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77)화 (277/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77화

머쓱하게 돌아온 나를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원반던지기에 도전했다.

“우와……!”

원반을 던질 때마다 견들이 파바밧 달려가 입에 쏙 물고 돌아왔다.

‘나 좀 원반 던지나 본데?’ 하며 흐뭇해하는 출연진에게 탐지반장이 말했다.

“뿌듯해하지 마라.”

“…….”

“니들이 잘하는 게 아니라 견들이 잘하는 거다. 아무리 개떡같이 던져도 쟤들이 다 잡아온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부메랑만 아니면 된다.”

“…….”

상대의 디스에 사람들이 키득거렸다. 특히 한조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내가 눈만 흘길 때, 탐지반장이 중현이를 불렀다.

“9번도 던져 봐라.”

“예!”

“그렇게 각 잡고 던질 필요 없다. 대충 힘껏 던져라.”

“힘껏 말입니까?”

“어차피 던져도 멀리 못 간다.”

출연진들이 ‘엇….’ 하는 반응을 보였다.

‘쟤 힘껏이 그 힘껏이 아니에요.’ 하고 말하고 싶은데 분위기상 말을 꺼내지 못하는 듯했다.

그저 시크하게 ‘해 봐라’ 하는 탐지반장의 반응을 기대할 뿐.

중현이가 원반을 든 손목을 몇 번 튕기더니 앞에 앉아 있는 탐지견 지구를 바라보았다.

“던질게.”

“그냥 던져라. 어차피 견은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왈왈!

“……가끔 대답할 때도 있다.”

모두 웃음을 참았다.

마치 ‘준비 됐어?’ 하는 중현이에게 견이 ‘예스예스’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내 중현이가 원반을 빠르게 던졌다.

“오오……!”

엄청 빠르다.

탐지견도 지금까지의 달리기는 맛보기였다는 듯 신이 나서 뛰기 시작했다.

심심풀이로 쥐를 잡다가 제대로 된 사냥감을 마주한 맹수 같다고 할까.

연병장 끝에 도착한 견이 점프하기 직전.

슈웅!

원반이 그대로 울타리를 넘어 점처럼 사라졌다.

“…….”

신나게 달리던 견이 멍하니 울타리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이쪽을 돌아보았다.

다들 웃음을 참고 있는 가운데 중현이가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탐지반장이 ‘흐음’ 하며 턱을 쓰다듬더니 중현이를 바라보았다.

“8번이랑은 무슨 사이냐?”

“같은 그룹입니다!”

“그럴 줄 알았다.”

그러고는 나와 중현이에게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3분 준다.”

“……?”

“둘이 뛰어가서 저 원반 가져와라.”

난 왜?

“1초 늦어질 때마다 PT 10개씩 추가할 거다. 180. 179.”

“으아아아아!”

나와 중현이가 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늦게 오는 사람은 벌칙으로 푸시업이라는 말에 중현이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파바밧!

“야! 김중현! 너어……!”

“미안해yo!”

“야아아!”

같이 뛰던 카메라 감독님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   *   *

“열아홉, 스물…….”

벌칙으로 받은 푸시업 20개를 하고 나서 일어났다.

며칠 동안 근육이 적응했는지 할 만했다.

왜 나까지 끼어서 같이 벌칙을 받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어째 초장부터 교관에게 찍힌 듯한 느낌이다.

“지금부터 시범을 보일 사람을… 자꾸 8번 밀지 마라.”

“그래도 8번이 저희 에이스입니다.”

박호범의 말에 교관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소리하지 마라. 무섭다.”

“진짜입니다.”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탐지반장이었다.

부메랑, 아니 원반 한 번 잘못 던졌다고 저렇게 불신의 시선을 받아야 한다니.

다행스럽게도 나와 중현이에 대한 평가는 곧 바뀌었다.

“옳지, 굿보이… 흐으아아악!”

폭발물 탐지에 성공한 탐지견과 놀아 주던 조소형이 목줄에 감긴 채 질질 끌려갔다.

모래투성이가 된 그와 신이 난 탐지견을 번갈아 보던 반장이 이마를 짚었다.

“…….”

이내 조소형이 ‘목줄 조심! 목줄 조심!’ 하는 외침을 지르며 운동장 뺑뺑이를 돌기 시작했다.

“이래서 핸들러는 개보다 센 사람으로 뽑는 거다.”

그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제대로 겪어 본 건 아니지만 탐지견들의 힘이 무시무시했다.

어지간한 성인도 잠깐 실수하면 꼼짝없이 당한다고 해야 하나.

괜히 탐지반장과 의경들의 팔뚝이 근육으로 꿈틀대는 게 아니었다.

“다른 교육생 나와 봐라.”

다른 사람은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부른 모양이지만 대부분 조소형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들 견과 힘 싸움을 하다가 밀려나거나, 잘못된 지시로 견을 혼란에 빠지게 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와 중현이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점점 부드러워졌다.

“8번, 다시 나와서 해 봐라.”

“예!”

훈련 내용은 간단했다.

C4 폭약이 담긴 통을 하나 두고 탐지견이 하나씩 맡아 보게 한다.

그중에서 견이 정답을 찾아내어 스윽 앉으면 ‘굿보이!’ 하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 준다.

“굿보이! 잘했어!”

‘요요요!’ 하며 신이 난 표정과 목소리로 훈련용 장난감을 내밀자, 견이 냉큼 그걸 물어 들었다.

우악스러운 힘이 장난감을 쥔 손에서 느껴졌다.

“잘했다. 거기서 놓지 말고, 견이랑 살짝 힘 싸움을 해 줘야 한다. 적당히 하다가 놓으면 된다.”

“예!”

어찌나 힘이 좋은지 등에서 땀이 줄줄 난다.

손을 놓자 셰퍼드가 신이 나서 장난감을 물고 몸을 흔들었다.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탐지반장에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다른 장난감으로 살살 꾀야 된다.”

“이렇게 말입니까?”

아까 의경 핸들러가 하던 걸 기억해서 따라했다.

새로운 장난감을 꺼내서 그걸 견 앞에서 유혹하듯이 흔들었다가 등 뒤로 숨겼다.

“……?”

호기심을 보인 견이 내 뒤꽁무니에 따라붙었다.

그때마다 손기술을 이용해 요리조리 움직이니 셰퍼드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내 새 장난감이 셰퍼드의 입에 들어갔다.

“잘했다.”

“감사합……?”

덥석.

상대가 내 손을 붙잡았다.

“역시 네가 선녀였다.”

탐지반장의 눈빛이 온화하게 변해 있었다.

다른 의경들도 자기들의 손동작을 똑같이 따라한 내게 신기하단 반응을 보였다.

“봤나. 다들 8번처럼 한다.”

“예!”

“8번, 다른 것도 한번 해 보자.”

순식간에 관심 병사에서 A급으로 승격된 내가 교관의 지시 하에 여러 훈련을 진행했다.

그중에서 가장 호평 받은 부분은 바로 칭찬이었다.

“그래! 잘했어, 굿보이! 잘했어!”

내가 ‘네가 세상에서 제일 최고야!’ 하는 목소리로 칭찬을 해 줄 때마다 견이 흥분해서 날뛰었다.

“저렇게 칭찬을 잘해 주면 견이 좋아서 미친다. 보고 배워라.”

탐지반장의 말에 수군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저 칭찬 나도 받아 보고 싶다.”

“우리 엄마도 나한테는 저렇게 안 해 줬던 거 같은데…….”

“저건 사람도 기쁠 거 같은데.”

연습생 때부터 축 처진 동기들을 북돋아 주기 위해 써먹었던 칭찬이 견한테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왜 중현이가 그 칭찬을 들으며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편 다른 부분에 있어서 지적을 듣기도 했다.

“봐라.”

지구가 잘못된 통 앞에 스윽 앉을 때 상대가 다가왔다.

“대형견은 머리가 좋아서 잔꾀를 잘 부린다. 내가 통 앞에 앉으면 인간이 좋아하는구나, 하며 아무 데나 앉을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해 줘야 된다.”

시키는 대로 ‘아니야!’ 하며 목줄을 잡아당기는데 효과가 약했다.

별로 안 무서워하는 느낌이었다.

“8번은 다 잘하는데, 견한테 싫은 소리를 못한다. 견을 관리하려면 때로는 엄할 때도 있어야 된다.”

그래도 잘했다며 칭찬을 들었다.

이어서 나온 중현이도 교관의 칭찬을 받았다.

“9번도 잘했다.”

몸으로 하는 건 누구에게도 안 지는 우리 애답게 핸들러 훈련을 충실히 해냈다.

다만…….

“뭐야. 견이 인형을 뺏겼네.”

“또 개당황했는데?”

“이야, 저걸 힘으로 뺐네.”

확 잡아당기는 대형견을 힘에서 압도하는 중현이었다.

장난감을 뺏긴 견이 허망하게 올려다볼 때, 탐지반장과 의경들이 흠칫하더니 중현이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들 웃음을 참았다.

첫날 1팀 대원들이 그러했듯, 세 남자가 중현이의 팔뚝을 만지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의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반장이 말했다.

“9번.”

“예!”

“넌 병원 가 봐라.”

첫날과 같은 드립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내 뒷이야기를 들은 탐지반장도 너털웃음을 보였다. 그러곤 중현이에 대한 종합 평가를 내렸다.

“나쁘진 않지만 부적합하다. 견을 대하는 자세부터 시작해서 다 좋은데…….”

좋은데?

“지금 견이 널 바라보는 게 우두머리 견으로 보는 표정이다.”

“…….”

“사람이 돼야지. 견이 되면 안 된다.”

서열 1위인 지구를 압도한 것 때문인지 다른 견도 굉장히 공손한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모두가 웃는 가운데 중현이가 돌아왔다.

견들의 시선이 중현이를 따라 이동하는 모습에 나도 웃음을 머금었다.

그렇게 박호범, 나와 중현이가 그나마 낫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탐지반장이 극찬한 인물이 나타났다.

“9명 중에 핸들러를 뽑으라면 7번을 뽑겠다.”

바로 한조였다.

“아니야!”

아닐 때는 견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과하지도 나처럼 약하지도 않았다.

견이 ‘앗! 아니구나!’ 납득하는 느낌.

“옳지! 굿 보이!”

칭찬도 잘하는데 개를 다루는 솜씨가 만만치 않았다.

정복이와 노는 한조에게 반장이 물었다.

“7번은 개 키워 본 적 있나?”

“예, 본가에서 리트리버 두 마리 기르고 있습니다.”

“그럴 거 같았다.”

대형견을 키워 본 경험 덕인지 핸들러 훈련에서 날아다니는 한조였다.

교관의 칭찬이 이어질 때마다 한조의 어깨가 에베레스트처럼 융기하는 게 보였다.

칭찬으로 힐링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중현이와 내가 온갖 기상천외한 분량을 뽑아 가는 상황에서 마음을 졸이던 한조였다.

훈련을 모범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이건 엄연히 예능이니까.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얼굴에서 ‘드디어, 드디어 분량 땄다!’ 하는 기분이 보였다.

“잘됐다. 그치?”

“그러네요.”

나랑 중현이가 견들과 행복하게 뛰어다니는 한조를 보며 소곤거렸다.

“잘했어. 끼효오오옷! 끼횻!”

한조의 칭찬 소리에 멤버들과 제작진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반장과 핸들러들만 ‘저 녀석 범상치 않은 걸’하고 있을 뿐.

본인도 나중에 본방을 보고 기함할 것 같긴 한데 중요한 건 지금의 행복이니까.

저렇게 행복하면 됐지. 뭐.

“끼요오옷! 끼얏호!”

나중에 저 장면 꼭 영상 캡처해야지.

*   *   *

오후 훈련이 끝난 저녁.

전술 3팀 대원들이 박수를 쳤다.

“오늘 훈련 받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다 같이 상쾌한 미소를 그렸다.

지옥 같았던 PT와 훈련들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내일 아침, 여러분은 1팀 대원들과 함께 공항 순찰을 하게 될 겁니다.”

흑복에 조끼를 걸치고 공항을 돌 수 있다는 말에 가슴이 설렐 때.

“저녁에 공항에서 진행하는 대테러 합동 훈련이 있다는 것도 명심하기 바랍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정이긴 했지만 다들 눈물을 주룩주룩 흘릴 뿐이었다.

설마 방독면 쓰고 뛰고 그런 건 아니겠지.

공항 경찰, 항공보안처, 세관, 소방 본부 등 공항 보안과 관련된 모든 기관이 출동하는 훈련이었다.

3팀장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내일 훈련에도 건투를 빌겠습니다. 그럼.”

“감사합니다!”

3팀 대원들과의 훈훈한 이별을 끝으로 모든 훈련이 마무리됐다.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어우, 우리 흑복 변한 거 봐.”

“진짜네요. 와…….”

“특공대원들이 입은 거랑 비슷하게 변했는데?”

3일 동안 구르고 구르다 보니 정말로 흑복의 색이 변해 있었다.

“우리도 이제 베테랑이고만. 핫핫!”

“우주 흑복 색 봐요. 제일 베테랑이야.”

“푸하하!”

출연진들이 내 옷을 보고 깔깔거렸다. 뭐가 그리 웃긴가 싶어서 거울을 봤는데 웃을 만했다.

“……와.”

3일간 제일 많이 구른 덕인지 색만 보면 진짜 특공대원 같다.

귓가에 1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기분.

허탈한 미소를 짓자 사나이가 간다 출연진들이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우주가 진짜 고생 많았다.”

“거의 예비군 30년 치 구를 걸 이번에 다 구르고 가네. 진짜 어디 가서 부심 부려도 인정이야.”

“우주 덕에 진짜 편했지.”

중현이와 한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희 아이스크림도 맛있게 먹고.”

“시범 보일 때 편했죠.”

그래도 다들 고생 많았다며 따스하게 말해 주니 좋았다.

그래.

고생한 만큼 방송 분량도 어마어마하게 땄으니까. 나도, 중현이도. 그리고 한조도.

-끼얏호우우!

내가 바라보자 한조가 눈을 깜빡였다.

“왜 그래요”

“아니에요. 아까 한조 씨가 분량을 딴 게 기뻐서.”

“고마워요.”

행복하게 웃는 이를 보며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저녁 식사까지 마무리한 후.

밤에는 테러 조직과 경찰 특공대의 사투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를 시청했다.

그리고 마침내 배 상경의 동생과도 영상통화를 했다. 첫 만남 때 동생이 수플레여서 우릴 알아봤다고 했지.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통화가 연결됐다.

“야. 니, 지금 뭐 하냐.”

-아씨, 깜짝이야.

격한 환영 인사에 뒤에 숨은 나와 중현이가 웃음을 머금었다.

배 상경이 뚱한 얼굴로 말했다.

“니, 뉴블랙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냐?”

-야, 그 입에 우리 오빠들 이름 올리지 마라.

단호한 대사에 나와 중현이가 소리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배 상경만 ‘이걸 그냥’ 할 뿐.

-근데, 뭐야. 뭐야. 잠깐만, 통화 어떻게 했어? 지금 부대에 있는데 핸드폰 꺼낸 거야? 미쳤어?!

흥분한 목소리에 그가 화면을 멀찍이 떼더니 말했다.

“지금 방송 촬영 때문에 꺼낸 거.”

-방송?

“여기 ‘사나이가 간다’ 촬영 왔는데, 여기 봐.”

그러곤 대뜸 우리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나와 중현이가 양손 하트를 그리며 외쳤다.

“안녕하세요!”

-…….

화면 속에서 앞머리에 롤을 만 채 고구마를 먹는 중인 사람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내가 웃으며 다시 인사하자, 상대가 입을 멍하니 벌리더니.

툭.

핸드폰 카메라가 360도로 회전하더니 바닥에 떨어져서 암흑이 됐다.

“저기, 괜찮…….”

-꺄아아아아아악!

귀청을 찢는 비명 소리에 나와 중현이가 동시에 핸드폰에서 멀어졌다.

거의 1.8배속으로 ‘어떡해, 어떡해!’ 하는 소리가 들리자 배 상경이 다시 핸드폰을 가져갔다.

카메라와 거리를 벌린 채 남매간의 대화가 이어진 후.

“1분만 기다려 달랍니다.”

“……?”

“세수하고 온다고.”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3분 후.

화면 위로 옷을 제대로 차려입은 사람이 등장했다.

요술 공주처럼 딴 사람으로 변신한 모습에 배 상경이 헛웃음을 터뜨렸고 우리는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반대편에서 달봉이를 꺼내서 흔드는 모습에 우리가 깔깔 웃었다.

“반가워요. 수플레!”

-어, 진짜 오빠들이다. 대박…….

“엇, 왜 우세요?”

입가에 손을 올리고 우는 팬을 웃으며 달래 주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서 통화는 짧게 할 수밖에 없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한다는 말을 미리 들었기에 고된 입시에 지친 상대에게 응원의 말을 건넸다.

오랜 기간 연습생이었기에 기약 없이 뭔가를 준비하는 사람의 기분에 대해선 누구보다 전문가였다.

입꼬리가 귀에 걸릴 만큼 웃던 상대가 외쳤다.

-저 이거 영상 가보로 간직할 거예요!

“그래도 가보까지는…….”

-아니에요. 오빠들 얼굴은 대대손손 봐야 돼요.

남매가 둘 다 예능 유전자가 있는지 무슨 말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하면서 내가 덧붙였다.

“원래 녹화 스케줄 때문에 영상통화가 힘들었는데, 오빠분이 따로 부탁을 하셔서 가능했어요.”

-아, 정말요?

작별 인사를 하고 배 상경에게 폰을 넘겼다. 곧바로 ‘오빠… 내가 잘할게.’ 하는 말에 모두가 웃었다.

당사자도 웃긴 모양인지 통화를 끝내고 말했다.

“입대하고 나서 처음으로 오빠 소리 들어 봅니다.”

그러곤 우리에게 꾸벅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

“미대 입시 준비한다고 애가 맨날 울적해 있었는데, 뉴블랙분들 보고 나서부터 밝아졌습니다. 노래 들을 때마다 자기 얘기 같다고 좋아하고.”

“정말요?”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는 외출 나갈 때마다 죽상이어서 걱정이 됐는데. 덕분에 많이 편해진 것 같슴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저희가 더 감사하죠.”

그의 말에 우리가 미소를 지었다.

이럴 때 가수로서 가장 보람이 큰 것 같다.

내가 부르는 노래가 남에게 작게나마 기쁨이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칭찬이었다.

“기분 좋다.”

“저도요. 형.”

“오늘 이렇게 수플레한테 기도 받은 김에 4집도 잘 만들어 보자, 우리.”

중현이와 화단을 산책하며 웃었다.

수플레와의 영상 통화 덕인지 4집 앨범에 대한 아이디어가 풀풀 솟았다.

“왠지 막 힘이 남아도는 거 같지 않아?”

“저도요.”

그러더니 중현이가 ‘?’ 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형.”

“응?”

“생각보다 덜 힘든 것 같지 않아요?”

“무슨 소리야. 중현아. 너 같은 인조인간이랑은 다르게 나는…….”

힘들다고 대답하려던 내가 멈칫했다.

일리가 있었다.

훈련이 고되기는 했는데 희한하게 체력에 한계가 오고 그러진 않았으니까.

희한한 일이었다.

근육 뿜뿜한 한조도 널브러지고, 사간의 에이스 박호범도 구역질을 하는데.

우리 둘만 유독 멀쩡했다.

여기서 체력 좋다는 칭찬만 거의 수십 번 들었는데, 나는 여태까지 그런 칭찬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희한하네. 체력이 좀 좋아졌나.”

“이유가 뭘까요?”

“그러게…….”

체력이 좋아진 이유를 한참 동안 고민했지만 결국 답이 나오지 않았다.

*   *   *

레몬 엔터.

지하 연습실에서 두 아이돌이 널브러진 채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느어어어…….”

“으어어, 누나들 보고 싶어여….”

리혁과 지호가 두 마리의 지렁이처럼 엉켜서 흐느적대고 있었다.

‘죽겠다.’

‘넘 힘들어…….’

그때 그들의 머리 위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오징어의 촉수처럼 너울거렸다.

“얘들아~”

상냥한 목소리에 그들이 겁에 질렸다.

“안 돼. 벌써 쉬는 시간 끝났어요?”

“응. 연습하자.”

“흐아아아아…….”

두 동생에게 손을 뻗어 일으켜 준 비주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우리끼리만 있을수록 더 해야지.”

“…….”

“우주 형이랑 중현이가 특공대에서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겠어. 그런 훈련에 비하면 우리 안무 연습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둘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군대 훈련 생각하면… 설마 연습이 그만큼 힘들겠어.’

‘맞아. 형들 고생하는데…….’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안무 연습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중에 진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선우주의 체력이 어떻게 특공대 훈련을 버틸 만큼 좋아진 것인지.

‘더 연습해야 돼!’

그것이 바로 성실하지만 길을 잘 잃는 누군가의 불타오르는 연습 욕구 덕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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