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15화
레몬 엔터 홍보팀.
PBS 명곡 발굴단의 첫 방송을 앞두고 인터넷 모니터링을 하던 홍서영 대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아이돌 커뮤니티에 우후죽순으로 올라온 글 때문이었다.
-경연 프로에 출연 예정인 뉴블랙 최근 라이브.metube
-지금 말 나오는 뉴블랙 가창력
-연습 놓은 거 아니냐고 말 나오는 신인 아이돌
부정적인 뉘앙스가 담긴 글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우리 애들한테 라이브 논란을 제기한다고?’
빈말로라도 못한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을 텐데.
그러나 인터넷 분위기는 달랐다.
-와우.. 얘네 가창력으로 처음에 홍보하고 그러지 않았어?
-AR 너무 떡칠했는데
-라이브에서 실력 뽀록나네
-이번에 뭐 경연 나온다고 해서 노래 잘 하는가 했는데 아니었나..? 저게 평소면 좀 깨는 듯ㅋ
마치 연습을 게을리 해서 실력이 떨어진 것처럼 말한다거나. 혹은 ‘얘네가 경연 나갈 실력은 됨?’ 이라고 의문을 품는 식으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멤버들의 목 상태가 좋지 않아 AR을 많이 깔았던 토요일의 행사 영상.
그리고 현장 음향이 고르지 못해 결국 라이브를 하게 되었던 일요일의 직캠을 증거자료랍시고 올려놓으니 그럴싸해 보였다.
“뭐 봐?”
파티션 옆에서 남석우 대리가 고개를 쏙 내밀었다.
홍 대리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누가 우리 애들 까는 글.”
“뉴블랙이 까일 만한 거리가 뭐가 있나? 창조논란이라면 또 모를까. 진짜 없을 텐데.”
“이거 봐.”
“오, 진짜로 창조논란이구나.”
남 대리가 웃음을 흘렸다.
“가창력 논란이라니. 내가 최근에 들어본 것 중에 제일 황당하고 웃긴 소린데.”
글 내용과 댓글 분위기를 훑던 남 대리가 감탄하듯 말했다.
“수플레들 화력이 장난 아니긴 하네. 반박 댓글 달고 싸우는 거 보면. 그런데…….”
“반대 측이 너무 세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논란 글에서는 뉴블랙의 팬들이 전투력을 불태우고 있었다.
-데뷔 초부터 가창력으로 유명해진 건데 뭔 쌉소리야
-돌림픽 끝나고 다른 아이돌 다 컨디션 구려진 거 안보여?? 자꾸 날조하려고 드네
-((((뉴블랙))))
-왜 내가 귀한 주말에 이딴 개억지 논란이나 봐야 되냐.. 화병나서 앞구르기 뒷구르기 하고 있다 진짜
신인 중에서 압도적으로 규모가 크고, 어지간한 3년차 아이돌 팬덤보다 훨씬 많은 수를 자랑하는 수플레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뉴블랙을 아니꼽게 보고 있었던 이들 모두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상대측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설명을 하고, 직캠을 올려도. 모른 척하며 일반인인 양 댓글을 달고 있는 타 팬들이었다.
남 대리가 혀를 찼다.
“뉴블랙이 뜨긴 했네. 스칼렛 1군 진입할 때도 걸스온탑 팬들이 온갖 난리 쳐댔잖아. 애들 루머 7할이 그때 나왔어.”
“근데 그때는 좀 싸움이 비등비등했잖아. 이번에는 우리가 너무 밀리고 있는걸.”
“그만큼 그 동안 벼르던 애들이 많았다는 거지.”
홍 대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아이돌 커뮤니티 사이에서 돌고 있는 글의 목적은 바로 뉴블랙에 대한 견제였다.
신인상 5관왕.
마지막 주 한 주에 국한되기는 해도 해도 원탑 보이그룹 TNT를 꺾고 1위를 거둔 신인 아이돌.
주요 예능에 나올 때마다 화제가 되고, 이제는 주말 지상파 경연 프로의 고정출연까지 앞두고 있다.
작년 6월 데뷔 이후로 9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빛이 환할수록 그림자가 크듯이 그간 질시하는 이들은 여기저기 숨어 있었고, 서서히 수면 위로 하나씩 나오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남 대리가 물었다.
“지금 댓글 쓰는 애들은 어디 애들 같아? TNT? 아니면 다른 신인 아이돌 팬들?”
“내 생각엔 둘 다야.”
뉴블랙한테 1위를 한 번 뺏긴 후로 하락세 타령을 들어 열이 오른 TNT 팬들 지분도 컸지만, 그간 질투 가득한 시선을 보냈던 이들이 동참하고 있었다.
사실관계 여부보다는 깔 거리가 생겨서 신나 보이는 분위기였다.
솔직히 댓글을 쓰는 이들 중에서도 정말 뉴블랙이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터였다. 작년 어워드나 연말 무대에서도 실력으로 화제가 된 그룹이니까.
“뭐, 꼭 나쁘게 볼 일은 아니겠지만…….”
“그치. 우리 애들이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 안에 들어왔다는 증거니까.”
사실 깔 거리야 언제나 만들 수 있다. 표정 캡처 하나만으로도 나노 단위로 논란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다만 지금까지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뉴블랙의 인지도라든가 인기가 다소 미미한 편이 있었으니까.
지금 시기에 나온 이유는 바로 뉴블랙이 상승세를 타고 본격적으로 주류에 편입되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편, 댓글로 싸움을 이어가는 수플레들과 달리 홍보팀 직원들은 웃음이 나오고 있었다.
“아니, 난 이해가 안 가는 게…….”
홍 대리가 헛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왜 홍보를 해주지?”
“그러니까. 이거 완전 공짜 홍보인데.”
이런 식으로 어그로를 끌어줄수록 다른 아이돌 팬들도 ‘실력이 어떤지 한 번 보자’하면서 본방을 보게 될 것이다.
거기다 1차 경연 결과가 나오게 되면 지금 아이돌 커뮤니티에 작업하고 있는 결과물은 모두 역효과로 돌아오게 될 게 뻔했다.
과연 뉴블랙이 그 차우현과 조유리 밴드를 꺾고 1위를 하는 모습이 방영되었을 때, 지금 신이 나서 댓글을 쓰는 이들의 표정이 어찌 될지 그들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뭐, 이해는 가지.”
남 대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경연에서 뉴블랙이 잘할 거란 생각을 못하니까 이런 글을 쓰는 거잖아. 얘네가 1위할 거 알았으면 절대 안 썼지.”
실력 좋은 신인 아이돌로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뉴블랙의 실력은 명곡 발굴단에서 했던 퍼포먼스만큼 고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았다.
이번 계기로 그 이미지도 한 차례 바뀔 것이다.
“일반 네티즌 반응은 어때?”
“아이돌 커뮤니티에서만 말 나오는 거 같아. 찻잔 속의 폭풍이지, 뭐. 애초에 대중은 기대가 없으니까.”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까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정반대로 일반 대중은 잠잠했다.
실력에 대한 기대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이돌이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에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이 있지만 그 또한 1차 경연이 끝나면 바뀔 터였다.
남 대리가 씩 웃으며 말했다.
“너도 준비해 놔야겠다. 애들 방송 타고 나면 확 바빠지겠네.”
“그래야지.”
미소 짓던 그녀가 말을 이었다.
“문제라면 시간인데…….”
이번 주 일요일에 있을 첫 방송은 뉴블랙 멤버들이 노재현 선생을 찾아가고 명곡을 발굴하는 스토리였다.
1차 경연 방송은 그 다음 주 일요일.
그때까지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문제였다.
‘애들 멘탈이 걱정인데.’
멤버들이 해당 글을 접했다고 들었는데 괜찮을지 걱정이 됐다.
달칵.
사무실 문이 열리고 윤석환 실장이 들어왔다. 평소처럼 차분한 안색의 남자가 곧바로 그들에게 다가왔다.
“연락 받고 왔어요. 별일 없었죠?”
“네,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특별히 대응하지 않아도 될 문제 같아요. 하루 정도만 시끌시끌하고.”
그녀가 물었다.
“참, 애들은 어때요? 괜찮아요?”
“예.”
윤 실장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 어이없어 하기는 했는데 별로 신경 안 쓰는 눈치더라고요. 팬들 걱정 정도만 하고.”
“다행이네요. 걱정했는데.”
“다만…….”
다만?
“그 이후로 애들이 살짝 좀 열이 올라서 그런지…….”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일을 더 열심히 하더라고요…….”
“……평소보다 더요?”
안 그래도 스케줄 하나하나에 온힘을 다하는 이들이 더 열심히 한다는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
“…….”
캘린더를 뒤적거리던 그녀가 물었다.
“오늘이 그거죠? 이모티콘 촬영.”
“예, 아까까지 촬영장 분위기 장난 아니었어요.”
“…….”
왠지 모르게 현장 분위기가 짐작이 가는 그녀였다.
* * *
“한 번 더 갈까요, 감독님?”
“……어, 그.”
“이번에는 포즈 좀 다르게 취해 볼까요? 이런 식으로.”
“어… 음……. 이미 열 번 넘게 찍지 않았니?”
촬영감독님과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내가 의견을 개진했다.
처음에는 ‘열정적이로구나!’ 하면서 좋아하시던 감독님이 약간 질린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내가 고개를 돌려 4인조 미니언즈에게 물었다.
“너희가 봤을 때는 어때?”
동생들이 바로 말했다.
“‘아이 러브 유’ 할 때 조금 더 혼을 실어 봐여, 형. 카메라가 할머님이다 그런 마인드로 해야져.”
“이모티콘 크기 생각하면 동작이 더 작게 들어가야 예쁘게 나올 거 같아요, 형. 손키스할 때 조금 팔 각도 좁히는 게 어떨까요.”
동생들의 의견을 한 차례 청취한 후 감독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런 식으로 하면 어떨까요?”
“그, 그래…….”
피드백 대부분을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감독님이 동의하고 나서 재촬영을 했다.
오늘 촬영은 메신저용 이모티콘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스튜디오 중앙에 설치된 초록 스크린 앞에서 이모티콘용으로 준비한 포즈를 가감 없이 펼쳤다.
“우주 형, 심장이 덕순덕순하다!”
“덕순!”
동생들의 응원을 받으며 내가 카메라에다 대고 심장이 덕ㅅ… 아니 두근두근 하는 포즈를 취해 보였다.
콘티에 따르면 문구로 ‘심장이 뛴다..!’ 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될 거라나.
우리 이모티콘은 크게 두 가지로 출시할 예정이었다.
일단 이런 식으로 포즈가 담긴 이모티콘을 출시하고.
그 다음에 리얼리티에 있었던 웃긴 장면을 편집해서 내보낼 거라고 들었다. 두 번째 것은 올해 여름쯤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일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리혁아!”
“우리 붉은귀 부족장님 잘하고 있어여!”
석기 시대 의상을 입었던 때의 기억을 상기시켜주자 리혁이가 우리에게 찌릿한 시선을 보냈다.
실제로도 ‘찌릿’하면서 눈 흘기는 이모티콘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나머지 동생들도 촬영에 임했다.
중현이가 근엄한 얼굴로 박수를 짝짝하는 짤도 하나 찍고, 비주가 ‘힝ㅠㅠ’하는 울상을 짓는 것도 찍고.
하나가 찍을 때마다 나머지 넷이서 모여서 열심히 모니터링을 했다.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기지개를 켰다.
“어우, 일을 하니까 좀 스트레스가 풀리네.”
“그러니까여. 이제 끝나고 떡볶이 같은 거나 좀 먹으면 풀릴 거 같아여. 매콤한 거 콜?”
“안 돼.”
내가 고개를 저었다.
“떡볶이는 내일 상해 일정 끝나고 나서 먹든지 하자. 매콤한 거 먹고 싶으면 형이 훠궈 사 줄게.”
“훠궈……!”
우리 막내가 머릿속으로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더니 내 어깨에 손을 쏙 올리고는 조물조물했다.
“아, 시원타…….”
“형. 그러면 오늘 떡볶이 먹고 내일 훠궈?”
“안 돼. ……야, 치사하게 주무르다 안 주무르기 있냐?”
못마땅한 얼굴로 막내가 꽈악꽈악 주무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나.
내 어깨는 이미 김덕순과 비슷한 수준으로 뭉쳐 있었다. 할머니 만나면 자랑… 아니 이거 말하면 혼나겠네.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매콤한 게 땡기기는 했지만 내일 새벽부터 출국이었다.
공항에 호빵맨처럼 부은 얼굴로 나갈 순 없지.
내게 허락을 구하는데 실패한 녀석이 비주에게 눈을 반짝거렸다.
“비주 형, 저 떡볶이 떡 한 개만이라두…….”
“형이 저녁으로 궁중 떡볶이 해줄까?”
“…….”
입을 다무는 우리 막내의 모습에 웃었다.
그 동안 스튜디오 중앙에선 중현이가 이모티콘 관련해서 맹활약을 하는 중이었다.
잘한다. 우리 김풍뎅.
“푸하핫!”
중현이가 ‘세상 진지’하는 표정을 지으며 브이를 하는 모습에 우리 모두 웃음이 터졌다.
* * *
주말 스케줄은 해외 쇼케이스였다.
대만에 이어서 두 번째로 해외에 우리 뉴블랙을 선보이는 기회.
이번 무대는 상하이였다.
“와아아-!”
새벽에 비행기를 타고 아침녘에 도착했는데 푸동 국제공항에 수백 명의 인파가 나와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반갑게 해외 수플레들에게 인사를 하…….
“아아!”
“조심해!”
…기는 힘들었다.
갑자기 가방이라든가 짐을 확 잡아채는 사람도 있고. 나도 가다가 누군가에게 팔을 잠시 붙들릴 뻔했다.
대만에서와 비슷하게 여기저기서 손길이 날아오는 바람에 인사를 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다행히 현지 보안인력의 도움으로 잘 빠져나올 수 있었다.
“와…….”
공항에서부터 느껴지는 열기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대만도 그렇고. 여기도 우리 팬들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인구를 생각하면 수백 명 정도 모이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해외 활동이 없는데도 이런 반응을 얻는다는 게 기뻤다.
그런 마음으로 토요일과 일요일 스케줄을 바쁘게 소화했다.
패션 잡지 화보 촬영과 인터뷰도 하고.
상해TV의 연예정보 프로그램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는 한편, 다른 지역방송에서는 출연자들과 함께 이곳에서 유명한 먹거리들을 돌아가면서 먹었다.
보통 중국 멤버들이 끼어 있어야 가능한 출연이나 행사들이 꽤 있었는데 능통한 중국어로 인해 가능했던 일이었다.
『 우주 씨는 중국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너무 잘하는데……? 』
『 중국인이라고 해도 안 이상한 거 같아요. 』
『 중국어는 왜 배우게 된 거야? 』
예전부터 세계에서 활동하고 싶어 중국어도 배워뒀다고 하는데, 알아서 ‘역시 중국어가 필수가 되긴 했지’ 하는 출연진이었다.
그저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우리 동생들도 간단한 회화는 가능했기에 현지 방송에서도 꽤 분량을 뽑을 수 있었다.
토요일에 바쁘게 행사를 마치고 나서 일요일 오후에는 꽤 규모가 있는 공연장에서 중국 팬들과 함께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대만에서와 비슷한 진행이었다.
Q&A 시간이나 이벤트를 진행하고. 중현이가 준비한 랩 퍼포먼스, 비주의 독무를 선보이고 나서 내가 현지 버전으로 어레인지한 별빛을 부르는 것으로 피날레를 하는.
“……와.”
호텔 방에선 노트북으로 곡을 만지거나, 동생들과 경연곡을 연습하는 식으로 바쁘게 일을 하고 보니.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정신을 차려 보니 비행기 안이었다.
동생들과 함께 기묘한 감정을 공유했다.
“시간 감각이 진짜 기묘해지는 거 같아요. 형.”
비주가 말했다.
“분명 어제였던 거 같은데. 오늘이고.”
“눈 떠보면 또 내일이겠죠?”
“……그러니까 말야. 머릿속이 뒤죽박죽으로 엉키는 거 같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꿈꾸는 생활이 이렇게 밀려드는 스케줄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니까.
우리는 한가할수록 슬퍼지는 직종이었다.
-승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저희 클라우드 항공을 이용해주셔서…….
기장의 이륙 전 멘트를 들으며 팔걸이를 꽉 쥐었다.
이놈의 비행기는 겪어도 겪어도 도무지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막상 뜨고 나면 괜찮은데 이착륙할 때만 되면 가슴이 초조하고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부모님이 탔던 비행기 사고 장면이 눈에 아른거리고.
전체 항공기 사고 대부분이 이착륙 시에 벌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냐.
그런 생각은 말자.
눈을 살짝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이런 생…….
“형, 우리 도착했어여.”
“……?”
뭐, 뭐야.
“그리고 리혁이 형이 그러는데 입 좀 닦으래여. 흉해 보인데여.”
“스으읍… 그래.”
침까지 흘리고 잘 만큼 피곤했던 모양이다.
어안이 벙벙해서 입가를 닦으면서도 우중충한 저녁하늘 아래 인천공항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진짜 도착했구나.
수면욕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잠시 체험하는 계기였다.
이거 괜찮은데…?
비주가 일어나려는 내 목에 해바라기 베개를 끼워주며 말했다.
“형.”
“응?”
“그렇다고 앞으로 비행기 타기 전에 며칠 안 잘 생각은 아니죠?”
내 표정이 읽혔던 모양이다. 비주의 말에 뜨끔했지만 발뺌하듯 표정 관리를 했다.
“흐아암…….”
다들 잠을 푹 잤는지 뽀샤시한 얼굴이 되었지만, 여전히 삶은 배추처럼 잠에 쩔어 있는 표정은 어쩔 수 없어서 마스크를 꼈다.
이제 입국장에 들어가면 평소처럼…….
“어?”
입국장 게이트를 통과하던 우리는 걸음을 잠시 멈췄다. 평소보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기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평소에 보던 것보다 몇 배는 되어 보였다.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많아 보이지…?
평소처럼 해외 스케줄을 마치고 왔을 뿐인데 뭐 특별하게 취재라도 할 게 있나 생각할 무렵.
“……?”
머릿속에 퍼뜩 스치는 게 있었다.
오늘은 일요일 저녁.
‘도전, 명곡 발굴단!’의 첫 방송이 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