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11화
아니나 다를까.
우리 둘째에 대한 반응이 달아오르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또 뭘 세라는 건가 했는데 길치였구나
-대로변에서 길 잃기도 쉽지 않은데..
-그 쉽지 않은걸 저친구가 해냅니다 크
-귀엽다..
의도치 않게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낸 비주에 대해서 호의적인 반응이 올라오고 있었다.
“우와.”
비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뻐했다.
“형, 저 개인 흑역사로 관심 받아 보는 거 처음이예요. 대박.”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서로를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침묵 후.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일단 축하할까?”
“와아아-!”
전투에서 승리한 오합지졸처럼 환호를 했다.
다 같이 어깨춤을 추면서 인터넷 반응을 더 살폈다. 가장 핫한 건 여초 커뮤니티였다.
-귀여워ㅠㅠㅠㅠ
-쟤 이름뭐야 뭐야
-귀엽게 생긴 애들은 하는 짓도 귀엽구나
-0_0 요 표정으로 눈치 보는 거 너무 귀엽다 ㅋㅋㅋㅋㅋㅋ
-혼자 어리둥절쓰
오늘부터 자기 최애라는 누군가의 댓글에 우리 모두 흐뭇하게 웃었다.
“부럽당. 저도 길 좀 잃고 그럴 걸 그랬나 봐여.”
“넌 길을 너무 잘 알 것처럼 생겨서 안 돼. 길치는 비주 같이 귀엽게 생긴 애가 해야지.”
“아닌데. 울 누나들이 저 귀엽다고 했어여.”
“……아이고. TV 소리가 안 들리네. 중현아 볼륨 좀 더 높여라.”
입술을 비죽이는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TV로 시선을 돌렸다.
정확히 34번의 ‘비주야!’와 12번의 ‘비주 혀엉!’이 합쳐져 총 46번 빠르게 흘러나온 후.
파티시에 일행과 우리가 한데 모여서 결과를 확인했다.
-허어… 그 산더미 같은 전단지를 다 쓴 거예요? 이렇게 빨리?
감탄하는 얼굴의 박재우 셰프를 지나 스튜디오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다.
-저렇게 빨리 한 거예요?
-우리는 저거 홍보물 뿌리는데 한나절 걸렸는데. 어떻게 저 속도로 했대요?
-오우. 전단지 좀 돌리다 온 친구들인가?
스튜디오 속 명세진 파티시에가 답했다.
-뉴블랙 친구들이 전단지를 진짜 빨리 돌리더라고요. 유창현 씨가 보고서 ‘너희 전단지 알바 하다 왔니?’하는 농담을 할 정도였어요.
메인 화면에는 우리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전단지를 뿌리는 장면이 편집되어 나왔다.
아. 흐뭇하다.
저날 지나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와 주세요’, ‘저희 디저트 맛나요’ 하면서 홍보했던 보람이 있었다.
-다들 고생했어요!
이어서 서로 인사하며 헤어지는 장면이 나왔다.
파티시에 일행은 카페 영업을 위한 준비를 하러 가고, 알바생 뉴블랙은 대만 스케줄을 하러 가고.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듯 융캉제 거리에 설치된 카메라가 하늘의 변화를 담는다.
시계 째깍째깍 소리와 함께 나오는 자막.
[현지시각 AM 06:00]
어둑한 카페에 불이 탁 켜지기 시작하면서 출연진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벽 날씨 때문에 겉옷을 걸친 파티시에 일행, 그리고 하품을 참는 얼굴로 들어오는 우리들.
유창현이 묻는다.
-어제 별일 없었어?
-네, 스케줄 끝나고 밤에 야시장 구경 좀 했어요.
두런두런 잡담을 떨면서 카페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주방에서 따로 준비하는 동안, 홀에선 리혁이와 비주의 진두지휘 아래 정리가 이뤄졌다.
각자 깔끔한 세팅과 감각 있는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모습에 댓글창에서 호평이 나왔다.
-그런데 손님은 몇 명이나 왔어요?
스튜디오에서 질문이 나왔다.
점점 시간이 흐르고, 바깥에서 웅성거리는 오디오는 들려오는데.
일부러 손님들이 얼마나 모였는지 보여 주지 않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도 ‘뭐야? 바깥에 소리 들리는데 얼마나 온 거야?’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서서히 호기심을 증폭시킨 후.
마침내 예능인 유창현이 궁금하다며 카페 문을 열고 나가는 장면이 나왔다.
밖에 서 있던 카메라맨이 그 모습을 담았다.
고즈넉한 골목에 나무문이 딸랑- 하고 열리고는 예능인의 얼굴이 쏙 튀어나온다.
[!!!] 하는 자막과 함께 경악으로 물든 얼굴.
-뭔데 뭔데
-뭐냐고 아진짜
-왜 너네만 알고 놀라냐 우리도 알자
실시간 시청자들이 갑갑해할 때, 유창현이 문을 닫고는 다시 실내에 있는 일행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
그리고….
나와 동생들이 만화의 한 장면처럼 열린 문틈으로 다섯 개의 머리를 내미는 장면이 나왔다.
대기줄을 선 손님들 중 몇몇이 비명 비슷한 소리를 냈다.
‘……?’하는 얼굴의 우리가 놀라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오디오로 ‘우젠민!’하는 중국말이 잡히기 시작했다. 동시에 풀샷으로 늘어서 있는 줄이 처음부터 끝까지 잡혔다.
끝을 모르고 선 줄에 스튜디오는 물론이고 댓글창도 감탄했다.
한 파티시에가 물었다.
-저게 몇 명이 모인 거예요? 저 시간에?
-저때만 해도 삼백 명이 좀 넘었어요.
-사… 삼백?
-우린 처음에 서른 명 정도였는데.. 아니, 그것도 모자라서 다시 호객행위 해야 됐거든.
그 말대로 자막으로 ‘총 337명!’과 함께 ‘파티시에 코리아 투어 최고 기록!’이라고 말이 나왔다.
입을 떡하니 벌리는 스튜디오 사람들.
댓글창도 비슷했다.
-삼백??? 겁나 모였네
-뭐지.. 명세진이 우승자라서 그런건가?
-파티코가 저정도로 대만에서 흥했나..?
-납득이 안 감
-내 생각에는 아이돌 팬들 같은데. 뉴블랙 팬들 아님?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대기줄에 서 있는 대만 시민들의 인터뷰가 잡히기 시작했다.
[어제 우젠민 보고 궁금해서 왔어요.]
[사실 어제 홍보하는 거 받았는데.. 우젠민으로 나온 거 보니까 또 궁금해서 보고 싶더라고요.]
[우젠민.]
그러면서 ‘사랑해요, 연예가 통신’ 하듯이 ‘우젠민’을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반복됐다.
제작진의 물음이 들렸다.
[우젠민이 누군데요?]
드디어 올 것이 왔군.
동생들이 두 손을 모으고 눈을 반짝이고, 나는 체념한 얼굴로 음료수를 홀짝였다.
‘우젠민이요?’하는 제작진의 물음에 나오고, 현장의 누군가가 직접 핸드폰을 꺼내 대만 인터넷 커뮤니티의 짤방을 보여준다.
[!!!]와 함께 클로즈업되는 내 사진.
그때부터 사건의 전말을 보여 주기 시작했다.
대만의 지상파 방송 TTS 모닝 뉴스에서 ‘우젠민’이라는 이름의 인물이 나오면서 화제가 된 과정.
뉴스 클립부터 카페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괴로워하는 내 모습까지.
당연하게도 곳곳에서 댓글이 폭발하고 있었다.
-엌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얔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상도 못한 정체 ㄴㅇㄱ
라이브톡부터.
-[ㅍㅌㅋ]ㅋㅋㅋㅋㅋ 미치겠네요
-[파티코] 친구들이랑 보다가 뿜었다
-이친구들 예능 좀 할줄 아네
-ㅋ엌ㅋㅋㅋㅋㅋ지금 그러니까 대만인으로 오해 받은 거죠??
-깨알 같은 괄호 ㅋㅋㅋㅋ 대만 방송국이 진짜 현지인으로 알았나 봅니다
커뮤니티들의 반응까지.
특히 이 모든 반응을 팝콘과 함께 감상하고 있던 우리 수플레들이 가장 행복해했다.
-젠민아ㅠㅠㅠㅠㅠ누난 이제 여한이 없어
-경☆군산초 선우주군 전국 흑역사 대회 1등 입상★축
-여봐라!! 풍악을 울려라아!!
-[속보] 우리애 흑역사 전국랭킹 1위
-이제 더 큰 물로 나가 세계를 노려보쟈
-ㅋㅋㅋㅋㅋㅋ 다들 미쳣냐고요
나를 놀리는데 있어서 진심인 수플레들의 모습에 동생들이 손뼉을 치며 깔깔 웃었다.
“형, 기사도 나오고 있어요. 타이틀은…….”
“안 불러 줘도 다 알아. 괜찮아.”
훈훈한 웃음으로 내게 기어이 기사를 보여 주려고 하는 비주의 스마트폰을 슥 밀었다.
제목이야 안 봐도 뻔하지.
‘[충격] 뉴블랙 우주, 대만인으로 오해 받은 사연은…?’ 그러면서 영양가 없는 내용이 담겼을 거다.
“와……. 댓글이랑 글들 올라오는 속도 봐여. 우젠민 나오고 나서 갑자기 반응 확 뛰었어여.”
“그래?”
“네. 형 이거 봐여. 새로고침 누를 때마다 첫 페이지가 싹 다 바뀌어여.”
오늘 하이라이트 장면이긴 했던 모양이다.
오늘 파티코에 있어서 가장 웃기면서도 주목 받는 장면이라고 할까.
반응이 사뭇 뜨겁다.
내일 시청률표를 받으며 흐뭇해할 피디님의 얼굴이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는 듯했다.
“……그래. 반응이 좋으면 된 거지.”
이 한 몸 불살라서 방송을 살렸다는 생각을 하기로 했다.
진동이 울리면서 우리 김덕순 여사가 [ㅋ] 하는 댓글에 잠시 울컥하긴 했지만 말야.
나 [덕순이]
나 [행복해?]
나 [덕순쓰가 행복하면 난 됐어..]
시무룩하게 타자를 치고 있는데 우리 할머니의 답장이 날아왔다.
할머니 [그래도 고 뉴스에서 얼굴값하더라]
나 [그래..?]
내가 저 인터뷰에서 잘 나오긴 했지.
뺨을 씰룩이면서 할머니에게 답장을 써서 보내자 리혁이가 뚱한 얼굴로 물었다.
“뭐 좋은 일 있어요?”
“음?”
“아니, 얼굴 위로 인간의 희로애락이 막 스쳐가는데 지금은 좋아서 어쩔 줄 모르니까.”
“글쎄, 우리 할머니가…….”
의문을 품는 리혁이에게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저기서 잘생기게 나왔대.”
“…….”
“왜 그래?”
“별거 아니에요. 이 영양가 없는 대화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되새겨 보는 중.”
고개를 저으며 한심한 시선을 건네는 녀석에게 발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주었다.
“으악!”
더러운 양말로 자기 옷을 스쳤다면서 분노하는 녀석을 피해 비주의 뒤로 쏙 숨었다.
여기저기서 보고 있는 사람이 많은지, 내 핸드폰은 미치광이 댄스 머신처럼 진동했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TV 속 상황은 우리가 알고 있던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능숙하게 주문을 받는 우리 모습과 주방에서 열심히 열일하는 셰프와 파티시에의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갑자기.
-아……!
하는 비명과 함께 파티시에가 손목을 부여잡았다. 디저트를 준비하다가 그만 손목 부상을 입은 것이다.
곧바로 대책 회의를 하기 위해 모인 스탭과 출연진들.
현장의 심각한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스튜디오에서도 다들 ‘어떡해….’하는 소리가 나왔고, 댓글창에서도 명세진 파티시에의 팬들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바로 그때.
-저희가 해 봐도 될까요?
나와 비주가 등판했다.
* * *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
-아니.. 마음은 가상해서 좋은데 그게 마음으로 될 일이 아닌 거 같은데
-좀 무리수 같다 이건..
-근데 지금 손목 다쳤잖아요. 뭐라도 해야지.
-ㅇㅇ 그건 또 그렇긴 한데.. 내가 다 조마조마하네
수백 명의 손님이 길게 늘어선 줄.
바쁘게 돌아가는 홀.
그 와중에 촬영을 중단하기가 쉽지는 않은 노릇이기에 뉴블랙 멤버들의 선택은 이해를 받고 있었다.
파티시에가 지시하는 대로 자기들이 몸이라도 움직여 보겠다는데 그 용기는 가상한 편이었다.
다만, 그 성과에 대해선 다들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
-????
-??
-내가 지금 헛것을 보는 건가..
-잘하네?
-잘해
화면 속에서 우주가 반죽을 조물조물했다가, 바닥에 탁! 하며 내려놓는 장면이 잡혔다.
처음에는 살짝 서툰 동작이었지만 1분, 2분이 지날수록 놀라울 만큼 동작이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누가 봐도 ‘오호, 님 빵 좀 만져 보심?’ 할 만한 손놀림이었다.
스튜디오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어어……?
한 명을 시작으로 모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부리나케 명세진에게 고개를 돌렸다.
다른 파티시에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인 화면 속 명세진 본인과 달리 스튜디오에서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우주 씨가 파티코를 정주행하면서 좀 연습했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제대로 해 본 건 저때가 처음이래요.
-……?
-신기하죠. 저도 그랬어요.
곧바로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우주에 이어서 비주가 섬세한 장식을 하는 모습에 파티시에 중 하나가 말했다.
-시즌2하면 저 친구들이 2인조로 나와도 될 것 같은데?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물론 제빵은 동작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배경 지식과 오랜 경험이 필요했지만 현장에서 보이는 움직임은 훌륭했다.
두 멤버는 파티시에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하는대로 완벽하게 그 지시를 이행하고 있었다.
마치 저마다 왼팔, 오른팔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척척 맞는 호흡에 누군가 조작 의심을 제기할 정도였다.
-이거 짜고 치는 대본 아니냐. 갑자기 투입된 애들이 저렇게 잘한다고??
-ㅇㅇ 나도 공감
-주작이네
하지만 곧바로 그런 의견은 철퇴를 맞아 분쇄됐다.
-ㅋㅋㅋㅋㅋ뭔 진짜 말 같지 않은 소리하네
-게스트 띄워 주려고 손목부상 연기, 제작진 주작 시도, 일일카페 영업 망치기 이거 다 감수한다고?
-저게 연기면 명세진은 헐리웃 가야지
-주작 부르짖는 애들 이해는 간다.. 나도 부모님이랑 같이 보는 중인데 두 분 다 얼떨떨해하심
-…근데 나만 궁금하냐? 맛 저거 어떨까?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때, 곧이어 맛을 기미하러 온 유창현과 제작진이 빵을 맛 본다.
이내.
-맛있는데?
-맛있어…….
그 말에 명세진이 한숨을 돌린 표정을 지었고, 두 멤버가 행복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실시간으로 보던 이들이 모두 다행이라며, 파티시에의 감정에 이입을 하고 있을 때.
이 모든 것에 당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뉴블랙의 팬들이었다.
-숯불들아 대답해조라 원래 다들 빵 잘해?
-제빵 좀 배웠나 보네
-저 젠민이라는 애 무슨 빵 자격증 땄어?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실시간으로 파티코를 달리는 이들의 질문이 날아들었지만 수플레들은 섣불리 대답할 수 없었다.
‘우리도 몰라…….’
젠민이만 이미 짤방으로 알고 있었지, 갑자기 제빵왕 선우주가 튀어나올 줄은 전혀 예상도 못하고 있었다.
-우주는 정말 경이로워요..
-우주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그래요. 비주 봐요. 저 대로에서 길 잃는 거 얼마나 경이로워요
-우주에 대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By. 알버트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도 인정한 우리 애..
-아인슈타인 수플레였네 나 앞으로 거기 우유만 마셔야지
-ㅋㅋㅋㅋㅋㅋ명언 누구야 나와요
뉴블랙에 대해서 어지간한 일로는 놀라지도 않는 팬들도 잠시나마 당황스러움을 느낄 정도였다.
-덕질이 아니라 감자 캐기 같아요.. 뭐 하나 잡아당기면 우수수 같이 딸려오는
누구가의 말에 다들 공감을 표했다.
허나 놀람도 잠시.
인터넷의 수플레들은 열심히 멤버들의 표정이나 일하는 움짤을 찌면서 새로운 영업글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한편 TV 속에서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재고 수량을 확보하고 나서 우주와 비주가 다시 주방과 홀을 오가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7번에 도너쓰 추가요!
주방에서는 박재우 셰프와 명세진 파티시에가 메인 메뉴에 공을 들이며 땀을 흘리고.
홀에서는 아이돌 멤버들이 뛰다시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각지에서 스마트폰, TV로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었다.
얼굴에 밀가루가 묻는 것도 모른 채 집중해서 빵을 만드는데 온 힘을 다하는 우주와 비주.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다가 셔츠가 땀에 푹 젖은 날카로운 인상의 멤버.
지친 얼굴인데도 손님들에게 연신 방긋방긋 웃으며 재치있게 주문을 받는 막내.
절도 있게 돌아다니면서 꾸준하게 부족한 것을 채워 주는 멤버까지.
파티시에가 만든 디저트가 중심인 만큼 손님들의 반응이나 명세진에게 포커스가 가 있었지만, 그 장면 하나하나마다 뉴블랙 멤버들의 성실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기자들이 ‘뉴블랙, ‘파티코 투어’에서 알바생으로 존재감 발산’ 등의 기사를 올리기 위해 준비할 때.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현장에서는 다 같이 모여 결산을 하는 모습이 흘러나왔다.
자잘한 정리를 마치고 오늘 하루 총 얼마를 벌었는지 매출을 계산하는 제작진과 출연진.
그리고…….
-와아… 우리가 이만큼 벌었어요?
-지금 해외 투어 중에서 우리가 최고 매출이라고요? 진짜로?
-……우리 이대로 투어만 다닐까?
모두 함박웃음을 지은 채 기뻐하는 장면.
이어서 잔잔한 BGM과 함께 대만 편이 끝나면서, 메인 화면이 스튜디오로 돌아오고 있었다.
한편 방송은 어느덧 끝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 * *
방송이 끝나자마자 인터넷이 시끌시끌했다.
-‘대세 신인’ 뉴블랙, ‘파티코’에서 일일 알바생 변신
-‘파티코’ 뉴블랙의 大활약, 박재우 셰프 “최고의 알바생”
-‘에이스 알바생’ 신인 아이돌 뉴블랙의 발견
대만 사람들이 디저트에 호평을 하는 장면이 메인이었지만, 그 뒤를 이어 우리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와아…….”
기사가 올라온 지 얼마 안 됐는데도 댓글만 벌써 300개가 넘게 올라오고 있는 게 보였다.
SNS나 커뮤니티 등지에서 보이는 반응도 꽤나 좋은 편이었다.
방송 끝난 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파티코에 대한 글 리젠 역시 여전히 활발한 편이었다.
“형, 이거 봐요.”
중현이가 내민 글에는 한 커뮤니티에 써 있는 Best 글들이 보였다.
『 카페 사장으로서 오늘 뉴블랙 보고 감탄했네요 』
[아시다시피 카페 알바는 비주얼이 정말 중요합니다..
뇌피셜이 아니라 가끔 잘생기거나 예쁜 대학생들 쓰면 매상이 확 뛰거든요;;
일 못해도 상관 없습니다. 그냥 석상처럼 세워만 둬도 그 시간대 매상이 한 서너 배는 더 높아요
그런 면에서 저 뉴블랙 친구들은 상상 속 동물 같은 존재에요
비주얼도 매출 10배는 나오게 생긴 얼굴에.. 일은 또 엄청 잘하네요. 특히 젠민 씨가 최고였습니다.
일머리 진짜 좋아보이더라고요
빠르게 일처리 해야 하는 순서 분리하고, 다른 알바생 조직하고, 일할 거리 찾아 다니고..
저게 뭐 대단한 거냐고 하겠지만 생각보다 진짜 어렵거든요
세부적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그러면서 글 내용으로 자영업자가 보았을 때, 알바생으로서 이런 면이 뛰어나더라 하는 분석글이 이어졌다.
공감하는 댓글들이 수십 개 넘게 이어졌다.
-공감합니다. 저도 자영업 하는데 저 얼굴에 저 정도 해주면 카페 지분까지 줄 의향이 있어요.
-처음에는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호감이에요
-저도 보면서 호감 가더라고요ㅋㅋ
-젠민이 군필자라고 해서 더 친근
그런 댓글은 커뮤니티와 SNS를 가리지 않고 많았다.
-지난번에 배우 나왔을 때, 손님들한테 끼만 부리고 일 못해서 갑갑했는데 속 시원
-(속 시원한 짤)
-오늘 너무 잘하더라. 지금까지 알바생들 다 꽃병풍 느낌이었는데.. 일 제대로 해서 마음에 들어
-오늘 보고 호감이었어
-알바하는 사람들은 보고서 더 감탄했을 듯.. 이야 내가 아이돌한테서 이런 일머리를 볼 줄이야ㅋㅋㅋ
우리 애들이 댓글을 읽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형이 호감 간대요!”
“크, 젠민이 하나 열 리혁이 안 부럽다.”
“야.”
“와. 형 인기 엄청 많아졌어요. 저 대길이 때 보는 거 같아요.”
우왕! 우와아아앙! 하면서 레이싱카 소리를 내는 동생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는 마냥 흑역사라고 해서 서글펐는데, 오히려 후반부의 알바 파트가 반응이 더 좋았다.
물론 젠민이 짤은 여전히 곳곳에 올라오고 있었지만…….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라서 그런지 인터넷은 물론이고 현실도 반응이 오고 있었다.
지이잉-
지금도 내 핸드폰이 쉴 새 없이 울려 대고 있었다. 무음으로 바꿀 틈도 없이 계속해서 뭔가 울렸다.
방송에 나오면 그것을 계기로 연락하는 지인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여서, 다 같이 불이 난 핸드폰을 잠시 껐다.
공용폰으로 잔뜩 들떠 있는 회사 사람들과 통화를 했을 뿐.
멤버들과 웹서핑을 하며 오늘 사람들이 우리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체크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 *
그리고 다음 날.
미튜브 인기 동영상 목록에 내 얼굴이 들어간 썸네일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