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0)화 (320/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0화

“상?”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웬 상이 나오냐.”

“그러게여. 아직 시상식 시즌도 아닌데.”

지금 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어워드가 11월에 있을 망고 차트 어워드였다.

연말이라면 모를까. 10월 즈음에 열리는 시상식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그저 짚이는 거라고는…….

“중현아. 너 혹시 뭐 했니?”

“아뇨. 형은 뭐 했어요?”

중현이와 내가 서로를 바라보며 ‘너냐?’ 하다가 리혁이를 향해 ‘너냐?’ 하듯 바라보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리혁이가 석환 형에게 물었다.

“무슨 상인데요. 실장님?”

“잠시만.”

다른 승객들이 들을 것을 우려했는지, 석환 형이 핸드폰에 있는 문자를 조심스레 보여주었다.

핸드폰이 다섯 개의 좌석에 순차적으로 돌았다.

그리고 그때마다.

“……?”

우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관련…]

처음에는 이게 무슨 시상식인지 모르겠어서 검색을 했는데, 이내 그 정체를 알고는 더 의아해졌다.

나라에서 주는 표창이었다.

*   *   *

대중문화예술상.

매년 나라에서 ‘이 사람 좀 문화에 공헌을 했구만’ 하고 예술인들에게 상을 주는 시상식이다.

예술계 원로 분들에게 공로의 의미로 훈장도 주고.

우리 같은 아이돌 가수들도 가끔 선정되어서 표창을 받아 가곤 했다.

“진짜야?”

회사로 가는 차량 안.

다 같이 휘둥그레 뜬 눈으로 물었다.

“문화체육부 장관 표창?”

“어. 그렇다고 하네.”

석환 형에게 다시 한 번 확인하듯 물었다.

“진짜 나라에서 주는 거 맞아? 이름 잘 봐봐. 막상 갔는데 문화가 아니라 문하 이런 걸 수도 있어.”

“진짜라니까. 얘가.”

“꺼진 불도 다시 봐야 돼여. 실장님. 확인해 봐여.”

우리의 성화에 상대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라. 사칭을 해도 나라를 사칭하겠냐. 너희한테 들어온 거 맞다니까.”

“뜬금없어서 그렇지.”

“그럼 상이라고 했을 때 뭐가 나올 줄 알았는데.”

잠시 고민에 잠겼던 우리가 이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음, 예능상…?”

“올해를 빛낸 예능 신인상……?”

“제일 웃긴 아이돌 투표 1위 정도 생각했어요.”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상대가 말했다.

“그, 자꾸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지 말고. 너희가 가수로 활동하고 그런 것도 생각해야지.”

“그런가?”

“선정 사유로는 ‘미튜브 등으로 21세기 뉴미디어를 통해 한국 역사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기여…….’”

역사 탐험대구나.

머릿속으로 구석기 시대에 불을 피웠던 게 아른거렸다.

올해 한국 미튜브에서 제일 큰 히트를 쳐서, 일반인들에게도 우리 이름을 알린 컨텐츠인 만큼 납득이 가긴 했다.

대학가 행사에서 대학생들이 우리를 보며 ‘탐험대 놈들이구나!’ 하게 된 이유기도 하고.

다만…….

“그게 가수 활동인가?”

우리가 긴가민가할 때, 멈칫하던 매니저가 헛기침을 하며 말을 이었다.

“마찬가지로 ‘미튜브와 SNS 등으로 K팝을 알리는데 기여하고.’”

그것도 납득이 가긴 했다.

우리의 동영상들이 K팝으로 유입되는 외국인들의 입구 역할을 꽤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내가 미소를 지었다.

“외발자전거 참 많이 탔지…….”

“저는 20미터 바깥에서 떡 던져서 받아먹기, 그거 기억나요. 무지개떡이 제일 힘들었는데.”

“비주 형이 트램펄린 위에서 안무 참 잘 췄죠.”

운전대를 잡은 원석이 형이 입가를 꿈틀꿈틀하는 동안, 우리 실장님이 말을 이어 갔다.

“마지막으로는 올 한 해 다양한 방송을 통한 활동과 유행곡으로 대중문화 발달에 기여했다네. 최근에 노스탤지어 OST에 대한 것도 언급이 되어 있고.”

“결국 가수 활동은 한 스푼 정도인 건가.”

중현이가 덧붙였다.

“설렁탕에 넣는 소금 한 숟가락 느낌이네요.”

“그, 넓게 보면 다 가수 활동인 거지. 으음, 어디 보자. 지금 연락을 해야 할 곳이…….”

우리의 시선을 외면하며 핸드폰 연락처를 자연스럽게 뒤적뒤적하는 석환 형이었다.

베테랑 매니저의 말 돌리기 스킬에 감탄한 후.

다 같이 스마트폰을 검색했다.

“생각보다 많이들 받았네여. 걸스온탑도 있고, TNT 선배님들도 예전에 받은 적 있고.”

“시상식은 언제래?”

“이번 달 말인가 봐요. 어? 벌써 기사 떴다.”

리혁이의 말에 ‘비주와 중현, 마치 톰과 제리’ 하는 입국 포토기사에서 시선을 뗐다.

보도자료가 풀렸는지 벌써 기사가 떠 있었다.

-뉴블랙, 韓 대중문화예술상 참석 확정

-‘대세돌’ 뉴블랙, 대중문화예술상 참석..문체부 표창 유력

-‘TNT’, ‘뉴블랙’ 등 2015 대중문화예술상 참석한다

TNT 애들도 오는구나.

돌림픽 이후에 얼굴을 못 봤는데, 간만에 다들 만나겠다는 생각에 기분이 살짝 들떴다.

상을 받게 된다는 것도 기분이 좋고.

시상식에 있을 축하무대를 대강 어떤 식으로 꾸밀지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무의식적으로 ‘뉴블랙’하고 검색어를 입력했을 때.

“…….”

연관검색어 목록이 보였다.

[뉴블랙의 연관검색어를 찾으시나요?]

웃긴 아이돌, 흑염소, 흑역사, 우젠민 누구, 사간 8번, 특공대, 명곡단, “비주 얼굴”

주옥같은 연관 검색어 목록에 웃음이 나왔다.

내 공항 입국 짤을 저장하고 있던 비주가 고개를 쏘옥 내밀더니 이내 웃고 말았다.

그러곤 물었다.

“그런데 왜 제 거에만 따옴표가 되어 있어요?”

“아마 그거 정확하게 일치 검색일걸여. 팬분들이 형 얼굴을 보고 싶은데, 그냥 비주얼굴이라고 치면…….”

막내가 톡톡톡 하더니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바로 납득했다.

“굴이 나오네.”

“이야. 계절마다 바뀌는 8~10가지 제철 해산물.”

“횟집이 나오는구나.”

굴이나 조개 등으로 가득한 이미지 검색창의 사진들을 보며 납득했다.

포털이 알아서 ‘비주얼굴? 굴 비주얼이구나!’ 하며 인식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이내 “비주 얼굴” 이라고 치니 비주가 뽀얀 얼굴로 떡을 써는 짤이 나왔다.

격자형으로 나뉜 수십 개의 비주를 보며 비주가 말했다.

“우와. 내 얼굴 검색하기가 엄청 어렵구나.”

“평소에 안 검색해?”

“네. 저는 본인이니까 궁금할 때마다 거울 보면 되지 않아요?”

“…천잰데?”

나머지 넷이서 ‘지금까지 우린 왜 검색했지?’ 하며 잠시 의아했다가 비주의 발상에 다시 감탄했다.

그 동안 비주가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더 성공해서 ‘비주얼’만 쳐도 제 얼굴이 나오도록 해야겠어요.”

“그래. 화이팅, 할 수 있다.”

“어? 같이 안 할 거예요?”

“네가 열심히 하면 우린 얹혀 가려고.”

“…….”

눈을 가늘게 뜨는 녀석에게 ‘우리 비주는 비주얼’하며 화음을 넣어 응원을 해 주고는 본론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연관 검색어가 영 그렇다. 그치?”

“확실히, 흔한 아이돌의 연관검색어는 아니죠.”

“이래서 실장님이 이미지 변신, 변신 얘기해신 건가 봐여. 이대로 갔으면 예능인으로 전직할 뻔.”

“그래도 멤버 개개인으로 하면 검색어가 다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팀 메인 댄서의 제안에 각자 핸드폰을 가슴께로 들어서 화면을 가리고는 손을 톡톡했다.

포털에 각자 이름을 입력한 후.

“…….”

나는 보았다.

몹시 만족한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순간적으로 눈가를 꿈틀하며 손가락을 멈칫한 것을.

“…….”

3초 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이내 서로에게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리혁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직 몰라요. 오늘 방송 나가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예요.”

“맞아여.”

“그래. 그걸로 이미지 세탁 좀 하자.”

오늘 밤에 방송될 뮤직카페에 희망을 걸기로 하면서.

“너희 단추 터뜨리고 오지 않았어?”

“…….”

매니저들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   *   *

금요일 밤.

‘하승주의 뮤직카페’ 방영을 앞두고 팬카페와 여러 커뮤니티에 수플레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너무 설레ㅠㅠㅠㅠ 이게 얼마만의 음악프로야

-작년에 뮤카 클립으로 뉴블랙 입덕해서 그런지 기분이 묘하네

-이번에도 뭐 엄청 하고 왓다면서ㅋㅋㅋ

-ㅇㅇ 후기에서 방청객들 난리낫다던데

-뮤카면 그래도 분위기 진지한 편 아닌가?? 난리낫으면 레전드 무대 뽑고 왔을듯ㅎㅎ..

-ㅎㅎ뒤 점 두개에서 느껴지는 진한 불신ㅋㅋㅋㅋ

한편 방청 후기에 대해서도 심심찮게 언급되고 있었다.

-비공개 후기 보니까 스포라서 말 못한다고 그러던데.. 뭐 단추가 터진다고 하지 않앗나

-단추..!!

-지금까지 예상으로는 격한 안무하다가 단추가 팡팡! 하는거 아닐까

-다행히 노출 같은 건 아니라고 했음

-그거 엄청 궁금하던데ㅋㅋ 근데 다녀온 애들이 말 안 해줌.. 얼버무리던데

뭔지는 모르겠지만 단추가 터진다는 소식도 들은 터였다.

모두가 설렐 때.

마침내 ‘하승주의 뮤직카페’ 본방송이 시작됐다.

-지금 노스탤지어때문에 화제성 높아서 마지막에 나올 거 같긴 한데.. 좀 오래 기달려야 할듯

-1시간 20분이니까 50분쯤 뒤??

-ㅇㅇ 아마두

그런 이야기가 오가고. 몇몇은 웹서핑에 들어갔을 때.

-어???

-뭐임 왤케 빨리나와

-뭐야 뒤에 또 누구 있나???

발라드 가수 더 문과 조유리 밴드의 분량이 적었다.

부족한 건 아니지만 뉴블랙에게 할당된 분량이 이 정도로 많을 거라고 예상은 못한 터였다.

모두가 TV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내 각지의 거실 TV와 스마트폰에 뉴블랙의 첫 무대가 나오고, 오디오에서는 재즈로 편곡된 나인의 멜로디가 나왔다.

‘좋다.’

‘방금 편곡 우주라고 자막 뜬 거, 나중에 스샷 찍어야지.’

‘역시 본업이 최고다….’

TV 화면에서 엄마 미소를 짓고 있는 관객들의 표정에 깊이 공감하는 수플레들이었다.

이 버전의 나인도 출시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오갈 때.

-단추 언제 터지지

-시한폭탄이 있다는 얘기들었는데 언젠지는 못들은 느낌.. 왤케 신경 쓰이냐 복불복도 아니고

-심지어 다들 옷에 단추가 있어ㅋㅋㅋㅋㅋㅋ

-아 인식하니까 자꾸 신경쓰여

-어떤 단추냐.. 대체 누구의 단추냐..

토크에 집중해야 하는데 자꾸 눈에 단추가 밟히고 있을 때.

능청맞게 ‘뉴블랙 짱’, ‘뮤직카페 짱짱’ 하며 멤버들과 MC인 하승주가 드립을 주고받았다.

그때마다 방청객들의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진짜 컸구나.’

작년 봄에 방영되었던 뉴블랙의 첫 뮤직카페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감회가 새로웠다.

극도로 긴장해서 10초에 한 번 꼴로 마른침을 삼키던 멤버들.

멘트를 도맡았던 우주도 생글생글 웃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상당히 긴장한 게 보였다.

방청객들이 신인 가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상황에서 다른 멤버들의 멘트까지 챙겨야 했으니까.

하지만.

‘다들 방송이 늘었구나.’

토크를 하는 동안에도 오디오가 매끄럽게 이어진다.

다른 신인 아이돌에 비해 워낙 예능 출연을 많이 한 덕인지, 선을 넘지 않은 적절한 드립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꺄르륵! 꺄!]

[흐하하!]

너무 많이 늘어버린 것 같긴 하지만…….

좋은 변화였다.

편한 분위기로 방송 녹화를 진행한 덕에 보는 사람도 한결 편하게 볼 수 있었으니까.

MC의 보컬 칭찬에 쑥쓰러워하는 리혁의 모습이 나왔다.

[기왕 말 나온 김에 아까 그 파트 다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어떤 파트요?]

재즈곡으로 편곡된 Nine의 후렴구를 다시 들려달라는 요청에 리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장 조끼를 근사하게 걸쳐서 바텐더 같은 모습.

이내 메인보컬이 마이크를 들었다.

-잠시만 리혁아 나 귀 좀씻고

-하승주님 센스있네ㅋㅋ 저거 진짜 좋아서 또 듣고싶엇는데

-다들 볼륨 줄이는거 기억하긔.

-몸은 성냥갑이지만, 성량은 세계제일이다 이거에요

서울의 어느 아파트.

자기 방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의 댓글창과 태블릿PC를 번갈아보던 어느 수플레가 멈칫했다.

-으하하하!

거실 쪽에서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하승주의 뮤직카페를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케이블에서 하는 개그 프로라도 보는 모양이었다.

‘뭐 재미있는 거라도 보나?’

그런 생각을 하며 주스를 홀짝일 때, TV보다 시차가 느린 DMB 화면에서 리혁의 목소리와 함께 조끼가 팡- 하고 터졌다.

“푸웁-!”

갑작스런 사레 공격에 몸을 들썩이던 어느 수플레가 바닥에 굴러떨어지는 동안 화면 속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푸핫! 푸하하하! 푸하…?”

이내 바닥에 분무기처럼 쏘아진 주스를 보며 누군가 황망한 표정을 지을 때.

인터넷에서 수플레들은 박장대소를 하는 중이었다.

-Aㅏ.. 단추가 저거였구나

-단추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추 떨어져서 구르는거 따라서 카메라 무빙하는거봨ㅋㅋㅋㅋ 클로즈업 뭔데ㅋㅋㅋㅋㅋㅋ

-카메라감독 : (이건 찍어야 한다)

-ㅋㅋㅋㅋㅋㅋㅋ아니 나 뮤카에서 무생물 이렇게 클로즈업하는거 처음봄

-저게 터지넼ㅋㅋㅋㅋ

-이러니까 방청다녀온 애들이 말 못했구나 다들 눈 반짝거리면서 ‘뭐?! 단추 터져욤?’하는데 저걸 어케 말해ㅋㅋㅋ

-우리 부모님 비주 단추 주섬주섬 줍는거에 2차로 터짐ㅋㅋㅋㅋㅋㅋ 귀엽다고 해서 이름 알려줄라고 햇는데 비주라고 하시네..

각지에서 다들 얼마나 웃고 있는지 이야기가 나온 후.

-이래서 분량을 많이 줬구나

-매번 까들이 피디한테 뭘 줬길래 저러냐고 할때 ‘분량이요’ 하고 답하는 우리 애들..

-얼마전에 우주가 그거 뽑히지 않았음?? 현직 피디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돌 멤버

-ㅋㅋㅋㅋ그거 개웃겻는데 ‘(사간피디) 응답사유 :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근데 초장부터 너무 임팩트가 강한데.. 이러면 후반부 갈때까지 좀 방송 심심한거 아닌가

-ㅇㅇ 리혁이 단추가 모든걸 가져가서 지금

최근 Y앱 라이브에서 멤버들을 통해 뮤카 출연에 공을 들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였다.

사람들이 보고 나서 음악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런 까닭에 이어질 방송 내용이 심심하면 어쩌나 하며 걱정하는 수플레들이었다.

‘단추 때문에 음악 얘기 묻히는 거 아냐?’

그런 표정을 지은 것도 잠시.

-ㅋㅋㅋㅋㅋㅋ불꽃놀잌ㅋㅋㅋㅋ

-불꽃~ 불꽃놀이이이이

-1분전까지 걱정하던 나를 반성해

-하승주님 현실웃음 터뜨리는거봐ㅋㅋㅋㅋㅋㅋ

근사한 화음으로 ‘이미지 변신- 변신하고 말 테다-’ 하는 뉴블랙의 모습에 안심하는 팬들이었다.

*   *   *

뉴블랙이 출연한 뮤직카페의 본방이 끝난 후.

시청률은 평소보다 소폭 상승해 있었다.

그러나 늦은 시간대 때문에 고정 시청자층을 제외하면 방송 직후에는 큰 반향이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었을 때.

토요일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의 핸드폰에 뉴블랙의 얼굴이 속속 떠오르고 있었다.

-[어제의TV] 하승주의 뮤직카페 출연 뉴블랙 “미친 존재감”

-‘방송사고 덕분에 즉흥작곡?’, 뉴블랙 우주.. 화제의 ‘매너모드송’

-‘들어보실래요?’ 뉴블랙의 타이틀 메들리.. “이미지 변신”

포털 연예면의 상단과 포토 기사에 뉴블랙이 가득했다.

거기에 실시간 검색어까지.

호기심을 느낀 이들이 뮤직카페 클립을 누르기 시작했다. 가장 조회수가 높은 것부터.

“흐하하!”

단추 폭발.

그리고 축구공처럼 무대 위를 구르는 단추를 추적하는 신들린 카메라 무빙에 웃은 것도 잠시.

‘뭐지?’

벨소리로 즉흥작곡을 했다는, 누구든 지나치지 못할 내용의 제목과 썸네일이었다.

고요한 공개홀에 울려 퍼지는 벨소리.

어느 커플이 민망한 얼굴로 핸드폰을 끄는 가운데, 화면 속에서 우주가 손끝을 움직였다.

‘우와…….’

피아노 건반 위에서 재현된 벨소리가 점차 변주되더니 하나의 노래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이뤄진 변화.

분명 10초 전까지 뼈대만 보였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근사한 성이 하나 지어진 듯했다.

‘뭐야. 어떻게 한 거야?’

신기함을 느끼는 것도 잠시, 뉴블랙의 즉흥 노래가 이어졌다.

[매너모드 못했군요 (못했군요!)]

벨소리 하나에서 시작된 즉흥곡.

센스 있게 붙여진 노래 가사에 웃음과 감탄이 동시에 나왔다.

신기해서 계속해서 보게 된다고 할까.

이어서 재생되는 ‘노스탤지어 OST 작곡 비하인드’와 ‘타이틀곡 메들리’까지.

건반 앞에 앉은 우주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듣기 좋은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얘는 뭐 하는 애지?’

뉴블랙의 우주가 ‘작곡을 한다더라’ 하는 것은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또 달랐다.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느낌.

대개 신기하거나 웃긴 걸 본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듯이 해당 동영상 또한 빠르게 퍼졌다.

“이거 봤어?”

“저번에 특공대 간 뉴블랙 걔, 이번에 노스탤지어 OST 진짜로 작곡한 거 같던데.”

“야, 너 그거 매너모드 봤냐?”

주말에 만난 사람들끼리 이야기가 오가고.

-방송 중 벨소리 듣고 즉석에서 곡 만든 아이돌

-뉴블랙 에티켓송.swf

-아이돌이 알려준 헐리웃 영화 ost 제작 비화

커뮤니티 등을 통해서도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대박.. 저렇게 곡을 만드네

-어제 방송 봤는데 찐으로 천재다.. 하는 생각이 들었음. 뉴블랙 애들 다 음악으로 뭔가 있음

-ㅇㅇ 진짜 다 잘하더라 단추 걔 노래 잘하는건 알고 있엇는데

-벨소리 저건 진짜 신박한데??ㅋㅋㅋㅋㅋㅋㅋㅋ 어케햇냐

-노스탤지어도 신기하다. 말하는데 무슨느낌인지 알 거 같아 천개꿈 저거할때 진짜로 붕 뜨자나

-작곡 진짜로 쟤네가 다 했나보네

-아버지 유명하던데 음악쪽 재능 다 물려받았나봄

한편 뉴블랙의 염원대로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이미지도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뭔가 얼굴이 달라 보이네..

-웃긴 애들인줄 알았는데 음악 잘하는 웃긴 애들 느낌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라고 하냐 문무겸비도 아니고

-얼굴낭비

-음악 잘하는 예능인 vs 예능 잘하는 음악인 둘 중에 뭐같음??

그리고, 레몬 엔터의 홍보팀 사무실.

“…….”

“…….”

자리에 앉아서 마우스를 딸깍거리던 홍서영 대리와 서서 바라보던 윤석환 실장이 입을 열었다.

“뭘까요. 실장님. 이겼는데 진 이 기분은.”

“그러게요. 이걸 성공했다고 해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한창 주가가 오른 뉴블랙의 네임 밸류 덕에 방송 내용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그 덕에 실력파로서 각인이 된 것 같긴 한데…….

이미지 변신이라기보다는 ‘뉴블랙은 여전히 뉴블랙’ 하는 느낌이었다.

“…….”

두 직원이 오묘한 기분을 느낄 때.

전화벨이 울리고, 홍 대리가 수화기를 들었다.

“감사합니다. 레몬 엔터 홍보팀… 아, 예. 안녕하세요. 예?”

“……?”

고개를 갸우뚱하는 매니저에게 홍서영 대리가 메모지에다 대고 무언가를 끼적거렸다.

*   *   *

영화관.

‘노스탤지어’를 보러 온 관객들이 팝콘과 콜라 등을 품에 안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어, 뉴블랙이다.”

“쟤네 이번에 그거 봤어? 개웃기던데.”

“멋있는 거 하니까 적응 안 되네.”

통신사 광고에서 트렌디한 20대를 연기하며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모델처럼 걷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10분 남짓한 광고 타임이 끝난 후.

극장의 비상 대피로와 에티켓 안내 문구가 흘러나올 때였다. 익숙한 안내음악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음?’

처음 보는 동영상이 재생됐다.

영화관.

스크린 속에서 어느 어린이가 어두운 극장을 두리번두리번하면서 하면서 누가 봐도 ‘나 길 잃었어요’ 할 때.

-안녕.

에티켓 요정처럼 차려 입은 비주가 어린이 앞에 나타났다.

-길을 잃었니?

-네! 저를 도와주러 오신 건가요?

-아니.

에티켓 요정이 사근사근 말했다.

-나도 잃었어.

그 순간 콜라를 마시다 사레가 들린 사람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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