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38화
아쉬움을 삼키며 ‘덕순아’의 마지막 소절을 불렀다.
덕순아-
고조되었다가 서서히 잦아드는 드럼 소리에 맞추어 내 목소리가 잔잔한 메아리를 남겼다.
공개홀을 통해 ‘덕순아’가 멀어져 갔다.
마이크를 내리면서 왠지 모르게 아쉬웠다.
더 부르고 싶다.
이게 진짜 콘서트 앵콜 무대였다면 30분 넘게 덕순아 메들리를 부를 자신 있는데. 미리 준비한 버전도 많았다. 내 작업 노트북에는 데스메탈 버전 덕순아도 있다.
“감사합니다!”
요란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멤버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를 지었다.
‘잘했어.’
아쉬움이 남긴 해도 유종의 미를 거둘 만한 좋은 무대였다.
패널들이 일어나 박수를 치며 호들갑을 떨고, 심사위원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색하게 입만 웃는 조유리 밴드의 옆에서 TNT 무리가 입에 손을 모으고 ‘우아아’ 하고 있다.
이어지는 코멘트도 전부 호평이었다.
-저는 오늘이 경연 날이 아닌 게 정말 아쉬워요.
작곡가 표형원의 심사평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스페셜 무대 중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였거든요. 이게 경연이었다면 뉴블랙이 1위를 차지했을 겁니다. 보면서 리모컨을 찾았다니까요. 투표하려고.
심사위원의 우스갯소리에 관객들이 동감을 표했다.
우리가 뿌듯한 웃음과 함께 ‘감사합니다’ 하자, 어느 예능인이 깐족거렸다.
-아까도 차우현 씨 무대에 투표하고 싶으셨다면서요!
-맞아.
-둘 중에 하나만 골라요. 매번 저러신다니까.
늘 좋은 무대가 나올 때마다 투표하고 싶었다는 말을 일삼는 심사위원이 여유롭게 받아쳤다.
-제 의견은 초지일관 똑같습니다. 1인 2표제. 피디님을 만나면 늘 하는 이야기예요.
잠시 예능인들의 만담이 이어지고 패널들의 코멘트도 중간 중간 섞여 들어왔다.
MC 백상중이 화제를 돌렸다.
-오늘 패널로 찾아온 같은 아이돌 분에게도 여쭤 볼까요? TNT와 NYX 분들은 어땠나요?
대형 스크린에 TNT 3인방의 얼굴이 먼저 잡힌다. 셋 다 동시에 마이크를 잡아서 ‘저는’ 하는 목소리가 공명된다.
사람들이 웃는다.
다시 한 번 눈치 게임을 하다가 ‘저는…!’ 하고 서로를 째려보는 모습에 이번엔 우리까지 웃었다.
결국 셋 중에 승리를 거둔 한태현이 마이크를 잡았다.
-어, 그 ‘덕순아’, 크흠, 가…… 크흡.
쟤 지금 웃음을 간신히 참고 있다.
TNT 애들도 우리 할머니에 대한 나의 애정을 알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우리 멤버들도 ‘덕순아’라는 키워드가 들릴 때마다 뺨을 간신히 억누르는 중이었다.
-제가 최근에 들은 노래 중에 가장 완벽했어요. 제 사견으로는 뉴블랙은 아이돌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가창력을 보유한 팀 같아요.
-나머지 넷은 누구인가요?
-일단 저희는 들어갑니다.
6년차 탑 아이돌의 능글맞은 발언에 객석에서 호감 섞인 웃음이 나왔다.
지한빈과 석지훈도 코멘트를 이어 나갔다. 셋 모두 공통점이라면.
-저는 ‘덕순아’, 끄흐읍!
-숨겨진 명곡으로 알고 있는데, 오늘 ‘덕순아’, 콜록!
‘덕순아’라는 제목을 말할 때마다 몸을 들썩였다.
사람들은 그저 오늘따라 저 친구들 웃음이 많군 하고 넘어가는 것 같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슬쩍 선배님에 강세를 두고 말하자 그 셋이 무르팍에 올린 손을 동시에 오므리는 게 보였다.
은근 재미있네. 이거.
이어서 NYX도 발언을 이어갔다. 6명 다 하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리더인 뮤리가 대표로 코멘트를 했다.
-벌써부터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같아요. 너무들 잘하셔서, 저희도 저 자리에 어울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가 웃으며 화답했다.
다시 한 번 예능인들의 코멘트가 이어진 후, 마지막으로 원곡자에게 마이크가 갔다.
-어쩌면 오늘 가장 중요한 손님이죠. ‘덕순아’의 원곡을 작사작곡한 유명덕 선생님께선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
-선생님?
MC가 목을 살짝 뺀 채 멈칫하는 동안 스크린에 중년 가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끄흐윽, 끄흑…….
원곡자 유명덕이 안경을 이마 위로 걷어 올린 채 손수건으로 눈가를 콕콕 찍고 있었다.
모두가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입술을 우물우물 거리며 천장을 슥 바라보던 분이 지금은 울고 있으니까.
‘어어어-’ 하는 울지 마 류의 리액션이 객석에서 흘러나온 후, 중년가수가 눈물을 삼키며 마이크를 잡았다.
-예, 뉴블랙. 증말 고맙습니다.
유명덕 선생님이 우리를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우주, 비중이, 김중혁이, 리현이, 지후.
내 이름 빼고 다 틀리셨다.
나중에 본방송에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동생들의 당황한 클로즈업샷이 하나씩 교차되어 들어간 장면이었다.
‘삐-’ 하는 퀴즈 틀릴 때 버저 소리와 함께, 당황한 얼굴에 아래 자막으로는 [비중(X) → 비주(O)]이 들어가는 식으로.
MC가 그 사실을 말해 주자 중년가수가 당황했다.
-아이쿠, 내가 미안합니다. 급하게 스마트폰 검색을 했더니…. 내가 노안이 왔습니다.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 주려고 준비한 대선배 가수의 동글동글한 모습에 모두가 미소를 지었다.
처음에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하던 유명덕 선생님이 특유의 가래 섞인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내가 증말 감동했어요. 감동하고, 또 감동했어요. 어쩜 어린 친구들이 노래를 저렇게 잘하느냐. 이 유명덕이 인생 5막에서 들었던 노래 중에 제일 따봉을 주고 싶은 노래였습니다. 어찌나 정성 들여 편곡했는지 코드 진행을 보고 눈물이 앞을 가렸어요. 노래를 부르는 것도 빠지는 것 하나 없고, 이 완벽한 진행…….
예능에서 토크 기관총이라는 별명이 붙은 중년 가수의 평이 다다다다다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선생님, 저 지금…….
-가만 있어 봐요. MC 선생. 나 말 좀 더 합시다.
폭주하는 것처럼 5분 가까이 투다다다 칭찬을 내뱉는 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는 그 칭찬을 쏙쏙 받아먹었다.
하지만 칭찬을 들을수록 마냥 웃을 순 없었다.
‘선생님이 뭔가 제대로 착각하신 것 같은데.’
‘저분 정말 감동하셨는데요.’
동생들과 나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동안 호탕하게 웃던 유명덕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요즘에는 이 감동의 볼케이노, 라고 하던가요. 내 증말 볼케이노였습니다. 어쩜 이렇게 노래에 대한 존중과 사명감이 젊은 친구들의 마음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느냐. 그 부분에 대해 말하자면…….
‘덕순아’에 대한 편곡과 완성도를 옛 노래에 대한 애정으로 포장을 마구 해 주셨다.
뒤에 앉아 있는 TNT 무리는 온 힘을 다해 표정을 관리하고 있고, 나도 민망함을 숨기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최곱니다, 최고! 늘 건승하세요! 뉴블랙!
“감사합니다!”
관객들도 다 같이 박수를 보낸다.
중년 가수가 말한 것처럼 다들 ‘어쩜 노래에 대해 저리 애정을 가지고 할까!’ 하는 반응이었다.
공개홀에 있는 몇 사람을 빼면 아무도 진상을 모른 채 감동 섞인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김덕순 버프에 대해선 절대 얘기하지 말아야지. 절대.
그때 프롬프터 화면에 흘러나온 작가 멘트를 봤는지 MC가 추가질문을 했다.
-작가진으로부터 들은 정보인데, 우주 군의 할머님 성함이 ‘덕순아’와 같은 김, 덕자 순자라고 하네요?
“네, 맞아요.”
-몰입이 굉장히 어려웠겠어요. 덕순아는 연인에 대한 애환과 정열이 주제인데 할머님 성함이랑 같으셔서.
내가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어떤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조금 있긴 했어요.”
그 순간 패널석과 내 옆에 선 이들로부터 눈빛이 날아들었다.
‘저저 사기 치는 거 봐.’
‘누구보다 애환과 정열이 가득했으면서…….’
‘몰입이 아니라 물아일체 수준인데.’
꿋꿋이 무시하고 몰입에 대해 말했다. 어떤 면에서 몰입이 힘들었다는 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유명덕 선생님의 ‘덕순아’는 뾰로롱 뿅한 산뜻한 봄 아가씨 느낌이라면 우리 할머니는 ‘산뜻이고 뭐고, 옘병’하는 차도녀라서.
MC가 제안을 하나 했다.
-방송 나가면 할머님도 보시게 될 텐데, 마지막 멘트로 할머님께 인사 한 마디 해 주시겠어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곤 정면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할머니이-”
친근한 목소리에 나이 든 관객들이 웃는다.
“제가 할머니 이름을 좀 함부로 불렀어요. 죄송해요. 그래도 제가 사랑하는 거 알죠?”
-저희두여. 히히!
-저두 사랑하는데!
-흠흠, 저, 저도 조금…….
내가 눈썹을 모으고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내 할머니야. 마이 그랜마.”
‘마이 그랜마’가 그렇게 웃겼나.
진지하게 영상편지를 보고 있던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꿋꿋이 카메라에 애정을 표현했다.
“아무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고 예쁜 우리 할머니. 오늘 녹화 끝나고 바로 전화할게요. 사랑해요. 덕-”
내가 동생들에게 눈짓을 하자, 다들 센스 있게 마이크를 들어 화음을 맞춰 주었다.
덕순아아아-
관객들이 손뼉을 치며 웃었다.
마지막 인사를 해달라는 MC의 말에 3집 홍보를 마치며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우리가 다 내려갈 때까지도 박수는 멈추지 않았다.
* * *
명곡단 스페셜 무대가 끝나고 돌아온 회사에서 다 같이 결의했다.
“자, 이제 오늘부터 인터넷은 안 보는 거야.”
“좋아요.”
컴백 불안감에 대처하려면 사람들의 반응을 안 보는 게 낫다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컴백 프로모션이 하나씩 풀릴 때마다 사람들이 어떤 반응인지 보다가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였다.
애초에 볼 시간이 적기도 하고.
‘덕순아’ 무대 준비가 시간을 은근 잡아먹으면서, 타이틀 무대의 완성도에 공을 들일 시간이 부족했다.
1분 1초가 아까운 시기였다.
“사람들 반응은 음원 공개되고 나서 보기로 하고. 일단은 스마트폰에 인터넷 앱부터 지웁시다.”
“기본 앱이라서 못 지워여. 형.”
“아하.”
그럼 머릿속에서 지우자고 합의를 했다.
매니저들에게도 당분간 바깥소식과 거리를 두고 연습을 하고 싶다고 말하니 동의해 주었다.
대신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이 닭가슴살 도시락을 주러 올 때마다 뉴스 헤드라인이 적힌 ‘금일의 주요 뉴스’ 포스트잇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컴백 당일이 올 때까지 잠 아니면 연습이라는 각오로 온힘을 다해 쇼케이스를 준비했다.
D-4
트랙리스트가 오픈되는 동안 중현이의 솔로 무대 준비를 도왔고.
D-3
뮤비 티저가 오픈되었을 때, 밥을 먹다가 체한 리혁이에게 손발 따 주기를 제안하니 ‘그런 유사과학 안 믿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다 같이 팔다리 하나씩 맡아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열심히 주물러 주었다.
D-2
2차 뮤비 티저가 공개되었을 때, 비주가 아무것도 안 먹고 안무 연습하다가 헛구역질을 했다.
동생들을 비상구에 데려갔다.
D-1
불안해서 다 같이 거실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잤다.
그리고 마침내 D-Day가 찾아왔다.
* * *
2015년 4월 15일.
쇼케이스 공연장에 기자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저마다 노트북을 펼쳐 든 채 기사를 여러 버전으로 작성해 두던 기자들은 아는 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와.”
누군가 감탄을 담아 말했다.
“오늘 사람 장난 아니게 많네요.”
“그러게요. 지난번에 얘네 2집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와…….”
작년 11월에 있었던 미디어 쇼케이스 때보다 2배는 되어 보이는 듯한 인원이었다.
거의 모든 언론사 연예부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늘은 Q&A 시간을 평소보다 좀 더 줘야 할 거 같은데. 이 인원을 다 소화할 수는 있나?”
몇몇이 입맛을 다시면서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미니 2집의 컨셉 화보와 티저가 흘러간다.
“참. 어제 앨범 프리뷰 올라온 거 들어 보셨어요? 뮤비랑?”
“다 봤지.”
“미리 기사 대박, 중박으로 나눠서 쓴 다음에 뮤비를 봤는데, 보자마자 ‘대박’ 버전으로 올렸다니까.”
웃음이 나왔다.
“영상미 대박이더라고요. 영화 같던데.”
“세계관 작업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뭐하나 했는데, 나름 성공적으로 구축한 거 같아요.”
“그래도 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던데요.”
미니 1집 마스커레이드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스토리 필름과 함께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Prologue : Before the story begins’라는 제목의 스토리 필름.
거대한 도서관이 나오고, 그곳에서 빨간색, 노란색 등 다섯 가지 색의 책들이 하나씩 조명된다.
톡 떨어진 빨간 책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이 우중충한 도시에 서 있는 삽화가 흘러나오고.
갑자기 불을 지른 누군가에 의해 화재가 발생한다.
그렇게 잿더미가 된 도서관의 폐허에서 스칼렛의 데이지가 다섯 책을 손에 줍는 것이 마지막 장면이었다.
“얘네 팬이 올린 분석에서 그러던데요. 각자 장르가 다른 책에서 등장하는 인물이고. 하나가 자기 책 속으로 돌아갈 때마다 나머지 넷이 구해주는 내용이라고.”
“아, 이번에도 그래서 그런 거구나.”
미니 1집 때는 가면무도회 같은 세상에서 빨강이를 구출해주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뮤직비디오는 멸망해 버린 듯한 행성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노랑이와 만나는 내용이었다.
“그나저나 노래는 어떠셨어요?”
“글쎄요.”
한 기자가 답했다.
“얘네 노래야 워낙 다 좋지 않나.”
“솔직히 뜰지 안 뜰지가 중요하지, 뉴블랙 노래 퀄리티야 뭐 꾸준했잖아요.”
“확실한 건, 뭐가 터지지 않는 이상은 절대 망할 일은 없을 걸요.”
모두가 공감을 표하는 한편 뉴블랙의 쇼케이스에 처음 와 본 기자가 질문했다.
“왜요?”
“어제 뮤비 조회수도 그렇고, 얘네 팬덤 규모가 엄청 커져서 망할 일은 없을 거예요. 그리고…….”
대답한 기자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우리까지 얘네 뮤비 내용 가지고 얘기할 정도면 화제성은 말 다한 거죠.”
“아…….”
쇼케이스 와서도 대충 보도 자료만 휙 둘러보고 기사 쓰는 이들이 바로 연예부 기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어제 뮤비 내용이 어땠니, 얘네 명곡단 활동은 어떻니 하는 것부터가 뉴블랙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지 보여 주는 증거였다.
“노래 퀄이야 어차피 좋고. 남은 건 확 뜨냐, 마냐죠.”
“근데 그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누가 말했다.
“얘네가 보이그룹 중에서 대중성으론 어지간한 탑급처럼 인지도가 높은데 음반 판매량이나 성적은 훨씬 못 미치잖아요.”
“맞아. 그거 가지고 요 일주일 동안 아이돌 커뮤들에서 불판이 뜨겁던데. 뉴블랙 급이 과연 어디냐 하고.”
“걔네는 부먹찍먹 가지고도 싸우는 애들이잖아요.”
“어쨌거나 뉴블랙 입장에서도 이번이 분기점인 건 맞죠. 위로 치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지금처럼 성적에 비해 대중 인지도 높은 보이그룹으로 가느냐 중에서 어떤 길을 가는지.”
한편, 뉴블랙의 데뷔 싱글 때부터 쇼케이스를 찾은 기자들은 혀를 내둘렀다.
주변에서 뉴블랙의 타이틀곡이나 뮤직비디오, 멤버 개인을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었다.
“……이 분위기 진짜 적응 안 되네. 작년 6월에는 모든 게 다 쪼그맸는데, 지금은 4대 기획사 신인 애들보다 더 잘나가고.”
“2집 때만 해도 여기 기자들 태반이 멤버 이름도 잘 몰랐잖아요.”
“쇼케이스 음향 실수 수습한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 참…….”
“그거 같아요. 시골에 놀러 가면 백구들 있잖아요. 설에 애기였는데, 추석에 가면 큼지막한 애들이 되어 있고.”
활동시기를 썸씽 때부터 잡아도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에 엄청난 성과를 이뤄낸 뉴블랙이었다.
“진짜 떴죠. 다른 기자들 질문 준비하는 거 봐요.”
“근데, 저기 오 기자님 봐요. 엄청 여유로워.”
연예IN의 오소희 기자가 흐뭇한 얼굴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있었다. 뉴블랙의 뮤비를 보는 중이었다.
“저 사람은 뉴블랙 초창기부터 거의 팬이었잖아.”
“그래서 레몬이랑 친하잖아요. 독점 인터뷰 많이 따던데…….”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부러움이 섞여 들었다.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했다.
“나도 얘네 신인 때 좀 친하게 지내둘 걸 그랬나.”
* * *
기다리고 기다리던 컴백 당일.
무대에 올라가기 전 우리는 모여든 기자들의 숫자를 보고 기함했다.
“……뭐야.”
“저 뒤에도 사람이 더 있어여.”
“히익.”
2집 때보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미디어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공연을 하면서도 ‘뭐야, 이 적응 안 되는 인원은…’ 할 정도.
얼떨떨했다.
우리 앨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되는 줄 몰랐다.
Q&A 시간이 끝날 때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희한한 점이라면 취재진 규모가 늘었는데, 이상한 질문의 수는 훨씬 줄어들었다는 거였다.
“그야 이제는 너희 가지고 어그로를 끌지 않아도 충분히 조회수가 나오니까.”
석환 형이 설명해 주었다.
“예전에는 자극적인 타이틀로 조회수를 올려야 됐는데, 이젠 사람들이 ‘뉴블랙’ 보고 클릭하거든. 그러니 내용이 더 중요해졌지.”
여전히 적응하기 힘든 변화였다.
물론, 여전히 이상한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긴 했다.
주로 지호에게 ‘슬립’ 연기에 대해 질문하면서 독자 활동 계획을 묻는 사람들. 그러면서 우리에게 막내가 연기 활동을 하면 어떤지 물었는데 뭔가 불화설을 창조하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행히 진행을 맡은 개그맨 김철이 전부 커트를 해 주었기에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됐다.
“다들 고생했어!”
“고생하셨습니다!”
미디어 쇼케이스를 마치고, 이제 저녁 8시에 있을 팬 쇼케이스만 남겨둔 때.
“얘들아.”
“형.”
동생들과 진지한 눈빛을 교환했다.
저녁 6시.
이제 타이틀 ‘바람꽃’을 포함한 미니 3집 앨범이 음원사이트에 공개되는 걸 확인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