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05화
“심심해서 미튜브에 나인을 검색해 봤거든여. 영어로.”
“그런데?”
“이런 게 잔뜩 떴어여.”
막내가 내민 스마트폰을 바라본 우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뭔가 요상망칙한 썸네일이 가득했다.
처음 보는 외국인들이 ‘뜨하아악!’ 하는 표정으로 입을 떡하니 벌린 사진이 가득했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사람들 누구야? 너희는 알아?”
“아뇨.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요.”
“뭐지. 우리 노래인데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하네요.”
다 같이 얼굴을 맞대고 고민하는 동안 목록에서 공통적인 키워드를 하나 발견했다.
바로 ‘Reaction’이라는 단어였다.
“아. 리액션 비디오구나.”
미튜브에서 자주 보이는 컨텐츠 중 하나였다.
특정 동영상을 보면서 ‘우왓, 우와앗’ 하는 자기 반응을 찍어서 올리는 외국인들의 컨텐츠.
불꽃놀이 때부터 우리 뮤비에 대한 반응 영상이 종종 올라오는 것을 봤기에 알고 있었다.
문제는…….
“뭐가 이렇게 많아?”
그 숫자가 장난이 아니었다.
해외 K팝 팬들이 관심을 보였던 마스커레이드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은데.
리스트를 내릴 때마다 다양한 얼굴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일단 아무거나 하나 눌러 보자.”
가장 조회수가 높은 리액션 비디오를 클릭했다.
딸깍.
그때 리혁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뭘 또 확인까지 하려고 그래요?”
“궁금하잖아.”
“혹시라도 나쁜 내용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래요. 가뜩이나 우리 다 유리 멘탈인데…….”
잠시 눈을 깜빡깜빡하다가 동생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쟤가 제일 유리 아니냐?”
“거의 영화 소품 수준이져. 그 설탕으로 되어 있어서 딱밤으로도 깨지는 유리여.”
“성냥깨비 하나 정도.”
우리의 드립에 곧바로 ‘유리 아니라고!’ 하는 고함이 되돌아 왔다.
그 동안 스칼렛이 ‘꺄핫! 꺄하핫!’ 하며 스키를 타는 아웃도어 광고가 끝나고 영상이 재생됐다.
가정집 거실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외국인이 소파에 모여 앉아 있었다.
막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 뭐야. 영어네. 자막은 없어여?”
“없는 거 같은데.”
“이따 우리도 하나 달자. Kor sub plz하고.”
동생들과 키득거리는 동안 영상 속에서도 대화가 진행됐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미국 대학생들의 모임인 듯했다.
가운데 앉아 있는 남자가 카메라를 세팅하고는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저번에 이어서 K팝 가수의 영상을 볼 거야.
친구들이 한 마디씩 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봤던 Teen Spirit이란 애들 기억나네. 거기도 K팝 그룹 맞지?
-아기 천사처럼 엄청 귀여웠는데!
-맞아. 진짜 아기처럼 이뻤어!
쿠션을 껴안으며 꺄르륵 웃는 여자분들을 보며 우리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이 사람들은 모르겠지.”
“왠지 모르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구…….”
“일단 Jonna를 알면 이 반응이 안 나올 거 같아요.”
우리가 대화를 주고받을 때 웅성거리던 이들 중 하나가 질문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어느 가수를 보는 건데. 루카스?
미튜버가 ‘뉴블랙’이라고 답하자 다들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지? K팝에 그런 가수도 있었어?
-그룹명이 ‘대세(the new black)’야? 특이하네.
-왠지 유명한 가수일 거 같은데… 얼굴 보면 기억이 나지 않으려나. 뭘로 알려져 있어?
화면 속에서 스마트폰 검색을 하는 등 호기심을 보이기 시작하던 그 순간.
미튜버가 ‘Nine’의 뮤직 비디오를 재생했다.
우측 하단에 미니 화면으로 뉴블랙의 로고와 함께 지하철 씬이 시작됐다.
-지하철 겁나 깨끗하네.
커피를 홀짝이다가 감탄하는 뉴욕 출신 대학생의 말에 그들이 웃음을 터뜨린 것도 잠시.
-와우…….
-다 그래픽이야. 저거?
-사이버 펑크라니. 완전 SF 영화 속 한 장면 같은데.
매혹적인 네온사인으로 들어찬 가상 도시의 야경에 그들이 입을 멍하니 벌리기 시작했다.
당사자인 우리가 봐도 근사한 CG답게 저 사람들에게도 놀라운 모양이었다.
노래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총 5명인 모양이네.
-너무 예쁜데, 난 너무 예쁘게 생긴 남자는 별… 뭐야. 방금 나온 저 빨간 머리 누구야?
-좀 진정해…으어! 나도 쟤 좋아!
집업 후드를 입은 채, 골목을 걷다가 뒤를 슥 돌아보는 비주의 우아한 워킹에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뿌듯한 얼굴로 ‘저예요!’ 하는 비주의 모습에 우리가 키득거렸다.
그러는 한편.
후렴구의 메인 안무가 나오자 왁자지껄하던 반응이 갑자기 잠잠해졌다.
-발이 어떻게 저리 빠를 수가 있지?
-미쳤다. 지금까지 본 K팝 뮤비 중에서 이 정도로 하나처럼 합이 맞는 건 처음이야.
-어느 정도로 연습을 해야 이게 나오는 거지?
-그러니까. 으… 난 상상도 하기 싫은 거 같아. 학창 시절에 치어리딩 맞추는 것도 힘들었는데.
우리의 노고를 알아주는 착한 이들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뿌듯하네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도 우리가 좀 힘들어 보이나 봐여.”
“이걸 외국 사람들이 알아주네.”
“리혁아. 방금 코멘트 들었어? 저 사람들이 너 춤 잘 춘…….”
말을 하다가 멈췄다.
날파리를 노려보는 고양이처럼 팔짱을 낀 채 사람들의 코멘트 하나하나를 주워 담고 있는 리혁이었다.
이런 거 왜 보냐고 하더니, 그 누구보다 집중하는 녀석을 보며 웃음을 참았다.
그 사이 뮤비는 하이라이트인 3절에 돌입했다.
-Yes! Yes!
-그렇지! 바로 이거지.
-끝나고 이거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야지.
미친 듯이 발을 구르며 점프를 반복하는 우리의 안무에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그쯤에서 종료했다.
“뭐야. 왜 꺼요? 아직 안 끝났는데……!”
“볼 장면은 다 본 거 같아서. 더 볼 게 있었어?”
“아니. 아직 다 못 봤단 말이에요. 지금 누가 제일 좋았는지 투표하고 있었는데…….”
아쉬움을 금치 못하는 누군가의 모습에 이런저런 썸네일을 한 번씩 눌러보기로 결정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리액션 비디오가 존재했다.
혼자 와인을 홀짝이다가 ‘우와앙!’ 하는 것도 있고.
K팝 팬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고는 그 어색한 반응을 찍는 영상도 있었다.
물론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종종 기분 나쁜 코멘트가 담겨 있어서 바로 끈 것도 몇 개 있었으니까.
우리가 처음에 봤던 영상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축이었다.
“근데 재미있긴 하네.”
“진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거 같아요. 너무 재미있어서.”
“진짜 외국 사람들이 칭찬에 후하긴 한가 봐여. 울 엄마도 나한테 이 정도로는 칭찬 안 해 준 거 같은데.”
살짝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간 음원 차트나 앨범 판매량, 인터넷 댓글을 보며 우리 노래가 어떤지 반응을 체크했는데.
이렇게 색다른 방식으로 확인하니 새로우면서도 좋았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건…….
“이런 걸 사람들이 보긴 하나?”
“그러니까여. 우린 재미있게 봤는데…….”
당사자인 우리야 ‘작업물에 대한 반응이 이렇구나’ 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도 그럴지 의문이었다.
당장 나만 해도 다른 가수의 뮤비에 대한 리액션은 딱히 궁금하지 않아서.
“뭐. 미튜버들이 뛰어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리혁이가 화면을 가리켰다.
“썸네일을 봐요. 예전에는 일반인들이 그냥 올린 동영상 위주였는데, 지금은 다르잖아요.”
“으음…… 어? 진짜네?”
정말이었다.
불꽃놀이나 마스커레이드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전문가의 냄새가 풀풀 났다.
시선을 끄는 사진부터 볼드 처리된 제목까지.
동영상을 업로드한 이들 대부분이 K팝 등에 대한 리액션을 올리는 전문 미튜버들이었다.
“보는 사람들이 꽤 있나 보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을 거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런 동영상을 보고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니까.
우리 입장에선 공짜 홍보나 다름없었다.
“자.”
내가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일단 동영상은 여기까지 보기로 하고. 올라가자. 석환 형이 일 얘기하자고 하네.”
“네.”
동생들도 짐을 하나둘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 같이 연습실을 나서는 동안 혼자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던 막내가 말했다.
“근데여.”
“응?”
“아까 동영상들 있잖아여. 이제 그거 보고 막 신기해서 우리 동영상 찾아보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여.”
“아. 저거 보고 우리 팬이 되는 거야?”
“불가능할 건 없져.”
지호가 말했다.
“뮤비나 저런 동영상을 보고서 ‘저 귀여운 금발은 누구지?’ 하다가 이제 저의 팬이 되는 거예여.”
“우리는 진짜 너의 자신감이 부럽다. 막내야.”
“형들, 꿈은 크게 가져야 하는 거예여.”
우리에게 팔을 두르며 ‘꿈은☆이루어진다’를 속삭이는 막내의 모습에 내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래.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 * *
멕시코시티.
해발 2,200미터에 위치한 인구 900만의 도시.
그곳에 있는 어느 주택에서 한 10대 소녀가 노트북 화면을 몽롱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와아아…….’
미튜브 화면 속에서 5인조 보이그룹이 춤을 추고 있었다.
뉴블랙.
며칠 전에 구독 중이던 리액션 비디오 계정에서 올라온 영상으로 접한 K팝 아이돌이었다.
“Está padre(쩐다)……!”
K-Net이라는 로고 아래 음악방송 무대에서 회색 머리의 멤버가 랩을 하고 있었다.
한국어라서 알아듣진 못하지만 일단 듣기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5명이 다 시선을 끌지?’
리액션 비디오로 접했던 것이 며칠 전.
정신을 차려 보니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골목에서 춤추는 5인조를 반복해서 보고 있었고.
이제는 그 방송 무대까지 찾아보고 있었다.
‘한두 개만 더 보고 끄자.’
하지만 뉴블랙의 컨텐츠는 끝이 없었다.
무대를 보면 새로운 무대가 나오고, 무대가 끝나면 뉴블랙의 미튜브 컨텐츠까지 등장했다.
자체 미튜브 리얼리티부터 Q&A까지.
“흠흠.”
마리엘라로서는 딱히 볼 생각이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친절하게 영어 자막까지 지원해 주는데 한 번 정도는 봐줘야지 어쩌겠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내 태평양 너머에 있을 이국의 보이그룹의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상을 살아가는지 상세히 보여 주는 미튜브 컨텐츠가 그녀의 눈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새에 몇 시간이 흘러간 후.
10대 소녀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알려야 한다.’
딱히 뉴블랙의 팬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런 걸 그녀 혼자 알기엔 아까웠다.
뭔가 뉴블랙에 대해 얘기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할까.
곧바로 미국에 있는 언니 엘레나가 떠올랐다.
‘……무대 같은 건 관심 없을 거 같은데.’
K팝에 관심이 없는 언니에게 무대를 보여 줘 봐야 별 반응이 없을 게 분명했다.
한참 동안 무엇을 보내야 할지 고민하던 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동영상 링크를 하나 골랐다.
그러곤 메시지 앱으로 전송했다.
[동영상 (▶) - 16:46 PM]
[이것 좀 봐 웃기지? - 16:47 PM]
그리고 메시지가 향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어느 식당.
“푸흡-!”
쉐이크를 먹다가 콜록대는 엘레나 로페스의 모습에 대학 친구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왜 그래?”
“……이거 봐봐.”
그녀가 내민 핸드폰을 바라본 이들도 이내 같이 웃음을 터뜨렸다.
짧은 동영상이었다.
회색 머리카락의 누군가가 아련한 표정으로 외발 자전거를 탄 채 스튜디오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러곤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단무지를 젓가락으로 촙! 붙잡았다.
“푸하하!”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짓던 회색 머리가 외발 자전거를 몰고 아련하게 사라졌고.
그때까지 두 손을 맞잡고 미션 성공을 기원하던 4인조가 ‘우와아아!’ 하며 외발자전거의 뒤를 따라 달렸다.
축구 세리머니 같은 광경에 식당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번 더, 다시 한번 더 보자.”
그리고.
“푸하하하!”
몇 번이고 다시 볼 때마다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었다.
한참 동안 웃음바다가 된 후.
마카로니를 떠먹던 누군가가 물었다.
“그런데 방금 동영상에 나왔던 사람들은 누구래?”
“나도 잘 몰라. 멕시코에 있는 동생이 보내 준 거라서. 잠시만…….”
모두가 궁금해하는 가운데, 엘레나가 동생에게 ‘동영상 속 주인공이 누구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답은 바로 돌아왔다.
[뉴블랙이야! - 18:02 PM]
그로부터 약 4,0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동생이 ‘됐다!’ 하며 영업의 성공을 기뻐하는 동안.
“뉴블랙이라는데.”
“뉴블랙?”
“방금 같은 거 또 있으려나? 진짜 재밌다.”
낯선 이국 땅에 뉴블랙의 이름이 서서히 퍼져 나가고 있었다.
* * *
매니지먼트 팀 사무실에 방문하자 석환 형이 곧장 용건을 꺼냈다.
“이번에 해외 투어 일정이 조금 변경됐어.”
“어떻게?”
“기존 일정에 없던 나라들을 좀 추가하려고.”
추석이 끝나고 시작할 해외 투어 일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본래 있었던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호주 등의 라인업에 새로운 나라들이 추가되어 있었다.
“칠레랑 브라질……?”
“미국도 끼어 있네여.”
주로 남미나 북미에 있는 나라들이었다.
예상 못한 이름들에 고개를 갸우뚱하자 매니저의 설명이 돌아왔다.
“이번 뮤비 반응이 핫한 지역들이야. 특히 남미에서 반응이 핫해.”
“아. 그래서 잡은 거구나.”
“프로모션 차원으로 한 번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더라고.”
석환 형이 안경을 고쳐 썼다.
“물론 말이 콘서트지, 공연장 규모는 작아. 쇼케이스 수준으로 기획하고 있으니까 크게 부담 가질 필요도 없고. 일본 때처럼 홍보 한 번 한다는 개념으로 다녀오면 될 거야.”
“넵, 알겠습니다요.”
뮤비 반응이 좋아서 일정이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사무실 소파에 앉아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냈다.
상대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너희가 지금 궁금해하는 앨범 초동에 대해 말하기 전에…….”
뜸을 들이던 상대가 물었다.
“다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
“응.”
“네, 저희 알아요.”
모를 수가 있나.
수플레들이 모여 있는 곳을 슬쩍 둘러보기만 해도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저는 아직도 얼떨떨해여. 인터넷 볼 때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구.”
“솔직히 안 믿기는 거 같아요.”
“저희끼리 30분 가까이 일십백천만 하고 그랬어요. 실장님.”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치였으니까.
‘바람꽃’으로 컴백했던 미니 2집만 해도 초동 7만 장이란 수치로 올해 6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맞아.”
석환 형이 공식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
“이번 미니 3집이 총 11만 7천장 정도가 팔려 나갔어. 일주일 동안.”
“이거 진짜였구나…….”
“일단 축하한다.”
상대가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총 판매량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올해 팔린 앨범 중 다섯 번째가 너희일 거야.”
“와…….”
동생들과 서로 바라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진짜였구나.”
“저는 단체로 몰래카메라 찍는 줄 알았다니까여.”
“진짜 10만 장이 넘었구나.”
여전히 믿기지 않아서 자꾸 웃음만 흘리고 있을 때.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순간적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콘서트가 끝났을 때도 앨범 걱정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긴 느낌이다.
눈물샘에서 새어 나온 한 방울, 두 방울이 눈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
“…….”
내가 고개를 치켜들고, 동생들의 눈에 뿌연 장막이 형성될 때.
“잠시만.”
휴지를 뽑아서 하나씩 건네주었다.
우리가 눈가를 콕콕 찍는 동안, 손에 쥔 휴지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중현이가 코를 킁 풀었다.
막내가 코를 훌쩍이며 웃었다.
“진짜였네여. 우리 진짜 보고도 못 믿고 그랬잖아여.”
“앨범이 그렇게나 잘 됐구나.”
“오늘은 잠 푹 잘 수 있겠다. 진짜.”
믿기 힘든 기록이었다.
올해 앨범을 발매한 가수 중에서 첫 일주일 동안 10만 장을 넘긴 가수는 딱 두 그룹밖에 없었다.
TNT.
틴스피릿.
그리고 그 바로 아래에 우리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멍하다.
미리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럼 우리가…….”
“미니 2집이랑 3집이 사이좋게 연간 5위와 6위를 차지하게 될 거야.”
“…….”
“가수로만 따지면 3위고.”
1위부터 4위까지 포진하고 있는 TNT와 틴스피릿의 정규, 리패키지 앨범 바로 아래였다.
“그러니까…….”
“너희가 올해 가장 많은 앨범을 판 아이돌 그룹 3위에 들었다는 거지.”
상황을 설명하는 석환 형도 얼떨떨하긴 마찬가지인 듯했다.
“나도 이런 건 처음 본다니까. 진짜.”
상대가 너털웃음을 보였다.
“이렇게 2년차부터 빵 터지는 건, TNT나 식스티 같은 대형 기획사 가수나 가능한 일이었지. 이건…….”
“우리도 안 믿기긴 마찬가지야. 이렇게…….”
말을 잇지 못한 우리가 동시에 입을 다물자 침묵이 감돌았다.
그만큼 경이로운 일이었다.
2년차에 이만큼이나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다는 건.
“…….”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석환 형이 이번 주 스케줄을 비롯해 당부사항을 말하는 동안에도 정신이 몽롱하다고 할까.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려다 말고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선우주. 너 듣고 있긴 한 거야?”
“응. 먹고 있어.”
“너희 지금 다 제정신이 아닌 거 같은데.”
가만히 앉아서 바보처럼 헤헷 웃는 비주의 모습에 석환 형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일단 잠깐 쉬고 온 다음에 이야기하자.”
“네에? 에에…….”
“지호 콧물 흐르네. 저것 좀 닦고. 법카 줄 테니까 원석이한테 원하는 것 사 달라고 해서 먹고 와.”
일단 쉬고 오라는 듯 손사래를 휘휘 치는 석환 형의 모습에 우리가 엉거주춤 일어났다.
그런 우리에게 상대가 웃으며 말했다.
“가서 또 울고 그러지 말고.”
“울기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우리는 이런 거 가지고 안 울어.”
* * *
레몬 엔터.
옥상으로 올라가려던 직원들은 괴기스러운 소리에 몸을 흠칫 떨었다.
-으흐흐흑!
컴컴한 비상구 계단에 울려 퍼지는 울음소리.
마치 여러 명의 귀신이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곡소리였다.
-어흐흐흑!
당황한 직원들이 서로를 바라볼 때, 울음소리 사이에 낯선 소리가 섞여 들어왔다.
-호로로록.
무언가 마시는 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으흐흐흑!
기묘한 소리와 귀신 소리의 이중주.
한 직원이 용기를 내어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스마트폰 불빛을 켰을 때.
“어흐흐흐흑!”
“흐흐흑!”
불빛에 어렴풋하게 비친 다섯 실루엣에 직원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뉴블랙……?’
‘저기서 뭐하는 거지?’
‘대체 무슨 소리야. 이게?’
이윽고 그들은 소리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불빛을 발견한 뉴블랙 멤버들이 눈물범벅이 된 찹쌀떡 같은 얼굴로 그들을 돌아봤기 때문이었다.
눈이 퉁퉁 부은 막내가 떡볶이 그릇을 들고 말했다.
“아, 안녕하헤여…….”
“…….”
“저희 우는 거 아이헤호.”
이어지는 변명은 누가 들어도 설득력이 없었다.
“마, 많이 매워서… 흐흐흑!”
“어흐흐흑!”
떡볶이를 먹으며 대성통곡하는 뉴블랙 멤버들의 모습에 직원들은 눈을 깜빡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