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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20)화 (22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20화

마치 폭발하는 화산처럼 댓글창이 요동쳤다.

-와 미쳤따

-화음 미쳤다 미쳤어

-순간 소름이엇음

읽을 새도 없이 댓글이 주르륵 밀려 올라갔다.

‘얘네 신인 맞냐’, ‘미쳤다’, ‘이렇게 잘하는 아이돌 처음 본다’ 하는 댓글들이었다.

커뮤니티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지금 pbs 보시는 분들 있나요? 미쳤네요

-[명곡단] 최근에 경연프로 보면서 소름 돋은 거 간만임

-끝나고 무조건 실검 뜨겠는데요 ㄷㄷㄷ

-저 뉴블랙 궁금한거 있는데 혹시 아이돌 좀 아시는분..?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페이지가 바뀌는 걸 보며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우리 정말 잘했구나.

내심 기대하고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동생들도 흥분해서 메시지를 토해내고 있었다.

지호 [으아아아아아]

지호 [울 아빠 울어욧]

비주 [너무 좋다]

비주 [우리 열심히 한 보람이 느껴져서 너무 좋아..]

비주 [다들 고생 많았어요 ^ㅇ^]

비주 [특히 리혁아, 우리 가족들이 네가 불렀던 파트가 최고였대]

리혁 [뭐]

리혁 [그야 당연한 거긴 한데.. 감사 말씀 전해주세요]

나 [리혁이 정말 고생했어]

나 [우리 소중한 메인보물..☆]

리혁이를 배려해 가족들에 대한 얘기는 아끼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아도 각 집의 분위기가 짐작됐다.

당사자는 뿌듯한 표정을 짓고, 가족들은 열띤 얼굴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겠지.

TV에서 탄성이 나올 때마다 좋아하고 있을 멤버 가족들의 모습이 훤하게 그려졌다.

중현 [동영상]

중현 [여긴 축제에오]

마을 회관에서 ‘우와아아-!’ 하면서 함성을 지르는 주민들의 동영상을 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나의 가족에게.

TV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김덕순 여사를 바라보았다.

궁금하다.

우리 할머니는 저 무대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저기서 노래 부르는 나를 보면서 어떤 기분을 느낄까.

‘아이돌?’

문득 오래 전 기억이 떠오른다.

‘아이돌은 또 뭣 하려고……?’

‘아니, 할매는 네가 뭘 하든 응원하지. 근데 안 힘들겄냐. 네 몸뚱이도 그렇고. 딴따라 바닥은 옘병천지라든데.’

‘기왕 할 거면 부담 가지지 말고 혀. 안 되겠으면 욕 한 사발 씨게 먹고 돌아오면 되지.’

내가 아이돌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을 때 할머니는 걱정과 함께 응원을 보냈다.

나 역시도 웃으며 답했다.

‘할머니. 조금만 기다려. 손자 성공해서 돌아올게.’

하지만 그 후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적 은 없었다.

타지에서 연습생 생활은 쉽지 않았다.

댄스 트레이너쌤들은 나만 보면 한숨 쉬지. 데뷔조 논의가 나올 때마다 회사에서는 계륵으로 분류하지.

신인개발팀 직원들이 틈날 때마다 넌 아이돌 체질이 아니라며 배우 하라고 설득하곤 했다.

막막했다.

군산에 전화를 걸 때마다 ‘잘 있다’, ‘오늘은 뭘 먹었고 무슨 연습을 했다.’, ‘애들 너무 착하다’ 같은 이야기를 했지만 가장 중요한 ‘언제 데뷔한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도 할머니는 변함없이 날 응원해주었다.

어떻게 되어 가냐는 물음 한 번 없이 매번 걱정해 주면서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다독여주곤 했지.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기약 없는 연습생 생활을 기다려주며 뒷바라지하는 건 가족이 아니면 해줄 수 없는 일이니까.

뉴블랙으로 데뷔할 때까지 거의 10년 동안 할머니는 나의 등대이자 안식처였다.

내게 가장 소중하고, 또 내가 잘해 줘야 할 사람.

그랬기에 그간 아쉬움을 느꼈다.

아이돌로서 성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할머니에게 내 본업을 제대로 보여 줄 기회가 적었으니까.

에누리 하나 없이 순수하게 노래 실력을 제대로 보여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떨린다.

TV에 나오는 저 무대는 지금껏 당신이 응원해 주고 뒷바라지해 주었던 손자가 무엇을 해 왔는지 보여주는 결과물이었으니까.

이걸 보고 김덕순 여사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할머니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나비가 내 무르팍에 올라와 앵겼다.

냐아아.

고양이의 턱밑을 부드럽게 긁어 주었다.

*   *   *

손자가 처음에 무슨 방송을 나간다고 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뭐, 알아서 잘하겄지.’

예능에서 괴상한 농구슛을 하기도 하고.

시골 가서 지 할매도 아닌 모르는 할망구들 어깨를 조물조물해 주기도 하고.

케이블에 나가서 고양이한테 영상 편지도 쓰고.

그저 또 이번에도 뭔가 새로운 옘병이겠거니 하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회장님, 이번에 우주 테레비에 지대로 나오던데? 어제 저녁에 보다가 깜짝 놀랐잖아.’

‘명곡 발굴단 잘 봤어요. 사장님. 손자분이라면서요?’

‘언니. 이거 봐. 우주네 댓글이 엄청 달렸대……!’

지인들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다.

최근에 대만에 가서 우밤밤이 됐을 때보다 더 뜨거운 분위기.

주세한 이후로 가장 큰 호응이었다.

‘나 같은 늙은이들이 많이 봤나.’

숙자 말로는 시청률 1등이긴 해도 엄청 높은 건 아니라던데.

가게 단골들이나 주변 상인들의 나이대를 보아하건대 어른들한테 인기가 생긴 방송인 듯했다.

바빠서 챙겨보지 못했던 1회 방송을 다시 봤다.

‘으이구, 좋아서 옘병하고 있네. 저거.’

손주가 사준 태블릿으로 1회 방송만 몇 번이고 돌려봤다.

비주, 중현이, 리혁이, 지호. 멤버들도 다 좋았지만 손자 얼굴이 계속해서 큼지막하게 나올 때마다 행복했다.

열심히 보고 공책에 글씨도 써 가면서 방송 내용을 이해했다.

‘조우리 - 애들 쳐다보는 눈깔이 기분 나쁨’ 같은 메모도 쓰고.

보다 보니 무슨 경쟁하는 대회였다. 노래 실력으로 누가 1등인지 쌈박질하는 방송.

그런 까닭에 큰 기대는 안 했다.

다른 가수들은 가물치마냥 쿠와앙 하고 있는데, 뉴블랙은 집에 있는 나비처럼 순해 보였으니까.

‘이런 건 출전하는데 의의를 두는 것이지.’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이라는데 객관적으로 1등을 하는 건 어렵겠지.

그리 생각하고 있었는데…….

“…….”

노래가 시작되자 김덕순 여사는 관객들과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게 뭐여?’

오늘 방송에 나온 것 중에서 가장 듣기 좋고 근사한 무대였다.

평소 테레비에 뉴블랙이 나올 때마다 톡에 올라오는 비주 엄마의 링크를 누르던 그녀였다.

보면서 매번 ‘그래도 얼굴값은 톡톡히 하는구먼….’하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는데.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지는 그녀도 처음 알았다.

‘그때 우주가 아닌데…?’

연말평가 때나 TV에서 썸씽을 부를 때보다도 한층 더 물이 오른 실력이었다.

한층 더 성장한 손자와 멤버들의 모습.

거기다 가족이기에 알 수 있는 부분까지 눈에 들어왔다.

화장으로 가리기도 하고, 표정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지칠 때마다 눈초리가 살짝 내려가는 손자의 눈매.

마이크를 든 손에서 보이는 잔떨림.

평생을 걸쳐 지켜봐 왔기에 알 수 있는 피로함의 단서들이 하나씩 시리게 박혀 왔다.

‘옴팡지게 열심히 했구만.’

저 지친 몸을 이끌고 이만한 실력을 선보이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 상상이 안 갔다.

몇 날 몇 밤이 아니고 적어도 몇 년은 지새웠겠지.

‘방송이 뭐라고…….’

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부모로서 가슴이 짠하고 또 뿌듯하다.

드디어 손주가 가수로서 제대로 인정받고 있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와’ 하며 입에 손을 모으는 경쟁자들, 벌떡 일어나서 삿대질하는 패널들, 웃고 있는 심사위원. 물결처럼 손을 흔들거나 눈가를 콕콕 찍는 관객의 모습까지.

당장이라도 저 안에 들어가 ‘쟤가 내 손자예요!’ 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고생혔다. 고생혔어.’

언제나 그래 왔지만 TV 속에서 잘해내는 손자의 모습에 누구보다 뭉클함을 느끼는 그녀였다.

“으흠흠.”

눈물이 찔끔 나올락말락 해서 헛기침을 했다.

여기서 울면 쪽팔리지.

내일 재방송 보면서 울어야겠다고 생각하며 TV 시청을 이어갔다.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가운데 벅찬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뉴블랙의 모습.

왠지 모르게 촉촉한 손자의 눈가를 보자 그녀도 참을 수 없었다.

“아이구, 잘했다. 잘했어!”

저도 모르게 물개 박수를 치면서 헤벌쭉 웃을 때였다.

“…….”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니 손주와 고양이가 눈을 동글동글 뜨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우주가 느믈거리는 애벌레처럼 다가와서 앵겼다.

“할머니. 나 어땠어~?”

초롱초롱한 눈.

“그, 그 잘혔네. 테레비 봐라. 다 잘혔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잘한다는 말이 나왔네.”

“아닌데. 우리 할머니 감동했는데. 눈가가 촉촉하고.”

“네 눈깔이 삐었나 보다.”

“그려?”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우주도 그녀의 반응에 눈물을 살짝 글썽거릴라 말락 하고 있었다.

그녀가 반격했다.

“너야말로 눈물콧물 찔끔 꽈배기처럼 나오고 있는 거 아니냐.”

“아, 아니이… 무슨 소리야. 난 안 울어. 내 눈물샘은 메말랐단 말이야.”

“뻥치고 앉아있네. 너도 어째 리혁이를 닮아가냐.”

“무슨 심한 소리를… 닮은 걸로 치면 할머니가 더 닮았지.”

서로 안 울려고 다다다 쏟아내는 그 모습에 중간에 낀 나비만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싸우지 말라는 듯 고양이가 둘 사이에 쏙 들어와 앉아버렸다.

그 모습에 조손이 말을 멈추고 웃었다.

짧은 정적이었지만 그 사이로 몇 마디 대화가 오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

“……기어이 우승을 했네. 너 저거 우승하면 그 노래인가 경품으로 부르는 거냐?”

“응응. 나 파이널 무대에서 ‘덕순아’ 부를 거야.”

“벌써부터 골이 울리는구먼.”

“왜? 할머니도 내심 좋지 않아? 나 벌써부터 편곡도 다 생각했다니까.”

그러면서 구수한 트로트 한 소절을 뽑아내며 ‘덕순아~~’ 하는 손자의 모습에 그만 웃어 버렸다.

히힛 하며 슬쩍 더 앵겨오는 손자였다.

무르팍에 머리를 대고 누운 손자가 ‘덕순아’를 기대하라며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그 머리칼을 쓸어넘겨 주며 김덕순 여사가 말했다.

“고생혔다.”

“…….”

“할매 보여 주겠다고 옴팡지게 열심히 했네.”

“아이, 뭐…….”

쑥스럽다는 듯이 몸을 배배 꼬는 손자의 모습에 김덕순 여사는 말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TV 속에서 나오는 손자를 자랑스럽게 바라볼 때.

냐아아.

자기만 쏙 내버려 두고 엉겨 붙어 있는 게 서운했던지 고양이가 ‘나는? 나는?’ 하는 눈빛을 보였다.

“나비도 어여 이리 와.”

“이리 와. 셋이 같이 있자.”

그 말에 고양이가 손자와 할머니의 품에 쏙 안겼다.

*   *   *

“어머머. 우리 애 봐. 저기서 1등한 거잖아. 어우, 나 눈물 나와.”

“여보, 여기 티슈로 닦아요.”

비주의 집에서 부모님이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들을 꼭 껴안은 채 소리를 지르고, 누나와 동생이 인터넷 반응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을 때.

“여러분~! 우리 마을의 자랑이 누굽니까아!”

“김중현! 김중현!”

술이 거나하게 들어간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1등!’ 하며 외치고, 그 사이에서 부모님과 형에게 둘러싸인 김중현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때.

“아들!”

“아빠아!”

강원도의 한 별장.

우리 아들 너무 잘한다 어화둥둥하던 지호네 아버지가 거래처 사람들에게 장문의 톡을 돌리기 시작하고. 어머니와 누나들이 꺄르륵 하는 막내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줄 때.

-야. 솔직히 말해 봐. 나랑 할머니 중에서 누가 더 너랑 닮았냐? 난 아니지?

“이 귀한 주말에 영상통화로 이상한 소리 할 거예요?”

호텔 카페.

음료를 마시며 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던 리혁이 갑자기 걸려온 조손의 영상통화에 슬그머니 솟아나는 미소를 감출 때.

-인터넷 봤어. 지금?

-형! 인터넷 봐여! 지금 우리 기사 겁나 많아여!

-얘들아아아아!

명곡 발굴단이 끝나고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뉴블랙이 부른 ‘인생’은 레전드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만한 빼어난 무대였다.

자연스럽게 ‘인생’이 어떤 노래인지 암시하는 인트로 퍼포먼스.

귀에 착 감기는 사운드와 편곡.

누구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뛰어난 가창력.

원곡자인 노재현이 뭉클한 표정을 지을 만큼 잘 살려낸 감정까지.

-‘명곡단’ 노재현, 뉴블랙 ‘인생’ 무대에 눈물 … “정말 잘했다”

-[명곡발굴단] 뉴블랙 ‘인생’ 소름 돋는 가창력에 심사위원 전원 극찬

-[연예계 리포트] 누가 이들을 신인이라고 했나? … 대세 신인 뉴블랙의 이유있는 ‘반전’

화제성을 반영하듯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한편 방송이 끝나면서 라이브톡이 멈추자 실시간으로 보던 이들은 포털 뉴스와 클립으로 옮겨갔다.

-대박.. 나 지금 다시 보러 왔다

-아이돌이라서 꼴등할 거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너무 잘하더라 진짜

-니네가 최고다

-요즘 아이돌은 실력도 빠꾸 없네ㅋㅋㅋ 개잘했음

-하나하나 다 메인급이네요 ^^7

-아이돌 중에서도 신인이 이 라인업에서 우승한 거 자체가 진짜 레전드 아니냐 ㅋㅋㅋㅋ 미쳤어

-나는 왜 이걸 안보고 hbs 봤지..

이어서 오늘 무대를 보고 감동 받았다는 사람들의 댓글도 가득했다.

-좀처럼 인터넷엔 댓글 잘 안다는 사람인데; 무대 너무 좋았습니다. 노래의 마성이란 게 이런 게 아닐까요. 지나간 추억도 새록새록 하고 아.. 좋은 무대였어라

-먹먹하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무대 보여주시길.

-정말로 ‘인생’이었네요. 다 스무살남짓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쩜 이런 감성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응원합니다.

1회차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큰 반응이었다.

포털에 업로드 된 클립의 조회수가 소리 없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얼마 가지 않아 실시간 검색어에도 ‘뉴블랙’, ‘노재현’, ‘인생’ 등이 떠올랐다.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도 ‘노재현의 인생’이었다.

“됐다……!”

집에서 모니터링을 하던 윤석환 실장이 주먹을 꽉 쥐었다.

‘우리 애들이 해냈다.’

뉴블랙이 대중적인 아이돌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첫 발판을 성공적으로 밟은 셈이었다.

벌써부터 행사대행사 직원들이 안부 문자를 보내고, 친한 기자들이 연락을 하는 상황에 윤석환은 잔뜩 미소를 머금었다.

“리사조아야. 쟤네가 네 담당이라고 했지?”

“존나 잘하네.”

“야, 나 사인 좀 한 장 나중에 부탁해도 되냐. 더 뜨기 전에 내가 소장해놔야겠어.”

친구들과 만나고 있던 서민기는 ‘리사조아’로 인해 축 처졌던 어깨를 피고 으쓱으쓱한 표정을 지었다.

또 다른 로드매니저 도원석도 말없이 맥주캔을 홀짝이며 미소를 지을 때.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하나 더 있었으니.

“……뭐라고요?”

6개월 전부터 ‘도전, 명곡 발굴단!’ 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출연자를 섭외한 메인피디 백성현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쥐었다.

주조정실.

방송국에서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곳에 가 있던 조연출이 건 전화였다.

“다시 한 번 말해 봐. 시청률이 얼마 나왔다고?”

그의 침이 꿀꺽 넘어갔다.

이윽고 상대편에서 기록을 알려 줬다.

정확한 수치는 내일 되어봐야 알 수 있지만 당장 파악한 수치가 얼마인지 흥분이 감돈 목소리가 알려 주었다.

“…….”

이윽고 그가 조용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백성현은 저도 모르게 이빨이 달달 떨려오는 걸 느꼈다.

목이 타서 맥주를 들이켰다.

맞은편에서 집게로 곱창을 뒤적이던 프로그램의 CP가 득달같이 물었다.

방송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터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얼굴이었다.

“뭐래냐. 몇 퍼센트래?”

“십…….”

“십?”

“십육점팔… 나왔대요.”

16.8%라는 수치에 CP가 저도 모르게 집게를 떨어뜨렸다.

귀중한 곱창이 테이블로 똑 떨어지는 것도 신경 못 쓴 채 입을 떡하니 벌렸다.

“시… 십육점팔?”

“네.”

“……야, 성현아. 우리 대박난 거냐?”

“그런 거 같은데요. 선배.”

이윽고 두 남자가 남들이 쳐다보는 것도 신경 안 쓴 채 ‘와아악!’ 소리를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

그리고 그 동안.

-이거 음원 언제 올라오나요???

-얼른 듣고 싶은데.. 클립 말고 정식 녹음한거 올라올까요?

-망고야 일해라

-어..! 얼로았다! 올라왓다1

본방을 본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경연곡이 음원 사이트에 업로드 되고 있었다.

뉴블랙이 부른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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