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5)화 (325/1,031)

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5화

시상식 당일.

체조경기장에 있는 대기실에서 메이크업과 스타일링을 마친 우리가 차량에 올라탔다.

“어우, 춥다.”

11월이라 그런지 날씨가 만만치가 않았다.

정장을 입은 채로 다 같이 양손을 파닥파닥 하며 체온을 높이는 한편, 서로를 체크했다.

리혁이가 스마트폰에 있는 리스트를 읊었다.

“재채기 약.”

“먹었다!”

우리가 주먹을 들고 외쳤다.

“콧물 약.”

“먹었다!”

“안에 내복.”

“입었다!”

“…주먹까지 들고 답할 필요는 없어요.”

“그건-”

넷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리 맘이다!”

다 같이 주먹을 들고 답하자, 리혁이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러곤 스마트폰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무튼 이 정도면 완벽하게 준비가 됐어요. 이제 레드카펫에서 콧물 흘릴 일은 없어요.”

“야. 지금 흘리고 싶은 사람 있으면 미리 흘려.”

“잠시만여.”

휴지를 코끝에 살짝 가져다 댄 막내가 키히이이잉 하더니 OK를 보였다.

“다 풀었어여.”

“잘했다.”

“후우, 진짜 작년처럼 그 수모를 당할 순 없어여.”

우리가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 이유는 바로 작년 망고 차트 어워드 때의 기억 때문이었다.

레드카펫 행사.

거기서 재채기랑 코 훌쩍 한 번 했다가, 포토 기사의 헤드라인이 죄다 콧물범벅이 됐지.

그런 까닭에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콧물약 하나 먹은 거 가지고 다들 그렇게 비장하게 말하지 마요.”

누군가의 말을 무시하며 바깥을 내다보았다.

불봉을 든 현장 요원의 안내에 따라서 차량이 한 대씩 레드카펫 장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멀찍이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시간이 진짜 빠른 거 같아요.”

핸드폰을 거울삼아 앞머리를 정돈하던 비주가 말했다.

“작년에 여기 왔을 때만 해도 올해 이맘때가 올까 싶었는데, 벌써 11월이네요.”

“그러게. 겨울이네.”

두 달만 지나면 또 한 해가 지나간다고 생각하니 묘하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른 까닭인지 동생들의 얼굴이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카메라 마사지 덕분인지 이젠 다들 연예인 같은 느낌이 난다고 할까.

파티에 참석한 첩보영화의 스파이처럼 한 손으로 나비넥타이를 어루만지는 중현이의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젤리 이즈 굿.”

그 상태로 곰 젤리를 촙촙 집어먹는 모습에 곧바로 와장창 깨지긴 했지만…….

“중현아.”

“네.”

“나도 하나 좀.”

“두 개 줄게요.”

투명색과 빨강색 곰을 받아서 우물거렸다.

달콤한 맛 덕분인가.

빳빳하게 굳어 있던 몸의 긴장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다.

아까 리허설을 할 때만 해도 그닥 떨리지 않았는데, 본격적으로 어워드에 왔다고 생각하니 설레면서도 살짝 긴장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2년차.

데뷔 첫 해의 신인에서 벗어나 이제는 프로 가수로서 한 해 동안 활동한 결과에 대한 성적표를 받는 날이었다.

“어, 우주 형 긴장했다. 저거 형 긴장한 표정인데.”

지호가 물었다.

“형, 긴장돼여?”

“조금.”

그러자 덥석 내 손을 붙잡았다.

따스한 기운으로 형의 마음을 녹여 주려는 갸륵한 심산인가 싶었지만.

“기왕 긴장한 김에 제 긴장도 가져 가여.”

“…….”

“리혁이 형이랑 비주 형도 손 얹을래여?”

“…….”

“그럼 나두.”

내 손에 손을 올리더니 ‘내 긴장 사가라~’ 하는 녀석들을 보며 헛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리혁이가 말했다.

“왜 답지 않게 긴장을 하고 그래요.”

“조금 떨려서.”

웃으면서 답했다.

“그 기분 알지? 문제 다 풀고 시험지 딱 덮었을 때, 가채점 해 보고 와아! 하는데 이게 얼마나 잘 본 건지는 모르는.”

“뭔지 알겠네요.”

“약간 그런 느낌이야. 좀 떨리기도 하고.”

그러곤 막내에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물론, 69점은 이런 걸 모르겠지만.”

“…….”

부들부들 떨던 막내가 재시험 보면 될 거 아니냐고 ‘으아악!’하자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리혁이가 말했다.

“뭔 말인지 알 거 같아요. 나도 쪼오오금 떨리긴 해서.”

“그치?”

“어젯밤에 잠을 좀 설쳤어요. 긴장이 돼서. 이게 받을지 안 받을지도 잘 모르겠고.”

유달리 평온한 누군가를 제외한, 다른 동생들도 비슷한 상태인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생 때 착한 어린이표 하나 받을 때도 흥분되는 게 사람 마음인데.

우리가 커리어를 시작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상을 받는 첫 번째 시상식인 셈이었으니까.

가슴이 콩닥콩닥하다.

그러는 동안 차량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얘들아. 준비하자.”

“네!”

동생들과 눈빛을 교환하며 미소를 지었다.

“자.”

다 같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웃으며 외쳤다.

“엎어라~ 뒤짚어라~”

“위!”

“아래!”

유일하게 손바닥을 아래로 한 리혁이가 뿌듯한 미소를 짓고는 제일 먼저 내릴 준비를 했다.

드르륵-

차량 문이 열리고 카메라 셔터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정장을 차려 입은 리혁이가 다리를 우아하게 뻗었다.

꺄아악 하는 비명.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섞여 들었다.

“단추! 단추 걔야!”

“…….”

“뉴블랙이다! 파데남 맞지? 파데남?”

뒤따라 내리던 우리가 뺨을 씰룩거렸다.

*   *   *

체조경기장 앞.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 중인 이곳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득했다.

“와아아아악!”

뉴블랙을 향해 쏟아지는 비명에 현장에 있는 기자들이 저도 모르게 움찔할 정도였다.

‘2015 MCA’ 라는 포토월 앞에서 취재진에게 손을 흔드는 뉴블랙.

요구사항을 말할 필요 없이도 척척, 사각이 안 나오게 대열을 맞추어 포즈를 취하는 보이그룹이었다.

그때마다 시끄러운 함성이 쏟아졌다.

‘뭐야. 얘네 인기 장난 아니네.’

‘이게 다 얘네 팬이었어?’

기자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모여 있는 이들 대부분이 TNT 아니면 틴스피릿의 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아 보였다.

만만치 않은 숫자.

중간중간 누가 봐도 해외에서 온 듯한 얼굴도 끼어 있고.

“오…….”

그런 뜨거운 현장 반응에 레드카펫 현장 행사를 진행 중이던 남녀 MC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채지은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내리고 말했다.

“장난 아니네요.”

“그러니까요. 무슨 함성이…….”

특히 작년에 이어서 또 한 번 레드카펫의 진행자를 맡은 데이드림의 앤드루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요새 이름을 많이 듣는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작년도 신인 중에서 제일 빵 뜬 그룹.

‘바람꽃’과 ‘Nine’을 비롯해서 차트 상위권에 알박기를 한 아이돌이었다.

최근에 노스탤지어의 OST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올랐다는 뉴스를 봤던 터였는데.

‘탑급으로 올라왔네.’

현장 반응만 봐도 오프라인의 화력이 느껴졌다.

‘잘생겼다’ 하는 다른 팬들의 반응과 함께 뉴블랙 팬들의 소소한 반응이 나오던 작년과는 확연히 달랐다.

한결 여유 있는 걸음걸이로 워킹을 하는 5인조의 모습에 데이드림의 앤드루가 오묘한 기분을 느꼈다.

대개 2년차가 그러하듯 신인 티가 조금 남아 있어야 할 텐데.

꼭 기성 가수들에게서 보이는 아우라가 느껴…….

“비주야! 비주야!”

엄마가 아이의 손을 붙잡듯 멤버들이 혼자 다른 곳으로 손을 흔들며 이동하는 이를 붙잡아 데려왔다.

장내에서 웃음이 흘러 나왔다.

길치로 유명한 까닭인지 기다렸다는 듯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이 재빨리 사진을 전송했다.

“어서 오세요. 뉴블랙!”

마이크를 건네받은 다섯 미남이 허리를 90도로 꾸벅 숙였다.

“둘 셋, 안녕하세요! 뉴블랙입니다!”

다시 한번 터져 나오는 함성.

앤드루가 웃으면서 멘트를 쳤다.

“함성이 진짜 대단하네요. 그야말로 핫하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오디오를 타고 얼마나 전해질지는 모르겠지만, 함성의 열기에 저까지 따뜻해질 정도거든요.”

중계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가 뉴블랙에 대한 멘트를 하는 동안 아나운서가 질문을 했다.

“정말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구셨는데요. 국내에서는 ‘바람꽃’으로 상반기 차트 1위, 그리고 ‘Nine’의 뮤비가 벌써 5,000만 뷰를 돌파했죠? 해외 인기가 정말 뜨겁다고 들었습니다!”

우주가 마이크를 잡고 답했다.

“예. 저희가 요즘 해외투어를 하면서 여러 나라를 방문하는데, 그때마다 여러모로 실감하고 있습니다.”

MC들이 멘트를 할 때마다 하나씩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뉴블랙 멤버들이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뭔가 달랐다.

조금 차분하다.

다른 그룹이라면 ‘차분하게 인터뷰를 하는구나’ 하고 말겠지만, 뉴블랙이 차분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앤드루가 물었다.

“제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오늘 분위기가 평소와는 조금 다른데요?”

“헛.”

다 같이 ‘허엇’ 하며 눈을 크게 뜨는 모습에 사람들이 웃었다.

지호가 마이크를 잡고 물었다.

“티가 나나여?”

“평소보다 좀 차분한 느낌이에요.”

“아. 그게…….”

우주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저희가-”

“-긴장했어요!”

다 같이 ‘뉴블랙이에요!’ 하듯이 외치는 모습에 두 MC와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니, 누가 그렇게 활기차게 긴장했다고 외쳐요.”

“죄송합니다. 저희 직업병이라서…….”

다시 차분해지는 뉴블랙이었다.

미튜브 컨텐츠를 하도 찍다 보니 리액션이 이리 됐다는 말에 그들이 미소를 지었다.

이내 간단한 포인트 안무에 대한 질문이나 4개 국어로 된 인사말 등이 지나간 후.

“저희가 지금 레드카펫에서 이벤트를 진행하는 중이거든요.”

“이벤트요?”

“네, 릴레이 칠행시라고 해서, 주어진 제시어에 대해 삼행시처럼 주고받으면 됩니다.”

“오오.”

주먹을 꼬옥 쥐고 눈을 빛내는 뉴블랙.

MC들이 웃으며 멘트를 주고받았다.

“요즘 TV에서 화제가 됐잖아요. 뉴블랙 분들이 즉석에서 작곡이랑 작사를 하는 장면이…….”

“그거 참 신기했죠. 곡도 곡인데, 어쩜 그렇게 가사를 잘 붙이는지. 어디 한 번 순발력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네!”

긴장했다며 차분해졌던 뉴블랙의 눈이 승부욕으로 달아올랐다.

“제시어는 ‘망고차트 어워드’입니다.”

“망고 차트 어워드…….”

“바로 리혁 씨부터 가 보도록 할까요?”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던 리혁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MC들이 말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활기차게 외치는 뉴블랙의 다른 멤버들.

“망!”

너네 긴장했다며.

앤드루가 눈을 깜빡거릴 때,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입을 열었다.

“막막한 마음이네요.”

‘망’을 ‘막’으로 센스 있게 바꾼 시작이었다.

지그시 미소를 짓는 모습과 함께 들려오는 어딘가 노래를 부르듯 서정적인 가락.

중현이 마이크를 받았다.

“고구마를 먹어서 그런가 봐요.”

서정적인 칠행시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장내에서 웃음이 흘러나오고, 아나운서가 고개를 살짝 내리고는 입술을 꿈틀거렸다.

다른 멤버들이 이어받았다.

“차가운 음료 있나요?”

“트림 나오게 사이다 좀 주세여.”

“어, 감사합니다.”

이어 받은 중현이 마시는 시늉을 하며 ‘워어어-’ 하는 감탄사를 내면서 다들 웃음을 터뜨렸다.

사이다 광고의 CF 같은 광경이었다.

우주가 광고 엔딩을 찍듯이 환하게 웃으며 검지로 허공을 톡 치는 시늉을 했다.

“드디어 속이 풀렸네요.”

‘풀렸네요!’ 하며 꺄르륵 발랄하게 웃는 모습에 남녀 MC가 귀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요즘 광고도 많이 찍으신다고 들었는데, 사이다 광고도 들어오겠는데요?”

“오!”

환히 웃던 멤버들이 ‘연락 주세요~’ 하며 카메라를 향해 윙크했다.

“긴장하셨다면서요?”

“아. 맞아요.”

그러면서 다시 ‘우리 긴장했지…’ 하며 차분해지는 뉴블랙이었다.

푸근하게 웃던 중현이 멤버들을 유심히 보더니 자기도 온화한 석상처럼 변신했다.

그런 다채로운 표정 변화를 볼 때마다 왜 뉴블랙이 대중에게 호감 어린 이미지가 되었는지 이해가 된다고 할까.

“네, 감사 드립니다! 그럼 오늘 시상식에서 건승 기원하고요. 지금까지 뉴블랙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비주야. 가자.’ 하며 학부모들처럼 메인댄서를 챙기며 떠나는 모습에 다시 한번 작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렇게 장내가 온화한 웃음으로 가득해진 동안.

유일하게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었다.

-네, 올 한 해 선하고 따스한, 청량미 넘치는 노래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아이돌이죠?

순진무구한 미소로 레드카펫에 입장하는 틴스피릿의 모습에 환호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속은 웃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시발. 우리가 다음 순서네.’

‘존나 뭐해야 되지.’

‘망, 망… 망할 악플러 놈들… 고, 고소할 거야.’

환히 웃으며 머릿속으로 거친 7행시를 떠올리는 청량 미소년들이었다.

*   *   *

“뷰가 좋구만.”

“여기서 무대 구경하면 더 잘 볼 수 있을 거 같아여.”

가수석에 마련된 우리 의자에 앉았다.

맨 앞.

중앙에 TNT가 있고 양옆으로 틴스피릿과 뉴블랙이 둘러 앉아 있는 그런 구조였다.

“안녕하세요!”

이따가 무대 리액션을 앞두고 미리 담아보는지 우리 앞에 쪼그려 앉는 카메라 감독님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다른 가수들이 입장할 때마다 일어나기 바빴다.

“안녕하세요.”

작년 어워드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있고, 또 올해 처음 보는 가수들도 있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안면을 튼 인물들이었다.

“안녕-”

선글라스를 쓰고 입장한 차우현 선배도 있고.

우리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지나가는 스칼렛과 걸스온탑도 있었다.

지호가 자신의 앙숙인 길채경을 슥 보더니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리에 턱 앉았다.

그 외에 조유리 밴드도 있고.

아무래도 음원 차트 성적을 기반으로 상을 주는 시상식이다 보니 평소 음원 강자로 알려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있었다.

대부분이 선배 가수였다.

“안녕하세요!”

우리와 데뷔 동기 중에서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세레니티 하나.

그리고 올해 남녀 신인상을 수상하러 온 에노티와 하이컬러도 있었다. 둘 다 엄청 얼어붙어 있었는데 작년도에 대강 우리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짐작이 갔다.

“저어…….”

“네?”

고개를 돌리니 뒷좌석에 앉은 에노티 멤버들이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준비한 것처럼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던 이들이 손을 모으고 말했다.

“팬이에요. 저희.”

“엇, 감사합니다. 저희도 노래 잘 듣고 있어요.”

“헛…….”

“오늘 신인상 축하해요.”

우리가 ‘화이팅!’ 하고 주먹을 쥐어 보이자, 그쪽도 소심하게 ‘화이팅’ 해 보였다.

그러곤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머리를 한 번 슥 쓸어 넘기면서.

“흐흣… 흠.”

“흠흠.”

나도 모르게 벌름벌름하는 콧구멍을 참으며 뺨을 최대한 억눌렀다.

‘드디어 신인상 축하해요 해 봤다.’

‘선배 코스프레 성공.’

‘우리가 막내 아니다.’

작년도에 다들 근엄한 얼굴로 ‘신인상 축하해요’ 해줘서 뭔가 부러웠는데.

드디어 소원을 성취한 것 같다.

우리끼리 뿌듯해 하고 있는 동안 틴스피릿과 TNT까지 입장을 마쳤다.

울적한 얼굴로 들어오는 틴스피릿의 휘연에게 고개를 갸우뚱하자 귓속말이 돌아왔다.

“칠행시 조졌어요.”

웃음을 꾹 눌러서 참았다.

그 동안 공허한 내 손목을 보고 ‘시계 어디?’ 하는 TNT 멤버들에게 동생들을 가리켰다.

“…….”

님들이었나요, 하는 우리 동생들의 푸근한 시선에 슥 회피하는 TNT의 동생 라인이었다.

선배 그룹의 기개 넘치는 눈빛으로 ‘우리가 사 줬다 왜’ 이런 거 기대했는데.

역시, 예나 지금이나 오합지졸 같은 녀석들이었다.

-네! 2015년 망고 차트 어워드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오프닝 VCR이 끝나고 등장한, 포마드 머리의 배우 유백한이 오늘의 MC를 맡았다.

시상식에 참가한 가수들의 라인업을 읊을 때마다 체조경기장을 채운 관객들의 함성이 터졌다.

-뉴블랙!

“와아아아아아!”

영혼까지 끌어모은 우리 수플레들의 외침에 나도 모르게 좋아서 웃음이 나왔다.

앞에 쪼그려 앉은 카메라를 향해 주머니를 뒤적거리다가 손가락 하트를 만드니 더 큰 환호가 터져 나왔다.

-틴스피릿!

“와아아아악!”

-TNT!

“으아아아아악!”

마지막에 와서 함성 경쟁이라도 하듯이 시끌시끌한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라인업 소개가 끝나고.

시상식은 빠르게 진행됐다.

“네, 살면서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상이죠.”

“바로 올 한해 음원 시장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둔 신인 분들에게 수여되는 신인상입니다.”

객석과 카메라를 향해 자연스럽게 시선 처리를 하며 주어진 큐 카드의 멘트를 읊었다.

올해 신인상의 시상자는 작년도 수상자였던 우리였다.

“그럼 후보부터 만나 보실까요?”

“Let’s play!”

올해 시상식 주최 측에서 내건 구호를 외치자, 전광판에 후보들이 흘러나왔다.

중현이가 중저음의 목소리로 성우처럼 소개했다.

“아이리스, 에이플비, 에노티…….”

작년 시상자도 비슷한 기분이었으려나.

묘한 기분이다.

자리에 참석한 유일한 2015년 데뷔 보이그룹이 눈을 빛내는 동안, 우리가 수상자를 발표했다.

“축하드립니다! 에노티!”

전광판에 ‘NoT’가 떠오르고.

4대 기획사 중 하나인 SNH에서 내보낸 보이그룹이 종종걸음으로 걸어왔다.

거의 90도 각도로 손을 내밀어 트로피를 받으려고 하기에, 비주가 각을 맞춰주자 객석에서 작은 웃음이 나왔다.

“축하 드려요.”

여자 신인상을 수상한 하이컬러에게까지 트로피를 건넨 후.

자리에 돌아와 무대를 감상했다.

작년에는 1부 오프닝이었는데 올해는 순서가 더 뒤로 가서 2부 중간쯤이어서 여유로운 편이었다.

“와아아아!”

다른 가수들이 무대를 할 때마다 같이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포인트 안무를 따라하며 무대를 즐겼다.

올해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Top 10을 중간중간 하나씩 불러내어 소감을 받곤 했다.

큐시트에서 우리는 2부에서 받는 걸로 되어 있었다.

그렇게 가수들의 무대를 감상하는 한편, 우리 앨범에 참조할 만한 곡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네. 이번 상은 올해 망고 차트에서 가장 큰 활약을 했던 송 라이터 분에게 주는 상인데요.

-올해의 Song Writer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결과가 발표됐는지 ‘와아아아아!’ 하는 환호가 이어졌다.

옆에 있던 TNT와 틴스피릿도 일어나고, 동생들과 함께 우리도 일어났다. 다들 박수를 치고 있었다.

“우아아아아!”

동생들이 방방 뛰며 좋아하고 있었다.

같이 박수를 치면서 옆에 있는 리혁이에게 미소를 지으며 소곤거렸다.

“어느 분이 타셨어?”

“너에요.”

“너야?”

멈칫했다가 ‘너’의 주어를 떠올리고 물었다.

“……나야?”

고개를 돌아보니 전광판 속에서 열심히 셀프 박수를 치고 있는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 옆 화면에서 ‘올해의 Song Writer’라고 된 타이틀 아래 ‘우주’라는 글씨를 보고 멈칫했다.

……올해의 작곡가가 나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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