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2화
뉴블랙이 꽃을 뿌리자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가 고개를 슥 돌리며 입꼬리를 꿈틀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꽃 진짜 못 뿌리네.’
‘정말 넉넉하게 뿌리는구나.’
‘소금인 줄.’
김장 김치에 소금을 뿌리듯 자신들의 앞길에 꽃을 팍팍 뿌리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이내 행사장 현수막 아래에 선 5인조.
플래시가 터지는 카메라를 향해 뉴블랙이 근사한 미소로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우와…….”
구경하러 모인 이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실물 대박이다.”
“와……. 쟤 뭐야. 뭐야?”
“자기야. 쟤네 보고 나서 나를 쳐다보면 어떡해.”
멀찍이서 볼 때는 ‘어! 뉴블랙이다!’ 하며 웃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살짝 당혹스러웠다.
생각도 못한 비주얼이었으니까.
친근한 동생 같은 이미지로 여기고 있었는데 가까이서 본 실물은 친근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TV가 실물을 절대 다 담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안녕하세여!
뉴블랙의 막내가 대형견 같은 웃음으로 여기저기 손을 흔들어서 잠시나마 친근해졌지만.
이내 덤덤한 표정으로 바뀌자 확 낯설어졌다.
-둘 셋.
특히 마이크를 잡은 우주는 저도 모르게 그 얼굴을 뚫어져라 집중해서 바라보게 했다.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저희가 오늘 화장품 런칭 행사에 홍보 모델로서 참석하게 됐는데, 잘 부탁 드려요!
-어서 박수로 맞이해 주세여~!
가벼운 웃음과 함께 핸드폰으로 촬영 중인 이들이 손목을 두드려 박수 소리를 내 주었다.
그 동안 점점 구경꾼이 불어났다.
‘뉴블랙이야? 뉴블랙?’ 하면서 멈췄던 이들이 꼬리를 물듯이 붙기 시작했다.
“쟤네 요새 뷰티 광고도 해?”
“그러게. 왜 하지?”
여기저기서 수군거림이 들렸다.
지금까지 뉴블랙이 찍었던 광고들은 대부분 렌즈, 통신사,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종류였다.
그와는 약간 이질적인 뷰티 광고에 모두가 궁금해 할 때.
-소감이 어떠신가요?
MC의 물음에 서늘한 인상의 멤버가 마이크를 들었다.
-감회가 새로운 것 같아요. 제가 여태까지 잘 쓰고 있었는데, 스타일리스트 분께서 늘 해외에서 구매하던 제품이었거든요.
-얼마 전에 영상도 화제가 되셨죠?
-네.
그제야 사람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거구나!’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에 굉장한 커버력을 보여주었던 붉은 귀 영상이 떠올랐다.
우주가 마이크를 잡았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다고 들었어요. 리혁이 이름을 치면 제일 먼저 최신 연관 검색어로 ‘리혁 파데’가 나온다고.
-두 번째가 ‘파데 리혁’이에여.
-리혁이가 굉장히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친구인데…….
비주가 수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 아이가 이 제품을 만나고 자신감을 얻었어요.
-맞아. 맞아.
중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는 동안 구경하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왠지 모르게 부모님과 아들 같은 분위기였다.
리혁이 살짝 홍조가 떠오른 얼굴을 흔들고는 엄지와 검지로 ‘요만함’을 표현했다.
-네. 제가 부끄러움을 살짝.
다섯의 머리가 동시에 움직였다.
절레.
손가락이 조금 더 벌려졌다.
-조금.
절레절레.
리혁이 입을 꾹 다물고는 10cm 정도로 만들었다.
-어느 정도 타는 편인데… 이 제품으로 큰 도움을 받은 거 같아요.
그제야 속이 시원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뉴블랙의 멤버들이었다.
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충격적인 실물 비주얼에 놀랐던 사람들이 점점 평소 같은 뉴블랙의 모습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MC와 뉴블랙 멤버들이 가볍게 대화를 나눈 후.
본격적으로 시연이 이어졌다.
-리혁 씨, 여기 앉아 주시면 돼요.
-네.
무대 중앙에 놓인 의자에 살포시 앉은 뉴블랙의 메인보컬.
그 얼굴이 전광판에 흘러나왔다.
서늘하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이 또렷한 선이 되어 스크린을 뚫고 나오고 있었다.
이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클렌징을 시작했다.
슥슥-
화장이 지워지기 시작할 때, 몇몇 사람들이 흠칫했다.
‘뭐야. 저거 지워도 되나?’
‘얘네 회사는 이런 거를 왜 승낙했대?’
이렇게 카메라도 많고, 공개적으로 보는 눈들이 많은 곳에서 하기에는 좀 과감한 기획이었다.
완벽한 민낯까지는 아니더라도 화장이 지워진 후의 결과물이 인터넷에 돌아다닐 테니까.
팬도 아니지만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고 있을 때였다.
“음……?”
전광판에 드러나는 모습에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고는.
“……!”
생각지도 못한 장면에 눈을 깜빡거렸다.
‘뭐야.’
화장이 지워질 때마다 리혁의 인상이 점차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가 조금 순해졌다고 해야 하나.
여전히 예리한 인상이긴 하지만, 점점 날카롭고 곧기만 했던 선이 부드럽게 바뀌고 있었다.
‘피부는 왜 저렇게 좋아.’
새하얗고 뽀얀 피부였다.
보고 있다 보면 손가락으로 뺨을 콕콕 하고 싶을 만큼.
그리고 볼펜 선처럼 날카로웠던 얼굴의 윤곽 등이 붓으로 그린 동양화처럼 변했다.
“……!”
그 결과물로 나타난 것은 청초한 미인 같은 인상이었다.
조명이 더운지 머리카락 끝에 성글성글 맺힌 땀을 스탭이 톡톡 털어주는 동안 리혁이 눈을 감았다.
그랬다가 다시 눈을 뜨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바라보았다.
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무의식적인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우와…….”
진행을 맡은 아나운서와 현장 스탭들도 고개를 빼꼼 내밀어서 그걸 지켜보고 있는 동안.
뉴블랙의 멤버들과 매니저들이 흐뭇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쟨 메이크업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존나 예쁘다. 진짜…….”
“단추가 쟤 맞지? 나 적응 안 되려고 그래.”
“오빠. 쟤 보고 왜 나를 보는 건데. 해명해.”
“어? 빨개진다.”
그런 수군거림이 귀에 다 들려오는지 귀부터 시작해서 벌건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새하얀 뺨에 떠오른 홍조부터.
그리고.
파파팟-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전문적인 손길로 퍼프를 팡팡팡 할 때마다 붉은 기운이 사라졌다.
“오오오……!”
사람들의 눈이 반짝거렸다.
화장품 런칭 행사인데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감탄사가 어째 차력쇼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대박이네.’
‘오늘 이거 꼭 산다.’
평소에 홍조 때문에 고생한 이들의 눈에 제품명이 확 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시연으로 얼굴 반쪽이 먼저 끝났을 때.
“흐하하!”
뉴블랙 멤버들이 고개를 슥 돌린 채 몸을 들썩였고,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다.
전광판에 떠오른 적색 반, 흰색 반 때문이었다.
‘투페이스 같다.’
‘저거 애기 때 보던 그 아수라 백작…….’
‘울상 됐네. 귀엽다.’
입을 꾹 누른 채 리혁의 등 뒤에서 토닥토닥 해주는 멤버들의 모습에 사람들이 웃었다.
왠지 모르게 보기 좋았다.
함께 모여 있는 비주얼 합에 눈도 즐겁지만, 자기들끼리 우애가 엄청 좋아보인다고 할까.
톡톡톡.
SNS와 메신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뉴블랙의 실시간 사진과 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 * *
그날.
아이돌 커뮤니티에도 뉴블랙의 뷰티 행사에 대한 글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비주얼로 4개국 실트 오른 아이돌.jpg]
뉴블랙 리혁.
ps. 그 유명해졌던 파데 런칭했다고 함
-와 개오진다
-나 저거 직접 보고 온 사람인데 진짜 저 짤도 다 못 담았음.. 화장 지워질 때가 대박
-현실감 없는 존잘이다
-뉴블랙은 진짜 다 얼굴 열일하네
-ㅋㅋㅋㅋㅋㅋ근데 뭔가 새삼스러운 잘생김이야. 예능인들 화보 찍을 때 감탄 느낌
-잊고 있었다.. 얘네 잘생겼지
-단추와 저 청초한 비주얼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의 두뇌
-와 민낯 대박 하얘
-뉴블랙에서 특히 얘는 톤다운 메이크업한다며ㅋㅋㅋ 조명 좀만 쎄면 얼굴 날아간다고
-ㅇㅇ 라방에서 조명 스탭들이 리혁이만 보면 경계한다고 애들이 증언한적있어ㅋㅋㅋㅋ
-(원더풀 나잇 달걀귀신 짤.gif)
지금까지 크게 조명되지 않았던 뉴블랙의 메인보컬 외모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 있었다.
-근데 아티스트 기술이 더 중요해 보이는데.. 컨실러까지 들어간 거라서 일반인이 하면 저렇게 안 됨
-해외에서만 팔지 않았나?? 한국에 출시됐구낭
-지킬하이드짤 다시 봐도 신기하네
-나도 살래ㅠㅠㅠㅠㅠㅠ
-ㅋㅋㅋ쟤 얼굴 때문에 자꾸 솔깃해.. 약간 모델핏 보고 옷 사는 느낌
-하지만 준비물은 얼굴이었구요
-처음에 왜 화장품 광고냐 했는데 규호는 다 이유가 있구나
-규호 : 내가? (문질문질)
-왜 긁적이 아니고 문질인데ㅋㅋㅋㅋㅋ
* * *
필리핀. 인도네시아.
두 나라의 해외 투어와 프로모션 일정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선물이 도착해 있었다.
“화장품 회사 있잖아. 거기 지사에서 보내줬어.”
“오오.”
“파운데이션 엄청 잘되나 보더라.”
리혁이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를 향해 고개를 획 돌렸다.
‘와아아’ 하며 박수를 친 우리가 선물에 눈을 돌렸다.
“뭐야. 뭐가 온 겨?”
“어! 이거 그거 같은데여? 와인?”
“술이야? 술?”
비싸기로 유명한 고급 브랜드의 와인이 지사 사장님이 보낸 감사장과 함께 있었다.
비주가 아쉽다는 얼굴로 선물을 만지작거렸다.
“근데 우주 형은 못 마시네요.”
“아냐. 비주야, 소주는 몰라도 와인은 한 방울 가능해.”
“우리 와인잔으로 마실 때 형은 스포이드로 먹어야겠네여… 아악!”
막내를 응징하고 리혁이가 그 틈을 타 지호의 옆구리를 열심히 콕콕콕 찌르는 동안.
민기 형이 ‘아’ 하며 말했다.
“그쪽에서도 우주 네가 알콜고…….”
“고?”
“…고주망태처럼 취하는 걸 아는지 너를 위한 선물도 따로 보내줬어.”
중현이가 ‘고?’ 하며 고개를 갸우뚱하자, 비주가 뭐라고 속삭여 주었다. 중현이가 납득했다.
“선물이 뭔데요?”
“이거.”
‘짜잔’ 하고 고급스런 봉투에 담긴 상자가 나타났다. 튼튼한 유리병에 담긴 포도주스 세트였다.
“오오, 유리병 주스!”
기쁜 마음으로 선물을 받아들였다.
“진짜 좋다. 할머니가 이 유리병 엄청 좋아하거든요. 참기름 담을 때 좋다고.”
우리 덕순 여사한테 유리병을 자랑할 생각에 신이 났다.
그 외에도 화장품 회사에서 보내준 샘플이라든가, 스킨 로션 등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 잘 되고 있나 보네.
이번에 참여한 화장품 행사는 꽤 오래 전부터 기획이 되고 있었던 거였다.
리혁이가 지호와 음악방송 MC를 했을 때, 처음 화제가 되면서 연락이 들어왔다고 할까. 그 이후로 여러 차례 미팅을 하면서 일정을 잡다가 이번에 출시된 거였다.
여러모로 서로에게 윈윈이었다.
화장품 회사는 신제품 런칭을 성공적으로 하고.
요즘 들어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비주얼도 한 차례 재조명 받기도 했고.
무엇보다.
“으흠, 뭘 이런 것까지 보냈대요. 내가 그날 행사에서 열심히 해서 그런 건가~?”
새초롬한 얼굴로 선물을 뒤적이는 메인보컬을 보며 우리끼리 슬그머니 웃었다.
‘신난 거 봐.’
‘인터넷에서 칭찬 받아서 신났어.’
외모에 대한 칭찬을 엄청 받은 뒤로 요즘 들어 더 열심히 관리에 공을 들이는 우리 애였다.
공식 SNS에 셀카도 자주 올리고.
우리가 잠이 든 척을 하고 있으면, 몰래 핸드폰으로 행사 직캠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좋아하곤 했다.
그 덕분에 요즘 들어 살짝 상냥해진 것 같기도 하고.
“음흠흠~”
선물 상자 앞에서 셀카를 찍으려는 리혁이에게 지호가 슥 다가가 붙어서 손가락 브이를 했다.
“짠?”
“짠~”
웬일로 기분 좋게 OK 하고 있었다.
둘이 비주얼 형제처럼 투샷을 찍으며 환하게 웃고 있을 때, 나도 슬그머니 들어가 브이를 했다.
“그럼 나도~”
둘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어딜 양심 없이 들어오려고! 이 그림에서 빠져요!”
“형은 들어오면 안 돼여!”
막내라인이 합심해서 손바닥으로 나를 화면 바깥으로 밀어내면서 잠시 데굴데굴 굴렀다.
“…….”
언제부터 이런 신세가 된 걸까.
* * *
점점 겨울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찬바람이 휑 하고 몸을 훑을 때마다 몸서리가 쳐지고, 입고 있는 옷들이 서서히 두꺼워지는 날씨.
10월의 마지막 이틀을 남겨둔 날이었다.
-네, 문화체육부장관 표창 수상자인 뉴블랙입니다.
진행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리는 동안, 우리가 ‘대중문화예술상’이라고 적힌 포토월에 섰다.
“왼쪽부터 봐 주세요!”
“네!”
수백 개의 나방이 날갯짓하는 듯한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팡팡 터졌다.
기자 중 하나가 말했다.
“살짝 대각선으로 서…!”
척.
“서셨고… 팔짱 풀…!”
척.
“푸셨…네요.”
‘푸셨…’에 취재진 사이에서 잠시 웃음이 새어나왔다.
반원형으로 둘러싼 취재진을 향해 능숙하게 방향을 돌려가며 손을 흔들어 주고는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바로 뒷순서로 배우 서노을이 포토존에 입장하는 동안 우리는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스테이지와 함께 작은 규모의 홀이 나타났다.
이곳은 서울 중구의 한 국립극장.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기 위해 방문한 장소였다.
“안녕하세요!”
먼저 도착한 이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오늘 표창을 받을 예정인 배우, 가수, 예능인들이 우리의 인사에 웃으며 받아 주었다.
아는 얼굴 반, 모르는 얼굴 반이지만 전부 다 TV에서 적어도 한 번씩은 본 적 있는 분들이었다.
“우리가 이 줄인가?”
“그런 거 같은데요.”
대통령 표창을 받는 이들의 뒤에 국무총리 표창,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줄이 우리 자리였다.
자리에 앉아서 주변을 두리번 거릴 때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
“안녕하세요!”
우리와 소속사가 같은 배우 서노을이었다.
‘슬립’의 카메오 촬영 때 이후로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라 반가웠다. 그때 당시에 엄청 피곤해 보였던 기억이 있었다.
코트를 우아하게 걸친 이가 우리 옆에 앉고는 ‘아이고야’ 하며 한숨을 쉬었다.
…만성피로셨구나.
“회사에서 해외투어 중이라고 들은 거 같은데. 안 힘들어?”
“네.”
“너희는 항상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혹시 뭐… 먹니?”
관심을 보이는 이와 잠시 홍삼의 효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하이하이하이~”
유쾌하게 손을 흔드는 태현이와 함께 TNT 멤버들이 나타났다.
나를 비롯한 우리가 꾸벅 배꼽 인사를 하자, 녀석들도 키득거리며 배꼽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안녕하세요. 후배님.”
서로 공손하게 인사한 후 웃음이 터졌다.
자리에 앉은 TNT 멤버들이 고개를 쏘옥, 쏘옥 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왜.”
“크.”
태현이가 손뼉을 쳤다.
“우리 작곡가님, 얼굴에서 빛이 나신다.”
“천재 작곡가……!”
“이분이 바로 곡을 면발처럼 뽑아낸다는.”
“아. 그만해.”
주변에서 ‘천재 작곡가?’ 하며 바라보는 어르신들 때문에 내가 수치스러워하자 다들 키득거렸다.
태현이가 말했다.
“빌보드 축하합니다. 행님.”
“예에… 정말 감사합니다.”
내가 민망하게 웃자 이번에는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고개를 돌렸다.
“행님, 저 내년에 솔로 나옵니다.”
“저두.”
“혹시 휴지통 비우기를 안 했다면, 거기 있는 곡을 넘겨줘.”
농담조로 ‘나 곡 좀 줘’ 하는 이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다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년이면 7년차인 만큼 솔로나 유닛 활동을 계획 중인 듯했다.
다른 멤버들과 우리 애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태현이가 속삭였다.
“그거 방송 나가고 나서 우리 큰아버지가 얘기하더라.”
“한영준 이사님?”
“어.”
태현이가 말했다.
“기획팀 직원들이 욕 좀 먹고 있다던데. 저렇게 재능 많은 애를 왜 안 붙잡았냐고.”
“뭐. 그때는 한창 배울 때였으니까.”
“아무튼 좀 쌤통이긴 하더라. 그러니까.”
‘나는 네 편’ 하는 얼굴로 입에 손을 모아 속삭였다.
“고옥…….”
“어?”
“고옥 주세요오오…….”
슬슬 입장하는 팬들을 의식했는지 저주파처럼 ‘곡 주세요’ 하는 녀석이었다.
그러곤 ‘알지?’ 하며 씩 웃고는 고개를 돌렸다.
슬슬 본 식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장내가 어수선해졌다. 오늘 훈장을 받는 원로 예술인들도 등장하고.
“안녕하세요!”
사람들이 등장할 때마다 꾸벅 인사를 했다.
한국 예술사에 등장해야 할 것 같은 얼굴들이 나타나니 나도 모르게 긴장된다고 할까.
다행히 그 속에서 아는 얼굴이 하나 있긴 했다.
“아이고. 오랜만이구먼.”
지팡이를 짚고 걷는 중인 원로 가수가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노재현 선생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뭐들 그렇게 봐? 휠체어 안 타고 걸으니까 신기해?”
“네, 엄청 좋아 보이세요.”
우리가 쌍으로 엄지를 들고 ‘짱’ 하자, 헛기침을 하고는 껄껄 웃는 노가수였다.
“이따 보세.”
“네.”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맨 앞자리로 가서 앉은 원로 가수였다.
본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태현이가 속삭였다.
“오늘 형네는 무대 하던가?”
“조금 이따가.”
“뻘쭘할 수 있으니까 미리 각오 좀 해둬.”
의아해 하는 우리에게 녀석이 작게 속삭였다.
“워낙 원로 분들도 계시고, 연령층도 있으셔서 아이돌 노래하면 반응이 좀…….”
“아아.”
“분위기가 좀 그래. 박수도 치기 애매하고.”
워낙 엄숙한 분위기라서 노래를 할 때 민망할 수도 있다며 조언을 해주는 선배 아이돌이었다.
그러곤 내게 팁을 알려줄 것처럼 귀를 가져다 대라고 손짓했다.
“고옥…….”
“만약에 줄 수 있다면 너를 우선으로 할게.”
“곡곡고옥.”
태현이가 ‘곡곡’하는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다들 착석이 끝났을 때.
스크린에 VCR이 흘러나오면서 MC들의 멘트가 들렸다.
-지금부터 2015년 대중문화예술상을…….
잠시 오프닝이 이어진 후.
현장 진행 스탭이 우리에게 다가와 곧 무대를 준비할 시간이라 알려주었다.
‘화이팅!’
엄숙한 분위기에서 무대를 하는 게 안 됐다는 듯 바라보는 TNT 멤버들에게 내가 목례를 했다.
그러곤 동생들과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태현이한테 얘기 들었는데, 워낙 호응이 적은 무대니까 미리 마음의 준비는 해달래.”
“살짝 민망할 수도 있겠네여.”
“어쩐지 아까 오프닝 무대 할 때도 다들 엄청 무표정하게 보시더라구요.”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무대에 올랐을 때였다.
-짝짝!
Nine의 무대를 시작하자마자 객석으로부터 흥겨운 박수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뭐지.’
‘엄숙하다고 하지 않았나?’
안무를 하는 동안 동생들과 의문의 눈빛을 교환했다.
객석의 반응이 엄청 좋았다.
* * *
무대 바로 앞.
중앙에 앉아 있던 원로가수 노재현이 껄껄 웃으며 박수를 쳤다.
“아이고. 좋구만. 좋아. 핫핫.”
“…….”
“자네는 안 좋나?”
“조, 좋네요. 선생님.”
옆자리에 앉은 중년 트로트 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노재현 선생님이 박수를 치시는데…….’
이내 그 뒷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도 손을 들었다.
‘백상교 선배님이 박수를 치시는데 내가…….’
그렇게 뒷자리에 앉아 있던 이들이 박수를 리듬감 있게 치기 시작했다.
짝짝-
서서히 연차순으로 퍼져 나가는 내리 박수.
“…….”
박수를 치면서 TNT 멤버들은 왠지 모르게 억울한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