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17)화 (21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17화

우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자 차우현이 물었다.

“너희 혹시 OST 관심 있니?”

“네?”

“OST 말이야. 드라마에 나오는 배경음악.”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요….

대뜸 OST에 관심이 있냐고 묻는 선배 가수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자 상대가 설명했다.

“내가 이번에 PBS 드라마 OST에 들어가는데 음악 감독님이 가수 추천을 부탁해서. 너희가 괜찮다면 뉴블랙을 추천해 볼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저희요?”

우리 모두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았다.

‘뭐야.’

‘우리한테요?’

‘왜……?’

차우현은 드라마 OST계에서 A급 가수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게 중요했다.

이런 가수들은 OST 작업에 참여할 드라마를 신중하게 고르니까.

음악감독 라인업도 살피고. 시놉시스도 읽어 보고.

회사 임직원들이 봤을 때 ‘이거 좀 되겠다’ 싶은 드라마의 OST에만 들어간다는 거지.

쉽게 말해 지금 우리가 받은 제안은 ‘성공할 만한 드라마의 OST에 참여할 생각 있니?’였다.

당연히…….

“네, 하고 싶어요.”

시켜만 준다면 뭐든 하겠다는 눈빛을 열심히 보내자 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가…….”

“저기, 선배님.”

“어, 뭔데.”

말해보라고 하는 선배 가수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청 하고 싶지만 저희끼리 결정하기 어려운 사안이어서요. 먼저 회사 분들이랑 이야기 좀 나눠 봐도 될까요?”

우리야 500퍼센트 하고 싶다.

차우현이 참여하는 드라마 OST 앨범의 한 자리에 걸친다는 건 좋은 기회니까.

하지만 어떤 일이든 복잡한 이해관계라든가, 내가 모르는 뒷사정이 얼마든지 얽혀 있을 수 있다.

아직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섣불리 ‘Yes’를 하는 건 곤란했다.

“아, 그렇지. 그게 맞지.”

차우현은 선선히 수긍하더니 ‘내가 노래 외적인 건 귀찮아서 잘 생각을 안 한다’는 말을 하며 자기 매니저를 불렀다.

우리 측도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이 도착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니저들끼리 업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비주가 물었다.

“그런데… 선배님께서 저희를 추천하신 이유가 있나요?”

“잘하잖아.”

너무나 당연하지 않느냐는 듯 ‘너희 잘하는데 왜…?’ 하며 도리어 이상해 하는 얼굴이었다.

“실력 좋은 젊은 가수 추천해 달라고 해서 말한 건데.”

“아…….”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다면야 뭐.”

두말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선배 가수가 우리를 하나씩 지목하면서 말했다.

“다섯이서 목소리 밸런스 좋고. 리드 보컬은 음역대 다양하고 탄탄하고. 서브 보컬도 감정 잘 잡고. 랩도 노래 사이에 튀지 않고 리듬감 좋고. 댄서도 시선을 딱 끄는 목소리에다가.”

낯부끄러운 칭찬들이었지만 로봇처럼 객관적인 어조였다.

그의 칭찬이 닿을 때마다 우리 모두 얼굴이 화끈해지는 느낌과 함께.

‘좋아.’

‘너무 좋아. 감미로워. 최고야.’

‘칭찬 좋아여…….’

천장 끝까지 올라가려는 뺨을 억눌렀다.

마지막으로 굵직한 손가락이 새하얀 얼굴을 가리켰다.

“리혁이는 동 나이대에서 제일 잘하는 편 아닌가? 너보다 잘 부르는 열아홉 살은 아직 못 봐서.”

“헛… 가,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가수의 칭찬에 우리 애가 몸을 배배 꼬았다.

유리병에 토마토 주스가 차오르듯이 뾰족한 턱 끝부터 이마까지 벌게졌다.

다 같이 웃음을 삼켰다.

“그럼 수고해.”

매니저들끼리 이야기를 끝내고 나서 차우현은 수고하라는 손을 휘휘 저으며 떠났다.

우리에게 고개를 돌리던 민기 형이 물었다.

“……칭찬이 그렇게 좋았어?”

“아뇨.”

“그런데 왜 어깨를 으쓱으쓱하고 있어?”

서로에게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엣헴’하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는 각자의 모습에 웃었다.

어수선한 복도를 지나면서 지호가 배를 문질렀다.

“아, 배고프다. 우리 야식 뭐 먹을까여. 설날 기념으로 떡볶이랑 순대 콜?”

“치킨은 어때.”

“치킨은 지난번에 먹었잖아여. 저 그날 형들이 괜찮을 거라고 해서 치킨 먹었다가 속 완전 더부룩했어여.”

‘노 치킨’을 부르짖는 치킨집 막내아들과 함께 경연이 끝난 기념으로 먹을거리를 고민할 때였다.

대기실에서 나오는 조유리 밴드와 딱 마주쳤다.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치자마자 리더인 조유리의 눈에서 아니꼽다는 감정이 흘러나왔다.

다른 밴드 멤버들도 비슷했다.

내가 방긋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입을 잘근잘근 씹듯이 ‘안녕’이라는 단어가 흐물흐물한 형체로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동생들과 공손하게 인사를 하고는 떠났다.

오히려 흠 잡을 데 없는 대응에 상대는 더 열이 오른다는 눈치였다.

등 뒤에서 멀찍이 조유리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진짜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중현이가 어깨를 으쓱이며 물었다.

“어째 평소보다 더 저기압이네요. 저기. …엇, 이거 라임 좋다. 저기압이네 저기.”

핸드폰을 켜서 메모하는 우리 셋째를 보며 웃는 한편 중현이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뭐 일이 안 풀릴 순 있겠지.

지난번에 원곡색이 사라졌다는 피드백을 받아들였는지, 이번에는 원곡을 살린 편곡을 했지만 되레 ‘가수의 색이 너무 옅다’며 심사위원들에게 지적을 당했으니까.

작사작곡과 함께 실력파 밴드로 유명해진 만큼 그런 부분에 예민한 건 당연하다.

거기다 원래 본인들 차지였던 카메라 한 대까지 뺏겼지.

하지만 저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할 때.

“차우현 씨 때문이야.”

방송국 밖으로 나가기 전 민기 형이 속삭였다.

“다른 매니저들한테 소문을 들었는데, 조유리 밴드가 예전부터 OST 같은 데 인맥 타고 들어가려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더라고.”

“아아…….”

그래서 첫 만남 때도 타 가수들에게 안하무인으로 굴던 이들이 유독 차우현에게만 살갑게 굴었던 건가.

정작 원하는 바는 가만히 있던 우리에게 돌아오고.

뒷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정이 짐작이 됐다.

“뭐. 그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가자.”

바깥을 바라보던 민기 형이 진지한 얼굴로 공개홀 유리문을 밀었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풍파를 견디겠다는 듯 결연한 뒷모습.

1차 경연 때와 마찬가지로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팬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나갔다.

명곡 발굴단이 방송을 타면서 이름을 알린 사람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머무른 누군가의 얼굴이 창피함으로 물드는 동안 곧바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리사조아 매니저님이다!”

“매니저니임! 방송 잘 봤어요!”

“리사조아아아!”

과연 우리 팬들이다.

“…….”

차키를 든 채로 거의 달리기 시작하는 매니저를 보며 원석이 형과 우리가 깔깔 웃었다.

*   *   *

설 연휴.

올해 2월 달력에 빨간색으로 칠해진 부분은 수목금.

여기에 토일까지 더하면 5일이나 쉬는 까닭에 설 연휴 시작 전부터 ‘황금연휴’라는 말이 나왔다. 연휴 전 월화에 연차를 내면 무려 9일이나 쉴 수가 있다나.

하지만 우리에게는 휴일이 아니었다.

설 전날과 다음 날에 있는 PBS 명곡 발굴단의 녹화 때문이었다.

방송국에는 연휴 개념이 없다.

녹화 스케줄이 한 번 픽스되면 어지간한 이변이 없고서는 그대로 간다는 모양이었다.

그런 이유로 어제는 2차 경연을 찍고, 내일 금요일에는 3차 경연곡 추첨을 녹화할 예정이었다.

명절이라 군산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회사에서 준 휴가는 아쉽게도 주말.

그저 우리 덕순 여사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랠 뿐.

“할머니, 보고 싶어.”

-그르냐.

“나 있잖아. 어제 경연에서 관객들한테…….”

내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했지만 영상통화 속 할머니는 뚱한 표정으로 대충 들을 뿐이었다.

결국 내가 불평을 토했다.

“헤이, 덕순. 손자가 이야기 중이잖아.”

-야!

할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손자고 나발이고 너 같으면 안 질리게 생겼냐. 뭔 아침 내내 지 얘기를 하고 자빠졌어.

“아니, 나 할 말이 많단 말야.”

-참았다가 토요일에 와서 혀. 토요일에.

“그건 그때 얘기고. 지금은 또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있단 말이야.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야. 할머니.”

-어휴우우! 저 화상…….

가슴을 팡팡치며 짜증내는 할머니에게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번에 모피코트 하나 또 사 들고 갈게.”

-……모피?

“명품.”

-오오, 그려. 우리 손주님께서 무슨 얘기가 하고 싶으실까?

자본주의가 낳은 김덕순의 모습에 근처에 있던 동생들이 키득거렸다.

하지만 ‘내 얘기 좀 들어 봐’하면서 밀렸던 이야기를 계속하던 나는 얼마 안 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 어디 가!”

-고양이 밥 주러 간다. 끊어!

“와…….”

뚝 끊기는 통화를 보며 빈정이 상했다.

고양이 밥 때문에 날 버리다니.

내가 진짜 이번에 내려가면 저 나비랑 얘기 좀 진지하게 해 봐야겠다.

“고양이 속마음 읽기. 그런 건 왜 봐요, 형?”

“원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야. 중현아. 상대를 알아야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거지.”

“오……. 저도 하나 봐도 돼요?”

“여기 있어.”

고양이 키우기 책을 건네주자 중현이가 읽기 시작했다.

둘이서 열심히 고양이 책을 읽자, 소파 옆에서 큐브를 이리저리 돌리던 리혁이가 혀를 끌끌 찼다.

“까치 까치 설날은~~”

그 동안 베란다에 앉아 있는 우리 막내는 창밖을 바라보며 구슬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쟨 또 왜 저러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리혁이가 곧바로 답했다.

“못 나가서 갑갑하대요.”

팀내 유일의 외향인답게 명절 때 집안에만 있으려니 갑갑한 모양이었다.

하기사 아파트 1층 주차장에 차가 텅텅 비어 있기도 하고, TV든 어디든 틀기만 하면 한복 입은 사람들이 나오는데 우리 막내 입장에선 갑갑할 만하긴 하지.

“집에 가고 싶다아!”

지호가 베란다에서 ‘냐아아아~’ 하는 소리를 내자 다른 베란다에서 개들이 반갑게 짖기 시작했다.

“…….”

막내가 머쓱한 얼굴로 아무 일이 없었던 척했다.

이내 베란다 마루에 벌러덩 드러누워 폰게임을 하기도 하고, 좌로 뒹굴 우로 뒹굴도 하고.

노래를 틀어놓고서 ‘세상 사람 모두 나빠나빠 나 빼고 다 놀아’ 하는 자작랩을 부르지를 않나.

셀카를 무슨 오백 장 가까이 찍지를 않나.

친구들이랑 통화하면서 ‘나 형들이랑 있어…’ 하면서 탑에 갇힌 공주님 흉내를 내는 우리 막내였다.

“쟤 엄청 심심한가 보네.”

“냅둬요.”

리혁이가 깔끔하게 맞춘 큐브를 바라보더니 중현이에게 건넸다. 곧바로 엉망으로 변한 큐브를 다시 조합하는 녀석이었다.

숙소에 무료한 아침 공기가 감돌았다.

다들 엄청 심심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오늘만큼은 일 이야기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는 회사의 엄명에 따라 쉬기는 하는데.

잘 안 쉬어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누워서 쉬면 되겠지?

고양이 책을 대충 읽다 말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렸다.

엇비슷한 명절 프로들만 눈에 들어왔다.

“볼 게 없네.”

“마지막으로 TV 본 게 언제였죠. 형. 우리 TV 나온 거 말고.”

“글쎄다. 언제냐 그거.”

중현이랑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채널을 돌렸다.

우리가 출연했던 TBC의 돌림픽은 이따 저녁에 방영될 예정이고, 그때쯤 서울에 사는 비주와 지호네 부모님과 만나 외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전까지 할 일이 너무 없다…….

“뭐하지. 내가 작곡 가르쳐 줄까?”

“그러게요. 뭐하지…….”

“형 말은 들었니?”

“듣기 싫은 얘기 같아서 안 들었어요.”

“그렇구나. 잘했어.”

한참을 고민하다가 부엌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비주에게 시선이 갔다.

곧바로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다.”

“저거네요.”

*   *   *

설날.

용산구의 어느 영화관.

“잠시만요!”

윤석환은 품에 팝콘과 버터구이 오징어, 콜라가 담긴 박스를 가득 안고 인파를 헤쳐 나갔다.

설날을 맞이하여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어우, 사람 진짜 많네.”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가족들을 찾았다. 정신이 없어 보이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그를 발견하고 물었다.

“지금 입장하러 가야 되는데, 우리 티켓은? 있어?”

“잠깐만.”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가 티켓을 꺼냈다.

먹을거리를 나눠든 가족들과 함께 티켓 검사줄에 섰다.

‘좋다.’

혼잡한 와중이었지만 윤석환의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흘렀다. 이 얼마 만에 보내는 가족들과의 시간이던가.

로드매니저들과 ‘애들 열애설이라도 터진 게 아닌 한 서로 연락 말자’고 결의에 찬 결심을 하고 어젯밤 헤어진 터였다.

‘오늘은 절대 일 생각 안 한다.’

국내 영화에는 레몬 엔터의 배우들이 하나씩은 꼭 들어가 있었기에 일부러 외국 첩보영화로 고른 터였다.

흡족한 미소를 흘리고 있을 때.

“음? 석환아, 저기 네가 담당하는 애들 아니니?”

“어머, 맞네.”

멀찍이 명절 홍삼 이벤트 간판이 보였다.

거기서 한복을 입은 뉴블랙이 판넬에서 ‘행복한 새해 되세요!’ 하며 활짝 웃고 있었다.

“…….”

순간 흠칫 놀랐다.

우주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마치 ‘형… 일해야지……? 일…….’ 하는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고개를 휘휘 젓고 떨쳐냈다.

그런 아들의 속을 모르는지 부모님들이 흐뭇하게 말했다.

“거 애들이 요즘 애들 같지 않고 심성이 참 고와 보이던데. 평소에도 그러냐? 어른들한테 예의 바르고?”

“저기 가운데에 있는 애가 우주 맞지? 네가 예전 회사부터 맡았다는 애 말이야. 방송 보니까 애가 말도 조리 있게 잘하더라. 난 중현이가 제일 잘생기긴 했는데…….”

윤석환은 명곡 발굴단의 대중성을 체감했다.

특히 어른들 연령대에서.

아직 1회밖에 방영되지 않은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돌의 ‘아’자에도 관심이 없던 부모님이 뉴블랙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예전에는 그냥 ‘애들은 잘 맡고 있니?’ 하는 의례적인 질문만 날아왔으니까.

멤버들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이들은 평소 그에게 뉴블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친근감을 느끼는 걸 수도 있지만, 방송이 계속된다면 다른 일반인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 같았다.

‘우리 애들이 이름을 알리고 있긴 하네.’

학원 강사인 동생도 한 마디 거들었다.

“내가 가르치는 애들 중에도 뉴블랙 팬들 많던데. 작년 겨울부터 꽤 눈에 띄더라고.”

“어머, 그러니. 뉴블랙 애들이 학생들한테 유명한 애들이야?”

방송이 몇 주 더 나간 후에는 ‘우리 뉴블랙’이라고 부를 듯한 어머니의 말투였다.

“핫핫, 그 친구들도 출세하는 중이구나.”

아버지도 왠지 모르게 좋아하는 얼굴이고.

셋이서 뉴블랙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윤석환의 가슴 속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 이야기는 그만…….’

그 순간이었다.

핸드폰이 짧게 진동했다.

팔로우 하는 이가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다는 SNS 앱 알림이었다.

팔로우라면 뉴블랙밖에 없을 텐데.

의문을 품고 손가락을 꾹 눌렀을 때, 윤석환은 화면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뉴블랙을 발견했다.

-하이, 수플레!

신문지가 깔려 있는 거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인 이들이 전 부칠 재료를 접시에 두고 있었다.

그간 팬들과 라이브 방송을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면서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뉴블랙이었다.

-저희 쉬어야 해서 여러분이랑 같이 쉬려고요.

윤석환은 그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얘들아.’

마음속에서 눈물이 흘렀다.

‘제발 좀 쉬어…….’

*   *   *

수플레들과 함께 하는 명절 특집 라이브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전 부치면서 신청곡도 불러 주고.

고민사연 있으면 상담해준다고 해서 학생 수플레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벌칙이 걸린 게임도 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잘 먹겠습니다!”

저녁에는 지호네, 비주네 가족과 함께 고깃집에서 만남을 가졌다.

연신 즐거운 분위기.

민준이는 올해 학교에 간다면서 눈을 반짝반짝거리고 있었는데, 학교에 가면 우리가 하는 역사 탐험대 좀 홍보 해달라고 부탁했다.

“누가 귀찮게 굴거나 괴롭히면 바로 말해. 우리가 중현이 보내 줄게.”

“네.”

한편 어른들에겐 명곡 발굴단이 관심이 높은지 1차 경연을 비롯해서 방송에 대한 질문을 던지셨다.

“우주는 정말 무알콜 먹고 취하니?”

“노재현 씨 실제로 보면 어때? 예전에 테레비 나왔을 때처럼 막 화내고 그래?”

“난 그 조유리인가 걔네가 왠지 모르게 별로더라. 너희 바라볼 때 눈빛도 좀 그렇고. 사람이 별로 같아.”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어, 저기 나온다. 나온다.”

지호네 둘째 누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고깃집 TV에 우리가 나오고 있었다.

올해 우승후보였던 TNT와 우리가 맞붙었던 1차 예선.

내가 첫 주자로 나서는 모습에 고깃집에 모인 가족들의 시선이 나를 한 차례 봤다가 화면으로 넘어갔다.

양궁장의 모습이 풀 샷으로 잡혔다.

“이야, 저게 생각보다 거리가 머네.”

“우주는 저기서 몇 점 쐈니? 10점은 쐈어? 핫핫!”

“어, 그게…….”

지호네 아버님이 짓궂게 웃을 때였다.

-10점! 10점입니다!

-카메라 렌즈를 박살 냈네요!

핫핫 웃던 아버님이 ‘……?’ 하는 얼굴로 눈을 깜빡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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