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36화
이 정체불명의 SNS는 뭐지.
“…….”
동생들과 함께 차우현 선배의 다른 SNS 글을 클릭해 보았다.
@cha_cow
(명곡단 1등 망토를 두르고 있는 차우현의 사진.)
저 1등했어요 >ㅁ<
#명곡단_1등 #보컬의품격
아찔하다.
근엄한 얼굴과 전혀 매치 안 되는 이 게시글은 뭘까. 거기다 다들 익숙하다는 듯 ‘오빠 귀여워요ㅎㅎㅎ’, ‘오늘도 귀요미’하는 댓글을 달고 있었다.
검색해 보니 근육요정, 머슬큐티라는 별명으로 불리신다나.
평상시와 대비되는 SNS 상의 모습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위키백과에 써 있다.
아니.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TV 속 모습만 짧게 보는 사람들에게는 귀엽게 받아들여질 수 있겠지만, 실제 모습을 아는 우리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아까 본 선배님이 이런 분이라고…?
멍하니 바라보던 내가 마른침을 삼켰다.
“매니저님이 써 주신 거겠지?”
“아마 그럴 거예요. 난 그렇게 믿을래요. 이건… 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영역이에요.”
리혁이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어조로 말했다.
매니저님이 대신 써 준 거겠거니 하고 생각하기로 했다. 다중인격이나 빙의가 아닌 이상 설마 본인이 쓰진 않았겠지.
“우리도 답례 인사 쓰자.”
공식 계정으로 접속해서 그 밑에 짤막하게 ‘저희가 더 감사해요!’ 하고 답글을 달았다.
* * *
봄이 왔다.
숙소에 걸린 3월 달력을 뜯어내고, 행복한 봄맞이 대청소를.
‘으아, 쉬게 해 주세여…….’
‘뭘 했다고 농땡이를 피워? 얼른 쓰레기 버리고 와. 안 버리고 오면 화장실 청소시킬 거야.’
‘흐아아.’
‘하… 청소 좋아. 너무 좋아.’
…그런 대청소를 했다.
청소뿐만 아니라 여기저기서 봄이 왔다는 게 느껴졌다.
옷차림도 더 가벼워졌고, 한낮이 되면 곳곳에 핀 개나리나 진달래가 봄바람에 흔들렸다.
작년 이맘 때에는 썸씽으로 행사 엄청 돌고 있었는데 시간 참 빠르다 싶다.
그러고 보니 장소원 선배가 톡으로 스크린샷을 보내 줬지.
썸씽이 각설이처럼 돌아와 다시 일간차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얘기였다. 실시간 차트에 반짝반짝 나오다가 이젠 아예 일간차트 하위권에 이름을 다시 올렸다나.
작년에 이러다 연금 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한 적이 있었는데 정말 현실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저 왔어요”… ‘썸씽’ 차트 재진입
-‘봄바람에 살랑~’ 봄 노래 들어보실래요? ‘썸씽’ 外 3곡 차트 진입
-뉴블랙X장소원 ‘Something’ 새로운 ‘봄 캐롤’ 되나?
작년 2월에 나왔던 노래가 1년이 지나 일간 차트에서 역주행을 한다는 게 희한하긴 했다.
한편 일반 대중은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어 뭐야 이거 뉴블랙노래였어???
-썸씽이 가수명 보다가 이상한거 느꼇음
-카페에서 들을 때마다 이거 장소원 노래다 했는데
-뉴블랙인건 처음 알았다 ㅋㅋㅋㅋ 개신기
-목소리가 익숙해서 들어보니까 뉴블랙이었네 ㅋㅋㅋㅋ 와 뭐야 걔네가 얘네야
당시 인지도와 노래 성공 사이의 괴리 때문인 듯했다.
노래가 전국적으로 뜨긴 했지만, 아무래도 장소원 선배의 임팩트가 훨씬 더 컸으니까. 그때 우리는 데뷔도 제대로 안 한 신인 신분이라 관심을 보인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에 대한 반작용 때문인지 요즘 들어 그때 우리가 나갔던 방송 활동이 재조명되고 있었다.
“우주야, 축하한다.”
회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A&R팀 직원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음원 또 대박 터질 거 같던데. 이러다가 봄만 되면 썸씽으로 연금 타 먹는 거 아니냐.”
“부럽다. 나도 그때 편곡으로라도 꼽사리 끼는 건데.”
“우주야, 작곡 머슴 안 필요하니? 형이 요즘 한가해.”
부러움 가득한 시선들이었다.
내가 부끄럽게 피해 다니자, 놀림거리라고 생각했는지 A&R팀 직원들이 신이 나서 나를 추격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인 건 단순히 부끄러움이나 겸연쩍음이 아니었다.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썸씽이 차트에 오른 건 좋은 일이었다.
우리가 나갔던 뮤직카페 클립 등이 재조명 받기도 하고. 저작권료도 두둑이 쌓일 예정이라 우리 덕순 여사님이나 멤버들한테 맛난 거나 선물을 사 줄 수 있기도 하고.
다만 3집이 연관되어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러다가 나온 지 1년 된 썸씽은 위에서 떵떵거리고 있는데, 3집 타이틀은 흐지부지되는 건 아닌가 해서.
자꾸 고민이 쌓여 가는 듯해서 다 같이 멘토를 찾아가 면담을 청하기로 했다.
“그래.”
조규환 이사가 싱긋 웃었다.
“정확히 어느 부분이 걱정되는지 말해 줄래?”
“지금 3집에 회사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고 있잖아요.”
차분히 들어주는 조 이사님에게 말을 이어 갔다.
“매니저 형들도 벌써부터 3집 홍보할 방송 일정도 잡았고, 앨범 재킷이랑 뮤비 찍는데도 억 소리 나게 들어가고. 온 회사 분들이 다 저희를 위해 애써 주고 계시니까.”
연습을 하다가 뭐가 반짝거려서 고개를 돌려 보면 대표님이 문밖에서 우리를 보고 계셨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다급하게 도망치셨다.
아무래도 부담 안 주시려고 하는 거 같긴 한데, 충분히 이해가 됐다.
나 같아도 손이 덜덜 떨릴 만한 큰돈을 투자하면 진행상황을 속속들이 알고 싶을 것 같거든.
다른 직원들도 부담되지 말라고 내색하진 않지만 이번 3집 준비에 초조해 하는 게 느껴졌다.
“저희로서는 그 기대에 부응해서 뭔가를 해 내고 싶은데, 혹시 그러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커요.”
정확히 말하자면 1년 전에 나왔던 썸씽이 지금 거두는 성적보다 더 안 좋게 나올까봐.
내 말이 끝나고 동생들도 한 마디씩 했다.
“요새 학교 가면 같이 아이돌 데뷔한 애들이 이번 앨범 어때 하면서 은근히 떠보고 막 그래여.”
“매일 수백 번씩 들어서 그런지, 저희 노래가 요새는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전 근심은 없는데, 다들 근심하는 게 근심이에요.”
“워낙 이번 앨범 만드는데 다들 심혈을 기울여서, 더 잘 돼야 할 거 같은데 결과를 모르니까 매일 걱정되고 그래요.”
가만히 듣던 조 이사님이 커피를 홀짝였다.
“부담이 큰가 보네.”
“음, 아뇨. 아뇨.”
혹시 오해가 될까봐 손사래를 쳤다.
“회사 분들이 부담을 주셨다는 게 아니라, 그냥 여러 모로 저희가 느끼는 기분이 그래서요.”
“지금이 부담이 확 늘어났을 때긴 하지.”
조 이사님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느끼는 것도 당연한 거야. 무슨 기분인지 충분히 알아. 나도 그랬고, 스칼렛 애들도 그랬으니까.”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바로 조 이사님에게 면담을 신청한 이유였다.
본인부터가 히트곡을 엄청나게 보유한 작곡가기도 하고, 여태까지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서 성공을 거뒀으니까.
우리가 느낄 이 사소한 부담감이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이해해 주지 않을까.
조 이사님이 웃었다.
“주변에서 얘기 나오는 것도 그렇고. 너희 보는 시선도 엄청 늘었지?”
“네.”
“무슨 얘기인지 알지.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하면서 ‘이번 활동 기대한다’ 그러고. 은근히 시샘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고.”
사실이었다.
방송국에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3집 활동 기대한다고 웃으며 말을 걸었다.
간혹 ‘요새 역사탐험대 너무 재미있던데!’ 하고 말하지만 은근히 아니꼽다는 느낌을 숨기지 않는 연예인도 있었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우리의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2집 때와 비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다음 앨범을 두 손 모아 기다리는 수플레들도 확 늘어났고.
“지금 느끼는 감정은 당연한 거야. 누구든 그래. 특히 이 바닥에서는 더더욱. 너희도 느끼고 있지?”
“……네.”
연예계에 들어오면서 느낀 건 여기가 군대와 꽤 닮았다는 거다.
계급 대신 급이 있고, 그에 따라 대우가 확 달라진다.
하지만 한 번 진급하면 계급이 유지되는 군대와 달리 연예계는 매일매일 그 계급이 바뀐다. 어제의 이병이 내일의 병장이 되고, 오늘의 병장이 내일의 이병이 될 수도 있다.
어느 톱스타가 토크쇼에서 밝힌 일화였던가.
촬영장에서 매번 ‘누구 씨’ 하며 상냥하게 부르던 감독이, 스캔들이 터지고 얼마 후에 ‘야’로 불렀다고 했는데.
쉽게 말해서 지금 ‘아이고, 누구 병장님’ 하던 사람들이 다음 날에 조금 삐끗했다고 ‘야, 너’ 한다는 거지. 괜히 연예인들이 불안증에 시달리는 게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TNT라는 원탑 그룹에 맞서 1위를 할 만큼 2집 활동이 성공하기도 했고, 휴식기에는 명곡 발굴단과 역사탐험대가 대박이 났다.
데뷔 전만 해도 비속어 섞인 말로 우리를 대하던 스탭이나 관계자들도 요즘은 봄볕처럼 사근사근하다. 당장 재킷 사진을 맡은 황태선 포토그래퍼의 태도 변화만 봐도 뭐.
그런데 여기서 3집이 삐끗해 버리거나 좋지 못한 결과를 낸다면…….
으.
상상하기도 싫다.
“원래 성공할수록 부담감이 더 커지는 거야.”
조 이사님이 마실 것을 하나씩 건넸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코코아 잔을 잡았다.
“왜냐하면 경쟁 상대가 남들이 아니라 과거의 너희 자신이 되는 거거든. 적어도 지난번보다 더 잘해야 성공한 거니까.”
공감을 표하던 이사님이 고민에 잠겼다.
“음, 이런 부분에 대해서 조언이라… 특별히 해 줄 말이 없네.”
상대가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나도 명확하게 해답을 제시해 주고 싶지만, 이런 부담감은 나도 여전히 느끼고 있는 부분이거든.”
“이사님도요?”
“나도 사람인데 당연하지. 이 둘… 우주야.”
방금 뭐가 섞인 거 같았는데.
조 이사님은 깍지를 끼고 말했다.
“이런 걱정은 특별히 방법이 없어. 방법이 있다 해도 너희 커리어에 관한 일이라 줄일 수 있는 종류도 아니고.”
“그러면…….”
“적응하는 수밖에 없지. 너희가 한 계단씩 올라갈수록 더 커질 테니까.”
불현듯 TNT 멤버들 생각이 났다.
걔네는 이런 부담감을 어떻게 이겨 낸 걸까.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내가 연습생 때부터 키웠던 그 꺄르륵 하고 다니는 동생 라인 애들도 이런 걸 겪고 올라간 거겠지.
“내 얘기는 여기까지인 것 같네.”
조 이사님이 말했다.
“확실한 건 너희가 앞으로 활동하는 내내 떼어낼 수 없는 고민거리라는 거야. 나도, 스칼렛 애들도 해결이 안 된 부분이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굉장한 행복한 상황이긴 하다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라고 생략된 말이 귀에 들리는 것 같다.
우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이사님, 덕분에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거 같아요.”
“익숙해져야겠네요.”
“그냥 더 연습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거였네여.”
이사님이 웃으며 말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내가 봤을 때 너희는 취미생활을 좀 갖는 게 필요해 보여. 이게 몸이 쉬고 있으면 자꾸 일 생각이 나거든. 기왕이면 생각을 비울 수 있는 취미로.”
“아, 취미생활…….”
“각자 취미 있지 않니?”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작곡이요.”
“우주야. 일과 관련된 거 말고.”
김덕순 덕질이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좀 그래서 말을 삼켰다. 조규환 이사의 시선이 비주에게 향했다.
“저 요리요.”
“전 운동.”
“저는 게임 하는 거 좋아해여.”
헌데 그 말이 뭔가 트리거였는지, 커피를 든 조 이사님의 손에 잔떨림이 일었다.
“콜록!”
커피를 마시다 콜록거리던 상대가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그… 뭐지. 너희 다 같이 할 수 있는 건 없니? 예를 들어 스칼렛 애들이 등산하는 것처럼.”
“저희 다 같이요?”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 * *
“여행 어때여. 여행. 젤 무난한데.”
“난 별로야.”
리혁이가 고개를 저었다.
“여행 가면 분명 나랑 비주 형만 준비할 게 뻔한데. 나머지 셋이 눈만 멀뚱멀뚱 뜨고, 여행지마다 이건 어떻네 저건 어떻네 한 마디씩 보탤 거 생각하면…….”
“형. 여행 계획은 원래 짐 싸고 티켓 사면 절반은 한 거예여.”
“방금 들었죠?”
“그래도 난 다 같이 여행하는 거 좋은데…….”
비주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릴 때, 곤약 젤리를 후루룹 먹던 중현이가 말했다.
“패키지는 어때?”
“안 돼여. 여행은 배낭여행.”
“인정.”
나와 지호가 손뼉을 마주쳤다.
내가 말을 이었다.
“중현아. 우리 패키지 가면 인터넷에 ‘다 같이 패키지 여행 다녀온 아이돌’로 뜰 걸.”
“스트릿 보이즈나 다른 아이돌 선배들이 겁나 놀릴 거예여.”
“흠, 그런가.”
우리는 지금 다 같이 할 수 있는 취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무난하게 여행이 주제로 나왔다.
중간에 리혁이에 의해 ‘여행을 과연 취미라 할 수 있는가?’ 하는 토론도 나왔지만, 이야기는 간단하게 결론이 났다.
“그냥.”
막내가 귀찮다는 듯 손을 까딱였다.
“형들은 몸만 와여. 여행하는 동안 제가 의식주를 완전 호화롭게 해 줄게여. 숙박은 스위트룸, 밥은 레스토랑, 옷은 현지 백화점에서 조달하구.”
“오오…….”
“돈만 충분하면 여행도 취미가 될 수 있… 형들?”
“지호야, 지호야.”
“아, 하지 마!”
잠시 다 같이 일어나서 우리 막내님이 얼마나 헌앙하고 자애로운 분인지 찬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하반기까지 과연 여행을 갈 만큼 시간이 날지는 의문이었다.
여러 의견이 나왔지만 고민 끝에 회사에 탁구대 하나를 들이자는 결론을 냈다.
야외 산책도 좋지만 요즘 사생들도 부쩍 늘어나서.
한편, 우리가 4월 15일로 예정된 컴백 쇼케이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동안 연예계도 쉼 없이 굴러갔다.
-GTV 금요 드라마 ‘슬립’ 대박 터졌다… 시청률 고공행진
-여우구슬 vs 슬립, 상반기 드라마 화제성 갑(甲)은 어디?
-슬립, 드디어 구석기 비밀 풀리나, 다음 화 예고에 관심폭발
드라마판은 슬립 2, 3화가 잭팟을 터뜨리고, 여우구슬도 시청률 상승을 기록하는 중이었다.
리혁이가 OST를 맡을 뻔한 바람개비는 말 그대로 바람처럼 사라져 있었다.
대신 인터넷에선 컬트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돌아다니는 PPL 짤 보니까 이번에는 부장검사실에 찾아온 검사장까지 안마의자에 누워 있던데.
이러다 검찰총장까지 안마의자에 눕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는데, 다음 화 예고에서 정말 검찰총장이 안마의자에 눕는 장면이 나오면서 인터넷이 들썩거렸다.
그리고 가요계에서는 썸씽을 비롯해 봄 노래들이 차트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었다.
1집 때는 스트릿 보이즈, 2집 때는 TNT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거의 우리가 어서 오라며 손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좋은 소식도 많았다.
-뉴블랙 5개월여 만의 컴백 … ‘대세신인’ 흐름 이어 간다
-[인터뷰] 뉴블랙 미니 2집 컴백, “바람꽃은 따뜻한 노래 될 것”
-뉴블랙, 컴백 앞두고 프로모션맵 공개
전에는 우리 홍보팀이 누구보다 열심히 보도 자료를 돌려야 했다면, 이번엔 기자들이 알아서 우리 컴백을 화제성 높게 다루고 있었다.
거기다 이번 음악방송 컴백 첫 무대에서는 두 곡이나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던데.
1집 때 몇 십 초 정도 잘렸던 적도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정말 격세지감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수플레들의 반응이었다.
3집 컨셉 포토.
꽃밭에서 탄생화를 들고 화사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과 어딘가 멸망 이후처럼 보정된 배경에서 찍은 사진들이 대비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버려진 차 보닛에 앉아 있는 중현이.
갈대에 겉옷을 거는 지호.
입가에 살짝 묻은 피와 상처자국을 매만지는 리혁이.
먼 곳을 바라보는 나.
그중에서 제일 반응이 좋았던 건 비주가 갈대밭에 누운 채, 고개를 돌려 자신의 탄생화를 쓸쓸하게 바라보는 사진이었다.
지호가 감탄했다.
“표정 엄청 잘 나왔다. 저거 찍을 때 무슨 생각했어여, 형?”
“……나 밥 생각했어.”
“아앗….”
“나 저때 배가 너무 고파서 슬펐거든.”
팬들한테 절대 비하인드는 공개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다.
업로드 되자마자 빠르게 올라가는 좋아요와 막 달리는 댓글들.
평소 같았으면 하나하나 읽어보며 좋아했을 텐데 이번에는 조금 미뤄 두기로 했다.
컴백할 때까지 인터넷은 보지 말기로 결정했다. 볼수록 초조해질 거 같아서.
조용히 연습이나 하기로 했다.
* * *
컴백을 일주일 앞둔 수요일.
“하하하.”
드디어 그날이 왔다.
“하하하!”
명곡 발굴단 대기실에서 마구 웃음을 터뜨리는 나를 보며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우주 형, 오늘따라 더 이상해여.”
“야. 저 사람은 원래 이상했어.”
“인정.”
“형, 괜찮아요?”
이어폰으로 들리는 노래를 들으며 내가 목을 큼큼 풀었다.
“아, 덕순아~~!”
“…….”
“덕순아, 왜 이 오라비 마음을 즈려 밟느냐~”
“…….”
오늘은 바로 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덕순아’를 공연하는 명곡단의 스페셜 무대였다.
중간 부분 전주를 들으면서 리허설 가기 전에 흥을 돋울 때였다.
“덩기덕, 쿵, 덕순덕순~”
똑똑.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마 FD의 리허설 콜사인이 아닐까 싶어서 어깨춤을 마저 출 때였다.
“저기…….”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던 이들과 어깨춤을 추고 있던 내 눈이 딱 마주쳤다.
어. 뭐야.
“……?”
TNT의 동생 라인이 당황한 표정을 짓는 동안 마찬가지로 나도 당황했다.
“너네가 왜 거기서…?”
“지금 뭐하…….”
서로 눈을 깜빡거렸다.
“…….”
“…….”
저쪽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타임머신이 절실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