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85화
『 궁금한 것을 물어봐! - 블랙 리스트 Teaser 』
검은 화면.
앨범 수록곡에 포함된 중현의 믹스테잎 도입부가 흘러나온다.
‘It’s The New Black’하는 저음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뉴블랙의 공연 영상이 흘러나온다.
하늘하늘한 셔츠 차림으로 부르는 청량한 불꽃놀이.
망고 차트 어워드에서 붉은 수트를 입고 현란하게 춤을 추는 마스커레이드 무대.
일본 K팝 콘서트에서의 바람꽃에 이은 Flower Dance 무대까지.
화려한 분장을 한 아이돌이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들이 꼭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들 같다는 인상을 줄 때.
멤버들의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깔린다.
[겁먹지 마세요.]
[저희는 하찮거든여.]
와장창 하며 유리 깨지는 효과음과 함께 내레이션 속 뉴블랙 멤버들이 폭소하기 시작한다.
우주가 깔깔 웃으며 타박한다.
[야! 방금 누구야? 왕지호지?]
[얘 맞아요. 아니, 바보 아냐? ‘해치지 않아요’가 어떻게 ‘하찮거든요’가 되냐?]
[배역에 너무 몰입해서 그래여.]
파워풀하게 어깨를 터는 비주에서 화면이 멈춘 가운데 시끌시끌한 아우성이 들려온다.
귀찮아하는 막내의 목소리.
[아. 연기의 연 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정말… 제가 애드립으로 한 대사가 더 잘 어울릴걸여?]
[대리님! 저희 끊고 다시 갈게요!]
[지호야. 우리 이미지가 왜 하찮냐. 우아하고. 엘레강스하고. 멋짐 뿜뿜하고.]
[앞에 두 개 동어반복 아니에요?]
[리혁아. 네가 그러니까 친구가 우리밖에 없는 거야.]
[흐하핫! 친구라니까 리혁이 형 발그레져서 좋아하는 거 봐여.]
수플레들이 ‘역시 우리 애들… 진지한 거 1초를 못 가’ 하며 따스한 미소를 보일 때쯤.
[자, 다시 한번 갑시다!]
[대리님. 이거 꼭 편집해 주시는 거져?]
그에 답하듯 멤버들이 새롭게 멘트를 재촬영하는 목소리들이 어렴풋하게 사라진다.
그걸 대신해서 아까 우주의 대사가 오디오를 채운다.
[우아하고.]
우측 상단 TBC가 뿌옇게 가려진 가운데 흙길에서 흑염소와 구르는 중현.
[엘레강스하고.]
무알콜 칵테일을 마셨는데 자기가 취한 줄 알고 실신하는 우주.
[멋짐 뿜뿜하고.]
김치통을 열다가 폭발한 김칫국물이 얼굴에 잔뜩 튄 비주와 리혁.
연산군이 되어 궁녀 비주와 상선 우주에게 댄스 브레이크를 강요하며 웃는 막내까지.
마지막으로는 상소문을 올리다 중현에게 끌려가는 충신 리혁이 흘러나왔다.
멋짐 가득한 무대 위와는 정반대의 모습들.
누구보다 친근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끝나고 암전된 화면 위로 문구가 떠오른다.
「 편안한 마음으로, 저희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
어딘가 해탈한 글씨체의 문구와 함께 질문을 올릴 사이트의 주소가 함께 흘러나왔다.
Y앱 런칭을 앞두고 나온 해당 영상은 아이돌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화제가 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뭐냐고
-무슨 약을 빤거야 대체ㅋㅋㅋㅋ
-레몬 직원들 도핑테스트 시급하다
-궁금하면 저기다 ㄱㄱ
-근디 재밌을거같은디..?ㅋㅋㅋㅋ 나도 질문글 써도 되나
-숯불들아 혹시 그냥 호감덕도 써도 되니(수줍)
-ㅇㅇ 홍보할 때 애들 관련된 질문이면 팬 아니어도 누구든 써도 좋다고 했어!
-기다려라. 나 팔 걷어붙였다 지금
그게 바로 뉴블랙의 첫 Y앱 컨텐츠에 수플레가 아닌, 평소에 호감을 지닌 다른 사람들도 참여하게 된 이유였다.
* * *
“며, 몇 개요?”
“대략 8만 개.”
홍 대리님의 대답에 우리가 벙 찐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리혁이가 머릿속으로 계산하더니 답을 내어놓았다.
“인당 1만 6,000개니까. 한 시간은 3600초고. 대략 1초에 한 개씩 본다고 치면 5시간 정도 걸리네요.”
“…….”
숫자가 너무 터무니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혹시 질문이 저조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에 예고편을 찍었던 것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우리 생각보다 인기 아이돌이었구나.”
“어쩌면 그만큼 우리가 미스터리한 존재여서 질문이 폭주한 거 아닐까요. 저 수상한 놈들은 뭐지 하고.”
“일리 있다. 중현아.”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때, 지호가 말했다.
“저는 질문 없을까 봐 울 아빠한테 부탁했거든여. 닉네임 중에 ‘지호아빠’ 있으면 우리 아빠예여.”
“그래?”
홍 대리님이 Ctrl+F로 목록에서 지호아빠를 검색하니 질문이 0개 나왔다.
우리가 큰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막내가 콧김을 쉬익 뿜으며 아버님 연락처를 차단했다.
웃음이 잦아들었을 때 내가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근데 이거 어떻게 하지…….”
“그러게요.”
질문 기한이 마감 됐다고 해서 ‘하나씩 봐야지!’ 하려고 내려왔는데 8만 개나 되어 있었다. 가뜩이나 바쁜 스케줄이라 아무리 시간을 쪼개도 다 볼 수가 없을 만큼 많은 상황.
그때 비주가 말했다.
“오! 생각해 보니까 저기 막 안 좋은 내용 써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거 추리면…….”
“아, 그러네.”
앨범 사재기 해명해 같은 우리에 대한 악플도 꽤 있을 테니 그것까지 걸러 내고 나면…….
홍 대리님이 미소를 지었다.
“이미 걸러 낸 거야.”
“…….”
“너희 팬들이 신고해준 댓글들이랑 우리가 설정한 키워드에 걸린 댓글들을 만 개 정도 걸러 냈고.”
우리끼리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악플도 슈스 급이 되었구나. 우리.
홍 대리님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 너희 팬들 말고도 다른 팬들이나 일반인이 쓴 댓글 양도 만만치가 않아서. 일단 홍보는 성공적으로 된 거 같아. Y앱 측에서도 전화해서 관심을 보이더라.”
“오오…….”
“일단 이건 너희끼리 검토하는 게 무리니까 우리가 살펴볼게.”
그러고 보니 지금 홍보팀 사무실이 조용하다.
평소 같으면 전화 받고, 외근 나가고 컴퓨터 타닥타닥 하는 소리가 들려야 할 공간인데.
모두가 한 자리에 앉아서 A4 용지 목록에 형광펜을 쭉쭉 긋고 있었다.
“그럼 지금 다들 보시는 게…….”
“응.”
“…….”
홍보팀 직원들이 고개를 들어 우리에게 짠한 웃음을 보였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너희 질문 글만 봤어…….”
“비주야. 프랑스어로 입맞춤이 비쥬(Bisou)라는 거 아니? 너희 팬이 프랑스 사람한테 네 이름 소개하는 걸 보고 싶대.”
“중현이, 햄버거 최대 몇 개 먹니? 이거 삼백 개 봤다.”
“리혁아. 지난번에 너 MC 볼 때 썼던 파운데이션 메이커 기억하니. 그거 커버력 좋다고 질문 많더라.”
“우주야. 그냥 1억이랑 100억 받고 재입대 중에 뭐 고르니? 신중하게 골라 달래.”
“지호 야자타임 보고 싶대.”
주옥 같은 질문 리스트에 우리가 깔깔 웃다가 마지막에 가서 절대 안 된다고 정색하고 대답했다.
지호만 ‘왜여! 꿀잼인데!’ 하며 반짝거릴 뿐.
“지금 직원들 전원이 달라붙어서 너희들 Y앱이랑 미튜브 컨텐츠 준비하는 중이야.”
전원이라는 말에 ‘오’ 하다가 드문드문 빈자리들을 발견했다.
우리가 물었다.
“배 과장님이랑 하 대리님은요?”
“스칼렛 애들이랑 촬영 갔어.”
그러고 보니 이번에 Y앱에 들어가는 건 우리 회사 선배 걸그룹이 있었다.
“거기는 뭘 찍나요?”
“먹방.”
“…….”
“소고기 먹방 찍는대. 특수부위로 120만원 어치…….”
산더미 같은 생고기를 쌓아둔 채 박수치며 꺄르륵 거릴 스칼렛 멤버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고기 엄청 좋아하던데.
‘언니 나 너무 좋아서 눈물 나’, ‘세상에 고기가 산더미야!’ 하면서 눈물까지 훔칠 모습이 자동으로 연상이 됐다.
뭔가 부럽다.
“우리도 먹방 찍을 걸 그랬나…?”
“근데 그 누나들이랑 먹는 거에서 이길 자신 있어여? 스칼렛 누나들 진짜 하루 종일 먹어여.”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러곤 짠한 얼굴로 형광펜을 치고 있는 홍보팀 직원들에게 커피를 돌렸다.
커피와 조각 케이크를 받아든 홍보팀 직원들이 고맙다고 웃으며 노동을 이어갔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할 만하지.”
누군가 하하 웃었다.
“안 좋은 일 생겨서 수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뭐 큰일이 나서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너희도 당분간 뭐 크게 이슈 될 일 같은 건 없잖아?”
“네. 그죠. 앨범이랑 콘서트도 다음 달 말쯤이라서…….”
당장 할 일이 적어서 괜찮다는 홍보팀 직원들의 미소에 우리도 하하 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모두가 무언가를 까먹고 있다는 건 알지 못했다.
* * *
앨범 진척상황에 퍼센트를 매긴다면 한 80퍼센트쯤 된 것 같다.
무수한 작곡가들의 눈물과 동생들과 나의 영혼을 갈아 넣은 타이틀곡 나인의 믹싱과 마스터링이 끝나고.
앨범 디자인 시안까지 나오면서 사실상 실물 앨범이 나올 만한 준비가 거의 다 끝나 갔다.
이전 앨범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빨라진 속도였다.
일정이 빠듯한 것도 있지만, 대표님이 이번 앨범에 또 거한 금액을 투자해 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는 어지간한 대형 기획사 아이돌과 비교했을 때도 절대 안 밀렸으니까.
컴백 무대에 공중그네를 설치하고 코끼리를 불러도 무리가 없을 만큼 큰돈이었다.
그런 돈은 대부분 사람을 쓰는 일에 투입됐다.
업계 최고로 소문이 난 디자이너에게 앨범 디자인을 부탁하고, 안무도 클레이가 소개해준 남미의 유명 안무가에게 부탁하니 굉장한 결과물이 나왔다.
이쯤 되니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대박이 터질지는 모르지만 이 정도면 적어도 안 망한다는 느낌.
물론, 누군가는 망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쉬운 안무라면서요. 쉬운 안무!”
“진정해. 피라루쿠.”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요? 이게 쉽다고요? 비주 형! 이번에는 쉬운 걸로 가자면서요!”
“음? 안 쉽나?”
“안 쉽나? 이리 와요! 내가 오늘 형을 없애버릴 거예요!”
바로 역대급 안무에 고통 받는 리혁이었다.
우리가 만 원짜리를 꺼내 리혁이의 최애를 보여 주며 진정시키는 동안 비주가 진심으로 당황한 얼굴로 안무를 점검했다.
몸을 쉽게 꽈배기처럼 틀면서 ‘어려워?’ 하며 부드럽게 묻는 질문에 리혁이가 날파리처럼 날뛰었다.
“근데 이거 어렵긴 해여. 비주 형.”
“그래?”
“마스커레이드보다 더 어려워여. 한 1.5배.”
“그런가?”
우리 메인댄서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우주 형은 잘 따라 하는데?”
“그, 비주야. 내가 잘 따라 하긴 하는데…….”
힘에 부쳤다.
이번 안무는 굉장히 빠르고 발동작이 많은 편이어서 한 번 하고 나면 진이 쫙 빠졌다.
땀이 말 그대로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계속 강강강이면 모르겠는데, 템포에 따라서 강약조절이 들어가는 안무라서 힘을 줬다 뺐다 하니 더 힘들었다.
여기에 최근 들어 다시 시작한 다이어트까지 합치니.
“흐어어…….”
연습하고 널브러졌다가 또 비척비척 일어나서 연습하기를 반복했다.
그러곤 쉬는 시간이 될 때마다 혼자 거울 앞에서 동작을 점검하는 비주를 보며 감탄했다.
“쟤 더 늘은 거 같지?”
“그러니까여. 춤에 미친 형이에여…….”
“개인 연습하는 동안 대체 뭘 하고 온 거예요. 저 형은.”
각자 개인 연습을 할 때도 어마어마하게 춤을 추는 연습을 했는지 또 한층 더 레벨업을 한 우리 애였다.
퍼포먼스 연습을 구경하러 온 대표님도 비주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보고 있다 보면 쟤는 춤을 추는구나 하는 생각보다는 그냥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음악에 맞춰서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경지라고 할까.
“그러니까 분발하자. 우리 리혁이.”
“……보컬 연습 시간 돼 봐요. 가만 안 둬.”
호언장담을 하는 녀석에게 픽 웃었지만 보컬 연습 시간이 되어서 정말 혼이 났다.
“누가 소리 그런 식으로 내라고 했어요. 저음을 그런 식으로 내면 목 상해요.”
“…….”
“대답해야죠.”
“죄송합니다…….”
보컬 연습을 평소에 열심히 했는데도 커트라인이 천상계였다.
내가 곡 작업을 하고 있는 동안 다들 저마다 특기를 얼마나 연습했는지 실력이 달라져 있었다.
앨범 하나하나 낼 때마다 계단식으로 차근차근 올라온 듯하다고 할까.
처음에는 그 변화를 잘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는데, 4집을 앞두고 준비하면서 하나하나 달라진 모습을 깨달았다.
중현이의 랩도 늘었고. 막내는 점점 무대에서 표정 연기의 마스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당사자들은 모르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은 아는 변화들이라고 할까.
중현이가 고개를 저었다.
“형도 더 늘었어요.”
“그래?”
“네, 뭔가 김비주의 턱밑까지 서서히 기어오르는 송충이 같은 느낌.”
“칭찬이야. 욕이야?”
내가 개인 시간에 곡을 쓸 동안 저마다 특기를 더 업그레이드한 동생들을 따라잡긴 힘들었지만, 연습을 열심히 한 덕인지 분야별 넘버 2는 차지했다.
대체 연습할 시간이 언제 있었냐며 신기해하는 동생들에게 더 분발해야겠다고 했더니 바로 견제가 들어왔다.
“아저씨는 좀 쉬어요. 제발.”
“아니, 왜 자꾸 따라 올라고 하는 거예여.”
“시속 70킬로까지 속도 올렸는데 귀신이 자동차 유리창에 달라붙어서 안 떨어지는 느낌.”
중현이가 자꾸 이상한 비유로 내 정신을 오염시키려 들었다.
다른 동생들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편하게 쉬고 싶어도, 자꾸 내가 추격하니까 무서워서 달리게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웃음만 나왔다.
“농담도 참.”
“…….”
“아니야……?”
다들 고개를 끄덕거렸다.
“제발 좀 쉬어요.”
“팬들이 맨날 육각수 아이돌이라고 하잖아여. 그 육각수에 만족하고 좀 쉬어여.”
“……육각형이겠지.”
동생들과 우애 좋게 ‘너나 좀 쉬어’, ‘아니에여, 님부터’ 하면서 쉬라고 훈훈하게 다독였다.
그렇게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다 같이 열심히 하기로 극적인 합의를 본 후.
연습실 구석에 쓰러져 있는 안무 트레이너 주예형 쌤을 쿡쿡 찔렀다.
“일어나세여. 예형 쌤.”
“쌤, 일어나셔야죠.”
“…….”
겁에 질린 얼굴로 우리를 올려다보는 안무가 주예형 쌤에게 우리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저희 연습하는 거 봐주셔야죠.”
* * *
여러 프로젝트를 정신없이 준비하는 동안 ‘사나이가 간다’의 본방송도 서서히 다가왔다.
-‘사나이가 간다’ 최초 외부 특집… “경찰특공대” 네티즌 관심
-‘경찰특공대’ 예고에 관심 폭발 ‘시청률 부진’ 만회하나
-폭발물 테러 훈련부터 경찰견까지, 사간 PD “기대하시라”
가장 최근에 했던 육군 특집이 끝나고 말미에 1분 정도 나온 예고편이 관심을 끈 모양이었다.
웅장한 BGM과 함께 폭발물이 막 터지고, 특수부대 복장을 입은 대원들이 진입하고, 레펠을 타고 쭉쭉 내려오는 장면들이 나오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슬슬 육군이나 해군 특집에 나오는 장면들이 식상해질 때쯤 돼서 그런지 반응도 좋았다.
-오 경찰특공대ㅋㅋㅋㅋㅋ 신기
-담주는 좀 챙겨봐도 될듯
-요새 육군에서 계속 똑같은걸로 울궈먹어서 노잼이었는데 이번엔 다르길 기원합니다.
-시청률 하락하니까 이제야 잼는 거 하네ㅋ
-여전히 노잼삘 아님..? 예고 안봤는데 뻔함.
-게스트가 뉴블랙임
-아 그럼 경우가 다르지
-경우가 다르지 ㅇㅈㄹㅋㅋㅋㅋㅋ 태세전환보소
-뉴블랙은 아이돌 아님. 제3의 무언가임
-기대한다 나의 웃음벨
홍보팀에서 추려서 보내준 기사 댓글들을 모니터링하는데 대체 우리 이미지가 어떻게 잡힌 건지 궁금했다.
한편 인터넷에서 사간의 새로운 특집을 두고 시끌시끌하는 동안.
우리는 직접 ‘사나이가 간다’ 제작진과 만남을 가졌다.
“안녕하세요!”
“왔구나. 우리 시청률 덩어리들.”
“아직 본방도 안 했는데 저희 부담 돼요, 피디님.”
나와 중현이를 보며 눈을 빛내는 도준기 피디님에게 미소를 지었다.
피디님이 아무렴 뭐 어떠냐는 듯 웃었다.
그러곤 비주와 지호, 리혁이를 스윽 훑었는데 상품 가치가 있는지 확인하는 듯한 눈길이었다.
그래요. 피디님. 쟤네도…….
“……?”
고개를 슥 저었다.
군대 예능에 부적합할 것 같다는 느낌의 시선을 보내더니 다시 중현이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심했다.
오늘 이 녹화까지 하고 나면 저 사람 연락처를 차단할 거라고.
“하하, 그럼 오늘 녹화 시작해 볼까? 슬레이트 누가 칠래? 중현이가 칠래?”
“네. 제가 할게요.”
중현이가 카메라 앞에서 손뼉을 짝 친 이후에 녹화를 시작했다.
한산한 병원 로비에서 사람들이 쳐다봤다.
오늘의 목적은 전에 경찰 특공대에서 중현이의 근력을 보고 ‘검진 받아봐라’ 했던 것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원래는 한조도 같이 오기로 했는데 스트릿 보이즈의 행사 스케줄이 빡빡해서 불참이었다.
카메라가 도는 동안 우리가 이런저런 드립을 날려 대며 분량을 만들었다.
“중현 씨, 기분이 어떠신가여.”
“떨립니다.”
“뭐가 떨리나요?”
“전국민에게 제 몸을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중현아!”
오해 살 표현을 쓰지 말라고 우리가 타박하는데 피디님은 뒤에서 웃고 있었다.
“저, 그럼 다녀올게요.”
비장한 얼굴로 가운을 입은 채 뒷걸음질로 사라지는 우리 애의 모습에 그만 웃음이 나왔다.
그러곤 매니저들과 함께 중현이가 검사 받는 동안 기다렸다.
중간에 우리를 알아본 사람들에게 사진을 같이 찍어 주거나 대답을 해주기도 하고.
건빵모자를 쓴 할아버지 한 분이 날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노블랙! 준이!”
“안녕하세요. 노블랙입니다.”
“아이고. 반갑구만. 우리 선우준이. 나도 선우 씨야. 핫핫.”
그러고는 카메라를 슥 보시더니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여기는 뭐 하러 온 건가?”
“저희 애 검사 받으러 왔어요.”
어르신의 동공이 흔들리더니 카메라를 흘깃거렸다.
“아, 아이가 있구만…….”
“아뇨. 그 아이가 아니고 큰 아이요.”
“큰 아이가…….”
“아뇨. 그보다 더 큰…….”
나와 동생들이 몸짓으로 자이언트 베이비 하듯 크게 그렸다.
어르신이 ‘많이 크구만…’ 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화를 할수록 서로가 수렁에 빠져드는 모습에 사간 제작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겨우 중현이 사진을 보여 주고 나서야 ‘아, 곰돌이 청년’하며 납득하는 어르신이었다.
우리 매니저들이 얄밉게도 배를 잡고 웃었다.
“휴…….”
겨우 숨을 고를 때쯤 중현이의 검사가 끝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일상복으로 갈아입은 중현이와 함께 잠시 대기를 하다가,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의사가 모니터를 보며 마우스를 딸깍딸깍 하는 동안 우리가 긴장된 얼굴로 회전의자 두 개에 모여 앉았다.
꿀꺽.
침을 삼키며 앞으로 나올 검사 결과를 기다릴 때.
“직업이 아이돌 가수라고 하셨죠?”
“예.”
“흐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기에 우리도 덩달아 진지한 표정으로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실례되는 말씀입니다만, 직업을 좀 잘못 택하신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