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29화
수능 고사장.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사장 맨 뒤편에 모여 있었다.
“속 괜찮으세요?”
“네…….”
백지처럼 하얀 얼굴.
감탄을 자아낼 만큼 기다란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연예인이 활명수 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조금 괜찮아진 거 같긴 한데. 우욱…….”
“봉지 하나 드릴까요? 혹시 이따가 시험 중에 급하면.”
“가, 감사합니다.”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에 누군가 자기 가방에서 비닐봉지 여분을 하나 가져와 내밀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리혁이 공손하게 답했다.
음료가 묻은 입가를 티슈로 깔끔하게 문지르는데, 창백한 얼굴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깔끔한 동작도 그렇고, 어딘가 병약한 것도 그렇고.
수험생들이 눈을 깜빡거렸다.
‘무슨 만화에 나오는 병약한 공주님 같네.’
‘종이인간…….’
‘역사탐험대에서 나오던 최약체가 진짜였구나.’
종잇장처럼 약해 보여서 당장 뭐라도 도와주지 않으면 쓰러질 것처럼 보이는 얼굴이었다.
여기에 한국인 특유의 정이 더해진 결과.
수험생들은 같은 고사장에서 체한 연예인의 속을 뚫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었다.
“엄지랑 검지 사이에 두툼한 부분 있잖아요. 거기 주무르면 속 괜찮아져요.”
“정말요?”
조물조물.
새하얀 손가락이 자기 손을 문지르는데 개미보다 더 약해 보였다.
“…….”
“왜 그래요?”
“…….”
“주무르고 있는데.”
지켜보고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
“저, 잠시 손 좀.”
“왜요?”
“그렇게 해서는 안 뚫리거든요. 제가 자주 체해서 알아요.”
리혁이 살짝 경계 어린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때, 수험생 하나가 리혁의 손을 꽈아악 눌렀다.
뉴블랙의 메인보컬이 비명을 질렀다.
“느아아아아!”
고사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고함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동시에 최근에 보았던 뮤카의 클립 하나가 떠올랐다.
‘단추가 터질 만했네.’
‘터지는 건 내 고막이었고.’
‘뭔 비명이 옥타브를 넘나드냐…….’
역시 가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수험생이었다.
* * *
같은 시각.
느아아아아아아~
어딘가 아련하게 울려오는 고함 소리에 다른 고사장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무슨 소리야?”
“이거 뭐야?”
“개 짖는 소리 하지 마라, 그거 틀은 줄.”
교실에 있던 수험생들이 술렁거렸다.
곧이어 무슨 일인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떠났던 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래?”
“그게…….”
돌아온 이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지금 연예인 시험 보러 왔잖아.”
“아. 뉴블랙?”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고사장 앞에서부터 기자 수십 명이 카메라를 들고 대기하고, 방송국에서도 녹화 장비를 들고 왔으니까.
“그런데 걔가 왜?”
“김밥을 먹고 체했는데.”
“……?”
“다른 사람이 뚫어 준다고 여기 손을 꽈악 눌러 줬는데, 너무 아파서 비명이 나왔대.”
어딘가 구슬프고 아련했던 비명을 떠올리자 다시 한번 웃음이 나오는 수험생들이었다.
“그래서 뚫림?”
“어.”
‘개잘뚫렸대’ 하는 말에 웃음이 흘러 나왔다.
느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머릿속을 스쳐 가는 비명 소리.
3교시를 앞두고 스트레스 만땅이었던 수험생들의 입가에 잠시 편안한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 *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나중에 제가 꼭 사례할게요. 다들 정말 감사해요.”
송골송골 맺힌 식은땀을 닦아 내며 리혁이 서툰 미소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를 둘러싼 수험생들이 물었다.
“이제 괜찮아요?”
“네.”
“그럼 됐어요.”
괜찮다는 말을 듣자마자 쿨하게 떠나는 고3 학생들이었다.
“후우…….”
심호흡을 하던 리혁이 앞자리의 학생에게도 ‘소화제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 인사를 했다.
‘느아아… 죽다 살았네. 진짜.’
여전히 속이 더부룩하긴 했지만 누군가 손을 꽈악 눌러준 덕에 체기가 뻥 뚫린 리혁이었다.
손에 난 식은땀을 바지에 슥슥 비비며, 코트를 벗고 스웨터 팔을 걷었다.
‘이제 잘 봐야지!’
오늘을 위해서 얼마나 공부했던가.
각종 스케줄을 하면서도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문제집을 풀고, 무료 인강을 보았던 터였다.
물론 잘 본다고 해도, 비주 형과 중현이 형이 다니는 사이버 대학에 진학한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기왕 보는 시험인데 허투루 넘기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무엇을 하든 일단 하게 되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영어도 1등급 받아야지.’
수학이야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어차피 기대하지 않긴 했지만, 국어는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1교시가 끝나고 주변에서 답을 맞춰볼 때마다 귀를 쫑긋쫑긋 했으니까.
중세 국어 문제 하나를 찍긴 했지만, 평소 책을 많이 읽었기에 비문학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영어는 어렸을 적에 미국에서 살았기에 자신이 있는 부분이었다.
‘이대로 한국사까지 잘 본 다음에……!’
SNS에 ‘수플레들, 저 1등급 맞았어요!’ 하고 올릴 생각을 하니 가슴이 절로 부풀었다.
‘아니다. 근데 망친 분들도 있는데 1등급 자랑하면 민폐인가? 근데 수학 망쳐서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늘 그러하듯 쓸데없는 온갖 걱정거리가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떠오르는 리혁이었다.
샤프를 빙글빙글 돌리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
‘이런 건 선우주 씨한테 물어 봐야지.’
무엇을 하면 좋고, 하면 안 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는 팀의 맏형에게 묻기로 결정했다.
온갖 흑역사를 만들고 다니는 와중에도 여태까지 논란의 ‘논’ 자도 없는 리더였다.
‘흐헷 김덕순 흐헷’ 하며 웃고 다녀도 그런 부분에는 철저하니까.
“자, 필기구 외에 다른 물건은 전부 집어넣어 주세요.”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여기저기서 의자 끄는 소리와 지퍼 잠그는 소리, 덜컹이는 소리로 가득했다.
곧이어 영어 듣기 평가가 시작되었다.
문제가 이어질 때마다 리혁이 OMR 칸을 꼼꼼하게 칠했다.
-How many…….
-It’s probably nine’o clock. Oh. Wait…….
영어 듣기평가에 늘 나오는 후반부 문제 때였다.
호텔 예약을 하는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손님이 ‘A임. 아니다 B임’ 하고 반대편에서 ‘아, C여?’ 하며 왕지호처럼 묻는 문제.
리혁이 속한 그룹에서는 일상적인 대화였기에 누구보다 편하게 풀 때였다.
‘Nine…….’
불현듯 ‘나인’이라는 단어가 귓가를 자극하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흔들어 떨쳤다.
이내 듣기 평가가 끝나고 영어 지문을 푸는 샤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리혁도 집중해서 지문을 바라볼 때.
-Nine Nine Nine~
중현이 형이 부른 후렴구가 자꾸만 귓가에서 울렸다.
다시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에베베베’ 하듯이 이번에는 다른 멤버들까지 가세해서 머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마치 환장의 회전목마처럼.
“…….”
리혁이 꿋꿋하게 샤프를 꾸욱 잡을 때.
지문 중 하나에서 ‘nine’ 이라는 단어가 화악 하고 눈에 들어왔다.
후렴구가 거세졌다.
“…….”
한편, 고사장에서 그런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은 단순히 뉴블랙의 멤버뿐만이 아니었다.
‘뭐야. 왜 자꾸 나인이 나와.’
‘나인…….’
‘어제 망고 차트 듣는 게 아니었는데, 좆됐다…….’
같은 고사장에 있는 인원들.
리혁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서인지 자꾸만 ‘Nine’의 중독성 넘치는 멜로디가 머릿속에 울렸다.
문제지를 풀 때마다 전자음이 빰빰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서리혁과 같은 고사장뿐만 아니라, 같은 학교, 그리고 옆옆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Nine Nine Nine~
최근에 망고차트 100을 들으며 문제집을 풀었거나 등하교 길에 유행곡들을 들은 수험생 모두에게 벌어진 현상.
“…….”
전국 각지에 있는 수험생들이 영어 지문을 풀 때마다 울려 퍼지는 노래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다른 나라 말이라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쉬운 영어.
그때마다 ‘Nine’이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수능 금지곡 아니어서 안심했는데.’
‘이것도 수능 금지곡이었구나…….’
미리미리 수능 금지곡은 피한 학생들이었다.
허나 수능 금지곡이라는 건 대개 수능 날에 그 노래 때문에 고통 받은 사람들이 생긴 이후에 나온다는 것이 떠올랐다.
‘하…….’
그리고.
‘아. 열 받네.’
중독성 넘치는 ‘Nine’의 후렴구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리혁이었다.
다른 수험생들이야 많아야 하루 대여섯 번 듣고 마는 노래일 테지만.
뉴블랙의 멤버인 그는 안무 연습을 위해, 무대 연습을 위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듣는 노래였다.
-Nine Nine
-꺄르륵! 꺄!
-리혁아. 리어카를 혁혁 끄는 할아버지를 보면 조심해라!
듣지 못한 환청까지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가운데 리혁은 끙끙거리며 영어 지문을 풀어 나갔다.
* * *
수능이 끝난 고사장 앞.
나와 동생들은 매니저 형들이 모는 차량 안에서 기다리는 중이었다.
“끝났나 봐여. 엄청 나오네.”
“오오.”
제2외국어 영역이 끝났는지 우르르 몰려나오는 학생들이 보였다.
저마다 홀가분한 표정으로, 혹은 묘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걸어 나오다 부모님과 만나 포옹하는 얼굴들이 보인다.
추파춥스를 우물거리던 지호가 말했다.
“저 왠지 저 기분 알 거 같아여.”
“그래?”
“앨범 몇 달 동안 준비한 다음에 첫 음방 뛰고 나면 느끼는 기분 있잖아여.”
“아…….”
적절한 비유라서 공감했다.
몇 달 동안 밤새서 준비했는데 음방에서 딱 3분 하고 나서 내려올 때의 그 오묘한 느낌이라고 할까.
약간의 공허함과 8할의 홀가분함.
막내가 물었다.
“어때여? 비슷해여?”
“나도 수능 못 봐서 몰라.”
“아앗.”
촉촉한 눈으로 바깥에서 수능을 보고 나오는 학생들을 바라보자, 비주와 중현이가 웃픈 표정을 지었다.
눈을 왕방울만 하게 뜨며 우왕좌왕하는 왕씨의 모습에 웃으며 말했다.
“그때 생각하면 아쉽긴 한데, 반대로 생각하면 그날 수능을 못 봐서 이렇게 만난 거니까.”
“오?”
“무사히 고사장 안에 들어갔으면 우리는 만날 일이 없었을걸.”
“어, 진짜네여…….”
세상일이라는 게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날 수능을 보러 갔다면 아마도 작곡과 관련된 대학 학과로 진학을 했을 것이고.
프로 작곡가로서의 길을 가기 전까지 얘네랑은 전혀 접점이 없었을 테니까.
비주가 말했다.
“근데 그러면 뉴블랙도 없었겠네요. 그거 연말평가 때, 형 맨투맨 로고 보고 딴 거니까.”
“어. 그러네.”
중현이가 동의하며 말했다.
“그럼 우주 형 없었으면 우리 레…….”
“레…….”
“레몬 보이즈…?”
생각이 어디까지 다다른 건지 허공을 바라보던 동생들이 동시에 내 손을 덥석 잡았다.
“리어카 할아버님이 정말 은인이네여.”
“형, 잘 왔어요.”
“휴. 큰일 날 뻔.”
수능 안 봐서 너무 다행이라며 눈을 글썽이는 모습에 매니저 형들이 웃음을 터뜨릴 때.
지호가 말했다.
“형들은 왜 웃어여? 우주 형이 안 왔으면 형들도 레몬 보이즈 매니저인데.”
“…….”
“아니면 대표님이 좋아하시는 플라잉 앤젤스나 핫 보이스…….”
매니저 형들이 웃음을 뚝 멈췄다.
그러고는 ‘가족들한테 레몬 보이즈 매니저…’ 하며 중얼거리더니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잘 왔다. 우주야.”
“…….”
“어우, 레보 매니저. 생각만 해도 무섭네.”
민기 형의 말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는 한편, 다들 묘한 기분을 느끼는 것 같긴 했다.
나비효과라고 할까.
재작년에 있었던 단 하나의 변수에서 지금의 뉴블랙까지 왔다는 생각을 하니까.
뭐, 그런 식으로 하나씩 따져가 보면 우연이 아닌 게 없지만.
나로서도 그때 수능을 못 보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얘네랑 만나서 참 다행…….
“진짜 다른 사람이 주워 갔으면 어쩔 뻔했어여. 이 임자 없던 복덩어리 형을… 아아악!”
응징했다.
투덜대던 막내가 추파춥스를 아그작아그작 하더니 ‘아!’ 하며 말했다.
“근데 형들 그거 알아여?”
“뭐?”
“제가 중3 때 엄마가 사주를 보러 갔거든여. 울 아들 어떻게 되냐고. 그랬더니 점쟁이가.”
우리가 귀를 쫑긋거리는 동안 막내의 입이 열렸다.
“제 미래에 황금 닭이 데굴데굴 굴러온다고 했대여.”
“닭?”
“네. 처음에 그래서 울 아빠 회사가 닭 팔잖아여. 그래서 회사에 좋은 일이라도 생기는 건가 했는데. 생각해 보니 그게 형인가 봐여. 닭띠 아닌가?”
“맞긴 하다만…….”
“그날 패딩도 노란 패딩 입었구.”
막내의 참신한 해석에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야. 그럼 내가 네 미래에 복을 주려고 빙판에 데굴데굴 굴렀다는 거야?”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져.”
“그런 거 그냥 미신이야. 그 말이 맞으면 예전에 대표님이 본 점에서 우리가…….”
뭐라고 했더라.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보이그룹이 될 거라고 했었나.
그때 당시에는 말도 안 된다고 했었는데, 2년도 안 되는 기간에 우리가 걸어온 길을 생각하니 입이 다물어졌다.
“대표님이 뭐여?”
“아니야.”
“형, 근데 미신 안 믿는다면서 중현이 형 예감은 믿잖아요.”
중현이가 ‘내 예감 좋은데…’ 하며 중얼거릴 때.
내가 진지하게 말했다.
“지호야.”
“네?”
“중현이 예감은 미신이 아니야.”
“……?”
“과학이야.”
내 말에 비주가 웃음이 터져서 흐하핫 웃었다.
중현이가 ‘아닌데, 나 아닌데…’ 하며 시무룩하게 중얼대는 동안 막내도 ‘사이언스’ 하며 동의했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어! 나온다! 나온다!”
“리혁이 나왔어?”
“나오는 거 같아여. 몰려드는 사람 엄청 많은데.”
리혁이가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에 우리가 꽃다발을 품에 안고 내렸다.
매니저 형들과 함께 달렸다.
“리혁아아아아!”
“수능 잘 봤어여어어어어?!”
“우리 리혁이, 세상에서 제일 고생했드아아아!”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걸어 나오던 리혁이가 얼굴에 양손을 올린 채 우리를 외면했다.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우리에게 플래시를 터뜨렸고.
리혁이는 정말 우리가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외면하다가, 이내 어깨를 팡팡 두드리는 우리 모습에 웃었다.
“시험은 잘 봤어?”
“네. 뭐. 그럭저럭.”
얼굴이 뽀얗게 달아오른 녀석이 입김을 뿜으며 말했다.
“수학은 공부를 못 해서 망치긴 했는데, 나머지 한국사랑 다른 과목은 잘 본 거 같아요.”
“오오오.”
“근데 중간에 너무 힘이 들어서…….”
역시 김밥 먹고 속이 안 좋아진 건가 싶었을 때, 리혁이가 김밥과 함께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몰랐는데요.”
“음?”
“우리 노래가…….”
리혁이가 검푸른 저녁 하늘을 보며 아련하게 말했다.
“수능 금지곡이었더라고요.”
* * *
수능이 끝난 후.
각종 커뮤니티에 수능 후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나 뉴블랙 안티다 ㅅㅂ]
영어 문제 푸는데 nine 보인 다음부터 자꾸 나인나인나인 해서 테러 당함
진짜 이거 듣지 마
수능금지곡 리스트에 없어서 안심했는데 제대로 망했다ㅅㅂ
-ㅋㅋㅋㅋㅋㅋ망햇누
-공부 못하는 애들 특징이네
-나인 언제 들었는데
-[글쓴이] 전날 공부하면서
-ㅋㅋㅋㅋㅋㅋㅋ야 누가 수능 전날에 음악 들으면서 공부하냐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인해 각종 커뮤니티에 증언글이 올라오고 있는 ‘Nine’이었다.
-나만 그런거 아니었구나ㅋㅋㅋㅋㅋㅋ
-문제 지문에서 나인 보고 내 뇌가 나인나인나인 ㅇㅈㄹ 하는데 미치는 줄 알았음
-페북 금지곡 리스트에 없었는데.. 분명 없었는데..
-고3중에 뉴블랙 팬들 있었겠지? 걔네 반응 궁금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하하’ 하며 웃픈 얼굴로 미소를 짓는 수플레들이 끼어 있었다.
-시험을 보는데 최애 노래가 자꾸 맴도는 거예여..
-울 옵빠들 수험생활에 아주 해로운 오빠들이었구나
-난 그런 건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국어 지문에 우주 보고 하트를 쳤어
-나도 바람꽃만 중독성 쩌는 줄 알았지ㅠㅠ 나인도 만만치 않은 곡이었던 거시구나
-ㅋㅋㅋ그래도 님들은 나인이잖아여.. 난 과탐때 규소 보고 규호 생각했어
-엌ㅋㅋㅋㅋㅋㅋㅋ
이윽고 SNS 등에 카드 형식으로 ‘2015ver. 신 수능 금지곡 리스트’ 등이 올라올 때.
[수험장에서 뉴블랙 멤버 체한거 사람들이 뚫어줌 + 후기]
수험장에서 뉴블랙의 메인보컬과 있었던 이야기가 퍼지고 있었다.
-실물이 글케 잘생김????
-ㅇㅇ 감독관들이 들어올 때마다 보고 흠칫흠칫함. 여태까지 잘생긴 사람들 봐도 오 했는데 얘는 보고 와 함
-궁금하다 진짜
-뉴블랙은 나오는 썰마다 존나 비범하네
그리고 이런 후기들을 써치하던 수플레들.
이내 어둠 속에서 조물조물 만든 영업글이 아이돌 커뮤니티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오늘 뉴블랙 리혁 수능 목격 후기.jpg]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친근함
-얘넨 일반인 후기가 정상이 없는데.. 오히려 정상적인거 보면 주작같음
-ㅇㅇ 뉴블랙은 후기 이상해야 주작 아니라고했음
-얘네 기사 사진도 봐봐 보고 족 터짐ㅋㅋㅋㅋㅋ
-과거 후기 보면 공부 잘했던 애같은데 성적 궁금함
이내 누군가 댓글로 첨부한 기사 사진에 사람들의 웃음이 터졌다.
뉴블랙 멤버들이 각자 장미꽃 다발을 들고 와아아 하며 달리고, 매니저들이 옆에서 늠름하게 달리는 사진이었다.
‘뉴블랙, 수능 본 멤버를 향한 사랑의 질주’ 라는 포토 기사 제목과 함께.
-이게 뭐냐고ㅋㅋㅋㅋ
-만화에서 초인들이 나무 파바밧 박차고 달리는 씬인줄ㅋㅋㅋㅋㅋㅋ
-뭐 평범한 게 없냐ㅋㅋㅋ
-가끔 외계인이 지구에 정찰병으로 미리 보낸 애들 같음
그리고 그날 저녁과 다음 날.
핫한 유명세를 증명하듯 커뮤니티에 퍼진 이야기가 기사화되기 시작했다.
-‘뉴블랙’ 리혁, 수능날 사연이 갑자기 화제 된 이유는?
-[포토] 시험장 나오는 뉴블랙 리혁, “체해서 고생했어요”
-[건강] 뉴블랙 멤버가 수능날 먹고 탈 났다는 ‘이것’.. 소화에 조심해야 할 음식 10가지
딸깍. 딸깍.
“…….”
기사들을 검색하고 있던 윤석환 실장이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러곤 손에 들린 제안서를 읽었다.
‘대체 아이돌한테 왜 소화제 광고가 들어오는 건데…….’
어디 다녀올 때마다 제비처럼 요상한 광고를 물어오는 뉴블랙 멤버들.
기특하고 대견하긴 한데…….
점점 아이돌의 영역을 벗어나는 지금의 이미지를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는 매니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