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08)화 (30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08화

치이익—

고기 익어 가는 소리가 너무나 감미롭다.

행복하고.

보고 있기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흐헷.”

“흐히히.”

‘형들 사랑해여’ 하며 손가락 하트를 보내는 막내에게 우리도 ‘사랑한다’ 하며 하트를 날렸다.

그러곤 고기를 굽는 중현이에게도 양손으로 큰 하트를 보냈다.

“맛있게 구워 주세요~”

“확인.”

중현이가 OK 사인을 그리며 근엄하게 웃었다.

원래 스탭이 구워 주기로 했는데, 고기 부심이 강한 우리 애가 굽고 싶다고 청해서 생긴 일이었다.

방문수가 기대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중현이가 고기를 그렇게 잘 구워?”

“네.”

내가 답했다.

“제가 본 사람 중에 제일 고기를 잘 굽는 사람이에요. 고기 굽기 대회가 있다면 우승자가 아닐까.”

“맞아여. 한우 굽기에 있어서 거의 모차르트 급.”

MC들이 ‘모차르트래’ 하면서 키득거릴 때.

얼마 안 가 중현이가 구운 고기가 접시에 올라오자,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이어졌다.

“우와……!”

MC들이 눈을 크게 떴다.

“고기도 고기인데 잘 구웠네. 씹는 순간 육즙이 쫘악 배어 나오네요.”

“진짜 대회 나가면 우승하겠는데요?”

우리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진짜. 이게 얼마 만에 먹는 한우냐.”

“이틀?”

“오랜만에 먹네여. 어우, 저 눈물 나여.”

맛있어서 눈이 촉촉해진 막내가 눈물을 훔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방문수가 말했다.

“그러지 말고 다들 와서 한 점 먹어 봐요. 너무 잘 구웠어.”

“매니저 형들도 오세여!”

이윽고 다가와서 한 점씩 얻어먹고 간 카메라 감독님들이 ‘오’ 하며 엄지를 들었다.

매니저 형들도 우리가 젓가락으로 집어서 입에 넣어 주었다.

내가 원석이 형에게 쌈을 먹여 주는 동안, 민기 형도 우리 막내로부터 고기를 얻어먹었다.

잠시 시식 코너가 이어진 후.

“자. 이제 다음 코너로 넘어갈 차례인데요.”

방문수가 큐 카드를 들고는 말했다.

“요새 뉴블랙에게 별명이 하나 새로 생겼다죠.”

“저희한테요? 어, 뭐지.”

서로가 서로에게 ‘너 또 뭐 잘못했냐’ 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동안 MC가 말했다.

“바로 초통령입니다.”

“초통령이요?”

MC 송송이 설명해주었다.

“초등학교+대통령 해서 초통령인데, 그만큼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뜻이에요.”

“허어, 세상에….”

“저거 봐. 쟤네 또 일어난다.”

우리가 일어나서 카메라를 향해 외쳤다.

“감사합니다! 초등학생 친구들!”

“형들이 많이 귀엽죠?”

“겉모습은 다를지 몰라도 우리 정신연령은 비슷할 거예여!”

카메라 너머에 있을 초등학생 팬들에게 열심히 영업을 뛰는 우리 모습에 MC들이 웃음을 보였다.

방문수가 말했다.

“요새 초등학교 어디를 가든지, 뉴블랙의 나인이 그렇게 인기라고.”

자료 화면이 나왔다.

학교 어디에선가 몇몇 초등학생들이 환호 속에서 ‘나인, 나인, 나인’ 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교하면서 나인 나인~ 하며 발랄하게 뛰는 아이들까지.

우리가 놀라서 물었다.

“이거 진짜인가요?”

“네, 그럼요.”

감격스러웠다.

늘 두려움 속의 존재였던 초등학생들이 우리 노래를 부르면서 뛰어다니고 있다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참 밝았다.

“얼마 전에 전국 초등학생 400명을 대상으로 한 인기 조사에서, 우리 뉴블랙의…….”

모두의 귀가 쫑긋했다.

우리가 집중을 하는 가운데, 방문수의 입이 열렸다.

“우주가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예이!”

동생들이 ‘인정’하며 박수를 치는 동안 내가 손을 흔들며 기뻐했다.

“그 이유로 ‘우리 형/오빠 같음’이 34프로로 최다라고 하네요.”

“예이?”

흔들던 손을 멈추고 물었다.

“우리 형, 오빠요?”

“여기 써 있네요. 신서초 5학년 최모 학생이 쓴 ‘무대 위에서 대존멋인데 아래에선 그냥 동네 오빠 같음.’”

“…….”

“구룡초 6학년 김모 학생, ‘내 일곱 살 동생 같아서 귀여워 해주고 싶다’라네요.”

“푸하하!”

동생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처음에는 2위를 차지한 나를 부러워하다가 지금은 자기가 안 걸려서 다행이라는 눈치였다.

비주가 사근사근 웃으며 손뼉을 쳤다.

“초등학생들한테 인기 많아서 너무 부러워요. 형.”

“와아. 진짜 부럽다아~”

“다음 소식입니다. 선우주 당선자는 서민적이고 소탈한 매력으로 초통령에…….”

MC들과 함께 에베베 하는 우리 애들을 보며 파르르 입가를 떨던 내가 다시 물었다.

“얘네는 없나요?”

“있습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곧이어 리서치에 등장한 웃긴 답변들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우진이 말했다.

“뉴블랙에선 중현 씨가 그 다음이에요.”

“오예.”

“이유 : 개쎄 보임. 나의 적들을 때려눕혀줄 거 같다.”

우리가 박수를 치며 웃었다.

다른 동생들도 ‘밥 잘해 줄 거 같음’처럼 주옥같은 이유들이 이어지면서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이 진정되는 동안 물었다.

“그래서 이번 코너는 뭔가요?”

대본에서 ‘초통령 프로젝트’라고 되어 있던 것만 본 터였다.

자세한 내용은 오면 알게 될 거라고 하던데.

“뉴블랙이 진정한 초통령으로 거듭나기 위해 저희 제작진이 스페셜하게 준비한 코너입니다!”

“초통령~”

“프로젝트!”

호기심을 보이는 우리에게 MC들이 답했다.

촬영장의 출입구 철문을 바라보면서.

“일단 오늘의 스페셜한 게스트들을 만나 보시죠.”

“……?”

달칵-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스무 명 정도 되는 귀염 뽀짝한 존재들이 밀려들어 왔다.

‘우와아’ 하면서 스튜디오를 둘러보던 초등학생들이었다.

나이는 저학년쯤 될까.

“우와아-“

천장에 달린 조명이라든가.

방송 장비나 두꺼운 케이블을 보며 ‘우와’ 하던 아이들이 이내 우리를 발견하고 우뚝 멈췄다.

“어?”

누군가 한 명이 우리를 발견하고 손가락질했다.

“어! 어!”

“끼야아아아악!”

그 순간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귀청을 찢을 것만 같은 비명소리가 튀어 나왔다.

오디오 감독님이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리도 고막을 두드려 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내 인솔 선생님과 함께 초등학생들이 우르르르 우리 근처로 몰려왔다.

“우와아악!”

“어, 아, 안녕…….”

미니언즈처럼 올려다 보는 초등학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하다.

“울랄라라라라!”

“으랴랴랴!”

“꼴롤로로로로!”

저마다 시끄럽게 방방 뛰며 떠드는 통에 제대로 해석을 할 수가 없었다.

수천 마리의 벌들이 웅웅거리며 주변을 맴도는 듯한 광경에 우리가 넋을 잃고 손을 흔들 때였다.

방문수가 말했다.

“오늘 촬영을 도와줄 초등학생 판정단입니다.”

방송국을 견학하러 온 초등학생들을 모집해서 데려온 모양이었다.

우리가 물었다.

“그럼 다 같은 반이에요?”

“네에에에에!”

“저희 알아요?”

“네에에에!”

떠들썩한 얘기 소리들이 돌아왔다.

“나인 맨날 들어요! 나인!”

“진짜 나인, 제가 여태까지 살면서 들은 노래 중에 제일로 좋아요!”

“저 웃긴 거 해 주세요! 흐하핫!”

중현이가 눈썹을 위아래로 슥슥 들어올렸다가 하는 걸 반복하자 아이들이 까무러치게 놀랐다.

오디오 감독님이 잠시 헤드폰을 벗으셨다.

담임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이 타이레놀을 물과 함께 삼키고는, 아이들을 잠시 교실에 마련된 자리에 앉혔다.

“우와아아…….”

우리가 목을 축일 겸 물을 마시는 모습에 ‘우아아’ 소리가 들려왔다.

경쟁적으로 멋진 포즈로 물을 마시는 동생들의 모습에 ‘오오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호야, 물 마시는 데 윙크는 왜 하니.”

“음흠흠~”

“어이구.”

머리를 슥 넘기며 물을 홀짝이는 비주의 모습을 바라보던 내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고개를 젖히고는 물을 마셨다.

“우와아아…….”

내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는 아이들의 모습에 흐뭇한 기분을 느꼈다.

MC들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벌써부터 인기 경쟁이 치열하네요.”

“네, 지금부터 할 게임은 바로 그런 인기 경쟁을 위해 준비한 코너입니다.”

‘게임’이란 말에 우리가 다급하게 물었다.

“게임이요?”

“저… 친구들이랑 우리가 대결하고 그런 건 아니죠?”

“저희가 초등학교와는 좀 상성이 안 좋아서.”

다행스럽게도 초등학생들과 대결하는 컨텐츠는 아니었다.

“입덕 직캠이요?”

“넵. 팬분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입덕 직캠을 찍잖아요. 개인기라든가. 멋진 대사라든가. 애교라든가.”

“오호.”

“마지막에 투표를 통해 1위를 차지한 멤버가 우승을 거두게 됩니다.”

상품은 ‘아이돌고’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티셔츠였다.

검은 바탕에 파란색 꽃이 예쁘장하게 하나 그려져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디자인은 모르겠고 일단 난 저걸 가져야겠다.

핑크색 꽃이 그려진 것까지 두 장을 준다고 하니 김덕순 여사와 나의 티셔츠로 딱이었다.

예쁜 디자인에 동생들도 눈을 빛낼 때였다.

“자, 그럼 누구부터 나가 볼까요?”

“저요!”

비주가 힘차게 손을 들었다.

그러곤 스무 명의 초등학생들 앞에 다가가며 ‘안녕하세요’ 하면서 운을 띄웠다.

“퍼포먼스에서 춤을 빼놓을 수 없지 않겠어요? 제가 요새 연습하던 춤을 보여 드리려고 해요.”

“우와아아!”

“감독님, 곡 부탁드리겠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좋아한다는 틴스피릿의 노래에 맞춰서 안무를 펼치는 비주였다.

손끝을 나긋하게 휘저을 때마다 돌고래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담임 선생님까지 해바라기처럼 턱 받침을 하며 힐링이 된다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MC들이 추임새를 넣었다.

“곡을 새롭게 재해석했군요.”

“약간 거친 춤이네요. 청량 미소년인 틴스피릿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곡으로 만들었어요.”

“불량하네요. 방과 후 수업 안 듣고 PC방 갈 상이에요.”

이윽고 마무리로 다리까지 쫘악 찢은 비주가 ‘어때요?’ 하며 상냥하게 묻자 환호성이 돌아왔다.

개선장군 앞에서 꽃을 뿌리는 화동처럼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비주였다.

MC들이 말했다.

“분위기만 보면 거의 우승 각인데요.”

“처음부터 너무 셌어.”

“다음 타자는 누구인가요? 리혁 씨?”

심호흡을 하던 리혁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러곤.

“비트 주세요.”

흘러나오는 동요에 맞춰서 율동을 쏘옥쏘옥 추기 시작했다.

양손을 빙글빙글 돌리고 한쪽 발끝을 뒤로 폴짝 들면서.

하얀 얼굴이 삽시간에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흐하핫!”

우리가 손뼉을 치며 웃는 동안, 초등학생들도 ‘귀여워!’ 하면서 고삼을 귀여워해주었다.

그래도 비주보다는 반응이 약간 덜하다고 생각할 때.

“어흐흑!”

율동을 하다가 자괴감이 왔는지 자리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는 누군가의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리혁아!”

“형, 괜찮아여?”

우리가 거북이처럼 웅크린 누군가를 짐짝처럼 옮기는 동안 저쪽에서 꺄르륵 하며 웃었다.

“축하해. 리혁아. 동정표 많이 얻었네.”

“……조용히 해요.”

“에휴 참. 연예인이 부끄러움을 타면 어떡해여. 형.”

물을 벌컥벌컥 들이켠 리혁이가 티셔츠를 들어서 그 안으로 머리를 숨겼다.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리혁이를 우리가 놀리고 있을 때.

이번에는 중현이가 나섰다.

“저는 초심을 사로잡기 위한 드라마에서 보던 한 대사를 따라해 보겠습니다.”

“오호.”

이윽고 중현이가 초등학생들 앞에 섰다.

흑염소 형의 넓은 어깨와 강렬한 실물에 초등학생들이 ‘오오’ 하고, 선생님이 좋아할 때.

중현이가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얘들아.”

손을 뻗는 중현이의 그림자가 학생들에게 드리워졌다. 중현이가 나직하게 말했다.

“가자.”

학생들의 동공이 흔들리고, MC들이 박수를 치며 웃는 가운데.

우리가 잽싸게 달려가 중현이를 치웠다.

“야야! 뭘 어딜 가?”

“학생들, 이렇게 무서운 아저씨는 따라가면 안 돼요!”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어, 이 반응이 아닌데.”

중현이가 어리둥절하다는 듯 말했다.

“이거 멋있는 대사인데. 드라마 여우구슬에서 남주가 다른 세계로 가면서 여주한테 손 뻗고.”

“아. 그거여?”

방금과 똑같은 장면을 지호가 손을 뻗으며 따라했다.

금세 촉촉한 눈과 함께, 빗속을 오래 걸은 사람처럼 처연한 미소를 짓는 막내였다.

“가자.”

“꺄아악!”

“흐힛, 감사합니당. 암튼 이거여?”

“응. 그거.”

연기파 막내가 눈을 깜빡거리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동안 우리가 말했다.

“어쨌든 김중현 꼴찌 확정!”

“꼴찌~”

“확정!”

중현이가 시무룩하게 초등학생들에게 ‘1표 좀’ 하는 동안 이번에는 내가 나섰다.

동생들이 경계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주 씨가 나섰네요.”

“초등학생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돌 2위죠. 과연 무엇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됩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이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네!”

방긋 웃었다.

“저에게 소중한 한 표 부탁 드려요~”

“네에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초등학생들 하나하나 하이파이브를 하는 내 모습에 MC들이 웃었다.

“이야, 그냥 얼굴로 돌파하네요!”

“비주 씨와 리혁 씨가 1분 넘게 안무를 해서 얻어낸 걸, 얼굴 한 방으로 때우네요.”

“멤버들, 정말 허탈한 표정입니다.”

‘진짜 치사하다’ 하며 흘겨보는 동생들에게 빙긋 웃어주었다.

그러곤 티셔츠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 저것이 내 물건이 될 터였다.

동생들도 너 가지라는 듯 체념한 미소를 짓고, MC들도 나의 승리를 점치고 있을 때였다.

“여러분~”

하지만 오늘의 승자는 나도, 그리고 다른 동생들도 아니었다.

여유롭게 걸어가던 지호가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러곤 지갑을 양손으로 잡아 보여 주었다.

“이게 뭘까여?”

초등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지갑?”

“맞아여. 그럼 이 안에 뭐가 있을까여?”

“…돈?”

“아니에여.”

지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 안에 들은 건 여러분의 치킨이에여.”

눈동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또랑또랑해졌다.

“2인 1닭 해보고 싶지 않아여?”

그 순간 열화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

“…….”

우리 막내가 우아하게 몸을 빙글 돌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우승을 차지한 건 얼굴도, 춤도, 귀여운 애교도, 드라마 영화를 따라한 대사도 아니었다.

그건 돈이었다.

“하하하! 저를 찬양해 주세여!”

초등학생 때부터 한 번도 학급 임원을 놓치지 않고 차지했다는 금권선거의 끝판왕이 얄미운 웃음을 터뜨렸다.

*   *   *

@The_New_Black_Official

(치킨 집에서 초등학생들과 뉴블랙이 ‘최강 2학년 3반!’을 부르며 같이 방방 뛰는 짧은 동영상)

오늘 k-net ‘아이돌고’ 녹화를 함께 해 주신 신서초 2학년 3반 친구들. 너무너무 고마워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아이돌고’ 본방 사수!

#나이는_달라도_우린_친구

#싸우면_우리가_지겠지만

#10세즈와_20세즈

#형들_귀엽지?

*   *   *

K-Net의 ‘쇼쇼쇼! 아이돌 고등학교’의 녹화를 마친 후.

우리는 음악방송이 없는 월화수 동안 바쁜 스케줄을 소화했다.

“자, 오늘의 특별한 손님들을 모셔볼 차례인데요. 요즘 음원차트를 숫자 9로 물들이고 있는 그룹입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매일 아침이나 저녁마다 라디오에 나가서 우리의 신곡을 홍보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광고를 찍으러 다녔다.

사간의 인기와 최근 음원성적 호조로 인해 들어온 유명 피자 브랜드와 함께 이동 통신사 광고였다.

네온사인이 가득한 복도를 뚜벅뚜벅 걸으며 워킹하는 장면들이 들어가는 광고였다.

“그렇지!”

푹신한 소파에 앉은 내가 한 손으로 우아하게 핸드폰을 빙글 돌리며 미소를 짓고.

골목길을 걷던 지호가 선글라스를 벗어서 집어 던지고.

중현이는 헤드폰을 낀 채 음악을 듣고.

비주가 스케이트보드를 발로 퉁, 튕겨서 옆구리에 끼고 걸어가는 장면 등을 찍었다.

촬영장에서 연신 우리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명 아이돌만이 찍을 수 있다는 이동통신사 광고를 찍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감사합니다!”

“네?”

촬영장에 온 광고주님에게 우리가 눈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렇게… 저희가 멋있고, 트렌디하게 나오는 광고를 찍은 건 처음이거든요.”

“광고에서 이런 워킹 처음 해 봐여.”

우리의 서글픈 대사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픽이나 음악이 추가되어야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만 일단의 결과물이 굉장히 좋았다.

이번에 광고 나오면 TNT 조무래기들에게 반드시 보내줘야지.

그간 멋진 광고 언제 찍냐며 놀리는 녀석들이었다.

그러는 한편 2주차이자 우리의 마지막 음악방송 활동도 다가왔다.

-뉴블랙의 Nine과 틴스피릿의 Feel So Good. 과연 이번 주의 1위는?

-네! 축하드립니다!

지난 주 음방 4관왕을 차지했던 틴스피릿을 밀어내고, 우리는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다.

계속해서 일간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던 탓에 기대하고 있긴 했는데 정말 1위였다.

“감사합니다!”

동생들의 머리에 붙은 금박을 떼어내주며 웃었다.

바람꽃으로 1위를 오랫동안 해 본 적이 있긴 했지만, 1위를 하는 건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제는 관객 속에서 가득한 봉달이의 물결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요~”

앵콜 무대에서 우리가 나인을 부르는 동안 청량한 미소년들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

틴스피릿이었다.

‘잠깐 같이 하실래요?’

입모양으로 물었더니 곧바로 호응이 돌아왔다.

지난번에 같이 한 이후로 나인의 안무를 호시탐탐 탐내던 이들이 초반 안무를 도와주고 나갔다.

내가 랩을 하는 동안 옆에서 ‘존나’ 하는 표정으로 잠시 춤을 춰 주는 이들이었다.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하는 우리에게 그들이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윽고 앵콜 무대를 마치고 내려갔을 때.

“아씨.”

대기실에서 짐을 챙기고 나오던 틴스피릿 멤버들이 툴툴대는 것을 목격했다.

“이게 뭐냐. 2위가.”

“…….”

“아. 진짜.”

트로피를 의기양양하게 들고 오던 내가 그걸 등 뒤로 쏘옥 숨기고, 동생들이 웃을 때.

사춘기 소년들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들이 들렸다.

“아오! 이러면 열심히 투표한 팬들이 뭐가 되냐.”

“2등한 가수의 팬?”

“뭐야. 방금 누구냐.”

“나다.”

어느 영화 속 대사처럼 ‘나다’ 하는 리더 휘연의 말에 투덜대던 멤버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지, 이 지랄하고 있네. 쫄았으면서.”

“아! 근데 난 슬프다고. 팬들이 존나 열심히 했을 텐데. 1등도 못 해 주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거칠게 슬퍼하는 사춘기 소년들이었다.

한창 그러고 있던 이들의 눈이 복도에서 걸어오던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축하해요. 1위.”

“저희 그냥 존나 슬퍼서 그래요. 이해해 주세요.”

“축하의 마음은 거짓부렁 아니에요.”

내가 주섬주섬 숨겨 두었던 초콜릿을 꺼내 건네주었다.

“단 거라도 드실래요?”

“네.”

초콜릿을 녹여 먹으며 ‘달다, 시발…’ 하는 틴스피릿 멤버들에게 웃으면서 꾸벅 인사를 했다.

탑급 아이돌이자 사춘기 소년들이 작별 인사를 해 주었다.

그리고.

“축하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매니저들과 스탭들이 미리 준비한 케이크와 함께 축하용 폭죽을 터뜨렸다.

“고맙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잘라진 케이크를 다들 하나씩 먹으며 수다를 떠는 동안, 핸드폰이 우웅- 하고 울렸다.

우리 실장님이 보낸 문자였다.

[9/21 오전 10:30 존 에드워즈 감독 일행 도착 예정]

바로 출연진 내한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영화 ‘노스탤지어’에 관한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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