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18)화 (318/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18화

“흐핫, 흐하하!”

MC인 하승주가 큐 카드로 부채질을 했다. 멘트를 해야 되는데 자꾸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사방에 있는 모든 사람이 웃고 있다.

웃다가 눈물을 닦는 방청객은 물론이고.

밑에서 보고 있던 매니저 형들과 뮤직카페 제작진도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

리혁이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변해 있었다.

귀에서 스팀이라도 나올 것처럼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우리가 열심히 손부채질을 해 주었다.

“아이고, 배야.”

겨우 웃음이 진정된 하승주가 멘트를 하려고 할 때, 비주가 쪼그려서 주섬주섬 단추를 주워 담았다.

“음? 비주 씨, 단추는 왜 주워요?”

“이게 협찬이어서요.”

‘저희 게 아니라서…’ 하며 부끄럽게 웃는 표정에 방청석에서 다시 한번 웃음이 나왔다.

MC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기하네요. 방금 전까지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친근한 거 같아요.”

“어어, 그럼 안 되는데.”

내가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가 오늘 멋있게 보이려고 나왔기 때문에…….”

“이미 힘든 거 같은데…?”

“아니에요. 이게 아직 끝이 아니에요. 여러분.”

“맞아여! 저희 멋있어여!”

전혀 멋없는 막내의 말투에 더 큰 웃음이 나왔다.

그 동안 단추가 떨어진 조끼를 벗는 리혁이에게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MC가 물었다.

“안에는 괜찮아요? 안 터졌어요?”

“네.”

리혁이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답했다.

“겉에만 터지고 안에는 무사하네요.”

“다행이네. 지금 셔츠까지 터졌으면 오늘 방송 연령가가 달라질 뻔했거든요.”

FD가 올라와서 조끼를 받아간 후, 셔츠 차림이 된 리혁이가 옷을 펄럭이며 말했다.

“조끼를 좀 타이트하게 입어서 그런가 봐요.”

“그래 보였어요.”

MC가 물었다.

“아니, 그런데 복식호흡이 대체 얼마나 세면 그게 가능한 거예요? 무대 의상용 벨트를 터뜨리는 사람은 봤어도.”

내가 대신 답했다.

“이 친구가 폐활량이 엄청 좋아서요.”

“맞아여. 리혁이 형, 그것도 엄청 잘하거든여. 공기 넣어서 배 이렇게 볼록하게 바가지처럼 만드는 거.”

“방금 말은 편집 부탁드릴게요.”

부조정실에 있을 피디님에게 ‘부탁 드려요’ 한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하승주가 물었다.

“왜요? 재미있는데.”

“저희가 정말 거기까지 가면 이미지 수습이 불가능할 거 같아서…….”

“하긴,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이제 희극인실에 회비 내러 가야겠네요.”

“맞습니다. 저희는-”

다 같이 손바닥을 내밀며 외쳤다.

“가수예요!”

“흐하핫!”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지는 동안, 빵 터진 하승주가 현실 말투로 우릴 타박했다.

“아니, 그런 걸 하지 말라니까. 맨날 나와서 ‘저희는~ 가수예요!’ 이런 걸 하니까 사람들이 웃기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이게 습관이 돼서.”

“정말 못 말리겠네요. 예능돌, 예능돌 하는 말만 들었지. 이렇게 보니까 어떤 느낌인지 확 알겠네요.”

방청객들이 동의한다는 듯 말소리를 냈다.

MC가 큐 카드를 보더니 웃었다.

“너무 웃어서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까먹어 버릴 뻔했네.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요?”

단추 폭발 사건에서 벗어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왔다.

하승주가 방청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출연자가 나올 때마다 우리 작가들이 자료조사를 하거든요. 사람들이 이 가수의 음악에 대해서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그런 걸 조사를 해 오는데…….”

이번에는 우리에게 시선을 돌린다.

“뉴블랙의 경우에는 압도적으로 그런 질문이 많아요. ‘과연 정말 자체적으로 프로듀싱을 하는가?’”

“네, 많이들 궁금해 하시더라구요.”

“굉장히 궁금해들 하죠? 우주 씨가 정말 작곡을 하고, 다른 멤버 분들이 곡 작업에 참여하는지.”

하승주가 내게 물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때요?”

“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해요. 아무래도 곡 작업에 대해선 외부에 계신 분들이 알기 힘들기도 하고. 더군다나 요즘 작곡은 공동작업처럼 되어 있잖아요.”

“그렇죠.”

“그리고 저희 음악에 대해 소개를 할 기회도 드물었던 것 같아요.”

동생들이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하승주가 동감한다는 듯 미소를 보냈다.

그러곤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뮤직카페에 나왔군요? 우리가 이 구역의 음악인이다, 하고.”

“네. 저희의 음악성을 과시하기 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살짝 진지해졌던 분위기가 농담으로 풀어지고. 하승주가 미리 정해진 대본의 코너를 능청스럽게 이었다.

“그럼 이 자리에서 뉴블랙의 노래들을 한 번 소개해 볼까요?”

“네!”

“어! 마침 맞게 여기 건반이 세팅이 됐네요. 신기하죠?”

방청객들이 웃음소리를 내는 동안 세팅된 건반 앞에 앉았다.

동생들과 하승주가 건반 근처에 섰다.

“저희 타이틀곡을 간략하게 소개를 해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네!”

“너희 말고, 방청객 분들에게 물은 거야.”

방청객들이 웃으며 ‘네!’ 하고 답했다.

내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까지의 타이틀곡 메들리를 준비해 봤는데요. 그냥 하면-”

“심심하니까!”

“가사도 대강 준비를 해 봤어요.”

메들리로 준비한 까닭에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각각 일부분을 떼어 내서 만든 곡이었다.

건반에 손을 올리자, 내 뒤에 선 동생들이 마이크를 들었다.

“아아, 쎄쎄쎄-”

그냥 음량 테스트를 하는데 사람들이 웃었다.

‘시작할까?’ 하며 돌아보자, 동생들이 눈짓을 했다.

곧바로 연주를 시작하면서 타이틀곡 메들리를 부드럽게 부르기 시작했다.

불꽃놀이-

불꽃- 놀이-

연주를 하면서 ‘불꽃놀이’를 세뇌하듯 반복하고, 이어서 마스커레이드로 넘어갔다.

방청객에 앉은 이들이 입을 꾹 다물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마스커- 레이드-

마스- 커레이드-

눈을 감고 화음을 맞춰 가며 감미롭게 부르는 우리의 목소리에 하승주가 큰 웃음을 터뜨렸다.

방청석에도 웃음소리가 물감처럼 퍼져 나갔다.

“야! 너네 이미지 변신하러 나왔다며!”

바람꽃으로 넘어간 우리가 끄덕끄덕하며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댔다.

이미지 변신-

변신하고 말 테다-

공개홀이 다시 한번 웃음소리로 크게 울렸다.

*   *   *

객석에 앉은 방청객들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콜록! 콜록!”

웃다가 사레가 들린 방청객도 있었다.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미치겠다’ 하며 속삭이는 동안, 조명 아래 선 하승주가 헛웃음을 보였다.

“아니, 이미지 관리를 하러 나왔다면서 이렇게 불러.”

“저희 노래를 좀 주입시켜 드리려고요.”

우주가 뚠딴딴 피아노를 치자 네 명이 동시에 ‘불꽃놀이-’하며 환상적인 하모니로 답했다.

하승주가 너털웃음을 보였다.

“이 완벽한 화음을… 이렇게 써먹는 아이돌은 처음이네요.”

“근데 기억에 남으시죠?”

“확실히 각인이 되긴 하네요. 처음엔 ‘이게 뭐지?’ 싶은데 지금 들은 불꽃놀이는 못 잊을 거 같아요.”

방청객들도 동의했다.

‘이따가도 기억날 거 같아.’

‘불꽃놀이-’

‘이거 방영되면 이 부분 잘라서 저장해야지. 울적할 때 보게.’

뭔가 웃기긴 했지만 확실히 기억에 남았다.

멜로디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 감미로운 화음으로 ‘마스커레이드-’ 하던 게 떠오른다고 할까.

“그럼 다시 해 봐도 될까요?”

우주가 미소를 지으며 건반을 연주했다.

후속곡 ‘Flower Dance’를 포함해 뉴블랙의 타이틀 5곡이 감미로운 멜로디가 되어 나왔다.

거기에 고막이 사르르 녹을 듯한 화음까지.

나인-

기억해요- 이건 나인-

‘나인, 나인, 나인’ 하는 달콤한 속삭임을 끝으로 뉴블랙 멤버들이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방청객들이 박수를 보내자 그들이 쑥스럽게 웃었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후, 하승주가 물었다.

“좋네요. 노래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 이거 하나로 연결되는 거 같은데?’”

“일부러 편곡을 그렇게 했어요.”

“일관된 뭔가가 있는 건가요?”

우주가 마이크를 잡고 답했다.

“저희 노래에 담긴 메시지의 변화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메시지?”

“네, 일단 불꽃놀이는…….”

우주가 눈짓을 하자 다 같이 마이크를 들고 화음을 맞췄다. 아까 들었던 그 파트였다.

어딘가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놀러가고 싶은 노래였다.

“불꽃놀이의 경우는 저희가 데뷔곡이기도 하고. 리스너에게 처음 선보이는 노래였어요.”

멤버들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우리 재미있게 놀아여’ 하는 곡이에여.”

“바닷가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밤에 같이 불꽃놀이까지 같이 보는 그런 내용이거든요.”

그런 설명에 하승주를 비롯한 청중이 ‘아아’ 하며 이해했다.

뉴블랙의 리더가 말했다.

“그런데 처음 만나서 재미있게 놀았다고 해서, 리스너와 저희의 거리가 완벽하게 좁혀진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다음 곡인 ‘마스커레이드’ 같은 경우는 이제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는, 조금 더 진지하게 다가가는 내용이에요.”

가면무도회에서 유이하게 가면을 쓰지 않은 두 사람의 눈이 딱 마주칠 때의 느낌을 고려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겉치레로 치장된 곳에서 서로의 속마음을 바라보는.

우주가 눈짓을 하자, 마이크를 잡은 뉴블랙의 막내가 진지하게 노래의 한 소절을 불렀다.

그렇게 노래 소개가 쭉 이어졌다.

“바람꽃 때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나 여기 있어요’ 하며 당신을 바라본다 하는…….”

“위로해 주는 곡이군요?”

“맞아요.”

안무를 직접 만들었다는 비주가 직접 부드러운 안무를 보여 주자, 사람들이 그 춤선에 시선을 빼앗겼다.

“나인의 경우에는 조금 다른데,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 ‘훌훌 털어내고 오늘은 같이 놀자!’ 하며 위로하는 내용이에요.”

눈을 빛내며 곡에 관해 신나게 설명하는 우주를 바라보는 방청객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승주도 비슷한 표정으로 미소를 그렸다.

“흐름이 있네요. 첫 만남에 다 같이 놀면서 친해지다가, 이제 점점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위로도 해 주고.”

“그렇습니다.”

“이게 멤버별로 나이 역순으로 타이틀 주인공이 있군요? 상징 색도 있다면서요?”

파워 레인저처럼 ‘전 빨강이에요!’ 하는 소개가 이어진 후.

“색깔은 어떤 이유로 정했나요?”

“아. 그건 회사에서 정해 주셨어여.”

솔직한 대답에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대답 때문인지 뉴블랙의 이야기가 더욱 진솔하게 들렸다.

노래에 관한 배경 설명을 들을 때마다 ‘아’ 하며 바로 쉽게 이해가 된다고 할까.

MC도 그런 맥락을 짚었다.

“본인들이 프로듀싱에 참여를 해서 그런지 정말 곡 설명이 하나도 어렵지 않네요.”

“맞아요. 여러분. 저희 노래 참 쉽죠?”

“뉴블랙의 노래가 가진 장점이네요. 듣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쉽고.”

진심 어린 칭찬에 멤버들이 환하게 웃었다.

하승주가 귀여운 후배들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너스레를 떨었다.

“지금까지 엄청 갑갑했겠어요. 이런 얘기 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어요.”

중현이 손가락으로 근질근질을 표현하면서 하승주가 웃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음악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데… 우주 씨는 작곡할 때 애로사항은 없나요?”

“음? 어떤 면이요?”

“아무래도 아이돌 노래에는 정형성이 좀 있잖아요. 하고 싶은 음악과 해야 되는 음악의 경계가 있으니까.”

우주가 ‘음’ 하며 생각을 하더니 답했다.

“그런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아직은요. 아이돌적인 구분이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그런 틀이 있다 해도, 아직 하지 못한 것들이 많아서요.”

“에고. 아쉽네.”

입맛을 다시는 MC의 모습에 우주가 눈을 깜빡거렸다.

“네?”

“뉴블랙이 조금 다른 느낌의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하면, 내가 재빨리 채 가려고 했거든. 나랑 하자고.”

“아.”

“내가 아이돌 노래 쪽에는 재능이 없어서.”

방청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뉴블랙 멤버들도 같이 웃더니 이내 좋다는 듯 말했다.

“같이 작업해 주시면 영광이죠.”

“얼른 와 주세여. 얼른. 저희 프로듀싱 팀 직원분들이 선배님을 엄청 존경하거든여.”

“꼭 와 주세요.”

멤버들이 유명한 프로듀서를 반겼다.

그런데 뭔가 ‘반드시 와 주세요’ 하는 분위기였다. 꼭 안 좋은 것에 끌어들이듯 미소가 음흉해 보인다고 할까.

우주도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가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게 된다면 꼭 연락드릴게요.”

“약속하는 거야. 우주 씨.”

“그럼요.”

“우리 김 피디, 이거 찍고 있죠? 꼭 내보내요. 작곡가 선후배 사이의 약속이니까.”

이내 카메라 앞에서 새끼손가락을 걸고 지장까지 찍는 두 남자의 모습에 웃음이 흘렀다.

동시에 뉴블랙을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더 부드러워졌다.

원래도 대중적으로 유명해서 아는 보이그룹이기도 했지만, 음악 이야기를 하면서 더 친근해졌다.

전자가 가볍게 ‘얘네 재미있다’ 라면, 후자는 ‘얘네가 이런 고민을 하는구나’ 하는 인상이었다.

농담만 나누던 친구와 어느 날 진지하게 속내를 이야기했을 때 체험하는 유대감이었다.

‘아가들이 다 착하고 성실하네.’

‘친구하면 재밌을 거 같다.’

‘단추 남자애 아직도 홍시네. 귀여워.’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하며 호감이 담긴 눈빛을 보낼 때.

MC가 질문했다.

“슬슬 토크도 얼마 안 남았네요. 곧 두 번째 무대인 ‘Thousand Dreams’가 있을 텐데요.”

요즘 유명한 영화의 OST가 언급되자 사람들이 환호를 보냈다.

“이 곡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 가수가 할리우드 영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그 비하인드를 혹시 풀어 줄 수 있나요?”

“네. 당연하죠.”

곧이어 어떻게 노스탤지어의 OST에 참여하게 된 것인지.

그냥 보낸 노래의 풀 버전이 어떻게 OST로 채택이 되고, 영화 장면이 뒤바뀐 건지.

뉴블랙 멤버들이 풀어 주는 썰에 방청객들이 ‘오오’ 하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가 비밀유지 서약서를 썼어요.”

“그런 것도 쓰나요?”

할리우드 영화에서 철통 보안을 지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설명이 이어진 후.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Thousand Dreams’는 어떻게 착상을 떠올린 건가요?”

“아. 이거요?”

“혹시 비밀인가요?”

“아니, 그게…….”

우주가 머쓱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전 인터뷰 때도 그렇게 말씀 드리긴 했는데… 그냥 떠올랐어요.”

“네?”

“리혁이 커버를 위해서 Falling Stars를 들었거든요. 그걸 듣고 나서 노래가 나온다는 장면 설명을 들으니까… 이런 식으로 해야겠다 하고 머릿속으로 떠올랐어요.”

“그게 되나요?”

“그러니까 말씀을 드리자면…….”

우주가 다시 건반에 앉아서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Falling Stars’의 멜로디를 쳤다.

그러곤 특정 부분을 반복하듯 치며 말했다.

“Falling Stars는 전반적으로 낙하하는 분위기잖아요. 말 그대로 별이 와르르 떨어지는.”

“으음.”

“음이 이렇게 부드럽게 하락하죠?”

그러면서 이번에는 ‘Thousand Dreams’의 후렴구를 쳤다.

“그래서 그 곡이 나오기 전에 제가 부드럽게 올려놓으면 더 좋을 것 같더라고요.”

“떨어질 때의 감동이 더하도록?”

“네, 그런 의미에서 구상한 노래였어요. 꿈이 올라가고.”

천 개의 꿈이 풍선처럼 하늘에 둥실 떠오르듯, 기분이 좋아지는 멜로디가 흘러나오고.

“그 꿈이 별이 되어 떨어지는.”

별이 쏟아지는 듯한 멜로디가 이어지면서 방청객들이 저도 모르게 ‘와아’ 하는 탄성을 흘렸다.

이미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MC인 하승주도 잠시 입을 벌릴 만큼.

우주가 Falling Stars의 멜로디를 연주하며 말했다.

“진짜 이거 작곡하신 분은 천재 같아요. 어떻게 이걸 떠올리신 건지,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더라고요.”

하지만 방청객들은 눈을 끔뻑거릴 뿐이었다.

‘아니. 네가 더 천재 같은데…….’

감탄하며 ‘이 노래 짱짱’ 하며 예찬하는 우주의 모습에 방청객들은 미묘한 기분을 느꼈다.

방금까지 굉장히 친근했는데, 지금은 엄청난 거리감이 느껴졌다.

*   *   *

곡에 대한 비하인드를 설명한 후.

우리는 관객들 앞에서 ‘Thousand Dreams’를 공연했다.

기타를 연주하는 한편, 동생들과 영화 속 대사를 주고받듯이 유쾌하게 노래를 불렀다.

“와아아아-”

노래가 끝나고 박수를 보내주는 관객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방청석을 바라볼 때마다 눈들이 반짝반짝했다.

늦은 시간이라서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다들 피곤해 보였는데, 지금은 즐겁게 웃고 있었다.

명곡단 때도 보통 이 시간대 되면 한둘씩 나가고 그러던데, 자리가 꽉 차 있었다.

동생들이 히죽 웃었다.

‘성공.’

‘잘했다. 졸개들아.’

흐뭇한 얼굴로 기타를 내려놓았다.

하승주가 말했다.

“천 개의 꿈, 정말 잘 들었어요. 음원이 내일 나온다고 했죠?”

“맞아요. 전 세계 동시 발매예요.”

“Falling Stars만 미튜브에 있어서 아쉬웠는데 잘 됐네요. 얼른 듣고 싶지 않나요?”

관객들이 ‘네!’ 하며 답했다.

그 동안 하승주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아쉽게도 곧 뉴블랙을 보내 줘야 할 시간인데요.”

“아아아……!”

“저기, 보통 이런 건 관객들이 하는 거예요, 뉴블랙. 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며 웃었다.

“이대로 보내기엔 아쉬운데, 가기 전에 뭐 하나 볼 수 있을까요?”

“어떤……?”

“작곡 이야기를 했는데, 실질적으로 작곡을 보여 주진 않은 것 같아서요. 즉흥작곡.”

하승주가 물었다.

“가능할까요?”

“네. 그럼요.”

내가 건반 앞에 앉자 동생들이 움직였다.

“음? 다 같이 하나요?”

“넹.”

우리 막내가 답했다.

“서당개를 2년 정도 하다 보니까 다들 어느 정도 작곡을 할 줄 알게 돼서여. 요즘은 다 같이 하고 있어여.”

“오호.”

흥미로워 하는 이에게 내가 물었다.

“어떤 걸 보여 드릴까요?”

“음, 그럼 주제로…….”

하승주가 고민할 때였다.

고요한 공개홀.

그곳에서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시선을 보내자 젊은 커플이 다급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껐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저거다’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저 벨소리로 해 볼게요.”

“사과 폰의 기본 벨소리로요?”

“네.”

건반을 누르며 방금 벨소리를 재현한 내가 변주를 시작했고, 동생들이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몇 번의 반복 끝에 메인 테마를 만든 후.

해당 커플에게 생긋 웃고는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댔다.

This is for you

동생들이 ‘우우-’ 하는 코러스를 넣자 커플이 고개를 푹 숙이고, 하승주와 방청객들이 키득거렸다.

즉흥적으로 만든 멜로디에 리혁이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어둠 속에 울리는

그대 벨소리

다들 ‘오오’ 할 때, 중현이가 읊조렸다.

매너모드 못했군요

‘못했군요!’ 하는 우리의 합창에 장내가 떠들썩한 웃음으로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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