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우주대스타 338화
손님들이 수군거렸다.
“어쩐지 광고가 엄청 나온다 했어.”
“집 근처 역에서도 광고 봤는데, 여기서도 봐서 되게 신기했는데. 그거 빵 광고 하는 거였어요?”
“진짜 빵 모양도 비슷하네.”
걷잡을 수 없이 퍼져가는 오해를 보며 동생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
빵 출시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다.
설명하기가 복잡했다.
-저희 팬덤 이름이 ‘수플레’라고 하는데요. 매년 팬들을 위해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이번에는 저희가 팬들을 위해서 수플레 빵을 직접 만들어 역조공을 하기로…….
그래도 오해가 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명을 할까 했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빵을 가리켰다.
“이거 5개 계산 좀 해 주셔.”
“네!”
“빵 요거 맛있게 먹어보고, 내가 주변에 홍보도 해 줄게!”
“감사합니다.”
종이봉투에 담은 수플레 빵을 들고 사라지는 아주머니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서 인사를 했다.
다른 손님들도 비슷했다.
뉴블랙을 봐서 신기하기는 한데 관심을 가지는 건 딱 거기까지고. 얼른 빵을 사고 돌아가고 싶어 하는 듯했다.
“고거 참. 신기하네.”
“네?”
회사원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분이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맨날 테레비에서 광고 나오고, 뉴스에도 나오고 그러니까. 되게 이웃 사람 같고 그러네.”
“많이 친근하져?”
“그럼. 옆집 아들들 같지. 주변에 이렇게 생긴 사람은 없지만.”
구수한 넉살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연예인보다는 친근한 이웃 같다는 반응에 기분이 좋다고 할까.
우리가 그만큼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계산을 해 주며 수플레 빵을 담아줄 때, 대학생으로 보이는 손님이 자기 핸드폰을 가리켰다.
“저기, 사진 한 장 찍어도 돼요?”
“그럼요.”
“SNS에도…….”
“당연히 되죠. 대신에 올리실 때 해시태그 #뉴블랙 #수플레빵, 이렇게 올려 주실 수 있나요?”
대충 그런 키워드로 SNS에 올려놓으면 그때부터는 우리 수플레들이 알아서 달려올 터였다.
이내 팔이 가장 긴 중현이가 스마트폰으로 여섯 명의 활짝 웃는 얼굴을 셀카로 담았다.
“참.”
우리에게 봉투를 받아든 대학생 손님이 물었다.
“이거 그러면 빵을 이벤트로 하는 거예요?”
“네. 이거 저희 이벤트예여.”
막내의 말에 우리가 오늘 하루 이벤트라고 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그 말에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간 한정이구나. 그럼 제가 SNS에 올려서 홍보해 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제가 그럼 친구들한테도 말해 주고…….”
그런 말을 하면서 떠나는 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고마운 사람 아니냐며 우리끼리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영업용 미소를 짓던 리혁이가 멈칫했다.
“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듯한 반응에 우리가 고개를 돌렸다.
눈을 깜빡깜빡하던 허연 얼굴 위로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방금 안 이상했어요?”
“뭐가?”
“팬들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라고 말해 줬는데. 자기 친구들한테도 홍보해 주겠다고.”
“……어?”
우리가 허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이상한데.”
“잠깐만여. 우리 아까 뭐 말할 때 깜빡한 거 같지 않아여?”
“목적어?”
“중현이 형은 가만히 있어 봐여.”
“흥.”
중현이가 새초롬한 곰 같은 표정을 짓는 동안, 우리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곤 얼마 안 가 깨달았다.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서 빼 먹은 키워드.
뒤에서 재료 재고를 살피고 있던 명세진 파티시에가 우리의 뒤에서 말해 주었다.
“팬 대상이라고 말 안 했어요.”
“…….”
우리가 다급하게 폰을 꺼내서 누군가의 SNS 글을 확인하려고 하는 동안, 중현이가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목적어 빠뜨린 거 맞는데…….”
* * *
그로부터 몇 분 후.
SNS 어플에 이벤트와 관련된 글이 올라왔다.
@rhkwptlfgdj
(빵집 알바생 복장을 입은 뉴블랙과 대학생이 활짝 웃으며 브이를 하고 있는 사진과 광고판 사진)
학교 가다가 뉴블랙을 만났다.
지하철역에서 올라오자마자 나는 맛있는 냄새를 따라가니 그들이 그곳에 있었느니.
빵집에서 알바 중인데 신상품 ‘수플레빵’을 출시하기 위한 이벤트를 한다는 소리에 바로 5개를 샀다.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다섯 개의 빵.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내 무의식이 이것아 안 된다 안돼 하며 아련하게 외쳤지만 승리한 건 나의 식욕이었다.
그렇게 하나를 먹은 그 순간.
아.
나는 오늘 천국을 맛 보았읍니다.
프랑스의 문학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뉴블랙빵을 맛보았다면, 그의 저서에 나온 빵은 마들렌이 아니라 뉴블랙빵이 되었을 것이다.
촉촉한 식감과 함께 달콤한 설탕 향이 입안에 퍼지고. 끝의 계피향이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고 나면.
저도 모르게 빈 봉투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한번 더 그곳을 향해, 새로운 빵을 얻기 위해 기나긴 언덕을 되돌아간다.
(지금 친구들이랑 존나 뛰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뉴블랙 #수플레빵 #대박나세요
곧바로 해당 글은 SNS를 써치하고 있었던 수플레들의 레이더망에 곧바로 걸려 버렸다.
그리고 수플레들은 당황하는 중이었다.
-뭐야? 우리 애들 빵 출시해??
-설마 수플레 500일이 아니라 500원인데 일로 오타난건가
-근데 먹고 싶다
-아니.. 저거 올린 사람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ㅋㅋㅋㅋ
-이사람들아ㅋㅋㅋ 딱봐도 애들이 팬이벤트로 만든 빵을 팔고 있는 거자너
-아는데 울 옵빠들이자나. 방심할 수 없어
곧이어 외투를 챙겨들고 해당 역으로 달려가야겠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동안.
상황은 수플레들의 손을 벗어나 흘러가기 시작했다.
뉴블랙 관련 SNS나 커뮤니티에만 올라와 있던 글이 여러 커뮤니티로 퍼진 것이다.
-뉴블랙이 빵 출시하나 보네ㅋㅋ
-학교 가다가 지하철 광고판 봤는데.. 팬? 뭐 그런 광고인 줄 알았는데 그거 빵광고였구나
-뻘소리인데 대길이친구 빵 ceo처럼 생겼음
-리뷰 보니까 ㅈㄴ 맛있는듯ㅋㅋㅋㅋㅋ
-나는 맛이 너무 궁금해
-안 그래도 저기 한 번 가보려고 생각중인데 이따 만약에 살 수 있으면 후기 남기겠음
-못살거 같은데..? 이미 인터넷에 풀린 그순간 저곳은 끝장이 난거
-백퍼 사람 바글바글
-이거 사실 팬 이벤트일걸? 광고도 뉴블랙이 지하철에 건 걸로 알고 있음
누군가 진실을 말해 주고 있었지만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어떤 빵인지 궁금해할 뿐.
작은 커뮤니티까지 ‘뉴블랙 빵’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실시간 검색어에도 변화가 생겼다.
[10위] 뉴블랙빵
연관검색어 : 뉴블랙빵 어디, 뉴블랙빵 무슨빵
일시적이지만 그만큼 높았던 화제성을 보여 준 결과였다.
-광고도 존나 대대적으로 하던데ㅋㅋㅋ 무슨 빵인지 궁금하다
-쟤네 모델료 개비쌀텐데 제조사가 어딘지는 몰라도 제대로 칼갈고 준비한듯
-근데 이거 바이럴 아님??
-바이럴 같음ㅇㅇ 마케팅 담당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진짜 영리해보여
그리고 그 마케팅 담당자들은 당황하는 중이었다.
‘뭔 소리야.’
인터넷을 모니터링하던 제과제빵 업계의 홍보 담당자들은 실시간으로 웅성거리는 중이었다.
“이거 뭐야? 검색량이 비정상적인데?”
“뉴블랙이 끼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저번에 파데도 하루 종일 실검 올라왔잖아요.”
“뭐, 광고주들이 믿블랙이라고 한다잖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큼 광고 효과가 좋다고 해서 붙은 업계 별칭이었다.
노래와 예능에서 비롯된 대중적인 인지도로 뉴블랙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장점과 더불어.
높은 호감도.
그리고 광고 모델로서의 뉴블랙이 보여 주는 태도 덕분이었다.
-통신사 광고 찍고 통신사도 다 바꿨어여.
토크 예능에서 나온 발언.
자신들이 어떤 분야의 광고 모델을 맡으면 해당 회사의 제품만 쓰는 것으로 유명했다.
편의점에서 자기들이 광고 모델인 제품을 보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보라는 듯 짜잔 하며 포즈를 취하는 애프터서비스까지.
실질적으로 매출이 상승하는 등의 광고 효과가 또렷하기에 요즘 광고계에서 몸값이 높은 블루칩이었다.
그랬기에 의문이었다.
‘대체 어디지?’
어느 회사이기에 몸값이 높은 뉴블랙을 야심찬 신상품의 모델로 했는지 의문을 품는 것도 잠시.
“……이거 보세요. 팬들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라는데요?”
“뭐?”
“팬들한테 주려고 자기들 레시피로 만든 빵을 하루 동안 판매하는 거라고 되어 있는데요.”
어처구니없는 진실이었다.
“왜 이야기가 이렇게 된 거야. 그러면?”
“글쎄요.”
누군가 합리적인 추측을 내어놓았다.
“워낙 특이한 감성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래서 팬 광고를 빵 광고로 오해한 거 아닐까요.”
“…….”
“저는 솔직히 빵 광고가 더 자연스럽게 들려요.”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린 것도 잠시.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빵이 임자가 없다는 소식에 그들의 눈이 샛별처럼 반짝거렸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레몬 엔터 홍… 아, 뉴블랙 빵 문의요.”
“뉴블랙 빵이요?”
“그게 저희 아이들이 판매 목적으로 만든 게 아니어서요. 아니, 지금 여기로 오시겠다고요?”
레몬 엔터 홍보팀 직원들은 평소처럼 열심히 당황하는 중이었다.
‘또 뭐 했구나. 우리 애들…….’
‘졸지에 빵 장사까지 하게 생겼네. 우리.’
‘깜짝 이벤트의 깜짝이 우리가 놀라는 거였나?’
그런 생각을 하며 외부에서 걸려오는 연락을 정리하던 홍보팀도 바쁘게 움직였다.
“매니지먼트 팀한테 연락했어요? 현장에 사람들 몰리는 거 얘기 들어보면 경호 인력 더 필요할 거 같은데!”
“안 그래도 윤 실장님이 인력 충원 요청하셨대요!”
“아이고, 거기도 고생길이네.”
뉴블랙의 이미지와 잘못된 글 하나가 결합해서 불러온 여파에 혀를 내두르는 홍보팀이었다.
‘사람 엄청 많을 텐데.’
현장에 몰릴 사람들의 인파와 지금쯤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 상대를 하고 있을 뉴블랙을 떠올리며 그들은 짠한 웃음을 그렸다.
그때 홍보팀장이 말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고. 우리 팀도 현장에 나가서 상황 좀 지켜봐야 할 거 같은데. 다녀올 사람?”
“…….”
“한 명만 들어라. 한 명만.”
모든 직원들이 엄숙하게 손을 든 사무실.
직원들의 노트북 화면 속에서 수플레 빵이 탐스러운 비주얼을 뽐내고 있었다.
* * *
수플레들을 위해 기획한 팬 이벤트!
처음에 숙소에 모여 기획했을 때만 해도 머릿속에 그리던 완벽한 그림이 있었다.
‘우리 귀여운 수플레! 여러분을 위해 이 빵을 구워 왔어요!’
‘엄허! 너무 맛있어요!’
‘핫핫핫!’
…뭐. 대충 그런 그림이었다.
따라서 장소를 섭외할 때도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선정했다.
팬들이 접근하기 쉬운 노선에 위치하고 있되, 평일 오전에는 굉장히 한산한 지하철역으로.
우리의 요구사항에 명세진 파티시에가 바로 지점 하나를 가리켰다.
‘얼마 전에 열었던 곳인데, 매출이 안 좋은 지점이 하나 있어요.’
장사가 안 되는 지점이라고 했다.
‘나름대로 수요 조사를 하고 빵집을 열었는데, 아무도 빵을 안 사 먹더라고요. 그냥 지나가고.
사람들이 빵집을 보고도 지나가는 곳.
‘평일에도 출퇴근 시간대 빼면 엄청 한산하고.’
굉장히 유동인구가 적은 곳.
그렇게 설명을 들었어서 ‘이곳이 바로 최적의 장소다!’ 하며 박수를 치며 좋아했었다.
일반인 손님들은 지나가고.
수플레들이 지하철역에서 광고를 보다가 어마맛 하고 우리를 발견하는 시나리오.
지호가 한숨을 쉬며 속삭였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우리 맘대로 풀리는 일이 없네여.”
“상황에 안 맞는 속담이지만 동의하는 바야.”
“속담이 아니고 사자성어지만 나도 두 사람 의견에 동의하는 바예요.”
“나도 동의할래.”
비주도 끼어서 같이 동의했다.
그러는 동안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는 중현이 너머의 구름 같은 인파를 바라보았다.
저기도 사람이오, 여기도 사람이올시다 싶은 광경이었다.
“꺄아아아악!”
“으아악!”
남녀노소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섞인 풍경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수플레들과 우리들만의 이벤트가 모두의 이벤트가 되어 있었다.
프러포즈를 하려고 레스토랑에 예약을 했는데 거기서 칠순집 잔치가 열린 기분이라고 할까.
“오빠흐아악!”
“어엇…….”
수플레 하나가 들어오다가 인파에 떠밀려 사라졌다.
거센 물결에 쓸려나가는 통나무 같았다.
“이거 계산 좀 해 주세요!”
“시식할 수 있어요? 안 된다구요?”
“뉴블랙빵이 아니었어요? 수플레빵이 뉴블랙빵이에요?”
그러는 동안 우리는 바쁘게 손님들에게 미소 가득한 얼굴로 응대했다.
“비주야! 빵 굽자!”
“네!”
우리는 명세진 파티시에와 함께 정신없이 빵을 만들었다.
즉석으로 만들 수 있는 빵이라 다행이기는 했는데, 점점 빵 냄새가 뇌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어서 오세여! 몇 개 드릴까여?”
“죄송한데 5분 정도 기다리셔야 될 거예요.”
다른 멤버들이 손님들을 응대하는 동안, 나는 빵집 안팎을 오가며 바쁘게 상황을 정리했다.
“안녕하세요!”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꾸벅 인사했다. 그러곤 부드럽게 말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와 주셨네요. 그런데 이렇게 모여 있으면 다치시거나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서고 계신 줄을 이렇게 서 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매니저 형들의 도움을 받아서 사람들의 줄을 정리했다.
그제야 숨통이 좀 트이는 듯했다.
어찌나 인파가 몰렸는지 근처에서 역무원 분들이 휘둥그레 눈을 뜬 채 지켜볼 정도였다.
다행히 지하철역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통과할 길을 만들어 두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빵! 빵!’ 하며 들어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허억! 허억!”
내 앞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수플레가 눈을 희번덕대고 있었다.
“오빠…….”
“고생했어요. 정말.”
“저, 진짜, 허억… 아까 여기 빵 냄새… 오지게 났는데도… 허억! 빵을 안 먹고 갔는데!”
“아침에요?”
상대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내가 탄식했다.
“너무 아쉽다, 진짜. 그때 사람 하나도 없었거든요.”
“저, 라이브! 본다고! 허억… 갔다가 집에서부터 진짜 엄청 뛰어왔어요!”
“빵, 큰 걸로 담아 줄게요.”
그렇게 속삭여 주고는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헤어지는 팬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너무 안타깝고 짠했다.
뭐라도 하나 더 해 주고 싶은데,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수플레 빵 중에서 조금 큰 걸 담아 주는 정도였다.
“대체 왜 장사가 잘 되는 걸까.”
“우리는 왜 장사를 잘하는 걸까여…….”
장사가 잘돼서 슬픈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수플레들이 이 상황을 재미있게 받아들인다는 거였다.
“흐하핫! 오빠! 완전 어울려요. 그럼 화이팅~”
장난스럽게 약을 올리며 가는 팬도 있고.
우리를 보면서 우와앙 하며 눈을 크게 뜨다가 이내 빵 냄새에 초점이 흐려지는 수플레도 있었다.
“저기?”
“…….”
“저는 안 보이나요?”
“잠시만요. 지금 빵 고르잖아요.”
“…….”
이내 다시 우리를 보며 활짝 웃긴 했지만, 내가 눈을 가늘게 뜨니 민망한 웃음을 흘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손님들이 쭉쭉 빠져나갔다.
혼잡한 역사 안.
허나, 팬과 팬이 아닌 사람들이 혼재되어 있었음에도 빵 봉투를 들고 나선 사람들의 표정은 비슷했다.
“대박…….”
봉투를 받자마자 하나를 쏙 꺼내는 사람들.
만두 정도 크기의 즉석 빵을 입에 넣자마자 ‘오’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는 반응이 많았다.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를 보며 뿌듯하게 웃었다.
“수플레빵 10개 주세요.”
“네에! 듬뿍 담아드리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파티시에의 마음일까.
하얀 종이봉투에 뜨뜻한 수플레 빵을 담으며 손님들에게 웃으며 응대했다.
“다음에도 또 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단골손님들을 확보하기 위해 미소를 짓기도 하고.
“우주 형! 여기 일손 좀 도와주세요! 손님들 빵이 부족해요!”
“우주 씨! 이것 좀!”
“갑니다! 가요!”
파티시에, 비주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빵을 만들었다.
기운이 빠질 때마다 우리가 만든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며 힘을 냈다.
중현이가 장갑을 낀 큼지막한 손으로 수플레 빵을 담고.
막내가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호응을 유도하며 볼거리를 제공하고.
리혁이가 누구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계산을 했다.
“후우…….”
그렇게 늦게까지 빵을 팔고 남았을 때.
따로 기다리고 있던 수플레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난 우리는 문이 닫힌 빵집 안에서 침을 삼켰다.
안경을 쓰고 쌀집 계산기를 톡톡 빠르게 두드리는 리혁이.
우리와 파티시에가 두 손을 모으고 그 앞에 섰다.
“오늘의 매출은…….”
이내 리혁이가 나열한 숫자의 향연에 우리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 지점을 오픈한 후의 최고 매출이었다.
“파티시에님!”
“우주 씨!”
“고생 많으셨어요!”
명세진 파티시에와 내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500원짜리로 이만큼 벌었다니.”
“우리 동전 재벌이에여. 형들!”
“엄청 많아요. 지폐까지 다 동전으로 환산하면 이걸로 다보탑도 세울 수 있을 걸요.”
“우와아아아!”
장사가 너무 잘된 것을 기념해서 우리끼리 얼싸안고 방방 뛰면서 기뻐할 때.
“……?”
방방 뛰다가 멈췄다.
“근데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한 거지……?”
“그러게요.”
어느 순간부터 빵 장사에 진심이 되어서 과몰입해 있었던 것 같았다.
그제야 서로를 바라보았다.
“…….”
어딘가 퀭한 눈.
그 속에서 빵집 주인처럼 푸근하게 웃는 중현이.
“…….”
앞치마에 여기저기 묻어 있는 밀가루까지.
명세진 파티시에가 웃음을 터뜨리는 가운데, 텅 빈 빵집에서 다 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왜 우리는 혼신의 힘을 다해 장사한 거지.
* * *
그날 저녁.
-실시간 검색어 오른 ‘뉴블랙빵’에 네티즌 관심, ‘과연 무슨 맛이길래?’
-‘뉴블랙빵’ 입소문, 레몬 엔터 측 “팬들 대상으로 했던 이벤트에 관심 감사..”
-팬들을 위해 만든 빵이 입소문을 타기까지, 뉴블랙의 뉴블랙스런 하루
본격적으로 기사가 올라오면서 다시 한번 ‘뉴블랙빵’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커뮤니티나 SNS 위주로 돌았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서 퍼지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뉴블랙빵’.. 편의점 ‘KG24’에 시범 출시된다
수플레 위크를 맞이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고 있던 수플레들은 늘 그러하듯 화들짝 놀랐다.
-예?
-기자님? 뭐라고요?
-(할리우드 배우가 ??? 하며 요상한 표정을 짓는 짤)
-진짜로??
-아니 이거 뭔데ㅋㅋㅋㅋㅋㅋㅋ진짜야??
-다른 가수가 팬들에게 쿠키를 구워줄 때 우리 애들은 빵을 출시해 (진지)
-역조공 스케일에 정신이 혼미하다..
-작년에는 팬송이더니 올해는 팬빵이네
입이 쩍 벌어지는 비범한 스케일에 수플레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