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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78)화 (27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78화

# TBC ‘사나이가 간다 - 경찰 특공대 편 3부’

어스름한 새벽.

빨리 감기 화면으로 구름이 움직이고, 아침 해가 밝아 오는 가운데 부대 전경이 드러난다.

방송인 나미리의 발랄한 내레이션.

내레이션 : 마침내 경찰 특공대에서의 마지막 날. 이런, 다들 몹시 피곤한 모양인데요.

침상에서 비척비척 일어나는 남자들.

맏형 이필승이 불을 켜자 모두 눈을 찡그린다. 잠이 덜 깬 얼굴들이 이내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 시작한다.

민태원 : 우리 이제 마지막 날 아닙니까?

조소형 : 진짜 특공대도 오늘로 마지막이네.

박호범 :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죠. 이따 공항 갈 때까지 긴장을 늦추면 안 돼요.

조소형 : 호범이 분위기 참 잘 깨.

아침 만담을 하던 출연진들의 시선이 이내 한조에게로 향하기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옆에 비어 있는 두 자리. 이불까지 고이 개어져 있다.

내레이션 : 그런데 두 교육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머, 이른 아침부터 어디로 간 걸까요?

출연진들이 수군거린다.

이필승 : 현조야. 둘은 어디 갔니?

한조 : (붕어눈) 저도 잘…….

민태원 : 이불까지 개고 갔는데요. 일찍 일어나서 미리 아침맞이 준비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요.

조소형 : 진짜 부지런하구나. 얘네는 체력이 좋아서 그런가.

침상에 앉아서 ‘아이구, 허리야….’ 하며 괴로워하던 출연진들이 뉴블랙의 체력에 대해 감탄했다.

이내 ‘준비합시다!’하는 맏형의 말에 주섬주섬 이불을 갤 때.

문이 열리고 두 아이돌이 들어왔다.

우주 :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잘 주무셨어요?

중현 : 굿모닝입니당.

샤워와 세면까지 마치고 흑복으로 멀끔하게 갈아입은 두 아이돌.

출연진이 눈을 휘둥그레 뜬다.

조소형 : 어디 갔다 온 거야?

우주 : 저희 밖에서 구보하고 왔어요….

조소형 : 구보? 왜?

살짝 침울한 표정에 모두가 호기심을 보인다.

우주 : 잠이 일찍 깨서 중현이랑 아침 산책 나섰거든요. 그건 된다고 하셔서. 그런데…….

박호범 : 그런데?

우주 : 산책하다가 전술 1팀분들 눈에 띄어 버렸어요. 구보하러 나온 거냐고, 같이 하자고…….

1팀 사람들의 한결같은 8번 사랑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윽고 화면이 물결치더니 회상처럼 넘어간다.

30분 전.

새벽하늘 아래 우주와 중현의 산책하는 모습이 관찰 카메라에 잡힌다.

평생 하나를 먹어야 한다면 비냉 vs 물냉 중에 무엇이냐를 두고 진지한 토론을 나누던 중.

우주가 출근 중인 1팀 사람들을 발견하고 기겁했다.

우주 : 헛……!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풀숲 사이에 숨어 은신술을 펼치는 우주.

중현도 주섬주섬 따라했다.

그들이 숨을 죽이고 숨은 가운데, 화단을 지나가던 1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고 경사 : 우리 8번. 거기서 뭐하고 있니?

우주 : …….

고 경사 : 잠복해도 이 교관 눈에는 다 보여요. 그걸 누가 가르쳤는데.

우주 : 안녕하십니까…….

우주가 풀숲에서 나오자 몸에서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특공대원들이 ‘이야,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네’, ‘우리 신입이 오구오구’ 하며 미소를 지었다.

곧이어 특공대원들 손에 붙들린 우주와 중현이 아침 구보를 하는 장면과 함께 내레이션이 깔렸다.

내레이션 : 오늘도 활기찬 특공대의 아침! 그럼 오늘 하루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요?

*   *   *

마지막 날 아침은 특공대장의 연설로 시작됐다.

연병장에 모인 대원들에게 그간 고생 많았고, 사회에 나가서도 특공대원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 달라는 말에 모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훈화가 끝나고 이필승이 우렁찬 함성을 질렀다.

“대장님에 대하여 경례!”

“특공!”

경례를 받아 준 특공대장이 연단에서 내려와서 대원 하나하나 악수를 하고 떠났다.

“모두 이동합니다!”

“이동!”

곧바로 순찰을 위한 출동 준비에 들어갔는데, 지급받은 장비를 착용할수록 다들 표정이 묘해졌다.

흑복 위에 ‘SWAT’ 마크가 붙은 조끼를 걸치고, 마지막으로 빨간 베레모까지 착용하니 진짜 특공대원이 된 것 같다고 할까.

동시에 책임감도 느껴졌다.

“이거 왠지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저도요.”

“이래서 옷이 중요하구나. 흑복만 입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거 입으니까 뭔가 부담감이…….”

그 말에 다들 공감했다.

탄창이 빈 총기까지 목에 걸자 완벽하게 특공대원이 된 것 같다.

배가 살짝 나온 출연진들의 몸도 특공대 복장을 걸치니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처럼 보였다.

“우와…….”

그 와중에 모두의 경탄을 받는 이가 하나 있었으니.

“중현이는 진짜 어깨가 넓구나.”

“넌 특공대 홍보 모델로 나가도 되겠다. 야.”

“와아…….”

사람들의 칭찬에 중현이가 뿌듯하게 웃었다.

어떠냐는 듯 바라보는 시선에 엄지를 들어 주자 녀석이 환하게 웃었다.

널찍한 어깨와 큰 키.

거기에 특공대 장비가 합쳐지니 영화 주인공 같다.

“우리 9번은 핏이 예술이네. 진짜 특공대원 같아.”

차량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전술 1팀 대원들도 감탄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찰 장비를 갖춘 고광순 경사가 모두를 둘러보았다.

“인원이 대인원이라 나눠서 이동할 겁니다. 몇 명은 우리랑 같이 저 SWAT이라 적힌 방탄 차량을 타고 갈 것이고. 나머지는 버스를 타고 갈 텐데 일단 8번은 이리로 옵니다.”

“예!”

이번만큼은 총애를 받는다는 사실이 기뻤다.

‘SWAT’이라 적힌 방탄 차량에 탑승하는 나를 보고 다른 멤버들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곧이어 치열한 가위바위보 끝에 승리를 거둔 박호범이 탑승했다.

영화에서 나오듯 대원들이 서로 마주 보고 앉은 채 이동하는 동안, 고 경사가 말했다.

“뭐, 순찰이라고 해서 특별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말 그대로 슥 돌고 나오는 거예요.”

“위력 순찰이라고, 누구든 공항을 위협할 생각을 못 하도록 우리가 지키고 있다 이런 메시지를 보여 주는 거죠.”

박경준 경장의 덧붙임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한 게 보였는지 이정아 경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요. 지금부터는 편하게 ‘요’자 써도 되고.”

“예!”

“돌발 상황 같은 것도 전혀 없으니까 걱정 말아요. 가끔 사람들이 갑자기 다가오는 것 정도를 빼면.”

“접근이요?”

내 물음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이라고 막 다가오거든. 환전소가 어디 있는지 묻는다든가. 그 총이 진짜냐 하고 묻는다든가.”

“정말 그런 걸 묻나요?”

“의외로 많아.”

나 같으면 총 든 사람한테 무서워서 못 다가갈 것 같은데,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고 경사가 씩 웃으며 끼어들었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모든 시민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는 겁니다. 잘할 수 있죠?”

“예!”

“지금부터는 여러분들이 특공대의 얼굴이에요.”

한편 인천공항이 가까워지면서 나와 박호범은 별도 장비를 착용했다.

연예인이 돌아다닌다는 게 알려지면 촬영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서 신원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하니 얼굴이 완벽하게 가려졌다.

방송 카메라가 따라다니긴 하겠지만 아마 다큐 찍는 걸로 알 듯했다.

“그럴싸한데요?”

거울을 살피던 내가 박호범에게 말했다.

“어때요? 이렇게 하니까 누군지 하나도 모를 것 같지 않나요?”

“어, 그, 그러게.”

“……?”

상대의 어색한 대답에 내가 눈을 깜빡거렸다.

*   *   *

인천공항 3층 출국장.

혼잡한 아침 시간대였다.

항공사 카운터는 늘어선 대기 줄로 끝이 안 보였고,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가 둥그런 천장에 반사되어 웅웅 울린다.

여행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루한 탑승 수속 절차에 하품을 삼킬 뿐이었다.

무료한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몰렸다.

“오, 저기 봐. 저기.”

“시우야. 총 있다. 저기 총 든 아저씨들 봐봐. 강아지도 있네!”

“저거 진짜 총인가?”

빨간 베레모를 쓴 경찰 특공대원이 4인 1조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선두의 한 명이 셰퍼드의 목줄을 쥐고, 나머지 대원들이 총기를 맨 채 걷고 있었다.

카메라맨도 따라붙고 있다.

‘다큐멘터리인가?’

…하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이내 생각을 바꿨다.

‘예능이네.’

‘예능이야.’

4인 1조 중에 끼어 있는 한 명 때문이었다.

다른 특공대원들이 우락부락한 편이라면 혼자 학처럼 튀는 비율의 소유자가 있었다.

걸음걸이나 자세 등은 특공대원스럽지만 아무리 봐도…….

‘연예인이네.’

‘모델 아님 배우네.’

‘연예인 체험 프로하나.’

얼굴을 가려서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물구나무를 서서 봐도 연예인인 인물이었다.

순찰을 하는 당사자만 희희낙락해서 모르고 있을 뿐.

‘아무도 날 몰라!’ 하며 좋아하는 우주의 모습에 특공대원과 박호범이 속으로 웃음을 참았다.

박호범이 혀를 내둘렀다.

“진짜 사람 많네요.”

“이 시간대가 늘 대박이에요. 조금만 지나면 덜해질 겁니다.”

어딜 보든 사람들이 바글거렸다.

다행히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알아서 비켜 가긴 했지만, 혼이 쏙 나갈 만큼 정신이 없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도 인파의 열기에 땀이 뻘뻘 나는 수준.

‘그래도 재미있네.’

박호범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웃었다.

살면서 총 들고 공항을 순찰해 볼 경험을 몇 번이나 있을까.

가끔씩 지나가다가 ‘우와’ 하는 사람들의 시선에 종종 어깨도 으쓱으쓱했다.

게다가 특공대원들이 말했던 대로 돌발 상황도 거의 없었다.

한 남자아이가 갑자기 탐지견을 만지려고 달려오다가 부모에게 끌려간 일을 빼면 그저 공항을 순찰하는 것뿐.

쉴 새 없이 울려 대는 무전과 여행객들의 잡담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렇게 천천히 걷고 있을 때, 누군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경찰! 경찰!」

중국어로 ‘경찰’을 부르는 중국인 여성이었다.

특공대원들은 눈을 깜빡이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 부르는 건가?”

“너 알아듣냐?”

“아뇨. 뭐라고 하는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공항 경찰에 인계할까요? 둘 중에 중국어 가능 인력 없죠?”

…라고 말을 하던 때, 우주가 손을 들었다.

“오, 우주. 할 줄 알아?”

“예. 저 할 줄 압니다.”

“그럼 뭐라고 하는지 가서 말씀 좀 들어줘.”

자신 있게 나선 우주가 중국인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오…….’

‘잘하네?’

‘역시 우리 1팀 신입이다.’

짧은 중국어였지만 어딘가 현지인 포스가 나는 우주의 중국어였다.

단순히 그들의 감상만이 아닌지 말을 걸었던 중국인도 신기하단 표정을 지었다.

박호범이 카메라맨에게 제대로 찍어 달라고 눈짓을 보내자, 카메라맨이 손으로 OK를 그렸다.

우주가 상황을 설명했다.

“지금 가족분들이 다른 여행객이랑 시비가 붙었다고 하는데, 어떻게 조치할까요?”

“일단 가 보자. 교대 시간도 넉넉하고.”

“예.”

그들이 중국인 가족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캐리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또 다른 여행객 가족이 험상궂은 얼굴로 서 있다.

그들도 특공대원을 보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경찰! 경찰이 왔네.』

그리고 그 말에 특공대원들과 박호범이 눈을 깜빡거렸다.

‘뭐야?’

‘여긴 또 일본인이네.’

중국인과 일본인이 시비가 붙은 상황인 듯했다.

이걸 대체 어찌 풀어야 할지 감도 안 올 때, 우주가 미소를 지으며 일본어를 하기 시작했다.

몹시 능숙한 일본어였다.

“……?”

우주의 뒤에 선 이들이 다 같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중국인이랑 일본인이 싸웠는데…….’

‘한국인이 중재를 하네.’

평소 티격태격 대는 이들을 다뤄봤는지 이쪽저쪽 이야기를 경청하는 우주였다.

뭔가 그럴싸해 보였다.

마치 중재를 하러 온 외교관 같은 느낌.

미소를 띤 채 서로의 말을 옮겨 주며 차분하게 중재하는 모습에 감탄할 때였다.

「저쪽이 뭐라고 했다고요?!」

중국인 가족이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면서 우주가 침을 삼켰다.

이번에는 맞은편에 선 일본인 가족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내 말 똑바로 전해 줘요. 아니, 진짜 너무하네!』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 그대로! 그대로 전해 줘요!」

『지금 우리 욕한 거예요?』

중국어와 일본어가 교차되며 막 시끌벅적해지는 광경에 경찰 특공대원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더 싸우는데?”

“서로 말이 통하니까 더 싸우나 봐요.”

“우주 봐. 장작처럼 활활 타네.”

5분도 지나지 않아 초췌하게 변한 우주였다.

그가 고개를 돌아보며 ‘저 좀 구해 주세요’ 하는 듯한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 동안에도 외국인 가족들이 우주를 붙잡았다.

『어딜 가! 내 말 전해요!』

「내 말부터 전하라니까요!」

멋지게 중재를 하려고 나섰는데, 불에 기름을 부어 버린 격이 된 우주의 모습에 그들이 웃음을 참았다.

*   *   *

넋을 잃고 걷는 내 모습에 특공대원들이 키득거렸다.

“…….”

박호범도 나를 흘깃 보더니 웃음을 참았다.

아니.

나는 분명히 양쪽에서 하는 얘기 중에서 기분 나쁠 만한 내용은 다 빼고 전달했는데.

말이 통하니까 갑자기 싸움이 더 커져 버렸다.

다행히 현장에 도착한 공항 경찰에게 인계하면서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갔을 텐데.

괜히 나서면 손해라는 군대의 진리를 실감하는 동안, 카메라 감독님이 도준기 PD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를 했다.

반대편에서 막 웃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하니 방송 분량 뽑았다고 좋아하는 것 같다.

그동안 우리는 다시 순찰을 이어 나갔다.

“그런데 인파가 안 줄어드네.”

“그러게요.”

박호범의 말에 내가 답했다.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분명히 이쯤 되면 출국장에 사람들이 준다고 했는데 어째 더 불어나고 있었다.

얼마 안 가 우리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아이돌들이 출국하는 날인가 봅니다.”

“아, 그거네.”

“역시 경험자가 잘 알아.”

출국할 때 보던 아이돌 팬들의 모습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휴대용 사다리를 든 사람도 있고. 렌즈가 대포만 한 카메라들이 가득하다.

그 수가 엄청나서 처음에는 TNT나 틴스피릿이라도 오나 싶었지만 아니었다.

둘 다 지금 한창 해외 활동 중이니까.

여러 팬덤이 한군데 엉켜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해외 합동 콘서트나 음방이 있지 않나 싶었다.

“흐히히…….”

마스크 밖으로 내 웃음소리가 살짝 새어 나왔다.

재미있다.

아이돌 팬들이 잔뜩 모여 있는 곳에서 특공대 복장을 입은 채 슥 지나가니 너무 재미있었다.

“…….”

중간에 방송용 카메라를 발견하고는 갸우뚱하는 팬들 때문에 숨죽이긴 했지만 다행히 알아보지 못했다.

누가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다는 걸 알겠어.

그렇게 아이돌 팬들로 가득한 3-4번 게이트 구간을 지나 한산한 출국장 서쪽을 돌 때였다.

“어……?”

드문드문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는 얼굴을 하나 발견했다.

큰 키.

시원시원하게 뻗은 팔다리에 특이한 패션을 자랑하는 여자가 매니저와 함께 서 있었다.

박호범도 알아본 듯했다.

“오, 저 사람?”

특공대원이 물었다.

“왜들 그래?”

“잠시 아는 사람이 보여서 그랬습니다.”

“그래? 잠깐 인사라도 시켜 줄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곧 교대할 시간도 됐으니 편하게 하라는 승낙에 내가 다가가서는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안녕하세요.”

상대가 놀라서 펄쩍 뛰었다.

“에그머니나!”

요란한 감탄사에 내 곁에 선 사람들이 웃었다.

곧바로 내 얼굴을 알아본 상대가 선글라스를 벗고 동그랗게 변한 눈을 드러냈다.

유명 SNS 셀럽, 맥시가 나긋하게 말했다.

“에궁.. 놀랬잖아.”

정겨운 추임새에 웃음이 나왔다.

1년 만인가.

연락이야 종종 주고받긴 했지만, 직접 만난 건 주세한에서 C팀으로 활약했던 때 이후 처음이었다.

맥시가 반갑다는 얼굴로 물었다.

“우주, 군인 됐어?”

“네.”

“왜?”

“피디님이 부르셔서요.”

“글쿠나. 또르르…….”

독특한 감탄사에 특공대원들이 벙 쪘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사간 출연에 대해 대화를 나눌 때, 옆에서 뻘쭘하게 서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옆에 계신 이분은……?”

“내 비서야.”

“동생입니다.”

단호한 대답에 다들 웃었다.

탐지견에게 ‘Hello, sweetie. What’s your name?’ 하며 눈웃음을 보이는 맥시의 모습에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꽤 극한 직업이겠다는 눈빛에 동생이 답했다.

“누나가 돈을 많이 줍니다.”

참으로 명언이었다.

아무리 유혹해도 딴청만 피우는 탐지견에 맥시가 실망한 표정으로 ‘I like cats.’ 하고 있을 때, 내가 물었다.

“그런데 어디 가세요?”

“아. LA에서 K팝 콘서트 열리거든. 거기서 MC 해 달라고 초청 받았어.”

“아…….”

그제야 아까 팬들이 모여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우리가 일본 사이타마에서 참가했던 K팝콘이 이번 여름에 미국에서 열리는 모양이었다.

간만에 부모님 댁에 간다며 들뜬 상대에게 내가 미소를 지으며 꾸벅했다.

“저희 교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요. 나중에 봬요.”

“그래. 나라 열심히 지켜. Cheer up!”

화이팅하듯 특공대원들에게도 나긋한 웃음을 보이던 그녀가 카메라 감독님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맥시에요! M.a.x.y!”

“…….”

“저를 기억해 주세요~!”

카메라에다 손 키스를 날리던 이가 한숨을 푹 쉬는 동생의 손에 붙들려 사라졌다.

내가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박호범이 중얼거리며 말했다.

“……방송 컨셉인 줄 알았는데 진짜였구나.”

“네.”

“인사 한 번 하려고 했는데 까먹었어.”

무슨 기분인지 충분히 공감했다.

나도 처음에 같이 녹화할 때 엄청 당황했는걸.

“자, 슬슬 교대하러 갑시다.”

고 경사의 말에 다들 교대하려고 이동할 때였다. 박경준 경장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우주야. 쟤네 아이돌 같은데. 혹시 아는 애들이니?”

“누구……? 아!”

어리버리해 보이는 7인조 보이그룹의 모습에 내가 웃으며 답했다.

“네. 잘 알아요.”

*   *   *

“우와아…….”

아이리스 멤버들이 공항을 둘러보았다.

처음 와 보는 건 아니었지만 아이돌로서 처음 하는 출국이다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리가 K팝콘 퍼포머……!’

해외 콘서트에 퍼포머로서 불렸다는 사실에 절로 가슴이 붕 떴다.

하지만 금세 침울해졌다.

“근데 우린 팬들이 없구나.”

“항공사를 잘못 예약했나 봐. 저쪽 갔으면 그래도 다른 그룹 팬분들이 있었을 텐데…….”

“언젠간 생기지 않을까?”

다른 아이돌 선배들은 공항에 가면 팬들이 기다리고, 홈마들이 마구 사진 찍고 그런다던데.

주변이 휑하니 그들의 마음도 같이 허전해질 때였다.

“어? 아이리스다.”

“우와!”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니!

일곱 명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동시에 고개를 돌릴 때였다.

“안녕하세요~”

일시 정지한 것처럼 그들이 멈췄다.

경찰특공대 4인조 속에서 보이는, 마스크를 슥 내린 누군가의 얼굴 때문이었다.

“……선배님?”

“오랜만이죠?”

“선배님이 왜 거기에…….”

“출국 잘하고 나중에 또 봐요~ 아이리스 화이팅!”

“가, 감사합니다!”

주먹까지 쥐어 주고 가는 선우주에게 그들이 엉거주춤하게 인사를 꾸벅 했다.

마스크를 다시 스윽 올리고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에 그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선배님이 왜 저기 있어?”

“이건 또 무슨 상황이냐. 진짜.”

아이리스 멤버들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뭐지.’

공항에 왔더니 선배 가수가 특공대원이 되어 있는 이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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