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83)화 (18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83화

수플레들이 무대를 바라보았다.

‘깜짝 선물이 뭘까?’

Q&A 시간을 진행할 때 우주가 말했다. 여기 팬들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해 왔다고.

꽤나 재미있을 거라고 예고까지 한 터라 팬들의 기대감은 점점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암전된 객석에서 다들 발을 동동 굴렀다.

‘얼른 보고 싶다.’

그 선물이 과연 무엇인지 상자를 받아들어 포장을 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게 뭐든 감동할 자신이 있었다.

설령 상대가 모래 한 줌을 주면서 ‘제 마음이에요’라고 해도 그걸 유리병에 담고 꺼이꺼이 울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뉴블랙이 그들을 위해서 일부러 선물을 준비해왔다는 거니까.

타앗!

마침내 조명이 밝아올랐다.

‘다른 멤버들은 어디로 갔지?’

무대 위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본 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주 혼자 기타를 둘러멘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의문은 길지 않았다.

땀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 인이어 한쪽을 빼서 어깨에 늘어뜨린 이의 모습이 보였으니까.

모두가 기린처럼 고개를 쭉 빼면서 잠시 소란이 일었다.

“…….”

그 동안 우주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뭘 하는 거지?’

팬들은 숨을 죽인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상대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까딱거리거나 신발코를 무대에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마치 음악을 듣는 사람 같다.

그런데 지금 현장에는 아무런 소리가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주가 특이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음악에 관해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그러나 간단한 기타 연주를 앞두고 뭔가 대단한 걸 하듯이 연출을 할 필요가 있는 걸까.

일부가 ‘그냥 연주하지 굳이…?’ 하는 마음을 품고.

대부분은 스크린에 비치는, 땀에 젖어서 심호흡을 하는 모습에 광대를 흐뭇하게 씰룩이고 있을 때.

가수가 눈을 떴다.

관객들을 향해 미소를 짓던 우주가 손가락을 부드럽게 놀렸다.

‘무슨 노래지?’

어쿠스틱 기타가 낯선 멜로디를 흘려보낸다.

기타를 쓸어내리듯 우주가 현을 퉁길 때마다 조용하고 근사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팬들은 금세 즉흥 연주에 빠져들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아닌 것도 같고. 되게 아리달쏭하네.’

뭔가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뭐라고 딱 집어내기에는 또 미묘한 느낌.

동아시아풍의 도시 그림을 보여주면서 어디냐고 묻는데 그림 안에 각 나라의 문화재가 모두 있는 것과 비슷했다.

‘이거 무슨 노래일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 하고 있는 연주는 어떤 커다란 노래의 일부분이라는 것.

퍼즐이 있다면 그중의 예쁜 귀퉁이 같았다.

연주를 들으면서 저마다 생각에 잠길 때, 기타 연주를 끝내고 우주가 손을 늘어뜨렸다.

그러곤 관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갑자기 놀라셨죠?」

너스레를 떠는 가수의 모습에 팬들이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웃었다.

「대뜸 올라와서 기타 연주부터 했으니 놀라셨을 것 같아요. 연주하기 전에 심취한 사람처럼 고개도 까딱까딱하고.」

우주가 미소를 지었다.

「죄송해요. 원래 뭘 하려는지 알려드린 다음에 연주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이 편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이해해 주실 거죠?」

팬들이 훈훈하게 웃었다.

그렇게 웃어주는데 어떻게 이해를 못할까.

우주가 기타의 몸통을 톡톡 두드리며 상황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방금 노래를 보셨다시피…….」

「들은 거겠죠. 음악은 귀로 듣는 거니까.」

리혁의 목소리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계기라도 된 양 백스테이지에 있을 멤버들의 불평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팬들 앞이라고 멋있는 척 너무 한다. 젠민이면서.」

「맞아. 우젠민.」

「젠민아아아아~~~」

음성변조를 흉내내듯 누군가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 팬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우주의 얼굴이 살짝 벌게졌다.

「그…….」

「얼른 설명하라. 젠민. 우린 올라가고 싶다.」

「하오! 하오!」

「음향 감독님? 이 무례한 잡음들 좀 커트 해주세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는 우주의 요청에 곧바로 잡다한 목소리들이 사라졌다.

우주가 흐뭇하게 웃었다.

「너무 좋다. 아, 이게 아니었지. 그… 어디까지 했죠? 아. 여러분께서 눈치채셨다시피 방금 들려드렸던 연주는 어떤 노래의 일부분이에요.」

그러곤 설명했다.

「여기 오기 전에 팬분들에게 어떤 선물을 드려야 할지 동생들과 한국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대만 영화의 OST를 커버해서 부를까, 아니면 팬송인 별빛을…」

아직 나오지 않은 ‘별빛’이라는 말에 환호성이 일자, 우주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네, 팬송인 별빛의 가사를 번역해서 들려드릴까 했는데… 그것만 하면 왠지 심심할 것 같더라고요.」

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안 심심할 것 같은데…….

하지만 우주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특별한 멜로디를 하나 추가해 보고 싶었어요.」

「……?」

「제가 첫날 야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네, 그 우젠민 인터뷰할 때 맞아요. 그때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유심히 들었거든요. 대만에서는 어떤 노래가 유행하고, 사람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는지.」

그래서 대만의 유행가들의 구조를 분석하고, 거기서 받은 감상을 자기 딴에 해석했다는 모양이었다.

“…….”

팬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가수를 바라볼 때.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기타를 퉁기기 전에 눈을 감은 이유가 즉흥연주가 별빛에 섞이도록 박자를 계산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머릿속으로 별빛을 재생해서 들으면서 손으로는 기타 연주를 즉흥적으로 해보았다는 이야기였다.

‘……?’

처음에는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나 싶었는데 이윽고 팬송인 별빛의 전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기 이제 섞여 들어갈 거예요.」

그와 동시에 방금 연주했던 기타의 멜로디가 자연스럽게 별빛에 섞여 들어가고 있었다.

모두가 입을 떡하니 벌릴 때, 우주가 백스테이지를 향해 손짓했다.

“올라 와, 얘들아.”

뉴블랙의 멤버들이 발랄하게 올라와 일렬로 늘어서는 동안, 팬들은 얼떨떨한 기분을 느꼈다.

우주가 방금 연주했던 기타의 멜로디와 ‘별빛’이 완벽하게 하나가 되어 있었다.

듣기 좋아도 너무 좋았다.

안 그래도 훌륭한 노래가 현지의 팬들에게 최적화된 멜로디로 변신해버렸다고 할까.

대만의 수플레들은 멍하니 무대를 바라보았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이런 게 단시간 만에 할 수 있는 일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그때, 우주가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별빛’이에요. 부디 예쁘게 들어주세요.」

노래의 멜로디에 따라 수플레들이 야광봉을 부드럽게 흔들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최고의 선물이야.’

앞으로 수십 년이 지나도 오늘 있었던 공연은 잊지 못할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   *   *

별빛을 마지막으로 쇼케이스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 막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2박 3일의 대만 프로모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흐어…….”

온몸이 뻐근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광고 모델로 있는 클라우드 항공의 비즈니스 석에 몸을 뉘였다.

골이 지끈거리고 근육통이 우리를 괴롭혔다.

“우리 서울 들어가면 꼭 쉬어여, 형들.”

“그러자. 진짜로.”

“전 목욕탕 가고 싶어요.”

녹초가 된 동생들이 사방에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잘생긴 오징어 떼가 구애의 춤을 추는 현장 같은 모습에 지나가던 승무원이 웃음을 참았다.

평소였다면 이미지 관리라도 했을 텐데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

매니저들도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젖혔고, 스타일리스트나 메이크업 쌤들은 이미 졸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피로에도 모두의 표정에는 후련함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창밖으로 보이는 화물차들과 빛나는 공항을 바라보다가 옆에 있는 리혁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볼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뭐 하고 있어?”

“서울로 가면 할 것들 정리하고 있어요. 여기서 느낀 점들이 꽤 있… 아, 뭘 봐요. 진짜.”

“야, 안 봐.”

“보고 있잖아요.”

“안 본다고. 치사해서 안 본다.”

…라고 빈정이 상한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훔쳐봤다.

‘호텔에 비치된 일회용 샴푸 이름 찾기’ 같은 류의 메모를 보면서 슬며시 웃음을 참았다.

평소였다면 그런 내 모습에 불을 뿜었을 리혁이가 입술을 비트는 걸로 넘어갔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행복감 때문인지 평소보다 너그러웠다.

앞좌석에서 지호가 고개를 내밀었다.

“역시 사람은 살던 데 살아야 하나 봐여. 숙소가 이렇게까지 그리울 거란 생각은 못했는데.”

“인정. 한국이 짱이에요.”

중현이가 젤리를 우물거리며 하는 말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만의 수플레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행복했고, 타이베이를 누비는 것도 재미있긴 했지만.

역시 사람은 살던 데 살아야 한다.

3일쯤 지나고 나니 한국이 미친 듯이 그리웠다.

“거기다 여기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없단 말이야.”

“뭐가요?”

“김덕순이랑 작업실.”

“……할머님이랑은 매일 밤마다 통화했잖아요?”

“화질이 달라. 화질이.”

영상통화 품질에 대해 말하는 나를 보며 동생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 얼른 3집 노래도 만들어야 한단 말야. A&R팀 분들이랑 재미있게 일해야 하는데.”

“형. 그거 말인데요.”

중현이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재미있는 건지, A&R팀 분들의 말도 들어봐야 하지 않나요.”

“응? 그건 왜?”

“흐음……. 아니에요. 형.”

“이상한 소리하지 마, 중현아. A&R팀 분들한테 내가 얼마나 잘해드리는데 이렇게 기념품도 사가고. 그분들도 날 좋아하신다니까.”

“저, 잠깐만요.”

리혁이가 손을 들어 내 말을 끊었다.

이어플러그 통을 꺼내더니 주황색 귀마개를 양 귀에 쏙 끼웠다.

“……?”

리혁이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얘기 마저 해요. 이제 안 들리니까.”

“네가 미워.”

“안 들리네. 더 해봐요.”

“아이 헤이트 유.”

“그래요, 그래. 그 마음 알아.”

얄밉게 웃으며 놀리는 리혁이와 한 방 먹은 내 모습에 동생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 이렇게 맏형으로서의 권위가 사라져 버린 걸까.

아니. 처음부터 없었나?

곰곰이 생각했지만 그건 또 아니었다.

얘네랑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형 행세를 하면서 폼도 잡고 그랬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제는 너무나 편하게 나를 대한다고 할까.

얘네가 특이한 건가?

내가 TJ 엔터에 있을 때만 해도 모두가 나를 파워당당 카리스마…….

-님이요?

그걸 비웃듯 TNT 데뷔조 멤버들의 목소리가 한 차례 스쳐가면서 손을 휘휘 저었다.

흠흠.

아무튼 내가 꿈꿨던 리더로서의 이상과는 다르긴 했다.

그래도 둘 중에서 고르라면 이쪽이 더 마음에 든다.

나를 조금은 어려워하고 의지하려고 했던 때보다는 이렇게 나를 동갑내기처럼 여겨주는 게 더 좋았다.

이번 해외 스케줄을 통해서 느낀 소감이었다.

불안했던 데뷔 초기와 달리, 더 성장한 멤버들이 이제는 대등한 위치에서 손을 뻗어준다는 게 좋았다.

그리고…….

“어, 비행기 이륙하려나 봐여.”

지호의 말에 맞춰서 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형, 맞다. 이거 노래 들을래요?”

MP3 플레이어를 내미는 비주.

“어… 목베개가 여분이 하. 나. 있. 네. 우주 형, 이거 써. 볼. 래. 요?”

미칠 듯한 발연기와 함께 공룡이 그려진 목베개를 내 목에 끼워주는 중현이.

“우리 서울 가면 옷 쇼핑하러 가여, 형. 진짜. 공항 패션 기사 올라온 거에 팬분들 댓글 단 거 봤는데 마실 나가는 할머니 같다고 했어여.”

“……뭐?”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는 지호.

비행기가 활주로로 진입하는 동안, 내 옆자리의 리혁이는 이어 플러그를 꼽은 채 나를 슥 곁눈질했다.

저마다 은근하게 챙겨주려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이전과는 달라진 관계라고 생각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도 얘네한테 조금은 기대도 된다는 것.

그랬기에 나를 챙겨주는 관심이나 어색한 도움들이 반가웠다.

“…….”

그 덕분일까.

이번 이륙은 조금 참을 만했다.

완벽한 패닉 상태에 빠져들었던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식은땀을 흘리는 정도였다.

여전히 무섭긴 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앞으로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트라우마라는 건 정말 질기니까.

하지만 동생들 앞에서 더 이상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덜컹!

이륙을 하면서 비행기가 하늘로 치솟는 게 느껴졌다.

“…….”

팔걸이를 잔뜩 꽉 잡은 채 질끈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동생들은 저마다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민망하지 않도록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며 배려를 해 준 모양이었다.

“이거 받아요.”

리혁이가 내 얼굴을 가리키며 냅킨을 내밀었다. 며칠 전처럼 눈물이라도 고였을까봐 그런 건가.

“고맙지만 나 괜찮아.”

“네?”

“눈물 났을까봐 준 거 아냐?”

“무슨 소리예요. 입 닦으라고 준 건데.”

“……?”

휴지로 입가를 슥 훔치니 주르륵 흘러내린 침이 묻어나왔다.

“…….”

고개를 돌리자, 창문에 슬픈 얼굴을 한 내가 보였다.

*   *   *

얼마나 잠에 빠져 있었던 걸까.

갈증이 느껴져서 눈을 떴다.

우우웅.

귀는 먹먹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비행기의 날개는 어두운 구름 위를 날아가고 있었다.

다들 피곤에 쩔어 있는지 목베개를 한 채 쓰러져 있었다.

코골이 방지기구를 한 채 숨을 새근거리는 중현이를 보며 슬며시 웃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리혁이가 뭔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뭐해?”

“가사 쓰고 있어요.”

“아아, 그거.”

그제야 머릿속으로 ‘3집’, ‘비주 노래’ 같은 키워드가 둥둥 떠올랐다.

나와 비주가 3집 준비를 하면서 조 이사님 댁에서 만든 노래. 그때 얘가 듣고 그랬지.

그 가사, 자기가 써봐도 되냐고.

그래서 맡겼는데 여기서 작업을 하는 모양이었다.

“피곤할 텐데 좀 자지. 한국에 돌아가서 해.”

“잠이 안 와요. 모르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고, 비행기도 시끄럽고. 나 잠 잘 때 예민한 거 알잖아요.”

심술궂은 고양이 같은 표정을 보며 웃었다.

“그래서 가사는 다 써 가?”

“거의 다 썼어요. 아아…! 아직 보진 말고요.”

“언제 보여주려고?”

“다 완성되면요. 조금만 더 기다려요. 이따 착륙할 때 되면 완성될 테니까.”

“무슨 시인도 아니고. 신춘문예 등단 준비하냐.”

“……이건 신중한 작업이란 말이에요.”

기지개를 키면서 내가 물었다.

“그럼 주제라도 알려주든가.”

“이번 가사의 주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에요.”

“안 보이는 거?”

“팬사인회랑 쇼케이스하면서 그 부분이 좀 와닿더라고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 솔직히 이렇게 해외 팬이 있을 줄 꿈에도 몰랐잖아요.”

“그랬지.”

“그런데 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누군가는 우리를 계속 바라보고 기다리고 있었고요.”

팬들을 떠올리는 듯 리혁이의 입가에 짧은 미소가 어렸다.

“따지고 보니 모든 관계가 그렇지 않나 싶어요. 서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 때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바라보는 식으로. 상대의 눈에는 안 보이지만 남몰래 챙겨준다거나.”

“아…….”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당신이 외롭고 혼자라고 느껴져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을 아끼는 사람이 있다.’ 그런 식으로 위로가 되는 노래 가사를 쓰려고요.”

“확실히 비주가 만든 멜로디랑 어울리기는 하네. 희망적인 느낌도 나고.”

리혁이의 아이디어에 감탄을 하다가 내 시선이 메모지의 중간에 우뚝 멈췄다.

“그러니까 눈에는 안 보이지만 어디선가 우리를 향한 애정이나 따뜻한 시선이 있다. 그런 주제지?”

“맞아요.”

“눈에는 안 보이지만 존재하는 거.”

“네.”

“설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말이야.”

내가 메모를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에는 보기만 해도 절로 숨이 턱 막혀오는 제목이 적혀 있었다.

“너 진심으로 제목을 ‘암흑물질’로 하려는 건 아니지?”

“왜요?”

“…….”

“딱 부합하잖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 공간에 엄연히 존재하지만 보이지는 않는 물질.”

“어…….”

“왜 그래요?”

왜 그러냐니.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모습에 뒷골이 당겨왔다.

내가 의지하기는 개뿔…….

얘네한테 그룹을 맡겼다가는 풍비박산이 날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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