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01화
35장. Nine
3일간의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뉴블랙, 데뷔 후 첫 콘서트 마무리...“날아오를 일만 남았네.”
-“3일간 행복했다” 새 앨범 앞두고 뉴블랙 감사 인사
-뉴블랙 리혁, SNS로 ‘사랑해ㅇ..요 수플레’ 수줍은 애정 밝혀…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진짜.”
“푸흡…….”
“으아아아악!”
3일 연속으로 팬들에게 벌건 얼굴로 ‘스릉흐여’ 했던 누군가를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게 누가 첫날부터 거하게 사랑 고백을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드냐.”
“아, 몰라요.”
“스스로 불러온 재앙에~ 짓눌려~”
“넌 조용히 해, 왕지호!”
“푸핫!”
비주와 내가 깔깔 웃으며 숙소 거실을 굴렀다.
지금은 일요일 밤.
핸드볼 경기장에서의 마지막 콘서트를 끝낸 우리는 숙소에서 뒹굴뒹굴 하는 중이었다.
하품을 쩍쩍 하던 막내가 물었다.
“뮤비가 자정에 공개된다고 그랬져?”
“응.”
“아, 졸린데… 보고 싶기는 한데, 일단 너흐으음나 피곤한 것이야요.”
졸려 죽겠다는 막내를 보던 내가 중현이에게 고개를 돌렸다.
“중현아.”
“네, 형.”
곧바로 중현이가 지호를 비행기 태워 줬다.
나이 열여덟 먹고 비행기를 타며 우아아아아- 하는 막내를 보며 부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과를 돌돌 깎던 비주가 지호의 입에 사과를 물렸다.
“지호야, 조금만 조용히.”
“넹, 우아아…….”
주말 밤이니 이웃들을 위해 조용히 하라는 주부님의 말에 끄덕끄덕 하는 막내였다.
리혁이와 비주가 소파에 얌전히 앉아 있는 동안, 나머지 셋은 바닥에서 뒹굴거렸다.
마룻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서 바라보는 조명이 몽롱한 빛무리로 번졌다.
“너희들도 멍하지?”
“네.”
콘서트의 여파 때문인지 전등이 무대 조명처럼 느껴진다.
-와아아아아아!
소라고동에 귀를 기울이면 파도 소리가 들리듯 환호성이 메아리쳤다.
불꽃놀이를 함께 떼창하던 수플레들의 모습도 눈에 선하고.
콘서트는 몇 시간 전에 끝났지만 그 여운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이래서 선배들이나 TNT 조무래기들이 콘서트는 해 봐야 느낌을 알 거라고 한 건가.
내 옆에서 뒹굴대던 막내가 말했다.
“근데 조금 아쉽기도 해여. 이게 하루하루 지날수록 더 느는데, 전날 공연이 막 아깝고.”
“맞아. 나도 그랬는데.”
“그져? 이게 그게 있어여.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
공감했다.
확실히 공연 분야는 실전 경험이 쌓여야 느는 듯하다고 할까.
경연이라거나 연말 무대, 대학 행사 등으로 다져진 노하우를 발휘하긴 했지만, 멘트부터 사소한 몸짓까지 단독 콘서트는 또 단콘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그게 3일차가 됐을 때쯤에야 몸에 익으니 아쉬울 수밖에.
물론 우리 팬들은 행복해하고 있었지만, 퍼포먼스에 완벽을 기하는 아티스트 입장에선 그렇게 느껴졌다.
“뭐, 아직 첫 콘서트를 한 거니까.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맞아요.”
포크를 꽂은 사과를 건네주며 비주가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는 우리 체조에서 더 잘해 봐요.”
“그래. 그러자.”
내년에는 핸드볼 경기장보다 더 큰 체조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해 보자며 동생들과 웃었다.
그때 벽시계를 보던 비주가 말했다.
“엇, 11시 9분이다.”
“우주 시~”
“우주 시~ 저희 앨범 잘되게 해 주세여.”
내 생일과 같은 시각이라며 ‘우주 시~’ 하며 손을 흔드는 동생들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Nine’의 뮤비를 기다리는 수플레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주 시~~~
-젠민시~
-우주야 덕순해ㅠ
-반짝이는할배 시
-우주시 앨범 대박 나라
중간중간 함정이 끼어 있긴 했지만 앨범 대박을 기원해 주는 수플레들이었다.
“그나저나 우리 노래 말이에요.”
리혁이가 손가락으로 태블릿을 톡톡 두드렸다.
“일반 대중들도 좋아하겠죠?”
“그러지 않으려나. 이번에 수플레들 반응도 좋았지만, 가족들도 다 노래 좋다고 했잖아.”
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여. 울 누나들은 듣던 노래만 듣는데 이번에 Nine 다운 받겠다고 했어여.”
“저희 아부지도 동네 사람들한테 노동요로 추천하겠다고 그랬어요.”
“민준이도 노래 좋다고 해줬는데.”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 필터 때문에 좋게 들은 걸 수도 있겠지만 가족들의 평이 몹시 좋았다.
미국에 사는 예인이도 트렌디하다고 좋아했지.
“그럼 좀 안심해도 되려나……?”
앨범을 낼 때마다 나오는 ‘이게 먹힐까?’ 하는 의문이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콘서트에서 공개를 했기에 팬들의 반응은 확인한 터였다.
엄청 좋았지.
-나인 뭔데 나도 들을래ㅠㅠㅠㅠㅠㅠㅠ
-대체 나인 댄브에서 비주가 뭘 한건데..?? 왜 나만 못봐..???
-띵곡이라는데 왜 나만 못보냐구
-후기볼때마다 나나나나인인인인인 이런 느낌임
-우주 저음랩 보고 싶다.. 나도 동굴랩 들을래
콘서트에서 돌아온 수플레들이 ‘여러분 나인 정말 명곡ㅠㅠ’ 했던 탓에 호기심이 증폭되어 있었다.
“그래. 이 정도까지 반응이 좋은데…….”
설마 일반 대중들이 ‘뭐냐 이거’ 이러진 않겠지.
우리끼리 ‘에이, 설마’ 하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
“…….”
그러곤 득달같이 중현이에게 달려들었다.
“뎅아. 우리 뎅아.”
“마법의 소라풍뎅이님.”
“말해보아라. 뎅아. 이번 앨범에 대한 예감 어떠냐. 불길해? 막 안 좋고 불길이 치솟고 그래?”
예감이 좋다고 할 때마다 사건을 터뜨리는 우리 애였다.
데뷔 때는 스트릿 보이즈가 갑자기 자작곡 컨셉으로 나왔고, 쇼케이스 때는 음향 사고가 났지.
“아저씨, 미신 같은 거 안 믿는다면서요.”
“무슨 소리야. 난 미신을 사랑해.”
“…….”
제발 막 뭐가 암운이 드리우고 그래라, 하며 바라는 내 모습에 리혁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 동안 ‘흐으으음’ 하며 턱을 쓰다듬던 중현이가 말했다.
녀석이 입을 떼려고 할 때.
“아아아!”
우리가 동시에 손을 저으며 미리 경고했다.
“안 돼! 예감 좋은 건 금지야.”
“떽! 안 돼. 김중현.”
아기를 가르치듯이 ‘떽!’ 하는 비주의 모습에 잠시 웃음이 터졌다.
중현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긍정적인 거 반, 애매모호한 거 반.”
“아아…….”
“큰일났네여. 중현이 형이 긍정적인 게 느껴진다고 했어여. 이제 어마어마한 사건이 터질 거예여.”
연예계에서 갑자기 초유의 스캔들이 터진다거나, 사회면에 무슨 일은 없는지 체크하는 우리였다.
설마 ‘9’와 관련된 악재가 있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괜찮아여.”
“왜?”
“우주 형이 덮어 버릴 거니까여.”
“내가?”
언제부터 내가 덮기로 한 거지……?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나에게 막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중현이 형이 불길한 예언을 하면 형이 뒤집는 게 뉴블랙의 국룰이잖아요. 쇼케 때 음향사고 수습하면서 ‘우리 뾰로롱 실력파예여~’ 했던 것도 그렇고.”
“맞네. 우주 형이 있구나.”
비주까지 안심하는 기색이었다.
‘너만 믿는다’ 하며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는 두 녀석을 보며 부담감을 느낄 때.
리혁이가 말했다.
“중현이 형이 예감이 좋다고 해서 꼭 안 좋은 일이 터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 리혁이 말 들었지, 얘들아?”
“단지 그 스케일이 엄청 클 뿐이지.”
“…….”
이어폰을 끼고 ‘덕순아’를 듣자, 신이 나서 떠들어대는 두루미가 눈에 들어왔다.
막내가 전광판 앱으로 ‘막내는☆리더믿어’ 하는 글자를 번쩍번쩍 틀었다.
“…….”
외면하는 내 모습에 다른 녀석들이 웃었다.
그렇게 시간을 때울 때.
11시 59분을 넘어 8월 31일 0시 정각이 되는 그 순간.
“떴다……!”
미튜브 공식 계정인 ‘뉴블랙TV’에 뮤직비디오가 업로드 되었다.
* * *
뉴블랙이 클릭을 하는 동안, 전국 곳곳에 퍼져 있던 수플레들의 손가락도 빠르게 움직였다.
「뉴블랙 - ‘Nine’ Official MV (4:33) 」
이내 화면에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왔다.
배경은 지하철.
‘음……?’
지하철이 멈춰 서고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동안, 후드를 눌러쓴 채 앉아 있는 이들이 조명됐다.
후드 아래로 빠져나온 와인색 머리카락을 정돈하는 비주의 손가락에 악세사리가 가득하다.
금발인 지호를 비롯해, 블루블랙의 리혁과 갈색의 중현.
그리고 회백색 머리 아래 마스크를 쓴 채 눈을 감고 있는 우주까지.
‘이래서 애들이 건강이 안 좋은 할아버지라고 했구나.’
수플레들이 납득했다.
라이브 방송에서 앨범 스포를 할 때, ‘우주 형이 뮤비에서 처음에 좀 아파 보여여’ 했던 멤버들이었다.
실제로는 근사하게 보였지만 멤버들의 말을 듣고 보니 왠지 그렇게 보이는 듯했다.
“흠흠…….”
고개를 저으며 그런 생각을 떨쳐낼 때.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던 지하철이 텅텅 비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앉아 있는 멤버들의 모습과 함께 지하철 불빛이 깜빡깜빡하기 시작한다.
쿠궁쿠궁, 하는 지하철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릴 때.
화아악- 하듯이 조명이 밝아졌다.
‘우와…….’
어딘가의 다리로 빠져 나왔는지 휘황찬란한 야경이 창밖으로 펼쳐졌다.
CG로 합성된 배경.
서울이긴 한 것 같은데 어딘가 낯선 인상의 도시였다.
알록달록한 네온사인이 빛나는 사이버펑크의 도시가 바로 뮤비가 펼쳐질 장소였다.
-뮤비 때깔 겁나 좋다..
-전주가 안나왔는데 벌써부터 심장이 빠운스빠운스 ㅋㅋㅋㅋ
-규호 지갑 괜찮은거 맞아?? 이쯤되니 내가 걱정이 되는데
-우리보다 규호가 더 진심인거같아
-비오는 배경 느낌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형광색의 네온사인이 어스름하게 빛나는 골목.
미니3집의 제목인 ‘Neon Black’에 참으로 어울리는 배경이었다.
느긋하게 걸어가던 멤버들이 마스크를 벗거나 후드를 벗으면서 의상이 바뀌고 노래가 시작됐다.
‘나인’에 대한 반응은 호평 일색이었다.
-드디어 센컨셉ㅠㅠㅠㅠ 할미 운다 울어
-노래 진짜 좋다.. 왜 콘 다녀온 사람들이 나인나인 타령했는지 알 거 같음 ㅇㅇ
-중독성 쩐다.. 나인나인나인
-애들 거칠어 보여서 좋아
-나인의 의상과 메이크업을 담당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을 표합니다
-천국에서 월드 투어하러 내려온 우리애들ㅠㅠ
-뉴블랙 : 저희 세 보이게 해주세여 / 스타일리스트 :
그 동안 뮤비의 이런저런 장면이 이어졌다.
지호가 씩 웃으며 CCTV 화면을 향해 스프레이칠을 하는 장면을 찍는다든가.
정전이 된 옥상에서 형광 페인트로 칠한 배경을 앞에 두고 군무를 추는 멤버들의 모습까지.
특히 거세게 내리는 비를 일시에 멈춰 버리는 중현의 모습이 담긴 하이라이트 장면이 큰 호평을 받는 중이었다.
조회수가 빠르게 오르는 가운데, 뉴블랙의 신곡 MV는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올라왔다.
[지금 팬들 사이에서 반응 터지는 중인 뉴블랙 컴백 MV.metube]
다른 아이돌 팬들에게도 관심도가 높은 핫한 가수인 탓에 금세 뮤비는 도마 위에 올랐다.
-스타일링 뭔일이야
-좀 촌스러운데.. 나만 그런가
-안 어울리는 센컨셉 한다고 고생많다ㅋㅋㅋ
-노래 좋네. 이번엔 저번처럼 사재기 말고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길 ^^
초반 댓글의 법칙에 따라 뉴블랙 글만 찾아다니며 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이 지나간 후.
이윽고 뮤비를 감상한 다른 팬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초반 플로우 뭐임;
-근데 기본적으로 센컨셉 해도 얘넨 다 잘생겼다ㅋㅋㅋ
-와 쩐다 오늘 나온 거야??
-이번에 제대로 터질 거 같은데 노래도 좋고 뮤비도 역대급으로 잘 뽑은듯 ㅇㅇ 진짜 내가 최근에 본 뮤비 중에 젤 잘 뽑음
-퀄 대박 영화같아
-스칼렛에 이어서 연석 홈런이네ㅋㅋㅋ 머리카락으로 뮤비 연성한다는 규호 머털도사 설이 진짜였나
-뉴블랙 맨날 순둥순둥한 두부같아서 이런거 못할 줄 알았는데.. 찰떡이네
뮤직비디오의 퀄리티에 대한 반응과 함께 멤버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빨강이 비주 맞지??? 조용할 거 같았는데 끼 터지네
-댄브 멋있다 간지나
-대길이친구 걸어올때 내가 다 설렘
-우주??? 쟤 보컬멤 아니었음?? 랩도 하네.. 숯불들아 너흰 알고 잇었니?
-ㄴㄴ 선공개햇을때 우리도 화들짝이었슴
-그래? 그럼 같이 화들짝하자
-얘 랩 목소리 발린다.. 취저
-마지막에 브릿지 이후 터질 때 쾌감 오진다ㅋㅋㅋㅋ
-비트가 ㄹㅇ 사기같음.. 타돌 노래 들으면서 이렇게 신나는거 간만이네
그리고 뮤비에 대한 전망을 내놓는 이도 있었다.
-지금 조회수 추이 보니까 제대로 터질 거 같은데..
-뮤비 컨셉이라든가 그런게 양덬들이 환장할 거 같은 포인트가 가득가득함
-걔네 이거 보면 잠못잔다
-시차 생각하면 원래 안 잘 시간임
같은 시각.
세계 각지에서 K팝 관련 컨텐츠를 뒤적거리고 있던 이들의 앞에 관심 있을 만한 영상이 컨텐츠로 뜨기 시작했다.
바로 뉴블랙의 ‘Nine’ 뮤비였다.
“와…….”
그리고 그들이 보인 반응은 한국인들이 보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뭐야. 이거 뭐야?’
눈앞에서 뭔가 휘황찬란한 게 펼쳐져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배경의 도시.
몽환적인 네온사인 속에서 뼈가 부서져라 춤을 추고 있는 5인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볼 때마다 절로 마른침이 삼켜지는 미모와 함께 폭발하는 듯한 군무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뉴블랙?’
K팝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해외 팬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던 마스커레이드의 뮤비를 통해서 한 차례 접하기도 했고.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보이그룹 중 하나였다.
동아시아나 동남아에 있든, 북미나 남미에 있든 간에 K팝에 관심이 있다면 알 수밖에 없었다. 대개 한국 국내의 인기가 해외의 인기에도 고스란히 반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뉴블랙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지금 그들이 보는 뮤비는 낯설게 느껴졌다.
‘진짜 멋있다.’
‘저 랩하는 애는 누구지?’
얼마 안 가 해외 K팝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와 SNS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뜨기 시작했다.
미튜브 댓글창도 삽시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
-저 레드가이 이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지 말해줘
┕그의 이름은 비주야 :D
┕알았다. 이제 그는 오늘부터 내 남편이야
-이 노래를 반복하는 중 <3
-누가 자막 좀 달아줘. 이제 와서 한국어를 배우기엔 너무 늙었어
┕그나저나 여기 있는 한국 팬들은 왜 자신을 ‘수플레’와 ‘목탄’이라고 지칭하는거야? 음식과 무생물인 이유가 있어?
┕나 한국인! 수플레인 이유 링크 줄게. 여기에 우주의 슬픈 전설이 있어.
-이렇게 신나는 노래에 어떻게 싫어요(dislike)를 누를수있는거야
-회색머리의 성씨가 sun이라고? 납득.
-얼마 전에 생명보험 들기를 잘했군. 보는 동안 약 세번의 심장마비를 일으킬 뻔했어
-다섯 중 누구랑 결혼할지 아직 결정 못했어. 이 뮤비는 너무 짧아.
-한국은 군대 간다면서. 이 친구들은 공군에 간 게 틀림없어. 내 마음에 뜨거운 폭탄을 떨어뜨렸거든
온갖 드립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윽고 ‘나인’의 뮤직 비디오를 본 이들은 자신만 볼 수 없다는 듯 전파하기 시작했다.
SNS에 우후죽순으로 글이 올라오는 가운데.
한국 시간으로 새벽, 다 먹은 과자 봉지처럼 거실에 널브러진 5인조가 잠에서 허우적댈 때.
뉴블랙의 ‘Nine’의 조회수가 쭉쭉 오르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조회수 변동을 감지한 미튜브가 자체적으로 조회수를 프리징하는 동안.
‘궁금하네.’
Nine 뮤비를 보았던 이들은 추천 영상에 뜨는 뉴블랙의 컨텐츠를 심심풀이로 누르기 시작했다.
“……?”
뉴블랙에게 Q&A를 묻는 컨텐츠.
‘메인보컬인 리혁의 폐활량은 어떻나요?’ 하는 질문에 숨을 후욱 들이킨 블루가이가 리코더를 들기 시작했다.
30초 가까이 벌건 얼굴로 연주하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폐활량이 어떻게 저리 좋을 수가 있지?’
이윽고 영어 자막으로 ‘염소의 친우’라고 된 인물이 나와서 더 길게 부르고, 우주는 아예 코브라를 불러내듯 피리송을 1분간 불기 시작했다.
블루가이가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이상한데 재미있어…….’
뉴블랙TV라고 되어 있는 계정에 들어간 이들은 심심풀이로 동영상 목록을 클릭했다.
그곳에는 수백 개가 넘는 영상이 있었다.
데뷔 초부터 뉴블랙이 리얼리티를 비롯해서 하나씩 쌓아 온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중의 백미는.
‘대체 뭐야. 이건……?’
추천영상 목록에 뜨는 기묘한 것들이었다.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는 장면이 썸네일로 되어 있는 동영상.
아래에는 임금 옷을 입은 앳된 얼굴의 누군가가 잔치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역사 모험가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이상한 것들이 있었다.
‘……SWAT을 제압해?’
흑복을 입은 누군가가 특공대원을 괴롭히는 영상과 함께 레펠 훈련 영상이 나와 있었다.
거기에 제빵을 하는 장면까지.
‘뭐지. 한국에선 그냥 가수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건가?’
해외 팬들 사이에서 기묘한 의문이 퍼져 가는 가운데, 곳곳에 있는 이들이 마우스를 클릭했다.
“……!”
이윽고 그들 앞에 신세계가 펼쳐졌다.
* * *
오전 11시.
“어으, 죽겠다.”
“바닥에서 자면 입 돌아간다고 그러던데, 다행히 안 돌아갔네여.”
“어우으이…….”
퉁퉁 부은 두꺼비 요괴 같은 얼굴을 자랑하던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며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8월 31일 월요일.
“오늘은 뉴블랙의 컴백일.”
“와아아-”
“우리 망나니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못난 형도 고생 많았어여.”
컴백일을 기념해서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던 우리는 이내 식탁에 둘러앉아 아침 먹을 준비를 했다.
비주가 앞치마를 매고 냉장고를 뒤적이는 동안 내가 하품을 하며 물었다.
“야, 근데 어제 우리 뮤비 조회수 얼마나 나왔냐.”
“잠시만요.”
리혁이가 태블릿 PC를 꺼내서 손가락을 토옥, 토옥 하기 시작했다.
뚝.
그러다 갑자기 멈췄다.
석상처럼 굳어 있는 모습에 우리가 물었다.
“왜 그래? 누가 댓글에 맞춤법이라도 틀렸어?”
“역사 왜곡 댓글이라도 본 거 같은 얼굴인데.”
“…….”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던 리혁이가 그 상태로 멈춰 있었다. 석상이 된 모습에 우리가 ‘?’ 하며 태블릿 PC를 뺏었다.
그리고는.
“일십백천만… 십만…… 배….”
“……뭐예여. 이거.”
“잠시만, 다시 한 번 보자. 일십백천……. 잠시만. 1m 축하한다고 그러는데 이게 뭐였더라.”
“원 밀리언. 100만이잖아요.”
냉장고를 뒤적거리던 비주가 손을 멈췄다.
“…….”
“…….”
우리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동안, 냉장고가 ‘일단 닫으셈! 닫으셈!’ 하듯 띵동거렸다.
내가 침을 삼키고 물었다.
“지금 몇 시간 지났지?”
“11시간 정도요.”
“그런데 조회수가…….”
우리의 뮤직비디오에 찍혀 있는 ‘1,036,825’라는 숫자가 눈에 콱 박히듯 들어왔다.
11시간 만에 조회수 100만.
자고 일어났더니 잭팟이 터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