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31)화 (231/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31화

【 thenewblack.official 님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청해 보세요! 】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하이!) (야 왕지호 작게 말해. 귀 아파.) (에베베베… 아악!) (얘들아. 우주 형 말 좀 하게…….) (젤리 줄까. 김비주? 이거 미국 거래.)

얘들아. 대체 인사 한 번 하는데 몇 마디를 하는 거니?

(리혁이 형 우리 몇 마디 했어여?) (스물세 마디 정도. 정확하진 않아.) (우와, 우리 말 참 많구나.) (인정이예여. 뉴블랙 말구 수다즈 할 거 그랬나.) (웅성웅성.)

웅성웅성은 또 누구야. 중현이 연습실 나가고 싶어? (네.)

안 돼. (네.)

어우, 정신없어.

일단 댓글 좀 보자. 뉴블랙 사랑해요? 의문문으로 사랑을 표현하셨군요. 저희는 사랑해요! 뒤에 느낌표 세 개!

(그런 의미로 우리두 하트~!) (짜잔!) (우리 거대 하트 만들어 봐여! 메가 하트!) (이렇게?) (…내가 저 아저씨가 불쌍해 보이는 건 참 오랜만이에요.)

얘들아! 나 말 좀 하자아-! (꺄하하!)

후우. 찡그린 거 아니냐고요? 아니에요. 요즘 마그네슘이 부족해서 생긴 눈떨림인 거예요.

댓글이 많네요.

새삼 감회가 새로운 게 저희가 처음에 이 SNS로 라이브 방송을 할 때만 해도… (저 형 또 오글거리는 말하려고 해여.) (냅둬. 본인 흑역사인데.) (그때가 김비주 네가 교복 몰카 했던 때였지?) (조용히 해. 젤리나 맛있게 먹어.) (고마워.) (응. 헛… 형, 저 말 더 안 할게요.)

…….

(우주 형 삐졌어여?) (삐졌다고 하면 더 삐진다고 하는 설문조사 봤는데. 그래서 삐졌어요?) (화났어여?) (우주 형은 왜 삐졌어?)

내가 환…….

흠흠.

잠시만요. 민기 형 이거 어떻게 종료하는…….

【 라이브 방송 종료 】

*   *   *

【 thenewblack.official 님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바로 시청해 보세요! 】

안녕하세요. 수플레!

방금 방송 종료를 왜 했냐구요? 음. 그럴 리가요. 이게 오늘 첫 라이브 방송인 걸요. 방금 라이브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그렇죠? (눼.) (느아.) (네. 형.) (네에….)

5분 동안 무슨 일이라뇨. 아무 일도 없었어요. 우주 할배의 줄빠따 누구예요. (정답! 정답!) 이거 강퇴 기능 없나?

동생들이 왜 이리 공손해졌냐고요?

원래 착하고 공손한 걸요. 선량한 아이들이에요. (ㅎ) (ㅋ) 어디서 들리는 숨소리는 무시해 주세요. 어디 보… 음? 지호가 스마트폰 전광판 앱으로 글씨를 보여 주고 있다고요?

말 안 들으면 작업실로… 지호 씨. 그거 내려요. 어서.

흠흠.

어쨌든 우리 수플레가 보고 싶어서 라이브 방송을 켜 봤어요. 이제 저희 세 번째 앨범 발매가 다가오고 있잖아요? 그 동안 기다리기 지루하실 거 같아서 저희가 왔습니다!

(…….)

환호해. 얘들아.

(와아아아!) (그럼 이제 말해도 돼여?)

가만히 계세요. (녜…….)

어디 보자. ‘애들 케어하느라 고생 많네요. 공감 가요.’ 라고 하시네요. 육아를 하고 계시는 수플레시군요. 정말 고생이… 네? 다마고찌밖에 안 키워 보셨다고요? (흐하하하!)

흠흠.

어쨌든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 해요.

저희는 지금 안무연습을 하는 중이었구요. 오늘 저희 3집 안무를 봐주기 위해 특별한 게스트 한 분을 모셨어요.

로건 스미스의 ‘Control’ 안무를 비롯한 수많은 팝스타의 안무, 그리고 무수한 음악 영화의 댄스 자문을 맡은… 미국 LA에서 오신 세계적인 댄서와 그 제자입니다.

클레이 타일러와 조이 타일러!

(와아아!)

미리 양해 부탁드릴게요. 클레이와 조이가 지금 시차 적응이 덜 돼서 피곤해요. 절대 저희 때문에 그런 게 아니고요. (맞아요.)

자, 그럼 클레이. 인사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반갑다고 하시네요.

참, 클레이. 우리 수플레들이 질문이 한 가지 있대요. 잠시 영어로 할게요.

클레이가 방송에 나가고 나서 이런 짤방이 돌았거든요. 표정분석기로 돌린 건데… 저희 안무 코칭 끝나서 행복 100퍼센트 표정을 지었다고.

아, sad face, 슬픈 얼굴이셨다고 하세요.

오해가 풀렸습니다! (와아아아!)

그럼 지금은 어떠신가요? 행복하신가요? (아 유 해피?) (Yes…….) 와아. 행복하시대요. (행복하시단다!) (풍악! 풍악!)

*   *   *

-뉴블랙, 세계적인 안무가 ‘클레이 타일러’와 함께 SNS 라이브 방송

-라이브 방송으로 3집 예고한 뉴블랙 … 안무가 ‘클레이 타일러’는 누구?’

-뉴블랙 SNS 라이브, 안무가 클레이 타일러 “뉴블랙과 작업, 정말 행복해서 미칠 정도.”

*   *   *

질문이 하나 더 있는데요. 클레이가 보기에 뉴블랙 전체적인 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씀을 해 주시면 제가 통역을 해 드릴게요.

네. 전체적인 춤선이 굉장히 곱고 예쁘다. 리드댄서인 우주가 중심축을 잡아준다면, 메인댄서 B가 팀의 춤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를…….

네. 비주가…….

그리고 또 비주가.

(지금 5분째 비주 형 칭찬 중이신 거져?)

네. 비주의…….

통역할 때 비주 생략할게요. 여러분.

(10분 돌파했어.)

네.

네.

네….

(15분이에여. 15분.)

클레이, 시간상 여기서 끊도록 할게요. (Sun, please. let me finish my…….)

조이도 할 말 있어요? (Yeah.)

혹시 비주 칭찬이에요? (Yes.)

3분 내로 부탁드려요……. 네, 요약할 시간 드릴게요.

*   *   *

안무 코칭은 계약대로 4일간 진행되었다.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지만 우리에겐 상대의 노하우를 전수 받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사실 안무에 특별하게 흠을 잡을 구석도 없었거니와 우리의 실력도 한층 더 나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질문거리도 줄었고.

「솔직히 말해 봐. 우리가 모르는 곳에 질문 만드는 공장 숨겨 두고 있는 거 아냐?」

「질문이 정말 다채롭고 끝이 없어. 아빠.」

지난번보다 좋은 환경을 조성해 준 덕에 상대방이 더 편해 보였다.

「너무 힘들다.」

「LA로 돌아가고 싶어.」

서로에게 유익한 시간이었다.

우리도 안무가들의 피드백을 수용해서 타이틀과 후속곡의 안무를 더욱 자연스럽게 수정했고.

그들도 나름대로 얻어가는 것이 있었다.

「B, 혹시 연습영상 좀 있다면 받아 가도 될까?」

「제 연습영상이요?」

「수업 자료로 쓰려고. 가끔 제자 중에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올라가면 더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녀석들이 있어서.」

비주는 흔쾌히 승낙했다.

「당연하죠.」

「오.」

「대신 질문 조금 더 할게요.」

「…….」

타일러 부녀의 얼굴이 삶은 양배추처럼 흐물흐물해졌다.

대신 비주는 그들이 원했던 이번 두 안무의 솔로 영상까지 찍어 주었다.

카메라가 세팅되고, 연습실 중앙에서 비주가 몸을 나긋나긋하게 움직일 때마다 두 댄서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기사, 춤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이렇게 보기 좋다고 느끼는 판에 전문가들은 오죽할까 싶다.

라이브 방송 때도 우리 메인댄서에 대한 칭찬만 엄청 늘어놨지.

그리고 그런 그들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좋다…….”

“오, 방금 비주 형이 손짓하니까 클레이가 코끝 찡긋거린 거 봤어여?”

“조이 두 손 모은 거 봐.”

“이래서 외국 사람들이 리액션 비디오 보나 봐요. 흥미롭네요.”

흐뭇하다.

왜 TV에서 한국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는 외국인 프로가 유행하는지 알 것 같다. 분명 내가 칭찬을 받는 것도 아닌데 기분이 엄청 좋다고 해야 하나.

비주가 칭찬받을 때마다 우리 어깨가 한쪽씩 한라산이 되고 백두산이 됐다.

독무를 추는 비주를 보며 리혁이가 혀를 내둘렀다.

“근데 언제 또 저렇게 됐지? 개인 연습시간도 별로 없었을 텐데.”

“그러니까여. 이제 약간 슬슬 좀 따라잡았다 싶으면 또 한 발짝 앞서 나가 있다니까여.”

비주는 어느새 더 앞서 나간 춤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스커레이드 이후로 개인 연습을 어마어마하게 했는지 도저히 저 춤선을 따라갈 엄두가 안 난다고 해야 하나.

동작은 고스란히 따라할 수 있지만 표정부터 시작해서 온몸에서 느껴지는 저 표현력을 제대로 재현할 수 있을까 싶다.

그림자까지 근사해 보인다면 기분 탓일까.

리듬에 맞춰 고개를 살짝 젖힐 때 머리카락까지 나풀나풀 춤춘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대단하네요. 저 형도.”

리혁이가 쓰게 웃었다.

“내가 저 정도로 춤을 출 줄 알면 적당한 수준을 계속 유지할 텐데. 더 잘하고 싶어서 저렇게 연습한 거잖아요.”

“음?”

중현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

“왜요?”

“쟤가 연습시간을 늘린 게 네가 명곡단 노래 연습하는 거 보고 그런 거거든. 이미 잘하는 애가 더 열심히 한다고. 자기는 특기가 춤인데, 그거라도 잘해야겠다고.”

“저 형이요?”

“맞아여. 저도 형 연습하는 거 보고 무대에서 쓸 표정연기 더 연습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도 지호가 카메오 연습을 하는 걸 보고, 막둥이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맏형이 여유나 부리고 있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작업량을 더 늘린 터였다.

비주가 안무 영상을 찍는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너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호가 웃었다.

“우리 그거네여. 전래동화 중에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였나…? 그 서로 쌀가마니 더 많이 던져서 호랑이 죽인 거여.”

“의좋은 형제일걸? 오누이는 새드엔딩이야.”

“아, 그거네여. 의좋은 오형제.”

서로 바라보며 웃었다.

최근에 ‘다른 애들은 열심히 하는데 나만 게을리하는 건 아닌가?’ 했던 고민이 조금 해소된 느낌이다.

흐뭇한 웃음과 함께 펭귄 무리처럼 뭉쳐 으쌰으쌰할 때였다.

“음? 다들 뭐하고 있어요?”

영상을 다 찍었는지 수건으로 얼굴을 땀을 콕콕 찍어내고 있는 우리 둘째였다.

“우리 잠깐 서로 어화둥둥하는 중이에여.”

“맞아. 비주야, 얼른 들어와.”

“오.”

다 같이 뭉쳐 있는 게 좋은지 비주가 쏙 들어왔다.

곧이어 다들 ‘우아아, 우리 열심히 사는가 보다’ 하는 동안 나도 웃으면서 말을 꺼냈다.

“그럼 나도 더 분발해서 곡 작업을 더…….”

거친 반응들이 돌아왔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마여.”

“거기서 뭘 더 열심히 해요. 진짜…….”

“안 돼요.”

“쉬어요. 형. 부탁이에요.”

지금 하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곡 작업 더 늘리면 우리 죽는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내가 그 정도로 과하게 했던 건가?

“혀, 형, 자꾸 신경 쓰이면 차라리 제가 춤 연습을 줄일게요.”

어찌나 다급한지 말까지 더듬는 비주의 말에 다들 웃고 말았다.

리혁이가 픽 웃으며 말했다.

“애초에 우리 연습량이 이렇게 된 게 누구 덕분인지 생각 좀 해 봐요.”

“너의 편지 덕분?”

“야!”

*   *   *

우리는 저녁식사를 마지막으로 두 댄서와 작별인사를 했다.

「하하하! 조이!」

「아빠, 흐하하!」

양념갈비가 맛있었던 걸까. 아니면 우리한테서 해방된다는 사실이 좋았던 걸까.

반반인 것 같지만 두 부녀는 식사 하는 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신 농담을 던졌다.

그래서 우리도 같이 농담했다.

「4집 때도 또 봐요.」

「…….」

동공지진에 진도가 있다면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8.0쯤은 되지 않을까.

둘의 뇌에서 ‘동공지진이야! 어서 대피해!’ 라고 신호를 마구마구 쏘아내는 것 같다.

우리가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부녀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조이!」

「아빠, 흐하하!」

3집 결과에 따라 달렸지만 만약 예산이 허락한다면 4집 때도 또 부르고 싶다.

단순히 세계적인 안무가라는 명성 때문이 아니라 정말 핵심을 탁탁 짚어 낸다고 할까.

쪽집게 과외처럼 우리가 필요로 했던 부분을 쏙 골라 채워주는 명강사였다.

다만 당사자의 의견은 달랐다.

「너희의 역량이 그만큼 되니까 가능한 일이지.」

아무리 열정을 가지고 뭘 알려 주고 싶어도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나.

우리가 완성도를 99까지 끌어올렸기에, 자신들이 단기간 동안 나머지 1을 채워 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B뿐만 아니라 너희 모두 발전했어.」

「맞아. 나도 아빠랑 같은 생각이야.」

「그러니까 다음에는 우리가 필요 없을 거야.」

「아빠가 오늘따라 맞는 말만 하네.」

맞장구까지 치며 공감하는 조이 타일러였다.

다음에도 잡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작권료로 돈도 벌었는데 사비로 데려오지 뭐.

그럼 사노비인가?

「미국에 오면 정말 연락하라고. 좋은 식당에서 식사나 한 번 같이 하지.」

그 말과 함께 클레이는 우리에게 선물을 하나씩 주고 갔다.

지난 번 쿠키에 대한 보답이라나.

우리 기준에는 비싼 선물인데 둘의 반응을 보니 재력이 그 이상이 되니 가능한 모양이었다.

우리 막내만 ‘오, 소소하게 준비하셨구나’ 하고 감탄할 뿐.

“오오……!”

미국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신발이었는데 무슨 한정판이라고 했다. 자기 인맥으로 구했다나.

중현이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거 그거죠?’ 하며 묻는 모습을 보니 되게 귀한 것 같았다.

멤버들이 선물 포장을 풀면서 기뻐할 때.

「그리고 이건 썬, 너의 취향을 고려했지.」

“오옷……!”

유명 팝스타도 입었다는 한정판 꽃무늬 츄리닝의 광채에 잠시 눈이 머는 듯했다.

수백 개의 장미꽃이 곳곳에 수놓아져 있었다.

내가 감격하는 동안 동생들은 폭탄을 발견한 것처럼 얼어붙었다.

“망했다. 어떡하지?”

“진짜 난리 났네요. 저거 선물이라고 뺏지도 못하고…….”

“스타일리스트 누나들 이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거 같아여.”

수군거리거나 말거나 나는 기쁜 얼굴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평생 입고 다닐 거라고 말했더니 기뻐했다.

“와아, 진짜 좋아……!”

최근에 받은 선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거 구매 가능하면 하나 더 사서 할머니랑 커플로 입고 다녀야지. 할머니한테 보여 주면 옴팡지게 예쁘다고 좋아하겠지?

고양이 옷도 있으면 하나 사는 거야.

나비까지 꽃무늬로 해서…….

그리고 고양이 머리에 씌우는 꽃무늬 장식 있는데, 그것까지 해서 사진도 찍고.

클레이와 작별인사를 하고 난 뒤에도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우주야.”

다음 날, 스타일리스트 김 실장님과 대면하기 전까지는.

“그거 정말 입고 다닐 거야?”

“예쁘죠? 이거 할리우드 스타가 입은 옷이래요.”

“……어우, 잠시만. 당 떨어져.”

포도당 캔디를 까서 입에 짤짤 털어 넣는 실장님이었다.

습하습하 하면서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진정시키던 김 실장님이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곤 결론을 내렸다.

“숙소에서만 입자.”

“네…….”

숙소나 작업실에서만 입기로 결론이 났다.

아쉬웠다.

뮤비 촬영하러 나들이용으로 입어보고 싶었는데.

“그걸 입었다간 있던 협찬도 떨어져 나갈 거예요. 형.”

“…….”

결국 멤버들이 골라 준 사복을 입고 뮤비를 찍으러 갔다.

3집 뮤비 촬영지는 바로 순천.

황갈색의 갈대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는 평지였다.

여행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인지 사진을 찍으러 갈대밭을 오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보기도 했다.

쏙쏙! 역사 탐험대로 우리를 알게 됐다는 어느 대학생은 우리를 보며 신기해했다.

“우와, 뮤비도 찍어요? 가수 같다!”

“저희 가수예요.”

“……?”

“……?”

배우들인 줄 알았다고 하는 말에 다 같이 큰 웃음을 터뜨리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자기가 연예계 소식은 일절 관심이 없어서 몰랐다나.

뉴블랙이란 그룹명도 역사 탐험대 내의 ‘F4’ 같은 컨셉이라고 생각을 했다는 듯했다.

“와. 가수셨구나, 어쩐지. 난 또 드라마에 나오고 그런 줄 알았거든요.”

“아. 드라마에도 나와요.”

“……?”

우리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슬립’에 대해서 홍보를 하기도 했다.

한편, 순천에서의 야외 촬영과 더불어 스튜디오에서 뮤비를 찍는 동안 우리 막내는 두 배로 바빴다.

슬립에서 ‘의경’ 카메오 역할이 비중이 늘어나면서 찍어야 할 장면이 몇 개 더 생겼기 때문이었다.

실제 분량은 길지 않았지만, 드라마가 워낙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라 그런지 촬영 다녀오면 한나절이 쑥 지나갈 정도였다.

처음에는 연기한다고 좋아하던 녀석은 막상 앨범 연습 시간이 줄어드니 속상해했다.

“다녀오면 형들은 더 나아져 있구. 저 혼자 부족하고…….”

괜히 우리한테 ‘몰라여! 저 오늘 숙소 안 가여! 연습할 거임’ 하면서 흐규흐규 울먹거리며 안무 연습을 하려고 하기에 달래 주었다.

매니저들 몰래 떡볶이도 사 줬다.

컴백 준비를 위해 한 입만 먹게 하긴 했지만.

그렇게 뮤비를 찍고, 평소와 같이 방송활동과 앨범 연습을 병행하는 동안, 우리가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 찾아왔다.

바로 뉴블랙이 카메오로 출연한 GTV ‘슬립’의 첫 회 방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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