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00)화 (20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00화

경기를 바로 앞둔 시각.

현장의 카메라가 관중석에서 플래카드와 슬로건을 들고 열렬히 응원하는 팬들을 비췄다.

한편 전광판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양팀이 나왔다.

중계석 기준으로 왼편에는 TNT의 태현이 이끄는 ‘왼손은 거들뿐’ 팀.

오른편에는 데이드림의 준이 이끄는 ‘zi존 농구’ 팀.

아나운서와 해설위원들이 수다를 떨었다.

-여기는 지금 고양실내체육관 보조경기장입니다. 현장의 열기가 참 뜨겁죠?

-그렇습니다. 관전 포인트도 참 많아요.

전광판에 글귀가 떠오르면서 해설진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에 준우승에 머물렀던 데이드림의 준이 이번에는 우승을 거둘 것이냐.

-아니면 작년 농구 우승팀의 주역이었던 TNT의 태현이 또 다시 승리를 거두느냐.

아나운서가 너스레를 떨었다.

-작년에 준 선수가 정말 아쉬워했던 기억이 나거든요. 거의 우승 코앞까지 갔는데 놓치지 않았습니까?

-안타까웠죠.

작년 돌림픽 농구에서 한태현이 속한 팀은 탄탄한 기본기와 팀워크로 우승을 거두었다.

반면 데이드림의 준은 엄청난 기량에도 불구하고 다소 뒤쳐지는 팀원들 때문에 결국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죠.

-네, 아무래도 작년 우승 멤버들이 대거 저… 지존 농구 팀에 가 있거든요. 반면에 왼손은 거들뿐 팀은 선발 라인업에 처음 보는 선수가 둘이나 끼어 있고요.

-해설위원님이 보시기엔 결과가 어떨 것 같습니까?

-글쎄요…….

농구 선수 출신 해설위원의 느릿한 목소리가 경기장을 울렸다.

-제가 좋아하는 NBA 선수의 명언이 있습니다. 시작은 선수가 하지만 끝은 팀이 맺는다. 농구는 팀 스포츠거든요. 얼마나 팀 호흡이 잘 맞느냐가 관건이죠.

-네, 방금 말씀 드리는 동안 경기! 시작되었습니다!

팬들의 함성 속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파앙!

심판이 높이 던진 공을 데이드림의 준이 곧바로 채갔다.

185가 넘는 장신이 가볍게 착지를 하고는 곧바로 드리블을 하며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경기 시간은 4쿼터 대신 전반 10분, 후반 10분.

그런 까닭에 시작부터 온힘을 다한 공격이 튀어나왔다.

zi존 농구 팀의 세 선수가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면서 상대팀의 수비를 허물기 시작했다.

마치 삼지창으로 푹 찌르는 듯한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패스를 척척 주고 받으며 진입하는 그 모습에 객석에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와아아-!”

중계진들도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야, 팀워크가 대단하네요.

-합을 거의 맞춰볼 시간이 없었을 텐데 의외의 조직력입니다. 왼손은 거들뿐 팀이 끼어들 틈을 안 주네요!

그 때문일까.

순식간에 패스에 패스를 주고 받은 데이드림의 준이 골대 밑까지 달려가 레이업 슛을 날렸다.

착!

골망에 공이 휘감기면서 전광판의 숫자가 [0 : 2]으로 바뀌었다.

-초반 20초 만에 득점입니다!

-정말 속공이네요.

득점을 성공한 준이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덤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헤어밴드를 하고 검은 단발을 흩날리는 미남의 모습에 팬들이 익룡 소리를 내는 장면이 찍혔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드리블도 좋고, 슛도 좋았습니다. 확실히 초반부터 완벽하게 기선을… 제압이 안 됐네요?

-아직은 여유롭네요. 왼손은 거들뿐 팀.

어마어마한 기세로 득점을 했지만 ‘왼손은 거들뿐’ 팀은 크게 타격을 받은 눈치가 아니었다.

차분한 얼굴로 반격을 준비하는 모습.

유성훈 감독이 팔짱을 낀 채 굳은 표정을 짓는 동안, 주장인 한태현이 손짓으로 팀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찍혔다.

-무슨 작전이라도 있는 건가요?

-이쪽도 팀워크가 상당히 좋아 보이네요. 뭐라고 말을 하지 않는데도 이해를 하는 표정이에요.

-자, 이제 반격할 차례군요.

한태현이 스트릿 보이즈의 한조에게 공을 바로 넘겨주었다.

퉁. 퉁.

제자리에 선 한조가 공을 안정적으로 퉁겼다.

훤칠한 키의 아이돌 멤버가 농구공을 왼손과 오른손으로 번갈아가면서 드리블을 했다.

-한조 선수가 신체적으로 바란스가 참 좋네요. 드리블이 안정적이예요.

-예. 밸런스가 좋습니다.

한조가 달리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다른 팀원들도 빠르게 하프라인을 넘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와아아-!”

뜨거운 열기.

벌써부터 땀방울을 흩날리는 아이돌 멤버들의 경기 장면에 팬들이 격한 함성을 질렀다.

그 동안 한조는 능숙한 드리블을 하다가 빠른 패스를 보냈다.

안정적인 패스였다.

-네, 휘연! 받습니다!

-빠르네요. 빨라.

한조나 데이드림의 준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170 중반대의 휘연은 날렵했다.

그에 걸맞게 빠른 속도로 드리블을 하며 파고들었다.

상대팀 선수가 앞을 가로막자 그는 재빠르게 근처에서 같이 달리던 아군에게 공을 패스했다.

어딘가 거친 패스.

거의 안 보듯이 날렸지만 상대는 찰떡같이 받아들었다.

-우산! 비를, 아니 공을 받았습니다!

-속도가 어마어마하네요.

한조가 든든하게 뒷받침을 하는 역할이라면, 휘연과 우산은 상대팀 수비를 농락하며 공격의 발판을 만드는 역할이었다.

그리고.

와일드의 우산이 사냥개처럼 뛰어들어가 패스를 던졌다.

-기가 막히게 공격이 연계가 되네요!

-한 번도 패스 흐름이 끊어진 적이 없어요! 태현! 태현 선수가 공을 받았습니다.

한태현에게 공이 넘어갔다.

국내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초록 머리의 아이돌이 화면에 잡히자 어마어마한 함성이 경기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함성과 별개로 상황은 좋지 않았다.

-이미 수비를 하고 있었네요.

-철옹성 같네요. 저러면 어렵거든요. 웬만한 각도로는 슛이 어렵단 말이죠.

-작년 MVP 후보였던 선수라서 이미 대비를 했을 거예요.

TNT의 태현은 특유의 운동신경으로 유명한 아이돌.

작년 돌림픽 농구에서도 큰 활약을 한 만큼 ‘zi존 농구’ 팀에서도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두고 있었다.

순식간에 두 명이 그를 마크했다.

-그림자가 달라붙은 줄 알았어요.

-저걸 뚫고 가는 건 쉽…… 이야! 저걸 뚫네요!

태현이 가만히 공을 퉁기고 있다가 다리 사이로 공을 오가는 테크닉으로 상대를 속였다.

몸을 돌려 가볍게 두 명의 수비를 제친 한태현이 골대를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상대팀은 대비를 하고 있었다.

-레이업 하나요? 레이업?

-저거 힘들 텐데요!

골대 근처로 다가가 공을 던지는 레이업 슛을 하려는 듯한 모양새로 태현이 달렸다.

하지만 성공 확률에 대해선 대다수가 의문을 품고 있었다.

‘어려울 텐데…….’

상대팀 선수 둘이 막기 위해 점프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이 상태로라면 한태현의 슈팅은 장신인 데이드림의 준에 의해 블로킹 당할 게 뻔했다.

하지만 패스도 여의치 않았다.

양쪽 날개를 맡고 있는 휘연과 우산에게도 한 명씩 마크를 하듯이 달라붙어 있었으니까.

남은 선택지는 어떻게든 슛을 성공시키는 것뿐.

긴장감이 감돌 때.

한태현이 레이업을 시도하려고 파고드는 동안 데이드림의 준이 점프를 하며 팔을 뻗었다.

블로킹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

한태현의 몸은 골대 밑으로 향했다.

하지만 슛을 하려는 모션을 취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 상태로 전진하면서 동시에 뒤로 공을 홱 던졌다.

“……!”

누구도 예상치 못한 동작이었다.

점프한 데이드림의 준이 눈을 멀뚱멀뚱 뜨는 동안 다른 팀원들이 휘연과 우산을 마크하는 동안.

공은 빠르게 날아갔다.

모두의 시선이 마치 화살처럼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쫓을 때.

착.

마침내 표적지 안에 화살이 꽂히듯 누군가의 양손에 공이 그림 같이 안착해버렸다.

-아, 우주 선수가 저기 있었네요!

-귀신 같은 위치 선정입니다.

언제 거기 있었는지 뉴블랙의 우주가 공을 잡고 서 있었다.

중계진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 방금 태현 선수 근사한 백 패스였어요.

-그런데 어떻게 되나요. 여긴 거리가 너무 먼데.

슛을 시도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3점슛 라인과 하프 라인 사이에 위치한 곳.

사실 그런 까닭에 우주를 마크하는 이가 없는 거였다.

다른 이들에 비하면 골대로부터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까.

모두가 우주를 주목하고 상대팀 선수들이 우주에게 달려들고 있을 때.

‘패스하겠지?’

‘zi존 농구’ 팀의 선수들은 당연히 선우주가 누군가에게 패스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그 동선을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

그들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저기서 슛을 날리나요?

우주가 취한 동작은 다름 아닌 슛이었다.

목표를 또렷하게 응시하는 아이돌의 모습이 전광판 화면 위로 떠올랐고.

상대팀원이 도착하기 전에 그가 가볍게 제자리에서 뛰었다.

슬로우모션처럼.

그야말로 완벽한 슛 동작의 정석이 우주의 몸으로부터 구현이 되어 나왔다.

객석에 있는 모두가 플래카드를 흔드는 것도 멈춘 채 입을 멍하니 벌리고 바라보았다.

기묘한 정적.

그리고 그 침묵을 끝낸 건 공이 골망에 감기는 소리였다.

착!

“…….”

“…….”

상대팀이 얼빠진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객석에서 나온 고함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

“으아아아!”

바로 뉴블랙의 네 멤버가 서로를 얼싸안고 내는 소리였다.

특히 누군가의 흥분한 곰처럼 ‘우어어’ 내는 소리와 ‘우주 형이 해냈어여!’ 하는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보조경기장을 울렸다.

중계화면에 잡히자 얼굴을 감싼 벌건 토마토 하나와 함께 셋이 황금 궁예를 흔들어댔다.

그보다 위에 있는 좌석에선 수플레들이 꺄아아아! 하면서 같이 궁예를 흔들었다.

약간의 웃음과 함께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중계석도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야, 3점 슛입니다! 3점 슛! 돌림픽 최초 3점 슛이네요.

-까먹은 점수를 바로 만회하면서 동시에 앞서가네요. 네, 현재 스코어 ‘왼손은 거들뿐’ 팀이 3 대 2로 앞서고 있습니다!

-위치선정도 그렇고, 기가 막힌 팀워크였습니다.

감탄한 목소리가 나왔다.

-백 드리블로 날린 태현 선수도 그렇고, 그걸 3점 슛으로 받아먹는 우주 선수도 대단하네요.

-호흡이 좋아요. 호흡이.

-한조 선수도, 우주 선수도 이번이 처음인데 기량이 대단하네요.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참 기대되는 선수가 또 나왔습니다. 여러분.

-아이돌 농구의 유망주가 나왔네요.

슛 하나로 실력을 논하기는 애매했지만, 우주가 방금 보여 준 동작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데 어째 본인이 제일 놀랐네요?

-이젠 좋아하고 있습니다!

3점 슛을 프로답게 성공시킨 후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뉴블랙의 리더가 화면에 잡혔다.

TNT의 태현과 가볍게 손을 하이파이브한 후 다른 이들과도 손뼉을 마주치며 덤덤하게 웃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뺨을 씰룩거리면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 보고 있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웃음이라 다른 관객들도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뭐가 저렇게 좋은 거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어느새 관중들의 입가에는 비슷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모든 시합에는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있다.

이런 변수는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서 어떤 것은 절대 막을 수 없어서 예측이 무의미한 것일 때가 있고, 어떤 것은 예측을 못할 때도 있다.

풋살 경기에 나간 우리 중현이는 그 중 전자였고 이번 농구경기에서 나는 후자였다.

“막아!”

“아니, 걔 말고 걔!”

상대 팀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나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상대 팀은 현재 갈피를 못 잡는 듯했다.

끽끽!

매끈한 마룻바닥 위에 마찰하는 운동화 소리가 내 근처에서 시끌시끌하게 울려댔다.

나를 마크하고 있는 상대팀 선수.

내가 어디로 가려고 할 때마다 분신술을 쓰듯이 내 앞을 가로막고 나섰다.

그럴 때마다 방향을 틀어서 뛸까말까 했다.

“헉, 헉…….”

상대는 죽을 맛인 표정이었다.

내가 뛰려는 모션을 취할 때마다 근육에 힘을 빡 주었다가 풀었다가 하기를 반복하니 그럴 수밖에.

계속하다 보니 약이 바짝 오른 얼굴이었다.

하지만, 나를 마크하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짓이었다.

왜냐하면…….

-네! 태현 선수 득점했습니다!

-점수 차이가 벌써부터 꽤 벌어지네요.

나를 막고 있던 이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3점 슛을 연달아 날리던 나를 경계하기 위해 배치됐는데, 정작 그 인원이 빈 틈을 타서 우리 팀이 공격을 했으니까.

휘연과 우산의 빠른 패스로 이어지는 태현이의 마무리.

다른 농구경기라면 모르겠지만, 다섯 명이서 하는 경기인 만큼 한 명의 공백도 컸다.

그렇게 헐거워진 수비를 우리 팀이 놀리듯이 파고들었다.

“으아씨…….”

나를 마크하고 있던 이가 곧바로 다시 수비에 가담하러 간다.

그러면.

“우주!”

내게 공이 날아왔다.

근처 상대팀이 ‘또 너냐! 또!’ 하는 핏발 선 눈으로 달려오는 동안 나는 덤덤하게 공을 던졌다.

주세한에서 풀 코트 슛을 한 번 성공시킨 적이 있는 만큼 이 정도 거리에서는 정확도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완벽한 자세.

그리고 완벽한 호흡.

이윽고 골망에 감긴 공과 상대팀의 허탈한 표정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성공.

우리팀 점수가 3점 더 올라갔다.

“와아아-!”

관중들의 환호가 들렸다.

특히 우리 동생들은 마치 내가 나라를 건국한 것처럼 황금 플래카드를 흔들고 있었다.

근데 비주는 왜 눈이 촉촉해 보이는 걸까.

마치 졸업식에 참석한 학부모처럼 눈을 글썽거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참았다.

중현이가 흐뭇한 바위처럼 웃고 있고.

리혁이는 새침한 얼굴로 플래카드를 흔들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걸 방석으로 썼다.

저게 진짜…….

“우주 혀어어엉!”

그리고 우리 막내는 제발…….

제발 목소리 좀 작았으면 좋겠다.

무슨 기차 화통을 삶아먹었는지 지호 목소리는 또랑또랑하게 전달되어 왔다.

“저 여기 있어여어어!”

“…….”

“들리면 옷을 흔들어 주세여어어!”

하이파이브를 하러 다가온 와일드의 우산이 내게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멤버가 저기서 부르고 있어요.”

“쟤랑 별로 안 친해요. 선배님.”

상대가 웃었다.

어쨌거나 수플레들과 우리 동생들의 뜨거운 응원에 화답하는 의미로 손키스를 날렸다.

수플레들은 환호하고, 신체 건강한 우리 동생들은 속이 메슥거린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눈빛들이 보였다.

‘적당히 해요. 적당히.’

‘우리 선은 지키고 살아여. 형.’

‘몹시 거북거북.’

머쓱한 기분에 헛기침을 하며 조깅을 하듯 달렸다.

다시 경기가 속개됐다.

그리고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었다.

한조가 중심을 잡고, 공격에 가담한 삼인방이 상대팀의 수비를 공략하는 것이다.

수비가 너무 많이 붙으면 따로 멀찍이 떨어진 내게 공이 날아와 3점 슛이 날아가고, 만약에 내게 수비가 붙어서 수비가 헐거워지면 곧바로 공격조가 그 틈을 파고들어 득점을 하고.

이래도 먹히고, 저래도 먹히고.

대세가 삽시간에 기울었다.

데이드림의 준이 어마어마한 실력으로 계속 슛을 성공시키곤 했지만 혼자선 역부족이었다.

그 동안 나는 위치선정을 했다.

-우주 선수 또 움직이네요.

-위치 선정 하난 정말 기가 막히단 말이죠. 두뇌회전이 굉장히 빨라 보이는 선수예요.

-이쯤 되면 아이돌 농구의 인자기가 아닐까요.

대충 패스를 받아먹기 좋거나 슛을 하기 좋은 위치를 머릿속으로 판단해 움직였다.

선택과 집중.

이번 돌림픽 농구에서 내가 선택한 전략이었다.

내가 중현이처럼 무쇠 몸을 지니고 있다면 모를까. 일단 부상 등의 위험은 최소화해야 했다.

그런 까닭에 파고들어서 몸싸움을 하는 것은 내게 좋지 않았다.

일단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내 능력은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지만, 무의식적으로 조절이 그리 쉬운 편은 아니었다.

양궁처럼 개인기라면 모를까.

쉴 새 없이 다른 사람들의 동선도 이동하는 곳에서는 내 동작 하나만 집중할 수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몸싸움을 하다가 실수로 상대팀을 업어치기라도 하면 온갖 논란으로 백만 안티 각일걸.

그래서 내가 선택한 전략은 최대한 상대와 접촉을 줄임과 동시에 효율을 높이는 거였다.

예컨대 지금처럼 그럴싸한 위치를 고른 후 대기를 하다가 슛을 날리는 게 첫 번째 역할.

물론 그것만 하는 건 아니었다.

내 눈이 상대팀이 움직이는 동선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우주 씨!”

한조가 던진 패스를 받은 내가 곧바로 그 공을 드리블하고는 하프라인을 넘어 뛰었다.

내가 하는 일은 하나가 더 있었다.

삼점 슛을 날리려는 모션을 취하자, 상대 팀 선수들이 막으려고 할 때.

“……!”

나는 몸을 낮춰 옆으로 지나가 재빠르게 패스를 날렸다.

롱패스.

상대팀의 빈 공간을 노려서 정확하게 같은 팀에게 공격 포인트를 주는 게 나의 두 번째 역할이었다.

그리고 이 패스는 정확하게 골대 밑에 있는 한태현에게…….

텅!

……가야 하는데.

아. 실수했다.

너무 길게 던진 탓에 중간에 데이드림의 준이 내 패스를 뇸뇸 하며 채갔다.

그러곤 우리 팀 쪽으로 넘어와 골을 넣었다.

“와아아-!”

뭐.

음…….

가끔은 인생이라는 게 뜻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니까.

뻘쭘하다.

방금 온갖 멋있는 척은 다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지금까지 공헌한 게 있어서 그런지 우리 팀원들도 괜찮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명만 빼고.

박수를 치면서 따라오는 이 못된 초록머리 요괴.

“캬. 형님, 이 동생은 정말 감동했습니다. 다른 팀에게도 패스를 해 주겠다는 이 박애주의 정신!”

“…….”

“벌써 기사 헤드라인 하나 뽑혔네. 데이드림 준, ‘우주 씨 어시스트 감사해요.’”

“……잘하겠습니다.”

너그러운 덕담을 건네는 우리 주장님 때문에 내가 조깅하듯 도망쳤다.

객석으로 시선을 돌리니 앉아 있던 우리 동생들이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녀석들이 나와 눈이 마주치자 행복한 얼굴로 플래카드를 들었다.

앞면을 들었다가 뒤집어서 뒷면으로.

뭐야. 뒷면도 있었어?

-(๑˃̵ᴗ˂̵)و 괜찮아, 흑역사야

…라고 써 있는 문구를 흔드는 우리 멤버들과 팬들의 모습에 주변에서 마구 웃음을 터뜨렸다.

그 속에서 나는 흐뭇하게 웃을 뿐이었다.

망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