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98)화 (29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298화

“우와…….”

크다.

“생각보다 더 큰데?”

“그져? 인터넷에서 은근히 작다고 하는 글 많던데, 저는 잘 모르겠어여.”

“우와아…….”

우리는 지금 무대 위에서 텅 빈 핸드볼 경기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무더운 바깥 날씨와 다르게 안은 서늘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VCR은 여기서 나오는 거고.”

무대를 기준으로 가운데 거대한 전광판이 하나 있고, 양옆에 전광판이 하나씩 붙어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는 돌출무대가 쭉 뻗어 있었다.

“그럼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다 스탠딩인 거네여.”

“응.”

무대 아래 펜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저기가 2층.”

저기 중 어딘가에 우리 덕순 여사와 멤버 가족들이 앉겠지.

다섯이서 한 덩어리로 뭉친 채 몸을 좌로 돌렸다 우로 돌렸다 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니까 여기 아래부터 저기 위까지 꽉 찬다는 거지?”

“전석 매진이라잖아요.”

리혁이가 답했다.

“지금이야 텅 비어 있지만 내일 되면 5천 명이 이 자리에 모여 있는 거죠.”

“와…….”

“뭐, 나도 실감은 잘 안 나지만요.”

다시 한번 뭉쳐서 공연장을 쭈욱 둘러보며 ‘우와아’ 했다.

크고 웅장하다.

작년 어워드 때 방문했던 체조경기장보다 더 넓은 것처럼 느껴졌다.

“진짜 여기가 다 채워지는 건가.”

“그러게요.”

“너희도 안 믿기지?”

“네…….”

3일 동안 1만 5천여 명을 동원하는 우리의 첫 콘서트.

티켓팅이 시작되자마자 광속으로 3일 모두 매진되었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실감 못할 거 같다.

팬미팅 때 천 명, 쇼케이스 때 2천 명의 팬들 앞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지만 5천은 또 다른 레벨의 느낌이라.

동생들과 함께 객석을 훑었다.

자리 하나에 사람 하나씩 채워 가면서, 동시에 가상의 환호성을 상상하면서.

아직 공연이 시작된 것도 아니지만 벌써부터 팔에 소름이 돋았다.

밀려오는 파도에 발가락 사이가 촉촉이 젖어들 듯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진짜 콘서트를 하긴 하는구나.”

“사실 다른 데뷔 동기들에 비하면 빨리 하는 편인데도, 되게 오래 기다린 거 같아요.”

비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데뷔 전부터 이것만 기다렸으니까.

가수가 돼서 음악방송에 출연하고,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기다려 왔던 건 콘서트였다.

“뭔가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몇 년 동안 빙빙 돌던 택배가 마침내 집에 도착한 느낌이에여.”

“버뮤다 HUB인가.”

“그럼 상자 개봉은 내일이고?”

리허설인 오늘은 상자 개봉하는 연습이냐며 농담을 하며 우리끼리 긴장된 분위기를 풀었다.

“아아! 오백 원, 오백 원~”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굳은 목도 풀고, 몸도 쭉쭉 푸는 동안 석환 형과 함께 콘서트 스탭들이 공연장 안으로 들어왔다.

인터컴을 낀 스탭들이 곳곳을 체크하고, 테스트를 위해 조명과 레이저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든 우리가 무대 정가운데 서서 인사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스탭들에게 꾸벅 인사하며 웃었다.

“저희 첫 콘서트 리허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   *

콘서트 당일.

-이번 역은 올림픽 공원, 한국체대 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This stop is…

문이 열리고, 5호선 지하철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발소리가 역사를 울렸다.

‘콘서트라니.’

지하 2층에서부터 올림픽 공원에 있는 만남의 광장까지, 꾸물꾸물 이어지는 행렬 속에 들뜬 공기가 감돌았다.

투명한 핑크색 같은 공기였다.

사람의 기분을 설레게 하는 성분이 담긴 것처럼 숨을 들이킬 때마다 가슴이 들떴다.

주변 카페와 음식점이 사람으로 북적이고.

곳곳에서 친구끼리, 혹은 만나기로 약속했던 사람들끼리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 나 여기서 사진 좀 찍어 줘!”

“엇, 다시 찍어야겠다. 바람에 날려서 중현이 포스터가 코 파는 것처럼 나왔네.”

“아앗…….”

공연장까지 가는 길에 기둥마다 콘서트 깃발이 걸려 있었다.

‘The New Black : In Wonderland’라는 콘서트 제목과 함께 멤버별 개인 포즈가 담긴 포스터였다.

여기저기서 포토존이 형성되는 가운데.

걷기만 해도 땀이 후두둑 쏟아지는 더위를 뚫고 걸어온 이들의 앞에 핸드볼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장에 걸린 대형 콘서트 포스터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이 한가득이고.

축제 현장처럼 공터에 천막이 늘어서 있었다.

굿즈와 이벤트 부스에서 레몬 엔터 홍보팀 직원들이 분주히 돌아다니고, 줄을 서고 있는 팬들과 그늘에서 쉬고 있는 팬들의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왔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실시간 후기들을 보던 누군가 친구에게 말했다.

“대박이다. 이번엔 물량도 넉넉한 거 같다는데?”

“진짜?”

“이번엔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아서 굿즈 물량이 괜찮은가 봐.”

“……!”

굿즈 수량을 개미 다리털 개수만큼 뽑기로 유명한 레몬 엔터가 이번엔 수량을 많이 뽑아 놓고 있었다.

뉴블랙 로고가 적힌 에코백, 티셔츠, 엽서 세트와 키링, 응원봉 파우치 등의 굿즈에 팬들의 통장이 가벼워질 뿐.

굿즈를 받아든 팬들은 이벤트 부스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저기는 줄이 왜 이렇게 길어?”

“저기요, 죄송한데 저기서 뭐하는 거예요?”

이벤트 부스를 빠져나오는 팬들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미니 게임하는 데에요.”

“아하.”

“‘중현이를 이겨라’ 라는 건데… 엄청 어려워요. 아까 스탭 분이 ‘난이도 : 우주’라고 하던데.”

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왠지 모르게 저 천막 안에서 암벽 등반이라도 하고 있을 거 같았다.

이윽고 상품이 한정판 포토카드라는 말에 그들도 달려가서 줄을 섰다.

‘아이구, 허리야…….’

‘아오. 나도 늙었나벼, 이제….’

‘무빙워크 타고 입장하고 싶다.’

물론 대부분은 금세 체력이 방전되어 그늘에서 허허허 웃을 뿐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곧이어 입장이 시작됐다.

“오…….”

가장 먼저 스탠딩 A구역과 B구역이 손목에 팔찌를 감은 이들로 서서히 채워지고.

물컵에 물이 조금씩 차오르듯이 객석이 빼곡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사람의 열기가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을 압도하게 될 때.

‘우와!’

‘저분! 저분!’

‘실물이다.’

2층 좌석 부근에서 수플레들의 관심을 독차지한 인물이 있었으니.

모자 아래로 여름 꽃무늬 원피스를 맵시 좋게 차려 입은 어느 할머니였다.

고운 얼굴과 배치되는 뚱한 표정.

‘저분이 바로 그 킹덕순…….’

‘원앤온리.’

‘연예인 보는 느낌이다. 신기해.’

옆에는 비주와 비슷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쉴 새 없이 수다를 속삭이고 있었다.

그때마다 김덕순 여사가 웃으며 뭐라고 답했다.

‘다들 가족이구나.’

멤버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듯했다.

분위기상 다가가서 말을 걸면 좀 그럴 거 같아 망설이던 이들은 이내 화장실을 찾아 떠나는 김덕순 여사에게 말을 붙였다.

“저, 저기……!”

“……?”

“저희 팬이에요, 할머님!”

무슨 말을 걸어야 할지 하다가 나온 아무 말에 상대가 눈을 깜빡였다.

“고, 고마워요. 근데 나를 어떻게 아시는가?”

“아. 그게요.”

수플레들이 성심성의껏 답변에 응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상대의 뺨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괘, 괜히 얘기해 드렸나?’

지금 대기실에 있을 누군가를 향해 이를 뽀드득- 하는 김덕순 여사의 표정에 그들이 헛기침을 했다.

그러곤 결심했다.

나중에 우주가 라이브 방송 등에서 ‘그때 콘서트장에서 누구예요? 누구?’ 하면 절대 모른 척하기로.

“그려요. 우리 손자 이뻐해 주셔서 내가 더 감사하네.”

그러면서 ‘망둥이 같은 놈, 두고 보자…’ 하며 유유히 사라지는 이를 보며 수플레들이 웃었다.

그렇게 착석이 끝난 후.

본 공연을 기다리던 수플레들은 열심히 시간을 때웠다.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와아아-!”

대형 전광판에 흘러나오는 뮤비에 응원법을 외쳐가며 달봉이를 흔들기도 하고.

“저기 봐. 외국인도 있어.”

“진짜?”

“신기하다. 교환학생인가?”

이국적인 외모를 지닌 이들이 팸플릿을 들고 있는 광경에 신기함을 느끼기도 했다.

한편, 그 동안 음향이 점점 콘서트 음향으로 바뀌어 갔다.

본 무대 전 테스트를 위해 조명이 사방으로 빛을 뿌리자, 팬들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거기에 콘서트장 특유의 냄새까지.

1분 1초, 카운트다운을 하듯이 시간을 보아 가며 응원봉을 꼬옥 쥘 때.

타앗.

정각이 되자마자 콘서트장의 모든 조명이 동시에 암전됐다.

“와아아아……!”

그간 쌓아왔던 설렘이 한 번에 폭발했다.

어두운 공연장에서 관객들이 내지르는 비명에 저절로 몸이 붕 뜨고 심장이 폭발할 것 같을 때.

그런 뜨거운 열기 속에서 전광판에 VCR이 흘러나왔다.

*   *   *

“자, 다 같이!”

복도에서 손을 뻗자, 동생들이 가장 먼저 손을 얹었고. 그 주변으로 수십 개의 손이 모였다.

“한 달 동안 우리 세션 형들 정말 고생하셨고.”

“너희도 고생했어.”

밴드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드러머 형이 드럼 스틱을 빙글 돌리며 미소를 지었다.

“댄서분들도 우리 까다로운 메인댄서와 맞춰 주시느라 고생하셨고.”

“까다롭다는 말 인정.”

“진짜 군대 또 다녀오는 줄. 지옥의 연습이었지.”

같이 안무 연습을 했던 댄서들이 맞장구를 쳤고, 비주가 그들을 툭 치며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우리 스탭들.”

내가 근처에 서 있는 석환 형과 매니저들을 비롯해 의상을 맡은 스타일리스트들, 그리고 홍보팀 직원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들도 마주 웃었다.

“정말 다들 오늘 공연 준비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희가 콘서트! 하면 다 같이 화이팅 갈게요!”

둘셋 하고는 동생들과 함께 외쳤다.

“콘서트!”

“화이팅!”

다 같이 화이팅을 하고는 서로를 향해 박수를 쳤다.

“이동할게요!”

“네!”

의상을 점검한 우리가 바쁘게 걸어갔다.

경호업체 직원들이 길을 안내해 주는 동안, 마침내 철골 구조물이 눈앞에 드러났다.

“긴장하지 말고! 긴장 말고! 편하게!”

우리 옆에 따라붙어서 누구보다 더 긴장한 얼굴로 긴장 말라고 하는 석환 형이었다.

“뉴블랙! 잘한다! 화이팅!”

손뼉을 쳐 주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스탭들 속에서 매니저 형들도 생수병을 건네주며 주먹을 쥐었다.

“떨지 말고 화이팅!”

“화이팅!”

‘머리 조심하세요! 머리!’ 하는 스탭의 말을 들으며 철골 구조물 밑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곳곳에서 무전기 소리가 진동하고.

인이어를 통해 들리는 VCR 오디오와 함께 5천여 명의 수플레들이 지르는 함성이 몸을 울렸다.

꿀꺽.

리혁이가 연신 침을 삼키는 소리에 웃고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화이팅!’

리프트 위에 다섯이 한데 모여 쪼그려 앉았다.

초조하다.

떨리는 심장을 어떻게 진정시켜야 할지 모르겠다.

공연장의 앰프가 뿜어내는 소리의 물결이 몸 안을 진탕 뒤집어 놓는 것만 같았다.

“…….”

내가 손을 뻗자 하나둘 손을 뻗었다.

그러곤 서로의 팔을 붙잡았다.

서늘한 에어컨 바람 속 온기에 호흡을 진정시키며 마른침을 삼켰다.

와아아아아아아!

VCR의 끝에 이르렀는지 우리의 얼굴이 하나씩 비춰지는 장면이 나오는 듯했다.

그때마다 수플레들의 함성이 벼락처럼 커졌다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카운트 다운이 끝났을 때.

와아아아아!

리프트가 올라가면서 눈앞의 장막이 걷혔다.

그리고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아!

어마어마한 함성과 함께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는 수천 개의 별들이 우리에게로 쏟아졌다.

짜릿한 감각 속에서 응원봉의 물결이 눈에 콱 박혔다.

그 광경에 우리도 모르게 첫 곡인 미니 1집의 ‘바라보다’부터 한 박자 늦게 들어갈 뻔할 만큼.

Open your eyes-

리혁이의 맑은 목소리가 소리를 부드럽게 늘리는 동안 관객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그 속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우리는 살짝 멍한 기분으로 눈앞의 광경을 담았다.

정말 예뻤다.

누군가는 하늘에 있는 별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겠지만, 지상에 있는 별들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   *   *

보컬 곡인 ‘바라보다’부터 시작해서 댄스 무대인 ‘Flower Dance’까지.

나도 내가 무슨 정신으로 오프닝 무대를 끝냈는지 모르겠다.

어느 영화 속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처럼 10초가 지날 때마다 기억이 리셋되는 느낌이었다.

기억나는 건 귀가 따가울 만큼 쏟아지는 환호성과 눈이 불타오를 만큼 환한 조명뿐.

분명히 내 입으로 가사를 부른 거 같긴 한데. 내가 제대로 불렀는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허억, 허어…….”

한 곡이 끝나고 암전되는 동안에도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

아니, 멍하니 바라볼 시간도 없었다.

동선이 다양한 까닭에 한 곡을 부르고 내려와 다른 곳으로 재빨리 움직여야 했으니까.

빈 속이 메슥거렸다.

합동 콘서트나 연말 무대에서 이보다 더 큰 규모의 관객들을 앞에 두고도 이 정도로 긴장은 안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누가 명치만 꾹 눌러도 바로 토할 만큼 어지럽고 멍했다.

“와아아아……!”

다행히 ‘Flower Dance’의 마지막 군무까지 끝낸 뒤에 긴장이 조금 풀릴 수 있었다.

“허억, 허어….”

다 같이 손을 맞잡은 포즈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떨어져서 객석을 바라보았다.

“와아아아아……!”

전광판에 우리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손수건으로 얼굴에 흥건한 땀을 훔치며 객석을 바라보았다. 수천 개의 별빛이 반짝이는 객석을.

땀을 잔뜩 흘리고 나니 그제야 긴장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건 설렘이었다.

여전히 함성을 지르며 반겨 주는 수플레들의 모습에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웃었다.

‘봤어여?’

‘봤어?’

땀으로 범벅된 손수건을 대강 내버려 두고는 마이크를 잡고는 기쁘게 외쳤다.

“여러분! 그 동안 잘 있었어요?”

‘네에에’ 하는 함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우리 막내가 마이크를 붙잡고 객석을 바라보았다.

“많이 보고 싶었어여?”

“저희도 진짜 너무 보고 싶었어요.”

벌써부터 땀투성이가 되어서 헤벌레 웃는 동생들을 보며 웃었다. 개인 멘트를 하기 전에 내가 정리부터 했다.

“일단 인사부터 드릴까요? 둘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아-!”

꾸벅 하며 인사하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우렁찬 환호성이 날아들어 왔다.

“네, 저희의 첫 콘서트 ‘The New Black : In Wonderland’를 찾아 주신 수플레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너무 반가워요. 정말. 진짜, 진심으로 저희가 엄청 이 날만을 기다려 왔거든요.”

우리가 느끼는 반가움의 크기가 얼마나 잘 전달됐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오는 쩌렁쩌렁한 함성을 들어보니 잘 전달된 듯했다.

“네, 저는 리더이자 리드 보컬인 우주고요.”

“메인댄서 비주입니다!”

“랩랩랩, 랩을 맡은 중현이에요.”

“보컬 서리혁이에요.”

“네, 그리고 저는 뉴블랙에서 가장 귀여운 막둥이이자, 비주얼을 맡고 있는 지호입니다!”

거창한 마지막 인사에 우리가 웃었다.

아예 인이어까지 한 쪽을 빼고는 눈을 감으며 ‘나의 인기……!’ 하는 모습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런 것까지 환호라니. 오늘은 뭘 해도 팬들이 박수를 쳐 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물론 우리는 그걸 좌시할 생각이 없었다.

“여러분. 그거 아시나요? 저거 지호가 리허설 때부터 미리 연습한 거예요.”

“맞아요. 많이 어설프죠? 쟤가 선배 가수들이 하는 거 엄청 하고 싶어했거든요.”

“오히려 우주 형이 더 잘해요.”

시범을 보이란 말에 내가 미튜브에서 보았던 선배 가수의 영상 그대로 인이어 한쪽을 빼고 눈을 감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

살짝 민망하지만 좋았다.

우리 막내가 날 골목상권을 괴롭히는 대기업처럼 바라보았다.

잠시 세션 형들을 소개하고, 오늘 콘서트에 대해 간략하게 오프닝 멘트를 한 후.

반원형으로 우릴 둘러싼 별들을 향해 마무리 멘트를 했다.

“저희의 첫 콘서트에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티켓 가격이 10만원 정도라고 들었는데요. 맞지?”

“맞아여.”

“진짜 큰돈이잖아요. 정말 10만 원이면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잖아요. 마을버스도 칠….”

리혁이가 내게 ‘900원 됐어요’ 하고 속삭여 주었다.

올랐네.

“110번 넘게 탈 수 있고. 영화를 비롯해서 정말 10만 원이면 즐길 수 있는 거리가 많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다 뛰어넘고, 정말 저희를 보러 와 주신 거잖아요.”

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10만 원이라는 액수는 정말 큰돈이니까.

그만큼 우리에게 해 준 것이 얼마나 큰 건지 알고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돈을 쓴 것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도록 공연에 임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재미있게 놀아야겠죠?”

“맞습니다!”

“우리 재밌게 놀아보아요.”

그에 화답하는 함성을 들으며 내가 동생들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자, 그럼 신나게 다음 곡 가 볼까요!”

첫 콘서트에 대한 적응도 어느덧 끝나 있었다.

*   *   *

공연이 빠르게 진행됐다.

“와아아아……!”

무대가 하나씩 지나갈 때마다 목청이 찢어질 만큼 소리를 지르고 응원봉을 흔드는 수플레들이었다.

‘너무 좋다.’

멀리서 온 이들도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퀄리티의 콘서트였다.

무엇보다 곡이 너무 좋았다.

‘뉴블랙에 유명한 노래가 이렇게 많았구나.’

라디오에서 나왔던 우주와 리혁의 ‘밤바다’ 듀엣.

명곡단에서 했던 ‘인생’ 같이 주옥같은 곡들.

슬립의 OST로 차트를 한때 휘몰아쳤던 ‘어제에 관한 시’를 비롯해서 5인조 버전으로 편곡된 ‘Something’까지.

연차는 신인인데 세트 리스트는 베테랑이었다.

거기에 더해 그간 음원으로만 접했던 앨범 수록곡들의 다양한 무대까지.

‘좋다…….’

무대 위에서 멤버들이 반짝이는 눈으로 방방 뛸 때마다 그들도 덩달아 방방 뛰었다.

그리고.

서서히 앵콜이 다가오는 콘서트의 후반부 파트에서 가수와 팬 모두가 기다렸던 무대가 다가왔다.

-네, 이제 저희의 다음 앨범 타이틀! ‘Nine’의 무대를 공개해야 할 시간인데요.

-떠… 떠, 떨리나요?

-저희가 제일 떨고 있네요.

긴장한 멤버들이 마이크를 달달 떠는 모습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프로듀싱에 참여한 멤버 전원이 앨범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 준 후.

VCR이 흘러나온 후.

암전된 조명이 초록색 계열로 바뀌며 스트릿 컨셉 의상으로 갈아입은 멤버들이 등장했다.

‘오, 세다…….’

처음부터 강하게 치고 들어오는 힙합 느낌의 곡이었다.

의상도 재킷이나 후드티 등.

그간 뉴블랙이 시도하지 않은 컨셉이라 신선한 느낌을 받으며 곡을 들을 때였다.

“어……?”

강렬한 첫 파트들이 흘러가고 나서 멤버들이 사이드로 빠지더니.

마이크를 쥔 검은 재킷의 리더에게 조명이 집중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개인 파트에 멍하니 바라보던 수플레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바로 랩 파트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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