 방긋방긋 웃고, 카메라맨도 빵을 우물거리며 엄지를 척 들었다.
‘……뭐지?’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는 듯, 손목에 아이스팩을 든 명세진이 열정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었고.
두 제자는 셔츠가 젖어들 만큼 땀을 흘리며 열심히 반죽을 하거나 쿠키를 만들고 있었다.
박재우가 그를 반겼다.
“아, 창현 씨도 하나 먹어 봐요.”
“……네?”
“저 친구들이 만든 건데, 시식해 봐요.”
찹쌀 도너츠와 각종 디저트가 담긴 쟁반을 바라보았다.
모양도 올망졸망하고, 냄새도 구수하고.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던 그가 한 입 베어물었다.
‘……오!’
설탕이 혀끝에 녹아내리며 달콤한 맛이 뇌를 강타했다.
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모양으로 ‘오’를 그리는 모습을 카메라가 담고 있었다.
“괘, 괜찮은데요? 아니. 맛있어요.”
“그렇죠? 저 친구들이 만들었다는 게 안 믿기지 않아요?”
“……저 둘이요?”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유창현이 혀를 내둘렀다.
“한 명은 초보자고, 한 명은 TV만 보다가 생판 처음 해보는데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고요?”
“정확해요. 나도 이해는 잘 안 가지만.”
“다 찍었어요, 그거?”
카메라맨이 손가락으로 OK 사인을 그렸다. 유창현이 헛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방송 나가면 난리나겠네요.”
얼떨떨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이 잘 풀려서 안도의 숨을 쉬던 유창현이 쟁반에 디저트를 날랐다.
그러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얘네는 못 하는 게 없네.’
온갖 분야에 다 조예가 있는 이상한 애들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희한한 애는 단연 우주였다.
외국어부터 저 반죽 주무르는 솜씨까지.
‘일 잘해. 대박 잘해.’
왜 술자리에서 여희연이 ‘우주’라는 멤버를 계속 언급했는지 이해가 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리더의 특이함은 멤버들도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비주 형은 그렇다 치고. 우주 형이 이 빵을 만들었다고요?”
갑자기 사라진 리더가 뭘 하고 있었냐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유창현은 예쁘장한 디저트를 가리켜보았다.
잠시 당황하던 멤버들이 침착함을 되찾았다.
“우주 형이네.”
“내가 이상한 건가? 나 왜 안 놀랍죠.”
“평소의 젠민이잖아여.”
그러더니 평온한 얼굴로 신나게 나르기 시작했다.
한편.
가게에서 디저트를 음미하던 손님들은 뉴블랙 멤버들이 서빙하는 디저트를 먹으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맛있다. 너무 맛있어.」
「완벽하다 진짜. 한국식 디저트도 맛있네.」
「맛이 아까랑은 조금 다른데?」
예리한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흡족한 얼굴로 케이크와 빙수 등을 즐겼다.
하지만 미각으로 충족하는 것도 잠시, 그들의 관심은 다른 데로 튀었다.
「두 명은 어디 갔지?」
「그러니까… 나 우젠민 얼굴 보고 싶은데.」
서빙을 하러 돌아다니는 뉴블랙 멤버들을 볼 때마다 시각적인 행복을 느끼던 손님들이었다.
저마다 잘생기긴 했지만, 그 다섯의 조합이 너무나 완벽하다고 할까.
마치 종합 선물 세트처럼 ‘너희가 원하는 모든 미남을 보여줄게’ 하는 듯한 조합이었기에, 둘이 빠지니 너무나 아쉬웠다.
곧장 손님들이 지나가던 서빙 알바를 붙잡았다.
「저기, 두 명은 어디 갔어요?」
키가 훌쩍 큰 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자 손님들이 손으로 그 키를 다르게 묘사하며 말했다.
“큐트 가이, 핸섬 가이.”
“아하.”
진중한 곰 같은 얼굴이 이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대답했다.
「젠민이 빵 만든다.」
「네?」
부리부리한 눈썹이 테이블 위의 디저트를 가리켰다.
「너희들 먹는 빵. 젠민이가 만든 거다.」
「……?」
「맛있게 먹어라. 빵.」
부리부리한 눈부터 시작해서 튼튼한 몸까지.
굵직하고 마초적인 분위기 때문일까. 쿨하게 대답하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손님들이 감탄했다.
「멋있다.」
「박력 있는 느낌이야, 내 취향…….」
한편 주변에서 그가 하는 모습을 감시하고 있었던지.
새하얗고 날카로운 멤버가 그를 붙잡고 새가 부리를 쪼듯이 다다다 뭐라고 쏘아붙였다.
축 늘어진 이가 뭐라고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쿵쿵.
거친 걸음걸이와 심각한 표정으로 돌아오는 모습에 손님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거대한 그림자가 그들에게 드리웠다.
멀뚱멀뚱 그를 올려다보는 이들의 눈에 어딘가 시무룩해진 눈썹이 보였다.
「미안하다. 나 중국어 바보. 더 친절하겠다.」
어딘가 귀엽고 웃긴 중국어에 손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