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09)화 (309/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09화

뮤지컬 영화 <노스탤지어>는 현재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를 돌며 프로모션을 계획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첫 타자가 바로 한국이었다.

추석 주에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 와서 이런저런 홍보를 하는 듯했다.

‘싸랑해요, 연예가 통신’도 해 주고, 흥겹게 두유노도 하고, 시간이 되면 한복도 입어 보는 식으로.

-Hey, guys.

우리가 나인으로 첫 1위를 거둔 다음 날 아침.

PBS의 뮤직On에서 드라이 리허설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에게 연락이 와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서 존 에드워즈 감독이 유쾌하게 웃었다.

-한국은 처음이라 기대되네. 뭐, 어디 추천해 줄 만한 곳이라도 있나? 이왕이면 맛있는 음식점이라든가.

내가 웃으며 영어로 답했다.

“맛집이라면 저희가 또 잘 알죠. 저희가 바로 K-미슐랭이거든요. 일단 그럼 고깃집부터…….”

-고깃집?

“바베큐요.”

-호오. 잠시만, 메모지를 가져와야겠어.

우리가 음식점을 열거할 때마다 열정적으로 메모를 작성하는 영화감독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노스탤지어 OST를 작업하면서 꽤 친해진 듯하다고 할까.

처음에는 사무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을 깨달은 덕분이었다.

내가 사운드를 이런 식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고 할 때마다 음악감독님과 함께 전적으로 동의해 주던 감독님이었다.

반대로 제작진 측에서 무언가를 요구하면 내가 바로 고쳐 주기도 했고.

시간이 촉박하긴 해도 서로에게 즐거운 경험이었다.

‘흐아아아악!’

‘으어어… 난 여기서 나가야겠어!’

물론, 그 사이에서 프로듀싱 팀 직원들이 맷돌처럼 갈려 나가긴 했지만.

-참, 이번에 한국 행사에서 만날 수도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서 얼굴을 보는 건가?

“아뇨. 저희는 불참이라서.”

-아하.

홍보 대행사 측에서 ‘님들 내한행사 참석해 주세요’하는 요청이 들어오긴 했는데 거절했다.

조금 민망한 이유지만, 우리의 인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가면 높은 확률로 현장에 팬들이 엄청나게 모일 텐데 그럼 현장 상황이 어수선해질 터였다.

거기다 배우 팬들과 다툼이 생길 수도 있고.

설상가상으로 행사 진행까지 미숙할 경우에는 괜히 욕만 바가지로 먹고 장작처럼 불타오를 수가 있었다.

-아쉽네.

상대도 딱히 아쉬워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그럼 만나서 저녁 식사라도 한 번 하자고. 루퍼트도 함께 하는 건 어때? 노래 들은 다음부터 뉴블랙 한 번 만나고 싶다고 그러던데.

“같이 식사하면 좋죠.”

만나서 밥 먹자는 약속을 잡은 후 스몰 토크를 마친 감독이 본론을 꺼냈다.

그가 콧잔등을 긁적이며 말했다.

-어… 이번에 한국행이 처음이라 살짝 신경이 쓰이거든. 문화적인 차이도 강할 테고. 그런데 이번에 프로모션에도 좀 공을 들이고 있어서…….

우리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작비 초과하셨구나.’

‘손익 분기점이 높으신가 보네.’

대강 해석하자면 ‘영화 만드는데 돈 엄청 썼는데, 그거 메우려면 한두 푼으론 어림도 없다’인 듯했다.

그래서 프로모션에 더욱 공을 들이는 듯한데.

결론적으로 한국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말이었다.

-한국 사람들한테 ‘노스탤지어’라는 영화가 좋게 인식됐으면 하거든. 물론 영화를 잘 만들었지만 흥행도 일단 관객들이 볼 생각이 들어야 잘 되는 거니까.

“그렇죠.”

-한국에서 뮤지컬 영화는 인기 있는 편은 아니라고 해서.

존 에드워즈 감독이 물었다.

-내 에이전트 말로는 얼마 전에 빌보드 잡지에 관련 아티클도 실릴 만큼 인기가 대단하다던데.

“꺄르르!”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고.

“으히힛!”

미국인 특유의 띄워주는 칭찬에 아낌없이 폭발하는 광대로 반응해 주는 우리였다.

지호가 ‘땡큐’하며 활짝 웃었다.

-한국 배급사 측에서도 이런 하트…?

감독님이 손가락 하트를 보이며 물었다.

-이런 걸 포함해서 이것저것 팁을 알려 주긴 했는데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흐음, 팁이라…….”

‘잠시만요’ 하면서 우리가 얼굴을 맞댔다.

“얘들아. 외국 사람이 한국에 와서 인기를 끌 만한 방법이라면… 역시 그거겠지?”

내 눈빛에 비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곧바로 캐치한 듯했다.

“그거예요. 형.”

중현이도 동감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동의할게요.”

“음. 확실히 확률적으로 그게 성공할 확률이 제일 높긴 하죠. 제대로 한다는 조건 하에서.”

“저두 같은 생각이예여.”

턱을 쓰다듬는 리혁이와 지호까지 다 같은 생각인 듯했다.

그렇게 합의를 마친 후.

우리가 활짝 웃으며 몸을 빙그르르 돌렸다.

그러곤 화면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이는 중년 남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 만한 꿀팁이 궁금하다고 하셨죠? 흐흣.”

-그, 그렇긴 한데.

“흐흐흣.”

‘방금 웃음소리가…’ 하며 흠칫하는 이에게 우리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지금부터 받아 적으세요. 감독님.”

“저희가 좋은 거 알려 드릴게요.”

*   *   *

그로부터 며칠 후.

LA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코리아나 항공의 비행기.

일등석에 앉아 있는 중년 남자, 존 에드워즈 감독이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음료를 더 채워 드릴까요?”

“…….”

뚫어져라 화면에 집중하는 표정에 승무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따 다시 물어야겠네.’

승객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걸어가던 그녀는 일등석에 앉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금발을 대강 묶은 채 안대를 끼고 자는 배우 벨라 페이지.

이어폰을 끼고 구름 가득한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내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리는 배우 루퍼트 딘까지.

유명한 배우들의 실물에 신기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저기.”

이어폰 한쪽을 뺀 채, 친절한 미소를 띤 10대 배우가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루퍼트 딘이 말했다.

“이어폰 한 쪽이 고장 나서 그런데 새로 받을 수 있을까요?”

“네,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감사, 엇….”

손이 미끄러졌는지 바닥에 스마트폰이 떨어졌다.

물건을 주워서 건네던 그녀는 화면 속에서 익숙한 다섯 명의 얼굴을 발견했다.

‘뉴블랙?’

다섯 명이 화면 속에서 조잘조잘 떠드는 동영상이었다.

영상 통화나 화상 미팅을 녹화한 듯 저화질이었지만 그 속에서도 이목구비가 또렷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꼭 분위기가…….

‘인터넷 강의 같네.’

가운데 앉은 회색 머리의 멤버, 우주의 표정이 마치 올해 30년차가 된 베테랑 인강 강사 같았다.

그리고 옆에서 지호가 시범 조교처럼 손가락 하트를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건네는 그녀의 표정에 배우가 물었다.

“아는 사람인가요?”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 중 하나예요.”

“아하, 역시.”

어딘가 납득한 표정이었다.

루퍼트 딘이 스마트폰의 영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이 사람들을 통해서 ‘한국에서 인기 있는 법’에 대한 강의를 듣는 중이에요.”

‘How to be popular in South Korea’라는 동영상 명에 눈을 깜빡이는 것도 잠시, 루퍼트 딘이 시범을 보여 주겠다는 듯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졌다.

그러곤 엄지와 검지를 구부렸다.

“짠.”

한국 패치가 된 완벽한 손가락 하트에 그녀는 그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   *

인천공항 1층 입국장.

“와아아아—!”

카트를 밀고 들어오는 스탭들,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있는 할리우드 배우들의 등장에 공항이 소란스러워졌다.

펜스 쪽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의 셔터가 쉴 새 없이 반짝이고.

외국 배우들을 만나기 위해 온 팬들이 눈을 빛내며 손을 흔드는 이들을 바라볼 때.

“……?”

서로를 바라보던 배우들과 감독이 동시에 주섬주섬 주머니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와아아아—!”

완벽한 손가락 하트를 선보이는 출연진의 모습에 팬들이 웃음을 터뜨린 것도 잠시.

“안녕하세오.”

기다리던 이들에게 어색한 한국어 인사말을 건네며 고개를 살짝씩 꾸벅하는 배우들이었다.

각도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외국 사람이라기보다는 뭔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들이었다.

“캄사합니다. 뿅.”

금발의 배우, 벨라 페이지가 그림 선물을 건네주는 팬에게 꾸벅 하며 손가락 하트를 했다.

루퍼트 딘이 사인을 해주며 팬에게 한국어로 ‘우리 셀카?’ 하고 웃을 때.

존 에드워즈 감독은 위풍당당한 얼굴로 기자들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국에 오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너무 좋습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공항부터가 정말 아름답군요. 웅장하고요. 역시 세계에서 가장 좋은 공항 1위로 꼽혔던 인천공항답습니다. 한국에서의 일정도 몹시 기대가 되는군요.”

“한국에 대해 평소 잘 아시고 계셨나요?”

“미국에서부터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곤 검은 티셔츠 한복판에 새겨진 궁서체 ‘존’을 어서 찍으라는 듯 배를 들이미는 감독이었다.

이어지는 인터뷰.

기자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나보다 한국에 대해 잘 아는데?’

‘한국 칭찬 좀 그만해요… 내가 더 민망하네.’

‘두유노를 하고 싶은 기분이 안 드네.’

어찌나 청산유수처럼 말을 하는지 누구를 아느냐는 물음을 하기도 애매한 분위기였다.

존 에드워즈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한국어로 더듬더듬 말했다.

“한쿡 여러분,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그러곤 배우들과 함께 자리를 옮기던 감독이 뭔가를 잊었다는 듯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러곤 기자들을 향해 다시 한번 하트를 날리며 미소를 지었다.

“키사 잘 써 주세요.”

그때까지 무표정하던 기자들마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인천공항에서부터 범상치 않은 포즈를 자랑하며 입국한 ‘노스탤지어’ 출연진은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포토] 주머니에서 쏙 나온 K하트, ‘노스탤지어’ 출연진의 애정공세

-에드워즈 감독, 주연 배우들과 함께 ‘경복궁 셀카’ SNS 공개… ‘이것이 한국의 미(美)’ 극찬

-“추석에 쟁쟁한 한국 영화 많아…”, 에드워즈 감독 ‘한국 영화 저력 너무 강해’

-‘노스탤지어’ 감독, 작년 칸 영화제 진출 韓 영화 ‘유령도시’ 언급

-에드워즈 감독, 출연진과 함께 DMZ 방문 예정

-존 에드워즈 감독 ‘나의 절친 뉴블랙, 그들로부터 한국은 정이 가득한 나라라고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도 이런 출연진의 행보는 한국 인터넷 커뮤니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딜 가든 보이는 ‘노스탤지어’ 출연진에 관한 글.

-기자회견장에서 바닥에서 뭐 줍는 척하다 손하트 하는 루퍼트 딘.gif

-얼마나 급하길래 저렇게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드냐고 말 나오는 ‘노스탤지어’ 감독 행보

-[속보] 우리 언니 “이 정도면 의리로 봐야 하는 게 아닌가”, 동생인 나 공감해 “엄마 것까지 세 장 예매하자”

행사가 하나씩 이어질 때마다 댓글이 웃음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왤케 웃기냐고ㅋㅋ

-도착하자마자 ‘여기가 아리랑의 나라입니까’ 한 감독짤 다시 봐도 레전드

-급하다 급해ㅋㅋㅋ

-그거 암??ㅋㅋ 저 감독 온 이후로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여태까지 한 번도 두유노 안 나옴

-ㅇㅇ 왜냐하면 먼저 다 했거든

-국뽕 과하다 과해

-너희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종류별로 준비해왔어 (수줍)

-이러다 출연진 한복까지 입은 영상 올라오는 거 아니냐ㅋㅋㅋ

-올라옴

-????

-방금 SNS에 올라왓다.. 후우.. 티켓 예매하러 간다.

-이 정도면 일단 의리로 봐줘야지

-영화가 글케 쓰레기인가?? 되게 급해 보임

-ㄴㄴ 시사회 평 보면 퀄은 극찬인데 예산을 블록버스터급으로 쏟아넣었다고 함 저 감독이 cg 오타쿠라서.. 성공해도 손익분기점 간당간당이라 지금 홍보 빡시게 도는 중

-ㅇㅇ 감독 표정이 지금 독도가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내려갔다가 하는게 보임

-아이 뭐야 ㅈㄴ 계산적이네 예매한다

-우리가 이런 유치한 넘어갈 거 같아??ㅋㅋㅋㅋ 나 좀 일으켜주라

송편 만들기나, 명절맞이 한국의 재래시장 체험, 연예 TV 프로그램과의 인터뷰.

1분 1초를 아껴가며 온갖 스케줄을 하고 다니는 노스탤지어 제작진의 모습이 화제가 될 때.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나타났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한국 지사에서 뭐 알려준 거 아님? 저거 현지인이 아니고서는 나올 수 있는 짬바가 아닌데

-백퍼 누가 알려줬지ㅋㅋ

그리고 그런 네티즌의 의문에 답하듯, 한 기자의 질문에 존 에드워즈 감독이 답했다.

“한국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어서 뉴블랙에게 도움을 구했습니다. 맞아요. 바로 그 뉴블랙입니다. 한국에 관해서 모든 것을 그들이 전수해 주었습니다.”

“어떻게 알려줬나요?”

“우리에게 짧은 영상을 만들어 건네줬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루퍼트?”

루퍼트 딘이 고개를 꾸벅했다.

“No 합장. Yes 꾸벅.”

“푸하하!”

기자회견장이 웃음으로 물드는 가운데.

배우들이 영등포의 모 쇼핑몰에 깔린 레드카펫에서 수백 명의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을 때.

관련기사들이 올라오면서 대중은 그 진실을 알게 되었다.

-뉴블랙이었구나.. 납득

-역시 한국인 마음은 한국인이 잘 알아

-아니ㅋㅋㅋ 걔네는 대체 무슨 동영상을 보낸 거야?ㅋㅋㅋㅋ

-멀쩡한 동영상을 보냈는데 저 외국인들이 저렇게 했..을거라고 생각이 전혀 안드네

-역시 인기 아이돌은 아무나 되는 거 아님

-가끔 음? 뭐야 이 이상한 일은?? 하면서 신기한 소식 들리면 대체로 얘네라고 보면 됨

-ㅇㅇ 아이돌인데 개연성 없거나 희한한 얘기 들리면 얘네다

-말 안 듣는 아이돌은 봤어도 말 안 되는 아이돌은 처음이네;

그리고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왔을 때, 모두가 품고 있는 공통적인 호기심은 똑같았다.

‘대체 뉴블랙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도무지 성립이 안 되는 사이였다.

외국의 영화감독과 한국의 아이돌 가수가 엮일 만한 일이라고는 상상할 수 있는 게 적었다.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흘러나오는 동안 공식 기사가 하나둘 떠올랐다.

-에드워즈 감독, ‘노스탤지어에 뉴블랙 참여 사운드트랙 있다’ 깜짝 공개

-“신비롭고 매혹적인 곡”, 루퍼트 딘의 뉴블랙 OST 극찬

-뮤지컬 영화 ‘노스탤지어’에 한국 가수의 노래 들어간다 “뉴블랙”

그리고 그에 대한 반응은 반반이었다.

-아 개불안한데.. 아이돌이 뭔 뮤지컬 영화 노래야

-저거 브로드웨이에서 유명한 뮤지컬이라고 안 했나??? 쟤네가 저기 왜 들어가는데

-대중음악이랑 뮤지컬은 확 다른데..ㅋㅋㅋ 명곡으로 가득한 뮤지컬에ㅎㅎㅎ

-진지한 영화에 아이돌 끼얹지마

-개싫다 잘나가다 갑분 k팝임? 정도를 모르네;

-예매하려고 하는데 확 식네ㅋ

영화 도중에 뉴블랙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이야기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댓글이 반이었다.

대중적인 음악에 있어서 뉴블랙의 성취를 인정하긴 하지만 뮤지컬 영화는 아니라는 분위기.

그간 아니꼽게 보던 이들까지 포함하여, 지금 잘나간다고 낄 데 안 낄 데를 구별 못하냐는 댓글이 기사 댓글창을 가득 채웠다.

그런 곳에서 뉴블랙의 팬들이 힘겹게 댓글을 달고 있는 동안.

과하게 까이는 분위기를 의식하여 끼어든 이들과 호기심을 보이는 이들이 나왔다.

-영화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오ㅐ 난리인가요. 마음이 않좋네요

-다른 나라도 국가별로 그 나라 가수들 들어갔다는데 왜 난리임?? 팬서비스 장면이라던데;

-그냥 뉴블랙이 마음에 안 드나봄

-k팝이라는 말도 없는디ㅋㅋㅋ 뭔

-근데 난 이것보다 감독이 먼저 뉴블랙 컨택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 이유가 더 궁금함

그런 마지막 글에 답하듯 누군가 댓글을 달았다.

-ㅋㅋㅋ뻔하지 않음?? 전에 우주가 그 살모사 제압한 거 코드네임17이랑 비슷하잖슴. 감독이 트윗하기도 했고 그거 보고 결정한 듯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ㅋㅋㅋㅋ 뭔

┕네가 생각해도 말 안되지?

┕생각하기 전에 한번 뇌를 거쳐 봐

┕ㅋㅋㅋㅋㅋㅋㅋ지나가던 내가 웃는다

┕차라리 역사탐험대 보고 저 감독이 좋아했다 그래라ㅋㅋㅋ

그 뒤로 이런저런 추측이 오가기 시작했지만 진실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답을 말했다가 억울하게 돌을 맞은 누군가를 제외하면.

*   *   *

목요일의 K-Net부터 시작해서 일요일의 HBS까지.

우리의 ‘Nine’은 틴스피릿의 ‘Feel So Good’을 만나는 족족 꺾어버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음반 판매량이라든가.

문자 투표라든가 하는 팬덤의 지표에서 틴스피릿이 우리를 앞서고 있었지만 압도적인 차이가 아니기도 했고.

무엇보다 2주차에도 연속으로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한 ‘Nine’의 음원 인기 덕분이었다.

-Nine Nine Nine

신나는 곡 특유의 분위기 덕분인지 어딜 가든 나인이 흘러나왔다.

길거리를 지나다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흘러나오기도 하고.

명동의 화장품 판매샵에서도 나오고.

신장개업을 한 고깃집에서 풍선 인형이 미친 듯이 몸을 흔들어 대면서도 나오기도 했다.

지인들이 클럽에서도 흘러나온다며 동영상을 보내줬는데 신기할 따름이었다.

비주가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민준이 말로는, 학교에서 엄청 인기가 좋대요. 내년에 수련회 하면 장기자랑 때 다 나인할 거 같다고.”

“저도 학교 친구들이 맨날 나인 얘기하고 그래여. 그져. 리혁이 형?”

“뭐. 아마도?”

“맞다. 형은 학교에서도 친구가 저밖에 없져. 점심 시간만 되면… 으아악!”

두 녀석이 투닥대는 동안 핸드폰을 슥 둘러보았다.

“엄청 시끌시끌하네, 노스탤지어.”

“그러게요.”

“우리가 이 정도까지 말하지는 않았는데…….”

“에드워즈 감독님이 이 정도로 업그레이드할 줄은 몰랐어요.”

중현이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화면 속에서 ‘주민등록증 : 조안두(John Edwards)’라고 된 판넬을 든 감독님이 호탕하게 웃고 있었다.

온실 속 화초로서 존경스러웠다.

저 정도쯤 해야 할리우드에서 유명 감독으로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

“OST 때문에 좀 시끄러운 것 같긴 한데… 이 부분은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들으면 생각이 바뀔 걸여.”

노스탤지어의 사운드 트랙을 두고 말이 엄청 많은 것 같긴 한데 신경은 안 쓰였다.

대부분 갑자기 ‘닐릴리~’ 하는 K팝일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이기도 하고.

노래를 들으면 생각이 바뀔 테니까.

자신 있었다.

그래도 마음에 안 든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는 거고.

“갑시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우리는 현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노스탤지어의 출연진이 열심히 내한 행사를 돌면서 팬서비스를 하는 동안 우리도 행사가 있었다.

목동의 어느 행사장에서 열리는 팬사인회였다.

“안녕하세요!”

와악 하는 소리가 들린 것도 잠시.

우리가 물병이 하나씩 올려진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 동안 격하게 반겨주는 수플레들이었다.

마이크를 잡고 활짝 웃었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음방 활동이 짧은 만큼 주말을 포함해서 주중까지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는 팬사인회였다.

시간도 평소보다 더 넉넉하게 잡았고.

기자회견 장만큼 가득한 대포 카메라들 앞에서 동생들과 웃으며 오프닝 멘트를 주고받은 후.

사인회가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처음에 할 때만 해도 막 심장이 떨려서 폭발하고, 막 무섭고 어지러웠는데.

매번 팬들이 우리를 다독여줬지.

그래도 지금은 익숙해졌다. 1년 반 넘게 팬사인회도 하고, 콘서트도 하다 보니 두려움이 많이 사라졌고.

이제는 우리가 팬들의 긴장을 풀어줄…….

“으하하핫! 오빠!”

그래. 이래야 수플레지.

긴장 같은 건 1도 없는 수플레들이었다.

앨범에 열심히 우주선을 그리는 내게 까만 안경을 쓴 수플레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빠, 왜 맨날 같은 티 입고 다녀요?”

“큐티?”

‘제법이군’ 하는 표정으로 상대가 덧붙였다.

“프리티.”

“뷰티.”

“뭐야. 다 알고 있네요.”

“저 팬카페 프로 눈팅러예요. 여러분의 드립은 다 훤히 꿰고 있어요.”

환상의 합을 주고받은 우리가 깔깔 웃으며 ‘좋은 호흡이었다’ 하면서 하이파이브를 하며 웃었다.

재미있었다.

옆에서 빈 의자를 바라보던 비주가 ‘뷰티, 큐티, 프리티…’ 하며 빠르게 암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리혁아. 마지막으로, 이거 네 선물이야.”

일어나면서 귀여운 보석 반지를 리혁이에게 들이미는 팬이 보였다.

뺨에 홍조가 띤 우리 애가 흘깃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별로네요.”

“어….”

팬이 짐짓 상처 받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로 넘어올 때 리혁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기, 기다려요! 내 마음의 별로! 그거 하려고 준비한 건데…!”

“흐하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드립에 실패한 리혁이가 서글픈 얼굴로 ‘봐요, 날 봐요’ 하며 손가락에 보석 반지를 끼웠다.

그렇게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사인회를 진행하던 때였다.

“……?”

갑자기 느껴지는 오한에 뒷목을 쓸어내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지.

분명히 겉보기에는 유쾌하고 즐거운 팬사인회장인데, 어디선가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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