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39)화 (23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39화

어우. 떨려.

보통 음원이 공개되면 1시간이 지나야 실시간 차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만약 우리 노래가 차트에 들었다면 7시에나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바로 순위가 나오는 것도 아니건만 가슴이 쿵쾅거리고 속이 울렁거린다.

“후우…….”

내 심호흡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고개를 돌리다가 동생들과 눈이 마주쳤다.

다섯이 동시에 심호흡을 한 것이다.

서로 쳐다보다가 웃음이 나왔다. 조금이나마 긴장이 풀리는 것 같다.

“얼른 공개됐으면 좋겠어여. 저 진짜, 진짜, 진짜 떨려서 지금 아무것도 못할 거 같아여.”

나 역시 같은 기분이었다.

손바닥에 배어나온 식은땀을 문지르며 5시 55분부터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대기실 소파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자, 스탭들이 모여들었다.

석환 형. 민기 형, 원석이 형. 김 실장님을 비롯한 스타일리스트들. 홍보팀 홍서영 대리님과 인턴 직원. 팬매니저님. 댄스와 보컬 트레이너들.

3집 앨범이 탄생되기까지 고생한 팀 뉴블랙이다.

다들 바짝 긴장한 얼굴이다.

석환 형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차분하게 다독여 주었다.

“오, 뜬다, 뜬다.”

중현이의 말에 다 같이 10초를 카운트다운 했다.

마우스를 잡은 리혁이가 새로 고침을 반복해서 눌렀다.

저녁 6시 정각.

아티스트 ‘뉴블랙’ 소개란에 앨범 아트 하나가 새롭게 떠올랐다.

“우와아!”

새로운 앨범의 탄생에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축하했다.

내가 프로듀서로서 직원들에게 ‘그간 고생들 너무 많았다’고 말을 하는 동안.

“다운, 우리 얼른 다운 받아요. 형.”

비주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다운! 얼른 다운 받아요!’ 하기 시작했다.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 앨범 전 곡을 다운했다.

내 핸드폰에도 총 11개의 곡이 추가됐다.

[Yellow, the Color of Sunshine]이라는 제목처럼 햇살을 색으로 담아낸 트렌디한 앨범 아트.

상형문자처럼 점선으로 형상화된 꽃이 가운데 박혀 있었다. 비주가 직접 그린 그림이었다.

“우와아…….”

여러 각도로 핸드폰의 앨범 아트를 들여다보는 비주를 보며 웃었다.

입체 그림을 처음 보는 어린아이처럼 신나 보였다.

“형, 저 너무 신기해요.”

비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지금까지 저희가 작업한 게 결과물로 나온 거잖아요. 중현이랑 제가 작곡에 참여한 곡도 여기 있고…….”

“신기하지?”

“네. 형은 여태까지 이런 기분이었던 거네요.”

타이틀곡 ‘바람꽃’을 비롯해 본인들이 제작에 참여한 노래가 세상에 나오니 신기한 모양이다.

모두가 흥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때였다.

“저녁 왔습니다!”

매니저들이 도시락을 들고 왔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사 온 스테이크 세트.

석환 형이 손뼉을 치며 시선을 모았다.

“다들 고생 많았다고 우리 멤버들이 스탭들한테 사는 도시락입니다. 맛있게 드세요.”

“어머.”

“고마워! 얘들아, 잘 먹을게!”

곳곳에서 흥겨운 칼질이 시작되면서 우리도 스테이크를 걸신들린 듯이 먹어 치웠다.

“와, 이 맛… 한 달 동안 다이어트를 한 게 오늘을 위해서였나 봐여. 너무 맛있다.”

“맛있어서 눈물 날 거 같아아…….”

“저는 이미 좀 나왔어요.”

중현이가 스테이크를 먹다 말고 휴지로 눈을 콕콕 찍었다.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하품했어?”

“네.”

그럼 그렇지.

한편, 우리가 스테이크를 빠르게 해치운 이유는 어떤 이야기를 회피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아무도 얘기하고 있지 않고, 스탭들도 우리를 위해서 하지 않는 말.

“우리 노래, 차트에 들어갈까요?”

…을 우리의 곰이 푸근하게 물었다.

순위 얘기가 나오자 속이 꽉 막혔다.

리혁이는 콜록 대며 물을 찾았다. 어찌나 거칠게 마시는지 빨대에 벌건 틴트가 묻어 나올 정도.

그리고 침묵이 감돌았다.

“…….”

“…….”

예상순위라.

사실 100위 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일이기에, 차트인만 해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머릿속으로는.

하지만 최근 들어 명곡단 음원도 연이어 차트에 들어가고, 썸씽도 10위권에서 눈누난나 하고 있었다.

전 앨범인 마스커레이드도 10위로 진입했기도 하고.

기대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디 있겠는가.

음원강자도 삐끗하면 미끄러지는 곳이 가요계다.

그렇기에 두려웠다.

기대를 품었는데,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우리 노래가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말이야 ‘그 동안 고생했으니 그것만으로 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리 쉽게 돌아갈 리 없지 않은가.

특히나 이번 앨범은 우리가 전면에 나선 프로젝트였다.

조규환 이사님이 총괄 프로듀서로 관리하긴 했지만, 실무에 있어서 프로듀서인 나를 비롯해 동생들의 입김이 제일 셌다. 앨범 아트부터 사소한 디테일까지.

어떻게든 성과를 보여 줘야 할 상황이었다.

잘 안 된다고 해서 회사 사람들이 비난을 퍼붓진 않겠지만 우리도 면이 있다.

‘저희가 해 볼게요!’ 하고 나섰는데 결과가 좀 그렇다면…….

아니.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그건 결과가 나온 뒤에 생각해야지.

게다가 지금은 우리 애들이 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먼 바다에서 나침반을 보는 선원들처럼.

“일단은 두고 보자. 지금은 추측해도 별 의미가 없으니까.”

“맞아요.”

비주가 거들었다.

“어차피 지금 차트에 드냐, 마냐를 가지고 얘기해도 결과 나와야 아는 거잖아요.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 수도 있고.”

“동의해요.”

“저도 그냥 혼자 머릿속으로 막 상상하고 있을래여.”

다들 말은 그렇지만 마른침을 삼키거나, 눈을 깜빡이거나, 가슴에 손을 올린 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불안해하는 모습들이었다.

‘브로콜리 맛있군’ 하며 포크를 콕 찍는 우리 셋째를 빼면.

동생들이 나를 바라보는 동안 나 역시 바라볼 곳을 찾다가 석환 형에게 시선이 갔다.

비주가 작게 속삭였다.

“형, 근데 실장님 표정이 조금… 그러신 거 같지 않아요?”

“진짜 그러네.”

핸드폰을 들여다보면서 눈썹을 모으는 우리 실장님. 로드매니저들도 자기들끼리 뭐라고 속삭이고 있다.

홍보팀 홍 대리님도 심각한 얼굴로 전화기를 들고 바깥으로 나섰다.

나름대로 사람 표정 읽는데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부 인상을 조금씩 찌푸리고 있다.

어째 이거 돌아가는 상황이 뭔가…….

“…….”

그러다 눈이 마주친 석환 형이 내게 싱긋 웃었다. 하지만 그 표정이 내겐 더 불안하기만 하다.

동생들의 시선이 다시 내게 향한다.

“너무 걱정하지 말자.”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예감이 나쁘진 않으니…….”

그때였다.

내가 말을 하던 때, 비주가 두 손을 모으고 있을 때, 중현이가 스테이크 한 조각을 덜어 리혁이에게 먹일 때, 리혁이가 창백한 얼굴로 물을 들이킬 때.

막내가 앨범 아트가 적힌 화면 앞에서 셀카를 찍을 때.

쿠르릉-

우레 소리와 함께 모두의 시선이 창밖으로 돌아갔다.

공연장 바깥.

사방을 뒤덮은 먹구름이 소나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

리혁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예감까지 들었던 것 같은데, 무슨 말 하려고 했어요?”

“…아무것도 아냐.”

말없이 스테이크를 잘라냈다.

*   *   *

팬 쇼케이스 리허설.

스테이크를 소화시킬 겸 무대 위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제가 중앙에서 조명 받고 있을 테니까요. 중현이랑 형이 반 박자 빨리 들어와도 될 거 같아요.”

“알았어. ‘너를’ 그 부분에 들어갈까?”

“네. 그 부분이요. 그리고 리혁이는…….”

우리 퍼포먼스 담당이 어떤 식으로 무대를 꾸미자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아아, 오백 원, 오백 원…….”

다 같이 목을 풀기도 하고.

무대에서 감독님의 지시를 들으며 리허설을 하는 동안 마음이 계속 불편했다.

“어떡하죠. 지금 비 오는데…….”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수플레들이 문제였다.

우리 머릿속에선 이미 빗물에 푹 젖은 빵들이 축 늘어져서 버둥거리고 있었다.

“민기 형, 지금 밖에 팬분들 괜찮아요?”

“다들 우산을 챙겨왔더라고. 아까보다 빗줄기가 줄기도 했고, 곧 입장도 시작할 테니까 걱정 마.”

“아, 다행이다….”

모두가 안도했다.

봄날에 컴백한다고 줄 설 때 춥거나 덥지는 않겠다고 좋아했는데 소나기가 등장할 줄이야.

“자자, 다시 합 좀 맞춰 보자.”

마지막으로 동선을 빠르게 체크했다.

입장 시간을 앞두고 우리가 무대를 내려가는 동안, 지호가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의자를 다 치워 뒀네여?”

“어, 그러게?”

1층과 2층으로 나뉜 홀의 1층에 의자들이 사라져 있었다.

미디어 쇼케이스 때만 해도 기자들이 앉아 있었던 곳이다.

리혁이가 물었다.

“잠깐만, 우리 몇 명 온다고 했죠?”

“천 명 아닌가?”

“근데 지금 좌석을 스탠딩으로 했잖아요.”

“…그러네.”

외부 소식을 아예 끊고 살았던 탓에 모르는 게 하나 더 있긴 했다.

팬 쇼케이스 인원.

궁금하지 않다기보다는 공연 장소를 듣고 당연히 1,000여 명 정도라고 생각했다.

팬미팅을 진행했을 때가 딱 그 규모였으니까.

그런데 지금 보니 뭔가 이상하다.

“조금 이따가 물어보자.”

*   *   *

하지만 대기실에 돌아가자마자 우리는 쇼케이스 인원에 대해서 까맣게 잊고 말았다.

7시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

뻐근한 목을 주물렀다.

이건 뭐 어떻게 진정해야 되지.

데뷔하고 난 다음부터 이렇게까지 떨렸던 적이 없었다.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한 것처럼 모두의 숨이 가빠졌다.

리혁이가 잽싸게 선수를 쳤다.

“나, 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만족할 거예요.”

지호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저는 이미 해… 해…….”

“해탈.”

“해탈했어여. 지금까지 한 게 중요한 거니까. 음…. 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으아아! 리혁이 형!”

“기대지 마! 나도 떨린다고!”

두 녀석이 호들갑을 떠는 동안 우리는 차분히 웃었다.

속에선 오장육부가 댄스 브레이크를 추고 있었지만.

마우스를 잡고 있는 리혁이의 손이 달달 떨렸다.

“어, 또 창 껐다.”

실수를 연발하는 모습에 비주가 마우스를 가져갔다. 비주의 손끝은 안정적이었다.

대신 속눈썹이 미친 듯이 파르르 떨리고 있다.

7시 5분 전.

대기실에 있는 모두가 긴장하는 동안 석환 형을 바라보았다.

아까와 똑같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표정이 좋지 않다. 대체 무슨 일인지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 하늘도 갰다.”

어느새 비가 멈추고 하늘이 개 있었다. 어둑어둑하지만 맑게 갠 저녁 하늘이 보였다.

좋은 징조다!

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십.”

구, 팔, 칠…….

숫자가 줄을 때마다 가슴이 터질 듯이 박동 친다.

하느님, 덕순님. 제발 저희 음원 잘 되게 해 주세요. 저 이번에 마지막 소원, 아니 마지막까진 아니고 소원 좀 빌게요.

“7시!”

막내가 흥분해서 형들의 팔을 꽈악 붙잡았다. 비주가 마우스를 클릭하려고 할 때였다.

와아악-!

비명과 같은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먼 거리였지만 공연장 전체를 뒤흔들 만한 함성. 비주가 손끝을 삐끗해서 창을 껐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망고를 주소창에 입력하는 내 손이 달달 떨렸다.

가슴은 흥분으로 뒤흔들리고 있었다.

이거 설마…….

그런 때가 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데, 상대가 너무 강팀이라서 그냥 안 볼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아아아!’ 하는 탄식에 ‘먹혔구나’ 하고 ‘우어어어!’ 하는 소리에 ‘골인가?’ 하곤 했다.

방금 들린 소리는 그 중 후자였다.

“들어왔다!”

그리고 차트 세부 정보를 누르려고 할 때였다.

“어?”

비주가 내 팔을 붙잡고 소리쳤다.

“어! 어!”

다른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시간 차트에 들어가서 세부 순위를 훑기도 전에 모두 숨 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전기처럼 찌릿한 감각과 함께 양팔을 시작으로 뺨 아래 목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마른침이 삼켜지는 동안 내 머릿속은 일시 정지했다.

19:00 기준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부터 10위까지 쭉 늘어선 실시간 순위에서 앨범 아트가 표시된 건 딱 하나.

1위 곡이었다.

그 1위 곡 옆에는 노란 앨범 아트가 표시가 되어 있었다.

1위. 뉴블랙 - 바람꽃

온 세상이 멈췄고.

대기실에 있는 모두가 비명을 질렀다.

“우와아아-!”

저녁 7시 기준.

실시간 차트 1위.

우리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던 역대급 순위였다.

*   *   *

쌀포대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기력이 쫙 빠져나간다.

“허어…….”

우리 모두 오징어처럼 변해서 소파에 주르륵 미끄러졌다.

털썩 기댄 등이 축축하다. 나도 모르게 땀이 배어 나왔던 모양이다.

“하하, 와…….”

소파에 기댄 채 서로를 바라보며 실없이 웃었다. 입을 멍하니 벌린 채 말도 못하고 바람 소리만 냈다.

“축하해!”

“얘들아, 진짜 축하해!”

스탭들이 달려와서 신난 얼굴로 우리의 어깨를 두드려 주거나 손을 흔들었다.

그제야 긴장이 풀린다.

처음에는 실감하지 못했던 현실감이 훅 치고 들어온다.

모니터 속에서는 ‘1위. 뉴블랙 - 바람꽃’이라고 써 있는 글씨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축하한다, 다들 고생했어.”

내 어깨를 두드리는 석환 형의 얼굴이 보이자, 지금까지 참아 왔던 질문을 꺼내들었다.

“형, 근데 아까부터 표정이 왜 그랬던 거야? 나 진짜 떨었다고.”

“아, 그거.”

우리 매니저가 씩 웃으며 말했다.

“표정관리 하는 중이었지. 너희 놀래켜 주려고.”

“……?”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비주가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실장님? 결과를 미리 알고… 계셨어요?”

혹시… 하는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 들 때, 석환 형을 비롯한 스탭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바보들아. 5분 차트.”

“……?”

그건 또 뭐야.

“5분 차트라고 다음 시간대 예상 1, 2, 3위가 나오는 차트가 있어.”

“……!”

“그거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표정 관리하려고 죽는 줄 알았다. 진짜. 겨우 인상 쓰면서 참았지.”

그래서 다들 일부러 그렇게 눈을 찡그리고 있었구나.

이제야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게 돼서 시원하다는 스탭들을 보며 우리가 ‘와, 이 나쁜 사람들’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이내 웃었다.

“차트 좀 더 봐요. 우리.”

비주의 채근에 내가 마우스를 딸깍였다. ‘상세 보기’를 클릭하자 1위부터 100위까지 쫙 나온다.

“우와.”

화면이 바뀌면서 다시 한 번 1위에 있는 바람꽃을 보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마우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수록곡도 있어요…!”

“뭐?”

이것도 현실감이 없다.

23위, 27위, 38위 등에 우리 수록곡이 올라가 있었다. 후속곡으로 활동 예정인 ‘Flower Dance’도 있고 중현이가 직접 만든 ‘Intro : Wind’도 있다.

“……미쳤다.”

100위까지 확인한 우리는 다시 1위의 바람꽃을 확인했다.

팽팽하게 조여졌던 나사가 모두 풀어진 듯한 느낌이다.

혹여 사라질까 봐 1위 화면을 띄워 둔 채 우리는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

살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그간 긴장과 불안에 떨었던 우리에게 인사라도 하듯 바람꽃이 손을 흔들었다.

…진짜 살았구나.

눈이 지그시 감기고 눈물 한 방울이 맺혔다. 가슴에서 울컥하고 뜨거운 게 올라온다.

심호흡을 하는 동안 파르르 떨리는 목 근육에 어금니가 부딪친다.

뜨거운 숨을 뱉으면서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질 때였다.

“흐윽…….”

울음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다.

동생들 모두가 울고 있었다.

지호는 양 뺨에 손을 올린 채 바닥을 쳐다보며 울고, 리혁이는 머리를 위로 젖힌 채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덤덤해 보이는 중현이마저 손으로 눈가를 슥 훔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격하게 울고 있는 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었다.

“비주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고 있는 비주였다. 마치 서러운 울음을 터뜨리듯 몸을 들썩이면서.

내 눈물이 쏙 들어갔다.

“비주 형, 괜찮아요?”

“형.”

“비주야.”

말을 해도 울기만 했다.

대답이 없기에 한참 동안 들썩이면서 우는 애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몇 분을 그러던 비주가 눈이 벌게진 채로 손사래를 쳤다.

“저, 저 괜찮아요……. 나, 나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얘들아.”

“안 괜찮은 거 같은데. 울면 안 돼. 우리 화장 지워져.”

내 말에 비주가 울다가 웃다가, 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면서 코를 풀었다.

“저, 너무 긴장하고 있었나 봐요.”

비주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이번 앨범은 제가 중심이었잖아요. 형이랑 바람꽃 같이 만들기도 했고…….”

말을 하던 비주가 숨을 여러 차례 흡흡 들이키더니 몸을 세차게 떨더니 다시 울기 시작한다.

“호, 호혹… 혹시 망하면 저, 저저 때문…….”

결국 못 참고 다시 울음이 나왔다.

한참을 서럽게 우는 비주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진즉 얘기하지. 혼자 담아두지 말고.

지호가 잽싸게 휴지를 뽑아 건네주는 동안 내가 가냘픈 어깨에 팔을 두르고 토닥였다.

“뭐가 망해. 만약에 그랬어도 그게 뭐가 네 탓이야.”

“그래도… 그, 그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야, 울지 마. 너 울면 나도 울 거야.”

그러면서 한참을 달래 주니 비주가 심호흡을 하며 진정했다. 그러기를 몇 분이었을까.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젠 좀 괜찮아?”

“…네. 훨씬 나아졌어요.”

비주가 코를 훌쩍이더니 미소를 지었다.

“잘 돼서 정말 좋아요. 우리.”

모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에 얹고 있었던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낸 기분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잠시 우리끼리 팔을 두른 채 가만히 숨만 쉬었다.

“……다들 고생했어.”

“형도 고생했어요.”

말없이 웃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   *   *

음원차트에 떠오른 1위를 보는 순간 처음 든 생각은 바로 ‘살았다’ 하는 안도감이었다.

두 번째로는.

“진짜 수플레들이 원기옥을 모았구나.”

우리 수플레들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노래는 우리가 만들었지만 그걸 끌어올려 주는 건 팬들이니까. 솔직히 지금도 얼떨떨하다.

아마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이게 실화일까 하고.

“이걸 어떻게 한 거지……?”

물론 진입 순위와 별개로 일반 대중도 노래를 들어줘야 순위가 유지되기에 영원한 순위는 아니었다.

진입은 1, 2위 하다가 다음 날 가면 쭉 밀려나는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겐 이 자체가 소중했다.

저녁 8시.

팬 쇼케이스를 앞두고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눈시울이 살짝 붉긴 했지만, 메이크업 쌤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서 울었던 티를 지워주었다.

이제 무대에 올라가는 것만 남겨두었을 때, 우리는 그 동안 잊고 있던 질문을 꺼냈다.

“참, 석환 형. 의자 다 치워놨던데. 오늘 스탠딩으로 진행하는 거야?”

“어? 어. 당연히 그렇지.”

당연히?

“2천 명이나 오는데 의자를 놓을 자리가 어디 있어. 스탠딩으로 해야지.”

“아, 그렇… 뭐?”

“너희 쇼케이스 말이야. 2천 명 오잖아.”

상대가 이내 눈매를 좁혔다.

“너희 설마 모르고 있었어?”

“…….”

“이번에 2천 명 온다고 했… 진짜 몰랐구나. 너희.”

우리가 입을 떡하니 벌리자 석환 형이 피식 웃었다.

“너희 이제 신인 아니야. 얘들아.”

“…….”

“세상에, 팬 쇼케이스를 코앞에 두고도 몇 명이 오는지 모르는 가수라니.”

홍보용 일화로 써먹어야겠다며 중얼거리는 석환 형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서로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맙소사.

2천 명이라니.

“얘들아, 이제 무대 올라가자.”

멤버들과 조용히 복도를 걸었다.

2천 명의 여파에 여전히 얼떨떨하긴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보다는 설렘이 더 커져 간다.

이윽고 발걸음이 조금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우리 수플레들과 또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덕순덕순하다.

저녁 8시.

이전 시간대에 1위로 진입한 우리의 ‘바람꽃’은 여전히 꼭대기에서 꽃잎을 살랑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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