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63화
다섯 명이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잔잔한 전주 속에서 손목이 한 차례 빙글 돌고, 또 한 번 빙글 돌면서 팔이 서서히 내려왔다.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민들레 씨앗처럼.
이윽고 뉴블랙의 메인댄서가 정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일순간 음악이 멎고.
분위기가 달라진 멜로디와 함께 그의 입술이 열렸다.
기억해
너와 나의 별빛을
잔잔했던 도입부가 순식간에 빠른 템포의 댄스 음악으로 바뀌면서, 메인댄서가 손을 회수했다.
동시에 그를 중심으로 멤버들이 흩어졌다.
꽃잎처럼 네 멤버가 메인댄서를 에워싼 가운데 댄스 브레이크가 이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전광판에 땀방울이 성글성글한 얼굴들이 잡힐 만큼 격한 안무였다.
묵직하기보다는 가벼운 느낌.
손짓 하나, 발짓 하나를 할 때마다 유연하면서도 기분 좋은 시원함이 뿜어져 나왔다.
객석에서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
중독성 넘치는 댄스곡의 멜로디와 화려한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니 절로 흥이 차올랐다.
‘잘한다.’
개개인의 춤 실력도 좋았지만, 그 합은 최고였다.
한 명이 움직이면서 빈 공간이 생기면 바로 다른 멤버의 손이 그 공간을 채워줬다.
댄서가 없는데도 다섯 명만으로 스테이지를 꽉 찬다고 할까.
‘그림자도 춤추는 거 같아.’
조명 효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림자까지 너풀너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착시인가.’
물론,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Flower Dance의 안무에는 숨겨진 디테일이 많았다.
뒤에서 보았을 때의 춤선, 위에서 내려봤을 때의 전체적인 구도. 조명을 고려한 움직임까지.
뉴블랙이 어느 세계적인 안무가를 압착기에 짜듯이, 비틀고 쥐어짜내서 만든 안무였다.
한국의 수플레들은 만약 Flower Dance 안무가 말을 한다면 에밀레종처럼 클레이, 클레이 하고 울 거라는 드립을 치곤 했다.
그만큼 지금의 아름다운 춤선은 바로 그 결과물이었다.
손짓 한 번에 클레이의 눈물이, 발짓 한 번에 클레이의 딸 조이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와…….’
멋들어진 춤을 보며 감탄하던 때.
메인 보컬이 후렴구를 앞두고 나타났다.
다른 멤버들이 바닥에 눕듯이 앉아 그에게 손을 뻗는 동안, 메인 보컬이 손을 내뻗으며 고음을 냈다.
뒤돌아 서지 마
이대로 멈춰
Stay
It’s our time to bloom
같이 꽃을 피워 내자는 가사와 함께 메인 안무가 변주됐다.
그렇게 3절까지 쉴 새 없이 안무가 이어지고, 마침내 Flower Dance의 무대가 끝났을 때.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뉴블랙 멤버들의 얼굴이 전광판에서 반짝였다.
“와아아아아아!”
일본 팬들의 환호에 그들이 땀을 훔치며 환히 웃었다.
리더가 흐트러진 헤드 마이크의 위치를 가볍게 조정하고는, 멤버들을 일렬로 세웠다.
-자, 인사해 볼까요?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저희는 뉴블랙입니다!
무대에서 파워풀하게 춤추던 모습은 어디 갔는지 올망졸망한 얼굴들이 활짝 웃고 있었다.
한 차례 자기소개가 오간 후, 우주가 대표로 멘트를 던졌다.
-여러분, 재미있으셨나요?
손에 쥔 것은 없었지만 마이크처럼 손을 쭉 내미는 그에게 신난 관객들이 호응했다.
그중 몇몇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본에서 오래 살았나? 발음이 되게…….’
묘하게 지역 토박이 같은 느낌에 일부 관객이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꺼내 검색했다.
‘어…? 대만 사람이었어?’
‘대만 사람이었는데 뉴스 타고 길거리 캐스팅이 된 거구나. 한국어랑 일본어 엄청 잘하네.’
‘월드 클래스 베이비. 이건 뭐야……?’
일본 웹에 나온 잘못된 정보와 사진으로 사람들이 기묘한 오해를 품고 있을 때.
리더가 미소를 지었다.
-정말 신나네요. 아직도 저희가 이렇게 큰 공연에, 그것도 해외에서 참여한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 말에 어깨가 널찍한 멤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직도요?
-…지금은 실감나죠. 중현 씨.
-아하.
순박한 표정을 짓는 중현의 모습에 관객들이 웃었다.
방금 전까지는 회초리를 든 사람처럼 ‘내 랩에 한 번 맞아볼래?’ 하는 강렬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어디 지역의 영농 후계자 같은 푸근한 인상이었다.
그때 조용히 물러나 있던 비주가 나섰다.
Flower Dance에서 가장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준 덕인지 얼굴이 잡히자마자 함성이 흘러나왔다.
관객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얘도 무대하던 때랑 분위기가 다르네.’
무대에서 ‘이게 춤이다, 미천한 인간들아’하던 카리스마 넘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상냥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정말 오늘 무대는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기억을 선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어서 장문으로 일본어 소감을 말하는 메인 보컬과 작은 하트, 큰 하트, 중간 하트를 보내던 막내까지 인사를 마쳤다.
이제 토크를 끝내고 다음 무대로 넘어가야 할 시간.
주변에 뭉쳐 있는 멤버들을 바라보며 웃던 우주가 다시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오늘 정말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기뻐요. 저희 다섯 모두 지금의 좋은 에너지를 받아 더욱 열심히 무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객석에서 수플레들이 ‘너희는 우리의 꽃’이라는 플래카드를 흔들고, 멤버들이 손을 흔들 때.
-참.
우주가 할 말이 남아있다는 듯 걸음을 멈췄다. 그의 얼굴 위로 유쾌한 미소가 감돌았다.
-다음 곡 소개를 빠뜨릴 뻔했네요. 현재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바람꽃이라는 곡인데요.
수플레들이 일당백의 함성을 질렀다.
-무대를 시작하기 전에, 여러분에게 알고 보면 재미있는 정보 하나를 알려드리려고 해요.
리더가 눈짓하자, 메인댄서가 나서서 방금 했던 Flower Dance의 마지막 동작을 재연했다.
-이게 마지막 동작이었는데요. 바람꽃은 바로 여기서 안무가 거꾸로 진행이 돼요.
교관처럼 이번에는 그걸 역재생해서 바람꽃의 안무를 보여 준다.
관객들이 궁금증을 품을 때, 리더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로 Flower Dance의 멜로디를 역재생하면 바람꽃의 멜로디가 되기 때문인데요. 이 부분까지 유념해서 보신다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하실 수 있을 거예요.
이윽고 뉴블랙이 무대 대형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칠흑 같은 어둠이 무대를 뒤덮고.
관객들의 눈에 방금 전까지 환했던 조명의 잔상이 얼룩처럼 남아 있을 때, 노란 조명이 훅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어…? 이 노래……!’
바람꽃이 나온 순간, 관객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거 들어봤는데!’
누구 노래인지까지는 몰랐지만 K팝 앨범을 파는 레코드점이라든가 관련된 곳에 가면 꼭 나오던 노래였다.
듣다 보면 같이 흥얼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이 있던 그 노래.
그제야 ‘바람꽃 - 뉴블랙’ 같은 플레이리스트의 제목을 기억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아. 얘네가 한국에서 유명해졌다는 애들이구나.’
이름도 잘 몰랐던 신인 그룹이 왜 뒷순서에 있는지 궁금했던 의문이 단번에 풀렸다.
객석 곳곳에 흩어진 수플레들은 야광봉을 열심히 흔들었고, 관객들은 음원으로만 접했던 노래를 듣는다는 생각에 살짝 설렘을 느꼈다.
아까의 파워풀한 분위기와 달리 부드러운 바람꽃의 무대.
한편, 무대 구석에서 응원 중이던 어느 한국 수플레의 얼굴에는 ‘?’ 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거꾸로 튼 거라고……?’
바람꽃의 멜로디를 역재생하면 Flower Dance가 나온다는 건 아직까지 공개된 적 없는 정보였다.
그래서 ‘대박 정보다!’ 하며 속으로 환호를 했는데 아무리 들어도 들어도 알 수가 없었다. 우주 말로는 분명 거꾸로 재생한 거라는데 들어도 분간이 안 갔다.
옆에서 같이 끙끙 앓으며 듣던 다른 관객들도 이내 모르겠다는 얼굴로 포기했다.
‘몰라. 애들 얼굴이나 보자.’
거꾸로고 뭐고, 일단 우리 애들이 앞에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너덜너덜해진 미니 응원봉을 흔들던 수플레가 마음속으로 박규호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와아아아아……!”
단짠단짠처럼 매운맛 뒤에 나온 순한맛의 무대도 나름 좋았다.
바람꽃의 무대가 끝나고 뉴블랙 멤버들이 미소를 지을 때.
마지막 곡에 이르자 무대 위로 댄서들이 우르르 올라오기 시작했다.
“……?”
그렇게 시작된 음악은 오늘 관객들이 접한 적이 없었던 강렬하고 빡센 안무의 끝판왕.
마스커레이드였다.
‘사람이 날아……?’
‘진짜로 날아가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냐?’
4분 가까이 십수 명의 댄서들과 뉴블랙 멤버들이 모여 만든 칼군무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옆에서 같이 안무를 받쳐주던 댄서들도 무대가 끝나고 진이 빠진 얼굴로 서 있을 때.
촬영용 메인 카메라 앞에 선 뉴블랙 멤버들은 격하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환한 미소로 엔딩 포즈를 취했다.
그렇게 마스커레이드의 무대가 완전히 끝나고 뉴블랙 멤버들이 잠시 취객처럼 비틀거리는 동안.
“와아아아아……!”
오늘 있었던 무대 중에서 가장 커다란, 대기실에 머무르던 다른 출연자들도 놀란 환호가 흘러나왔다.
백스테이지에서 지켜보던 윤석환 실장과 뉴블랙의 스탭들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반응 진짜 좋네요!”
“뭐?!”
“진짜! 좋다고요!”
“뭐?!”
소리를 지르며 ‘우리 애들 최고다!’ 하며 부르짖는 스탭들이었다.
도원석이 ‘이게 바로 우리 애들이다’ 하며 객석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와, 뉴블랙 호응 대박이네.”
“……소리만 들어서 그런가. 무슨 서커스 쇼하는 줄.”
“마스커레이드인가. 그거 거의 교체용 무릎이 몇 개는 있어야 되겠던데.”
K팝 콘서트에 참석한 다른 가수들이 대기실에서 비명 소리를 들으며 혀를 내두를 때.
유일하게 이마를 짚고 근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적당히 좀 하지.’
‘매너 좀…….’
‘너네가 다 해 버리면 우리가 뭘 하냐.’
바로 그 뒷순서에 배치된 조애나와 보이그룹 에이스였다.
* * *
“아, 죽겠다……!”
“저기여! 여기 물 좀 주세여! 리혁이 형이 마른 오징어가 됐어여!”
“물! 물 갑니다!”
난장판이 벌어졌다.
백스테이지에 내려올 때까지만 해도 가까스로 참으며, 관객들에게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 줬는데.
관객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자마자 다 같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복도 벽에 주르륵 주저앉은 리혁이가 벽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젖혔다.
“야.”
“툭 치지 마요. 나 골 울려…….”
“괜찮냐?”
“아뇨. 롤러코스터 탄 것처… 우우욱!”
빈 봉지에 대고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
중현이만 멀쩡하게 땀을 훔치며 젤리 봉지를 뒤적이며 당을 충전할 뿐, 나머지는 모두 녹초 상태였다.
미남이 아니라 미역 모임 같다.
비주는 양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눈을 감고 있고, 지호는 리혁이가 걱정되는지 살피다가 이내 바닥에 반쯤 드러누웠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아아……!”
“엇. 인사하지 마세요.”
“뉴블랙입니다아아!”
“매니저님. 여기 가수분들 괜찮은 거 맞아요?”
“예. 저희 애들이 원래 이래요.”
콘서트 관계자들이 지나갈 때마다 꾸역꾸역 인사하는 우리 모습에 오히려 그쪽이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비주가 현기증 난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 진짜 중간 토크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거 없었으면 저도 마스커레이드 추다가 쓰러질 뻔.”
“…내, 내가 그래서 보컬곡 가자고 했잖아요.”
리혁이가 구역질을 멈추고 우리를 힐난했다.
“이번에는 약한 댄스다, 그래서 얼마나 기대했는데 나온 게 플라워 댄스야. 바람꽃도 무슨 그런 격한 보컬곡이 어디 있어요? 다음에는 진짜 보컬…우우우욱!”
“진정해. 우리 루쿠.”
“우우우욱!”
“그래. 그래. 마음껏 원망해.”
등을 토닥토닥 해 주는 내게 도끼눈이 돌아왔다.
확실히, 리혁이 말대로 체력 소모가 진짜 심하긴 했다.
운동장 수십 바퀴를 멈추지 않고 달린 것 같다고 해야 하나.
한참 동안 물을 마시고 심호흡을 한 후에야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그리고 힘들어서 못했던 하이파이브를 드디어 했다.
“다들 고생했어!”
“고생하셨습니다!”
일본 팬들과 진행할 쇼케이스 등이 남아있긴 했지만, K팝 콘서트는 우리가 최근에 가장 공들였던 무대였다.
많이 긴장했는데 다행히 실수 하나 없이 완벽했다.
굳이 미흡한 점을 꼽자면 아까 일본어로 멘트할 때 부적합한 단어를 몇 개 쓴 정도.
하지만 무대는 말할 필요도 없이 완벽했고, 현장 반응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와아아아아!
바깥에서 에이스에게 환호하는 팬들의 거대한 함성 소리가 들린다.
우리한테는 ‘그렇게 잘하면 우리 부담돼요’ 하시더니, 일본 내 인기 그룹의 등장답게 함성 소리가 남달랐다.
단독콘서트인 줄.
그때 지호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진짜 뼈 부서지듯이 했으니까 반응도 엄청 좋겠져? 이제 뉴블랙 치면 퍼포먼스 장인이다, 그런 거 나오고. 일본 팬들도 얼굴이 아니라 퍼포먼스다! 막 그러지 않을까여.”
“그러겠지? 이렇게 혼을 갈아서 했는데…… 후후후.”
“후흐흐하하!”
이제 신장개업 ‘무대맛집 뉴블랙’을 하자며 우리끼리 희희낙락 웃음을 터뜨렸다.
* * *
『 이번 일본 K팝콘 다녀온 후기 (의식의 흐름 주의) 』
현지 사는 사람임
일본인 친구가 에이스 팬이어서 같이 다녀옴ㅋㅋㅋ
휴덕한지 좀 오래돼서 초면인 그룹들 개많았는데 다들 무대 엄청 잘하더라
남돌 여돌 가리지않고 다 이쁘고 귀여웠음
주최측에서 vcr 이것저것 준비한거 같은데 지금은 다 기억증발;;
행사진행은 솔직히 구렸다
쨌든 오늘무대 호응 전반적으로 다 좋았던 듯. 나도 재미있게 봤고
가장 반응 왓던 건 아무래도 맨 뒤에 세 팀인데 그중에 뉴블랙이란 애들 진짜 임팩트 있었어
춤 엄청 열심히 추더라ㅋㅋㅋ 땀 범벅되는데 보면서 왜 한국서 반응왔다는지 이해함ㅋㅋ
근데 비주얼이 대박이엇음
춤이고 뭐고 얼굴만 보이더라. 머리 소멸직전인데 이목구비가 뙇! 뙇! 뙇!!!! ㅅㅂ 나다!!! 이런 수준으로 들어옴ㅋㅋㅋㅋㅋ 내 친구도 보면서 코평수가 확장되고ㅋㅋㅋ
멀리 떨어져도 코는 보이더라고
암튼 결론은 뉴블랙 얼굴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찐의식의 흐름이네
-에이스랑 조애나 후기도 쓴다며..?
-의식의 흐름ㅋㅋㅋㅋㅋ
-엇 내돌이다ㅋㅋㅋ 좋게 봐주서 고마우이ㅠㅠㅠ
-뉴블랙 애들은 늘 실물평이 좋네; 글케 잘생김?
-[작성자] 우주야야아아아악
-해석 : 그렇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궁금하다ㅋㅋㅋ 지금 다들 후기보면 다 자기돌 얘기한 다음에 말미에 뉴블랙한번씩 언급중
공연으로부터 얼마 후.
K-Net 측에서 K-pop 콘서트와 직캠을 제공한 날, 뉴블랙의 팬들은 요동치고 있었다.
-얘들아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애들 미모 레전드 찍엇다 이거에요ㅠㅠㅠ
-저거 초커 비슷한 띠 엄청 예쁘다..ㅠㅠ
-그거 알아요? 뉴블랙 숙소는 내 좌심방 우심방..☆
-갑자기 열받네.. 왜 너네만 좋은 거 보냐 일본 애들아ㅠㅠ
-규호쓰.. 이런 건 한국에서 해야지
-누가 케이팝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뉴블랙을 보게하라
-이 할미가 뉴블랙을 보고 눈이 2.0이 되었읍니다
-지호 이제 으른이다 으른ㅠㅠㅠㅠ
-여러분. 무대 얘기를 해보면 어떨까요. 애들이 엄청 열심히 준비한 무대 같은데 얼굴 얘기만 하면……
-얘들아 ㅠㅠㅠㅠㅠㅠ
-레인알콜님 그냥 우리 얼굴만 봐요
-아니. 저는..
-우주도 이번에 레전드 찍었던데. 사진 링크 더 드릴까요?
-네!
설마 모두가 다 얼굴 얘기만 하겠냐, 하는 뉴블랙의 농담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뉴블랙의 누군가는 신이 나서 리더의 사진을 열심히 저장하는 중이었다.
* * *
한편, K팝 콘서트가 끝난 당일.
어둑어둑한 바깥을 나서며 관객들이 개운한 표정을 지었다.
‘재미있었다.’
개운함이 감돌았다.
몇 시간 동안 열심히 흔들며 노래를 부른 뒤에 오는 개운한 피로감이라고 할까.
이제 집에 어떻게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피곤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느낌이었다.
‘……내 가수가 조금 더 많이 나왔다면 좋았을 텐데.’
아무리 주최 측에서 주고 또 줘도 부족하다 느껴지는 게 내 가수의 분량이다.
그런 아쉬움을 품은 채 무리지어 나온 이들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진짜 재미있었어.」
「그러니까, 처음에는 여기까지 보러 와야 하나 생각했는데. 확실히 보람이 있는 것 같기도.」
「다음에도 또 보고 싶지 않아?」
가수들의 팬은 자기 가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냥 K팝 공연을 한다기에 구경을 나온 이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뉴블랙이라는 그룹에게 좀 시선이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것 같지 않아?」
「진짜 미남이더라…….」
「끝나고 났는데 자꾸 그 노래들이 귀에서 계속 꽃꽃꽃 하는 거 같아.」
「나도. 나도.」
뉴블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무대 중에서 가장 임팩트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노래도 몹시 좋았기 때문이었다.
아직 일본 땅에서는 활동을 시작하지 않았던 한국의 보이그룹.
그들이 누군지 몰랐던 이들의 머릿속에 오늘 뉴블랙이란 이름이 도장을 콱 찍는 중이었다.
「보니까 팬들도 꽤 많은 것 같은데.」
「한국에서 인기 많은 그룹이라고 하더라.」
「왜 많은지 알 것 같아.」
그 말에 모두가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러모로 신기한 그룹이었다.
저 정도 생김새면 그냥 숨만 쉬어도 팬이 붙을 텐데. 몇 초마다 억이 생기는 억만장자의 통장처럼.
그런데 퍼포먼스는 당장 은퇴를 앞둔 노가수가 일생의 혼을 불사르는 것처럼 열정적이었다.
지금도 눈앞에서 아까의 화려했던 무대가 아른거리는 중이었다.
서로에게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오늘 관람한 일본 관객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이었다.
「진짜 신기하네.」
누군가 말했다.
「왜 자꾸 아까 나왔던 뉴블랙의 무대가 떠오르지?」
「그러니까.」
서로 얼굴 때문이다, 아니다 춤이다.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렇다, 하며 이야기를 나눴지만.
해답은 아주 간단했다.
* * *
한국.
레몬 엔터테인먼트 대표실.
“대표님.”
“어, 그래. 조 이사.”
박규호 대표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도 무대에 억을 썼나?”
“예.”
“하하하! 그래, 그래. 우리 애들 공연하는데 돈이 뭐가 중요해. 쓸 수 있을 만큼 다 써야지! 핫핫!”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테이블에 놓인 액자를 들었다.
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다섯 소년의 앨범 재킷 화보.
그가 입김을 불었다.
“호오오…… 호오오오오…….”
열심히 액자 유리에 입김을 불어넣은 박 대표가 안경닦이 수건으로 열심히 유리를 닦으며 흥얼거렸다.
“우리 애들. 돈주머니. 우리 애들.”
“…….”
“근데 조 이사, 표정이 왜 그래?”
“아,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요. 그… 억이 말입니다.”
“응?”
박규호 대표가 시선을 돌리자, 소파에 앉은 조규환 이사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그 억이요.”
“그래.”
“그 억이 그 억이 아니어서…….”
“왜 그래? 얼마인데?”
이윽고 조 이사의 입에서 무대 장치를 비롯해 VCR, 각종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의 총액이 흘러나왔다.
“……단독으로 그만큼이나 썼다고?”
“네.”
“그게 가능해?”
“네.”
조 이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저희 애들 특기가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만드는 거잖아요.”
“…….”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쓰고 싶은 만큼 다 쓰라고 했는데, 정말 다 썼…….
다 썼네. 다 썼어.
“아무래도 이번 특수 효과에 좀 들인 것도 있고. 현지에서 이것저것 조달하다보니 인건비도 많이 들어서.”
“…….”
“그래도 그 덕에 현지에서 지금 뉴블랙에 대한 반응이 좋… 대표님?”
덜그럭.
덜덜 떨리던 박규호 대표의 손에서 빠져나온 액자가 테이블에 떨어졌다.
사진 속에서 뉴블랙 멤버들이 환히 웃고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귓가에는 사진 속 멤버들이 ‘돈돈돈돈’하며 웃는 것처럼 들렸다.
그리고…….
지이잉-
때마침 진동과 함께 박규호 대표의 핸드폰에 문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우주 [대표님 감사합니다! 대표님이 사 주시는 밥 맛있게 먹을게요!]
우주를 필두로 뉴블랙 멤버들이 초밥집에서 하트를 그리며 ‘대표님 러뷰’ 하고 있었다.
“…….”
빼꼼 고개를 내민 조 이사가 말했다.
“어? 저기 비싸기로 소문난 맛집인데. 용케 알고 갔네요.”
“내가 가라고 했거든.”
“앗…….”
“그때는 무대 비용을 몰랐지….”
고길동 같은 표정을 짓는 대표의 모습에 조 이사가 ‘둘리가 그렇죠’ 하는 얼굴로 공감할 때.
박규호 대표의 귓가에는 여전히 ‘돈돈돈돈’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