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84화
결국 여행이나 놀이공원은 나중에 가기로 했다.
스케줄표가 굉장히 빡빡하기 때문이었다.
빈칸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안무나 보컬 연습, 곡 작업, 개인 PT와 외국어 공부 등을 빼고 나면 사실상 잠 잘 시간밖에 없었다.
갈 수 있는 데가 꿈나라밖에 없다고 해야 하나.
그렇지만 현 상황이 아쉽진 않았다.
오히려…….
“스케줄 하나 더 잡혔으면 좋겠는데.”
“뭐 더 없어여?”
“워터 파크 행사 있는 지역이랑 여기 가까운데, 오는 김에 한 군데 더 들러서 올 데가 없을까요?”
현재로서는 스케줄에 더 목말라 있었다.
뭐든 하나라도 더 하고 싶었다.
바로 우리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나중에 성장세가 둔화되어 ‘뉴블랙’이란 그룹의 위치가 아이돌계에서 정해질 때쯤에는 뭘 더해도 변화를 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건 타이밍이다.
쉽게 말해서 지금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셈이었다.
뭘 해도 쭉쭉 올라가고 잘 되는 상황이라 올라갈 수 있을 때 한 칸이라도 더 올라가야 했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추면 그때부터는 걸어서 올라가야 하니까.
데뷔하고 나서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스케줄과 연습, 일에 목을 매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앨범.
“그러니까 우리는 새로운 타이틀 ‘나인’에 몸과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한다, 이 말이지.”
“…….”
“동생들아. 듣고 있니?”
“예에…….”
작업실 소파에 널브러진 동생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아이고. 체력들이 이렇게 약해서야. 꼴랑 몇 시간 했다고 그러냐.”
“11시간 했잖아요. 이 미친 사람아. 아니, 안무 연습 끝나자마자 바로 작업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여기.”
“…….”
내가 얄밉게 웃자 눈이 가늘어졌다.
“……중현이 형. 제가 500원 줄 테니까 저 사람 꿀밤 때려 줄 수 있어요?”
“안 돼.”
“5억 줄게요.”
“……!”
드러누워 있는 중현이의 동공이 흔들렸다. 한참 동안 고민하던 중현이가 내 눈치를 보더니 리혁이에게 속삭였다.
“선불이면 가능.”
“……중현아. 형이랑 우애가 그거밖에 안 되니?”
“반띵해 줄게요.”
“그래, 우린 영원한 형제야.”
동생들이 키득거렸고 나도 웃었다. 그러곤 소파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자자, 일어나자. 나인 마무리 작업해야지.”
“흐어어…….”
“얼른.”
비주가 잔소리할 때 짓는 엄한 표정을 따라하니 다들 벌떡벌떡 일어났다.
방전된 체력 때문에 힘겨워하기는 했지만 곧장 진지하게 작업에 참여하는 멤버들이었다.
중현이야 원래부터 작곡을 할 줄 알고, 여기에 틈틈이 공부한 비주까지 가세하니 훨씬 수월했다.
막내라인은 가사를 손보고.
가내수공업 현장처럼 업무 분담을 해서 새로운 타이틀곡 ‘Nine’을 완성시켜 갔다.
그렇게 완성하고 나면 작곡가들에게 버전 1을 전송하고, 버전 1.1이 되어 돌아오면 내가 1.1.1을 보내는 식이었다.
자꾸 답장이 올 때마다 버전 숫자가 2, 3으로 올라가기에 나도 마찬가지로 버전을 쭉쭉 올려 33까지 가니 그때부터 33.1로 답이 돌아왔다.
서서히 완성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곡이 좋은걸.”
틈틈이 작업실로 내려와 진척 상황을 확인하던 조 이사님도 노래에 대해 호평을 내렸다.
“벌스도 깔끔하게 바뀌었고. 여기에 군더더기만 살짝 덜어내면 퍼펙트할 거 같네.”
그러곤 노래 중에 한 파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요 부분이 마음에 드네. 콘서트에서 공개하면 이 부분에서 반응 좋을 거 같은데.”
“그럴 거 같아요. 멤버들도 그 얘기 하더라고요.”
“예상 못한 구간이라서 좋네.”
내가 웃었다.
그러곤 점쟁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우리 이사님에게 질문했다.
“어떠세요? 저희 노래 잘 될까요?”
“글쎄, 그거야 노래 나와 봐야 알지. 그렇지만…….”
“……?”
“노래가 나올 시기가 8월 말이나 9월 초쯤이고. 지금 가요계 상황 보면 그때 컴백할 유명 그룹이나 대중성 좋은 가수는 없을 텐데. TNT나 틴스피릿이 갑자기 컴백하지 않는 이상에는…….”
이상에는?
“일단 1위는 무난할 거 같네.”
“오…….”
“너희 팬덤 동원력까지 고려해서 한 얘기야. 물론 가정으로 얘기한 거니까 상황에 따라서 편차가… 쟤들은 왜 기뻐하는 거니?”
소파에 앉아 있던 동생들이 ‘1위, 감사합니다!’ 하며 벌써부터 감격하는 모습에 조 이사님이 너털웃음을 보였다.
그렇게 ‘Nine’의 마무리 버전에 대해서 OK 사인을 보낸 조 이사님과 뮤비와 컨셉 포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참, 혹시 이번에 예산은…?”
“뭐든 마음껏 써. 대표님한테는 내가 잘 말씀드릴 테니까.”
“감사합니다!”
우리가 활짝 웃으며 인사하자 조 이사님이 미소를 지었다.
수첩을 꺼낸 리혁이가 곧바로 ‘컴퓨터 그래픽 비용’, ‘특수한 장소 섭외비’ 등에 동그라미를 쳤다.
머리를 쥐어뜯으, 아니 머리를 매만지실 대표님에게 미리 사과의 말씀을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맞다.”
마중을 나오는 우리에게 이사님이 말했다.
“홍보팀에서 너희 찾던데. 가서 얘기 좀 해 볼래?”
“이야기요?”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기획안을 많이 짠 거 같더라고. 너희 의견 듣고 나서 어떻게 할지 정한다고 하던데.”
우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
“새로운 프로젝트요?”
* * *
홍보팀 내부 회의실.
남 대리님과 홍 대리님이 한 쌍의 콤비처럼 우리에게 기획안을 내밀었다.
“바야흐로 2015년 여름.”
“리얼리티의 계절이 돌아왔도다.”
우리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리자 상대측이 민망한 웃음을 터뜨렸다.
스칼렛을 맡은 남석우 대리님이 웃었다.
“야. 왜 이렇게 웃어? 이거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 건데!”
“어우. 민망해.”
홍서영 대리님이 손부채질을 하자 리혁이가 종이컵에 물을 담아와 내밀었다.
‘찬물 마시면 얼굴이 좀 식어요’ 하며 조언하는 우리 부끄러움학 전문가님이었다.
우리는 곧바로 테이블에 둘러앉아 홍보팀이 만든 기획안을 살폈다.
“오, 뭔가 엄청 많네요?”
“저희가 이걸 다 해야 되는 건가요?”
거의 수십 종류에 달하는 각종 액티비티나 게임이었다.
홍 대리님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당연히 그중에서 몇 가지만 골라서 하는 거지. 너희 구미에 당기는 걸로 고르면 돼.”
“작성하느라 엄청 고생하셨겠네요. 아이디어 떠올리는 것도 그렇고.”
“아냐. 오히려 쉬웠어.”
“……?”
“다른 아이돌은 컨셉이나 이미지 고려해야 해서 기획에 제한이 있는데. 너희는 그게 없어서… 아니, 그렇다고 너희 이미지가 이상하고 그렇단 말은 아니야.”
“아닌데. 저희 멋짐 뿜뿜한 이미지인데…….”
“……어, 그, 그렇지!”
처음에는 살짝 시무룩했지만 이내 그간의 행실을 되짚어 본 우리는 곧바로 납득했다.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향해 ‘너 때문에 우리 이미지가 이래’ 하는 힐난을 보낸 후.
기획안을 살펴보는 우리에게 그들이 말했다.
“이제 너희 역사 탐험대도 끝났잖아.”
“네.”
“새로운 걸 슬슬 준비해야 할 때라서.”
비하인드가 하나둘 올라오고 있긴 했지만, 얼마 전에 ‘3.1 운동과 임시정부’ 편을 마지막으로 역사 탐험대는 끝을 맺었다.
사실상 우리 인지도를 끌어올린 1등 공신 프로그램.
우리가 최근에 광고업계에서 ‘3세대 최초로 2030에게 대중성 좋은 보이그룹’이라는 평을 얻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역사 탐험대 이후에도 너희 컨텐츠를 보고 싶어 할 사람들을 위해서 준비한 기획들이야.”
“저희 컨텐츠여?”
“음, 이게 예능이나 TV 프로그램에는 관성이 있거든. 처음에는 재미로 보다가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보게 되는 거지.”
“사람들이 정말 저희를 계속 보고 싶어 할까요?”
“믿어 봐. 그건 확실해.”
뭔가 확실한 근거가 있는 듯했다.
그나저나 역사 탐험대를 이어서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뉴블랙의 새로운 컨텐츠라…….
동생들이 기획안을 살피는 동안 내가 물었다.
“HBS 쪽이랑은 어떻게 되어 가나요?”
“HBS?”
“그쪽에서 미튜브 채널에 공을 들인다고 들었는데. 저희가 별도 컨텐츠를 만든다고 할 때 반응이 없었나요?”
“아…….”
두 직원이 눈빛을 교환했다.
뭔가 ‘그것까지는 말 안 해 주려고 했는데…’ 하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할 만한 생각이었다.
HBS가 미튜브 컨텐츠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역사 탐험대가 그 모든 구독자를 끌어왔으니까.
우리가 이제 떠난다고 할 때 저쪽에서 ‘잘 가! 하하하!’ 해 줄 리가 없을 터였다.
다른 이해관계자라면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상대가 지상파 방송국이라 마음에 걸렸다.
홍 대리님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뭐, 그런 쪽에서 불협화음이 있기는 해.”
“너희 리얼리티 만들 거면 자기네랑 협업하자고 하더라. 모든 클립이나 저작권은 자기네가 가지는 걸로 하고.”
남 대리님이 덧붙여 말했다.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기는 한데, 전부 자기네한테만 유리하거나 이상한 조건들이어서 거절했어.”
“괜찮나요? 혹시 뭐, 음방 출연에 지장이 간다거나…….”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돼. 그중에서 SNS 담당하는 뉴미디어국만 난리를 치는 상황이라서.”
드라마국이나 예능국 같은 현장 부서와의 이해관계에 지장 갈 일이 없으니 걱정 말라는 이야기였다.
우리 회사가 배우 기획사 쪽에서 top 3 안에 드는 곳이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음악전문채널인 K-Net이라면 몰라도, 다른 곳에는 ‘너희 그럼 우리 배우들 필요 없냐?’로 나갈 수 있다고.
“다행이네요.”
“누누이 말하지만 너희는 이런 부분까지는 신경 안 써도 돼.”
“그래도 이런 걸 알아 둬야 좋죠.”
두 직원이 조용히 웃는 동안 기획안을 보던 막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이건 뭐예여, 대리님?”
“어떤 거?”
“여기 ‘Y앱’이라고 적혀 있는 거여.”
그 말에 기획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진짜로 그랬다.
굵직한 리얼리티 기획마다 ‘Y앱 측 지원’이라고 적혀 있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Y앱?”
“이건 또 뭐예요?”
재빠르게 손가락을 똑똑 하는 리혁이의 스마트폰에 다들 고개를 모았다.
“귀에다 콧김 좀 뿜지 마요.”
“…….”
다들 얼굴 앞에 손을 들어 콧김을 막았다.
손을 든 너구리들처럼 모여 있을 때, 리혁이가 기사 하나를 눌렀다.
[스타와 팬의 쌍방향 소통, ‘스타 라이브’ Y앱 출시]
‘스타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봐. whY앱!’이라고 된 포스터에서 틴스피릿이 화사한 미소년의 윙크를 보여주고 있었다.
“…….”
‘궁금하지?’ 라고 깨알 문구가 적혀 있는데 자꾸 존나 궁금하지? 로 읽혔다.
“……그나저나 스타 라이브 앱은 또 뭐예여?”
궁금해 하는 우리에게 직원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 이번에 스타들과 팬들을 묶어 주는 라이브 앱을 개발했다는 모양이었다.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건 대략 다음 달인 8월 초.
“전부터 이야기는 오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우리도 들어가기로 확정했어.”
“저희가 지금까지 인별로 라방한 거랑 비슷한 거죠?”
“응. 똑같아. 플랫폼만 바뀔 뿐.”
우리가 미묘한 눈으로 Y앱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들어가도 괜찮은 건가.
쌩신인으로 도전하는 거면 모르겠지만 기존 SNS에 팔로워를 쌓은 상태에서 신규 플랫폼으로 들어간다니 조금 걱정이 된다.
예전에 어느 대기업에서 만든 비슷한 앱이 순식간에 망하기도 했고.
“이상한 데 아니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우리도 스칼렛이랑 너희 들어가는 것 때문에 고민이 많았거든. 여차하면 발 빼려고 했는데…….”
“조건이 너무 좋았어.”
그들이 말했다.
“신규 출시하는 앱이라 홍보를 해야 되는데, 저쪽에서 틴스피릿이랑 너희를 메인으로 찍었거든.”
“……저희를요?”
“응. 팬덤 많은 그룹이랑 대중성 좋은 그룹 두 개로 이렇게 나눠서 투 트랙인 전략 같아.”
홍 대리님이 말을 이었다.
“그쪽에서 너희 컨텐츠를 유치하고 싶다고 밝혀서.”
“Y앱 지원이 그 뜻이었네요.”
“응. 리얼리티를 찍든 뭘 하든 예산을 지원해 주겠다더라. 조건도 최상인 편이고.”
“오오…….”
뭘 하든 예산 보장이라.
리얼리티 아이디어가 적힌 목록을 보며 우리가 눈빛을 빛냈다. 그리고 곧바로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여행!”
“여행 있다! 여행!”
“대박, 제주도 여행 있어여!”
바로 국내 여행 리얼리티 기획이었다.
제주도를 3박 4일 여행하면서 찍은 분량을 짧게 짧게 나눠서 올린다는 내용.
홍 대리님이 웃으며 답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걸 최우선으로 고려했어.”
“진짜요?”
“너희 팬들한테 보고 싶은 리얼리티 수요 조사하니까 1위로 여행이 나오더라. 너희 휴식하는 거 보고 싶다고.”
“우와…….”
서로를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뭔가 찡하다.
다음에는 팬분들에게 초호화 크루즈 여행이라고 써 달라고 하자면서 우리끼리 농담을 했다.
“처음에는 해외를 고려했는데, 해외는 뭔가 이미지가…….”
“네. 좀 그렇죠.”
해외여행 리얼리티는 뭔가 연차가 쌓인 그룹들이 ‘이제 한 번 쉬어 볼까~’ 하며 가는 이미지라서 국내 여행이 적절했다.
사실 신인들은 이미지상 여행 리얼리티를 잘 안 찍기도 하고.
그나저나 너무 좋다.
여행에 대한 생각은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합법적으로 쉴 수 있는 기회가 제 발로 찾아오다니.
벌써부터 ‘혼저옵서예’ 하는 돌하르방이 눈에 아른거렸다.
“용암동굴을 직접 내 눈으로……!”
“용암동굴!”
흥분한 리혁이의 말에 우리가 외치자 직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중현이의 ‘해녀 체험 콜?’하는 농담에도 우리는 웃었다.
“그런데 여행 리얼리티는 가을쯤 돼야 찍을 수 있을걸?”
“그죠. 지금 콘서트 준비랑 앨범 때문에…….”
“일단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기획을 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여행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네!”
우리가 곧바로 신이 나서 리얼리티나 프로그램 기획안 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미튜브에 올릴 컨텐츠는 미튜브대로 준비하고.
이번에 새롭게 런칭된다는 라이브 앱에 어울릴 만한 것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우리의 구미를 자극하는 것을 발견했다.
* * *
뉴블랙이 앨범을 준비하는 휴식 기간.
평소보다 부족한 떡밥에 수플레들이 팬카페나 커뮤니티를 흐물흐물하게 돌아다닐 때였다.
-애들 보고 싶다..
-규호찡.. 우리ㅜ 애들이 보고 싶어요
-제가 규호 이발사한테 얘기 들었는데 곧 우리 애들 떡밥이 나올 거래요
-규호는 매일 우리애들 보겠지
-가지고 싶어 규호’s eye
-요즘 앨범 준비기간이라 바쁜가..?
-사간이라도 얼른 하면 좋겠다; 우주랑 중현이 흑복 캡처할 테야
물론 멤버들이 팬카페에 꾸준하게 들려서 ‘여러분 제가 귀엽나요, 우주 형이 귀엽나요. 정답 있음 [3점]’ 같은 글을 올려 주긴 했지만.
무엇이든 더 보고 싶은 것이 팬의 마음이었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 박씨처럼 소식을 물어왔다.
-대박! 애들ㄷ일 ㅏㄷ랃라스타파이브혼데ㅛ
-진정해 수플레.
-대박!!! 애들 수플레 아니 씨 잠시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정해요 일단
-애들 스타라이브 나온데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서 스타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인터넷 라이브에 나온다는 듯했다.
최근 들어 Y앱 런칭을 앞두고 유명 스타들을 불러 홍보를 하는 중이었다.
간만의 떡밥에 수플레들이 웅성거리며 모여들 때.
저녁 8시에 라이브 방송이 시작됐다.
토크쇼처럼 아늑한 조명으로 꾸며진 카페 소파에 앉아 있는 개그맨 유창현이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네, 실시간 스타 라이브! 오늘의 주인공은 최근 가요계를 핫하게 달구고 있는 분들이죠. 바로 뉴블랙입니다!]
화면 밖에 서 있던 뉴블랙 멤버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어미 닭을 따라가는 병아리들처럼 우주를 따라 조심조심 들어오는 모습에 벌써부터 웃음이 나온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푹신한 소파에 앉은 뉴블랙 멤버들이 편안한 자세로 앉았다.
우주가 손가락으로 카메라 옆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가 댓글 창인 거죠?]
[네. 거기를 보고 소통하시면 됩니다.]
[글씨 조금 키워주실 수 있나요? 어른들 핸드폰 보실 때 사이즈 정도로요. 아, 네 감사합… 방금 우주=할머니 설 어느 분이에요?]
[밑에 비주얼굴은 신비주의 비주얼도 있어여.]
[흐하핫!]
처음부터 근본 없는 드립으로 시작되는 라이브였다.
유창현이 MC로서 재치 넘치는 멘트를 던지고, 뉴블랙도 능숙하게 받아먹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그렇게 라이브 토크쇼를 이어간 후.
[뉴블랙 분들도 이번에 Y앱 컨텐츠를 준비하시는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네, 맞습니다.]
우주가 대표로 손뼉을 치며 카메라를 응시했다.
[Y앱에서 Y가 궁금한 걸 물어보는 why? 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무엇이든 물어봐! ‘블랙 리스트!’]
다섯이서 동시에 손바닥을 내밀며 ‘빠밤!’ 하는 소리를 냈다.
팬들이 궁금한 표정을 짓는 동안 우주가 말했다.
[무엇이든 좋으니까요. 평소 궁금했던 것이 있다면 자유롭게 질문을 해 주시면 돼요.]
말이 끝나자마자 수플레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신은 존재합니까?
-올해 7살 어린이입니다. 양자역학의 미래에 대해 알고 싶어요!!
-한국에서 최초의 계란 후라이는 누가 만들었나요??
-선풍기 틀고 자면 생존확률이 얼마나 되나요??? 참고로 전 살았음
-오징어랑 문어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데 호랑이가 동굴에서 정말 사나요? 게임에도 자호굴 나오던데
드립과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뉴블랙 멤버들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MC도 큐카드로 입을 가린 채 몸을 들썩였다.
유연성 좋은 메인댄서는 아예 웃다가 뒤로 넘어질 뻔했는데, 다행히 래퍼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우주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우리 센스쟁이들이네요. 그런 질문들도 좋긴 하지만 기왕이면 저희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셨으면 해요.]
곧바로 어느 수플레의 댓글 하나가 반짝거렸다.
-뭐든지?
멤버들이 웃으며 답했다.
[뭐든지요.]
[다 좋아요. 여러분이 보내주신 질문을 골라서 컨텐츠로 준비할 계획이거든요. 뭐든 물어보셔도 좋아요.]
[믿습니다. 우리 수플레들.]
[누가 제일 오래 숨 참나여. 이런 건 안 돼여.]
Y앱 컨텐츠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 후.
뉴블랙 멤버들이 화면을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8월 1일, Y앱 런칭하는 날, 새로운 컨텐츠로 여러분을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사랑과 시청 부탁드릴게요!]
멤버들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에 손을 들고 있는 동안, 화면 뒤에서 수플레들이 그림 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가수와 놀랍도록 닮은 웃음이었다.
그런 따스한 웃음과 함께 곧바로 곳곳에 있는 손가락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