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88화
첫 시작은 지난주 에피소드의 마지막이었다.
육군 전방 대대에서 교육을 수료한 사나이가 간다 멤버들이 배낭을 맨 채 부대 정문에 서 있다.
서로 눈시울을 붉히며 포옹을 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저기 눈 촉촉해진 거 봐여. 우주 형도 지난번에 공항에서 막 저러지 않았어여?”
“그랬지.”
물론 의미는 엄청 달랐지만.
저기서 흘리는 눈물은 아쉬움의 눈물이었지만, 그때 나는 해방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지금도 1팀 단톡방에서 ‘우주야, 보고 있니?’ 하는 특공대원들의 톡을 무시하는 중이었다.
“치킨 먹고 싶다.”
“전 튀김우동이여.”
내 눈물에서 언제 화제가 겉바속촉까지 갔는지 음식 얘기를 하고 있는 동생들이었다.
그 동안 리혁이가 들고 있는 태블릿 PC를 바라보았다.
실시간으로 시청 중인 사람들의 반응이 올라오는 곳이었는데 아직까지는 굉장히 잠잠하다.
“반응이 별로 없네.”
“요새 시청률이 많이 떨어졌대요. 저렇게 자꾸 감동 코드로 흘러가거나, 막 깊은 의미를 노리는 연출만 나와서.”
“아…….”
하긴 지금도 방송 내용이 뭔가 축 쳐져 보이긴 하다.
막 감동적인 BGM을 깔고 포옹하고, 3박 4일간의 추억이 스쳐 지나가고 그러는데.
보고 있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덤덤한 느낌이라고 할까.
대개 예능은 시간을 내서 보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나서 보는 프로그램인데 확실히 저러면 시청률이 좀 하락할 만하다 싶긴 했다.
리혁이가 말했다.
“그래도 명곡단이랑은 시간대가 안 겹쳐서, 그렇게 엄청 하락하고 그런 편은 아니래요.”
“하긴, 명곡단이랑 겹쳤으면…….”
명곡단은 지금도 잘나가는 중이다.
우리가 출연했던 그때의 뜨거운 화제성은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시청률 3위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그에 반해 지금의 사나이가 간다는 점점 하락세를 타는 중이었다.
다른 예능에서는 실시간 톡에서 1초에 댓글이 수십 개씩 올라가고 그러는데 사간은 느릿느릿하다.
-아.. 언제 끝나
-작별할 거 가지고 5분을 끌 일이야 이게???
-1시간 반짜리에서 작별이 5분ㅋㅋㅋㅋㅋㅋ
-뉴블랙 언제 나오냐 뉴블랙
-뉴블랙 보려고 틀었는데 ~.~
-게스트 뉴블랙이라고 해서 간만에 틀어봣는데 이러면 하차각이야 도 피디
-ㅅㅂ 남친이랑도 각자 집에 갈때 3분이면 인사끝인데
-준기 이런 연출 욕먹는데 자꾸 고집 부릴거야?
-연출 겁나 올드하네.. 조선시대 연출이냐 이럴 거면 거중기로 개명해
-[속보] 우리 아빠 한숨 쉬기 시작 … ‘이게 이렇게 질질 끌 일이냐’
전반적으로 민심이 좋지 못했다.
지금 방송 내용이 막 재미가 없다기보다는 그 동안 곪아온 것이 살짝 터지는 느낌이라고 할까.
사간의 평소 진지하고 감동 가득한 연출에 질린 시청자들이 ‘준기 나가 있어’ 하며 분노 중이었다.
“살벌하네…….”
거기다 중간에 ‘뉴블랙 내놔 어서’ 하고 있는 모습이라 괜히 고구마를 먹던 우리가 쫄았다.
시청자들의 화를 풀어주기 위해 우리가 당장이라도 뛰쳐나가서 춤이라도 춰 줘야할 듯한 느낌.
그렇게 길었던 7분이 끝난 후.
-오 새 특집 시작한다
화면에서 오늘 할 회차의 예고가 간략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랑 한조가 ‘흐아악!’ 하며 PT를 받는 장면이나 중현이가 ‘내래 즐겁습네다’하는 느낌으로 웃는 표정.
폭발물이 터지고, 교실 안으로 특공대 복장을 입은 출연진들이 진입을 시작하고.
경찰특공대에서 레펠을 하며 멋지게 내려오는 누군가의 모습까지.
“오, 저 뒷모습 우주 형이다. 우주 형. 캡처해야…….”
“나야.”
중현이의 대답에 비주가 잠시 동공지진했다가, 이내 우리 곰이 ‘뻥임’ 하는 말에 안심했다.
“오오, 댓글창이 갑자기 온순해졌어여.”
오늘 회차 예고가 효과가 있었는지 댓글창 분위기가 급격히 차분하게 변해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타닥타닥 하는 키보드 소리와 함께 몇 월 몇 일 TBC 어디 하는 문구와 함께 사무실이 흘러나왔다.
바로 금일의 게스트와 사전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었다.
협찬 받은 티셔츠를 입은 내가 자리에 앉는데, 지호가 폰을 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래?”
“수플레들이 형이 멀쩡한 옷 입었다고, 협찬인 거 바로 알아봤어여.”
“…….”
“저기서 흰 티셔츠 잘 어울린다고. 평생 협찬 옷만 입어달래여.”
이내 내 소개가 흘러나왔다.
[한류 열풍을 이끄는 K팝의 주역이자 떠오르는 대세 아이돌! ‘뉴블랙’의 리더!]
[우주!]
하지 마세요. 제발.
으아아.
자막이 번쩍번쩍할 때마다 담요 아래로 둔 손발이 티라노 앞발처럼 오므려졌다.
“어우, 창피해.”
“우리가 언제부터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된 걸까요.”
“민망해.”
동생들이 담요를 뒤집어쓴 채 으이이 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 춤을 추는 무대 공연 장면과 담요 아래로 손을 뻗어 고구마를 뒤적거리는 우리가 대비됐다.
리혁이는 부끄러운지 아예 디멘터처럼 푹 눌러쓰고는 고구마를 담요 틈새로 집어넣었다.
그 동안 사전 인터뷰가 흘러나왔다.
“형, 근데 엄청 시무룩해 보이네요.”
“다시 보니까 불쌍하네여. 우리 형… 군대 가기 싫어서 저렇게 눈 촉촉해진 거 봐여.”
화면 속 나는 웃고 있었지만, 1년 반 넘게 부대끼며 산 동생들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그리고 데려가고 싶은 사람 없냐는 말에 차분하게 거절하는 내 모습에 동생들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우리 애들이 감동했다는 눈으로 나를 돌아보고 있을 때.
[군대에 안 가요?]
화면 속 내가 진심으로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
동생들을 어떻게든 끌고 가보겠다며 도 피디와 짝짜꿍이 맞는 내 모습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건 오해야.”
“…….”
“어디까지나 방송을 위해서 재미를 만든 거지. 정말 너희를 다 끌고…….”
화면 속 내가 말했다.
[다 데려가고 싶어요! 흐하하!]
담요 바깥으로 드러난 얼굴들이 뚱한 표정을 머금었다. 동생들에게 내가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당황해서 저때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났다.
“설마 너희를 다 데려가고 싶어하겠니. 저건 진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에요. 저는.]
“피디님이 하도 하자고 하시니까.”
[피디님. 그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추첨하는 건 어떠세요?]
“방송이니 당연히 MSG를 팍팍…….”
[꼭 편집 부탁드립니다. 저희 애들한테는 비밀이에요.]
“으아아!”
과거의 나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야! 넌 좀 조용히 하라고!”
[제가 신나면 말이 많아져요. 히히.]
말할 때마다 수렁에 빠져드는 내 모습에 동생들이 키득거렸다.
TV 화면에서는 사간 제작진이 약 올리듯 ‘우주 씨, 비밀 못 지켜서 미안~’ 하는 자막이 떠올라 있었다.
한편, 그때부터 시청자들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우리의 콩가루 같은 우애에 감탄한 모양인지 댓글창에 웃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피디님과 내가 작별인사를 할 때, 갑자기 진동하는 휴대폰이 클로즈업 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피디님.]
[우주야.]
나와 도 피디가 서로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 장면이었다.
휴대폰 화면이 미친 듯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한조가 점잖게 욕을 하는 톡을 보내는 중이었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진을 보내더니 거기 들어가라고 했다.
그 동안 나와 피디님의 눈빛이 마주치며 운명 같은 BGM이 흘러나왔다.
[이건 운명이겠죠?]
[운명이네.]
[운명의…]
[데스티니?]
서로 ‘크, 좋았다’ 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과 함께 화면 속 내가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나라 잃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한조의 모습이 나오는 순간부터 댓글창이 서서히 빨라지기 시작했다.
* * *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
「 소파 밑을 청소하다가 오만원이 나왔다.gif 」
특이한 제목에 이끌려 클릭한 사람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온지 얼마 안 된 듯한 움짤이었다.
익숙한 얼굴의 뉴블랙 멤버와 어떤 젊은 남자가 진동하는 핸드폰에 시선을 돌린다.
[바로 그때 걸려오는 운명적인 전화!] 라는 자막과 함께 두 남자가 5만원을 발견한 사람처럼 웃는 장면.
-ㅋㅋㅋㅋㅋㅋㅋ제목 미쳤냐
-제목학원 우등생이네 ㅅㅂㅋㅋㅋㅋㅋㅋ
-표정 왤케 음흉한데ㅋㅋㅋㅋㅋㅋ
-저거 뭔 상황임?
-사나이가 간다임. 군대 데려갈 게스트 누구 고를지 고민하는데 다른 아이돌이 때마침 전화를 검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 표정이구만
-개꿀잼ㅋㅋㅋ
-남 군대는 꿀잼이지~
-저거 반응 궁금한데 그래서 어케 됨??? 후기 좀
-지금 본방중임
-아.. 군대 예능 싫은데 개꿀잼 각같긴 하구
-오늘 경찰특공대 특집이라고 함 군대 ㄴㄴ
-게스트도 뉴블랙
-오 믿고 봄
-믿고 봄 ㅇㅈㄹㅋㅋㅋㅋㅋㅋ
어느 아이돌 커뮤니티에 올라온 짤이 다른 커뮤니티에 기묘한 제목으로 수출되면서 사간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었다.
-근데 짤 하나가지고 보기엔 별루..
-지금 룰렛 나옴
-룰렛..?
-룰렛으로 군대 갈 게스트 추첨한데
-군대를 룰렛으로 추첨한다니 미친 거 아니냐? 당장 보러 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점 시청자들이 하나둘 올라가는 가운데, 기존에 시청 중이던 사람들은 대만족하는 중이었다.
-룰렛ㅋㅋㅋㅋㅋㅋㅋ진짜 역대급이다
-누가 룰렛으로 추첨햌ㅋㅋㅋㅋ
-룰렛도 아니네 심지어 다트야
-근데 뒤에 서 있는 예비군 분들 진짜 시강이다ㅋㅋㅋㅋ 우산 밑에서 활짝 웃고 잇음
-하나 적중할 때마다 응원봉처럼 우산 흔들어주네
-아저씨들 신났다
우주가 다트를 휙휙 던질 때마다 뒤에서 예비군들이 ‘와아’ 하며 우산을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게스트를 소개하는 시간부터 시청자들은 이미 웃고 있었다.
-근데 이거 남들한테 말하면 안 믿을듯
-상황 ㅈㄴ 웃기네ㅋㅋㅋㅋ
-인기 아이돌이 군필자라서 예비군 훈련을 가는데 부대 앞에서 룰렛판에 다트를 던져서 군대 갈 게스트를 추첨함
뭔가 남한테 말했을 때 이상한 눈으로 바라볼 것만 같은 상황.
하지만 이 상황을 누구보다 차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역시 우리 애들이다
-랜덤이라고 하는데 아무도 못믿는거 공감ㅋㅋㅋㅋㅋ 우주가 하는 거에 랜덤이 어딨어
-우주 : 지금부터 랜덤으로 고를 거예요 -> (해석) 지금부터 내 마음에 안 드는 놈을 죽이겠다
-ㅋㅋㅋㅋㅋㅋ왜 우리애 나쁜애로 만들어요
-우주.. 역사 탐험대에서 숙종돼서 동생들 환국으로 보낸 거 짬바 여전하네
-리혁이 지금 표정이 그때 송시열돼서 까나리 사약 먹은거랑 비슷ㅋㅋㅋㅋㅋㅋ
-아근데 지금 다 너무 귀엽다
-우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우비로 갈아입은 거 귀여어..
-동생들 오들오들 자막ㅋㅋㅋㅋ
-애들 미모 감상하고 싶은 분이라면 음소거 추천해요! 음소거로 보면 얼굴만 보여서 집중돼요
-꿀팁 감사합니다.
깔깔 웃으며 보면서도 중간중간 멤버들 얼굴이 나올 때마다 캡처를 하며 움짤을 만드는 수플레들이었다.
거의 나노 단위 캡처로 얼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마침내 게스트로 선정된 중현과 자기인 줄 알고 오열하는 리혁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새하얀 얼굴에 홍조가 잔뜩 떠올라서 꼬맹이처럼 울먹이는 모습.
-뉴블랙 리혁, ‘사간 군대 추첨’에서 걸린 줄 알고 오열
-‘사나이가 간다’…‘리혁이는 군대가 무서워요!’
-[비하인드] 뉴블랙의 메인 보컬이 피라루쿠로 불리게 된 사연은…? (더 보기)
티셔츠를 슬쩍 들어서 구멍 아래로 머리를 숨기는 장면이 캡처되어 기사마다 사진으로 올라와 있었다.
“…….”
집에서 ‘사나이가 간다’의 본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윤석환 실장은 관자놀이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사나이가 간다의 시청률 그래프는 서서히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입소문을 들었는지, 평소의 진지함과는 다른 유쾌한 방송 분위기에 다들 모여드는 느낌이었다.
방송 내용은 자연스럽게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하는 우주와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 한조와 중현으로 넘어갔다.
‘흐아악!’ 하며 데굴데굴 구르는 한조의 모습이 짠하게 그려지고.
-?
-지금 내가 헛것을 봣나
-쟤 군대 2회차야..?
-대길이 친구 군대도 잘하네
-한조인가 쟤 귀엽다ㅋㅋㅋㅋ 대길이짱친 날아다닐 때 옆에서 허망한 표정ㅋㅋㅋㅋ
-왕에게 총애받는 후궁이랑 왕비같음ㅋㅋ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중현이 아예 날아다니고 있었다.
늠름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훈련에 임하는데 뭘 하든 교관의 미소를 자아내고 있었다.
총기 분해는 무슨 장인처럼 하고, 사격도 만발.
-근데 존잘이다..
-꽃미남보다는 곰미남 느낌
-헤어스타일만 좀 다듬으면 영화 나오는 군인 같음ㅋㅋㅋ
-아까 걔 우주랑 있을때는 몰랏는데 혼자 따로 떨어져 나오니까 존잘이다
-대길이 친구 비주얼멤이었네.. 근데 난 쟤 얼굴 볼 때마다 염소 울음소리가 들려
-화면에 보정 좀 하면 ㄹㅇ 화보 나올듯
-쟤 혼자 왜 장르가 다르냐.. 옆에는 머드축제인데
-난 그래도 한조한테 더 정이 간다.. 저 진흙만 털어내면 쟤도 잘생겼어
철모 아래로 곧게 각이 져 있는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중현이가 뺨과 턱에 살짝 묻은 흙을 가볍게 털어내는 장면과 함께 실시간 검색어에 ‘뉴블랙 중현’이 오르고 있었다.
그 사실에 당사자는 몹시 만족하는 중이었다.
“오. 검색어에 제가 올랐어요. 형.”
“…….”
“부모님한테 보내줘야지.”
뉴블랙 멤버들이 숙소에서 떨떠름한 얼굴로 고구마를 흡입하는 동안 우주와 한조, 중현이 게스트로서 만들어낸 분량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럴수록 시청자들에게는 의문이 떠올랐다.
‘재미있는데 빠르게 스킵하네.’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 게스트 소개할 때와 다르게 그냥 보기만 해도 웃기거나 신기하게 다가오는 장면들.
그런데 그게 빠르게 지나간다.
다른 때였다면 이런 게스트 소개를 평소보다 좀 더 늘렸을 텐데, 사간 제작진은 과감하게 딱 필요한 것만 보여 주고 있었다.
‘이럴 거면 아까 앞에 작별하는 거 통편집해 버리지. 뒤에 뭐가 있나?’
마치 보여줄 게 많다는 듯 자신 있게 넘어가는 연출에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더욱 증폭됐다.
이윽고 공항에서 사간 출연진과 게스트들이 만나는 장면.
오프닝에서 만담을 나누다가 이내 인천공항에서 경찰특공대로 이동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처음에 여권을 챙겨오라고 했다가 설렜던 이들의 얼굴이 점점 불안에 물들고 있었다.
이미 어디에 갔는지 알고 있는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웃을 뿐.
이윽고 ‘경찰특공대’ 간판과 함께 이 부대가 어떤 곳인지 강렬한 BGM과 함께 영상으로 된 설명이 나왔다.
구보와 함께 시작된 PT.
중간에 우주의 인터뷰가 삽입된다.
[군대에서 배운 거라면 너무 잘하지도, 너무 못하지도 않게… 적당한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땀을 흘리며 PT 동작을 하는 우주.
그리고 교관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ㅋㅋㅋㅋㅋㅋㅋ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
-눈에 띄면 안됩니다(진지)
-근데 바로 눈에 띔ㅋㅋㅋㅋㅋㅋㅋㅋ
-교관들 표정 왤케 귀엽지.. 이럼 안되는데
-신입회원 보는 헬스 트레이너 같음ㅋㅋㅋㅋ
-고인물판에 뉴비가 들어가면 생기는 일
-묘한 냄새를 풍기는 야생의 뉴비가 등장했다
무시무시한 첫 인상과 다르게 특공대원들은 귀엽게 ‘어머, 어머, 8번 자세!’ 하는 중이었다.
밧줄타기를 포상으로 내밀 때도 수줍어하는 표정까지.
게스트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전술 1팀이었다.
하지만 이번 1회 차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는 바로 그런 특공대원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어느 신입 대원이었다.
[8번. 행복합니까?]
[하아아악!]
[행복해서 비명까지 나옵니까?]
[흐아아악!]
바로 반항하듯 괴로워하는 8번 교육생이었다.
좌로 데굴, 우로 데굴.
데굴데굴 구를 때마다 특공대원들의 웃음꽃이 피었고, 쉴 수 있게 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럴 만했다.
‘나 괴로워요’를 온몸으로 표현하면서도 그 와중에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었으니까.
오후에 진행된 레펠 훈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줄 하나에 의지해서 건물 바깥을 내려오는 훈련.
인간이 가장 공포심을 느끼는 높이에서 진행하는 훈련에 사간 출연진들이 있는 대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우주도 마찬가지였다.
줄을 잡은 채 옥상 난간에 걸터 서서 다리를 달달 떨면서 겁에 질리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오’ 했다.
-쟤도 그래도 못하는게 하나쯤은 있네
-저 높이면 무서울만하지ㅋㅋㅋㅋㅋㅋ
-교관들도 걱정하는듯
-근데 레펠이든 뭐든 군대에서 훈련할 때 저정도로 긴장하면 보통 안전사고 많이 나는데
바로 그때.
‘흐아악!’ 하던 우주가 그야말로 완벽한 자세로 슝- 하고 내려갔다.
옥상에서 지켜보던 특공대원들과 사간 출연진이 동시에 ‘?’ 하는 표정을 지었고.
그건 시청자도 마찬가지였다.
-?
-??
-방금 안전사고 얘기한 애 나와봐. 의견좀 다시 들어보자
-무서워하는데 잘하네;
-체조 경기하는데 선수가 흐앙아ㅏ 무서워ㅓㅓ 하다가 완벽하게 착지하는 느낌
화면 안팎으로 정적이 잠시 오간 후.
특공대원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하는 장면에 모두가 웃음이 나왔다.
마치 ‘그래! 우리 애가 그럴 리 없지’ 하며 믿었다는 표정.
바닥에 앉아서 ‘무섭다…’ 하는 우주의 얼굴이 특공대원들의 그림자로 물들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자기 무덤을 스스로 판 우주가 고통받는 가운데.
“흐핫핫핫!”
TBC 주조정실 근처에서 알짱거리고 있던 도준기 피디는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시청률이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웃고 있는 동안, 우주가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을 보면서 가장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어우, 나 힐링 되는 거 같아.”
“사간 이거 완전 힐링 예능이었구나?”
“이거 저장해 놓고 두고두고 다시 봐야겠어요. 어유, 우주가 구르는 게 안타깝긴 한데…….”
“아이고, 안타까워…흐흣.”
바로 레몬 엔터의 A&R팀이었다.
앨범 작업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힐링을 위해 우주가 데굴데굴 구르는 장면을 보며 활짝 웃는 그들.
“에고, 우리 우주 불쌍타.”
“우주가 고생한다~”
“아이구…….”
말은 그리 하면서도 우주가 레펠을 타며 ‘흐아악!’ 할 때마다 만족스런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 동안에도 방송은 쭉쭉 흘러갔다.
하이라이트가 가득 담긴 훈련이 끝나고, 흑복을 지급 받고 특공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
사소한 것 하나하나 알차게 들은 방송 분량이 지나면서 2일차의 예고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오ㅋㅋㅋㅋㅋ경찰견ㅋㅋㅋ
-폭발물 막 터지네..
-독사가 저 악쓰는 사람인가?
다음 주 예고 속에서 악을 쓰며 ‘뭡니까아아악!’ 하며 시선을 끌어 모으는 독사 교관이었다.
재미있지만 비교적 심심했던 1부와 비교했을 때 뭔가 박진감 넘치는 장면으로 가득한 2부.
그리고 거기서 가장 시선을 끌어모으는 장면이 있었으니.
-????
-뭐지
-야 방금 뭐가 지나간거야
아주 짧게 지나간 몇 초였지만, 누군가의 무게중심을 이용해서 기묘한 기술을 거는 우주의 모습이었다.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서 방송이 끝나자마자 VOD를 찾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잔상이 강렬했다.
액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누군가를 굉장히 특이하게 제압하는 한 장면.
-뭐지?? 저거 어떻게 한 거지?
-다음주 보라고 가불기 쓰네
-느리게 재생해도 신기하네.. 어케한 거야???
-ㅋㅋㅋㅋㅋㅋㅋ뭐야
-방송 끝나고 신경끄려고 했는데 예고 임팩트가 너무 강하다
-뭐지??
모두가 의문을 품은 가운데, 이내 뭔가를 눈치챈 인물이 하나 등장했다.
-근데 저거.. 영화 코드네임에 나온 거랑 비슷하지 않음?
* * *
미국 LA.
유명 뮤지컬을 영화로 각색한 할리우드 영화가 촬영 중인 세트장.
그린 스크린 앞에서 배우와 댄서들이 동작에 관한 디렉팅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의자에 앉은 감독, 존 에드워즈가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
「흐음…….」
「왜 그러세요?」
스턴트 감독의 질문에 존이 핸드폰을 돌려서 보여주었다.
「이거 말이야.」
「어……?」
「온라인에서 그러는데, 이게 우리 영화에 나온 액션 시퀀스랑 비슷하다고 말을 하더라고.」
「정말이네요.」
화면 속에 나온 건 아주 짧은 장면이었다.
특수부대원처럼 입은 미남이 상대의 힘을 지렛대로 이용해서 목을 제압하는 장면.
그들이 전에 함께 촬영한 적 있었던 영화 ‘코드네임 17’에서 주인공이 거구의 악당을 제압할 때 썼던 스킬이었다.
감독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우린 와이어 달고 찍었던 것 같은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론상으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어디 방송이랍니까?」
「한국이래.」
「스턴트 배우인가……?」
두 남자가 타국 예능에 나왔던 기묘한 장면을 보며 신기해하는 동안, 댄서들을 디렉팅하고 있던 안무가가 다가왔다.
그가 유쾌하게 웃으며 물었다.
「뭘 보시는… 흐아악!」
「……클레이?」
화면을 보자마자 질겁하고 멀어지는 안무가 클레이 타일러를 보며 두 남자가 눈을 깜빡거렸다.
‘뭐지.’
‘굉장히 무서운 거라도 본 표정인데…….’
의문을 품은 것도 잠시.
존 에드워즈는 화면 속에서 기묘한 동작을 실천하고 있는 누군가를 눈에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