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10)화 (21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10화

하지만 피디님에게 그대로 대답할 수는 없었다.

‘즈기요… 피디님. 제가 대만 야시장 구경을 갔다가 젠민이가 돼쓰요…’ 할 수는 없잖아.

이 자리에서 설명하기에는 긴 스토리여서 대강 둘러댔다.

“현지에서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좀 있었어요.”

“오, 뭐가 있긴 했구나.”

백성현 피디가 밝게 웃었다.

“잘됐다. 그 방송으로 기사 나오고 그러면 우리도 덕 좀 보겠네.”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확실히 입에 오르긴 할 거 같다.

피디님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겠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머릿속으로 행복 회로를 돌리는 듯한 표정으로 상대가 말했다.

“하긴.”

백성현 피디가 말했다.

“노재현 선생님이랑 너희가 뽑은 분량만 생각해도… 다른 데도 그만큼 나오는 게 신기하진 않지.”

혼자 납득하던 백 피디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기대할게.”

“아, 저…….”

‘뭐가 있긴 있는데 그게, 아마 생각하시는 그런 건 아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상대는 조연출의 부름에 바람처럼 사라졌다.

손을 뻗은 채로 내가 허공에다 말했다.

“……말씀은 끝까지 듣고 가시지. 거기 젠민이 들어 있는데.”

“그냥 포기해요.”

리혁이가 툭 치며 말했다.

“어차피 편집까지 다 끝났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예요. 포기하고 다가올 젠민이를 받아들여요.”

“맞아여. 침착하게~ 숨 쉬어여. 우리 젠민이. 자, 후우 할 때 내쉬고……. 하아아악!”

킹크랩의 집게발처럼 검지와 중지로 막내의 코를 꼬집었다.

*   *   *

<도전, 명곡 발굴단!>의 경연곡 추첨을 마치고, 주말에는 행사 스케줄이 이어졌다.

토요일 점심.

오늘 일정은 일산의 어느 대형 쇼핑몰 행사였다.

“아아. 오백 원~ 오백 원~”

대기실 벽을 향해 목을 풀고 노래를 흥얼거려 보았다. 잠긴 목에서 고음이 올라갈듯 말듯했다.

몸살 기운이 여전했다.

고기 파워로 체력은 회복했지만, 2주 동안 혹사시켰던 목은 여전히 돌아올 기미가 안 보였다.

“너희는 어때? 괜찮아?”

“그냥 그래여. 약간 따끔따끔하고.”

막내에 이어 비주와 리혁이도 답을 했다.

“저도 조금…….”

“난 평소의 60퍼센트 정도요. 무대 하는 데 지장은 안 줄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요.”

혼자 건강한 래퍼를 빼면 나머지 모두 컨디션이 별로였다.

결국 매니저를 불렀다.

“민기 형. 음향 스탭분들한테 오늘 AR 좀 많이 깔아달라고 말해 주세요.”

“알겠어.”

고개를 끄덕이던 민기 형이 제안했다.

“차라리 AR을 최대치로 넣는 건 어때? 너희 목도 안 좋은데 립싱크로 하면 되잖아.”

“립싱크가 더 어려워요.”

“하긴…….”

평소에 라이브만 하다 보니 입술만 벙긋거리는 게 오히려 더 난이도가 높았다.

민기 형이 현장 스탭에게 전달하러 갔다.

스타일리스트들이 의상과 헤어를 만져 주었고, 원석이 형이 따뜻한 음료를 건네주었다.

“고마워요. 형.”

따스한 유자차를 홀짝이면서 목을 풀고 있을 때,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서로 인사를 꾸벅 나누었다.

어머님으로 보이는 사람, 헤어 메이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이는 몇 명이 눈에 보였다.

그중에서 우리가 시선을 집중한 것은 가운데 서 있는 꼬마였다.

초등학교 저학년쯤 보이는 앳된 외모. 볼살이 남아 있어서 귀욤귀욤한 외모의 남자아이였다.

김지호.

초등학생 댄스 미튜버로서 오늘 우리와 함께 마스커레이드 합동 공연을 할 댄서였다.

우리가 준비한 기획은 아니고, 쇼핑몰 측에서 합동 공연을 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서 성사된 무대였다.

“안녕하세요. 김지호입니다.”

또박또박 말하며 꾸벅 인사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 귀여움에 형들이 어쩔 줄 모르고 인사를 받았다.

지호가 반가움의 의미로 눈높이를 맞춘 후 손바닥을 들이밀었다.

“어머, 반가워. 난 왕지호인데. 우리 이름도 같네여.”

“네에….”

꼬마 지호가 부끄럽다는 듯 손뼉을 어색하게 마주쳐 주었다.

“여기 앉을래?”

우리가 소파 가운데 아이를 앉혀 두고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막내야! 여기 지호 좀 마시게 음료수 좀 가져와라.”

“……넹.”

“지호야, 여기 지호 다리가 불편하니까 편하게 앉게 쿠션 좀 가져 와.”

“맨날 나만 시켜.”

“지호야.”

“왜여.”

“너 말고 여기 우리 귀여운 지호 불렀는데?”

부들부들하는 막내의 모습에 우리가 손뼉을 치며 깔깔 웃었다. 그러곤 다 같이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런 때 아니면 우리 막둥이 언제 놀려먹냐.

그동안 우리는 빨대를 꽂은 초코우유를 건네주면서, 가운데 앉혀 둔 꼬마 지호에게 말을 걸었다.

“10살이야?”

“네에….”

“요즘 10살들은 뭐 배워? 요즘도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그런 거 배우나?”

“그게 뭐예요?”

“……없어?”

슬기로운 생활이 없다고?

곧바로 검색을 한 리혁이가 그 과목이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바뀌었다고 말을 해 주었다.

놀란 얼굴을 한 나를 보며 리혁이가 설명했다.

“이 아저씨는 무시해요. 대체로 무해한데 어린 사람들만 보면 친해지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거든요.”

“어어, 그러신 거예요?”

“그러신 게 아니에요. 우리 얼마 차이도 안 나는 걸요. 몇 년도에 태어났어요?”

“저 2006년 8월 13일이 생일이에요.”

06년이란 말에 형 라인의 동공이 흔들렸다. 곧바로 93, 95년생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우리가 형이 아니었네.”

“형, 우린 삼촌이었어요.”

“삼촌이나 아저씨라고 불러도 돼요. 지호 군.”

그런 식으로 분위기를 풀어 주니 처음에는 바짝 긴장했던 꼬마 지호가 편하게 웃기 시작했다.

나 10살 때는 ‘헤헷, 김덕순, 헤헷’ 하면서 바보같이 댕겼던 것 같은데 똑똑한 친구였다.

스마트폰의 영향일까. 아니면 요즘 아이들이 조숙한 걸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상대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돌은 돈 많이 벌어요?”

“그, 글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걸 어떻게 말해 줘야 하냐.

“형들도 지금 버는 중이라서 일단 벌어 보고 말해 줄게.”

키즈 미튜버가 고민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춤을 좋아해서 미튜브를 시작했는데, 요즘 나이 들었다고, 안 귀엽다고 구독자 분들이 떠나고 그래서요….”

신발 속 발을 꼼지락거리며 꼬마 지호가 말했다.

춤이 좋은데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하는 어린이에게 한참 동안 우리가 진지하게 진로 상담을 해 주었다.

아이돌에도 관심을 보이길래 대충 동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설명을 잘 해 주었다.

“우리 나갈 때 됐어.”

민기 형의 말에 다들 일어나서 거울 앞에서 의상을 점검할 때, 어머님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고마워요. 우리 애가 대기실에서 이렇게 편하게 있는 건 또 오랜만이어서.”

“평소에는 안 그랬나요?”

“지난번에 다른 가수 분들이랑 대기실을 같이 썼는데, 그때 이후로 저희 애가 상처를 조금 받아서….”

상황이 짐작되어서 가만히 웃었다.

가끔 대기실을 같이 쓰게 되면 좀 별로다 싶은 사람들이 있으니까.

친절하게 인사해도 대충 받고, 말을 걸어도 귀찮다는 듯 ‘왜 뭐 왜’ 하는 느낌인 경우도 있고. 근데 또 가만히 두면 자기 무시하냐고 그러고.

“자, 가자.”

두 지호와 함께 대기실을 나섰다.

쇼핑몰로 나가는 문을 밀고 나서자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인파 장난 아니네.

대형 쇼핑몰답게 꼭대기까지 탁 트인 중앙 홀이었다.

‘Winter Sale 기념 미니 콘서트’라고 되어 있는 임시 가설 무대를 향해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에스컬레이터가 구불구불 이어진 곳에서 각 층마다 유리 난간에 모인 사람들이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연예인들이 나온다고 해서 궁금했던지 가만히 걸어가다가 멈춰서 우리를 멍하니 바라보는 커플들이나 학생들도 있고.

“이쪽으로.”

보안요원의 도움을 받아 인파를 헤치고 무대 위에 섰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와아아-!”

아이돌 팬들이 뭉쳐 있는 곳에서 작은 함성이 나왔다. 아마 우리 팬들이 낸 소리 같다.

오늘 행사에 다른 아이돌도 참석하는 만큼, 타 팬들도 많았는데 모두 우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물론 그 시선이 다 호의적인 건 아니었다.

어쩐지 모르게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빛으로 아니꼽다는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으니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야.

커다란 대포 카메라들이 내뱉는 찰칵찰칵 소리를 들으며 오늘은 실수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MC가 우리를 소개했다.

-자기 소개 좀 해 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뉴블랙에서 리드 보컬과 리더를 맡고 있는 우주라고 합니다.”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눈을 하나하나 맞추었다.

“오늘 정말 날씨도 좋고, 주말인데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공연할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네요.”

그러면서 꼬마 지호를 가운데로 부드럽게 이끌어 주었다.

“특히나 오늘은 실력이 뛰어난 댄서와 함께 무대를 설 수 있게 되어서 더 들뜨고 설레는 것 같아요.”

키즈 미튜버가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살짝 둥그런 눈썹이 스윽 올라온 채.

내가 눈짓을 하자 꼬마 지호가 곧바로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오~”

“흐어, 어떡해. 너무 귀엽다아… 어, 뭐야 마이크 켜져 있었네?”

우리 막내가 두 손을 모으고 중얼거리는 말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면서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무대 전 토크를 했다.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나와 동생들의 얼굴에 머물렀다.

수요일날 경연 때처럼 대중들은 대부분 ‘잘생겼네’ 하는 반응이다. 중간중간 ‘어?’ 하는 사람들도 보이긴 했다.

그러고 보면 주세한이 참 대단하다.

‘대길이 친구’의 임팩트가 크긴 했지만, 추석 특집 출연 한 번만으로도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오’하는 사람이 나올 프로그램은 그 정도밖에 없을걸.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올 프로그램도 그에 비교해서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방영될 TBC 파티시에 코리아는 후속 특집으로도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고.

고정 출연자로 확정된 명곡 발굴단도 PBS에서 자본을 들여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봄이 될 때쯤에는 아이돌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우리를 더 알아봐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뉴블랙은 요새 방송 출연을 여럿 앞두고 있죠?

쇼핑몰 이용객들에게 열심히 틈새 홍보를 했다.

“네, 파티코 아시나요? 저희가 오늘 그곳 대만편에 특집 게스트로 출연을 하게 됐어요.”

파티코라는 말에 사람들이 더 호기심을 보인다.

이어서 명곡 발굴단도 곧 방영을 앞두고 있으니 기대 바란다는 말을 하며 동생들과 힘껏 홍보를 했다.

그리고.

-네, 그러면 김지호 군과 함께 하는 뉴블랙의 마스커레이드! 다 같이 보시겠습니다!

오프닝 대형에 맞춰서 마스커레이드를 공연했다.

다행히 오늘의 무대에는 아무런 실수도 없었다.

*   *   *

스케줄을 마치고 간만에 숙소에서 늘어졌다.

티라노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소파에 눕고는 있는 힘껏 아무것도 안 하기로 했다.

“중현아.”

퐁!

중현이가 거실 바닥에 누워서 농구 슛을 하듯 과자를 내 입으로 던져 주었다.

모두 명중이었다.

“비주야.”

쏘옥!

내가 무르팍을 베고 누운 비주가 내 입에 달달한 디저트 류를 넣어 주었다.

행복하다.

입가에 묻은 가루를 톡톡 털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을 때마다, 리혁이가 극혐하는 얼굴로 부스러기를 휴지에 담았다.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흘리… 야! 야! 왕지호!”

내가 가루를 흩날린다면 지호는 저녁으로 먹고 남은 치킨 부스러기를 사방에 퍼뜨리고 있었다.

두 녀석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우리는 TBC 채널을 시청했다.

우측 상단 위로 ‘파티시에 코리아 - The Tour’라고 되어 있는 심플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배우 이견우가 광고 속 커피를 홀짝이며 ‘This is it’ 하는 문구를 읊는 동안 중현이가 말했다.

“형, 되게 평안해 보이네요.”

“그래?”

“네. 지난번에 아이돌쇼하기 전에는 엄청 초조하고 그랬는데.”

“중현아. 흑역사에도 레벨이라는 게 있는 거야. 예전에는 내가 흑역사에 대한 내성이 레벨 1이었다면 지금은 레벨 10 정도는 됐지. 젠민쯤은 이제 내겐 흔하디 흔한 일이야.”

“많이 컸네요. 형.”

보통 그럴 때는 성장했다는 표현을 쓴다만…….

TV 광고가 흘러가는 동안 핸드폰을 들어서 메신저를 켰다. 안 읽은 연락처의 메시지가 800통이나 있다.

워낙 일정이 바빠서 밀린 것들이었다.

그중에서 즐겨찾기로 되어 있는 것들부터 확인을 했다.

할머니 [너 오늘 방송 또 나온담서]

나는 멤버들 가족 단톡이 참 밉다.

그것 때문에 우리 덕순쓰가 내가 알지 말았으면 하는 것을 매번 알고 있었다.

할머니 [뭔말을 안해 비밀이 많어]

할머니 [또 뭔짓하고 온겨?]

할머니 [지난번엔 괭이사료찍더니 이번엔 괭이랑 팽이라도 돌렸냐]

내가 답장을 썼다.

나 [그런 거 없어]

나 [덕순이는 오늘 손자 미모나 감상하도록 해]

나 [(이모티콘)]

하마가 꽃을 휘저으며 멋짐 포즈를 취하는 이모티콘에 우리 김덕순 여사가 훈훈한 답장을 보냈다.

할머니 [미친놈]

가슴 한구석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외에도 한태현 등이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하면서 입체 안경 쓰고 팝콘 뜯는 짤을 보냈는데.

마침 TV에서 TNT 멤버들이 ‘Yeah, Welcome to the brave new world.’ 하면서 폼나는 포즈를 잡는 통신사 광고가 나왔다.

그걸 찍어서 보내주니까 다들 부들부들 떨었다.

“형, 시작해요.”

비주의 말에 자세를 바로 했다.

더욱 더 격렬하게 늘어진 포즈로 누워서 음료를 호로록…….

“푸흡!”

사레가 들러서 한참 동안 기침을 했다. 애들이 깔깔거리며 웃는 통에 잠시 머쓱한 기분을 느꼈다.

결국 일어나서 음료수를 들이켰다.

TV 화면과 바로 앞에서 막내가 보고 있는 노트북 화면을 번갈아 보면서.

-오늘 해외 투어 두 번째 편 하나 보네요

-오? 대만?

-[파티코] 대만에 가서 디저트 선보이나 보네요ㄷㄷㄷ

-[ㅍㅌㅋ] 그냥 국내나 돌것이지 뭔 해외까지 가는지 참..

아이돌쇼나 다른 방송들과 달리 일반 대중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기에 커뮤니티 반응이 많았다.

SNS나 포털 라이브톡도 있고.

곧바로 스튜디오에 모여서 복장을 갖춘 파티시에들과 멘토들이 함께 모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는 저희가 대만에서 다녀왔던 일을 보게 될 텐데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진짜 다이나믹했어요.

명세진 파티시에와 박재우 셰프.

반가운 얼굴들이 대만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기대하라는 듯 말했다.

곧바로 영상이 시작됐다.

“오, 나온다. 나온다.”

“우리 나와여. 형!”

공항에 모인 예능인 유창현과 명세진 파티시에, 박재우 셰프가 수다를 떨고 있는데 우리가 등장했다.

열린 게이트를 넘어오며 손을 흔드는 다섯 멤버들.

황금색 자막으로 ‘뉴블랙’하면서 장면이 전환됐다.

빠르게 여러 씬이 삽입됐다.

우리의 뮤직비디오 장면, ‘뉴블랙! 축하…’, ‘뉴블랙!’ 하면서 시상자들이 우리 이름을 부르는 연말 어워드 신인상 수상 장면 여러 개, 그 위로 하얀 기사 헤드라인이 팡팡 찍히듯이 나왔다.

‘올해의 신인’ 뭐 그런 식으로.

“와… 다시 보니까 사람들 진짜 많았네요. 형.”

TV 속 인천공항에서 우리가 인파 속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라이브톡을 바라보았다.

-뉴블랙? 얘네 유명함?

-ㄴㄴ

-예전에 주세한 나온 적 있음ㅇㅇ 그 외에는 잘 모름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명 파티시에님 우승자인데 뭔 대우인가요. 다른 사람들 유명 배우나 예능인 붙여놓고 여긴 신인 아이돌?? TBC 전부터 그랬지만 특정 출연자 편애하는 성향이 정말 짙어요

-워워 아저씨 진정하이소

-명저씨들 또 시작이네.. 근데 ㅁㅅㅈ이 팬덤빨 커서 우승한 것도 솔직히 인정해야지 특출난 건 또 아니자너

-실력만 따지면 오히려 하재권

-하빠들 좀 작작해라 다 끝나고 특집인데 존나 분위기 깨네

-정병들 또 시작이네 또 시작이야

아무래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인기 프로였던 만큼 싸움판이 쉽게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 이야기는 적었다.

다른 커뮤니티도 ‘뉴블랙? 이 친구들 누군가요?’ 하는 글들이나 ‘뉴블랙 얘네 그 존잘그룹 맞지?’ 하는 글 정도만 보였다.

본격적으로 우리가 언급되기 시작한 건 타오위안 공항에 입국하면서부터였다.

-와..

-뭐임 뭐야

-[ㅍㅌㅋ] 뭔가요 이 상황

수백 명의 인파에 휩싸인 우리.

-한류가 크긴 크네

-한류 감안해도 쟤네가 해외 팬이 좀 되는 거 같은데???

-ㄴㄴ 놀랄 건 아님 해외 나가면 신인 아이돌들 다 저 정도 팬들은 모이고 그럼

-그래도 신기한데,, 아이돌들 해외 나가면 저렇구나

그때부터 부쩍 우리에 대한 관심이 는 것 같다.

특히.

-[ㅍㅌㅋ] 저 우주라는 친구 중국어 잘하지 않나요?

-[파티코] 와이프가 대만사람인데 지금 보면서 잘한다고 하네요ㅎㅎ

-발음 좋은 듯

-한국인 아니었나요???

내가 중국어를 능숙하게 하는 장면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낸 듯했다.

보안 요원과 이야기를 나눌 때.

샤오롱바오 집에서 대만 사람으로 오해 받아 서비스를 받는 장면이 나오면서 라이브톡에 댓글이 막 올라왔다.

-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오해했어

-자연스러웠던 거임

-아주머니 당황하셨다

-저 아저씨는 왜 당당하게 자기보다 더 잘한다고 하는거야 ㅋㅋㅋ

-후.. 서비스 뺏어갈까봐 긴장했는데 다행이다

-ㅇㅇ 나도 내가 먹는 것도 아닌데 내심 긴장

이어서 먹방이 나오면서 박재우 셰프가 요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셰프님 우리한테 왜그래요 ㅠㅠㅠ

-우육면 존맛이겠다..

-아씨 이러면 치킨을 시킬수밖에 없잔아 책임져

-면 나오는데 왜 치킨이?

-(대충 눈치 좀 챙기라는 말)

-난 이미 시켰다 이 어리석은 것들

-치킨집아저씨 : 흐뭇

-망고빙수 저기 지난번에 주세한에 나왔던 거기 아님??

먹방이 이어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침샘이 폭발한다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도 보다가 안 되겠어서 피자를 추가로 주문하기로 했다.

“왜 우리가 먹는 건데 우리가 배고프냐.”

이번 일을 계기로 먹방은 당사자가 봐도 배고프다는 것이 증명된 것 같다.

한편, 우리가 복스럽게 먹는 것도 은근 화제가 되었다.

-잘 먹네..

-개잘먹엌ㅋㅋㅋㅋ

-쟤넨 다이어트 안 함?? 프로의식 없어보임

-살쪄도 너보단 오백만배 잘생겼을듯

-왜 갑자기 인신공격하냐

-난 잘먹어서 호감.. 걸그룹이고 보이그룹이고 나와서 참새 모이처럼 먹으면 좀 그래

-쟤네가 추는 춤 검색해보니까 안해도 될만 하던데. 난이도가 빌리 부트캠프급임

-ㅋㅋㅋㅋㅋ벨트는 또 왜 푸는 거야 미치겠다

우리가 먹고 또 먹는 장면이 웃긴 BGM과 함께 나왔다.

마지막에 ‘풀자’하는 말에 벨트까지 풀면서 배부르게 먹는 모습까지.

여러모로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대만관광청의 협조가 있었다는 조그마한 자막이 지나가고, 마침내 길거리 홍보를 하고 있을 때.

다가올 젠민이만 기다리고 있던 우리 앞에 의외의 장면이 나왔다.

클로즈업된 인물이 있었으니.

“……음? 비주야. 왜 너가 나오냐.”

“그러게요?”

바로 비주였다.

열심히 떠듬떠듬 중국어로 ‘꼭 와 주세요’ 하며 화사하게 웃는 우리 애.

그 밑으로 자막이 흘러나왔다.

[지금부터 ‘비주야’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 보세요]

우리가 눈을 깜빡이고 바라볼 때 비슷한 장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와 멤버들, 그리고 출연진과 스탭들이 외치는 장면.

-비주야!

-비주야…… 거기 왜 가!

-비주야아!

-비주야!

빠르게 카운트 되어 가는 장면에는 매번 길을 잃고 ‘어어어’ 하면서 소심하게 ‘어떻게 돌아가지?’ 하며 주변 눈치를 슥 살피다가, 다른 사람에게 또 구출 되었다가.

이내 화사하게 웃으며 또 열심히 ‘홍보해야지!’ 하며 결심하고.

또 길을 잃어버리는 우리 애의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푸핫!”

당사자도 웃을 정도로 웃기게 편집이 돼서 우리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

“형들, 이거 봐여.”

지호의 말에 우리 모두 노트북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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