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76)화 (276/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76화

한병철, 소풍날 독사에게 물려서 ‘독사’가 된 남자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와라!’

8번 교육생이 뛰어들어 왔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덕인지 슬로우 모션처럼 동작이 느리게 보였다.

‘효율적이네.’

레슬링 선수가 태클을 걸기 위해 달려들듯 상체를 굽힌 채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종잇장처럼 얇은 아이돌의 몸만 아니었다면 꽤 위협적이었을 듯한 느낌.

하지만 힘에 한계가 있어 보였다.

기본적으로 근육량이 부족하다 보니 저대로 충돌해도 하나도 안 아플 것 같다고 할까.

저 정도면 탁구공으로 맞은 정도로 아플 것 같다.

오히려 1팀에서 가장 근력이 약한 이정아 경장에게 맞았을 때, 더 아플 듯한 느낌.

‘뭘 보여 주지?’

이제 상대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테러범을 제압하는 동작을 보여 줄 차례였다.

고민하기도 전에 그의 몸이 반응했다.

독사는 상대를 붙잡아 부드럽게 매트에 메칠 준비를 했다.

“흐아아아압!”

그의 손이 상대의 팔을 붙잡았다, 무리가 없도록 살짝 틀고는 그대로 들쳤다.

‘가볍다.’

이거 60키로나 넘으려나.

180에 가까운 키에도 사람이 이렇게 가벼울 수 있구나, 하는 신기함을 느끼고 있을 때.

생수 6개짜리보다 가볍게 느껴지는 아이돌 멤버를 고스란히 바닥에 메쳤다.

‘됐다……!’

그야말로 완벽한 기술.

그가 흐뭇하게 웃으려고 할 때였다.

분명 상대를 메치기는 했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꼭… 뭔가를 빼먹은 듯한 느낌.

‘엇……!’

팔뚝을 내려다보니 여전히 팔이 엉켜 있었다.

“…….”

8번의 등이 바닥에 막 닿은 그 0.1초에 그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메치기를 하면서 무게 중심을 움직였는데, 마치 반대편에서 그걸 지렛대처럼 이용한 듯했다.

파앙!

몸은 하나도 아프지 않았지만, 머리가 망치로 맞은 듯 멍했다.

‘뭐지?’

1초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아이돌의 다리 사이에 머리가 끼어 있었다.

“……?”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가 돌아보자, 상대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야! 네가 어리둥절하면 안 되지!’

황당한 기분을 느낄 때.

독사 교관은 묘한 시선을 느꼈다. 어딘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사나이가 간다 출연진.

멍한 표정의 카메라맨.

뒤에서 ‘시청률!’ 하며 조연출과 얼싸안고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나이가 간다 PD까지.

“…….”

슬슬 부끄러움을 느낄 때. 출연진 사이에서 누군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 범인이 이겼네.”

“…….”

독사가 파들파들 몸을 떨었다.

“지금 누굽니까아아아아악!”

“…….”

“지금… 아, 잠시만. 8번.”

“…….”

“8버어어어언!”

“예!”

독사가 눈을 힐끔 위로 올려서 여전히 그의 목을 다리로 감고 있는 우주에게 말했다.

최대한 인자하고 부드럽게.

“교관 목 좀 풀어 줍니다.”

*   *   *

당황스럽다.

아니. 왜 제압당한 거야?

“방금 결과는 본 교관이 방심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그런 거구나.

하긴, 나도 놀랐다.

내 몸이 허공에 붕 떠서 바닥에 떨어질 때까지만 해도 역시 과연 프로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몸이 기술을 연계하듯 움직였다.

“8번.”

“8번 교육생 선우주!”

“평소에 무술 같은 걸 좀 배웠습니까?”

‘제발! 제발 그렇다고 말해!’ 라고 눈으로 말하는 독사 교관의 시선을 외면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정말 아닙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 제발!’ 하는 표정에 내가 미소를 지었다.

“가끔 미튜브 보고 배울 때가 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헛기침을 했지만 무너진 교관의 위신은 돌아올 길이 보이지 않았다.

사간 출연진들이 코 평수만 벌렁거리며 ‘저 교관을 믿어도 되나’ 하는 표정을 지을 뿐.

“흠흠, 그래서 이건 무슨 기술입니까?”

“그,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해 무술이 아니라 스턴트였다.

액션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기보다 체급이 월등한 최종 보스를 제압하는 장면이었나.

……근데 이거 되는 거였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제 촬영에서 와이어를 써야 하는 스턴트나 초능력 등은 따라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이것도 안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액션 감독이 현실 고증을 제대로 한 모양이다.

“어, 어흠, 어쨌든 8번! 들어가도 좋습니다!”

“예!”

“시범을 또 한 번 보여 주겠습니다.”

장난기가 동해서 내가 다시 돌아가려고 하자, 독사 교관이 다급하게 말했다.

“교육생 말고! 다른 사람 부를 겁니다!”

“예!”

카메라 뒤에서 도준기 피디와 조연출이 잘했다는 듯 깔깔 웃으며 엄지를 척 들었다.

독사 교관이 심호흡을 하며 출연진을 돌아보았다.

생각의 흐름이 보인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다칠 위험이 있는 나이대는 제외하고, 젊은 애가 셋. 그중에서 나는 빼고. 그 다음에 중현이에게 잠시 시선이 향했다.

그러더니 나와 중현이를 번갈아 보더니 슥 시선을 돌렸다.

역시 특공대원이다.

나와 중현이가 한패인 걸 알았구나.

그의 손가락이 한조를 짚었다.

“7번.”

“7번 교육생 이현조!”

“방금 8번처럼 똑같이 뛰어옵니다.”

“예!”

한조가 뛰어들었고 독사 교관이 부드럽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한조를 바닥에 눕혔다.

“오오……!”

우리가 박수를 쳤다.

‘그래! 이거지!’ 하는 표정으로 웃던 독사 교관이 씩 웃었다.

“어땠습니까. 방금 교관 멋있었습니까?”

“멋있습니다!”

“지금부터 2인 1조로 간단한 호신술 및 제압 기술 실습을 진행하겠습니다.”

하나둘 짝을 지어서 실습을 했다.

홀수라서 한조는 교관과 짝이 됐고, 나와 중현이가 짝이 되어 실습을 진행했다.

“중현아, 기술 들어간다.”

“네. 하세요.”

“간다. 흐이이이익……!”

“……?”

넘어가야 되는데. 왜 안 넘어가지.

“넘어가라아아!”

“형. 지금 힘준 거예요?”

뭔가 울컥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너처럼 강할 순 없어. 중현아.”

“의외로 약골이네요. 형.”

“네가 강한 거야.”

그렇게 근접 격투 훈련을 진행했다.

독사 교관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했다. 우리 쪽에도 올 것 같아서 중현이랑 합을 맞춰 보려고 할 때.

스르륵.

독사처럼 우리 옆을 빠르게 미끄러져 지나갔다.

“왜 지나가셨지?”

“그러게요.”

“어, 이번에는 오신다. 오신다.”

“자세 잡을게요. 형.”

다시 중현이랑 근접 격투의 합을 맞출 때.

스르륵.

이번에는 더 빠르게 스쳐 가고는 다른 곳에 가서 ‘그렇지!’ 했다.

요리조리 우리를 피하는 모습에 근처에서 바라보던 맏형 이필승이 미소를 지었다.

“교관님!”

“무슨 일입니까. 교육생?”

“기본기도 좋지만 좀 더 고급 기술을 배워 보고 싶습니다.”

“흠… 나쁘지 않은 생각입니다.”

교관이 새로운 기술을 보여 주겠다고 말하자 다들 모였다.

눈치 빠르게 방송인들이 분위기를 조성하며 슬쩍 ‘얘 데려가요, 얘’ 하며 할 때.

독사 교관이 상황을 다 파악했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가 교육생들 속셈을 알았습니다.”

“……?”

순진무구한 표정의 아저씨와 아이돌들에게 독사 교관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8번 교육생이랑 또 붙는 거 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본 독사는 눈빛만 봐도 압니다.”

다들 ‘에이’ 하면서 능글맞게 웃을 때. 독사 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다시 한번 해 봅시다.”

“와아……!”

“8번 나옵니다.”

“예!”

“뭐, 교관 앞이라고 쫄고 그럴 거 없습니다. 그간 쌓아 온 경험의 차이가 몇인데, 갑자기 액션 영화처럼 이상한 기술 쓰고 그러지 않는 한에야 질 일이 없습니다.”

이거 영화에서 뭐라고 부르더라.

전쟁영화에서 연인의 사진을 보면서 ‘돌아가서 결혼할 거야’ 하는 드립을 치는 장면을 보는 듯했다.

내가 몸을 풀 때 느긋한 표정의 민태원이 제안했다.

“혹시 하는 김에 내기…….”

“교관이 웃고 그러니까 우스워 보입니까?”

“아닙니다!”

“정신 차리십시오.”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부동자세로 설 때, 그가 픽 표정을 풀면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진짜 훈련이었으면 못 쳤을 드립이었다.

방송의 재미를 만들려고 한 거라는 점을 감안했는지 독사 교관이 물었다.

“좋습니다. 그런데 그건 이겼을 때 얘기고. 여기 8번 교육생이 지면 어떻게 할 겁니까?”

“…….”

“PT 1시간 추가.”

“아아아…….”

“아아 누굽니까? 방금 1시간 10분 됐습니다.”

‘이건 어떠냐!’ 하며 핫하 하는 독사 교관이 울상이 된 멤버들을 바라보더니 내게 시선을 돌렸다.

“교육생.”

“8번 교육생 선우주.”

“만약에 교육생이, 혹여 본 교관과의 대결에서 조금이라도 성과를 거둘 경우 내기에 이긴 것으로 판정하겠습니다.”

“예!”

“뭐… 원하는 거라도 있습니까?”

곁눈질로 주변의 멤버들을 살폈다. 무엇을 하면 다들 좋아할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했다.

“그럼 약간의 휴…….”

“휴식 안 됩니다. 지금 훈련 받으러 온 거 아닙니까?”

“그러면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고 싶습니다.”

다들 ‘오’ 하며 그거라는 듯한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더운 날씨에서 계속 구르는데, 달콤하고 시원한 것을 먹을 기회가 잘 없었다.

독사 교관이 피식 웃었다.

“그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뭐, 내기에서 교육생이 이긴다면… 제가 저 제작진들 아이스크림까지 사 주겠습니다.”

“……!”

카메라 뒤편에 선 제작진들이 ‘선우주! 선우주!’ 하면서 소리 내어 응원하기 시작했다.

“뭐, 긴말 필요 없고.”

내게서 거리를 벌린 독사 교관이 발로 바닥을 살살 긁었다.

그러곤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듯 무서운 표정으로 손을 까딱까딱했다.

“한 번 교관을 제압해 봅니다. 교육생.”

*   *   *

# TBC ‘사나이가 간다 - 경찰특공대 편 2부’

경찰특공대 구내매점.

한병철, 일명 ‘독사’ 교관이 시무룩한 얼굴로 지갑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독사 : 하…….

그동안 교육생들이 열심히 매점 아이스크림 칸을 뒤적뒤적하고 있었다.

열의에 찬 얼굴들.

독사 교관이 빽 소리를 질렀다.

독사 : 2천5백 원짜리 누굽니까! 내려놉니다.

중현 : (시무룩)

독사 : 그냥 쌍쌍바 하나씩 사서 나눠 먹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아아악!

다들 : (화기애애)

애타게 고함을 질렀지만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훈련 때의 독기는 어디로 갔는지, 교육생들의 눈길이 안 닿는 곳에서 독사 교관이 급격히 울적해졌다.

특공대원에서 사회인으로 돌아온 표정.

제작진 : 돈이 부족하신가요?

독사 : (눈물)

제작진 : 그럼 저희는 싼 거 집을게요.

이제는 제작진까지 같이 아이스크림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하늘을 보며 부르르 몸을 떠는 독사 교관.

다들 정신이 팔려서 매점 냉동고를 털고 있을 때, 우주가 그에게 스윽 다가왔다.

독사 : 뭡니까?

우주 : (조용히 해달라는 입모양)

독사 : ?

주머니에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카드를 꺼낸 우주가 독사 교관의 손에 쥐어 준다.

독사 : 이거…?

우주 : 저랑 같이 반반 내요. 교관님.

독사 : (감동)

그동안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주가 다시 아이스크림을 열심히 고를 때, 손에 쥔 카드를 받은 독사 교관의 눈에 찡함이 감돌았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인지 까먹은 채.

잠시 후.

이필승 : 우주야! 고맙다!

박호범 : 잘 먹을게.

우주 : 맛있게 드세요!

어느 영화에서 죄수들이 옥상에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씬을 오마주하듯 멤버들이 아이스크림을 여유롭게 음미하는 장면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스튜디오에서 흑복을 입은 독사 교관이 미소를 지었다.

독사 : 그날 뉴블랙 팬카페 가입했습니다.

작가 : (웃음)

독사 : 왜 그러세요? 진짜인데.

나름 등업까지 해서 ‘정회원’이라고 표시된 핸드폰 화면을 보여 주는 그의 모습에 제작진들의 웃음이 터졌다.

닉네임은 ‘최강인천독사’였다.

*   *   *

아이스크림과 함께한 2일 차 훈련이 끝나고.

3일 차에는 본격적인 실습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익힌 것들을 테스트하는 시간이라고 할까.

전술 3팀이 우리를 지도했다.

“…….”

교실처럼 손잡이를 잡고 좌우로 여는 문.

그 앞에서 흑복 위에 방탄조끼, 그리고 탄창이 빈 총기를 착용한 우리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다들 복면과 헬멧을 써서 표정은 안 보였지만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그간의 훈련 결과를 확인하는 시간.

-돈 가져와아아아악!

인질범 역할은 할 일이 없던 2팀 소속 독사 교관이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며 교실 안에서 행패를 부렸다.

학생들을 인질로 잡은 인질범 설정이었는데, 학생 대신 그림판이 세워져 있었다.

분대장을 맡은 연장자 이필승이 무전기를 쥐고 말했다.

“교실 내부 인질범 한 명 확인. 정신이 불안정해 보인다. 침투조 진입 대기 중.”

이내 무전이 되돌아왔다.

-진입하라.

특공대장의 허가에 이필승이 우리를 바라보았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그가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들었다.

손가락 다섯 개를 펴고, 카운트다운을 하듯이 하나씩 접어 간다.

“……경찰이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이 하는 거라 어설프긴 했지만 난동을 부리는 인질범을 성공적으로 제압했다.

“클리어!”

“클리어!”

주요 거점을 제압하고 ‘클리어’를 외치며 각자 위치를 사수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감독관을 맡은 전술 3팀 특공대원이 채점 결과를 말했다.

“침투조. 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방금처럼 진입하면 인질범에게 나 좀 쏴 달라 하며 가는 격입니다. 진입할 때는 무엇보다…….”

보완할 점이 수도 없이 많긴 했지만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 주었다.

흐느적거리던 사람들이 3일 만에 이 정도로 탈바꿈되었다는 점에서 평가를 후하게 하는 듯했다.

“흐어어…….”

다들 헬멧과 복면을 벗자 머리가 물에 빠진 것처럼 젖어 있었다.

민태원이 이거 보라며 자신의 벌겋게 변한 머리를 자랑하면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 진짜 특수부대가 괜히 특수부대가 아니네요.”

헬멧을 옆구리에 낀 채 계단을 내려가던 내가 말했다.

“처음에는 멋있는 장비 찬다고 좋아했는데. 이거 입고 뛰려니까 정말…….”

“저도요. 진짜 숨 막힐 것 같더라고요.”

한조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흑복 위에 6kg이 넘어가는 방탄조끼를 걸치고, 거기에 복면과 헬멧까지 쓰니 진짜 한 걸음씩만 옮겨도 숨이 턱턱 막혔다.

다행히 들고 있는 총기가 특수부대용이라 군에서 쓰는 K2 소총보다 가볍기도 하고.

탄창도 비어 있었지만…….

중현이마저 목에 흐른 땀을 훔칠 정도였다.

“아까 여쭤 보니까 실제 사건 벌어져서 출동하실 때는 거의 장비 무게만 20kg 된대요.”

“흐어어…….”

“20kg? 이것도 죽겠는데. 그 상태로 뛴다고?”

다들 혀를 내둘렀다.

특수부대 경력자들이 들어오는 부대라 그런지, 맛보기 훈련만으로도 죽을 맛이었다.

여기에 진짜 장비와 실제 테러범이나 인질극 같은 변수가 더해지면…….

“…….”

잠시 우리가 매일 밤 편히 잠들 수 있도록 고생해 주는 특공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오전 훈련을 끝낸 후.

오후에는 나름 즐겁게 지켜볼 수 있는 훈련이 이어졌다.

“안녕하십니까.”

연병장에 모인 우리 앞에 의경들이 인사를 했다.

“우와……!”

“와. 진짜 늠름하게 생겼네.”

“눈 초롱초롱한 거 봐.”

우리가 감탄하는 대상은 의경들이 목줄을 쥐고 있는 동물이었다.

북슬북슬한 털.

뾰족한 주둥이.

초등학생만한 커다란 덩치.

두 마리의 저먼 셰퍼드가 혀를 내밀고 헥헥 거리고 있었다.

묘하게 귀여운 외모에 모두가 큰 관심을 보였다.

“넌 이름이 무엇이니?”

“이름이 뭐냐니, 형님, 얘가 형보다 더 계급이 높을 수가 있어요.”

“그렇습니까. 견님?”

누군가의 견님 드립에 잠시 웃음이 나왔다.

경찰견이라 직접 손은 안 대고 다들 감상만 하며 ‘귀여워’ 하고 있을 때, 우람한 덩치의 40대 남자가 등장하자 모두 정자세로 섰다.

폭발물 탐지견을 총괄하는 탐지반 반장이었다.

“얘들은 일단.”

부리부리한 눈이 모두를 훑었다.

“개가 아니다.”

아니야?

“그럼…….”

“견이다.”

“…….”

“개가 아니라 견이다.”

‘개 견?’하던 누군가가 알아서 봉을 찍기 위해 달려갔다.

탐지반 반장이 말했다.

“개가 아니라 함은 특별한 목적을 띠고 있기 때문이지. 여기 있는 녀석들은 폭발물 탐지견으로서 공항 같은 주요 시설이나 중요 행사 등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견이다…?”

“그렇다.”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말투였다.

탐지반장이 견들을 소개했다.

“여기 두 녀석은 둘 다 수컷이고, 왼쪽에 서 있는 녀석이 정복이.”

“정복.”

“오른쪽에 있는 애가 지구다.”

“지구.”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이름이 귀엽다고 반응할 때, 반장이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원래 만세도 같이 있었는데 걔는 먼저 갔다.”

다들 숨 쉬는 걸 멈췄다.

“은퇴해서 우리 집에 분양받았지.”

“…….”

“하도 잘 먹어서 딸내미 학원비보다 사료 값이 더 나온다.”

깜짝 놀랐네.

다들 안도하는 동안 반장의 뒤에 서 있는 의경들이 익숙한 화법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본적으로 폭발물 탐지가 사람한테는 일인데, 얘네한테는 놀이다.”

탐지견의 기본 원리에 대한 설명이 들려왔다.

통이 여러 개 있고 그중에 하나가 폭발물.

거기서 폭발물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앉도록 교육을 시킨다. 그러면 사람이 잘했다고 보상을 주는 방식이라는 듯했다.

“그래서 훈련을 하면서도 잘 놀아 주는 게 중요하다. 얘들한테는 사람이랑 하는 놀이니까.”

그가 시범을 보이라는 듯 의경들을 불렀다.

이윽고 훈련이 펼쳐졌다.

통에 담긴 폭발물을 찾아 탐지견이 자리에 앉아서 헥헥 하면, 사람이 ‘잘했어! 잘했어! 끼얏호!’ 하는 식이었다.

“쟤네는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저렇게 목소리 톤을 높여 줘야 칭찬인 줄 알지.”

‘끼얏호우!’ 하는 의경의 외침에 셰퍼드가 신이 나서 방방 뛰고 있다.

“웃지 마라. 니들도 이따 한다.”

“…….”

뜨거운 열연을 펼친 의경들에게 모두 박수를 보낸 후.

간단한 원반던지기부터 먼저 실습해 보기로 했다.

이중에서 몸 제일 잘 쓰는 사람 나와 보라는 말에 자동적으로 내 등이 떠밀렸다.

셰퍼드 ‘지구’가 내 손에 들린 원반을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을 빛냈다.

“던져 봐라. 견이 좋아한다.”

“예!”

내가 자세를 잡고 원반을 쉬익! 던졌다.

부드럽게 날아가는 원반의 모습에 시큰둥하던 탐지반장의 눈에 잠시 이채가 띄는 게 보였다.

왈왈!

셰퍼드가 미칠 듯한 속도로 달려가고 모두가 원반의 궤적에 ‘와아아’ 할 때였다.

끼이이익!

원반이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셰퍼드가 급정거를 했다.

“다시 돌아오네…….”

“뭐야. 부메랑이야?”

“견이 개당황했는데?”

내가 던졌던 원반이 다시 내게로 돌아오고 있었다.

어떻게 할 새도 없이 쉬이익! 하며 돌아오는 원반에 손을 뻗자, 촙 하며 오른손에 감겨들었다.

그렇게 손을 뻗은 상태로 정지하자 주변 공기도 정지했다.

“…….”

내가 눈알만 데굴데굴 굴리며 눈치를 보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내 앞에 멈춘 셰퍼드만이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마치 ‘뭐야? 뭐냐구?’ 하는 느낌.

다들 박장대소를 할 때, 탐지반장이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두드렸다.

“들어가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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