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93)화 (293/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93화

“인천 경찰청 홍보 대사?”

“응.”

석환 형이 우리에게 들어온 행사를 말해 주었다.

“인천공항에서 특공대와 함께 대테러 훈련을 수행하며 인천 경찰의 대외적 위상을 드높여 주었다, 라고 하네.”

나와 중현이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드높여 주었나?”

“그렇게 드높인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딱히 멋있는 장면이 나온 것도 아니고, ‘끼에엑!’ 하면서 고블린처럼 뛰어다니기만 했는데.

석환 형이 웃으며 타박했다.

“화제성을 생각해야지. 인마. 이번 방송으로 저쪽이 얼마나 톡톡히 홍보 효과를 누렸는데.”

“그럼 우리가 잘한 걸로……?”

“어이구.”

매니저가 못 말린다는 듯 웃는 동안, 우리는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네. 홍보 대사 꼭 한 번 하고 싶었는데.”

“저두여. 학교에서 길채경 같은 애들이 ‘나 부산 홍보 대사야~’ 이럴 때마다 엄청 부러웠거든여.”

“우리가 드디어 홍보 대사를 하네요.”

상업 광고는 많이 찍었어도 경찰이나 시·군 같은 공공 홍보 대사를 제대로 맡아본 적이 없었다.

이것저것 해 달라는 요청은 많았지만, 회사와 우리가 세운 원칙 때문이었다.

해당 기관이 우리 이미지와 어울려야 하고 홍보 대사를 맡는 명확한 이유가 있을 것.

그래서 아쉬워했었다.

지금이야 ‘친근한 이웃집 소년’ 느낌이지만 데뷔 초만 해도 ‘신비주의 미남’ 같은 이미지를 추구한 터라…….

“그때도 지금 이미지였으면 청과물 시장 홍보 대사도 했을 텐데.”

“하필이면 이미지가 늦게 잡혀서.”

“……그 이미지를 너희가 바꿔 버렸다는 생각은 안 드니?”

어쨌건 홍보 대사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덕하고 순했다.

“경찰청이면 가서 우리도 명예 경찰처럼 제복 입고 그런 건가? 그런 거겠지?”

“진정해, 8번.”

처음에는 설레하던 나를 놀리던 동생들도 이내 경찰들이 행사 때 입는 정복을 검색하고는 나보다 더 설렌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 메일을 읽던 리혁이가 산통을 깼다.

“그런데 홍보 대사 위촉 요청 우리밖에 없는데요.”

“스트릿 보이즈는 없어?”

“네.”

메일에는 ‘유명 인기 아이돌 뉴블랙 위촉 - 선우주 외 4인’이라고 되어 있었다.

석환 형이 미소를 지었다.

“안 그래도 그 부분에 관해서 의견을 물어 보려고 했는데.”

“왜 우리만 들어간 거야?”

“그야 당연히 너희가 더 인기 있어서 그렇지. 뭐, 가장 크게는 저쪽 담당자의 센스가 없는 거고.”

“……이러면 하고 싶어도 애매한데.”

뉴블랙을 고른 이유는 짐작이 갔다.

사간에서 주요 분량을 내가 다 만들기도 했고, 마침맞게 내가 소속된 그룹이 바람꽃 이후로 급격히 떴으니까.

우리를 섭외하는 건 홍보 담당자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다만, 우리 직업의 카테고리가 아이돌이라는 게 문제였다.

사간에 출연한 아이돌은 우리 말고 하나가 더 있었으니까.

바로 스트릿 보이즈의 한조.

한조도 이번에 사간을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2부 핸들러 훈련에서 견과 놀며 ‘끼얏호우! 끼야앗!’ 했던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실시간 검색어도 오르면서 동시에 ‘사간 끼얏호 걔’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고.

스보도 데뷔 후 1년도 안 돼서 음악 방송 1위를 거머쥘 만큼 잘나가는 신인 그룹이었다.

다만 우리가 너무 잘됐을 뿐.

14년도 신인상 후보군에 든 아이돌 모두가 잘되어 가고 있었지만. 다들 말을 타고 다그닥 거릴 때, 우리가 스포츠카를 타고 부아아앙 점처럼 사라져 버린 셈이었다.

홍보 담당자가 우리를 고른 건 납득할 만한 일이었다.

단지.

“잘못하면 말 나올 것 같은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비주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조 형도 같이 분량 만들었잖아요. 차라리 그 형이랑 형, 김중현 이렇게 셋이 홍보 대사를 한다면 모를까. 그 형은 빠지고 우리만 인기 있다고 들어간다면…….”

“말 나올 각인가.”

중현이의 말에 지호가 눈을 땡글 거렸다.

“이런 걸로 욕을 먹을까여?”

“사간 반응이 워낙 좋아서 당분간은 잠잠하겠지만, 지금 우리는 숨만 쉬어도 욕먹는 포지션이라.”

“어제 본 기사 댓글에서도 앨범 사재기 루머 퍼뜨리는 사람들 있었잖아요.”

성공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해 티끌 같은 건수도 태산으로 만들려는 사람이 한가득이었다.

물론 우리만 홍보 대사로 들어간다고 큰 말이 나오진 않겠지만 모양새가 좋지는 않았으니까.

비주 말대로 나와 한조, 중현이가 들어간다면 모를까.

아무래도 뒷말이 나올 만한 일은 최대한 피해 가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단 경찰청 측에 그런 이야기를 전달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를 섭외해 주는 것도 감사하지만, 기왕 할 거면 스트릿 보이즈도 같이 들어가는 게 맞지 않겠느냐고.”

“내가 담당자랑 잘 이야기해 볼게.”

“고마워. 형.”

그리 말하면서 동생들과 아쉬움의 눈빛을 교환했다.

스트릿 보이즈 9명까지 포함하면 총 14명.

한 번에 홍보대사 위촉을 그렇게 할 기관은 없겠지.

그리되면 우리도 큰 득도 없는 이런 일은 안 하는 쪽이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   *   *

했는데.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짜잔!”

“우리들 등장.”

차에서 내린 스트릿 보이즈 멤버들이 선글라스를 벗고는 브이를 해 보였다.

개구쟁이 같은 얼굴의 LB가 내게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단장님.”

“네.”

“전 오늘부터 단장님의 라인이 되기로 결심했어요.”

“뭔 라인이에요.”

내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자 상대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 은혜를 갚고자 오늘부터 단장님의 간신이 될게요.”

“미안해요. 전 충신만 받아서.”

“그럼 안 되는데. 제가 인적성 검사에서도 바른 말은 못 한다고 나오는 사람이라…….”

적성에 맞는 직업이 뭐가 나왔냐고 물으니 ‘정치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LB의 능청맞은 대답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인천시 남동구.

인천 경찰청 주차장에 모인 우리와 스트릿 보이즈가 사이좋게 걸음을 옮겼다.

빨간 머리를 단정하게 정돈한 미용실 강아지 같은 인상의 렉스가 내게 말했다.

“원래 우리는 안 들어가는 거였는데, 단장님이 한마디했다면서요.”

“스트릿 보이즈 없으면 우리도 안 들어간다!”

그렇게 가상의 인물을 연기하던 LB가 ‘크으’ 하며 내게 박수를 보냈다.

내가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그렇게는 아니었고요. 아무래도 저희만 하는 건 좀 안 맞지 않나 해서…….”

우리 측이 그런 말을 하자마자 바로 ‘알았어요!’ 하고 광속으로 스트릿 보이즈까지 섭외가 됐다.

그렇게 쉽게 될 줄은 몰랐는데.

사간의 인기가 그만큼 좋기 때문일 터였다.

스트릿 보이즈의 기분이 상할 것을 고려해서 비밀로 해 달라고 했는데, 얘기가 어디서 샌 건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민망하게 웃는 우리에게 그들이 유쾌한 농담을 던졌다.

“역시, 우리가 눈에 밟힌 거지. 단장님, 저희가 눈에 밟힌 거죠?”

“하지만 사실 지금까지 저희의 계략이었어요.”

“삼각 김밥만 먹고 그럴 거 같죠? 뉴블랙이 닭 가슴살 먹을 동안 우린 냉동 피자 먹어요.”

“야. 냉동 피자라니까 너무 불쌍해 보이잖아.”

아무 말 대잔치가 벌어지는 모습에 우리가 편하게 웃었다.

동생들도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반가운지 서로 살갑게 반말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찰청 건물로 향하는 동안.

“…….”

“…….”

나와 한조 사이에는 숨 막힐 듯한 침묵이 감돌았다.

“어…….”

“…….”

상대의 눈길이 내게 슥 향했다.

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송 반응 좋았죠?”

“…….”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고. 와우, 우리 한조 씨 뜨셨다.”

“……이런 식으로 뜨는 걸 바란 건 아니었어요.”

주변에서 우리 동생들과 스보가 한몸이 되어 ‘끼얏호우!’ 외치는 모습에 한조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러곤 푸념을 시작했다.

“2부 방영하고 나서 난리도 아니었어요. 가족들도 웃으면서 캡처 보내지, 동네 친구들 단톡방에선 불이 나지. 인터넷 들어가면 제가 ‘끼얏호 걔’라고 불리더라구요.”

“그 마음 알죠.”

침울한 한조의 모습에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흑역사 생성 후 1단계인 부정의 단계였다.

저건 내가 아니다, 한조가 아니라 햔조다. 그런 단계인 모양이다. 전문가로서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하소연하던 한조가 불현듯 눈을 희번덕거렸다.

“애초에 우주 씨가 절 끌고 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 아니에요. 아니, 거기서 끼얏호 할 때라도 말을 해 줬더라면…….”

“친구로서 말릴 수 없었어요. 방송에 같이 나온 친구가 분량을 많이 따고 있는데 말리면 안 되잖아요.”

“친구라니. 그런 감동적인 말로 무마하려고 들지 말아요.”

들켰네.

내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하자, 짐짓 서운해하는 척을 하던 한조가 웃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어쨌거나 그 덕에 사람들이 스트릿 보이즈를 더 알게 된 거니까.”

“맞아요. 바로 그런 마인드로 임해야 돼요. 악명도 명성이다.”

“…….”

내가 죄인처럼 시선을 피하자, 한조가 말을 이었다.

“나쁘지 않던데요. 동물이랑 엮이는 개인 광고도 꽤 들어와서.”

“그래요?”

“대사가 마음에 안 드는 것들투성이긴 하지만…….”

슬슬 부정의 단계에서 합리화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듯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러곤 양쪽 동생들이 ‘흐아앍!’, ‘끼얏호!’ 하며 두 리더의 모습을 따라 할 때마다 같이 부들댔다.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열두 명의 아해들을 보던 한조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우리도 이제 슬슬 말 놓을 때도 되지 않았을까요.”

“그러게요.”

“그럼…….”

서로의 얼굴을 보다가 바로 결론을 내렸다.

“다음에.”

“다음에 만나면 그때부터 반말 써요.”

뭐. 나중에 볼 때 쓰면 되겠지.

빨리 만나야 음방이나 그런 데서 만날 테니까. 그런 계산을 하며 둘이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어서들 오세요!”

경찰청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제복을 입고 있는 까무잡잡한 중년인이 우리를 맞이했다.

인천 경찰청 홍보 담당관이었다.

그분을 따라 로비 벽에 걸린 그림을 비롯해 간단한 청사 투어를 마친 후.

지급받은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우와아……!”

“오오….”

홍보 대사 위촉식을 위해 갈아입을 정복이 손에 들려 있었다.

하얀 셔츠 위로 넥타이, 그 위로 금색 단추와 어깨 위의 견장이 달린 검은 제복 상의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경찰이 진급식에서 입고 다니는 그 제복이었다.

모두가 들뜬 얼굴로 옷을 갈아입었다.

“엇…….”

중간에 해프닝도 하나 있었다.

“바지가 너무 헐렁한데?”

“저거 제일 작은 사이즈라고 하지 않았어? 리혁이가 입으니까 나팔바지가 되네.”

“……허어, 마른 거 봐. 비결 좀.”

리혁이가 ‘쳐다보지 마아악!’ 하며 독사 교관처럼 외쳤다.

하지만 리혁이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청에서 제공한 바지가 너무 컸다.

나름 일반 사이즈라고 준 것 같은데 다들 말라도 너무 마른 탓이었다.

“여기서 더 작은 사이즈로요……?”

“네.”

담당 직원이 우리와 스트릿 보이즈를 보며 신기해했다.

그중에서 우리보다 한 치수 더 작은 사이즈를 받는 리혁이를 보면서 경악하기도 하고.

그렇게 사이좋게 옷을 갈아입은 후 서로를 바라보았다.

“와, 뉴블랙 진짜 제복 간지…….”

“다음 무대 의상 할 일 있으면 꼭 제복으로 골라요. 단장님. 핏 진짜 사기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스트릿 보이즈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으쓱했다.

확실히 핏이 좋긴 했다.

손 씻으러 들어가 화장실 거울을 보는데 정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에 뿌듯하다고 할까.

리혁이는 과학 수사하는 엘리트 경찰관처럼 보이고.

중현이는 범인 잡아서 특진하는 형사 같다.

비주와 지호는 지구대에서 반겨 주는 친절한 경찰관 느낌이었다.

“근데 저긴 핏이 사기인데 우린 사기꾼이네.”

“아무리 봐도 경찰에 잠입한 조직원 느낌.”

“밤이 되었습니다. 스트릿 보이즈는 고개를 들어 주세요.”

불량한 외모 덕에 안 어울린다고 유쾌하게 농담하는 스트릿 보이즈였지만 저쪽도 잘 어울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다들 운동을 해서 어깨도 넓어서 핏이 좋다.

“자, 다 같이 모여 봐여!”

전문 셀기꾼 막내의 도움을 받아 SNS에 올릴 셀카와 소장용 셀카를 촬영했다.

……찍고 나니 뭔가 14개의 얼굴이 차곡차곡 포개진 느낌이었지만.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스트릿 보이즈입니다!”

방송국 복도에서 그러하듯이 주변을 돌아다니며 인사하니 경찰청 사람들이 웃었다.

홍보 담당관을 따라서 청장실을 방문해, 잠시 청장님과 차를 마시며 ‘우리 간담도 했긔’ 하는 사진도 찍고.

1층의 대강당에서 모여 조촐한 홍보 대사 위촉식을 진행했다.

첫 시작은 뉴블랙과 스트릿 보이즈의 간단한 대표곡 무대였다.

보컬로만 구성된 ‘바람꽃’이 박수를 받으며 끝난 후.

스트릿 보이즈가 자신들의 타이틀곡 ‘Stronger’를 공연했다.

broken window

깨진 창틈을 넘어

사이렌에 도망쳐

막 도시에 불이 나고 유리가 깨지는 분위기의 곡이었다.

의도는 10대들의 사회에 대한 메시지인데, 뭔가 들을수록 공권력에 도전하는 듯한 노래였다.

“…….”

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경찰청 직원들이 ‘음?’ 하며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다.

‘널 가둔 족쇄와 창살을 부숴’하는 한조의 랩이 지나가는 동안 우리가 열심히 박수를 쳤다.

“와아아!”

흥을 돋우는 우리의 박수에 경찰들이 ‘호오, 좋은 곡이군’ 하며 따라서 박수를 쳤다.

이후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우리가 1단에 스트릿 보이즈가 2단에 올라가서 단체 사진도 찍고, 표창장을 청장님과 내가 반씩 나눠 들었다.

‘좋습니다!’ 하며 촬영하던 사진 기사가 말했다.

“재미있는 포즈도 한번 해 주세요!”

“재미있는 포즈?”

“지금 너무 정적이라서 역동적인 포즈를 취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역동적인 포즈라.

다들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이렇게 손바닥을 들어 보이는 건 어떨까요?”

“손바닥?”

호기심을 보이는 청장님에게 내가 말했다.

“이렇게, 범죄야~ 좀 멈춰라! 하는 느낌으로요.”

“하하하! 우리 우주 씨, 아이디어가 아주 따봉이야!”

엄지를 들며 호쾌하게 웃던 청장님이 동의한 후, 나와 청장님이 함께 선창하기로 했다.

“범죄야~”

“좀 멈춰라!”

다 같이 손바닥을 들며 외쳤다.

난 그게 사진만 올라가는 줄 알았다.

*   *   *

-인천경찰청, 범죄예방 홍보대사에 ‘뉴블랙’, ‘스트릿 보이즈’ 위촉

-뉴블랙, 인천경찰청 범죄예방 홍보대사 된다

-“저희 홍보대사 됐어요! 끼얏호!”…뉴블랙, SNS에 스트릿 보이즈와의 우정 과시

그날 오후.

인터넷에는 홍보 기사들이 올라오는 가운데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관련 글이 올라왔다.

「오늘 경찰청 홍보대사 위촉된 뉴블랙&스트릿 보이즈.jpg」

(기사 사진과 SNS 셀카 사진)

-온도차 봐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도둑과 경찰이 섞인 느낌ㅋㅋㅋㅋ

-스트릿 보이즈ㅋㅋㅋㅋ 쟤네도 귀엽다

-우리중에 도둑이 하나 있는 거 같아

-도둑(9명)

-반대 아님? / 도둑 : 우리 중에 경찰이 있는 거 같아..

-뉴블랙 왤케 더 온순해 보이냐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엇 우리애들 베글 왔구나 저거 동영상도 있어!

-(동영상)

-범죄야~~ 톤 개웃기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왤케 친근하게 불러

-범죄야~~!

-인공지능 톤 같음. 범죄님 안녕하세요?

*   *   *

“범죄야!”

“하지 마라.”

“범죄야~”

“야, 누가 덕순아 톤으로 부르래!”

내가 째려보자 막내가 흐하핫 웃으면서 도망갔다.

활로 쏘고 싶은 걸 참았다.

“형. 자세 흔들려요.”

“다시 잡을게.”

비주의 말에 내가 활을 들어서 과녁을 겨눴다.

10점 과녁 정중앙에 화살이 꽂혔고, 환하게 웃으며 비주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실내 양궁장.

모레 화요일에 있을 돌림픽을 앞두고 우리는 양궁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원래는 한 종목에만 나가려고 했는데 방송국 측에서 무조건 두 종목 이상은 나오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고른 종목은 양궁과 60미터 달리기.

달리기 주자는 중현이로 하고, 유리 몸 서모 씨는 몸을 쓰는 데서 빼기로 결정했다.

얘가 잘못해서 삐끗이라도 하는 순간, 한 달 넘게 맞춰 왔던 콘서트 동선이 와르르 무너지는 거니까.

“날 너무 유리처럼 보는 거 아니에요? 달리기 정도는 안 다치고 나갈 수 있다니까요.”

“지호야. 증거 영상 좀 꺼내 와라.”

“넹.”

올해 설 특집에서 달리기가 끝나자 수명을 다한 매미처럼 쓰러지는 누군가의 영상을 보여 주었다.

“……아니, 팬들 와서 구경하는데 나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좀 민망하잖아요.”

“괜찮아. 팬들도 네가 몸을 쓰는 걸 원치 않아.”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할 거 같은데. 나도 내 몫은 하고 싶단 말이에요.”

양궁 활을 든 막내가 입을 열었다.

“아! 그럼 그거라도 해여. 그 볼 보이처럼 화살 줍는 거. 그거 뭐라고 해야 되지. 화살 받이? 화살 줍기?”

중간에 무서운 게 하나 끼어 있었다.

투닥이는 녀석들을 바라보면서 양궁 활을 들어 과녁을 겨눴다.

다시 한번 10점이었다.

뿌듯하게 웃으며 할머니에게 자랑할 과녁 사진을 찍을 때, 핸드폰 화면이 수신 전화로 반짝였다.

“……?”

받으려고 하는데 전화가 끊겼다.

전화 수신 목록에 같은 이름으로 된 부재중 통화가 30개나 되는 것을 보고는 눈을 깜빡거리다가 뭔가를 떠올렸다.

“아.”

동생들에게 물었다.

“지금 사간 방송 중이지?”

“네. 아마두?”

막내가 말했다.

“근데 끝날 시간 다 됐을 걸여.”

“그래서 그렇구나.”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재방송을 보기로 하고, 지금 양궁 연습을 하고 있던 터였다.

동생들이 물었다.

“근데 왜요?”

“지금 계속해서 나한테 전화를 거는 애가 하나 있어서.”

무음 모드인 핸드폰 화면에 연신 반짝거리는 이름에 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   *   *

숨 엔터의 연습실.

한창 안무 연습에 열중해 있던 하은성은 갑자기 들이닥쳐 포옹을 하는 대표 때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멤버들도 당황하고 그도 당황했다.

‘저 사고뭉치가 뭐가 이쁘다고.’

‘내가 뭐가 이쁘다고……?’

하은성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

“은성아!”

숨 엔터의 대표가 흥분한 얼굴로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잘했다. 진짜, 내가 영업을 뛰어도 뛰어도 따내기 힘든 걸 단번에 가져왔구나.”

“예?”

“사나이가 간다 출연이라니, 잘했다. 우주한테 꼭 나가고 싶다고 부탁을 한 모양이구나?”

“……예?”

영문을 모르는 하은성과 에이플비의 멤버들은 이내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사간 3부 엔딩에서 무슨 내용이 나왔는지.

말이 이어질수록 하은성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은성아! 축하해!”

“흐어어…….”

“어어… 기뻐도 쓰러지면 안 돼, 형!”

여기저기서 정신없이 들리는 목소리 속에서 하은성은 썩은 볏짚단처럼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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