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40)화 (24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40화

“이거 봐요.”

“이야. 진짜 너무한다.”

바람꽃이 음원사이트에 업로드 되기 전, 수플레들이 핸드폰 화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선공개된 뉴블랙의 뮤비를 두고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말이 오가고 있었다.

-뉴블랙 이번 뮤비 좀 읭스럽다 ㅋㅋ

-노래 구려

-애매하네. 불꽃놀이랑 마커는 타덕인 내가 들을 때도 터질 거 같다 싶었는데

-ㅇㅇ 한 방이 없음

-쎈 노래하다가 확 약해지니까 음.. ㅎ

-이번에 머글들한테 얼굴 알렸다고 머글픽으로 노래 부랴부랴 만든듯 ㅋㅋㅋ

-머글들한텐 중독성이 있어야 함. 이걸론 부족하지

화면을 보고 있는 수플레들이 분개했다.

“와. 뭐야뭐야. 진짜 노래 감별사들 나셨네.”

“대체 이 플로 몇 페이지야. 이게.”

대놓고 별로라고 혹평하는 글도 있었지만 교묘하게 다수의 의견인 척 써 놓은 글도 있었다.

[지금 사람들한테 별로라는 반응 나오는 뉴블랙 뮤비.metube]

[뉴블랙이 직접 프로듀싱했다는 이번 앨범 노래]

[현 시각 MV에서 생각만큼 반응 못 얻고 있는 신인 아이돌]

보기만 해도 속 터지는 글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이번 앨범 노래 좀 별로인 듯ㅋ 아 뉴블랙이 프로듀싱 했어?’ 류의 반응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댓글창에서는 수플레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지만, 앵무새처럼 ‘별로다! 별로야!’ 하는 이들은 꾸준했다.

-아니ㅋㅋㅋ 대중성 좀 얻었다고 얘네가 성역됨? 별로라고 하면 별로라고 할 수도 있지

-팬들 유난 개심함

-고나리질 오진다. 댓글 고나리 금지야

-돌이 직접 작곡해서 그런가? 얘네 팬들 노래 부심 너무 심해;; 보면서 눈살 찌푸려짐

-음악계 종사하는데 객관적으로 평해줄게. 동료 작곡가들도 똑같이 한 얘기임. 사비 파트에서 터져야 하는데 여기서..

아이돌 덕질 경험이 많은 수플레들은 ‘이 또한 지나가려니’ 하고 덤덤하게 보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놀란 눈치였다.

‘뭐가 이리 글이 많아?’

마스커레이드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뮤비와 노래를 두고 이래저래 말이 많았다.

중소 기획사의 신인 아이돌을 두고 나올 만한 정도의 반응은 아니었다.

대형 기획사의 유명 신인이 컴백한다면 모를까.

수플레들은 처음 겪어 보는 일이었다.

“그냥 흘러가게 둬요.”

덕질 경험이 많은 수플레가 핸드폰을 보고 부들부들 하는 누군가에게 말했다.

“어차피 이런 망무새들이 난리칠수록 화제성만 높아지는 거라. 결과 나오면 또 말 바뀔 걸요.”

“그러겠죠?”

“네.”

“…와, 근데 되게 차분하시네요. 부럽다.”

“뭐. 이 바닥에서 이러는 거 하루이틀도 아니고. 글 흐름 봐요.”

손가락이 화면을 가리켰다.

“노래 얘기만 많지. 뮤비 퀄리티에 대해서 말 나오는 건 하나도 없잖아요.”

“어, 그러네?”

노래가 어쩌니 저쩌니 하지만 뮤직비디오 퀄리티가 별로라는 말은 없었다.

혹평하기에는 한눈에 봐도 퀄리티가 좋았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한 것이 노래밖에 없어서 그거 하나에 몰두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얘넨 대체 뭐하는 애들이지?’

꼭 뉴블랙에게 떼인 돈이라도 있는 것처럼 물어뜯는데 얼굴 한 번 보고 싶었다.

무슨 원수라도 졌냐고.

하지만 어느 수플레의 말대로 안 좋은 평이 늘어날수록 관심 역시 늘어나는 건 사실이었다.

도가 넘게 까이자 반감을 가지고 나서는 이들도 보였고.

-너무 성급한 거 아냐? 성적 나오고 얘기해도 늦지 않을 거 같은데;;

-노래 좋은데..? 내 귀가 이상한 거?

-이건 어느 돌이든 마찬가지 아니냐. 2집 나오면 1집이 좋았다 하고 3집 나오면 2집이 좋았다 하고. 뭐 어쩌라는건지 ㅋㅋㅋ

-얘네 지난번에도 라이브 창조논란 누가 제기하지 않았음?

-이때다 싶어서 또 후려치는 거지 뭐

그런 식으로 신인 보이그룹의 컴백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돌 커뮤니티의 이슈가 될 때였다.

“6시!”

“6시 됐다…!”

쇼케이스 현장에 모여 있던 수플레들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곳곳에서 핸드폰 화면을 빠르게 두드리는 손들.

주요 음원 사이트의 스트리밍과 함께 앨범 리뷰란에 선플을 남기기 시작했다.

사뭇 긴장된 분위기.

‘잘 됐으면 좋겠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품은 소원이었다.

특히 그들의 가수 때문이었다.

라이브 방송 등을 보면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고 해야 하나. 가수는 티가 안 난다고 생각하겠지만 팬들의 눈에만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3집 컴백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모습이라든가.

타 방송에서 평소보다 더 몸을 날려가며 홍보를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라든가.

3집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고 있기에 그저 잘 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런 생각이 현장에 있던 수플레들의 머릿속에 꼼지락거릴 때였다.

‘얼마나 나올까?’

마스커레이드 때보다 팬들이 더 늘었으니 그보다는 더 많겠지? 그래도 썸씽보단 높으면 좋을 텐데.

일명 뉴블랙을 이겨라.

바로 그때, 5분 차트를 확인한 누군가가 눈을 부릅 떴다.

“어……?”

다른 팬들도 5분 차트를 확인하고는 눈을 휘둥그레 뜨기 시작했다.

이내 비명과도 비슷한 소리가 터져 나올 때.

쿠르릉-

만약 천둥 소리에 묻히지 않았다면, 대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던 뉴블랙도 이상함을 눈치챘을 뻔한 순간이었다.

“…….”

정적과 함께 자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얼떨떨함.

빗방울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데도 우산을 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다시 한번 천둥과 함께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곧이어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우산을 다급히 폈지만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기쁨은 숨길 수 없었다.

“……!”

자리에 있는 수플레들의 눈에는 마치 내리고 있는 빗줄기 하나하나가 황금빛으로 빛나는 숫자 ‘1’처럼 보였다.

*   *   *

음원차트 진입 1위.

현장이든 온라인이든 수플레들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얘들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

-풍악을 울려라!!!!! ㅠㅠㅠㅠㅠㅠ

-어우 저 눈물나여..

-으이씨 지호 말투하니까 애들 생각나잖아여ㅠㅠㅠㅠ

-이모가 지금까지 사랑했다..

-다.. 다 이뤘어.

-여기가 제가 누울 자리인가요?

-ㅋㅋㅋㅋㅋㅋ왜 갑자기 다들 갈라고 해요 가지 마요!!

그야말로 곳곳에 퍼져 있는 수플레들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고 있었다.

모두가 축배를 들고 있는 순간.

뉴블랙의 진입 1위에 들썩이고 있는 건 수플레들만이 아니었다.

-얘네가 진입 1위..?????

-팬들 화력 미쳤네ㅋㅋㅋㅋㅋ

-노래 좋다고 생각햇는데 진입 1위까지는 생각 못했음

-뉴블랙 언제 이렇게 커졌어??

-대중성 좀 있다고 생각했는데 화력 뭐임..? 대박이다 진짜

-뜨긴 떴구나 얘네

동시에 지금까지 혹평에 가려져 있었던 호평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론이 뒤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노래 진짜 좋다.. 가사도 서정적이고

-장르 좀 특이한 느낌인데 좋다ㅋㅋㅋ 무슨 장르인지 딱 잘라 설명을 못하겠는데 좋아

-진짜 좋아. 귀에 착 감기네

-대중픽이랑 평론가 픽에서 균형 잘 맞춘 느낌 ㅋㅋ

-요새 맨날 너뿌셔 나뿌셔 뿌셔뿌셔 집착 컨셉 많았는데 뭔가 힐링하고 좋다

-근데 노래 좋기만 한데 지금까지 왜 까인 거임??? 진짜 안 좋은지 들어도 모를인데

-야. 아까 자칭 작곡가 어디 갔냐?

혹평을 하는 이들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져 있었다.

여전히 남아서 ‘이게 진짜 대중픽인지 알려면 시간이 지나야 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물론 어떤 반응이 나오건 수플레들은 더 이상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이야! 우리가 1위 가수 팬이다!

-☆경축,,, 노블랙 망고 차트 대회 입상★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저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2위는 무슨 느낌일까요..?

-흠..

-긁적긁적.. 2위라..

-2위 공기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걸?

-특) 진짜 2위 공기 마셔본 적 없다

-다들 이러지 마요 내가 다 대리 수치야 ㅋㅋㅋㅋ

-아우 창피해 ㅋㅋㅋ

-공개 전까지 오들오들 떨고 있었으면서 갑자기 급 졸부 마인드 ㅋㅋㅋㅋ

-내 나이 여덟살, 뉴블랙 뽕에 취한다..크

-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넷에서 유쾌한 드립이 오가면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 때, 현실의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였다.

“푸하하!”

“저거 봐요, 저거.”

그들이 웃고 있는 건 공연장에 진열된 화환들이었다.

♧ 장소원 &(리사) - 미니 2집 대박 기원!! (대박 나 얘들아!)

♧ PBS 명곡발굴단 - 뉴블랙의 컴백을 명곡단이 응원합니다!

♧ PBS 명곡발굴단 - 그러니까 얘들아..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돌아와

♧ 명품 보컬 차우현 - 뉴블랙 화이팅 (>ㅁ<)

♧ THE 맥시 - 에궁.. 벌써 3집이라니..

♧ GTV ‘슬립’ 일동 - 잡범들과 허 의경의 컴백을 응원합니다 :D

그 외에도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멘트들로 가득한 화환들을 보며 수플레들이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 있었으니.

♧ TBC ‘사나이가 간다’ - 뉴블랙의 컴백과 대박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TBC ‘사나이가 간다’ - 이래도 안 올 거예요? 이래도? 우린 예비군 아이돌 포기 못해

♧ TBC ‘사나이가 간다’ - 우주 씨.. 자니..?

훈훈한 멘트를 적고는 바로 옆에서 잔뜩 질척대고 있는 군대 예능 제작진이었다.

그 내용을 보고는 하얗게 질린 얼굴을 떠올리며 수플레들이 키득거렸다.

그렇게 굿즈와 사진을 챙겨든 팬들이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와…….’

작년 팬미팅에 참석했던 팬들은 스탠딩으로 모인 인파를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

언제 이렇게 늘었을까?

거의 반년만의 컴백이라 일부러 행사 규모를 늘렸다는데 실제 체감으론 그보다 더했다.

‘컸구나. 우리 애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다.

시청률이 굉장히 잘 나오는 경연 프로에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고, 최근에 SNS 스타로 떠오르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SNS를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이름.

최근에 비주의 ‘옥저의 민며느리’와 중현이의 ‘고구려의 데릴사위’ 짤도 유명해지기도 했고.

막내가 6두품인 형들을 부려먹는 장면이 ‘흔한 진골 귀족의 인성질’이라는 제목으로 뜨기도 했으니까. 그 때문에 서리혁이 최치원 코스프레를 하며 당나라로 가는 장면도 짤로 돌아다녔다.

그렇게 역사탐험대가 화제와 함께 큰 반향을 일으킬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기는 했다.

다만 그 인기를 피부로 느끼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진입 1위도 그렇고.

공방에 오면 늘 보이는 얼굴들도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얼굴이 더 많이 보인다고 할까.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사람들에게 꽉 끼고 말았다.

‘하하, 규호야…….’

콩나물시루처럼 끼어서 팔을 겨우 뺄 때였다.

조명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대형 스크린에서 음악 소리가 거세지기 시작했다.

저녁 8시.

뉴블랙의 인트로 무대를 앞두고 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형 앰프에서 나오는 진동이 고막을 울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가수.

마침내 무대 위로 날렵한 다섯 인영이 모습을 보이면서 비명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환한 조명 아래 다섯 멤버의 모습이 드러날 때.

“……?”

객석과 가까운 수플레들이나 시력이 좋은 이들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참고 말았다.

‘얘네 울었구나.’

본인들은 굉장히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잔뜩 울고 온 티가 나고 있는 뉴블랙이었다.

*   *   *

위기는 두 번 찾아온다.

인트로 무대가 끝나고 나서 다시 한번 눈물이 나올 뻔했다.

진짜 반갑다.

여태까지 방송 활동은 많이 했지만, 이렇게 직접 팬들과 ‘만남’을 목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나자고 약속만 하다가 드디어 만난 느낌이라고 할까.

내 마음은 이미 달려가서 저기 서 있는 팬들 사이에서 뛰고 있었다.

동생들도 들뜬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감사합니다.”

무대 위로 뛰어온 스탭들이 핸드 마이크를 하나씩 건네주고 갔다. 내가 씩 웃으며 눈짓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뒤이어 귀청이 따가울 만큼 커다란 함성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우리를 향한 단독 함성 중에서도 가장 큰 함성.

“…….”

눈을 휘둥그레 뜨고 동생들과 서로를 바라보았다. 가만히 있어도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나온다.

이게 2천 명이구나.

1층에 스탠딩으로 늘어서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2층에도 야광봉을 흔드는 이들이 빼곡했다.

작은 콘서트라도 연 것처럼 가수와 팬들 모두가 흥분해 있었다.

이제야 좀 실감이 난다. 여전히 얼떨떨하긴 하지만.

“네, 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형, 떨려여?

-우주 형 떨리는구나. 덜덜덜.

-왜 이렇게 떨어요?

이 하이에나들이 놓칠 리가 없지. 동생들을 슬쩍 흘겨보다가 마이크를 잡고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실감이 잘 안 나네요. 밖에 소나기도 오고, 기다리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이렇게 저희를 만나러 와 주셔서 감사해요!”

-감사해요!

-제가 제일 감사해여!

객석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눈을 마주치면서 숨을 골랐다.

“많이 기다리셨죠? 저희가 드디어! 이번에 미니 2집, ‘Yellow, the Color of Sunshine’으로…”

-돌아왔어요!

터져 나오는 함성과 함께 야광봉의 물결이 흔들렸다.

이내 한 명씩 팬들에게 돌아가면서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고, 내가 대표 멘트를 하는 시간.

“음…….”

이걸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차트 진입 1위에 대해서 말을 꺼낼까 고민하다가 언급을 피하기로 했다. 팬들이 성적을 언급하는 것과 가수가 직접 성적을 언급하는 것은 무게감이 다르니까.

무엇보다 만약 이번 노래의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우리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기쁜 일은 기쁜 일이지만.

결과가 어찌 됐든 우리가 느끼는 고마움은 변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을 말해주고 싶었다.

“먼저 이 자리에 와 주신 팬분들을 포함해 응원해 주는 수플레분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여기저기서 들뜬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3집을 만들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가끔은 힘에 부칠 때도 있었는데, 지금 이 순간으로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팬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내 마음이 얼마나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미니 2집 다 들어보셨어요?”

‘네!’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 대답 하나에도 동생들과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노래 어땠어요?”

여기저기서 좋았다고 하는 대답이 돌아오는 가운데, 내가 마이크를 잡고 말을 이었다.

“지금쯤 궁금하시겠지만, 이번 팬 쇼케이스에서는 특별히 진행하시는 MC 분이 없어요. 저희가 직접 회사분들에게 말씀을 드려서 직접 진행을 하겠다고 했는데.”

비주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이번 앨범에 우주 형이 프로듀싱을 전반적으로 담당하고, 저희도 제작에 참여했거든요.

-가수이자 제작자로서 여러분들에게 앨범에 대해 정말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여.

우리보다 우리 노래를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팬들과 만나서 노래에 대해서 직접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자는 것이 이번 팬 쇼케이스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토크를 하려는데, 아까부터 적당히 넘어가고 있었던 개인 멘트들이 귀에 들어왔다.

리혁이가 지레 허를 찔린 사람처럼 마이크를 잡았다.

-자꾸 저희 울었냐고 하시는데 절. 대. 안 울었습니다.

-맞아여.

웃음을 터뜨리는 팬들에게 지호가 새초롬한 얼굴로 대꾸했다.

-저희는 눈물이 없거든여. 저는 허 의경이 사망할 때도 안 울었습니다. 냉정해요.

비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 저도 안 울었어요.

-저는 한 방울 정도.

…라고 이실직고 하는 애들을 보며 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거기에 그만 동참할 뻔했다.

다들 붕어처럼 눈이 퉁퉁 부어 있었으니까.

‘진정해, 뉴블랙’이란 플래카드를 흔드는 팬을 보고 그만 웃음이 터질 뻔한 걸 참았다.

내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네, 그럼 저희 울보들과 함께 미니 2집 소개 들어볼까요?”

울보들의 격한 반발을 무시하며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   *   *

팬 쇼케이스가 진행되면서 뉴블랙 멤버들이 앨범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방송이 몸에 익었는지, 2집 때까지 남아있던 서툰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능숙하게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물 흐르듯 진행을 하고 있었다.

-저 뮤비 배경이 순천의 갈대밭인데 비주가 길을 잃었어요.

-우리 아이 찾기 어플로 겨우 찾았죠.

-그거 좋더라. 비상 누르니까 ‘엄마! 저 여기 있어요!’ 하고 쉴 새 없이 울려대던데.

분위기가 처지지 않도록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는 탓에 도리어 팬들의 기가 빨려나가는 느낌이었다.

-꺄하하하!

-꺄르륵!

그리고 마침내 미니 2집의 타이틀곡인 ‘바람꽃’의 공연을 할 때가 되었다.

-바람꽃은 제가 작곡에 참여하게 됐는데요. 가끔 혼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때, 당신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다… 라는 주제를 담았어요. 누군가에겐 힘이 될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습니다.

비주가 미소를 지으며 간략한 소개를 더 이어갔다.

멤버들이 의상을 갈아입기 위해 내려간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잔잔한 음악과 함께 막이 올랐다.

무대에 선 것은 뉴블랙의 래퍼였다.

바람꽃에 앞선 ‘Intro : Wind’의 무대였다. 재즈처럼 잔잔하면서 트렌디한 음악이 관객들을 감쌌다.

드럼 소리와 함께 랩이 시작됐다.

엇박과 정박을 줄타기하는 플로우 속에서 가사가 흘러나온다.

바람이 어딘가의 골목에서 꽃씨 하나를 발견하고, 그것을 흙으로 옮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 큰 바람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작은 바람은 그 하나 어려운.

길가에 피는 들꽃 하나의 씨앗을 심는 것 하나조차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하는 가사였다.

‘Wind’의 무대가 끝나고 나서 그와 곧바로 이어지듯 음악이 바뀌기 시작했다.

무대에 가만히 서 있는 김중현의 옆으로 멤버들이 올라왔다.

바람에 나부낀 꽃씨처럼 부드럽게 흘러들어온 뉴블랙의 멤버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잡기 시작하고.

봄의 소년들처럼 화사하게 치장한 의상이 조명 아래 반짝이면서.

바람꽃의 무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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