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4화
36장. 시상식의 계절
마지막으로 등장한 말레이시아의 ‘one hit’은 그야말로 무대를 장악하듯 춤을 췄다.
와아아-!
처음으로 객석에서 환호가 나왔다.
‘Nine’에 맞추어 20개국의 사람들이 군무를 추는 동안 원힛이 중앙에 서서 안무를 맡았다.
“어? 잘한다.”
라로즈의 백유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짜 잘한다. 저 중에서 젤 잘하는데요?”
“그러네. 잘하네.”
백상중도 동의하듯 말하고는 내게 고개를 돌렸다.
“원래부터 춤을 좀 추던 친구들이었나 봐?”
“네.”
아니요.
“원체 잘하는 분들이어서, 저희가 몇 가지 팁 정도만 조금 알려드렸어요. 하하.”
댄스계의 시어머니가 춤을 가르쳤죠.
“아. 그런 거구나.”
…하며 라로즈의 백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백상중은 눈을 게슴츠레 뜰 뿐이었다.
명곡단 MC를 하면서 꽤 오랜 시간을 본 사이라서 그런가.
그가 못 믿겠다는 얼굴로 물었다.
“몇 가지 팁을 조금?”
“…….”
“너희가?”
“네. 정말이에요.”
“너희 3차 경연 때였나. 손동작 하나 안 맞았다고 복도에서 1시간 동안 연습했잖아?”
아닐 텐데 하는 표정을 짓던 이가 물었다.
“몇 분이나 가르쳐 줬는데?”
“그…….”
“……?”
“단위가 분이 아니고 시간이에요.”
그제야 상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다는 듯 끅끅거리며 웃었고, 내가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보조 MC를 맡은 걸그룹 멤버만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
다행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우리 때문에 저렇게 독기 어린 눈으로 춤을 추게 된 건지는 모를 테니까.
“거의 끝나 가나 보네.”
멀찍이 스탭이 보내는 수신호를 알아들었는지 백상중이 준비하라고 눈짓을 했다.
나와 백유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마이크를 들었다.
TNT의 히트곡에 맞춰 군무를 추던 20개국의 참가자들이 엔딩 포즈를 취하자 환호가 흘러나왔다.
와아아-
그 동안 우리들이 무대를 향해 걸어갔다.
-네, 정말 멋진 오프닝 무대였습니다.
-참가자 분들은 이 앞에 정렬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가 마이크를 들고 참가자들에게 영어로 진행사항을 전달해 주었다.
나이지리아 팀, 태국 팀, 필리핀 팀 등이 지나가는 나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거리는 동안.
“…….”
세모꼴로 변한 눈으로 ‘어떻습니까. 스승님이시여’ 하는 말레이시아 팀을 빠르게 지나쳤다.
-네, 그럼 참가자 분들마다 자기소개 부탁드릴까요? 먼저 독일에서 온 참가자분부터 부탁합니다.
독일의 본(Bonn)에서 온 다니엘라 씨가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통역사분의 목소리가 울렸다.
-며칠 간 한국에서의 일정은 몹시 아름다웠습니다. K팝의 오랜 팬이어서 꼭 오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씩 소개가 이어진 후.
생글생글 웃는 필리핀 팀을 지나 말레이시아 팀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으흐흐흐.”
유달리 톤이 다른 웃음소리.
다들 ‘꿈의 코리아!’ 하고 있는데 악의 조직에 막 입단한 악당 꿈나무처럼 웃는 댄서들이었다.
화장으로도 다 안 가려진 다크 서클이 눈에 들어왔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말레이시아의 ‘원힛.’
한국에 온 소감을 나름 발랄하게 말하던 댄스팀이 자신들의 포부를 밝히며 말했다.
리더인 JJ가 로봇 같은 얼굴로 말했다.
-오늘 우승하겠습니다. 뉴블랙으로부터 직접 춤을 배웠습니다. 그들이 우릴 새로 만들었습니다.
꼭 인조인간이 ‘우리 제조사는 뉴블랙이다. 삐릿삐릿’ 하는 느낌의 목소리에 객석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모른 척하고 큐카드를 흘깃 보는데.
말레이시아 팀의 댄서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주억거리며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
아무래도 모른 척하기에는 글러 버린 것 같았다.
* * *
K팝 페스티벌은 빠르게 진행됐다.
각국에서 온 아마추어 팀들의 노래나 댄스 공연과 함께 중간중간 프로 가수들의 무대가 들어갔는데.
그때마다 1만 명의 관객들이 내는 환호가 창원 종합운동장을 쩌렁쩌렁 울렸다.
필리핀 팀의 커버 무대가 끝난 후.
-네! 여러분들이 오랫동안 기다렸던 팀이죠. 요즘 떠오르고 있는 대세 중의 대세.
-어머, 지금이 몇 시죠?
보조 MC의 멘트가 끝나기 무섭게 ‘아홉 시!’ 하는 수플레들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들려왔다.
어찌나 큰지 리프트에서 대기하던 우리도 깜짝 놀랐다가 이내 미소를 교환했다.
이 정도로 큰 무대에서 공연하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기분 좋은 긴장감이 전해…….
달달달.
쪼그려서 다리를 덜덜덜 떠는 리혁이의 모습에 중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중현아.’
‘네. 형.’
‘올려라.’
유리 항아리를 들어올리듯 중현이가 리혁이를 양손으로 붙잡아서 살짝 들었다.
허공에서 울리는 진동폰 같은 모습에 리프트 옆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던 스탭이 입술을 꾹 말았다.
와아아아-!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MC들의 멘트가 끝난 후.
리프트가 서서히 위로 올라갔다.
서늘한 밤바람.
그리고 그와 반대로 경기장 전체에서 밀려오는 후끈한 열기와 함성 소리.
전주가 흘러나오면서 우리끼리 안무 대형으로 펼쳐지자 응원법이 쩌렁쩌렁 울려왔다.
-선우주 김비주 김중현 서리혁 왕지호!
살갗을 타고 찌르릇 하고 오는 함성의 여파에 나도 모르게 팔에 소름이 우수수 돋았다.
1만 명의 관객이 모이는 공연장.
다양한 그룹의 팬들이 모이는 곳에서 이 정도로 함성이 크다는 게 새삼스럽게 신기하다고 할까.
분위기만 보면 절반은 틴스피릿 팬이고, 절반은 우리 수플레였다.
와아아아!
우리가 돌출무대로 걸어 나갈 때에는 아예 커다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객석에서 보이는 달봉이의 물결.
중간중간 눈을 돌릴 때마다 어딜 보든 ‘지호야 지호야’나 ‘우주야. 꽃길은 O, 꽃무늬는 X’같은 응원 슬로건이 가득하다.
“뭐야. 뭐야.”
백스테이지에 내려온 후에도 동생들과 들뜬 미소를 교환했다.
“뭐야. 수플레들이 이렇게나 많았어?”
“이렇게 직접 체감한 건 오늘이 처음 아니에요?”
리혁이가 땀을 닦으며 말했다.
“전에는 이 정도 함성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맞아여. 저 잠깐 콘서트 하는 줄 착각했다니까여. 가사 나올 때마다 떼창도 해 주고.”
“일반인 분들도 따라 부른 거 같던데요. 아까.”
우리가 ‘크으’ 하며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았다.
인기의 맛이었다.
지금까지 합동콘 같은 행사를 했을 때, 이 정도로 주인공 느낌이 나는 경험을 했던 적이 없었는데.
작년 드림콘에서 ‘쟤네 누구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관객들을 떠올리니 격세지감을…….
“시발.”
느끼는 와중에 느닷없는 욕설에 눈이 휙 돌아갔다.
코를 훌쩍거리며 걸어오는 사춘기 고등학생들이었다. 하늘하늘한 의상을 입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틴스피릿이 우리에게 인사했다.
“안냐세요…….”
“나는 춥지 않다. 춥지 않다. 시발. 이거 누가 된다고 했냐? 안 되잖아.”
“팬의 사랑이 날 감싼다……. 감싼다….”
양손으로 몸을 감싼 채 자기세뇌를 하는 이들에게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존나 추우신가요.”
“엇.”
휘연이 멈칫하면서 동시에 다른 멤버들도 정색했다. 눈에 띄게 굳은 반응에 우리가 당황했다.
“……왜 그러세요?”
“안 돼요.”
미소년들이 그러지 말라는 듯 손을 저었다.
“형들은 이런 말 쓰면 안 돼요.”
“맞아요. 안 됨.”
“비속어 쓰면 저희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깨져요.”
군대 때 ‘너는 이런 거 배우지 마라’ 하며 담배 연기를 후푸풍 뿜어내던 선임이 떠올랐다.
비주가 웃으며 물었다.
“저희 이미지가 있어요?”
“네.”
틴스피릿이 자기들끼리 허공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약간 강한 두부 느낌.”
“…….”
“벽돌이랑 부딪히면 벽돌이 깨지는 두부 느낌……?”
‘그거 맞다’ 하며 다 같이 고개를 끄덕대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다.
센 두부는 대체 뭘까.
10대들의 표현력에 감탄하는 한편 ‘에취!’ 하며 코를 훌쩍이는 틴스피릿에게 핫팩을 건네주었다.
“아. 개따뜻해…….”
코를 훌쩍이던 이들이 물었다.
“맞다. 아까 함성 존나 크던데요.”
“그죠?”
“네, 깜놀했어요. 벌써 우리 나갈 때인 줄 알고.”
자기들 나올 때만큼 함성이 큰 거 같다고 말해 주는 이들에게 우리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착각이 아니었어.’
‘흐뭇하다.’
그때 틴스피릿의 매니저가 그들을 불렀다.
“그럼 저희 가요.”
“핫팩 감사합니다. 나중에 갚을게요.”
하늘하늘한 의상을 펄럭이며 비행 청소년처럼 걸어가는 틴스피릿 멤버들이었다.
그리고 중간부터 바뀌는 조신한 걸음걸이.
무대 위의 변신을 앞두고 예열하는 프로다운 모습에 감탄할 때.
와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의 환호는 맛보기였다는 듯 경기장이 폭발하듯 울려 퍼지는 함성에 우리가 눈을 깜빡거렸다.
“…….”
아직은 갈 길이 더 멀다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다.
* * *
K팝 페스티벌의 엔딩 무대가 끝나고.
MC 복장으로 갈아입은 내가 다시 무대 위에 올랐다.
이제 시상을 할 차례.
-우수상입니다. 나이지리아 팀!
심사위원들의 채점 점수에 현장 투표가 합산되어 시상이 이어졌다.
저마다 ‘상금 500만원’ 같은 문구가 새겨진 것을 들고 있을 때.
그리고.
-다음은 상금 2000만원의 주인공, 영예의 대상인데요. 과연 그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백상중이 흥을 돋우는 동안 봉투를 건네받은 내가 이름을 불렀다.
“축하드립니다! 말레이시아의 one hit!”
“와아아아!”
그제야 사람다운 표정으로 방방 뛰며 서로를 껴안는 말레이시아의 커버 댄스 팀이었다.
다른 커버 팀들이 리스펙한다는 듯 박수를 쳤다.
이내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던 one hit이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간 연습했던 보람이 있었다는 말과 함께.
-물론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런 말을 하며 객석을 보다가 내 근처쯤에 시선이 머물렀을 때 대성통곡을 했다.
뭐야.
왜 이 타이밍에 그러는 건데요.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다 같이 박수를 치며 우승자를 축하하는 분위기.
페스티벌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저마다 포옹을 하고 눈물을 훔치는 가운데.
「안녕!」
「잘들 지냈어요?」
우리가 말레이시아 팀을 찾아가 축하 인사를 했다.
우리 얼굴을 보자 감정이 복받쳤는지 다시 한 번 으흐흑 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이들이었다.
「정말 고마워요.」
4인조가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말했다.
「대회 처음에 준비할 때만 해도 우승할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웃으며 물었다.
「저희가 도움이 됐어요?」
「네. 정말로. 뉴블랙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상을 탔어요.」
「그건 아니에요.」
우리가 말했다.
「여러분이 그만큼 연습을 많이 하고, 또 잘해서 상을 탄 거예요. 저희 덕에 탄 게 아니에요.」
「어흐흑!」
비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가 알려드린 걸 다 연습하셨더라고요. 보면서 되게 자랑스러웠어요.」
「고, 고맙습니다.」
보면서 자랑스러웠다는 그 한 마디에 다시금 울음바다가 되는 대기실이었다.
그 동안 PBS의 특집 다큐팀이 우리 모습을 찍었다.
주변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카메라맨들의 모습에 우리가 멘트를 던졌다.
「어때요. 재미있었죠?」
「네.」
「그럼 내년에도 또 올 거죠?」
「…….」
급격하게 표정이 사라지는 이들이었다.
「고마워요. 뉴블랙.」
「단체 사진 촬영이 있나 봐요. 저희 가 봐야 할 거 같아요.」
「고마워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면서 도망치는 이들이었다.
카메라맨들이 그 뒤를 따라 같이 다다다 뛰어가는 동안 중현이가 흐음 하며 말했다.
“보통 다른 아이돌이면 팬들이 막 시간 가는 걸 무서워하고 그러잖아요. 안 가고 싶어 하고.”
“그렇지.”
“그런데 왜 우리는 팬들이 우리한테서 도망칠까요.”
“…….”
* * *
10월이 가고 마침내 11월이 찾아왔다.
겨울.
슬슬 연말무대와 함께 시상식이 하나둘 다가오고 있었다.
12월 초에는 우리가 처음으로 초청받는 홍콩의 KMA가 있고, 가깝게는 11월 초의 망고 차트 어워드가 있었다.
-뉴블랙, 걸스온탑 등 2015 MCA 1차 라인업 확정
-TNT, 틴스피릿, 뉴블랙 ‘2015 망고 차트 어워드’ 출연.. 대세 총출동
-‘빌보드 핫100’ 65위, 대세돌 뉴블랙 MCA 뜬다
매일매일 시상식에 대한 기사가 뜨고 있었다.
작년도 시상식에 참가할 때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기사 물량이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위상과 함께.
최근 OST인 ‘Thousand Dreams’가 빌보드 핫100 차트와 OST 차트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덕이기도 했다.
처음 70위권으로 진입한 우리의 OST는 조금씩 순위가 상승하고 있었다.
“우와. 형들 이거 봤어여?”
신기한 일들이 많았다.
“헤일리 스완이 우리 노래 커버했대여.”
“진짜?”
“그리고 무슨 미국의 유명한 컨트리송? 그런 거 부르는 분이 또 커버했다던데.”
Falling Stars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Thousand Dreams에 미국 유명 가수들의 커버가 나오고 있었다.
유명 틴에이지 가수가 부르고.
미튜브에서 미국의 중년 컨트리 가수가 기타를 치며 커버하는 영상 등을 볼 때마다 신기함을 느꼈다.
빌보드나 그래미 어워드에서 상을 받은 사람들이었으니까.
“우와…….”
그러니 국내는 말할 것도 없었다.
TNT의 신주영이 국내 버전으로 번안된 곡으로 커버를 만들기도 하고.
걸그룹 데일라잇 선배들이 모여서 찍은 커버 영상이 미튜브 인기 영상으로 업로드되곤 했다.
“형. 이것도 봤어요?”
“뭔데?”
“TJ 연습생들인데. 커버 영상 찍었대요.”
특히나 TJ 엔터의 연습생들이 우리 노래를 커버했다는 소식에는 묘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데뷔조가 막 됐을 때 그런 상상을 했으니까.
내가 가수로 데뷔하고, 후배인 연습생들이 내 노래를 가지고 월말평가를 하거나 커버 영상을 찍는.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정말 그런 상황이 일어나니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노래의 인기를 반영하듯 우리의 일도 더 바빠졌다.
“TBC 연말가요제 측에서도 OST 무대를 좀 해 줬으면 하나 봐.”
“그래?”
“준비 좀 부탁한다더라고.”
12월 말에 있을 연말 무대를 앞두고 방송국 측에서도 OST에 대한 무대를 요청하고 있었다.
예약하듯이 벌써부터 ‘찜!’ 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바쁘다. 바빠.”
“진짜 내년 초까지는 뭐 남는 시간이 없을 거 같아여.”
“달력에 비는 날이 없네.”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야 할 만큼 바쁜 스케줄이었다.
남은 해외 투어 마무리와 더불어 각종 어워드 일정까지.
그중에서 가장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망고 차트 어워드였다.
“그런데여.”
어워드 무대 연습을 하다가 쉬고 있을 때. 핸드폰을 바라보던 막내가 우리에게 말했다.
“이번에 저희 무슨 상 받을까여.”
“그거 받지 않나? TOP 10?”
올해 음원 차트에서 가장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인기도 있는 상위 10명에게 수여되는 상.
Top 10에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다.
인기투표 순위도 TNT와 틴스피릿 다음의 3위 정도였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그거 말구여.”
“음. 그러게. 뭐가 있으려나.”
여기저기 후보군에 오르긴 했지만, 우리에게 어떤어떤 상이 돌아올지는 감이 안 잡힌다고 할까.
작년과는 여러모로 관심사가 달랐다.
“모르겠다. 작년에는 신인상에만 눈이 돌아가 있었는데, 올해는 상이 뭐가 엄청 많아서.”
“그중에 하나라도 받으면 좋은 거지. 뭐.”
음악 관련 시상식에서 ‘썸씽’으로 인한 성적을 빼면, 큰 상을 수상해본 적은 없어서 감이 안 왔다.
물론 올해는 대상 후보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것도 실제 수상 여부는 미지수라서.
특히나 올해는 우리가 빵 뜨기도 했지만, 틴스피릿과 TNT도 역대급으로 좋은 성적을 거둔 터였다.
“…진짜 모르겠네.”
뭔가 될 듯 말 듯한 아리송한 느낌이었다.
“뭔가 갈팡질팡하네여.”
“그러네.”
“이럴 때는 믿을 게 하나밖에 없지.”
우리에게 믿을 것은 딱 한 가지밖에 없었다.
“중현아.”
“네.”
“너의 감은 어떠니. 잘 될 거 같니?”
“음…….”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에 우리는 누구보다 행복한 얼굴로 연습을 이어 갈 수 있었다.
* * *
같은 시각.
어두운 사무실에서 한 남자가 머리를 빛내며 물었다.
“이번에 준비는 잘 되고 있나?”
“예.”
윤석환 실장이 답했다.
“최대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해야 돼.”
박규호 대표가 말했다.
“망고 차트 어워드의 첫 레드 카펫 행사에 입을 옷부터 무대 의상, 그리고 무대 세트.”
“예. 대표님.”
“그리고 무대 VCR. 댄서들.”
그가 진지하게 말했다.
“모두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로 쓰도록 해. 누구나 무대를 보면 입이 쩍 벌어지도록.”
“예, 대표님.”
“예산을 아낌없이 써도 좋아.”
박규호 대표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애들한텐 그만큼 투자할 가치가 있어.”
“예. 대표님.”
“그래.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윤석환 실장이 고개를 꾸벅하고 대표 사무실을 나간 후.
의자에 앉아 있던 박규호 대표가 근엄한 표정을 풀고는 발을 퉁기며 의자를 돌렸다.
그 동안 그의 손에 서류가 하나 들렸다.
“하핫! 핫핫!”
10월에 해외 투어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적혀 있는 서류를 보며 광소를 터뜨리는 박규호 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