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14화
자연스럽게 수습한 후 방송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교육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우리는 평소보다 차분한 톤으로 진행을 했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구석기에는 동굴에서 살았다고 해요.”
“왜여?”
“그야 동굴이 비를 피하기 좋으니까요. 지호 씨. 지호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집 지을 자신 있어요?”
“아. 그러네여. 역시 자연이 지어준 집에 들어가는 게 최고네여.”
카메라에 보이도록 그림을 하나씩 테이블에 올려두면서 설명했다.
대충 ‘이런이런 흐름이야, 기억해!’ 하는 분위기보다는 자잘한 것 하나하나 왜 그런지 설명했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어린이들이라면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할 테니까.
그림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저마다 추론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방송 흐름을 끌고 갔다.
대본에 적혀 있는 설명을 쉽게쉽게 풀어서 설명할 때마다 카메라 뒤편에 서 있는 작가님들이 흡족한 미소를 보냈다.
피디님은 ‘그래! 바로 그거야!’ 하는 표정으로 엄지를 들고 있고.
“어, 근데… 이거 기억하기가 되게 어렵긴 하네요.”
중현이가 뺨을 긁적이며 물었다.
“설명은 잘 들었지만 이게 이거 같고. 저게 저거 같고.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그런 방법 없을까요?”
“음…… 그러게요.”
그때 비주가 말했다.
“노래로 간단하게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노래요?”
“네, 방금까지 알려 준 걸로 해서 노래를 만들어 보면…….”
즉흥적으로 나온 제안에 내가 바로 수긍했다.
“그럼 한 번 만들어 볼까요?”
다 같이 잠시 고민을 하다가 화음을 맞춰서 노래를 불렀다.
구석기 구석기
막 지어서 막집에 살았네
신석기 신석기
바닥이 움푹 패어서 움집이라네
방송 분량도 만들 겸 아카펠라처럼 대충 화음을 맞춰서 불렀다.
확실히 공연 경험이 중요하긴 중요했다.
명곡 발굴단 1차 경연의 영향 덕인지, 이런 사소한 노래에 쓸데없이 무대 매너나 화음이 찰떡같이 나오는 우리 애들이었다.
석기 시대
네 거 아냐 우리 거
청동기 시대
이제 내 거 네 거 구분해
오오- 사유재산
‘오오- 사유재산’에 잠시 위기를 맞이한 제작진이 눈을 질끈 감거나 뺨을 파르르 떨었다.
오히려 우리가 웃음을 못 참고 웃었다.
첫 방송이 어떤 식으로 나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분위기는 좋다고 생각했다.
* * *
30분 정도로 방영되는 쏙쏙! 역사 탐험대.
2시간 가까이 이어진 녹화는 서서히 그 끝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제작진은 멍한 표정을 짓는 중이었다.
‘완전 정신없어…….’
비글 같은 지옥견을 다섯이나 풀어놓은 느낌이었다.
보고 있는데도 기가 빨린다고 해야 하나.
“하하! 이 사람 틀렸어여, 틀렸어!”
“꺄하하!”
“이건 내, 내가 실수한 거예요! 잠깐 헷갈린 거라고요. 내, 내가 이런 거에 질 리가 없어!”
오늘 내용을 총 정리하는 마지막 퀴즈를 진행하면서 다섯 아이돌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방송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저것이 과연 처음 만났을 때 차분한 인상을 지녔던 그 다섯과 같은 사람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열심히 하긴 하는데 이쯤 되니 즐기는 게 아닐까 싶었다.
“느아아!”
얼른 종을 울려서 퀴즈 정답을 맞혀야 하는데 계속해서 다른 멤버들한테 순서가 밀린 서리혁이 괴로워하는 중이었다.
“아니이…! 알고 있었는데에!”
“조금 더 빨리 울렸어야죠. 리혁 씨. 달리기가 빠르면 뭐합니까. 순발력이 좋아야죠.”
“이이… 놀리지 마요!”
“아이고오. 원시인 의상 입고 싶었는데 못 입게 생겼네에!”
멤버들이 깔깔 웃으며 놀리자 한 멤버의 귀가 벌게졌다.
퀴즈쇼 꼴찌 벌칙인 원시인 의상에 당첨되지 않기 위해 모두 온 힘을 다하는 중이었다.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보고 있는 제작진마저 감탄할 정도였다.
“와… 거의 이 정도면 어린이들을 위해 뼈를 갈고 있는데요?”
“텐션 봐. 보고 있는 어린이들도 뼈가 떨릴 거 같은데.”
워낙 성실하기로 업계에서 유명한 아이돌이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 예측을 뛰어넘을 만큼의 대활약이었다.
“그 의상 하나 입는다고 무슨 큰일 나겠습니까. 리혁 씨. 우리는 그대가 석기시대 사람이어도 좋아요.”
“맞아요. 원시 사람이면 어때요. 흐하핫!”
깔깔거리며 자기들끼리 웃는 멤버들을 바라보던 메인 작가가 성 피디에게 말했다.
“……이쯤 되면 열심히 하는 건지, 즐기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그러게.”
그 동안 어린이 프로그램만 담당했던 키움 프로덕션의 직원들에게 뉴블랙의 텐션은 생전 처음 경험하는 종류의 기운이었다.
“원래 아이돌이 다 이런 건가?”
“그런 건가 봐요.”
이상한 오해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신이 나서 퀴즈쇼를 진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메인 작가가 아쉬움을 표했다.
“방송 시간이 진짜 아쉽네요. 이거 30분 동안 담으려면 이것저것 엄청 쳐내야 할 텐데.”
“그러니까 말이야. 시간이 아쉽네…….”
석기시대부터 고조선까지.
뉴블랙이 뽑아낸 알찬 분량 중에서 재미있던 것들을 잔뜩 빼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그리고.
“애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드립도 좀 빼야 할 테고.”
“웃긴 거 많았는데…….”
아무래도 어린이층을 노린 프로그램이다 보니 방송국 측의 사전 검열도 좀 감안해야 했고, 이해하기 어려운 드립도 편집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비방용이 아니지만 프로그램 특성상 지워야 하는 것들.
물론 그런 것을 감안해도 몹시 알차고 유익한 역사 프로그램이 탄생될 것 같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편성이 30분이니 어쩔 수 없고…….’
어떻게 오늘 내용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성 피디의 머릿속에 무언가 퍼뜩 떠올랐다.
“아.”
“왜 그러세요, 피디님?”
“수영 작가. HBS 측이 요즘 미튜브 컨텐츠들 꽤 업로드 하고 있지?”
“네, 뭐 자체적으로 이것저것 만들더라고요. 드라마 하이라이트 영상에 자막 달기도 하고.”
성 피디가 말했다.
“이거 1차 편집본을 미튜브로 올리면 어떨까? 어린이들 말고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미튜브요?”
곰곰이 생각하던 메인작가가 말했다.
“두 개로 나누시자는 거죠? 본방은 어린이들 보게 30분짜리 분량으로 하고. 미튜브용으로 따로 올리시자는 거잖아요.”
“그렇지. 어때?”
“괜찮은데요? 교양국에다 말하면 좋아할걸요. 관건은…….”
메인작가가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 이걸 재미있게 볼까요?”
“교양 프로그램인 걸 감안…… 푸핫!”
털옷을 입은 리혁이 뗀석기를 들고 추격하자, 다급하게 피하는 멤버들의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뉴블랙이 출연한 ‘쏙쏙! 역사 탐험대’의 별도 편집본 인터넷 공개가 결정되었다.
* * *
‘쏙쏙! 역사 탐험대’의 첫 녹화는 성공적으로 끝냈다.
피디님이 손수 나와 배웅을 하실 만큼 분위기 자체가 훈훈하고 좋았다.
‘오구오구 우리 뉴블랙’ 같은 분위기라고 할까.
촬영장에서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는 건 처음이라서 다 같이 ‘헤헷’하면서 좋아했다.
그러면서 미튜브에 따로 올려서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떠냐고 하셨는데 우리 모두 적극 동의했다.
애초에 우리가 예능에 나가는 이유부터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기 위함이었으니까.
역사 탐험대 녹화를 시작으로 2월 둘째 주가 바쁘게 지나갔다.
명곡 발굴단 2차 경연 준비를 위해 원곡자를 방문해서 곡에 관한 토크를 나누기도 하고.
경연곡을 A&R팀과 함께 편곡하고.
3집 수록곡도 손 보고.
남는 시간에는 외국어 공부와 2차 경연 준비를 이어갔다.
몇 시간 남짓한 수면 시간이 끝나면 일하고 또 일하고, 쉴 틈 없이 일개미처럼 일하고 또 잠시 자는 생활을 이어갔다.
다행히 목 컨디션은 완벽하게 회복했지만 그 뒤를 이어서 피로가 파고들었다.
“형, 일어나요. 다 왔어요.”
“나 조금만 더 먹을게…….”
비몽사몽간에 있는데 비주가 계속해서 팔을 흔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꿈쩍도 안 하니 결국 중현이가 등판했다. 조심스러운 손가락이 감겨 있는 내 눈을 펼친다.
차 안의 풍경이 강제로 눈에 들어왔다.
“…….”
잠이 확 깬다.
중현이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어나요. 형.”
“어, 그래…….”
눈을 깜빡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참으로 신박한 잠 깨우기 방식이라서 어이가 없었다.
동생들이 손뼉을 치며 깔깔거리는 동안 나도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잔뜩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차장을 벗어났다.
“어우, 기력 딸려.”
대기실에서도 입으로는 홍삼을, 눈으로는 우리 김덕순 여사의 프사 목록을 보며 원기를 회복했다.
금요일 오후.
오늘의 스케줄은 일요일 오후 5시에 방영을 앞둔 PBS ‘도전, 명곡 발굴단!’의 제작 발표회였다.
우리 막내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저 대박 설레여. 막막 배우 된 기분 같고.”
“제작발표회라서?”
“넹. 제가 이 순간을 꿈꾸며 살았거든여.”
배우들이 제작 발표회 하는 걸 볼 때마다 꿈이었다며, 소원성취 했다며 좋아하는 우리 배우 지망생이었다.
제작발표회는 흔히 드라마나 예능의 첫 방송을 앞두고 하는 이벤트다.
방영 당일에 하는 경우도 있고 며칠 전에 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는 첫방 이틀 전인 금요일이었다.
대개 기자들을 불러 모아 다과를 제공하며 ‘저희 잘 좀 봐주세요 (수줍)’ 하면서 진행하는 막판 홍보라고 할까.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상암동 호텔의 홀 앞에서 출연진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현장에서 1회 하이라이트가 담긴 예고편이 흘러나오는 동안 다 같이 몸을 풀었다.
이어서 현장 스탭이 우리에게 입장하라며 손짓했다.
-2014년의 대세 신인, 아이돌계에 돌풍을 불러온 친구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뉴블랙입니다!
MC의 소개에 맞춰 홀에 입장했다.
뒤편에는 삼각대 위의 카메라들이, 앞에서는 카메라를 든 사진기자들이 플래시를 터뜨렸다.
단상 위에 마련된 ‘도전, 명곡 발굴단!’의 포토월 앞에 서서 다 같이 환히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몸을 옆으로 돌려 서로 어깨에 손을 올린 채 찍기도 하고, 다 같이 주먹 쥐고 화이팅도 외쳐주고.
데뷔 초에만 해도 이런 포토타임을 진행하면 내가 ‘이쯤 돼서 돌자, 자 브이.’ 하고 눈짓을 하거나 속삭여주곤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다들 알아서 척척이었다.
2~3초 텀을 두고 내가 포즈를 취할 때마다 멤버들이 찰떡같이 맞춰주었다.
-네, 단체 포토타임 진행할까요?
연차 낮은 순부터 개인 포토타임을 진행하고 나서 선배 가수들과 다 같이 모여서 화이팅을 외쳤다.
-이제 질의응답을 진행할 텐데요. 질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손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출연진 열두 명과 프로그램의 CP, 메인피디가 간이 의자에 앉아 빙 둘러앉은 가운데.
내가 공손하게 무르팍에 손을 모으고 앉자 우리 멤버들이 잽싸게 내가 앉은 자세를 따라했다.
옳지. 우리 애들 잘하네.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계속 사진이 찍혔기에 뺨에 쥐가 날 만큼 방긋 웃어댔다.
이러다 끝나고 나면 하회탈처럼 변하는 거 아닌가 몰라.
프로그램 기획이나 컨셉 등 질문 대다수는 CP님과 메인피디님이 담당했고 다른 선배 가수들도 적잖은 질문을 소화했다.
우리도 중간중간 이름이 불렸다.
-송보형 씨는 트로트. 리사 씨는 뮤지컬 배우. 뉴블랙은 아이돌 대표로 참석을 하게 된 거잖아요. 선배 가수들과 경쟁을 하게 되니 어떠세요?
해석 : 너희가 부정 안 하면 난 기사에 ‘뉴블랙, 아이돌 대표로서 들뜨고 설레’ 라고 타이틀 쓸 거임.
마이크를 잡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아이돌 대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그저 후배 가수로서 다른 선배 가수 분들과 경쟁하게 된 것이 영광이라 생각해요.”
백성현 피디가 옆에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주가 이어서 마이크를 들었다.
“이번에 경연을 하게 되면서 선배님들 무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어요. 정말 멋진 무대들이 많았거든요.”
잘한다. 우리 둘째.
비주가 수줍게 웃으며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본방 시청 좀 부탁 드려도 될까요…?”
우리 둘째의 소심하면서도 귀여운 요청에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나왔다.
지난 쇼케이스에서 내가 했던 것을 배웠는지 이상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멤버들이 철저하게 먹금을 했다.
-아무래도 아이돌 가수이기 때문에 다른 가수들과 비교해서 가창력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반응이 조금 있는데요.
해석 : 너희가 부정 안 하면 ‘아이돌 출신 한계 극복하겠다’라는 타이틀로 시원하게 어그로 끌어보고 싶다.
민감한 질문이라 내가 나서려고 할 때 리혁이가 눈치 좋게 나서주었다.
서늘한 인상에 영업용 미소가 그려졌다.
“그런 반응들은 저희가 어떤 가수여서가 아니라, 아무래도 저희가 아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러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런 이유로 본방 시청 좀 부탁드릴게요…….”
“본방사수!”
우리가 다 같이 본방사수를 말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나왔다.
프로그램의 CP님이 흐뭇한 얼굴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다른 출연진들도 귀엽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리혁이가 충분히 대답을 한 뒤에도 계속 실력에 관한 질문은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그때마다 계속해서 정석적인 답변을 했지만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이 자리에서 노래 한 소절 한 번 해보면 안 되냐는 질문까지 나오자 보다 못한 차우현 선배가 나서주었다.
-이 친구들 잘합니다. 제가 알아요.
그가 짧고 굵게 말했다.
-애초에 실력으로 우열을 가리는 자리에서 어떤 음악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자리에서 가장 발언권이 강한 차우현이 질문을 봉쇄하고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정말 궁금하면, 같이 본방 보시죠.
다 같이 ‘본방사수’하며 외치자 살짝 딱딱해질 뻔했던 분위기가 부드럽게 풀어졌다.
어찌나 실력 관련해서 질문이 많이 나오는지 우리가 여기 나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은 이들이 꽤 있다는 게 절로 짐작이 갔다.
석환 형이 댓글 보지 말라고 해서 안 보고 있는데 기자들의 질문 내용만 들어도 어떤 댓글일지 상상이 간다.
솔직히 질문을 받을 때마다 썩 유쾌하진 않았지만 밝게 웃으면서 친절하게 대답을 했다.
어차피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니까.
1차 경연이 나오고 나면 실력에 대한 말이 쏙 들어가겠지.
더군다나 피디님이 경연 때 반전으로 보여주겠다면서 하이라이트 예고에도 우리 노래 장면은 뺀 터라 계속해서 의구심 섞인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긴 했다.
그러하기에 이미 1차 경연의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여유롭게 웃을 뿐이었다.
“아까 질문들은 신경 쓰지 마.”
제작발표회가 끝난 후.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에서 석환 형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 주 일요일까지만 기다리면 돼. 그때 되면 갑자기 완전히 톤이 바뀐 기사들이 쏟아져 나올 테니까. 뜸 들이는 과정이잖아. 지금 이런 반응들도 방송 나가면 완벽하게 달라질 거야.”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한 상상을 하는지 지호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맞아여. 우리 모두 상상해 봐여. 일주일만 참으면 이제 ‘뉴블랙 사고 쳤다’ 하면서 나올 거예여.”
“야. 사고 쳤다는 어감이 좀 그렇잖아. ‘일 냈다’ 정도로 하자.”
“리혁이는 스마트폰에 그때 인터뷰할 거 멘트도 준비해 놨잖아요. ‘우린 준비된 신인’…….”
“뭐야. 형, 그거 어떻게 봤어요?”
동생들과 유쾌하게 웃으며 대화를 주고받았다. 머릿속에 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일주일만 참고 보자.
어차피 이미 우리가 1위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반응이 어떠하든 큰 상관이 없었다.
그런 마음으로 일요일에 있을 명곡 발굴단 첫방을 생각할 때였다.
“……음? 실장님.”
조수석에 탄 민기 형이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자 우리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것 좀 보세요. 실장님.”
“뭐야. 이거.”
빨간 불에 잠시 정차된 차.
우리 모두 다가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는 민기 형의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
어느 아이돌 커뮤니티에 올라온 베스트 글이었다.
“뉴블랙 라이브 논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가서 시선을 집중했다.
그 글에 들어있는 동영상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있었던 우리의 행사 직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