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80화
33장. 흥이 폭발한다
@thenewblack.official
(공항을 배경으로 특공대원들과 아이돌 게스트들이 서 있다. 아련한 미소를 짓는 한조와 우주, 흐뭇한 돌하르방 같은 중현.)
사랑합니다!!
#녹화_끝 #특공대_사랑해요 #이별의_슬픔 #언젠가_만나겠죠 #언젠가 #다음에 #헤어질_시간 #굿바이_Airport
* * *
꿈을 꿨다.
시골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는데, 뒷모습이 몹시 익숙한 사람을 하나 발견했다.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우리 덕순 여사였다.
‘할머니!’
우와아아 하면서 달려가 할머니의 어깨를 탁 잡는 순간, 상대가 고개를 홱 돌렸다.
전술 1팀 고광순 경사님이었다.
‘난 덕순이가 아니고 광순인데.’
‘흐아악!’
‘이게 바로 특공대식 변장술이야. 8번.’
그러더니 내게 가르침을 주겠다면서 추격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꿈이 그러하듯 깨고 나서 곰곰이 생각하면 개꿈이지만, 꿈을 꿀 당시에는 정말 호러였다.
하지만 나의 공포는 누군가에겐 즐거움이었다.
“푸하하하!”
아침 식사 때 꿈 얘기를 했더니 동생들이 큰웃음을 터뜨렸다.
식탁에 엎어져서 흐느끼는 멤버들을 향해 진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웃지 마. 나 진지하다니까.”
“푸흐흡! 푸하하하!”
“와. 이 못된 것들 좀 보소. 특공대 사람들이 얼마나 질기고 무서운지 너희가 알면…….”
“에헤헤헤!”
와. 진짜 얄미워.
깔깔거리는 녀석들을 보면서 어제 저녁의 일을 떠올렸다.
‘연락해! 우주야!’
‘어디 가! 형들이랑 사진 찍어야지!’
‘주말에 시간 나면 우리 재미있는 거 해 볼까?’
공항에서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수줍게 ‘우리랑 친구할래?’ 하는 전술 1팀 대원들에게서 벗어나는데 한참을 애써야 했다.
눈이 초롱초롱한 것이 흡사 신규 회원을 영입하려는 헬스장 아저씨들 같다고 할까. 다행히 ‘저 하루에 3시간 자는 스케줄이에요…….’ 하며 에둘러 말을 하긴 했다.
휴식기에 시간 나면 만나자고 말은 했는데, 뭐 설마 그때까지 기억하겠어.
“어제 그분들 표정 보니까 절대 안 놔줄 것 같던데요.”
“…….”
귀를 막고 자체 음소거 처리를 하자, 맞은편에 앉은 두루미가 신이 나서 말을 이어 갔다.
그때 비주가 부드럽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이번 기회에 좋은 인연들이 생긴 거라고 생각해요, 형.”
“소개시켜 줄까?”
“어어…… 케찹이 어디 있더라?”
딴청을 피우는 녀석을 보면서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특공대 사람들에게 어제 그런 이야기를 했거든.
아이돌은 뜨고 있을 때가 제일 바쁘고, 자리를 잡고 나면 오히려 시간이 더 여유로워지는 편이라고.
그랬더니 어제 저녁부터 톡을 보내는 중이었다.
-조카에게 영업 완료
-아버지 영업 완료
-도합 2명 성공. 분발합시다. 여러분.
무슨 하달받은 명령을 처리하듯 ‘영업 시도…… 작전 실패. TNT 팬이라고 함.’ 하는 메시지를 보며 웃었다.
확실히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사람들과 알게 되는 계기가…….
“중현이 형, 그거 해 봐여. 그거. 훈련에서 우주 형이 부메랑 날렸다는 거여.”
“잠깐만.”
중현이가 접시를 손에 쥐더니 입으로 ‘촙’ 소리를 내며 원반을 받는 시늉을 했다.
그러곤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려서 주변 눈치를 살피는 내 표정을 따라 했다.
동생들이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
“야, 김중현.”
비주가 스산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그래도 비주가 제일 낫…….
“나 못 봤어. 한 번 더 해 줘.”
“잠만. ……촙!”
“흐하하하핫!”
물개 박수까지 치며 웃는 우리 애를 보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좋은 사람들을 새로 만나면 뭐 하나. 이렇게 주변 사람들이 글러 먹었는걸.
나를 놀리는데 혈안이 된 녀석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그래도 헤어져 있는 동안 나의 소중함을 깨달았을 줄 알았더니, 이런 배은망덕이라니…….”
“아니에여. 저는 형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어여.”
“그래?”
“놀릴 사람이 없으니까 재미가…… 악!”
내게 딱밤을 맞은 막내가 울상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리혁이가 핸드폰을 톡톡 두드렸다.
“그래도 우리 정도면 양호한 거예요.”
“뭐가 있어?”
“스트릿 보이즈가 어제 보내 준 건데.”
2분 45초짜리 동영상 파일이었다.
메신저 속 재생 버튼을 누르자, 피곤해서 침대에 드러누운 한조를 중심으로 스트릿 보이즈가 강강술래를 추고 있었다.
-지구야! 정복아! 끼얏호오오!
-야! 하지 마라!
-끼얏호오오!
나와 중현이가 퍼뜨린 핸들러 에피소드를 들었는지,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비둘기 떼처럼 리더를 쪼고 있었다.
동영상 속에서 벌어지는 난장판과 아침 식사를 하며 우아하게 나를 놀리는 동생들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곤 바로 납득했다.
“양호하네.”
“그렇죠?”
우리가 화기애애하게 하하 웃는 동안, 화면 속에서 한조가 ‘선우주, 가만 안 둬!’ 하는 소리가 들렸다.
* * *
오전에 숙소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후.
상쾌해진 컨디션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매니지먼트 팀 사무실에 방문하자 석환 형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쉬긴 한 거야?”
“한숨 푹 자고 왔으니까 걱정은 붙들어 매셔요.”
“그러다 뼈 삭아. 인마. 쉴 때는 좀 쉬어 줘야지. 사람이 무슨 기계도 아니고.”
그렇게 타박하면서도 은근히 내가 온 것을 반기는 눈치였다.
일정이 바쁘기 때문이었다.
어느덧 7월 초.
회사의 각 부서는 우리의 네 번째 앨범과 단독 콘서트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할 일이 태산이다. 정말.”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종이와 메모를 정리하던 매니저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너희 단독 콘서트, 규모가 규모다 보니까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거든. 음향도 그렇고.”
여태까지 회사에서 준비했던 공연 중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듯했다.
그 전에 가장 컸던 콘서트는 발라드 가수 윤찬혁 선배가 장충 체육관에서 열었던 앵콜 콘서트.
작년에 있었던 스칼렛의 첫 단독 콘서트는 그보다 조금 더 작은 올림픽 홀이었다.
반면에 우리가 첫 콘서트를 하게 될 장소는 앞서 말한 두 곳보다 더 큰 핸드볼 경기장이었다.
“…….”
동생들과 묘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네.”
“저도 그래여. 실장님이 몰래 카메라하고 있는 거 같고.”
“저희 콘서트 장소 섭외는 확실하게 된 거죠?”
석환 형이 확인하라며 ‘핸드볼 경기장’이라고 적힌 대관 확정 공문을 보여 주었다.
인증샷을 찍는 우리에게 그가 말했다.
“실감이 안 날 만도 하지. 나도 지금 일하면서도 이게 진짜인가 싶을 만큼 얼떨떨한데.”
“실장님도 그래요?”
“스칼렛도 단콘을 빨리 한 축인데도 2년 정도 걸렸는걸. 그에 비해 너희는…….”
만 1년도 안 된 시점에 결정됐지.
보통 보이그룹이 걸그룹보다 콘서트 시기도 더 빠른 편이고, 규모도 크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례적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TNT처럼 1만 석이나 되는 체조 경기장에서 첫콘을 하는 무시무시한 그룹도 존재하지만, 그건 대형 기획사 신인 중에서도 정말 빵 떠야 가능한 수준이다.
“콘서트 테마라든가, 음향이나 조명 세팅은 지난번에 너희와 협의한 대로 진행 중이고.”
매니저가 전해 주는 진행 상황을 집중해서 들었다.
“VCR 촬영이랑 포토 슈팅은 다음 주로 스케줄 잡았어. 굿즈는 홍보팀이 준비 중이고.”
“세션은?”
“우주 네가 원하던 대로 밴드 세션을 섭외했어.”
“오, 잘됐다.”
기쁜 마음에 손뼉을 쳤다.
콘서트에서 우리와 라이브를 할 밴드 세션을 구해 달라고 했는데 명단을 보니 실력 좋기로 유명한 분들이다.
역시 우리 실장님이다. 일 진짜 잘해.
“그리고 이건 홍보 팀에서 만든 너희 콘서트 포스터 시안인데 한 번 볼래?”
“우와…….”
그렇게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하나씩 들을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진짜 우리가 콘서트를 하긴 하는구나.”
“형. 저 벌써부터 설레는 거 같아요.”
“저도 단콘 진짜 해 보고 싶었는데…….”
평소 같았으면 ‘음, 그냥 다들 설레니까 기분이 좋네요’ 했을 중현이마저 행복하게 웃고 있다.
흥이 나서 어깨춤을 추는 우리에게 석환 형이 말했다.
“다들 좋다고 너무 긴장 풀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더 바짝 조여야 되는 거 알지?”
“걱정하지 마. 형.”
“맞아여. 저희는 프로니까.”
전혀 설득력 없는 막내의 말투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느낌 아니까~’ 하며 허공에 검지를 톡 하는 막내를 보며 석환 형이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콘서트 진행 상황은 이렇고…… 참, 사나이가 간다 제작진이 연락을 했는데.”
“여, 연락?! 거기가 왜? 또 뭐? 왜?”
“진정해. 젠민.”
동생들이 워워 하며 흥분한 나를 가라앉히자 석환 형이 말했다.
“피디한테 직접 전화 왔는데, 이번에 정말 잘해 줬다고. 따로 감사 인사 전해 달라고 하더라.”
“아…….”
“무슨 나라라도 구해 준 줄 알겠더라.”
특공대에서 녹화를 하는 내내 ‘시청률!’ 하며 꺄르륵 웃던 도준기 피디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슬그머니 웃는 내 모습에 매니저가 불안하단 표정을 지었다.
“너 혹시 이번에도 뭐 이상하거나 특이한 거 하고 온 건 아니지?”
“혹시 특이함의 기준이……?”
“내가 뒷목 잡게 될 만한 거 말이야.”
“뒷골이 땡길 만한 게 몇 개 있긴 한데. 잠시만.”
내가 중현이에게 물었다.
“관자놀이 주무르는 정도 되려나?”
“음, 관자놀이 한 개 반 정도요.”
“한 개 반이래. 형.”
“…….”
우리의 친절한 대답에 석환 형이 해탈한 웃음으로 미리미리 주물러 놔야겠다며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러곤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쪽에서 중현이 데리고 검진? 뭐 그런 걸 하고 싶다던데. 보너스 씬처럼 삽입할 거라고 해서 일단 스케줄은 잡았어.”
“아, 그거.”
특공대에서 중현이 근육이 범상치 않으니 가서 진찰 좀 받아 보라고 그랬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중현이가 설명했다.
“제 몸이 이상하대요.”
“……?”
“병원 가 봐야 한다고.”
“……?”
참으로 완벽한 설명이었다.
실시간으로 눈을 부릅뜬 사람들이 ‘뭐?’ 하는 얼굴로 내게 시선을 옮겼다.
이번에는 내가 관자놀이를 주무를 차례였다.
“그게 아니고…….”
정확하게 설명을 해 주니 그제야 다들 안심한 얼굴로 ‘아아’ 했다. 석환 형이 감탄했다.
“근데 이건 나도 궁금한데? 그날 스케줄…… 어디 보자. 스케줄 비면 나도 따라가서 구경해야지.”
달력을 확인하는 매니저를 보며 웃었다.
하긴 나 같아도 이런 구경은 안 빠지지. 동생들도 이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구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무서운데’하며 살짝 근심하던 중현이도 이내 허허 웃었다.
“그럼 굿즈 관련은 홍보 팀이랑 얘기하도록 하고…….”
“넵.”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해서 일어나려고 할 때.
“어디 가? 가장 중요한 얘기가 하나 남았는데.”
“중요한 얘기?”
“실장님. 콘서트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어디 있어요?”
“인정.”
우리가 일어선 채로 그런 말을 하자 석환 형이 말했다.
“너희 정산.”
정신을 차려 보니 다들 언제 일어났냐는 듯 의자와 한몸이 된 채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 * *
뉴블랙의 정산일.
1월부터 6월까지 상반기 내내 정신없이 달려온 뉴블랙 멤버들의 노고를 보상하는 시간이었다.
음악 방송 5주 연속 1위.
7주 연속 차트 1위.
슬립의 OST ‘어제에 관한 시’와 ‘인생’과 ‘덕순아’ 같은 명곡단의 경연곡.
지상파 TV에 방영되는 광고들까지.
정말 ‘떴다’라는 단어 외에는 표현이 힘들 만큼 가파른 성장세 덕인지 음원 저작권료를 제외해도 굉장히 큰 금액이었다.
또한 음원 저작권 수입을 통해 돈을 번 우주와 다르게 멤버들에게는 처음으로 주어진 큰돈이었다.
“우와아…….”
“이래서 우주 형이 통장 치료, 통장 치료 이랬던 거구나.”
“어떡해여, 형들. 저 지금 제 자신이 너무 자랑스럽고 그래서 어쩔 줄 모르겠어여.”
통장을 받아 든 채 행복하게 웃던 멤버들이었다.
저마다 정산액을 확인한 그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아들……?”
“형아?”
“동생?”
백화점.
고급스러운 매장이 가득한 곳에서 눈동자 둘 곳을 찾지 못하던 김비주의 가족이 눈을 깜빡거렸다.
그들의 시선이 향하자 비주가 화사하게 웃으며 지갑을 들어 보였다.
“저 부자 됐어요! 아무거나 다…… 어엇!”
짤랑짤랑.
지갑에서 우수수 떨어지는 100원짜리, 50원짜리들을 보며 가족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쪼그려 앉아 동전을 주섬주섬 주워 담던 비주가 환히 웃었다.
“진짜, 사고 싶었던 거 있으면 마음껏 사요.”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 저 이것도 해 보고 싶었어요. 우주 형이 할머님한테 했다고 하던데.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사 줄…….”
행거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가던 비주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들, 어디 갔어?”
“비주야!”
“형은 왜 여기서도 길을 잃어……?”
그날 백화점 연예인 목격담 후기에 ‘뉴블랙 비주 컨셉길치 아님 ㅇㅇ’이 뜨는 순간이었다.
한편, 다른 가족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값비싼 고깃집.
앞치마를 맨 김중현이 고기 집게를 딱딱거리며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부지. 아들이 사 주는 고기는 뭐다?”
“사랑이다?”
“당연히 고기 아닌가.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아부지?”
“야. 인마!”
고깃집 사장님이 양손을 공손히 모은 채 주문을 받을 만큼 고기를 kg 단위로 먹어 치우는 김중현의 가족도 있었고.
“지호야, 삐졌어?”
“…….”
“울 막내~”
“아니, 막 엄청 서운한 건 아닌데. 내가 이렇게 열심히 선물도 사 오고 그랬는데 편지 얘기만 하니까. 아니, 서운한 건 아닌데…… 진짜 서운한 건 아닌데. 암튼 편지가 그렇게 좋으면 앞으로 편지만 쓸 거야.”
기껏 비싼 선물을 사 왔더니 손편지에만 감동하는 가족을 보며 서운해 하는 부잣집 아들도 있었고.
“아, 조용하니까 살 것 같…… 어푸푸!”
호텔 욕실 자쿠지에서 독서를 하려다가 발이 미끄러져서 욕실에 워터 파크를 연 누군가도 있었다.
그리고.
【 자식농사 = 대성공 】
비주엄마 [울 아들이 선물 사준거ㅎㅎㅎ]
비주엄마 [넘나 행복하여라~~~]
중현아빠 [(사진)]
중현아빠 [먹는 게 남는다,, 좋습니다,, 좋아]
중현아빠 [숨이 안쉬어질만큼 먹었습니다,, 최선을 다했던 오늘]
지호아빠 [마음이 제일 중요하죠]
지호아빠 [(사진)]
지호아빠 [근데 아들놈이 제 편지는 두 줄 썼더군요]
지호아빠 [김밥도 두줄보단 더 될텐데]
여기저기서 ‘행복하여라~’ 하는 후기가 올라오는 단톡방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쭉쭉 올라오는 메시지를 보면서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는 누군가도 있었다.
바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김덕순 여사였다.
* * *
군산시.
여행을 온 한 커플이 맛집 탐방을 하기 위해 시내 곳곳을 누비는 중이었다.
“여기 근처에 있을 텐데…….”
“거기가 그렇게 맛있대?”
“백반 맛집 치면 꼭 나오더라. 아는 선배가 다녀왔는데, 군산 얘기할 때마다 여기 게장 얘기하더라.”
“진짜?”
‘사장님이 까칠한데 반찬을 많이 준대’하면서 길을 꺾어 들어가는 커플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가게 셔터가 내려진 상태였다.
‘순이네 백반’이라는 허름한 간판을 보며 자리를 떠날 때.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가게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왔다.
“어……? 누구 나온다.”
“저기 사장님인가 보네. 가서 여쭤…….”
영업시간 끝났냐고 물어보려던 이들은 가게를 나온 사람의 옷차림을 보고는 걸음을 멈췄다.
누가 봐도 영업이 끝나고 집에 갈 채비를 마친 복장이었다.
아쉬움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하려고 할 때 그들의 시선을 끄는 소리가 들렸다.
뾱뾱-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고급 외제 차량에 불이 삑삑 들어왔다.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넘긴 백반집 주인 할머니가 스카프를 우아하게 맸다.
‘설마 저 차 주인이……?’
‘저분이 차주……?’
눈을 깜빡이며 바라보는 동안 차량이 스윽 하며 스쳐 지나갔다. 차량 안에서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노래도 들리는 것 같았다.
어떤 아이돌이 부른 덕순아였던가.
차가 쌩하고 지나가는 동안 그들이 눈을 깜빡였다.
“와. 맛집 사장들 셔터 내리면 벤츠 타고 간다는 얘기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유명한 백반집인가 봐. 사장님 차가…….”
“엄청 잘되나 보네?”
같은 지점에서 생각이 멈췄는지 잠시 말을 멈춘 커플이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남자가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여기 내일 다시 올까?”
“그러자.”
군산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어딘가 잘못된 오해가 생겨나고 있는 순간이었다.
* * *
레몬 엔터.
옆구리에 서류를 낀 A&R 팀 직원들이 하품을 쩍쩍하며 회의실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안녕~”
발랄하게 인사하는 뉴블랙 멤버들에게 직원들이 미소를 지었다.
최근 외부 인력을 투입함에 따라 이전보다 얼굴이 활짝 피어 있는 그들이었다.
얼마 전에 화제가 되었던 공항 복면 괴인 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후.
“다들 정산 받았다면서? 축하해.”
“감사합니다.”
“뭐 했어?”
“가족들 선물 사 주거나 개인 용도로 썼어요.”
누군가 노파심에 말했다.
“조심해야 돼. 너희 사기꾼 붙는 거 한둘이 아니야. 진짜.”
“안 그래도 정산일에 대표님이 따로 연락 돌리셨대요. 이런이런 사기꾼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하긴. 대표님이 그쪽에 엄청 철저하시지.”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총괄 프로듀서인 조규환 이사까지 커피를 들고 회의실로 들어섰다.
“다들 좋은 아침~”
그가 의자를 빼고 맞은편 상석에 앉고, 우주가 테이블 가운데 앉은 채 회의가 시작됐다.
“어…….”
그런데 평소와 달리 우주의 반응이 이상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머뭇거리는 느낌. 평소처럼 유쾌한 미소보다는 뭔가 민망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얘가 왜 이러지?’
‘갑자기 쑥스러워?’
‘여러분은 해방입니다. 얼른 외쳐. 우주야.’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며 지켜볼 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 직원 분들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거든요.”
“하고 싶은 말?”
조 이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뭔데?”
“……제가 이번에 사나이가 간다 촬영을 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걸 깨달은 게 있어서요. 그걸 회의 시작 전에 좀 말씀드릴까 해서.”
“말해 봐.”
“일단 그 전에 질문이 하나 있는데요.”
“응.”
조규환 이사와 A&R 팀 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홀짝거릴 때였다.
우주가 물었다.
“그, 회사에서 얘기 돌던 둘리가 저였나요?”
“푸훕-!”
회의실 곳곳에서 커피 분수가 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