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92)화 (292/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92화

카메라 뒤편에 앉아 있던 매니저 형들이 제일 먼저 뒤집어졌다.

“푸하하하!”

민기 형과 원석이 형이 한 덩어리가 되어 웃고, 홍보팀 직원들이 배를 잡았다.

거꾸로 올라가는 폭포수처럼 ‘ㅋㅋㅋㅋ’가 쉴 새 없이 채팅창에 떠오르고.

우리도 숨넘어갈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

그 속에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우리 메인댄서가 다리를 나풀나풀거리는 중이었다.

왠지 허우적대는 것조차 우아한 느낌.

하지만 당사자는 양손을 얼굴에 올리고 민망해하고 있었다.

“으어…….”

뒤통수만 봐도 민망해 하는 게 느껴졌다.

우리 곰만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하며 진지한 표정을 지을 뿐.

“야. 나 내려줘.”

“잠만.”

중현이가 나를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야, 야! 김중현!”

그대로 내려주는 게 아니라 그대로 들어 의자에 쏙 내려주는 중현이었다.

“푸하하하!”

자리에 쏘옥 앉아서 창피해하던 비주에게 리혁이가 공감한다는 듯 대본으로 부채질을 해 주었다.

그 동안 댓글창이 반짝였다.

-ㅋㅋㅋㅋㅋㅋㅋ비주얔ㅋㅋㅋㅋ

-아이고 비주 창피해한다

-(웅성웅성) 어머.. 비주 창피해해.. (웅성웅성) 근데 방금 라이온 웃겼..

-매니저님들도 그렇구 다들 넘 얄밉게 웃엌ㅋㅋㅋㅋㅋㅋㅋ 아 물론 저도 웃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이걸 어떻게 참아

우리가 부정했다.

“얄밉게 웃… 프흡… 다니요.”

“저희 하나도 안 웃…흐흣…고 있는걸여!”

“비주 형 민망하게 다들 왜 그러는 거예요. 그죠?”

하지만 우리를 타박하는 리혁이마저 입꼬리가 씰룩거리다 못해 춤을 추고 있었다.

태블릿에 비친 우리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비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볼 때, 내가 DJ로서 멘트를 정리했다.

“이거 하이라이트 발췌해서 올라가죠. 민기 형?”

“응.”

“거기에 영화 OST 삽입해서 부탁드릴게요.”

동생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당사자인 비주도 상상하다가 웃겼던지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곤 테이블 밑에서 주섬주섬 달봉이를 꺼내들었다.

“그건 왜 꺼내?”

“유명한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 있잖아요. 빛 반짝거리는 기계로 기억을 지우는 거. 이제 여러분도 이 빛을 보고 잊는 거예요.”

어딘가 귀여운 발상에 웃음이 나왔다.

번쩍!

달봉이의 섬광이 잠시 화면을 휩쓴 후, 수플레들과 우리가 합심해서 열심히 잊어 주었다.

-기.. 기억이 안나

-이 사람들은 누구..?? 왜 근데 난 울고 있지?

-이보게 한양이 어디오

-ㅋㅋㅋㅋㅋㅋ아진짜 내가 다 민망해.. 근데 여긴 어디죠?

-댓글에서 발연기가 느껴지는거 처음이야..

-우리 연기하지 말아요

-애들 또 얄밉게 웃는다ㅋㅋㅋㅋ

사실 훈훈한 마음에 웃은 거였다.

과연 그 가수에 그 팬이구나 하는 동질감이라고 할까.

기억을 지우고 싶다면 차라리 뒤통수에 응원봉 한 번씩 쾅 해 주면 효과가 좋을 거라는 댓글에 비주가 응원봉을 만지작거렸다.

다 같이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그 손 내려놓으라고 했다.

“네, 기억 지우기는 이쯤에서 넘어가도록 하고요. 어우,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네요. Q&A는 제대로 하지도 못했는데.”

“2부 넘어가서 해여. 2부.”

“그럼 2부로 넘어가도록 하고…. 리혁 씨 가사 검색은 끝났나요?”

“네.”

“그럼 신청곡 듣고 오겠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비주를 제외하고, 다른 동생들과 진지한 눈빛을 교환했다.

“명작 애니메이션의 OST죠.”

“…….”

“다 같이 불러볼까요~?”

내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자, 동생들이 ‘나주평야~’ 하며 양손을 허공에 뻗었다.

댓글창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지바바’ 까지 끝냈을 때는 비주가 도망치는 우리를 추격하고 있었다.

*   *   *

7시부터 밤 9시까지.

팬들과 함께하는 뉴블랙의 첫 Y앱 라이브 방송이 끝난 후.

수플레들은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새 컨텐츠다……!’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보니 새로운 컨텐츠가 업로드 되어 있었다.

‘와. 진짜 많아.’

미리 준비한 것인지 컨텐츠가 다량으로 업로드 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올라온 것은 ‘뉴블랙 돌아보기 : When I was a boy’라는 영상이었다.

멤버별로 하나씩 있었다.

주인공이 가운데 앉고 다른 멤버들이 옆에 둘러앉은 채 사진첩 등을 보며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그간 자라왔던 성장 배경과 함께 어떻게 해서 가수의 꿈을 가지게 되었는지 소개하는 영상.

화면 하단에 사진이나 과거 문집 등이 표시되고, 멤버들의 코멘트가 더해졌다.

[리혁이 형. 이건 뭐예요?]

[유치원 학예회 때 노래 부르는 사진. 옆에 손잡고 있는 애가 내 동생이야.]

꽃목걸이를 건 여자아이와 왕관을 쓴 꼬마 리혁이 함께 춤을 추는 사진.

[귀엽다. 이때는 좀 착하게 생긴 애기였네여.]

[…….]

그렇게 멤버 별로 하나씩 왜 가수가 되려고 했는지 어린 시절과 함께 설명해주는 영상을 보고 나면.

뉴블랙이 미리 예고했던 Y앱 컨텐츠 ‘블랙리스트’의 1회가 이어서 보기에 나왔다.

[김중현 vs 나머지. 줄다리기를 하면 어떻게 될지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궁금하신가요?]

[내비게이션의 도움이 있다면 과연 비주 씨가 길을 안 잃을까요?]

[선우주의 꽃무늬 옷은 몇 벌인가. 그것을 버리는 게 가능한… 앞에 것만 검증하도록 하겠습니다. 함정이 있네요.]

[서리혁의 최애가 세종대왕이라는 소문 사실인가?]

[IF 막내가 맏형이 된다면… 오오오… 막내 역전세계가 궁금하다네여.]

무엇을 할지 예고하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렸다.

일주일에 두 편이 올라오는데 한 회에 한 가지씩 검증한다는 듯했다.

그 외에 그간 미튜브에 올라왔던 영상들의 비하인드까지.

성의가 가득 담긴 기획들에 수플레들이 눈을 반짝였다.

-규.. 규호쟝ㅠㅠㅠㅠ

-의심해서 미안 규호.. 까방권 한 장 줄게

-까일거리 999개에서 998개로 차감됨

-ㅋㅋㅋㅋㅋㅋㅋ근데 너무 행복하다ㅠㅠㅠ 떡밥이..

-너무 많은데 이거 언제 소화하지; 사료통에 사료가 우수수수 산더미처럼 쌓이는 거 보는 느낌

-(고양이가 멈추지 않는 사료 붓기에 당황하는 짤.gif)

-레몬 : 컨텐츠 줄게 얼른 먹어! / 수플레 : 와! 새로운 떡바.. (100인분)..우와..앗..아앗..

-컨텐츠를 다 보려면 회사 연차를 써야 하는 아이돌 팬이 있다? 푸슝파슝

그 동안 ‘뉴블랙 라디오’의 하이라이트 영상도 업로드 됐다.

저작권 문제 때문에 애니메이션 OST 대신 웅장한 BGM이 흘러나오고, 허공으로 들어 올려진 비주의 몸체에 상서로운 금빛 후광이 내리쬐는 CG 장면이었다.

‘자랑스럽게 빛나는 우리 애’라는 자막까지.

금세 팬들의 가공에 의해 애니메이션 OST가 덧입혀진 짧은 영상이 SNS와 아이돌 커뮤니티에 퍼졌다.

「오늘 라방에서 큰 웃음 준 아이돌」

하이라이트 장면과 함께 머리를 쓸어 넘기는 비주의 몇몇 사진이 올라올 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웃긴다 저거 실제임?

-cg 미쳤냐궄ㅋㅋㅋㅋ

-얘네 요즘 내 웃음벨ㅋㅋㅋㅋㅋ

-뉴블랙 덕들 부럽다.. 나도 저런 다이나믹한 덕질하고 싶어

-놀랍게도 저게 소속사 공식이라고 한다

-사진들 보정 너무 과함;

┖원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y앱 이건 뭐임?? 내 돌은 이런 거 얘기 안 나왓는데

-저거 뭐하는 어플이야??

-뉴블랙 잘나가는데 왜 굳이 저런데 들어갔지;; 저런 어플들 초반 반짝하다 금세 망하는데

┖ㅇㅇ 미튜브 두고 굳이?싶음

┖백퍼 망함

┖TNT나 TJ 돌들이 안 들어가는데는 다 이유가 있음

걱정 된다는 말을 하며 살살 견제하는 댓글들과 더불어 대부분 ‘왜 저런 이상한 어플에 들어갔냐’ 하는 댓글이 줄을 이을 때.

수플레들은 웃고 있었다.

-걱정ㄴㄴ해. 미튜브 컨텐츠도 있음ㅇㅇ

┖??

┖컨텐츠가 여러 개임. 미튜브에 올라오는 것도 있구

Y앱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을 위해 미튜브에 올라온 컨텐츠가 있었다.

역사탐험대가 흥할 때부터 미리 준비를 했는지, 한여름인 지금과 다르게 긴팔을 입고 있는 멤버들.

춤이나 노래 등의 유명한 대가들을 찾아가 훌륭한 아이돌이 되기 위해 필요한 꿀팁을 전수 받는 내용이었다.

차우현에게서 10분 정도 호흡법을 배운다든가.

클레이 타일러로부터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고민이나 질문거리가 사라지는 명상을 배우는 영상이었다.

팬들이 아닌 일반인들을 위한 컨텐츠.

-얘네 지금 오늘 몇 개가 올라온 거야..???

-마트 폐업할때도 이정도는 안 나오겠다 야;;

-ㅇㅇ 지금 해외 숯불들이 레몬이 garage sale하냐는 드립 치는 중이야

-너희 소화 가능하니..?

┕아니..

┕지금 떡밥 먹다 확대당하는중

-ㅋㅋㅋㅋ역탐 잘될때부터 찍어놓고 있었나보네

-얘넨 오프라인 아니라 온라인만으로도 현생 갈아넣어야 할듯

-부럽다.. 보고있냐 mop

-tj는 규호좀 본받자. 6년차인 tnt가 리얼리티 2개인게 참트루??

-난 컨텐츠 양보다 얘네 현생이 더 궁금함. 라이징 스케줄에 이게 가능한가??

-22222

-3333 잠은 자는 건가

-대학으로 따지면 거의 52학점 듣는셈

-뉴블랙 헤르미온느설;

-팬들 사이에서는 쌍둥이 가설이 흥하는 중.. 한 명이 활동하면 한 명이 찍는 거임 우주 들어가면 우쥬 나오고

-222 이게 맞다

-뭘맞아ㅋㅋㅋㅋㅋ

과연 대체 일을 어떻게 하기에 이런 양이 나오냐는 의문이 들 만큼 넘쳐 흐르는 뉴블랙의 컨텐츠였다.

*   *   *

팬카페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홀쭉했던 수플레들이 빵실빵실해져서 뉴블랙 월드를 뒹굴거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컨텐츠가 많다며 행복해하는데 우리가 ‘더 먹어요. 더….’ 하며 먹여 주는 느낌이었다.

홍보팀으로부터 ‘지금 팬들 확대한다고 말 나오는 가수’라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왔다는 말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동시에 뿌듯하다.

명곡단과 역사탐험대 이후 그간 짬짬이 만들었던 컨텐츠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으니까.

“일반인들 반응도 좋아. 뉴블랙2TV 구독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고.”

“오오.”

원래 우리 미튜브 계정인 뉴블랙TV와 별개로 이번에 뉴블랙2TV라는 채널을 생성한 터였다.

역사탐험대로 우리를 접했는데, 안무영상이나 팬을 위한 컨텐츠 등은 안 보고 싶어 하는 일반 대중을 고려했기 때문이었다.

혹여 우리에게 호감을 느껴서 더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뉴블랙TV로 연결되도록 고안한 시스템이었다.

역사탐험대 같은 컨텐츠를 기대했는데 자꾸 구독자 알림으로 ‘안무 영상 볼래? 우리 애 입덕 포인트 볼래?’ 이러면 거부감을 줄 수도 있으니까.

그 덕인지 뉴블랙 2TV 채널에 구독자가 빠른 속도로 붙었다.

“우와! 형들 이거 봐여. 새로고침할 때마다 구독자 단위 수가 변하고 있어여.”

“와…….”

틈틈이 확인할 때마다 구독자 수가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게 보였다.

역사탐험대로 쌓아왔던 미튜브 상의 인지도가 빛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영상의 댓글 반응 또한 만족도가 높아 보였다.

물론 모든 게 선플은 아니었지만.

“음… 좋긴 한데, 댓글은 이제 자제해야 될 거 같아.”

“그래도 미튜브는 지금까지 괜찮았던 것 같은데… 여기도 이젠 머무를 곳이 못 되네요.”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좀 상대하기 싫은 느낌을 주는 댓글들이 확 늘어나 있었다.

허락 받고 찍은 건데 허락은 받은 거냐고 윽박지르듯이 다는 댓글도 있고.

높아진 유명세에 비례해 이상한 사람들도 늘어나 있었다.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으로서 감수해야 할 일이긴 하지만, 굳이 내 눈으로 일일이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바쁘기도 했고.

“자, 다시 한 번 맞춰 보겠습니다!”

“조금 더 빠르게!”

“여기서, 우리가 파도처럼 양옆으로 쫙 빠지면 너희가 그 사이로 걸어오는 거야. OK?”

콘서트를 도와줄 댄서팀과 만나 무대 위에서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동선도 맞춰 보고.

라이브 밴드 세션과의 편곡 협업도 거의 끝을 맺었다.

남은 것은 돌림픽과 콘서트뿐.

시간이 지나갈수록 점점 더 컴백이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걸 우리 모두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안 사나이가 간다의 2부도 방영됐다.

“푸하하하!”

“저 표정 움짤로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형 부메랑 붙잡고 눈 동그래지는 거 너무 웃겨요!”

“개가 아니다. 견이다. 저 분 말투 진짜 재밌어여. 중현이 형 따라 해 봐여.”

“우주가 아니다. 젠민이다.”

“푸하하하!”

본방송을 보는 동안에 숨이 넘어갈 듯이 끅끅거리며 소파를 뒹굴거리는 동생들이었다.

……나는 즐겁지 못했지만, 모두가 즐거워하고 있었다.

-‘사나이가 간다’ 자체 최고시청률 돌파… 수도권 ‘21%’

-특공대 특집 안 했으면 어쩔 뻔 했나… ‘우주가 쏘아올린 작은 공’

-뉴블랙 우주, 부메랑부터 교관 제압까지 ‘예능神 강림’

온 예능판이 들썩이는 느낌이었다.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운 ‘사나이가 간다’는 이번 특집으로 그간 부침했다는 평을 완전히 뒤집었다.

신의 한 수라는 평과 함께 앞으로 경찰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더 넓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었다.

그간 육해공군으로 어딘가 똑같기만 한 내용을 되풀이해야 했던 딜레마에서 벗어났다고 할까.

자체 시청률 최고를 돌파한 2부 방영 날.

피디님과 출연진들이 술 마시던 중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차례대로 엉엉 울어서 당황했다.

그만큼 고정 출연진들에게는 의미가 큰 모양이었다.

-우주야. 그러니까 특공대 시즌…….

“어어? 왜 이러지? 죄송해요! 저 밧데리가 다 닳았나 봐요! 새로 갈고 전화 드릴게요.”

-네 핸드폰 일체형이잖아?

“어어… 왜 안 들리지?”

진짜로 사간PD님을 차단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한편, PD님이 자꾸 ‘새우잡이… 소방서…’ 이런 말을 꺼낼 만큼 반응이 좋은 건 사실이었다.

평소에는 예능에 나와도 아이돌 커뮤니티를 제외한 일반 커뮤니티에는 막 큰 화제성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아아악!’.gif]

[‘와.. 범인이 이겼네.’]

[‘개가 아니다. 견이다.’]

경찰특공대 사람들의 주옥 같은 한 마디 한 마디가 유행어처럼 커뮤니티에 번지고 있었다.

특히나 탐지반장님과 독사 교관이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 중이었다.

독사교관의 묘한 하찮음과 탐지반장의 달관한 말투가 예능에서 엄청 웃기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워낙 독특한 캐릭터들이 넘쳤던 곳이라 그런지 출연진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형. 이거 봤어요?”

“안 볼래.”

“형, 형! 이거는여?”

“안 봐.”

바로 나였다.

내가 나왔던 2부의 모든 순간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방송 2편으로 이 정도까지 분량이 나올 줄은 전혀 예상도 못하고 있었는데.

「직업 잘못 고른 것 같은 아이돌 1위 (뇌피셜)」

커뮤니티를 가면 사간에서의 내 행적을 정리하며 올라온 글들이 가득했다.

원반을 부메랑으로 만든 일.

PT와 레펠 동작.

외국인들을 능숙한 중국어와 일본어로 중재하다가 싸움을 더 키워 버린 일.

교관을 특이한 무술로 제압하는 것까지.

거기에 더해서 지난번에 파티코에서 빵을 만들었던 것과 젠민이, 주세한의 농구 슛까지 발굴되어 있었다.

-얜 무인도에 떨어져도 왕조 세울 거 같은데??

-ㅋㅋㅋㅋㅋ근데 묘하게 하나씩 다 웃김ㅋㅋ

-이번에 개웃기더라ㅋㅋㅋㅋ

-범인이 이겼네 할때 진심 웃음터짐

-원반이 부메랑 되니까 눈치보는거 ㅈㄴ 웃기네ㅋㅋㅋ

-놀랍게도 저게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1년 정도된 시간에 벌어진 사건이라고 한다

-아이돌계의 김전일;

-김.. 아깜짝아

-놀랍게도 그와 관련된 짤도 있음

우리가 몸으로 맞춰요 게임을 일본에서 할 때, ‘김…!’ 했던 게 댓글로 업로드 되어 있었다.

“형은 진짜 뭐가 많았네요.”

중현이가 인터넷 반응을 보다가 감탄했다.

“수플레들이 형의 몸은 80퍼센트의 사건과 20퍼센트의 흑역사로 이루어져 있다고 드립 치는 중이에요.”

“뭔 사전에 우리 문서도 있는데요.”

인터넷 백과사전인가 거기에 목차로 ‘뉴블랙/특이한 사건들’이라는 목차가 되어 있는 것도 목격했다.

한 번 쭉 읽으면서 느낀 건데.

갈현동 의인 때인 2013년 11월부터 지금인 2015년 8월까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뭔가 있었다.

“…….”

“왜들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는 건데? 너네도 뉴블랙인 건 마찬가지야.”

나를 사건사고를 불러내는 태풍의 핵이라도 되는 것마냥 슬금슬금 물러나는 동생들이었다.

반응을 좀 바꿔보라고 요구했다.

“경외로운 듯이 바라보지도 마.”

“우와…….”

“감탄하지도 말고.”

“오오…….”

위대한 대자연을 보듯이 ‘오오’ 하는 동생들의 모습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했다.

그간 하나씩 하나씩 주목 받았던 것들이 누군가의 정리에 의해 하나로 합쳐지니 기묘한 일을 일으키는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평소 마주칠 일이 적은 경영지원팀 직원들도 지나가다가 ‘오’ 하며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고.

우리 덕순 여사도 뭐가 달라붙은 게 아니냐며 부적 써 주겠다고 막 성화를 부리는 중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사실 긍정적인 일이긴 했다.

정말 온갖 인터넷 사이트에 다 퍼지면서 내 이름과 ‘뉴블랙’이란 단어가 사람들의 뇌리에 콱 박힌 듯한 느낌이라고 할까.

실시간 검색어에도 하루 넘게 내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원래도 아는 사람들이 꽤 많긴 했지만 앞으로 몇 달 간은 길을 걷는 사람들한테 내 이름을 물어봐도 알 듯한 느낌.

그 때문에 2부 방영 이후에는 정말 광고 요청이 엄청 들어오고 있었다.

“통신사 광고요?”

“통신사부터 시작해서 진짜 별별 광고가 다 들어오고 있어. 너희 잘하면 핸드폰 광고도 하게 생겼다.”

“……우와.”

“마침 신제품 이름이 부메랑이라더라.”

“…….”

대강의 내용이 짐작 가는 광고들이었다.

그렇게 예능 한 편이 방영된 후, 모든 일이 정말 혼을 쏙 빼놓듯이 빠르게 전개됐다.

연습실에 앉아서 안무 연습을 하고 보컬 연습을 하는 동안 바깥에서 온갖 난리법석이 벌어지는 중이라고 할까.

조금 과열된 분위기라 살짝 진정되고 나서 제대로 이번에 얻은 성과 등을 살필 예정이었다.

“일단은 들뜨지 말고, 차분하게 연습하자. 비주는 짤 그만 저장하고.”

“네…….”

좋은 일이긴 했지만 이럴 때일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각인시키긴 했지만 이런 반짝 인기일수록 더 조심해야 하니까.

오히려 나보다 더 들떠 있는 동생들을 차분하게 다독이며 콘서트 연습을 이어 갔다.

그리고 그런 예능 인기의 소나기가 어느 정도 걷혔을 때.

석환 형으로부터 호출을 받은 우리는 이어진 이야기에 살짝 놀랐다.

“네?”

“무슨 행사요?”

연습에 매진해 있는 동안,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스케줄이 하나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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