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14화
100석 규모의 작은 상영관.
우리가 입장하자 미친 듯이 흔들리는 달봉이의 물결과 함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들 잘 오셨어요?”
수플레들이 ‘네!’ 하며 답했다.
“정말 와 줘서 감사해요.”
“진짜.”
“비주 형이 어젯밤에 설레서 잠을 못 잤어여. 100명 넘는 사람들이랑 같이 영화 본다고.”
‘어어어’ 하는 리액션에 비주가 쑥스럽게 웃고는 마이크를 잡았다.
“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우리 오늘 진짜 재미있게 봐요!”
“와아아-!”
그때 객석을 쭉 둘러본 중현이가 물었다.
“팝콘이랑 콜라 어때요? 맛있나요?”
“네!”
“다행이네요.”
우리가 사비로 산 팝콘과 콜라들을 든 수플레들이 꺄르륵 하며 손을 흔들며 웃었다.
그러자 중현이가 자랑하듯 바구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짜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는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동통한 다리.
바로 향긋한 냄새를 풍기는 버터구이 오징어였다.
“아아아아—!”
“여러분은 팝콘이죠?”
중현이의 말에 우리가 하나씩 꺼내서 암행어사 마패처럼 내밀었다.
“저희는 버터구이 오징어예요!”
매니저 형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와, 진짜 치사해-!”
냄새를 퍼뜨리기 위해 나와 막내가 얄밉게 손부채질을 하자 수플레들이 봉기할 것처럼 들끓었다.
내가 두 손을 들고 말했다.
“진정하세요. 이럴 줄 알고 저희가 미리 여분의 버터구이 오징어를 다섯 마리 챙겨왔어요.”
“……!”
“들어오시기 전에 설문지 쓰셨죠? 그중에서 다섯 개를 골라 임의로 추첨하겠습니다.”
수리수리 마수리 하듯이 손을 휘휘 저을 때마다 수플레들의 시선이 내 손에 고정됐다.
“짠!”
그러곤 종이 하나를 뽑았다.
“K11 좌석에 앉은 수플레 분! 축하합니다!”
“앗, 깜짝아!”
맨 끄트머리에 앉은 수플레가 깜짝 놀라 팝콘통을 들썩이면서 팝콘이 폭발했다.
동시에 웃음소리도 폭발했다.
“저희에게 남기는 한 마디 칸에 ‘뉴블랙, 참 징하다. 어.메.이.징’라고 해주셨네요.”
“흐하하! 저희 이런 거 진짜 좋아해여!”
K11 수플레가 두 손을 흔들며 ‘예이’ 했다.
“네. 경품은 저희가 빠른 퀵서비스로 전달할 텐데요. 혹시 원하시는 멤버와 멘트 말씀해 주시면 저희가 빠르게 배달하겠습니다. 참고로 중현이가 제일 빠르고 리혁이가 제일 느려요.”
“아니, 이봐요.”
“누구를 보낼까요?”
곧바로 K11 수플레가 수줍게 ‘리혁이…’ 하고 지목했다. 곧바로 리혁이의 광대가 폭발했다.
“저, 저요?”
하얀 뺨에 홍조가 떠오른 녀석이 경쾌한 걸음으로 사뿐사뿐 올라가자 다들 웃었다.
수플레가 귀한 물건을 영접하듯이 양손을 슥슥 닦자, 리혁이도 자기 손을 슥슥 닦았다.
서로 꾸벅하며 버터구이 오징어를 주고받는 모습에 우리가 웃었다.
리혁이가 돌아와 막내에게 으스대는 표정을 지었다.
“다음 사람은 무조건 저 지목하는 거예여! 예외는 없어여!”
막내의 우렁찬 질투에 수플레들이 웃는 동안 내가 나머지 추첨을 이어 갔다.
팬들이 들어오기 전에 썼던 설문지는 미튜브 컨텐츠에 관한 거였다.
보고 싶은 거라든가, 무엇이 좋았는지에 대한 피드백 등.
한 장 한 장 저마다 빼곡히 글씨를 채워 넣은 설문지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추첨 후에 잠시 리혁이의 에티켓 안내가 이어지고.
“아. 맞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 저희 올라오기 전에 차에서 봤거든요. 1층 바깥에서 팬분들 모여 있던 거.”
“……?”
“그거 무슨 춤 추고 계신 거였어요?”
“아악!”
부끄러워하는 이들의 표정에 우리가 웃었다.
하지만 놀리던 것도 잠시 곧이어 역습을 당했다.
“뭐야! 왜 인사 안 했어!”
“우리가 부끄러운가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요. 상황이 여의치가 않아서 그랬죠. 인사를 하면 오히려 민망해 하실 수도 있으니까.”
수플레들이 ‘이걸 이렇게 피해 가네…’ 하고 있는 동안.
“우주 형이 제일 먼저 창문 올렸대여!”
“지호야.”
“푸하하하!”
다른 동생들이 ‘이거 순 나쁜 놈이래요!’ 하며 몰아가는 동안 내가 화제를 돌려서 물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아까 봉달… 아니, 달봉이 들고 무슨 춤 추신 거예요?”
곧바로 웅얼거리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돌아왔다.
“네?”
“쿠 춤이요!”
“무슨 쿠요?”
그때 누군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피라루쿠 춤이요!”
“푸하하!”
이내 시범까지 보이며 달봉이를 숑숑숑 흔드는 모습에 우리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K11! 왜 웃어요!”
리혁이가 벌건 얼굴로 외쳤다.
“웃지 마요! 지금 웃는 사람들 내가 가서 버터구이 뺏을 거야! 진짜!”
“흐하하핫!”
* * *
곧이어 영화 관람이 시작됐다.
“흐아아…….”
영화관의 불이 꺼지자 비주가 양손으로 입을 막더니 꺄르르 비슷한 소리를 냈다.
그러곤 내게 속삭였다.
“형, 저 너무 좋아요.”
“나도 설레네.”
“지금 팬들이 100명 가까이 같이 있는 거잖아요. 저 중학교 이후에 이런 단체관람 처음 해 봐요.”
“그, 그렇구나.”
설렘의 포인트가 ‘내 생일잔치에 이만큼이나 오다니!’ 하는 초등학생과 비슷한 비주였다.
다른 동생들도 비슷한 표정이었다.
중현이도 버터구이 오징어를 잘근잘근 먹으며 행복하게 웃고.
리혁이와 지호도 콜라 꽂을 칸을 누가 차지할지 다투면서도 즐겁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좋았다.
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본 것도 오래 됐거니와 친구들과 함께 보는 건 또 간만이었다.
마지막으로 영화관에 갔던 게 태현이랑 지훈이, 한빈이와 봤던 해리 포터였다.
“오. 시작한다. 시작해여.”
우리 영화광이 설렌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그 말대로 작은 상영관의 스크린에 영화 배급사와 제작사의 로고가 떠오르고 있었다.
빰빰-
거대한 지구가 ‘안뇽, 날 보니 설레지?’ 하듯이 돌돌돌 돌아가며 웅장한 브금을 터뜨렸다.
그리고 나오는 쿠쾅쾅 하는 번개 배경.
“오. 영화 재미있다.”
“제작사 로고예요. 중현이 형.”
“아하.”
“그리고 목소리는 금지예요.”
매너 지키라는 리혁이의 말에 중현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현이가 ‘오, 영화인가?’ 라고 할 때마다 ‘제작사지롱~’, ‘그래픽 회사지롱~’ 하듯 약 올리는 각종 로고가 지나간 후.
마침내 본 영화가 시작했다.
캄캄해졌다가 환해지는 스크린의 새하얀 불빛에 눈이 잠시 시렸다.
-사각사각.
새하얀 눈밭이 펼쳐진 어느 공원.
피아니스트의 동상이 하나 있고.
술이 달린 빵모자에 두툼한 점퍼를 걸친 어느 꼬마가 벤치에 앉아 공책에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었다.
다소 엉성한 그림이었다.
졸라맨과 비슷한 그림과 트로피를 열심히 그리는 꼬마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후.
꼬마가 웃으면서 장갑 한 짝을 벗으며 맨손을 내밀었다.
“……?”
그러곤 수첩을 맨 앞장부터 차례로 촤라락 넘겼다.
애니메이션처럼 졸라맨 그림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기 때부터 부모님의 행복한 보살핌을 받던 아이, 그 아이가 자라서 피아노 앞에 앉고.
놀라운 재능을 자랑하면서 트로피 등을 휩쓸고 부모님과 동생들과 포옹을 하는 훈훈한 장면.
그리고 어느 날 함께 외식을 하러 차를 타고 갔다가.
-끼기기기긱! 콰앙!
갑작스러운 커다란 소리에 리혁이가 화들짝 놀랐다.
“아, 깜짝아.”
지호가 진정하라는 듯 콜라 빨대를 내밀자 더 놀라는 리혁이었다.
그 동안 공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펄럭펄럭였다.
부서진 차의 잔해.
그리고 그곳 사이에 죽은 가지처럼 솟아난 팔다리들.
“…….”
객석에서 침묵이 감도는 동안 화면 가득 클로즈업 된 공책이 탁 닫힌다.
이윽고 드러나는 가죽 표지.
‘The Nostalgia’라는 영화 제목이 잠시 흘러나온 후.
공책이 다시 열렸다.
-슥슥.
‘Jayden Miller’라는 이름이 적힌 병원 기록이었다.
[제이든 밀러] 하는 자막과 함께 차트에 쓰인 부상 명칭 등이 간략히 소개된다.
그와 동시에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나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배경으로 삽입됐다.
차트를 쓰던 간호사가 손을 멈추고 시선을 돌린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얼굴을 비롯해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어느 청년의 모습.
[젠장.]
병실 안.
잠에 빠져든 주인공을 바라보던 중년 남자가 한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곤 다가오는 의사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일단 징후를 살펴봐야겠지만… 좋지 않습니다.]
[손은? 손은 쓸 수 있소?]
[……더 이상 예전처럼 피아노를 칠 수는 없을 겁니다.]
[…….]
중년 남자는 주인공 제이든의 피아노 스승인 듯했다.
[미안하구나. 얘야. 내가 미안해.]
주인공의 손을 붙잡고 한참 동안 눈물을 쏟던 스승이 잠시 병실을 나간 후.
잠에 빠져들었던 이가 눈을 지그시 떴다.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몸으로 끙끙거리는 소리를 내던 이가 흐느끼듯 울기 시작했다.
가족, 꿈,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눈물이었다.
이윽고 재활 훈련을 하던 주인공의 시간이 몇몇 장면으로 빠르게 스킵된 후.
스승의 소개를 받은 주인공이 근처 카운티에 있는 어느 도서관을 방문한다.
관리가 안 된 정원.
유령이 나올 것처럼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거대한 벽돌 건물.
으스스한 분위기 속에서 주인공이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저기요. 계시나요?]
동굴처럼 울리는 목소리.
도서관 속의 석상들과 고서들의 모습이 음산한 배경음악 속에서 지나간 후.
-팡!
눈앞에 책 한 권이 떨어지면서 그가 비명을 질렀다.
[끼야아아악!]
울적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주인공이 소녀 같은 비명 소리를 내면서 처음으로 극장에 웃음소리 비슷한 게 새어 나왔다.
[누구신가?]
그리고 근처 서가의 사다리에 매달려 있던 노인이 스르륵! 하고 사다리에서 내려와 섰다.
주인공이 말했다.
[브렛, 토머스 브렛 씨의 소개를 받고 왔어요.]
[아.]
하얀 눈썹에 하얀 백발.
노인이 돋보기안경으로 메모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환영하네. 나는 도서관장 톰 소여라고 하네.]
[톰 소여요?]
[재미있는 이름이지? 일단 이리로 오게.]
자상한 목소리로 말을 하던 관장이 도서관을 소개시켜 주면서 본격적으로 노스탤지어라는 영화가 시작됐다.
* * *
영화 관람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끝났다.
“진짜 재미있다…….”
“저 최근에 본 영화 중에 제일 재미있는 거 같아여. 배우들 연기도 진짜 다 대박이고.”
“너무 재밌었어요. 진짜.”
숙소로 돌아가는 차량에 탄 우리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영화에 대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저 그 관장님 나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거 악어? 아까 그래픽이겠죠?”
“난 아직도 벌거벗은 임금이 눈앞에 아른아른거려요. 옷도 안 입은 변태가 무슨 터미네이터처럼 추격을 해.”
“푸하하!”
1시간 40분의 러닝타임 동안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것 같다.
처음에는 ‘이 정도로 재미있는데 왜 홍보를 그렇게 빡세게 했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가.
이내 중후반부에 우리의 ‘Thousand Dreams’와 루퍼트 딘의 ‘Falling Stars’에 쓰인 그래픽을 보고 납득했다.
“너무 재미있더라. 나중에 vod 풀리면 꼭 다시 보자.”
“맞아요. 또 봐요.”
내 말에 비주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만큼 재미있었다.
마지막에 ‘Nostalgia’가 무엇인지 그 의미가 풀린 것도 너무 좋았고.
처음의 공책 씬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도 알게 되어서 정말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 것도 그렇고.
그 정도의 시련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여러 가지 개인적 경험으로 공감되는 게 많았다.
“이쯤 되면 불러 줘야지.”
내 말에 리혁이가 흠흠 하면서 운을 뗐다.
“Falling- falling stars~”
“And I’m not scared~~”
차량 안에서 우리가 ‘Falling Stars’의 가사를 부르면서 흥겹게 몸을 흔들었다.
투명한 바닷물이 푸른빛으로 환히 빛나고.
그 위에 나룻배를 타고 있던 주인공이 노를 젓다가 멈추는 그 순간.
CG로 구현된 수천 개의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장면은 다시 생각해도 명장면이었다.
리혁이가 커버 영상을 부를 때만 해도 ‘대박인데’ 했는데 영상으로 확인하니 더 대박이었다.
조용히 관람하던 수플레들도 그 장면에서는 ‘우와’ 하며 현실 감탄사를 흘렸던 것 같다.
그리고.
“A thousand dreams~~”
“우리 노래~~”
“Million dreams~~~”
우리가 함께 부른 Thousand Dreams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신나게 춤을 췄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민기 형이 말했다.
“영화관에서 아까 그거 나올 때 진짜 감동이었는데. 미리 듣기는 했지만 영상으로 보니까 또 다르더만.”
“기분 묘하던데요.”
원석이 형이 말했다.
“외국 영화에 애들 목소리 나오니까.”
“그죠? 저희도 그래요.”
전 세계에 개봉하는 영화에 우리 목소리가 실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희한하긴 했다.
극장에서 보던 수플레들도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우리 노래가 나올 거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로 큰 비중을 가지고 나올 거란 예상은 못한 듯했다.
“Thousand stars~ thousand dreams~”
수플레들이랑 헤어지기 전에도 한참이나 같이 ‘Thousand Dreams’의 노래를 합창했다.
정말 떠들썩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토록 신이 나고 설레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비주가 말했다.
“이거 음원 올라오면 잘 될 거 같죠? 기대하면 안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잘 될 거야.”
“정말요?”
중현이가 끼어들었다.
“맞아. 내…….”
“지금 예감 드립 치면 문 열고 쫓아낼 거야. 중현이.”
‘흥’ 하며 팝콘을 우물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웃었다.
하지만 지금 중현이가 예감이 어떻다고 말을 한들 우리의 느낌은 변하지 않을 듯했다.
이건 100퍼센트 반응이 올 거다, 하는 확신이 들었다.
지금 세계 곳곳에 퍼져나가는 Falling Stars 만큼은 아니더라도, 확실한 소득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할까.
물론 우리의 설레발일 수도 있긴 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자, 오래간만에 댓글 보러 갑시다!”
“갑시다!”
개봉 전까지 우리의 OST 참여를 두고 ‘아이돌이 웬 말이냐!’ 하며 욕을 날렸던 이들이 더 이상 욕을 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이었다.
“두근두근.”
중현이가 심장소리 랩을 브금처럼 깔아 주는 동안 우리는 포털에 있는 연예란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뉴블랙을 검색했다.
-‘노스탤지어’ 뉴블랙 참여 OST의 깜짝 반전.. ‘관객들 호평’
-음악과 영화, 그 환상의 호흡.. ‘노스탤지어’ 개봉 날부터 터졌다
-“영화 보고 나니 듣고 싶네”, ‘노스탤지어’ OST 언제 올라오나?
인기순으로 나열된 기사 대부분의 제목과 내용이 우리 이름을 담고 있었다.
그것도 몹시 좋은 쪽으로.
* * *
영화가 개봉한 후.
별점 어플이나 각종 사이트에 노스탤지어에 관한 평가들이 우후죽순으로 등록되기 시작했다.
「 노스탤지어 Nostalgia, 2015 」
-[4.5] 1시간 40분 동안 인생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자 한 감독의 열정에 박수를.
-[4.5] 보내는 내내 영상미에 입 쩍 벌리다가 ost에 폭풍눈물ㅠㅠㅠ
-[4.0] 루퍼트 딘과 벨라 페이지의 듀엣 무대. 그 하나만으로도 내겐 만점이다.
-[4.0] 루퍼트 딘 진심 연기 잘함. OST도 좋더라.
-[3.5] 내기준 보통. 노래는 5점.
-[4.0] 이 영화의 최고 반전은 뉴블랙이 참여했다는 OST다. Thousand Dreams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서 내 귓가를 먹먹히 적신다.
주로 배우들의 연기와 OST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뉴블랙에 대한 언급량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노래 진심 개좋았음ㅠㅠㅠㅠ
-ost 버릴게 단 하나도 없더라. 원작도 좋았는데 오리지널 두 곡이 진짜 너무 좋아
-thousand dreams가 뉴블랙이 직접 만들고 부른거라는 게 최고 반전
-진짜 걔네 왜 쌍욕먹었지???
-잘나가니까 그러는거지 뭐ㅋㅋㅋ 근데 영화 보고 나면 진짜 억울하게 욕 먹은 느낌
-지난주에 다들 단체로 돌아있었던 듯ㅇㅇ
-k팝이라고 한 적도 없는데 지레 짐작으로 k팝이라고 아이돌 하나 죽어라 욕해댔자너
‘너희가 뭔데 뮤지컬 영화 넘버에 끼냐?’ 하며 부정적이었던 기류가 180도 바뀌어져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던 아이돌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 엄빠랑 같이 보고 왓는데 노래 개좋더라ㅠㅠㅠ
-노스탤지어 감독님 왜 국뽕했어요.. 나 이거 재미없는 영화인줄 알고 각오했단 말야
-뉴블랙 노래 엄청 좋더라
-22222.. 왜 욕먹었는지 모를임
-333 그때 분위기 이상했어ㅠ 정병들이 단체로 싸잡아 가지고 매장시킬 듯이 욕하고
-진심 과했음. 난 얘네 덕도 아닌데 몇 개는 캡처해서 소속사 보내주고 싶더라
-22 요즘 너무 눈쌀 찌푸려져서 뉴블랙 제목 보이면 안 눌렀음
-ㅋㅋㅋ라이징 머리채 잡고 쳐패는거 하루이틀인가
-대형도 아니고 중소 신인이 2년차에 대상급까지 올라왔으니 정병 터진 거지 머
-걔네 성적 궁예하면서 아직도 그러던데
-어휴..
뉴블랙의 OST 참여에 대해 부정적인 댓글을 달던 이들은 금세 화제를 바꾸고 있었다.
이 정도 대중적 관심이면 OST 공개 후 차트 몇 위는 되야 한다는 것 등의 이야기에 다른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이내 관심을 껐다.
게시판에 가득한 호평을 보며 수플레들이 혈관에 탄산이 도는 것처럼 상쾌함을 느낄 때.
‘노스탤지어’를 보고 온 이들의 질문이 댓글창을 가득 채웠다.
-노래 너무 좋던데ㅠㅠ 이거 ost 언제 나옴??
-아직 미국이랑 다른 나라에서 개봉을 안 해서 나오려면 한 1~2주 정도는 걸릴 듯
-안돼ㅠㅠㅠㅠ
-진짜 이번에 내 인생영화 등극했는데.. falling stars야 미튜브 가면 되지만 thousand dreams를 어디서 구하냐
-뉴블랙 대길아 앨범 좀 훔쳐와라
구할 수 없는 ‘Thousand Dreams’의 음원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터넷 게시판이 가득해질 때.
-뉴블랙 이번에 좀 다르게 보이긴 하더라ㅋㅋㅋㅋㅋ 신기
-ㅇㅇ 나두
-작곡한다고 해서 ‘니가 직접??’하는 선입견 있었는데 이번에 좀 사라짐,, 좀 진짜인가 싶긴 했음
-난 인지부조화 오던데. 특공대 흐아악이 노래 만들었다고 하니까;
그런 댓글들의 분위기를 살피면서 ‘이거다!’ 하는 표정을 짓는 인물이 있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방송작가가 사무실 한편에 앉아 있는 인물을 불렀다.
“피디님!”
* * *
추석 시즌에 개봉한 ‘노스탤지어’는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렸다.
홍보도 잘 된 데다가 입소문까지 퍼지면서 관객 수가 확 늘었다.
곧 100만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미국에 있는 에드워즈 감독이 우리에게 ‘한국 사람들한텐 뭐라고 감사 인사를 해야 인기 만점인가?’ 하는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얘들아!”
해외 투어 준비에 한창이던 때, 연습실 문이 발칵 열리고, 우리 실장님이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왔다.
“기회가 왔다!”
“무슨 기회?”
석환 형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너희 병맛 이미지를 세탁할 기회가 왔다.”
“무슨 이미지?”
“병맛.”
“…….”
거 말이 너무 적나라한 거 아니야?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다가 이내 ‘그러네’ 하며 납득한 우리가 눈을 빛냈다.
“무슨 기회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