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84)화 (184/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184화

25장. 도전, 명곡 발굴단!

일요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숙소로 넘어온 우리는 곧장 잠에 곯아떨어졌다.

그리고 난 오랜만에 악몽을 꾸었다.

-이 은혜를 모르는 놈!

짱구에 나오는 부리부리 돼지들이 나를 밟아댔다.

‘아아아! 왜 이러시는 거예요?’ 하면서 항변했더니 네 죄를 네가 모른다면서 돼지들이 마구 때렸다.

-우리 꿈 덕분에 먹고 사는 놈이 대만에서 돼지를 무한 리필로 먹고 와?

앞으론 소고기를 먹고 살겠다며 반성하니 이번에는 돈이 남아도냐며 돼지 발굽이 등짝을 때렸다.

한참을 혼이 났다.

실컷 때린 게 미안했던지 쓰러져 있는 나에게 돼지들이 거무튀튀한 스프를 내밀었다.

-이게 뭔가요?

-암흑물질 냉국이다. 먹으면 HP가 올라가지.

-싫어어어!

꿈속에서 비명을 지르다 결국 깨어났다.

최근에 꾸었던 꿈 중에 가장 끔찍한 악몽이었기에 일어나자마자 동생들을 붙잡고 그 내용을 공유했다.

대부분은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서 결론이 뭔데요?”

“너 때문에 악몽을 꿨다는 거지.”

“내가 뭘 했다고요.”

“리혁아. 네가 암흑물질이라는 이상한 제목을 지으니까 형이 이렇게 악몽을 꾼 거 아니야.”

“그건 멘탈이 약한 본인 탓을 해야죠. 하여간 남탓은…….”

물론 온전히 암흑물질 때문에 악몽을 꾼 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비행기가 70프로였지만, 암흑물질도 만만치 않게 임팩트가 컸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아서 넘기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상대는 진심이었다.

-어때요? 나쁘지 않죠?

이러면서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짓는데 숨이 턱 막혀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기분을 최대한 상하지 않게 거절해야 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 문제는 우리 막둥이가 해결해주었다.

해맑은 미소와 함께 나온 한 마디.

-개.

-개?

-개구려여. 제목.

그리하여 제목은 다시 미정으로 돌아갔다.

비주가 차려준 아침밥을 먹으면서 회의를 해봤는데 뭘 해도 암흑물질보다는 나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뭐, 제목이야 앞으로 정할 수 있는 시간이 무궁무진하니까. 차근차근 생각하는 걸로 하자.”

내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요일 오후.

회사 작업실에서 우리는 3집 타이틀로 쓰게 될 곡을 다듬고 있는 중이었다.

비주와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노래의 화음이나 분위기를 리혁이의 가사에 맞춰 어레인지했고, 리혁이는 볼펜으로 수첩을 톡톡 두드리며 제목을 고민했다.

“조금 더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가볼까?”

“음… 저는 B파트가 이대로 가는 게 더 예쁠 것 같아요. 너무 서정적이면 축 처질 것 같기도 해서.”

“그럼 원안으로 갈게.”

보석을 세공하듯이 하나를 깎고 더할 때마다 동생들과 신중한 의논을 거치며 작업을 했다.

한편, 내 뒤에서도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어디가 문제예여, 형?”

“여기… 브릿지 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서. 훅(hook)까지 가는 동안 더 매끄럽게 바꿔야 할 것 같아.”

“으음, 어떡하져. 저는 모르겠어여.”

“어, 그래?”

중현이의 푸근한 웃음이 들렸다.

“다행이다. 나만 모르는 줄 알았거든.”

소파에 앉아 이마를 맞댄 채 노트북을 바라보는 두 바보의 모습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내가 고개를 돌려 물었다.

“어려운 거 있으면 도와줄까?”

“랩이잖아요.”

중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제 분야니까 제가 해볼게요. 형.”

응원의 의미로 사과 조각을 꺼내 집어던지니 중현이가 입을 벌린 채로 쏙 받아먹었다.

기특했다.

이 거리에서 음식을 어떻게 저리 쏙… 아니, 아니 그게 아니지.

스스로 힘으로 해보겠다고 말하는 게 기특하게 여겨졌다.

흐뭇하다고 할까.

다음 앨범에는 나와 비주, 리혁이가 참여하는 타이틀도 있지만 중현이가 만드는 믹스테이프도 수록곡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타이완에서 쇼케이스가 끝나고 녀석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제 힘으로 해보려고요.

물론 후반부 작업은 A&R팀이나 외부 프로듀서가 도와줄 테지만 그 전까지는 온전히 혼자 하겠다는 말이었다.

평소 습관적으로 개인 작업을 하던 때와 달리 의욕이 동하는 눈이었다.

-……저도 형처럼 다음에는 해외 나갔을 때 제가 쓴 랩으로 뭘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해외 팬들을 위해 준비한 깜짝 선물을 보고 본인도 욕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좋은 일이었다.

비주나 중현이가 자기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어 하는 것은 나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얘네가 음악을 공부하면서 파고 들수록 우리 그룹에 큰 자산으로 돌아올 테니까. 게임처럼 눈에 보이는 레벨은 아닐지라도 큰 도움이 될 거란 건 분명했다.

당장 지금만 해도 작업 속도가 비교할 수도 없이 빨랐다.

예전 같았으면 ‘음, 느낌이 조금…….’ 하면서 한참을 얘기를 했을 텐데, 이제는 비주가 ‘코드 진행 뒷부분이 부자연스러워요’ 하면 내가 단숨에 고쳐내는 식이었다.

그 덕에 나는 마침내 우리 의 파이널 버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자, 틉니다.”

재생 버튼을 누르고는 다 같이 소파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눈을 반짝이면서 다들 스피커를 바라보았다.

“허어……. 좋다아.”

“세상에, 이걸 우리가 만들었다니.”

“오오.”

노래가 흘러나오는 동안 뿌듯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흐뭇하게 말했다.

“어때, A&R팀 분들도 좋아하겠지?”

“타이틀 만들어 왔다고 엄청 좋아할 걸여. 내일 만나면 우리 우주 복덩이 우쭈쭈 해줄 거예여.”

“그렇겠지?”

내일 직원들을 만나 새로운 노래에 관해 이야기할 생각이 나니 절로 가슴이 부풀고 설렜다.

*   *   *

레몬 엔터테인먼트.

A&R이라는 팻말이 붙은 사무실은 아침부터 우중충하기 그지없었다.

“으어…….”

“후우…….”

곳곳에서 한숨이 튀어나왔다. 월요일 아침이라는 걸 감안해도 이상할 만큼 축 쳐진 얼굴들이었다.

“어우, 미리 목 좀 풀어놔야지.”

“저도 하나 주세요.”

울적한 얼굴로 목캔디를 까는 이들을 보면서 A&R팀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야. 무슨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우리 소속 가수가 올 뿐인데 뭘 그리 겁내고 있냐.”

“그럼 팀장님이 맡으.”

“야.”

상대가 인상을 부라렸다.

“죽을래?”

“거봐요. 하여간 입만 살았다니까, 저 형은.”

투덜거리던 누군가 청심환을 입에 털어놓았다. 그 옆에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키며 꽉 막힌 속을 달래고 있었다.

직원들이 단체로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건 이곳에 들이닥치게 될 열정부자 때문이었다.

‘우주가 온다.’

마치 공포영화의 캐치프레이즈 같은 문구가 모두의 머리에 맴돌았다.

“분명 행복하게 웃으면서 들어올 거예요. ‘여러분! 제가 곡을 만들어 왔어요!’ USB 들고.”

“그거 아니에요. 아직 우주에 대해 캐릭터 해석이 덜 됐네.”

작곡팀 서필근이 고개를 저었다.

“그 전에 기념품 봉지부터 보여주면서 저희를 현혹시킬 거예요.”

“아, 그렇지.”

“그러고 나서 이제 USB를 주면서 운을 떼기 시작하겠죠.”

“……야, 근데 이거 듣고 보니까 일 시키기 전에 소한테 여물 먹이는 주인 같지 않냐.”

여기저기서 누렁이들의 슬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며칠 안 봤더니 허전하긴 하네요. 보고 싶긴 하다.”

“그러게요.”

그들이 관리하는 가수에 대해 애정 어린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다들 좋은 아침~”

코트를 입은 채 텀블러를 들고 있는 훤칠한 미남.

머플러까지 맵시 좋게 두르고 있는 인물은 A&R팀을 관리하는 조규환 이사였다.

사무실에 감도는 우중충한 구름을 눈치 챈 듯 그가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물었다.

“다들 분위기가 왜 그래?”

“우주 때문에요.”

“우주? 아, 어제 대만 일정 마치고 새벽에 입국했다고 했지. 우주가 왜?”

“아침에 문자가 왔어요. 타이틀곡을 완성했다고. 그거 들려주려고 곧 올라올……. 왜 뒷걸음질을 치세요?”

“내가?”

조 이사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치는 자신의 발을 봤는지 헛기침을 했다.

“갑자기 할 일이 떠올라서.”

“…….”

“어디 보자, 오늘 미팅 준비할 게…….”

다급하게 종종걸음 치는 구두 소리가 탁탁 들려왔다.

파바박, 하는 소리가 뒤이어 들리는 걸 보니 꼭 엘리베이터 버튼을 미친 듯이 누르는 것 같다.

누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 언젠가부터 이사님이 뉴블랙 애들을 피하는 것 같지 않아요?”

“맞아요. 요즘 들어 행동도 이상하고. 지난번에 다 같이 와인바 갔을 때 취해서 막 길동아 하면서 울었잖아요.”

“옛날에 키우던 개 이름인가?”

저마다 어떤 추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귀가 밝은 직원 하나가 손을 들었다.

“……온다!”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복도에서부터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발랄하고, 묵직하고, 까칠하고… 여하튼 다섯 명의 발자국 소리가 개성 있게 혼합되면서 등장을 예고했다.

얼마 안 가 문이 열리고는 다섯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활기차게 웃으며 들어오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모두가 웃었다.

좋은 기분을 퍼뜨리듯 멤버들이 사무실을 누비자 분위기가 화사해졌다.

“보고 싶었어요, 정말로.”

우주가 직원들에게 하나하나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러면서 양손에 바리바리 싸온 것을 내밀었다.

아까 ‘선물 봉지를 내밀 거예요’라고 말했던 서필근이 다른 직원들의 눈짓에 슬그머니 웃었다.

선물을 사온 할아버지처럼 우주가 주섬주섬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낯선 데 가 있으니까 우리 A&R팀 분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선물 왕창 사왔어요.”

“저희도 사 왔어여~!”

“저도요.”

이번에 정산을 받은 기념으로 직원들 선물을 샀다며 멤버들마다 각종 먹을거리와 기념품을 내밀었다.

A&R팀 직원들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어머어머, 나 이거 펑리수 진짜 먹고 싶었는데 고마워. 다 같이 이거 아껴 먹을.”

“왜 아껴 드세요?”

“당연히 다 같이 먹으….”

“아.”

우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1인 1상자에요.”

“……!”

“저희는 닭도 1인 1닭부터 취급하는 사람이에요.”

“우주야…….”

“크, 배운 사람이야. 배운 사람.”

A&R팀 직원들이 커다란 선물 꾸러미를 받아들면서 찡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애들이야.’

선물 증정 시간이 끝나고 이번 해외 스케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졌다.

우젠민 해프닝에 모두가 한 바탕 웃음을 터뜨렸을 때.

‘덕분에 월요일 아침부터 힐링하네.’

흐뭇하게 웃던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렇게까지 잘해주는데, 작업할 때 고막을 고문하는 것쯤이야 거뜬히 견딜 수 있었다.

머릿속에 미래가 그려졌다.

이제 다른 멤버들이 연습실로 내려가 저마다 할 일을 하고 우주 홀로 남아 USB를 내밀 것이다.

그러곤 누군가를 끌고 가서 미친 듯이 질문을 하고 의견을 구할 것이다.

‘그런데…….’

평소와 다른 풍경에 직원들이 불안함을 느꼈다.

‘얘네는 왜 안 가는 거야?’

중현이와 지호는 빠졌지만 나머지 둘이 사무실에 머무르고 있었다.

비주는 따스한 미소와 함께 품에서 수첩을 꺼내고 있었다. 마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백여 가지는 준비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비주가 멜로디를 만들었다고 했던가?’

공동작곡자로서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그럴 만했다.

그런데 리혁이는…….

‘저게 뭐지.’

‘암흑물질’, ‘우주먼지’, ‘보이지 않는 손’ 같은 빼곡한 리스트를 보면서 의문을 품었다.

그 의문을 해소하듯 우주가 웃으며 답했다.

“이번에 작사를 리혁이가 맡아서요. 제목 문제도 있고. 궁금한 게 하도 많다고 해서 같이 있기로 했어요.”

“……같이?”

“네, 저희 다 같이요.”

우주가 곁에 있는 동생들의 양 어깨에 동무를 하며 웃어 보였다.

그러자 그 둘도 웃어 주었다.

하나는 부드럽게, 하나는 자기 어깨에 올린 손을 털어내면서 어색하게.

겉으로 보면 화사한 미모를 가진 청년들이었지만 A&R팀에게는 뭐라고 할까…….

지옥에서 온 케르베로스처럼 보였다.

그것도 머리마다 비글, 슈나우저, 코카스패니얼로 구성된 지옥견.

“…….”

작곡팀의 서필근은 잠시 현기증을 느꼈다.

착시현상일까.

앞에 서 있는 두 멤버의 얼굴이 부드러운 우주, 까칠한 우주처럼 보였다.

마치 아메바가 번식한 것 같았다.

초롱초롱.

리더와 마찬가지로 반짝거리는 눈빛을 보유한 멤버들. 리혁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기대감을 보였다.

“저희 어느 작업실로 가면 돼요?”

“입장이 바뀌니까 신기하네요. 우주 형이 이런 느낌이었구나. 저 벌써부터 작업하는 거 두근거려요.”

햇님같이 웃는 비주까지.

‘……누가 얘네 좀 데려가 주세요.’

이제는 하나가 아니라 셋이 되어버린 이들을 보면서 A&R팀 직원들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   *   *

세 번째 앨범을 새롭게 준비하는 한편,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와 스케줄을 시작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다.

영상제작팀은 우리가 타이완에서 찍었던 영상들을 멋들어지게 편집해서 리얼리티로 올려주었다.

-EP3. 대만에서 무슨 일이?! (feat. 우젠민)

-EP4. 우리 애들 미모에 좌심방 우심방이 날뛴다 이거야

어째 B급 감성으로 알록달록한 글씨와 함께 보고 있자니 민망해지는 썸네일로 가득했다.

그래도 우리 팬분들이 즐거워하니 다행이었다.

한 가지 슬픈 거라면 이제 수플레 중에 우젠민 사건을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할까.

미튜브 댓글창을 가든, 팬카페를 가든, 공식 SNS 댓글을 가든 모든 곳에 젠민이가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우주야 누나가 진심으로 하는 얘기인데 꽃무늬 셔츠는 좀 자제하자. 이거 궁서체야.

-너가 꽃이야 왜 자꾸 꽃을 입으려구해ㅠㅠㅠ

-젠민이는 잘 입던데.. 본캐가 부캐한테 밀리면 안돼 안돼

몸을 아껴달라며 슬퍼하는 댓글뿐이었다.

우리 할머니가 입을 때는 예쁘기만 하던데, 슬프게도 나는 안 어울리는 모양이었다.

잠옷이랑 이불이랑, 츄리닝 빼고는 다른 꽃무늬 옷을 모두 박스에 담아 테이프로 닫아 장롱에 넣었다.

동생들이 장롱이 아니고 옷장이라며 놀리는데 슬플 뿐이었다.

잠결에 리혁이가 ‘소각장에 보낼까요’ 하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건 꿈이겠지?

흑역사를 잔뜩 만들고 온 대만행이었지만 회사에서는 엄청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얘들아, 잘했어!”

홍보팀의 호출에 찾아가니 홍서영 대리님이 엄지를 척 들어주었다.

그녀가 노트북을 돌려서 모니터에 적힌 이런저런 수치나 기사들을 보여주며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이번에 대만 갔던 게 반응이 완전 좋아.”

우젠민 해프닝 덕에 인터넷에 화젯거리도 됐고.

그 덕에 다른 프로모션이 탄력을 받았다는 기묘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화보를 찍었던 대만의 주간잡지 ‘HIT!’도 평소보다 더 높은 판매량을 보였고, MTV 홍보 인터뷰나 쇼케이스 영상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나.

웹상에서도 반응이 왔다는 모양이었다.

보통 첫 해외 스케줄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보다 몇 배는 더 왔다며 기뻐했다.

“……우와.”

그 말대로 우리의 공식 SNS나 미튜브 계정 등에서 구독자가 팔로워의 숫자가 눈에 띄게 불어나 있었다.

“이번 달에 싱가포르랑 상하이도 가지? 거기서도 딱 이만큼만 부탁할게. 정말 잘하고 왔어, 다들.”

“네, 맡겨 주세요.”

그러면서 우리 애들이 나를 돌아보았다. 뭔가 기대하는 눈빛에 내가 머리를 쓸어넘겼다.

“야, 흑역사라는 게 기대한다고 막 나오고 그러는 게 아냐. 그냥 어쩌다 나오는 거지.”

내가 픽 웃으며 하는 말에 동생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방금 뭔가 되게 멋있었어여.”

“이게 바로 흑역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너희 이따 두고 보자.”

대리님이 고개를 슥 돌리고 입술을 꿈틀거렸다. 진짜 이것들을 어떻게 직원 앞에서 콱 혼내줄 수도 없고.

놀리는 동생들을 무시하며 내가 물었다.

“그런데 저희는 왜 부르셨어요?”

“아, 이것저것 말해주려고. 너희 새로 들어온 고양이 사료 광고랑 영상 이모티콘 얘기도 있고. 역사 탐험대 제작진이랑 오간 얘기도 있고.”

일상적인 것들이긴 한데 평소보다 뭔가 많다.

대중과의 소통을 담당하는 부서가 홍보팀인 만큼 우리 활동에 관해 할 이야기가 많다는 듯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이거야.”

대리님이 책상에 쌓여 있는 기획안 중에서 하나를 집어서 내밀었다.

‘도전, 명곡 발굴단!’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것은 우리가 나가기로 되어 있는 PBS의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었다.

사실상 이번 휴식기에 가장 중요한 활동이자 회사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프로젝트.

거기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조금…….”

홍 대리님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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