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01화
전반전이 거의 끝날 무렵.
불의의 일격을 당한 ‘zi존 농구’ 팀은 이를 악물고 나섰다.
“패스!”
“여기! 여기!”
그 기세에 힘입어 그들은 반격을 이어나갔고, 얼마 안 가 여러 차례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나이스!”
모두 기쁜 얼굴로 하이파이브를 했다.
응원하는 팬들의 함성을 들으며 그들은 맹렬하게 공격을 이어나갔다.
특히 데이드림의 준은 엄청난 드리블 실력을 선보이면서 공격 포인트를 쏙쏙 얻어냈다.
하지만 점수 차이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았다.
그들이 하나 넣을 때마다 상대팀도 하나씩 넣기 때문이었다.
“와아아-!”
TNT의 태현이 다시 한 번 레이업 슛을 선보이면서 팬들이 비명을 질렀다.
데이드림의 준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뭐지. 어디서부터 말린 거지?’
꽤 오랜 시간 농구부 활동을 해 오기도 했고, 이번에 같은 팀이 된 이들도 작년 우승팀 라인업이었다.
개개인의 실력을 보아도 이쪽이 한 수 위.
상대팀 라인업을 보자마자 4강전에선 적당히 힘을 빼고, 결승전에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실제 결과는…….
-‘왼손은 거들뿐’ 팀 기세가 대단하네요.
-과연 후반전은 어떻게 될까요? 흐름을 이어갈까요? 아니면 지존 농구팀이 기적의 역전승을 보여줄까요.
기적의 역전승.
해설진의 말처럼 지금 상태에서 그들이 역전할 확률은 기적이라 불릴 정도였다.
전반이 끝난 후.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던 준은 어느 신인 아이돌을 바라보았다.
‘……우주라고 했나.’
작년 TBC 연말가요제에서 센스 있는 새해 멘트를 해서 기억에 남았던 멤버.
틴스피릿 휘연에게 건네받은 생수를 CF처럼 마시는 이를 보며 그가 눈매를 좁혔다.
‘쟤가 핵심인데.’
가장 위협적이고 거슬리는 플레이어였다.
‘……어떻게 하냐. 진짜.’
답이 안 나온다.
다른 곳에 시선을 쏟고 있으면 갑자기 어디선가 쏘옥! 하면서 나타나 3점 슛을 날리고 혼자서 ‘우와아’ 하고.
마크를 하면 갑자기 허를 찌르는 패스를 날려대서 다른 팀원을 어시스트하지를 않나.
중간중간 열심히 패스를 끊어먹곤 있지만 힘이 부쳤다.
‘패스를 어떻게 저 정도로 잘하지?’
3점 슛을 날리는 자세의 정확도도 감탄이 나왔지만 그가 가장 감탄한 건 패스였다.
자세도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빈틈을 절묘하게 노리고 찔렀다.
‘같은 팀이면 좋을 텐데.’
슛 잘하는 사람과 패스 잘하는 사람 중에 누구와 팀을 하고 싶냐는 당연히 후자였다.
그게 바로 선우주가 상대팀의 핵심인 이유였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볼을 공급해 주니 팀원들은 마음 놓고 뛰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품을 때, 마침 감독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인지 선수들을 불렀다.
“안 되겠다.”
감독이 지시를 내렸다.
“쟤 좀 계속 마크하고 있어. 중간에 다른 애들한테 패스하지 못하도록. 한 명이 전담해서 마크하도록 해.”
“네.”
“아직 경기 끝난 거 아냐! 파이팅 있게 해!”
어깨를 두드려주는 감독의 격려에 선수들이 다시 농구 코트로 뛰어갔다.
“후우…….”
긴 숨을 토해내며 하프라인 쪽으로 가던 준은 근처에서 국민체조로 몸을 푸는 선우주를 발견했다.
‘말이라도 걸어 볼까?’
팀을 떠나 인간적으로 호기심이 들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선배님.”
공손하게 인사하는 우주에게 그가 물었다.
“평소에 농구 많이 해 봤어?”
“……네?”
“패스 잘하던데.”
“아뇨. 저 잘하는 거 아니에요. 어쩌다가 된 거예요.”
겸손이 아니라 정말 부끄럽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잘하는데 왜 그래?”
“제가 어쩌다 운 좋게 잘 된 거라서요. 평소에 운동 같은 걸 많이 안 해봤거든요.”
“…….”
“근데…….”
상대가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 잘하는 것처럼 보이나요?”
“응.”
고개를 끄덕여줬더니 되게 좋아한다.
뭔가 특이한 애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후반전 경기가 시작됐다.
“막아!”
“뛰어, 뛰어!”
전반전과 비슷한 열기 속에서 후반전이 진행됐다.
전반과 차이점이라면 이제는 선우주를 대놓고 마크하는 이가 늘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지존 농구 팀이 반격을 시작하네요!
-데이드림 준! 죽지 않았습니다! 역시 작년 MVP 답네요! 이대로 역전승 도전합니까?
선우주를 마크한다는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중간중간 허를 찌르는 패스를 하거나 3점 슛을 날리던 것을 차단하고 나니 경기가 한결 수월했다.
한 사람을 막는데 자원을 너무 많이 소모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탕!
슛이 블로킹 당하고 낭패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선우주가 보였다.
뭔가 고민하는 얼굴.
그러더니 근처에 있는 주장 한태현을 부른다.
‘전략을 바꾸려는 건가?’
준의 시선이 상대를 집요하게 따라갔다.
비밀 대화를 하듯이 둘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번갈아가면서 상대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윽고 한태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선우주도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의견 일치를 본 듯 가볍게 서로 손뼉을 마주치고는 다시 거리를 벌린다.
준도 근처에 있는 동료, 에이스의 호진을 불렀다.
“호진아.”
“네, 형.”
“잠깐 쟤 좀 마크 더 잘하고 있어 봐. 뭐가 있는 것 같으니까.”
알겠다는 듯 동료가 곧장 달려간다.
다시 속행된 경기.
아까보다 더 철저한 마크가 이루어졌다.
-정말 우주 선수를 꽁꽁 묶고 있네요! 선배 가수들의 아름다운 후배 사랑이네요.
-저쯤 되면 일심동체 수준이에요.
제2의 분신처럼 상대를 옭아매고 있는 모습에 해설진이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그러는 동안 준은 한조를 응시했다.
진지한 표정의 신인 아이돌이 주변을 살피다가 공을 홱 던졌다.
근처에 있는 휘연.
공격이 시작되면서 다른 선수들도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주도 전진하기 시작했다.
“……?”
의아했다.
지금까지 상대는 3점 슛 라인 바깥에서 활동을 하고 있었다.
사령탑처럼 적당한 위치에 있는 이에게 빠르게 패스를 해줘서 포인트를 얻어내거나.
아니면 본인이 직접 3점슛을 날리는 역할.
그런데 라인 안으로 파고 들어오니 이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애들 막아!’
그가 동료들에게 손짓을 했다.
바깥에 있을 때나 위협적이지 안쪽에 와 있는 상대는 별로 위협적인 대상이 아니었다.
선수들이 촘촘하게 모여 있는 이곳에서는 텅 빈 곳을 찔러주기가 어렵고.
3점 슛처럼 모션이 큰 동작도 곧바로 달라붙는 수비 때문에 성공하기 어려우니까.
그래야 하는데…….
-네, 태현 선수! 패스! 우주 선수에게 공이 넘어갑니다.
-비어있네요!
두 명에게 막혀 있던 한태현이 공을 잽싸게 대각선 방향에 있는 선우주에게 전달했다.
곧장 수비가 달려갔다.
근처에 있었던 탓에 신속한 수비였다. 상대가 움직이는 동선을 막으려고 할 때였다.
“……?”
거기서 나올 수 있는 패스 방향을 체크하던 준이 눈을 깜빡였다.
어딘가 익숙한 동작.
‘……저거 혹시?’
그가 다급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 동안 선우주는 수비수에게 등을 보이며 드리블을 하다가, 가볍게 몸을 회전했다.
페이드 어웨이 슛.
골대를 바라본 상태에서 뒤로 빠지는 점프를 하며 날리는 슛.
높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공의 궤적에 모든 선수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준이 얼떨떨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날아간 공이 골대의 링에 한 번 가볍게 튕겼다.
‘제발!’
야속하게도 그 공은 그물망에 착 감겼다.
“와아아아-!”
감탄했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짓는 관중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는 한편, 해설진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페이드 어웨이 슛이네요!
-이야, 제가 이걸 돌림픽에서 봅니다!
페이드 어웨이 슛은 비스듬하게 점프하면서 쏘기에 수비수가 막기 어려운 슛이다.
하지만 그만큼 시전하는 이도 굉장한 균형감각이 필요한 동작.
그는 어이가 없었다.
‘……뭐하는 애지?’
자리에서 통통 튕기는 공을 멍하니 바라볼 때, 다른 팀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미소 짓는 선우주가 보였다.
황당함과 동시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냥 다 잘하는 거였어?’
3점 슛 라인 바깥에서 머물고 있어서 장거리 슛만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그는 이 자리에서 가장 놀란 사람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팬과 멤버들에게 손을 흔들던 선우주가 두 손에 입을 모은 채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 이게 되네.”
본인이 하고 또 감탄하고 있었다.
‘뭐지.’
진짜 이상한 애라고 그는 생각했다.
* * *
같은 시각.
우주가 어려운 슛을 성공시켰을 때, 아이돌 멤버들이 자리 잡은 응원석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우주 혀어어엉!”
“으어어! 우주빛깔 선우유!”
“봤져? 저 형이랑 제가 제일 친해여!”
슬로건을 흔들면서 오열하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짜 좋나 보네.’
크으, 하면서 헤벌쭉한 표정으로 뺨에 손을 올리는 멤버들.
막내가 발그레한 뺨을 자랑하며 말했다.
“형, 저 너무 기분이 좋아여. 어떡하져. 이러면 안 되는데 우주 형이 되게 대견하게 느껴져여.”
“그건 당연한 감정이야.”
눈썹이 부리부리한 멤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 형은 우리 노비인걸.”
“푸웁-!”
근처에서 음료를 마시고 있던 다른 아이돌 멤버가 사레가 들린 상태로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동안 흐뭇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곡 만드는 노비도 좋지만 때론 이렇게 몸을 쓰는 노비도 좋네여.”
“돌솥을 바라보는 양반의 심정이 이거 아닐까?”
“돌쇠겠죠. 형. 돌솥은 비빔밥이고요.”
“아, 그러네. 내일 점심에 그거 먹을까?”
“으아, 저거 사진 꼭 찍어놔야 하는데에……. 우주 형 골 넣는 거 찍어 놔야 하는데…….”
저마다 자기 할 말만 하는 것이 그야말로 집단적 독백의 현장이라 할 수 있었다.
그때 주변 시선을 의식하던 날카로운 멤버가 볼멘소리를 했다.
“……자꾸 노비라고 하니까 다들 쳐다보잖아요. 남들 있는 데선 도비라고 하자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요?”
“아, 맞다. 도비라고 해야지.”
그러면서 넷이서 어깨춤을 추면서 ‘도비야 도비야 분량 다오’ 하는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윗쪽에 자리 잡은 뉴블랙의 팬들도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
그리고 그 모두의 시선을 받고 있는 이를 바라보면서, 다른 아이돌 멤버들은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
‘진짜 뭐 하는 캐릭터지?’
정말 신기했다.
선우주는 주소지에 태릉 선수촌이라고 적어도 될 만큼 운동신경이 뛰어났다.
양궁에서 10점만 쏘지를 않나.
농구에서는 팀원들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면서도 개인적으로 활약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 뉴블랙 멤버들에게 물었다.
“저기… 혹시, 원래 우주 씨는 저렇게 운동을 다 잘해요?”
“넹.”
막내가 기쁜 얼굴로 답했다.
“우리 형이 진짜 옷 입는 거랑 게임하는 거 빼면 다 잘해여. 아, 성격이 조금 별로긴 한데…….”
“지난 번엔 농구 코트 끝에서부터 끝까지 슛 성공시킨 적 있어요.”
“제가 흑염소랑 레슬링을 한 적이 있는데, 우주 형이 없었다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때부터 10분 가까이 ‘보아라, 저것이 우리 형이다’ 하는 태도로 자랑이 이어졌다.
“아, 네. 그…….”
“지난번엔 또 뭐가 있었냐면요.”
“아, 네…….”
“우주 형이 글쎄…….”
질문을 잘못 던진 어느 신인 아이돌이 고통 받고 있는 동안, 맨 앞좌석에서 앉은 이들은 경악하고 있었다.
“저저…….”
선우주가 골을 넣을 때마다 허공을 손가락질 하면서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
주로 TJ 시절에 연습생 선우주를 알고 있던 인물들이었다.
국내 최대 기획사 중 하나인 만큼 TJ 출신은 곳곳에 진출해 있었고 다들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쟤가?’
비주얼이나 노래 실력과 별개로 춤을 못 췄던 까닭에 우주에서 온 통나무라고 불렸던 인물이.
-네, 우주 선수 또 슛을 성공시킵니다!
-오늘 경기를 아주 휘젓고 다니네요.
……운동을 잘하고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연습생들에게 유명했던 극악한 몸치가 지금은 농구 선수가 빙의한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뭐냐. 진짜.”
“어우, 내 가슴이 다 벌렁거리네.”
그중에서 그를 가장 오랫동안 보아왔던 TNT 멤버들은 충격의 강도가 심했다.
주르륵.
경기를 바라보고 있던 TNT의 리더 선웅이 마시고 있던 음료수를 입가에 줄줄 흘렸다.
다른 멤버가 옆에서 ‘예나 선정이 딸이예요’ 하는 나레이션을 날리다가 리더에게 목젖에 딱밤을 맞았다.
“넌 이 상황에서도 드립이 나오냐? 봐. 선우주가…….”
선웅이 침을 삼키며 말했다.
“공을 무사히 다루고 있다니까.”
“…….”
“충격적인 광경 아니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에 저 형이 자기 사주에 둥근 물체는 피하라는 말이 있었다고 농담하고 다녔잖아.”
“진짜 뭐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인간인데.”
어찌나 기상천외하게 몸을 썼는지, 과거의 선우주는 다른 의미로 대단했다.
배드민턴을 하는데 라켓을 던진 후 얼굴로 공을 받다가 루돌프처럼 코가 벌게지지를 않나.
계단을 올라가다가 갑자기 스텝이 꼬였다면서 난간을 잡고 심호흡을 하면서 모두를 당황스럽게 하고.
어렸을 때 동네 태권도장에서 발차기를 할 때, 두 발 모두를 발차기에 써서 당일 관장으로부터 친절한 전액환불을 받았다는 이야기에 그 누구도 놀라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까닭에 한강에 나가서 연습생들끼리 자전거 탈 일이 생기면 반드시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구해올 정도였는데.
물론.
-야! 선우주! 거기 나무야!
-아이고. 박았네. 또 박았어.
-쟨 무슨 풀숲만 보이면 돌진하는 본능이 솟구치나? 뭔 포켓몬 잡으러 가는 줄.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이런 최악의 운동신경 때문에 데뷔조에 들었을 때 괜히 모두가 놀란 게 아니었다.
그만큼 비주얼과 작곡 실력, 노래 실력 등의 다른 재능이 어마어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뭐지. 진짜?”
그런 과거를 지닌 이가 날렵하게 뛰어다니면서 운동을 잘하는, 아니 그것도 어마어마한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춤까지야 그러려니 했는데…….”
TNT 멤버 전원이 단체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나만 이해 안 되냐? 이게 말이 돼……?”
“우리도 마찬가지야. 형.”
“어떻게 사람이 저 정도로 달라지지?”
하지만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미스터리.
“저기 뉴블랙 멤버들은 모르는 거 같지?”
“그런 것 같은데.”
과거에 그가 어땠는지 모르는 듯, 뉴블랙 멤버들은 연신 행복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후반전이 끝나고.
얼마 후 결승전에서 선우주가 속한 팀이 우승을 거둘 때까지, 그들은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나쁘지는 않지만…….’
운동신경 때문에 괴로워하던 이가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었지만 솔직히 황당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윽고 트로피 수여식.
-네, 오늘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의 투표를 거쳐서 MVP를 뽑았는데요.
-축하합니다! 뉴블랙 우주 씨!
한편 선우주가 MVP 수상을 위해 얼떨떨한 얼굴로 불려나갈 때, 누군가 입구 쪽을 가리켰다.
“어?”
몰래 경기장을 훔쳐보는 인물.
“저 사람 레몬 엔터 대표님 아니야?”
“맞을걸.”
“……울고 있는데?”
복잡한 생각도 잠시.
뭔가 감정에 복받치는지 손수건을 들고 오열하는 중년인의 모습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 * *
“고생하셨습니다!”
선수 대기실에서 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환호를 했다.
“우승! 우승!”
“크, 다시 한 번 들어볼까요?”
다 같이 트로피를 들어가면서 행복하게 웃었다.
프로 선수도 아니고 그저 아이돌들끼리 하는 아마추어 대회였지만 그렇다고 승리의 기쁨이 결코 작은 건 아니었다.
정신 없이 소리 치고 환호하는 가운데 휘연이 외쳤다.
“사진! 우리 사진 찍어야죠!”
“트로피는 누가 들어요?”
“그야 당연히 우리 MVP 형님이 들어야죠.”
곧바로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고 트로피가 내게 넘어왔다. 팀원들이 손짓했다.
“가운데로 와요! 가운데!”
“그래도 다들 선배님이신데 제가 가운데…….”
“그런 거 하지 말고 얼른 와요!”
내가 웃으면서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트로피의 손잡이를 잡고 몸을 굽히고 브이를 그렸다.
같은 팀원들의 손이 내 어깨에 얹어졌다.
몇몇을 빼면 처음 만난 이들인데, 다들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끈끈하고 친근했다.
이게 바로 스포츠의 힘인가.
예전에는 만화로만 보던 청춘 스포츠의 느낌이 어떤 건지 처음으로 이해가 갔다.
“고생하셨습니다!”
감독님과 함께 다 같이 셀카를 찍은 후 서로에게 박수를 치면서 헤어졌다.
태현이가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오늘 고생하셨슴다.”
“너도.”
“형이 MVP라니. 이게 말이 되냐. 예전에는 VP도 아니고 P도 안 되던 우리 선우주 씨가…….”
“그러게 말이야. 기분 진짜 이상하네.”
MVP가 되어 받은 미니 상패를 바라보면서 웃었다.
본업으로 뭔가를 성취했을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누군가에게 보탬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다.
정말 격세지감이기도 하고.
나만 그런 게 아닌지 상대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 얘 입장에서도 엄청 궁금하긴 할 거다.
하지만 어떻게 대답을 해줄 수도 없고.
조금은 난처한 기분을 느낄 때, 녀석이 입술을 뗐다.
“뭐, 궁금한 게 많긴 한데…….”
상대가 씩 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
“고맙다.”
“참, 그리고…….”
할 말이 있다는 태현이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한조에게도 시선을 돌리더니 손을 까딱였다.
“둘이 귀 좀 대 봐.”
“……?”
우리 둘이 귀를 가져다 대자 녀석이 웃으면서 뭐라고 속삭였다.
“……!”
나와 한조가 동시에 눈을 휘둥그레 뜰 만한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