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11화
-스스슷.
주인공이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획 돌렸다.
[……?]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가에 꽂혀 있다가 우르르 쏟아져 내려서 생긴 한 무더기의 책뿐.
-펄럭. 펄럭.
어디선가 실려 온 바람에 펼쳐진 책 종이가 날리고.
그제야 주인공은 안심한 얼굴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우, 신경쇠약에 걸리겠군.]
영어 원문으로 ‘헛것을 본 건가’를 참신하게 오역한 자막을 보며 몇몇 관객이 콧바람을 뿜을 때.
-스스슷.
주인공이 외국어 서적 코너를 둘러보는 동안, 뒤에 있던 책 무더기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는 조용하네.]
주인공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동안 위에 있던 책들부터 하나씩 공중으로 둥둥 떠올랐다.
가오리처럼 표지로 날갯짓을 하는 책들.
그런 것도 모른 채 주인공은 램프를 들고 뚜벅뚜벅 움직이고 있다.
‘뭐야. 뭐야.’
‘저 책들 또 뭐야?’
‘아오! 뒤! 뒤 좀 봐라, 새꺄!’
관객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손을 오므렸다.
앞선 50분 동안 주인공이 책들 때문에 어떠한 고초를 겪었는지 똑똑히 지켜본 이들이었다.
책에서 쏟아진 모래 때문에 질식사할 뻔하고.
파충류 도감에서 쏟아져 나온 독사들에게 쫓기고.
후크 선장이랑 편을 먹었다가 피터 팬과 웬디에게 엄청나게 두드려 맞던 주인공이었다.
‘뒤! 뒤!’
관객들이 외치는 동안 위협적으로 날던 사람 크기의 책들이 주인공의 뒤까지 스멀스멀 날아왔다.
먹잇감의 견적을 내듯 주인공의 등 뒤에서 알짱거리는.
그리고 그 때.
미묘한 기분을 느꼈는지 주인공이 걸음을 우뚝 멈추고, 침을 꿀꺽 삼킨다.
그러곤 몸을 획! 돌렸다.
[……?]
그 순간 책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에게 보이는 것은 오로지 아까의 그 책 무더기뿐.
그런데.
[책이 비어…?]
책이 한참 줄어 있었다.
그리고 램프 빛에 으스스하게 빛나는 책들이 주인공을 음산하게 둘러싸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책 무더기를 향해 움직이…….
[아니다.]
… 려던 주인공이 다시 몸을 획 돌렸을 때.
주인공의 등 뒤에서 스토커처럼 따라가던 책들과 그의 얼굴이 딱 마주쳤다.
1초간 정적 후.
[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
인간과 책들이 양쪽에서 비명을 질렀다.
주인공이 후크 선장에게서 받은 검을 미친 듯이 휘두르고, 놀란 책들이 도망쳐서 숨는다.
어둠 속에 숨은 책들의 수군거림이 영화관에 울려 퍼졌다.
[무서워!]
[거봐. 소문이 사실이었잖아. 지금 무서운 인간이 도서관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야.]
[저 검 끝에 묻은 잉크를 봐. 우리 피인가? 꺄아아악!]
주인공이 머쓱한 표정으로 검을 회수하고, 어둠 속에 숨은 책들에게 질문을 한다.
[무슨 소리야? 무서운 인간이라니?]
[꺄아아아악!]
[…….]
일단 비명부터 지르고 보는 스페인어 책의 모습에 주인공이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짜증을 드러내자, 극장에 있는 관객들 속에서 짧은 웃음이 나왔다.
주인공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해치지 않을 테니까 나와.]
[약속할 수 있어?]
[약속할게.]
[그래… 그럼 나갈…!]
[잠깐.]
독일어 책이 허스키한 목소리를 드러내며 말한다.
[주도권은 우리가 쥐고 있다. 우리가 나갈 때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당장 나와.]
[넵.]
급격하게 태세 전환하는 독일어 책의 모습에 관객들이 웃음을 흘렸다.
이내 너풀거리는 책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책을 펼쳤을 때 겉표지와 책 종이 사이로 나오는 숨구멍 같은 것이 입처럼 움직였다.
[너희는 누구야?]
[나는 독일어 책이다! Guten Tag!]
저마다 활기차게 외국어로 인사말을 건넨다.
이내 주인공과 외국어 책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왜 여기 숨어 있어?]
[무서운 인간이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있어서.]
[무서운 인간?]
지금 ‘책 살해자’라고 불리는 인간이 돌아다닌다는 소식에 도서관의 책들이 패닉에 빠졌다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계속해서 오해를 받는 것도 그렇고, 들려오는 이야기가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 누군가 하나 더 있군.]
경비원으로 취업한 첫 날.
<노스탤지어>라는 의문의 책을 펼치면서 모든 일이 벌어졌다.
5피트 9에 달했던 주인공의 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양장본 책 사이즈로 줄어들고.
갑자기 책 속의 등장인물이나 괴물들이 뛰쳐나오고 있었다.
그런 마당이니 말하는 책 정도야 놀랍지도 않았지만, 도서관에 누군가 하나 더 있다는 건 신경 쓰일 수밖에.
‘씨, 누구야?’
‘도서관장 할배 조낸 수상해 보이던데. 그 할배인가.’
‘반전으로 주인공의 자아 분리 이런 거 아냐?’
관객들이 열심히 추리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동안 그들의 머릿속에선 어느새 ‘뉴블랙’이란 키워드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다 잊고 영화에 몰입할 뿐.
[그런데 너희는 왜 책의 모습이지?]
[음?]
[피터 팬이나 벌거벗은 임금님만 봐도 등장인물들이 뛰쳐나와서 움직이던데.]
[아. 그 노출증 영감?]
관객들 사이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이 새어 나왔다.
중요 부위를 절묘하게 가린 채 ‘짐의 옷을 보아라!’ 하며 행차하던 왕의 비주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외국어 책들이 웃으며 말한다.
[우리는 스토리가 없는 책이거든. 가진 거라곤…….]
[문법, 단어 정도.]
[보여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지.]
밑바탕에 깔린 OST가 살짝씩 변하고.
주인공과 책들의 대화 톤이 서서히 바뀌면서 관객들이 ‘뮤지컬 타임이군’하며 눈치를 챌 때.
[하지만 우리에겐 말이 있지. 다양한 말이.]
애니메이션 영화처럼 책들이 주인공에게 고개를 슥슥 하나씩 내밀며 다양한 나라의 인사말을 던졌다.
[그리고 노래도 있지.]
이윽고 책들이 노래를 한 소절씩 부르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로 된 샹송도 부르고, 판초 남자가 부르는 듯한 멕시코 풍의 노래도 들리고.
이윽고 본격적인 노래가 영어로 시작됐다.
우리에겐 보여 줄 스토리도
주인공도 없지
하지만 꿈은 가득하다네
‘Thousand Dreams’의 가사가 이어지면서 책들이 주인공을 둘러싸며 노래를 불렀다.
책 위에 선글라스를 두른 채 ‘여행 갈래?’ 하기도 하고.
주인공을 정신없게 할 만큼 화려한 책들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종이 끝으로 주인공의 손을 붙잡고 왈츠를 추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유쾌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였다.
‘좋다.’
‘이거 나오면 다운 받아야지.’
‘제목 알아봐야지. 가사에 나오는 Thousand Dreams 느낌이긴 한데.’
다섯 가지 책들을 중심으로 주인공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있었다.
[…….]
그 동안 주인공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원작 뮤지컬과 다르게 영화판의 주인공은 10대 천재 피아니스트라는 설정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 때문에 부모님과 남동생, 여동생 모두를 잃게 되고.
겨우 재활을 했지만 그의 손마저 고장이 나 꿈마저 앗아 갔다.
우리가 가진 것은
수백 개의 말과
수천 개의 꿈
그리고 허름한 서가
한편,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과 다르게 저마다 ‘읽는 사람에게 기쁨을 주고 싶어!’ 하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타고난 한계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처지인 책들.
그런 책들이 꿈에 대해 노래를 하고 있었다.
‘꿈은 좋고, 이뤄지는 것도 좋은 것이지만 꿈과 자신을 일치시키지 말라’며 주인공을 다독이는 내용이었다.
관객들의 표정에 미소가 감돌았다.
‘가사는 잘 못 봤지만… 좋네.’
빠르게 휙휙 지나가는 자막 때문에 제대로 파악은 힘들었지만 대강의 뉘앙스는 파악한 터였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좋은 곡이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지만, 유쾌하게 요정처럼 노래하는 책들 덕분이었다.
멜로디도 즐거워서 또 듣고 싶었다.
‘이거 집 가면 꼭 찾아봐야지.’
‘OST 출시 언제지. 진짜 좋다.’
‘이거 원작에 없던 넘버 같은데? 작곡 누가 했지?’
머릿속으로 ‘이 부분 기억해야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근데 뉴블랙 노래가 어디서 나온다는 거지?’
일부 관객들이 그런 의문을 품고 있는 동안.
대부분의 머릿속에서는 아예 ‘뉴블랙’이라는 키워드가 사라져 있었다.
* * *
‘노스탤지어’의 시사회가 끝난 시각.
엔딩 크레딧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관객들이 하나둘 터덜터덜한 걸음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쓰레기 수거함 옆에 서 있던 알바생이 호기심을 보였다.
‘재미있나?’
영화가 끝날 때마다 관객들이 짓는 표정이 있다.
잠시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면서 살짝 멍한 듯한 표정.
그런데 이번에는 그 정도가 더했다.
크레딧을 바라보며 아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관객들이 심심치 않게 있을 만큼.
“야. 이거 봐. 팝콘 하나도 안 먹었어.”
“으, 콜라 밍밍해.”
다른 때였다면 텅 빈 통을 휙휙 버리고 가야 하는데, 관객들이 팝콘이 가득한 통을 들고 나오고 있었다.
‘엄청 재미있었나 보네.’
알바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진짜 재미있는 영화의 경우 이런 일이 있곤 했다.
그런 그녀의 귓가로 사람들의 대화가 들렸다.
“오늘부터 이건 내 인생작이다.”
“존잼이야. 진짜. 2차 간다.”
“추석 때 개봉하면 부모님 모시고 와서 한 번 더 보려고. 일단 무조건 예매해 놔야겠어.”
“…이 정도면 입소문 대박 잘 탈 거 같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복도가 재잘재잘 시끄러운 가운데, ENG 카메라를 든 배급사 직원들이 인터뷰를 요청했다.
“혹시 말씀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어, 대박!”
사람들이 엄지를 들고 외쳤다.
“노래 진짜 좋아요. 강추합니다.”
“제가 원작 뮤지컬을 미국에서 봤는데, 영화판으로 재해석을 정말 맛깔나게 한 것 같습니다.”
“남친이랑 이거 보러 올 거예요!”
주로 노래에 대한 고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한 무리의 친구들이 수다를 떨었다.
“노래 진짜 너무 좋더라. 아직 아무것도 안 떴지?”
“어, 한국 최초 개봉이라고 없나 봐. 미튜브에도 없고. 개봉하고 난 다음에야 OST 뜨고 그럴 듯.”
“이럴 때는 먼저 본 게 아쉽다. 진짜.”
“Falling Stars 진짜 좋던데…….”
모두의 눈이 몽롱해지던 때 누군가 말했다.
“나는 그거, 그 외국어 책들 노래 좋던데.”
“그거 대박이더라. 사람마다 취향 갈릴 거 같긴 한데, 나는 그게 Falling 그거 다음으로 취향이긴 했어.”
“근데 거기서 뉴블랙 노래 나온다고 하지 않았냐? 끝까지 안 나와서 신기했는데.”
“그러게.”
그들이 고개를 끄덕이던 때, 누군가 말했다.
“바보 아니야? 그게 뉴블랙 노래잖아.”
“……?”
“영어로 부른 거, 딱 들어도 뉴블랙 목소리더만.”
“……!”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게 뉴블랙 노래였어? 나 갑자기 아이돌 노래 나오고 그럴 줄 알았는데.”
“나도. 나도.”
인식의 문제였다.
기사 내용이나 인터뷰 전문에도 ‘영화에 나올 뉴블랙의 노래는 K팝’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국뽕 외국인 감독’ 등의 키워드에 자연스럽게 끼워 맞춘 탓이었다.
누군가 말했다.
“그럼 존나 억울하게 욕 먹었네.”
“근데 진짜긴 해? 그 꿈 노래 뉴블랙 거 맞아?”
이윽고 검색창에서 ‘뉴블랙 노스탤지어’라는 것을 입력하자 ‘Thousand Dreams’라는 감독의 인터뷰가 나왔다.
“진짜였어……?”
“영화랑 위화감이 1도 없어서 몰랐는데. 아까 감독이 말했던 게 립서비스가 아니었네.”
“작곡도 뉴블랙 애가 했다는데?”
어안이 벙벙했다.
브로드웨이 유명 뮤지컬의 영화판에 한국 가수, 그것도 아이돌의 노래가 삽입된다고 해서 이상하게 느끼던 차였다.
그런 까닭에 갑자기 ‘요것이 케이팝이여’ 하며 아이돌 노래가 나올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위화감이 없이, 원작에도 있을 법한 넘버라니.
게다가 작곡도 뉴블랙 멤버의 자작곡이라고 되어 있었다.
“얘 작곡 유명하긴 하잖아.”
“그런데 이건…….”
물론 ‘작곡돌 우주’가 유명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상반기 전체를 휩쓸었던 바람꽃을 비롯해 요새 유행하는 나인까지 작곡하면서 유명세를 알리기도 했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도 저작권으로 얼마나 벌 지 종종 얘기가 나오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뮤지컬 넘버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신기하다.”
“얘가 여태까지 그럼 진짜로 다 한 건가?”
작곡돌이라고 해도 주변에서 엄청 곡을 만져 주겠지, 하며 생각하던 이들의 머릿속에 파문이 일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이게 뉴블랙 노래였어?”
“어디서 들어본 목소리다 싶었는데 뉴블랙이었구나.”
저마다 집으로 향하거나 식당에 들어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그리고.
영화 리뷰를 업으로 삼는 블로거들을 비롯해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글을 올렸다.
제목 : [시사회] 노스탤지어 다녀왔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작성자 : Movieismylife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존 에드워즈 감독의 신작, 노스탤지어 레드카펫과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중략)
아이돌 노래가 나온다고 하루 종일 시끌시끌했던 모양인데ㅋㅋㅋ
정말 개봉하고 나면 다들 깜짝 놀랄 겁니다. 제가 그랬어요.
‘그 장면’이 나올 때만 해도 ‘음? 음? 음!’ 했다고 할까요.
시사회 끝나고도 다들 ‘그게 뉴블랙 노래야?’ 할 만큼 깜짝 놀랄 퀄리티의 노래였습니다.
특히 영상미까지 미쳐서 그 장면을 보면서 에드워즈 감독이 정말, 고수구나 하는 면모를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원작 뮤지컬 노래들이 살짝 심심했는데, Falling Stars와 함께 뉴블랙의 노래가 영화판 특유의 맛을 살려 주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아이돌 노래라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던데 그 부분에선 한시름 덜어도 될 겁니다. +_+
[댓글]
-빠른 후기 감사합니다!
-대박이네요!!
-너무 보고 싶어요ㅠㅠㅠㅠㅠㅠㅠ 다들 뭔데 falling stars 얘기만 주구장창 하는지
-근데 뉴블랙 노래도 궁금하네요. 대체 뭐기에 이것도 반응이 그리 핫한지
┕[작성자] 제 생각에는 노래가 진짜 좋긴 한데, 아무래도 반전이어서 그랬던 것 같네요. 정말 뉴블랙 노래라고 상상도 못했거든요.
-벨라 페이지도 최근 필모 부진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는 것 같던데.. 다행이네요. 흥행 얼마나 보시나요?
┕[작성자] 입소문만 제대로 퍼지면.. 꽤 될 거라 봅니다.
한편, 우후죽순으로 ‘Falling stars랑 뉴블랙 노래 대박’ 하는 후기가 올라오면서 사람들의 호기심도 증폭됐다.
-평 역대급이네;
-명절 때 꽤 티켓 잘 팔듯ㅋㅋ 감독국뽕+영화 퀄 좋음=? 어케 될지 기대중
-폴링 스타즈 나도 알자ㅠㅠㅠㅠ
-뉴블랙 노래가 더 궁금한데. 뭔데 저렇게 호평으로 가득한 거임???
-아까 기사댓글로 ㅈㄴ 욕처먹지 않았나
-욕 먹으니까 소속사에서 언플하는 거아님??
-난 언플인진 모르겠고 일단 봐야겠다
시사회 후기들에 의해 호기심이 증폭되면서 서서히 예매율이 높아지는 노스탤지어였다.
그리고 이런 소식은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퍼졌다.
-뉴블랙 노래 궁금해
-2222 나두.. 뭐길래 저래 호평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언플이지 장사 한두번함??ㅋㅋㅋㅋ 소속사 언플 백퍼
-어떻게 저리 평이 다 좋을수가 있음?? 말이 안 됨
-사재기에 이어 이제는 언플까지.. 가지가지ㅎ
-얼마 전에도 레몬 초동 가지고 텐티랑 틴스 머리채 잡고 언플하지 않음?
-ㅇㅇ 후기 다 복붙임 ‘뉴블랙 노래도 좋다’
-규호가 힘 좀 썼다ㅋㅋㅋㅋㅋ
-뉴블랙 덕들 힘내라. 너네 애들 정병 많이 붙었네..
하지만 부정적인 댓글이 분위기를 휩쓸고 있었다.
수플레들이 하나를 달면 열 개의 반박이 달리고, 그에 대한 조롱이 달리는 식이었다.
악플의 향연 때문에 관리자에 의해 글이 삭제될 때.
-어?
-뭐 올라온 거 같은데
-지금 falling stars 올라왔다고 함
-감독 노 개잘젓네 뱃사공인줄
공식 배급사 채널과 뉴블랙 TV를 비롯해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Falling Stars’의 영상이 올라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배우 ‘루퍼트 딘’이 부른 공식 영어 버전과 함께.
[리혁 - Falling Stars (from ‘Nostalgia’)]
한국에는 뉴블랙의 리혁이 부른 커버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하루 종일 국뽕 마케팅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고, 그 후기 또한 노래에 대한 호평으로 가득해 있는 상황.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링크를 누르기 시작했다.
딸깍-
그렇게 조회수가 하나둘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하던 시각.
뉴블랙의 멤버들은 노스탤지어의 출연진과 함께 홍대에 있었다.
* * *
내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음?”
“예로부터 한국을 방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런 후기를 남겼대요. 밥을 많이 먹어서 놀랍다고.”
중현이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that’s right’했다.
“…….”
“그러니 저희를 자꾸 그런 시선으로 안 보셨으면…….”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이 웃었다.
처음에만 해도 반가워하던 이들이 우리가 고기를 끊임없이 먹는 모습을 보고는 반응이 달라졌다.
신기한 생명체를 경외의 눈으로 보듯이.
‘이 정도면 한국에서 보통이에요’ 하며 어필하는 우리 모습에 통역사 님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닙니다’ 하며 출연진에게 말해 주었다.
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통역사님도 많이 드셨잖아요.”
우리가 ‘우우’ 하며 한국어로 말하자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2인분 정도…….”
“저희도 끝자리는 2로 끝나여!”
“앞자리도 2였죠. 22인분.”
헛기침을 하며 대화 주제를 돌리기로 했다.
주변에 가득한 네온사인과 건물들을 둘러보며 우리가 말했다.
“여기가 바로 홍대예요.”
“홍-대.”
외국인들이 발음 연습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홍대라는 장소인데,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에요. 리혁아. 거기가 어디지? LA의….”
“멜로즈 거리요.”
“멜로즈 거리 같은 곳이에요.”
식사를 마친 우리가 지금 진행하는 컨텐츠는 바로 한국의 유명한 거리를 안내해 주는 거였다.
“와아아악!”
그리고 보다시피 사람들이 가득했다.
“너무 예뻐! 너무 예뻐!”
“뉴블랙…….”
“야! 대박이야. 나 지금 홍대인데….”
촬영용 카메라와 약간의 조명, 그리고 보안 인력들.
우리가 움직일 때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폰카로 촬영을 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소리, 예뻐요 잘생겨요 하는 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리 등 시끌시끌하다.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는 더 시끄러웠다.
“벨라 언니! 너무 예뻐요!”
자기 이름이 들려서 궁금해 하는 벨라 페이지에게 내가 통역을 해 주었다.
그녀가 금발을 귀 뒤로 슥 넘기며 눈웃음을 지었다.
“Thank you~”
그녀가 내민 손을 맞잡은 대학생이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곳곳에서 웃음이 흘러 나왔다.
배우들이 팬서비스처럼 응해 주고, 우리도 우리를 부르는 이름 소리에 정신을 못 차릴 때.
“일단 미리 섭외한 장소로 움직일까요? 요 근처에 있는 곳인데…….”
컨텐츠를 찍기로 한 장소로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저기요!”
인파를 헤집고 다다다 뛰어오는 한 인물이 보였다.
정말 의외의 인물에 나와 동생들이 눈을 깜빡거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은성이네.’
‘은성님이네.’
‘저분이 여기 왜 있지?’
무대 의상을 입은 우리의 하은성 씨가 몹시 반갑다는 듯 발랄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카메라를 못 봤는지 나를 보고 방긋 웃고 있다.
얘가 여기 왜 있는 거지.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은성아! 너 안 멈추면……!”
“흐아악!”
텁.
“경호원 분한테 붙잡히는데….”
경호원이 은성이를 붙잡아서 옆구리에 끼었다.
돌돌 만 돗자리처럼 대롱거리며 ‘하아악! 하는 은성이의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